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매거진WS 서른즈음에, 문근영 - W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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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56회 작성일 16-02-13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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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영은 요즘 고민이 많다. 그녀는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몇 가지 고민을 털어놨다. 분위기는 사뭇 진지했다.

SBS 드라마 [마을] 종영 며칠 후 마주 앉은 문근영은 예뻤다. 며칠 밤을 새우며 촬영한 여배우의 얼굴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맑았고, 생기 넘쳤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특유의 눈빛이 기자의 마음을 단숨에 훔쳤다.

그녀는 이번 드라마에서 평화로운 마을에 암매장된 시체가 발견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파헤치고 여러 조각을 모으며 시청자들에게 설명해주는 내레이터 ‘한소윤’ 역할을 맡았다. 주인공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그녀는 다른 배우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존재감을 과시하며 극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서른을 앞둔 16년 차 여배우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었다.

“사실 나이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현장 짬밥’은 무시할 수 없는 거더라고요. 현장에서 보이는 게 많아졌고, 챙겨야 하는 것도 늘었죠. 특히 이번 작품에는 드라마를 처음하는 분이 많았는데 앵글에 대한 조언을 저에게 구하시더라고요. 초보 스태프에게 동선이나 장비 등도 가르쳐주고, 그러다 보니 저보고 ‘문 감독’이래요.(웃음) 자만할까 두려워 ‘난 아직 부족해’ 하면서 저 자신을 의심하고 다그쳤는데 이제는 ‘나도 썩 괜찮은 배우구나’라고 만족하게 됐어요. 요즘엔 제가 기특해요.”

문근영이 ‘한소윤’을 연기한다고 했을 때 의외였다. 연기대상까지 차지했던 그녀가 극의 중심에서 살짝 벗어난 설명자 역할을 맡았다고 하니 ‘왜?’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스토리를 풀어가는 중간자 역할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쉽거나 속상한 건 없었어요. 다만 내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야 하는 건가 싶은 고민은 했죠. 사건의 조각을 맞춰가는 역할인데 내 연기를 해버리면 작품의 밸런스가 깨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조심스러웠어요.”

그녀가 쟁쟁한 다른 작품의 섭외를 마다하고 [마을]을 선택한 이유는 두가지였다. 지상파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에 끌렸고, 러브 라인 하나 없는 신선한 전개가 마음에 들었다. 새로운 무언가를 찾던 그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인 작품이었던 게다.

“원래장르물을 좋아했는데 이런 장르물을 지상파에서 만든다니까 호기심이 발동했어요. 멜로가 없다는 것도 출연 욕구를 자극했죠.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작가님과 감독님이 하는 새로운 시도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었죠.”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들여다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어느 것 하나 평범한 게 없다는 것. 돈을 밝히는 캔디라든지, 이상도 동경도 없는 그저 그런 평범한 아이라든지, 독특한 캐릭터를 주로 맡았다. 도전에 대한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 행보였다.

“뻔한 걸 재미없어하는 성격이에요. 낯을 많이 가리기도 하고 마음을 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굉장히 대담해요. 무언가를 습득하는 데 특화된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전형성을 거부하는 성격 때문에 작품 사이의 텀이 길다. 그녀를 자주 보고 싶은 대중으로서는 특이한 그녀의 성격이 불만스럽다.

“저는 다작을 하고 싶은데 취향은 다작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고민했던 적이 있어요. 자꾸 ‘이상한’ 것만 찾으니까 작품을 많이 할 수가 없는 거죠. 사람들이 좋아하고 편하게 볼 수 있는 건 전형성을 띠는데 제가 선택하는 작품은 평범함과는 거리가 있으니 흥행 면에서 팬들의 갈증을 해결하지 못했죠. 그래서 ‘덜 마음에 와 닿더라도 해보자’라는 생각에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까 후회만 남더라고요. 저는 연기가 재미있어서 하는 사람인데 스스로 처음부터 재미없는 캐릭터를 하다 보니까 에너지만 소모한 느낌이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재미있는 역할을 하자고요.”

영화 [사도]의 혜경궁 홍씨도 도전 중 하나였다. 생애 첫 노인 분장이었고, 역사 속 인물의 깊은 감정선을 연기한 것도 처음이었다. ‘잘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에 망설인 적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사도]는 그녀에게 만족감을 선사했다.

