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레시피매거진C 굴(Oyster) - 탱글한 우윳빛 바다 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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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0회 작성일 16-02-18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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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통해 가장 유명한 정력식품은 굴이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선 ‘사랑의 묘약’이라 불렀다. 굴의 외양이 남성의 고환과 닮아서다. 고대 유대인은 금욕 생활을 위해 굴을 멀리했다.

‘굴을 먹어라, 그러면 더 오래 사랑할 수 있다(Eat oyster, love longer)’는 서양 속담이 있다. 해산물을 날로 먹지 않는 서양인이 굴만은 생식한다. 서양에서 굴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다. 굴을 사랑한 역사상 인물로 시저, 나폴레옹, 비스마르크, 카사노바가 꼽힌다. 하나같이 ‘정력’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들이다. 특히 희대의 플레이보이 카사노바는 매일 저녁 식사 때마다 굴을 50개나 먹었다는 말이 전해진다.

굴이 정력에 이로운 것은 아연, 아르기닌, 글리코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아연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와 정자 생성을 돕는 미네랄이다. 아연의 섭취가 부족하면 미각이 떨어지거나 성장 발육이 지연될 수 있다. 정자를 시험관에 넣고 아연을 투여했더니 정자의 활동성이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됐다. 셀레늄과 함께 아연을 ‘섹스 미네랄’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굴을 두세 개만 먹으면 아연의 하루 섭취 권장량이 채워진다.

아르기닌은 산화질소의 원료가 되는 아미노산이다.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는 음경의 혈관을 확장시키는 산화질소의 특성을 이용한 약이다. 아르기닌은 정자의 구성 성분이기도 하다. 섭취하면 정자수가 증가하고 정자의 활력이 높아진다.

굴의 탄수화물은 대부분이 글리코겐이다. 노동이나 운동을 심하게 하면 체내에 저장돼있던 글리코겐이 고갈되면서 심한 피로감을 느낀다. 그래서 잦은 성생활로 활력이 떨어졌을 때 굴을 먹으라고 권한다.

굴은 여성에게도 귀물(貴物)이다. 클레오파트라의 애호 식품이었다. 탄력 있는 피부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굴을 즐겨 먹었다고 전해진다. ‘배 타는 어부 딸의 얼굴은 까맣고, 굴 따는 어부 딸은 하얗다’는 속담도 있다. 굴이 왜 여성의 피부에 미백 효과를 주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젊은 여성에게 흔한 빈혈 예방에도 유익하다. 철분이 풍부해서다. 굴 8개만 먹으면 하루에 필요한 철분이 충족된다. 악성빈혈 예방 성분인 비타민 B12도 상당량 들어있다. 영양적으론 저열량·고단백·저지방 식품이다. 100g당(자연산 기준) 열량은 85kcal, 단백질은 11.6g, 지방은 3.2g이다. 뼈, 치아 건강을 돕는 칼슘도 우유만큼 들어있다(100g당 109mg).

서양인에게 굴은 카사노바나 클레오파트라를 연상시키는 조개다. 우리 선조는 굴의 딱딱한 껍데기를 더 높이 샀다. 입에 자물쇠를 단단히 채운 사람을 ‘굴 같은 사나이’, 정조가 굳은 여성을 ‘굴 같은 여성’이라 불렀다.

굴은 대개 9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먹는다. 특히 12월에서 2월 사이에 캔 굴에는 지방과 글리코겐이 가장 풍부하며 맛도 최고다. ‘영문 월명(月名)에 알파벳 r이 들어있지 않은 달(5∼8월)엔 굴을 섭취하지 말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이때는 굴의 산란기다. 알 낳는 시기엔 굴 맛이 쓰다. 더운 날씨 탓에 비브리오균 등 식중독균이 증식할 가능성도 있다.

굴은 날로 먹는 것이 영양과 맛 모든 면에서 최선의 선택이다. 특히 알맹이가 잘고 옹골찬 자연산 굴은 생으로 먹어야 아깝지 않다. 우리 선조는 눈 깜짝할 새 먹어치우거나 일을 순식간에 해치울 때 ‘남양 원님 굴회 마시듯 한다’고 표현했다. 남양은 굴이 많이 채취되던 경기 화성의 옛 이름이다. 생식할 때는 껍데기가 붙어 있는 굴(석화)을 사는 것이 좋다.

굴 요리로 유명한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인은 생굴 먹을 때 레몬즙을 뿌려 먹는다. 맛도 맛이지만 레몬에 든 산의 살균 작용을 기대해서다. 겨울에 반쯤 벌어진 굴을 사서 차갑게 한 뒤 레몬즙을 약간 뿌려 날로 먹는 것이 최선의 굴 섭취법이다.

우윳빛 광택이 나는 굴이 신선하며 오돌오돌하고 손으로 눌렀을 때 탄력이 있어 바로 오므라들수록 상품이다. 가장자리의 검은 테가 선명할수록 좋은 굴이다. 굴이 전체적으로 퍼져있으면 채취한 지 오래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소금물에 불려서 싱싱해 보이도록 눈속임한 것이기 쉽다. 굴은 차가운 소금물로 씻는 것이 좋다. 맹물에 씻으면 단맛이 빠져나간다. 굴을 깔 때 나오는 굴즙에 담가두는 것이 굴을 가장 오래 보관하는 방법이다. 굴즙에 담근 굴을 냉장고에 넣어두면 이틀가량 보관이 가능하다. 굴은 잘 상하는 것이 최대 약점인데, 부패균의 먹이인 단백질이 풍부해서다.

겨울엔 어리굴젓의 맛이 기막히다. 어리굴젓은 충남 서산 간월도의 자연산 굴로 만든 것이 명품이다. ‘얼간’이 ‘짜지 않게 간하는 것’을 뜻하므로 어리굴젓은 ‘짜지 않게 담근 굴젓’을 뜻한다. 어리굴젓엔 뼈 건강에 이로운 칼슘(100g당 196mg)과 혈압을 조절하는 칼륨(213mg)이 풍부하다. 염장식품이어서 혈압을 높이는 미네랄인 나트륨(100g당 2374mg)이 많이 들어있는 것이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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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
중앙일보에서 1996년부터 국내 유일의 식품의약전문기자로 재직 중이다. KBS, YTN, JTBC 등 방송에서 식품 관련 뉴스를 전달한다. 저서로 [남의 살을 탐하는 104가지 이유], [먹으면 좋은 식품, 먹어야 사는 식품], [우리, 고기 좀 먹어볼까] 등이 있다.




발행201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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