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경험담 사랑이라는 그 이름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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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2,288회 작성일 17-02-0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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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경방의 문을 열고 들어와서 부터 많은 고수님들의 잼있는 글을 읽으면서, 나도 어느 순간부터인가 '잼있는 글'을 쓰려고 낑~낑~ 데다 보니, 본래 성향하고 약간 다른, 표현들이 무질서하게 널부러져 버린 글들만이 상처처럼 남아버린 꼴이 되었다.

여하튼...

방이 방인만큼, 예전의 사랑얘기를 한편 올리지 않을 수 없어 이렇게 적어본다.

대학을 다니면서, 공부보다는 술.친구.연애.그리고... 그저 약간 했다면, 책을 쬐금 많이 읽은것. 그게 다였다. 정말 공부는 시체말로 '절라리' 않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져다 들어부은 등록금이 엄청시리 아까워 자다가도 벌떡 거리고 jot...아니아니... noon이 떠진다.

여하튼 연애를 얼마나 많이 했냐 하면, 대학 입학식도 하기전에 이미 2월달부터 미팅을 했고, 그 전에는 여자앞에서 고개도 잘 못들던 쑥맥이 어느 순간엔가 자칭 '2시간이면 여자를 아는' 경지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4년 내내 단 일주일도 여자 친구(또는 애인)가 없었던 적이 없었지만, 그러나 분명하게 지킨 원칙은...두 여자를 동시에 만나지는 않았다.

'그녀'를 만난 것은 대학 4학년때였다.
공부하고는 별로 친하게도 지내지 않았던 주제에 그넘의 군대는 가기싫어 도서관에서 대학원 준비를 할 때였다.

어느 순간엔가 한 여인의 시선이 느껴졌고, 그녀의 얼굴이 자주 눈에 띄기 시작했다.

같은 학번 영문과.

음... 우리 학교의 많지 않은 여학생들중에서 제법 눈에 띄는 멋쟁이였다.

아담한 키(나중에 확인한 걸로는 161이였다), 유난히 흰 얼굴, 크고 빛나는 눈,
마늘쪽같은 코... 하나하나를 보면 전형적인 동양 여인. 그러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왠지 다소 퇴폐적인(음... 이런 표현보다는... 그래... 다소 음욕적인...) 느낌이 나는 그런 아이였다.

자주 마주치다 보니, 서로 눈이라도 마주치면 가볍게 목례를 하는 수준은 된 어느날...

비가 부슬 부슬 내리는 7월말의 토요일이었다.

공부도 제대로 안돼고 왠지 마음도 싱숭생숭해서 일찌감치 귀가를 서두르는데, 이 비를 맞고 가나 좀 더 있다 가나를 고민하느라고 중앙도서관 입구에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그때 때마침 그녀도 집에를 가느라고 나왔고, 눈이 마주친 그녀는 아무 망설임없이 '우산 같이 쓰고 가요' 라고 하고는 서스럼없이 내 곁으로 오는 것이었다.

순간 속으로 얼마나 놀랐던지...

그렇게 해서 그 먼 길을 교문까지 걸어오면서 우리는 많은 얘기를 했고,
왠지 그녀하고의 대화가 편하고 유쾌해 내가 먼저 커피라도 한잔 하자고 제안을 했는데...

참...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우리 한번 사귀어 볼래요?"
난 하마터면 까무러 칠 뻔 했다.

그녀의 말인 즉슨, 오랫동안 날 보아왔다는 것이었고, 어쩌면 이렇게 만나서 얘기를 하게 된것도 참 즐겁고 기쁜 일이라고 했다.

"그럽시다"
그게 다였다.

그 이후로 우린 거의 매일을 만나고, 같이 앉아서 보란듯이 공부도 하고, 같이 식사도 하고, 또 가끔은 땡땡이를 치고 같이 영화도 보러 가고...

그렇게 즐거운 여름 방학을 보내고, 가을 학기가 되면서는 이제는 정말 군대를 가면 안돼는 절대적인 이유가 생긴 관계로 고 3때 못지않게 열심히 공부를 하게 되었고, 나날이 초췌해지는 내가 안타까웠는지, 그녀는 늘 정성어린 도시락을 준비해와 나한테 먹이곤 하였다.

