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창해승천무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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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757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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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해 승천무4장

  창해의 지룡[智龍]

이리 저리 부서진 선박들의 잔해가 파도에 휩쓸려 절벽에 부딪치는 것을 보면서
"흐흐흐. 모두 다 죽었나."하고 아소가 중얼거리자
뒤에 서 있던 흑미가
"그럴리가요. 배는 부서져도 사람들은 다른 선박으로 피신했을거예요.
근데 왜 그들이 이쪽으로 왔을까요. 광룡도는 이쪽이 아닌데.....
하고 말하자 아소가 낄낄거리며 웃더니
"얼마전에 내가 남국에서 오는 범선이 방향을 잘못 잡아 이곳으로 들어왔길래
무인도에 난파당한 선원인척 하고 구조를 요청했었지.
그리고는 이쪽길로 해서 광룡도 근처를 갈수 있게 해로를  가르쳐 주었거든.
다만 그때는 물길이 지금하고 틀리니
배도 다른방법으로 몰아야 하는데 다들 확인할 생각을 안했지.
왜냐하면 광룡도의 수적이 눈치채면 안되니
조심하느라고 자주 올수가 없어  한두번 확인하고는
서둘러서  정벌대를 소집해서 기습을 할 예정이었겠지."
하고 말한후에 세여자가 이해를 못하자
"내 생각은 근처에서 알짱대는 광룡도의 수적들을 소탕하게 할 생각이었는데
루주가 나에게 관심을 가지자 차마 그때 그때 나타나는 암초와 해류의 방향을
알려줄수가 없었지.  그래서 좌초된것이고
그리고 여동생들을 구하려면 분란이 일어나야겠기에 
적당한 때에 내가 괴조가 둥지를 튼 곳의 소문을 낸 것이거든.
그러니 이곳을 은밀히 수색하던 수적들에게 발견되는 것은 쉽상이었고
만약 좌초되지만 않았어도 광룡도까지는 금새 당도했겠지.
군선들이 쳐들어오던 방향에서 함정을 파고 있던 광룡도주가
소식을 듣고 왔을때는 좌초되어 꼼짝 못하는 청해방의 범선을 발견한것이고
이곳으로 정예무사를 데리고 왔으니  난리가 났겠지.
뭐 청해루주가 제 무덤을 판거지 뭐."
하고  일사천리로 설명하자 흑미가 새삼스럽게 아소를 쳐다보며
"그럼. 진작에 이렇게 되게 만들었다는 거야."
하고 묻자 아소가 씩 웃으며
"나쁜 머리를 굴리느라 머리가 좀 아펐지."
하고 말하니 흑미는 존경의 눈길로 아소를 쳐다본다.
처음에는 괴물같더니 이제는 지혜로운 멋진 사내로 보이자
학문이 높은 사람을 항상 존경하던 흑미로서는  사랑스런 눈길로 아소를 보고
어리지만 평탄치 않은 삶은 살았던 우화자매는
처음 본 오빠지만 그의 지혜로운 모습에 마음이 든든해진다.

난파선중에 그래도 쓸만한 소선을 찾아 이리저리 고치고 난 아소가  심해에 갈아 앉은
난파선의 보물을 찾아 나서고
흑미가 있는 곳으로 배에 물건을 잔뜩 실고 돌아오자
세여자는 값비싼 보석이나 진귀한 물건을 찾아
진흙과 해초투성이인 짐을 뒤지기 시작하고 아소는 흐뭇한 표정으로 그모습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흙투성이에 낡은 천으로 감싸인 기다란 창을 발견하고는
신기한듯 다가선다.
수백년은 지났을 것 같은 물건중에 아직도 녹이 슬지도 않고 자루도 썩지 않은 장창이 신기했던 것이다.