“사실 처음에는 할머니 분장까지 소화해야 하는 줄 몰랐어요. 같이 연기하는 사람들과 그렇게 많은 대화를 나눠본 작품은 [사도]가 처음이죠. 배우, 감독, 스태프 모두 매일 밤 술을 마셨어요. 살을 엄청 빼고 촬영에 들어갔는데 맨날 술을 마셔서 화면에는 통통하게 나왔죠. 좋은 선배와 주옥같은 말들을 얻었어요. 이준익 감독님이 ‘넌 문근영이야. 자신감을 가져’라고 말해줬을 때 정말 큰 힘이 났어요.”

작품 선택에 신중하기 때문일까? 그녀의 [1박 2일] 출연은 센세이션했다. 최근 통 볼 수 없었던 문근영이 드라마도 영화도 아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다니. 그것도 대본 하나 없어 즉흥성을 요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에 말이다. 그런데 문근영은 [1박 2일] 속 모습이 진짜 자신의 모습이란다.

“출연 이후 주변의 반응이 재미있었어요. 저의 또 다른 모습을 봤다고 하는 거예요. 그게 저의 진짜 모습인데 말예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제 모습을 민망해하던 친구들은 ‘싱크로율 100%’라고 말하는데 저를 전혀 모르는 대중은 ‘문근영의 재발견’이라고 평가하더라고요. 그 격차가 되게 신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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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살, 문근영은 용기가 필요한 나이를 살고 있다. 서른을 코앞에 둔 요즘 그녀는 오춘기의 절정에 놓여 있다.

“막연히 불안하고 무서웠어요. 저 스스로 확신이 없었고, 시야도 좁았어요. 지난 1년 동안 나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았죠. 생각이 부정적이고 불안하다 보니 몸도 잠식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그냥 나 자신이 못 미덥고 하루하루가 괴로웠던 시기를 보냈어요.”

문근영은 극복하려고 애썼고, 다행히 정상 컨디션을 되찾았다. 누군가에게 의지해본 적 없던 그녀가 사람들에게 의지하면서부터 삶이 풍요로워졌다.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려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올해 초부터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엄마에게 고민을 털어놨고 친한 친구들에게 기댔어요. 누군가에게 ‘의지’라는 걸 해보니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내 옆에 있었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힘이 나더라고요. 시야도 넓어졌고요. 왜 어렵게 생각했을까 후회와 함께 홀가분해지더군요. 많이 깨달은 것 같아요.”

문근영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의 무게를 ‘드디어’ 내려놨다. 스스로가 만든 굴레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다. 그녀는 누구보다 길었던 성인식에 마침표를 찍었다.

“아역 배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경험이 제게는 어미어마한 기억이에요. 당시에는 신드롬이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놀라기도 하고 신기했지만 그 무게가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그래도 누가 이런 경험을 쉽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요. 지금은 추억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지금이 더 행복하거든요.(웃음)”

그녀는 나이 먹음을 즐기고 있었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점점 더 성장하는 스스로를 느낄 때 행복하다고도 했다.

“저는 서서히 나이 들어가고 있었어요. 이제 대중분들도 마냥 저를 어리게만 보시지 않고, 나이 들어가는 걸 인지하시는 것 같아요. 아직도 완전히 벗어나진 못한 것 같지만 그래도 나이가 점점 들면서 자연스럽게 느끼시는 듯해요. 이제 정말 동안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나이가 됐죠.(웃음)”

서른 살을 앞둔 문근영은 그녀 앞에 펼쳐질 2016년을 기대하고 있었다. 지금보다 자유로운 스스로의 삶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 앞에 두 손을 포개고 소녀처럼 말하는 목소리에 생기가 돌았다.

“저는 아직 보여준 게 하나도 없어요. 끊임없이 시도할 거예요. 20대는 가장 찬란하고 빛났어야 하는데 움츠러들었던 것 같아요. 배우로서도, 삶도, 연예인으로서도, 여자로서도요. 그래서 서른 살이 기대돼요. 20대에 빛나지 못한 내 안의 불꽃이 30대에 펑펑 터지지 않을까요? ”

새 출발을 앞둔 문근영은 최근 강원도 속초에 다녀왔다. 탁 트인 바다를 보며 그간의 스트레스를 풀었고, 돌아오는 길에 내년의 평안함을 기원했다.

“매해 겨울마다 바다를 찾았어요. 햇수로 4년째죠. 처음에는 운전면허가 없어 버스를 타고 갔었는데 그리 멀지 않더라고요. 겨울바다가 주는 기운이 있어요. 최근에도 겨울바다를 보며 고민과 걱정거리를 훌훌 털어내고 왔어요.”

문근영의 아름다운 서른이 기대된다.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나무엑터스 제공



발행201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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