주위의 많은 친구넘들의 부러운 시선을 무시한체, 철면피하게도 그녀가 정성들여 준비한 도시락을 열심히 먹기는 먹었는데, 4년 내내 펑펑 놀은 덕분으로 시험은 떨어지고 말았다.

그해 겨울 그녀와 난 이별 준비를 해야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의 빵빵한 동빙고동 집안에서는 갓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나 가야하는 '병아리'가 전혀 안중에도 없었기때문이었다.

그녀와 난 사실 그저 만나서 얘기나 하고, 밥이나 같이 먹은게 아니었다.
어느 누구들보다도 더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할 정도의 사랑을 나누었다.
여관이면 여관, 야외의 모텔이면 모텔, 그녀의 집앞 벤취면 벤취...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지 않으면 금방 훨훨 타버릴듯이 그렇게 농도짙고 뜨거운 사랑을 나눈 우리가 어떤 약속인들 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그녀 집안의 반대는 단지 내가 대학원에 가는 것을 조건으로 당분간의 유보에 불과한 것이었기에, 사정도 모르는 그녀의 부모와 친지들은 대학원을 떨어진 나와 그녀의 이별을 기정 사실화 하고 있었고, 그래서 우리는 이별 준비를 하지 않을 수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이별을 했다.

'친구로라도 지내면 안될까?' 라는 그녀의 울음섞인 마지막 질문을 그저 고개를 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마지막 키스를 남기고 난 그 추운 겨울, 냉냉한 바람을 뚫고 집으로 돌아와 몇일을 앓아 누웠다.

그게 그녀와의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군에 있으면서, 바람결에 들려온 소식은 내가 다니던 과 선배와 중매비스무레한 걸로 만나 결혼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 그 잘난 집안에서 결국 의사도 판사도 아닌 넘하고 결혼 시키느라고 그 주접을 떨었냐?'.....

그래서 어쩜 난 더 빨리 그녀을 잊을 수 있었고, 세월은 그렇게 망각이라는 휘장을 드리우면서 지나... 나도 제대를 했고, 공부하고는 원래가 별로 친하게 지내지 않은 탓에 남들처럼 회사에 입사를 했고...

군에 있으면서 군 동기녀석의 소개로 만난 동갑내기 여자와 몇년간의 연애끝에 '이젠 더이상의 연애는 싫다'는 무조건적인 포기 선언을 내세워 그녀와 결혼을 하게되었다.

그런데...

그 중간에 난 우연하게 만난 동창녀석의 입을 통해 그녀가 이혼이라는 파경을 맞았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되었고, 그 배경에 내가 있지 않았나하는 황당한 추정에 전율같은 충격을 느끼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해 9월 난 많은 친지, 친구들의 축복속에 결혼식을 올렸는데...

하객을 향해 인사를 하는 순간...

그 밝은 조명속에서 난 저 멀리 구석에 서서 나를 쳐다보는 낯익은 눈길을 느꼈고, 그 눈길이 '그녀'의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는 많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얼마나 가슴이 철렁했는지...
죄를 져서라기 보다는... 아니, 그녀에게 배신을 당한 내가 그녀를 다시 배신했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그녀의 물기 어린듯한 시선을 마주하면서 칼로 베어져가는듯한 가슴 한구석의 아픔에 난 두다리에 힘을 잃고 휘청거리고 말았고, 우습게도 내 옆에 선 여인의 팔이 없었다면 아마도 주저 앉았을 지도 모를 지경이었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인생에서 아프게 멀어져 갔다.

그리고 난 작년 11월 서울에 출장가서 잠시 만난 그녀의 친구의 입을 통해 그녀가 아직도 애도 없이 혼자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데, 사실인지 아닌지 정확하진 않지만 이라는 전제로 들은 정신과 치료 얘기는 오늘 하루도 또 내 가슴에 한 웅쿰의 무게만큼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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