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경험담 입금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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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2,635회 작성일 17-02-0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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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난봉기 라는 이름의 글을 오랜 시간 동안 올리고 있는 폴라베어입니다.
 
경험방이라고 하여 무조건 섹스와 관련한 이야기만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그동안 중국에서 일하면서 겪은 일 중 하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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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반의 기간 동안 공 들여온 일이 하나 성사되어 오늘 계약금 20%가 입금되었습니다. 정말 이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중국에서 겪을 수 있는 '모든 일' 을 다 겪은 느낌입니다. 중국 드라마 CG 영업과 관련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하는 일이 몇 가지 있는데 큰 돈은 안되지만 상대적으로 쉽게 쉽게 갈 수 있는 일이 바로 이 일입니다. 다른 일들은 '회임기간' 이 길거든요...
- 작년 4월 : 북경 영화제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습니다. 그냥 이런 저런 얘기하고 앞으로 할 일 있으면 서로 '合作' 하자고, 누구나 입버릇처럼 떠드는 소리 하고 헤어졌습니다
- 작년 5월 :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상해에서 대규모 media facade 프로젝트 있다고 같이 하자고 합니다. 좋다고 하고 견적 뽑아 주고 기획서 써서 보냈습니다
- 작년 6월 : 북경에서 다시 그녀를 만났습니다. 어느 호텔 로비에서 만났습니다. 사업파트너인 남자랑 같이 왔는데 부모님은 대만 출신이고 자기는 브라질에서 태어나 스위스와 캐나다에서 살았다고 하더군요
- 작년 7월 : 다시 그들을 만났습니다. 왠지 자꾸 같은 호텔 로비에서 만나자고 하는 폼이 사무실도 없어 보입니다
- 작년 8월 : 아무래도 이 사람들과 계속 만나도 별 영양가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만났습니다. 貧賤之交不可忘 이라는 史記의 교훈을 되새기면서...
- 작년 10월 : 앞에서 얘기한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회사를 부산영화제에서 만났습니다. 별 수 없어 보였지만 알고 보니 중국에서 드라마를 가장 많이 제작하는 4개 회사 중 하나였습니다
- 작년 11월 : 중국회사를 찾아가서 첫번째 미팅을 하였습니다. CG 품질을 보더니 좋아 합니다
- 작년 12월 : 중국회사에서 드라마 하나를 보내면서 견적을 달라고 합니다. 하루 만에 뽑아서 줬습니다
- 올해 1월 : 아무래도 연락이 없어서 알아보니 '너무 비싸다' 라고 합니다. 참고로 그 드라마는 지난 달에 방영을 시작하여 오늘 제 8편이 나갑니다
- 올해 2월 : 큰 일이 벌어졌습니다. 앞에서 만나고 그 이후에도 늘 연락하고 지내던 '그녀' 가 그 사업을 접었습니다. 그리고는 앞에서 말한 그 큰 회사가 만든 자회사의 총경리로 취업을 하였습니다. 만나자고 하여 만났습니다. 자신은 저를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내가 이제 들어와서 별로 힘이 없으니 모든 것에 대한 정지작업을 하는 동안 좀 기다려달라' 라고 합니다
- 올해 3월 : 그녀에게 제가 누군지 좀 알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중국 국영기업체의 아주 높은 임원으로 있는 아줌마한테 부탁을 하였습니다. 이 아줌마가 저를 위해서 그녀와 함께 식사를 해 주었습니다. 아직 회사 내의 기반이 별로 없는 그녀도 이 아줌마에게 무척 접근하고 싶어하는 눈치를 보았습니다
- 올해 4월 : 국영기업체의 그 아줌마가 그녀를 자기 회사로 직접 초대하여 이런 저런 안내도 하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폴라베어랑 같이 일하면 좋다' 라는 말까지 하였습니다
- 올해 5월 : 드디어 그녀가 본사의 총경리와 저의 미팅을 주선하였습니다
- 올해 6월
- 새로운 드라마 시리즈가 드디어 나왔습니다. 견적 달라고 하여 견적 주었습니다
- 본사의 '동사총경리' 와 미팅을 하였습니다. 마누라까지 데리고 가서 좋은 인상 주었습니다
- 며칠 후 절강성 헝디엔에 기술진 2명까지 데리고 가서 회의를 하였습니다