"진천뇌창?" 하고 흑미가 자루에 쓰인 글씨를 읽자
세사람이 존경스런 눈으로 흑미를 보자 흑미는 살며시 웃어준다.
인물이야 이제 열두살이 되는 영화가 으뜸이고 지혜야 아소라해도
이중에서 글을 읽을줄 아는 사람은 자신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창을 감싸고 있던 천을 펼쳐들자
그곳에는 창법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이 수놓아져  있고
특히 그천은 얇지만 수백년동안 변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라
흑미가 소도를 들어 잘라보니 잘리지 않자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몰라도....  보검으로도 잘리지 않겠어요.
주인이 걸치면 창칼에 다칠리 없겠는데요."
하고 말하자 아소가 웃으면서
"나야 워낙 피부가 두꺼우니 네가 가져.
그리고 창은 내가 가질거야."하고 말하자 흑미는 우화자매를 돌아보며 감격해 한다.
보호받아야 할 사람은 그녀들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인데
"걱정마. 얘들은 내가 지켜. 그리고 싸움에 끼어들 일이 없어야  해.
어줍짢은 실력으로 나서는 것보다 도망치는 것이 살아남는 길이기도 하고 말야.
나중에 훌륭한 무사가 되면 좋은 무기를 주지 뭐."
하고 설명하자 우화자매도 섭섭했던 마음이 사라져 버린다.

아소가 하는 창법을 이것 저것 가르쳐주던 흑미는 무공입문이 얼마 안된 아소가
자신의 강한 무공에도 굳굳하게 버틸수 있었던 것을 이해한다.
한번 가르쳐주면 잊지를 않고 응용까지 하고 진결에 따라 창을 휘두르는 것도
수 십년을 배운 무사보다 더 능숙하자
흑미는 은근히 경쟁심이 생겨 자신도 열심히 수련을 하고
할일없는 자매도 흑미가 시키는데로 내공을 수련하고 경공에만 주력한다.

진천뇌창의 진수는 투창에 있어 한번 내지르면 바위를 깨트리고 두번 내지르면 땅이 진동한다.
그리고 투창을 하면 부딧치는 것을 무엇이든 부셔 버린다는 것인데
수십장밖의 바위도 부서져 버린후에  그것은 주인의 뜻에 따라 되돌아 온다는 것인데
아소는 웃으면서
"천잠사로 만든 줄을 매달면 불가능한것도 아니겠지."
하고 말하자 흑미는 그냥 낄낄 웃고 만다.
진기를 이용해서 창을 움직인다는 뜻인데 아소는 너무 쉽게 결론을 지어 버린것이다.
흑미가 배우길 무공의 극의를 깨달은 자는 이기어검을 펼치고
창법이 말하는 것이 그것이란 것을 알지만 아소가 인정하지 않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던 아소의 내공에 비해 그 내공으로 다루는 창법은
창법에 적힌 구결이나 동작보다 더욱 능숙해서 고수들이 본다면
아소의 내공이 미미하다고 믿지 못할것이다.
물론 아소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흑미도 가끔 아소의 맥을 집어 내공을 확인할 정도였다.

안색이 파리하고 눈에서는 불똥이라도 튈정도라 푸른 광망을 피워내며 사도희는 주변을
돌아보자 이제 환갑이 넘은 총관서 부터 양대호법 그리고 수뇌무사들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에 창천해룡이 슬며시 어머니의 눈치를 살피며
"어머님. 안색이 안 좋으신데..."하고 말하자 그제야 차거운 표정을 지우며
"괜찮다. 이정도의 내상으로 흔들릴 내가 아니야.
 방주께서는  아직도 그대로냐?" 하고 아들에게 묻자
 "예. 요번에 소식을 듣고는 화기가 넘쳐 상태가 악화되었다고..." 하고 섭섭한듯  말한다.
아버지의 병문안을 한번도 간적이 없다는 어머니의 행동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사도희는 아들의 어깨를 한번 어루만져 준후에
"차차 나아지겠지."하고 말하더니 딸을 쳐다보고는
"요번에 중원제일무가에 네가 다녀오너라.
무가의 무사들을 상하게 한 죄를 받아야 할 사람은 나지만
네가 알다 싶이 난 갈 형편이 못 되니 네가 가서 죄를 자청하거라."
하고 말하자 청해일봉은 얼굴을 푹 숙인체로
"예."하고 대답한다.  상하복명이 확실하고  상벌이 엄격해
 죄가 있으면 필히 죄를 받아야 한다는 중원제일무가에
죄를 자청하는 일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사촌자매가 시집갔던 속가에서 불미한 일이 일어나자 죄를 받으러간 둘째아들이
거세를 당한 일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이었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무가이니 청해일봉은 끔찍한 상상도 안 할수 없는 입장이었다.

