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운 좋게 그냥 성공한 게 아니다. 카멜레온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배우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응답하라 1988]의 ‘동룡’

과거: 영화 [뷰티 인사이드] 남자 주인공의 든든한 친구

[응답하라 1988]에서 가장 유쾌한 캐릭터는 ‘동룡’이 아닐까? 공부하러 독서실에 가서 늘 라디오를 들으며 쪽잠을 자는 대책 없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사회생활이 서툰 ‘택이’를 누구보다도 잘 보살펴주고, 소꿉친구 5인방에게 힘든 일이 생기면 누구보다도 가장 마음을 써주는 정 많은 캐릭터이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선 주인공의 절친한 친구 역으로 열연했다. 모습이 매일 바뀌는 남자 주인공의 비밀을 알고 있는 유일한 친구로서 언제나 곁에서 힘이 돼주는 든든한 존재로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 [타짜-신의 손], [베테랑], [도리화가] 등에 연이어 출연했으며, 드라마 [조선총잡이], [이혼변호사는 연애 중] 등 여러 작품에 캐스팅됐다.

현재: [응답하라 1988]의 천재 바둑 기사 ‘최택’

과거: 영화 [명량]의 애국심 넘치는 병사

천재적인 바둑 기사이지만 세상 물정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최택’ 역할로 시청자들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소꿉친구 ‘성덕선(걸스데이 혜리 분)’ 앞에서만큼은 남자이고 싶은, 첫사랑의 설렘을 그대로 표현하는 섬세한 연기와 바가지 머리에도 굴욕 없는 ‘꽃미모’ 덕분에 “덕선이와 택이가 맺어지게 해달라”는 시청자들의 성원이 빗발치고 있다고. 영화 [명량]에서 박보검은 격군 수봉 역을 맡아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아버지의 죽음을 두 눈으로 지켜봐야 하는 자식의 심정과 그럼에도 왜군에게 반항할 수 없어 원통해하는 상황을 온몸으로 표현한 박보검은 쟁쟁한 대선배들 속에서도 묻히지 않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천사 같은 미모를 역이용한 반전 역할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준비 중이라고 하니, 기대가 된다.

현재: [응답하라 1988]의 괴팍한 ‘성보라’

과거: 영화 [잉투기]의 4차원 격투기 소녀

주인공 ‘성덕선’의 언니 ‘성보라’로 등장해 귀여운 외모와 반전 연기로 호평받고 있다. 최고 명문대를 다닌다는 이유로 집안의 주도권을 차지해 동생들 위에 군림하는 독재자 같은 면모와 연하의 남자친구 ‘선우(고경표 분)’ 앞에서만큼은 수줍은 소녀로 변신하는 코믹한 모습까지, 다채로운 모습의 캐릭터를 무리 없이 선보이고 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대중에게 처음으로 확실하게 알려진 류혜영이지만, 연기 내공은 신인의 것 그 이상이다. 2007년 영화 [여고생이다]로 데뷔한 그녀는 2013년 독립영화 [잉투기]에서 특이한 격투기 소녀 ‘영자’ 역할을 맡아 틀에 갇히지 않은 자유로운 연기를 선보였다. 이 영화로 류혜영은 2014년 제15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며 ‘독립영화계의 공효진’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최근 한 남성 잡지와 진행한 화보에서는 도저히 같은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상반된 콘셉트의 이미지를 소화해내며 카멜레온 같은 면모를 보였다.

현재: [응답하라 1988]의 ‘택이’ 아빠

과거: 영화 [악마를 보았다]의 살인마

탄탄한 연기 내공을 자랑하는 중년 배우들에 대한 관심도 높다. ‘택이’ 아빠 최무성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극이 진행되며 오랜 고향 동생인 선우 엄마 ‘김선영(김선영 분)’과 애틋한 러브 라인을 형성하며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전작을 살펴보면 그가 연기파 배우에 걸맞은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영화 [악마를 보았다]의 살인자 역할.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최무성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남루한 행색을 하고 스테이크를 먹듯 인육을 우아하게 먹는 연기는 그이기에 가능했다. 영화 [연애의 온도]에서는 라미란과 코믹한 불륜 커플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이 남자의 연기 스펙트럼은 대체 어디까지일까?

현재: [응답하라 1988]의 남자 주인공. ‘어남류(어차피 여자 주인공의 남편은 류준열)’

과거: 영화 [소셜포비아]의 익살스러운 BJ

불량 학생처럼 보이면서도 웃을 때는 해맑은 양면의 매력을 지닌 류준열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류준열의 가능성은 이미 그의 장편영화 데뷔작 [소셜포비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영화에서 BJ(방송 진행자)를 연기한 그는 속사포처럼 빠른 말투를 구사하며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했다. 주인공들이 다소 무거운 연기를 선보였다면, 류준열은 극의 분위기를 이완시키며 관객에게 숨 쉴 틈을 제공했다. 감독이 “류준열은 그 역할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 신인 배우의 흡인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현재: [응답하라 1988]의 억척스럽고 정 많은 어머니

과거: 드라마 [호텔킹]의 코믹한 호텔 직원

연극계에서는 연기 잘하기로 손꼽히는 배우 김선영은 극중 남편을 잃고 홀로 자녀들을 키우는 억척 엄마로, 때로는 남몰래 눈물 흘리는 가녀린 여자의 모습까지 소화하며 물오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연극에 출연하며 차곡차곡 연기력을 쌓아온 그녀는 작품의 배역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연기로 정평이 나 있다. 한번 인연을 맺은 감독들은 그녀를 잊지 못해 러브콜을 보내곤 한다. 최근에는 브라운관에서도 감초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MBC [호텔킹]에서는 코믹하고 귀여운 호텔 직원 역으로 등장해 각 장면마다 웃음 포인트를 도맡았다.

현재: [응답하라 1988] ‘남자 주인공’ 정환의 형, 정봉

과거: 영화 [족구왕]의 주인공 홍만섭

[응답하라 1988] ‘정봉’의 매력에는 출구가 없다. ‘정환’의 형 ‘정봉’은 수년째 대학 입학에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한량이다. 하라는 공부 대신 온갖 ‘잡지식’을 좔좔 나열해 부모님을 속 터지게 하기 일쑤다. 하지만 유난히 약한 심장 때문에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고도 코피 난 동생을 먼저 걱정하며, 비를 맞고 있는 여고생에게 우산을 씌워줄 정도로 자상한 남자이기도 하다. 볼수록 매력적인 이 배우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건가 싶겠지만 그는 이미 영화 [족구왕]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다. 독립영화로는 드물게 4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 모으며 작지 않은 반향을 일으킨 그를 향한 충무로의 러브콜이 여기저기서 쇄도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