익명경험담 첫아이를 났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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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2,055회 작성일 17-02-08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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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4일 새벽4시경 조용히 자고 있던 절 아내가 깨우더군요.
"자기야 나 준비할게 있어" 라면서..
기저귀, 젓병등 몇가지를 부지런히 가방속에 집어 넣더군요.
나: "뭐해?"
아내: "아기 맞을 준비..."
나: "그런데 왜 지금해?"
아내:"지금 해야 될 것 같아서..."
나:"진통와?"
아내:"응 10분에 한번 정도씩.."

전 웃었습니다. 간밤에 제 친구가 아들났다고 전화해서 제 아내가 부러워 그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나:" 예정일이 1주일도 더 남았잖아?"
아내:"근데 나올것 같아.."

전 그만 자라고 아내를 다독였습니다. "내 생각엔 앞으로 1주일은 더 걸리거란" 이야기와 함께요... 그런데 안 잡니다..
장모님도 깨어나시고...
혹시 몰라 세수를 했습니다.
새벽 5시경 부터 진통이 5분 간격이라 옵니다.
별로 아파 보이진 않습니다.

"에~~~ 안아픈것 같은데....." 저는 장난 쳤습니다....

혹시 몰라 병원에 전화를 해봤습니다.
나:"여보세요, 아내가 진통을 느끼고 있거든요"
간호사:"초산인가요?"
나:"네"
간호사:"언제부터 진통이 오나요?"
나:"4시부터요"
간호사:"아직 먼거 같은데... 진통은 몇분마다 와요?"
나:"5분요"
간호사:"더운물에 샤워시키고 안정을 취해보세요."

간호사도 안믿습니다. 하긴 곁에 있는 저도 안믿었으니....
장모님께서 진통이 3분마다 온다며 병원행을 재촉하십니다.
부리나게 택시타고 병원에 갔습니다.

간호사가 진찰해 보니, 아기 머리가 거의 다 나왔다고 하네요..
"헉~~~~" 놀랍더군요..
병원에 도착하고 나니 아내는 정신이 없습니다.

아침 9시30분 부터 출산 시술에 들어갑니다.
한시간의 힘든 노력(?) 끝에 아기의 머리가 보일듯 말듯 합니다.
아내의 손이 아래로 들어나기 시작한 아기의 머리를 만져 봅니다.
감격해 하는 아내의 모습도 잠시.. 아내는 다시 힘을 줍니다.

아기 머리가 드디어 모두 나왔습니다. 경이로운 순간입니다.. 눈물이 다 났습니다. 장모님은 곁에서 아내의 힘을 북돋우어 주십니다.
마지막 한번의 힘을 더 주니 수협 공판장에 생선을 쏟아놓듯이 아기가 바닥으로 미끌어져 나옵니다.

태줄도 끊지 않은 아이를 간호사가 아내의 품에 안겨줍니다.
전 울고 말았습니다.

라면발보다도 더 퉁퉁부은 아기 얼굴이 "기네스펠트로"보다도 갸녀리게 보입니다.
울고 있는 모습이 들킬까, "여보 수고했어!" 란 말도 못하고 말을 삼켰습니다.

엄마가 힘들어 하는 만큼 아기도 힘들어 한다며 굳이 신음을 속으로 삼키며 순산한 아내가 사랑스럽습니다.

"여보 사랑해!"

p.s. 4월 4일 새벽과 아침에 있었던 일들을 적어보았습니다. 아기를 출산한 곳이 호주라서 출산과정이 좀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참... 진통이 올때 샤워를 하거나, 욕실에 들어앉아 있는게 무지 도움이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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