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경험담 어느 엄마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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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839회 작성일 17-02-0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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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곧 착하고 순하기만 하던 딸이 변하기 시작한 건

수능을 치르고 난 후였습니다.

가채점 결과 점수가 예상보다 훨씬 나빴기 때문입니다.

그 점수로는 목표로 삼았던 대학은 물론

수도권에 소재한 다른 대학들도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전체학급 상위권을 유지하던 딸에게는 충격이었지요.

돌이킬 수도 없었습니다.

상담 교사는 안전한 지망만 권했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먼 지방 대학도 있었지요.

딸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속이 상할 때마다 이런저런 이유로 엄마인 나한테 짜증만 부렸습니다.

마음 상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혹시나 잘못될까 싶어 딸을 위해 참아야 했습니다.


재수를 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남편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건설회사에 다니는 남편은 건설경기가 워낙 나빠

딸이 지금 대학을 가도 4년까지 직장이 어떻게 될 지 안심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물론 나도 재수는 싫었습니다.

확실히 나아진다는 보장도 없고 1년을 까먹는 시간도 아까웠습니다.

딸은 화풀이를 하듯 매일 항의했습니다.

그때마다 다툼이 일어났고 그것은 지금까지 순진한 딸에게서 보지 못한

새로운 변질된 모습이었습니다.

그래도 남편은 완고했습니다.

결국 딸은 훌쩍 집을 나가 일주일 만에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아 통학버스도 다니는 대학이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아서일까요.

딸은 건성으로 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공부도 하지 않았고 옷과 화장에만 신경 쓰더니

정신을 잃을 만큼 술에 취해 경찰차가 태워온 적도,

내가 직접 쓰러진 술집에서 데려온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무척 속이 탔지만 잠시 그러다 말겠지 하는 생각에

지방 현장에서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집에 오는 남편에게는 비밀로 하고

딸을 계속 타일렀습니다.

효과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2학기가 시작되자 딸은 조금씩 학교에 적응을 하는 것 같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남자친구가 생겼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남자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애가

손쉽게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을 보자 걱정도 되면서 기특하기도 하더군요.

핸드폰 사진을 보니 덩치도 크고 인상도 좋아보였습니다.

그런데 눈만 뜨면 거의 종일 그 남자친구와 문자를 나누는 겁니다.

요즘 아이들이 보통 그런다지만 처음 남자를 사귀어서 그런지

빠져도 너무 빠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엄마인 나는 물론, 밥도, 잠도, 좋아하는 TV조차도

그 남자친구보다 접근 순위에서 밀려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진지하게 물었지요.

집은 인천, OO대학 3학년, 곧 군대 갈 예정,

아버지가 조그만 기업을 하신다고.

이야기를 듣고 보니 별로 흠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딸도 그 오빠 때문에 술도 안 먹고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면서

대놓고 자랑을 하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딸이 오빠를 직접 보여주겠다며 저녁을 먹자고 했습니다.

딸은 이미 그 오빠 집에서 부모와 식사를 했다고 했습니다.

남편이 돌아오는 날에 맞춰 우리도 딸의 남자친구를 불러 밖에서 외식을 했습니다.

염려와 달리 술이 몇 잔 오가면서 남편도 괜찮아 하더군요.

예의도 알고 생긴 것도 잘 생겼고 말이 적어 믿음이 간다고요.

그러나 나에게는 아직 그냥 딸의 남자친구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그 남자친구는 딸을 집에까지 바래다주면 돌아가기 전

나에게 전화를 걸어 간단히 안부를 묻곤 했습니다.

서로 부모를 만났으니 선이라도 보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어쨌든 딸을 감시하고 보호해주는 든든한 보디가드가 생긴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을 겁니다.

오빠의 생일이라고 한 날 늦도록 놀다가 집에 도착했다고 하여 나가보니

남자친구의 차에 대리기사가 앉아있고 둘은 모두 술에 취해있었습니다.

딸을 집에까지 바래다준 건 고맙지만 그 상태로 남자친구만 돌려보내는 건

도리가 아닌 것 같아 고민 끝에 집에서 재워주기로 했습니다.

축하해야 할 날 이였으므로 집에서 나와 함께 맥주를 더 마신 후

거실에 이불을 펴 남자친구를 따로 자게 했습니다.

그렇게 모두 잠이 들었는데요.


이상한 소음에 내가 잠을 깬 건

그리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

처음에는 밤중에 누군가 흐느끼는 소리처럼 들려 깜짝 놀랐는데

내 방과 마주한 딸의 방 쪽에서 들리는 것 같아

딸이 악몽을 꾸거나 잠꼬대를 하는 가보다 싶어 문을 열어보니

딸의 방문이 활짝 열려있고 그 속에서 움직이는 허연 물체를 보고

다시 한 번 화들짝 놀랐습니다.

그 희뿌연 물체는 형체를 금방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의 몸뚱이였기 때문입니다.

그 몸뚱이가 딸의 침대를 차지하고 움찔움찔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신음 소리도 그 안에서 분명하게 들렸구요.

모아진 두 사람의 다리도 보였습니다.

