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경험담 경찰조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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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2,791회 작성일 17-02-0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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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방에 경찰조사를 받았다는 내용이 있어서 읽어보고

답글을 올리다가... 이것도 경험이면 경험인데 더군다나

평생에 한번 있을까말까한 경험인데 함께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해서 올려봅니다.
 
한달전에 핸드폰이 울리기에 모르는 번호였지만 혹시나
고객의 전화일지도 모른다싶어 받았더니 "XX경찰서인데
지난 3월달에 열린 행사관련해서 물어볼게 있다"고 하더군요.
요즘 사업이 힘들어지고 해서 걸려오는 전화를 고객인줄 알고
기쁘게 받았는데 아무것도 아닌 전화라서 순간 화가
치밀어오르더군요.
그래서 진짜 경찰인지 아닌지 모르겠고 일단은 내가 화장실에
있으니 할말이 있으면 나중에 하라고 끊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오후 늦게 또 전화가 걸려오더군요.
그래서 전화를 받고 먼저 전화건 경찰의 관등성명부터
물었습니다. 
통화를 하다보니 3월에 끝난 행사에 지역구 도의원이 참석해서
윷놀이티켓을 현금 5만원을 주고 구입하여 윷놀이를 하다
돌아간 경우인데, 이것이 기부금이나 협찬금인지 알고 싶어서
전화를 했다고 하더군요.
거의 3달이나 지난일인데, 그것도 겨우 5만원 던져주고 윷놀이
티켓구입해서 놀다가 돌아간 경우인데 이것때문에 전화질이라니
경찰이 할일도 드럽게 없는 놈들이구나... 생각하면서
첫째. 몇달이 지난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의원이 돈을 줬으면 티켓을 구입한
경우이다.
이런 내용으로 통화를 했는데 나중에 보니 10분 정도 통화를
했더군요.
그러고는 끝났나보다... 이렇게 혼자 생각을 하고 평소에 하던
일을 계속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주 밤늦은 시간 후배와 밥을 먹고 있는데 또 같은
번호의 전화가 오더군요.
이번에도 역시나 제가 먼저 관등성명을 물었습니다.
물론 기억하려고 물어본 것은 아니고요....
그리고 왜 자꾸 전화를 하고 그것도 밤늦은 시간에 전화를 하냐며
화를 냈습니다.
그랬더니 경찰이 하는 말이, 조사를 좀더 해야되겠으니 XX경찰서로
며칠날 와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나는 사업하는 사람인데 그렇게 당신들 스케쥴에 맞춰서
오고 가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짜증부리면서 스케쥴을 확인하고
나중에 연락주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나저나 후배앞에서 참말로 위신이 안서더군요.
떨떠름한 기분으로 맥주마시고 밥먹고 후배를 집에 보내놓고
다음날 아침 일찍 법무사로 일하는 삼촌을 찾아가 어떻게 해야 되는지
상담을 했습니다.
삼촌의 말씀은 크게 잘못된게 없으니 사실대로 진술하고 의견서를
지랄같이 써버릴 수도 있으니 경찰에게 화내지 말고 정중하게 대하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가는 길에 경찰에 전화를 걸어 며칠날 자진출두하겠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출두를 앞두고 변호사를 선임해서 같이 갈까.... 생각을
했는데, 
참고인신분에 설령 잘못된다해도 실형도 아니고 벌금 200만원이하에
변호사를 선임하자니 너무 부담이 큰것 같아서 그냥 서점에 가서
주진우기자의 '사법활극'을 한번 더 읽는걸로 대체했습니다.
 
드디어 경찰서에 참고인조사를 받으러 가는 날...
기분이 정말 드럽더군요.
저는 평소에 경찰을 완전 하수로 취급하고 군시절에는 경찰은
그저 밥으로 취급했을뿐인데...
생각지도 않았던 약점이 잡혀 이런 놈들에게 조사나 받아야 되다니
정말 한심스럽고 비참했지만, 어쨌거나 면도부터 말끔하게 해놓고
양복도 제일 좋은 것으로 꺼내입고 구두마저도 반짝 광이 나게 신고
정확한 시간에 경찰서에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팀장이라는 놈이 커피부터 한잔 하라면서 하는 말이,
이것은 정식입건이 아닌 그냥 내사단계이고 모 도의원이 행사에
참석해서 5만원을 냈다고 하는 언론사 기사를 보고 조사에 착수하게
되었노라고 뻥을 치더군요.
(실제로는 회원중 하나가 경찰에 밀고하고 경찰은 이를 언론사에
제보하여 기사화 시킨겁니다.)
 