- 견적 후 다른 중국회사의 견적에 대하여 얘기하면서 너무 비싸다고 하면서 좀 깍자고 합니다. 어느 정도 내려줬습니다
- 촬영이 시작됩니다
- 통역 찾는 공고도 올렸고 이런 저런 우여곡절 끝에 겨우 1명 건질 수 있었습니다
- 그런데 문제가 생깁니다. MERS 때문에 배우들과 스탭들이 같이 작업 못하겠다고 한답니다. 겨우겨우 협의해서 '한국인들이 중국에 들어오면 상해에 5일 간 머문 후 문제 없으면 헝디엔에 들어간다' 로 겨우 결론 지었습니다
- 겨우 하나 해결해 놓고 나니 또 문제가 생깁니다. 나름 상장회사이다 보니 정확하게 증치세 끊어야 한다고 합니다. 제가 중국 내에 가진 법인은 증치세 못 끊는 외자법인입니다
- 증치세도 증치세지만 또 문제는 있습니다. 제가 중국에 가진 법인은 경영범위에 CG 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거래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 문제는 또 있습니다. 제가 중국에 가진 법인은 자본금이 작아서 이 정도 규모 거래를 할 수 없다고 꺼려합니다
- 이런 저런 문제 다 해결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CG 는 보호산업으로 묶여 있어서 돈을 외국에 지불하고자 할 경우 공상국과 세무총국은 문제가 없지만 광전총국에서 비준을 받아야 합니다. 중국 사람들도 '광전총국' 말만 나오면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는 그런 갑갑한 관청입니다. 결론만 말하면 외국에 돈 못 보낸다는 것입니다
- 그럼 여지껏 그 수많은 CG 거래는 어떻게 했는지 알아 보았습니다. 알고 보니 100% 불법이었더군요. 그리고 돈은 전부 환치기 해서 나갔더군요
- 보통은 투자회사에서 돈을 주면 SPC 성격인 제작사에서 '가라' 로 세금 관련 처리해 버리고 나서 회사 날려 버리니까 그런 방법이 가능했는데 정식 거래를 하려니 도대체 방법이 없습니다
- 그녀와 제가 한동안 앉아서 (정확히 3시간 30분) 협의하여도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 그러던 중 방법이 떠 올랐습니다. 3자계약입니다. 즉 저희 회사와 중국의 다른 회사가 각각 '을' 과 '병' 이 되어 계약하는 방법입니다
- 10년 이상의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회사이지만 사장이 한동안 망설입니다. 제가 잘못할 경우 '갑' 은 자기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거든요. 참고로 이 회사는 자본금 2천만원 (대략 40억 정도) 이 되는 작지 않은 회사이고 업계 내 평판도 나쁘지 않습니다
- 아무튼 설득에 성공하여 증치세 6% (문화산업 계통은 6%입니다. 다른 분야는 무려 17% 죠) 에 수수료 2% 주기로 하였습니다
- 올해 7월
- 다음 문제는 '갑' 님의 내부설득입니다. 무지무지하게 깐깐한 재무총감 (CFO) 이 계속해서 시비를 겁니다. 변호사에게 물어봐서 문제 없다는 답변이 왔지만 요지부동입니다
- 어쩔 수 없이 다시 헝디엔으로 갔습니다. 일은 계속 진행 중입니다. 동사총경리를 만나서 꾸벅 인사하고 그냥 이런 저런 얘기를 하자니 나중에 동사총경리가 '그나저나 북경에서의 일은 잘 진행 중이지?' 라고 물어봅니다. 그래서 제가 '다 좋은데 행정적으로 약간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라고 하였고 설명을 들은 동사총경리가 북경으로 전화를 합니다
- 이제 계약은 체결될 수 있지만 재무총감은 삐졌을겁니다. 재무총감에게 휴롬녹즙기 하나 사들고 갔습니다
- 우여곡절 끝에 계약은 되었지만 지금부터 수금전쟁이 시작됩니다
- 이 회사는 전자결재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자회사 총경리, 본사 재무총감, 본사 총경리, 그룹의 동사총경리 가 모두 OK 해야 지급이 시작됩니다
- 이 재무총감 자식이 계속 개깁니다. 하지만 너무 조르면 더 좋지 않을 성 싶어서 기다립니다
- 기다리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대로 가면 끝이 없어 보이고, 돈이 나오더라도 제가 사전에 부담해야 할 액수가 너무 커집니다
- 그동안 돌아가는 것을 보니 자회사 총경리의 비서가 중요한 친구입니다. 알고 보니 본사 경리 출신입니다. 마스크팩 제일 비싼 것으로 딱 100장 사서 갔습니다
- 그리고 나서... 또 한창의 시간이 흐른 다음... 오늘... 계약금 20% 입금이 완료되었습니다...
 
- 물론 일은 이제 시작입니다. 이제 사람들 돈 지급하면서 세금 문제 다 챙겨야 하고 한국으로 돈 가져 나가는 것 준비도 해야 합니다 (이거 간단하지 않습니다)
- 그래도 한국 최초로 합법적인 CG 거래를 하였다는 사실에 만족합니다...
 
생각해 보면 더 있을 겁니다... 겪었던 일들이...
 
아무튼... 이렇게나마 글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폴라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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