하얗고 기다란 다리 하나는 남자의 엉덩이에 걸쳐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말문이 탁 막히더군요.

어이가 없어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놀란 가슴에 어쩔 수 없이 잠시 내 방으로 뒷걸음질 친 나는

다시 용기를 내어 헛기침을 하고 딸의 방을 향해 무얼 하는 거냐며 짧게 소리를 냈습니다.

내 목소리에 깜짝 놀랐는지 남자가 먼저 벌떡 일어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순간 허연 몸뚱이가 얼마나 크게 보이던지 갑자기 겁이 덜컥 났습니다.

그 두려움 때문에 나는 나도 모르게 그만 딸의 문 앞 스위치를 눌렀고

불이 환히 켜졌습니다.

눈부심에 얼굴을 손으로 가리느라 남자의 벗겨진 흰 알몸뚱이가

그대로 한 눈에 모두 드러났습니다.

길쭉하게 꼬리처럼 솟구친 성기를 본 나는 입이 붙어버렸지요.

딸도 몸뚱이를 감추느라 이불을 잡아끌다가 나를 알아보고는

얼굴을 찡그리며 대뜸 짜증을 퍼부었습니다.


‘  엄마..!   뭐하는 거야 ?   불 꺼 ! ..  ’


그제야 나는 불을 껐습니다.

빛이 갑자기 사라지자 이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군요.

때문에 나는 더 해야 할 말조차 잊고 말았습니다.

남자가 부스럭거리며 옷을 찾는 것 같았고

나는 방문 앞에서 서서 무얼 해야 좋을지 생각을 찾고 있었지요.

딸의 날카로운 소리가 다시 들렸습니다.


‘   엄마는 매너도 몰라 ?

   이럴 때 문 열어도 되는 거야 ?

   아 ..   미치겠어.  정말 !  "


도리어 딸의 목소리에 나는 그냥 돌아서고 말았지요.

당황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소파에 앉아있는데

거실에 불이 켜지고 옷을 입은 딸과 남자친구가 쭈뼛쭈뼛 걸어 왔습니다.


‘  죄송 ...   죄송해요.  ’


남자친구가 나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습니다.

술 때문인지 아직 얼굴에 붉은 흥분이 가시지 않은 채 서있는 그를 향해


‘   너희들 ..   이래도 되는 거니 ?  ’


라고 꾸짖자 딸이 대신 나서 답하더군요.


‘   우리가 뭐 ..?   ’


‘   몰라서 물어 ?   너무 지나치잖아 !   ’


‘   ..  아닌데 ?   ’


‘   뭐라구 ..?!   ’


‘   좋아하는 오빠랑 섹스하는 게 지나친 거야 ?   ’


반문하는 딸이 너무 당당해 정말 말문이 막혔습니다.

남자친구가 말리는 시늉을 하면서 대신 계속 사죄를 하더군요.


‘   이러려구 재워준 줄 아니 ? ..   ’


딸이 또 가로 막았습니다.


‘   우리 처음 아니거든.   ’


‘   ... !   ’


애지중지 키워 온 딸에게 이런 식의 고백을 들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딸이 나도 모르게 훌쩍 자라버린 것일까요.

이 상황을 딸 앞에서 계속 끌고 가는 것은 시간낭비 같았습니다.

남자친구가 주섬주섬 나가려고 하자 딸도 같이 따라가려고 했습니다.

그 늦은 밤 시간에 집을 두고 나가면 어디로 갈까요.

부모는 이래서 자식에게 영원한 죄인이 되는 가 봅니다.

그들을 다시 붙잡았습니다.

나가겠다고 자꾸만 고집을 부려 내가 도리어 타이르는 입장이 되었지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잖아요.

내가 아무리 나무란들 이미 시작한 섹스의 장소만 바꿔질 뿐이겠죠.

담담하게 달랬습니다.


‘   이렇게 가까운 사이인 줄은 몰랐어.

   그래 ..  내가 요즘 아이들 사귀는 방식을 모른 거야 ..  ‘


둘을 다시 방으로 들여보내고

나는 남은 시간 한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많은 잡념들이 악몽처럼 머릿속을 돌아다니더군요.

그 중에서도 딸의 달라진 모습이 가장 섭섭하고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비둘기 새끼는 둥지를 떠날 때가 되면 엄마를 부리로 쫀다고 하지 않던가요.

내가 그 이치를 어리석게도 몰랐었나봅니다.

모든 자식은 어차피 부모 품에서 떠날 존재잖아요.


일부러 방문을 꼭꼭 닫았었는데

정중히 인사를 하고 떠난 아침 그들이 어지럽힌 자리를 청소하면서

방에 휴지통을 놔두고 굳이 화장실 휴지통에 버려진 비닐봉지를 헤쳐 보았더니

혼탁한 액체가 가득한 기다란 콘돔이 주렁주렁 나왔습니다.


‘   엄마는 괜한 걱정이야 ..  ’


그런가봅니다.

남자친구를 보내고 다시 들어 온 딸의 핀잔에

여전히 바보가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내가 살아 온 시대로는 이해할 수 없는

화성에서 온 아이들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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