잠시뒤 담당직원과 함께 영상조사실인지 녹화조사실인지로 이동해
진짜로 경찰조사라는 것을 받게 되었습니다.
가끔 다른 사람들이 조사받은 경험담을 읽어보면 대부분 초조하고
주눅이 들고 그런다던데....
저는 피의자가 아니라서 그런건지 몰라도, 경찰같은 좆밥새끼들에게
조사나 받아야 되는게 진짜 서글프고 화만 나더군요.
그런데 도의원이 기부금이나 협찬금이 아닌 티켓구입비로 돈을 냈다는
확실한 증거물을 가지고 왔으므로 느긋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인적사항확인부터 시작한 조사는 제가 초반에 책상위에 올려둔
행사장에서 거둔 현금봉투에 씌여진 '윷권구입'이라는 제가 쓴 글자와
현금 액수와 도의원 이름을 경찰에게 보여줌으로 절정에 다다랐고
그럼에도 이런저런 조사를 계속하여 마침내 3시간 반이 지나서야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사실은 현금봉투 하나만 보여주고 확인하면 끝나는 절차인데 제가
전화올때마다 성질내고 고분고분 안했던게 복수심으로 변한것인지
조서에 지장까지 찍은뒤 손닦을 물티슈도 안주고 해서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고 있는데, 담당직원이 저에게 전화를 걸어 녹화CD에 지장을
찍어야 된다면 저보고 다시 조사실로 와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깨끗이 씻은 손에 또다시 인주묻히고 지장찍고 뒤돌아서서
가는데 또 불러서 표지에 지장을 찍어야 된답니다. ㅠㅠ
그래서 그냥 그렇게 해주고 거의 4시간이 지나서야 집으로 돌아갔는데
왠일인지 몸이 너무나도 지치고 힘이 들어 제대로 밥도 못먹고 잠이
들었는데 그 다음날까지도 몸이 성치가 않더군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흉악범죄도 아닌 선거법임에도 피의자도 아닌
한낫 참고인임에도 조사를 받고 이렇게 녹초가 되버리는데
진짜 단단히 약점이 잡힌 피의자들은 혐의자들은 얼마나 힘이 들까
겨우 3~4시간 조사에도 그것도 분위기가 경찰에게 조금도 주눅이
들지 않는 상태에서 받았음에도 이렇듯 사람이 갱신을 못하게
힘이드는데 밤샘 조사를 받거나 5시간 손석희사장처럼 10시간 넘게
조사를 받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이 들까 정말 상상이 안갑니다.
이래서 정말 죄는 짓지말고 경찰이나 검찰에게 한치의 약점도
잡히지 말아야겠구나... 뼈저린 각성을 했습니다.
 
제가 법률전문가는 아니지만.....
경찰이나 검찰조사는 누구나 언제든지 받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때문에 평상시라면 조사받는법에 관련된 책은 한두권 소지하거나
읽어보는게 좋겠고,
참고인이든 피의자이든 검경의 조사를 받게 된다면 만사를 제치고
반드시 성실하고 실력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야만 됩니다.
저의 경우는 확실한 증거물도 있고 해서 느긋한 마음으로 조사를
받았지만 진짜 죄를 짓거나 증거도 없이 까딱하면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둔갑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 혼자 힘으로는 갑중에 갑인
검경의 수사를 절대로 이길 수 없게됩니다.
때문에 변호사 입회하에 조사를 받아야 되고 진짜 죄를 지었더라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게 됩니다.
저도 완전히 참고인에서 기부금을 수수한 범죄자가 될뻔한 상황인데
사무실에 보관해놨던 현금봉투들을 다시 한번 뒤져내서 도의원이
주고 갔던 현금에 대한 메모가 적힌 봉투를 찾아내므로써 그런 혐의를
완전히 떨쳐버릴 수 있게 된것이죠.
 
이번 사건의 교훈은,
누구나 참고인이며 피의자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평소에 수사받는 법에 대한 지식은 익혀놓고 
실력있고 성실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야 되며 
중요사항은 항상 메모를 하는 습관을 들이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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