광룡도주는 커다란 대전에 수하무사들과 이번의 해전에 성과가 뚜렷한 주변 수적들의 수장들을
모아 연회를 열고 있다.
일년전에는   청해방의 작은 규모의 무사들에게 입힌 타격이었지만  방주에게 치명상을 입힌 것을 자랑하기 위해  주변 수적들의 수장들을 불러 연회를 베풀었지만
이번에는 수십척의 군선과 청해방의 주력을 상대로 커다란 타격을 입힌 것이라
광룡도주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듯 했고 모인 수장들도 도주의 주도면밀하고 치밀한 작전이
이루어낸 쾌거라고 침이 마르게 칭송을 하고 허리를 굽히자
광룡도에 있는 모든 여자들을 벌거벗겨 시중을 들게 했고 그것은 광룡도주가  애지중지하는
아내와 첩들 그리고 딸들도 마찬가지라 수장들은 또한번 그의 대범하고 호방한 기상에
대해 칭송이 줄을 잇는다.
그러는 사이 연회의 곳곳에서는 청해방의 여무사들이 벌거벗겨 사지를 묶인채로  연신
줄을 선 차례를 기다리는 수적들의 욕정을 풀어 주고
수적들과 함께 알몸으로 술을 마시던 광룡도의 아낙들도 마음에 맞는 사내와는
장소를 불문하고 달라 붙어 연신 신음을 흘리며 즐기고 있다.
그에 광룡도주가 주변을 돌아보며 웃고 있을때에
멀리 백리도에서 온 수장이 가까이 오더니
"도주님. 요번에 우리가 잡은 만인화를 데려왔습니다. 구경하시겠습니까?" 하고 묻자
도주는 슬쩍 인상을 찌부리며
"청해의 사내라면 그녀의 배를 거치지 않으면 어른이 아니란 소문의 창부말이냐?"
하고 말하자 백리도주는 얼른
"그냥. 구경만 하시고.... 시중은 제 섬에서 가장 예쁜 아이들이..."하고 말하자
그제야 도주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지어지며
"가장 예쁘다면?"하고 말하자 백리도주가 얼른
"예. 제 딸들입니다. 큰딸이야 시집을 갔지만
 그래도 도주님을 모시는 자리라니 안 나설수 없다고 하더군요."하고 비굴하게 말하자
광룡도주는 껄껄 웃으면서
"허허허. 우리가 있으면 수하들이 불편해 할테니 자리를 피할까?"
하고 말하더니 자신의 가장 어린 애첩을 불러
"너는 묘아와 정아를 불러 우리들 시중을 들어라."하고 말하며 안채로 사라진다.

아소가 운악봉을 오르자 세여자는 뒤질세라 사내의 뒤를 따른다.
흑미는 아직 어린 두자매에게 뒤지고 싶지 않았고  우화는 다른것은 내세울것이 없으니
경공에서만은 셋중에 가장 뛰어나고 싶었고 영화는 멋 모르고 따라서 최선을 다하니
칼같은 바위들이 여기저기서 위협을 하고 깍아지른 벼랑에 세찬 바람이
휘몰아쳐도 산위로 굽이쳐 오르는 바람처럼 가뿐하게 수백장이 넘는 봉우리의 위에 서자
그곳에는 비스듬한 비탈과 한쪽에는 두개의 바위를 세워 천막이라도 쳐 놓은듯한
곳이 나타난다.
그에 아소가 뒤따라 올라온 세여자를 보고 빙긋이 웃더니
"좀. 쉬었다가 할까?" 하고 말하자 흑미는 눈을 반짝이고 우화는 얼굴이 발그레해지더니
"전 괜찮아요. 오라버니는 좀 쉬세요. "하고 말하고 그에 영화가 울쌍을 지으면서
"오빠. 나. 요즘 이상해."하고 말하자 아소가 쳐다보니
"오빠와 언니가 하는 것을 보면 몸이 자꾸 근질거리는 것 같아." 하고 말하고 그에 흑미가
얄굳은 미소를 지으며
"히. 얼굴만 이쁜지 알았더니 감도 좋은가 보네."하고 말하자 우화는 얼른 영화를 데리고
비탈길로 내려가며
"저는 더한다구요."하고 뾰족하게 소리치자 흑미는 깔깔대며 웃으며
"호호호. 그래? 그래서 밤마다 속옷을 빠는 구나." 하고 말하자
우화는 고개를 획 돌려 눈을 흘겨준다.

아소가 아래를 내려다 보며 세여자가 무사히 봉우리를 내려가자
문득 하늘을 쳐다보고 그에 하늘에서 어느새 크고 작은 세마리의 괴조가 내려와 아조의 앞 바위위에 앉고 그중에 새끼괴조 두마리는 아소의 몸에 달겨들어 부리를 부벼댄다.
그에 아소가 그들을 쓰다듬으며 어미괴조를 보자
그제야 어미괴조가 입에서 하얀 뱀[백사]을 바닥에 떨구어준다.
그에 백사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도망치려다가 괴조의 발톱에 눌려 버리고
아소는 괴조의 행동을 이해할수 있어 가까이가서 백사의 머리를 잡자
괴조는 얼른 날개를 펼쳐 바람을 타고 날아 오르고 그에 새끼괴조는 미련이 남는듯
아소를 보며 기성을 지르더니 후다닥 날아 오른다.
그에 아소가 허공을 향해
"다음부터는 이런 것 가지고 오지마."하고 말하자
세마리의 괴조는 허공을 크게 선회한후에 사라져 버린다.
그에 아소는 백사를 바닥에 풀어주며
"뭐. 이곳도 좋은 곳이니 잘 지내보도록 해라."
하고 말한후에 미련없이 산을 내려가 버린다.
아소가 괴조를 만나고 난후부터는 기이하게도  영물들과  소통할수  있는 교감이 생겨
요즈음은 뭍 짐승들 마저도 사냥을  하지 않고 있다.
물론 흑미가 잡아온 짐승고기는 먹지만 스스로는 죽일수 없는 것이었다.
물속의 영물들하고도 곧잘 교감을 해서 기이한 물건들을 찾아내서 동굴에 보관중이기도 하다.
그러니 영물중의 영물인 백사의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을 알기에 아무리 내공에 좋다고 해도
영물을 죽여 영기를 취할수는 없는 일이었다.

광해군도는 범선이 들어와 자유롭게 움직일수 없고 소선을 가지면 파도를 이길수 없는 지형이다.
그렇지만 수백년동안 인간이 살면서 이곳에서도 움직일수 있는 작은 돗이 달린 쪽배가 생겨났는데 그것은 파도와 바람을 잘 아는 사람만이 배를 몰수가 있다.
하지만 그것에도 단점은 있어 넓은 바다에 나가서 장시간 파도와 싸우며 배를 몰수는 없기에
그배를 사공들은 광해소선이라 부르고 있다.
광해군도에서 유일하게 바깥하고 무역을 하는 곳이 있으니 그곳이 백리도였다.
그곳에는 농사를 지을만한 땅도 있어 수적이 아닌 원주민도 있고 커다란 항구와 어선들이 즐비해
그곳의 부두는 커다란 시장을 형성해서 여러개의 주루도 있고 기녀도 있다.
그곳의 모든 사내들의 화제는 온통 만인화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만인화와 하루밤을 자기위해 출항을 미룬 어선도 있을 정도였다.
영원히 무인도에서 세여자와 살수는 없는 일이기에 광해소선을 제작하는 백리도를 찾아
엉성하게 만든 쪽배를 몰고 세여자와 백리도에 도착한 아소가 처음 들은 소식도 만인화에 대한 것이었다.
일단은 소식을 듣자 산으로 들어가 흔적을 지우고 이틀후에는 항구에서 멀리 떨어진
민가를 찾아 나선후에 광해소선을 제작하는 촌락이 어디에 있는지 수소문해본다.
어미인 만인화를 구해도 일단은 배가 있어야 추격을 피할수 있고
쫒지 못하게 하려면  광해소선으로 운악봉으로 향해야 하는 것이다.

제선촌을 찾아 간 아소는 실망을 금치 못한다.
이곳은 거의 패촌이 되어 있는데 늙어 다죽어가는 노인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곳의 뛰어난 장인은 이미 광룡도주가 죽이거나 잡아갔고
남은것은 아녀자와 망치하나 들수 없는 노인뿐이란 것이었다.
하긴 그럴것이다.
수군과 청해진의 무인들이 광해소선을 제작한다면 광룡도가 가장 위험해지는 것이다.
그 배를 능숙하게 다룰수 있는 뱃사람이 있건 없건
불안한 불씨를 남길 필요는 없을테니 말이다.
잡혀간 사람도 살아 있지는 못할것이다.  제작기술이 수군에 전해지면 만드는 것은 시간문제이니...
그에 아소는 뛰어난 능력때문에 마을사람들이 거의 몰살되었다는 것을
마음아프게 생각한 아소는 자신이 가진 재물의 일부를 건네주며
"마을사람들과 적당히 나누어 쓰십시요.
 혹시라도 재물이 생겼다는 소문이 안나게 쓰시는 것이 좋을것 같군요."
 하고 말한후에 미련없이 자리를 떠난다.
이제는 하는수 없이 범선이라도 납치하던가 아님 범선에 몰래 숨어들어 육지로 향하는 방법밖에는 없어 한숨을 내쉰다.
수십명을 제압해 배를 몰게 하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고 그것이 성공해도
곧 바로 추적을 당하면 꼼짝없이 부딧치게 되고
몰래 범선에 숨어들어도 만인화가 사라진것을 알면 샅샅이 수색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아소가 객점의 객실창문으로  밖을 내다 보면서
막 범선에서 내리는 수부들을 바라보다 멀리 떨어진  기루와의 거리를 가늠해 보고는
"할수 없어. 저 범선을 끌고 광해군도로 들어가 난파당하면 쪽배로 갈아 탄후에
운악봉으로 향한다."하고 말하자 일행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추적을 당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죽음을 무릅쓰고야 쪽배로 군도를 간신히 빠져 나왔던 것이다.
그에 영화가 울먹이며
"오빠. 꼭 그래야해?" 하고 묻자  아소는 한참 영화를 쳐다보다가
"네가 잡혀 있는데 내가 모른체 하면 넌 어떤 기분이겠니."
하고 말하니 영화는 고개를 푹 숙이고 그에 우화가
"죽어도 같이 죽고 싶어요."하고 굳은 표정으로 찬성을 표시하는데
아소가 문쪽을 바라보며 긴장하고 흑미도 얼굴이 굳은체로
품에서 소도를 꺼내든다.
그러자 밖에서 엿듣던 인물이 급하게 자리를 피하고 그에 아소도
얼른 문을 박차고 나서 잽싸게 사라지는 인물을 뒤쫒기 시작한다.

아소가 그인물을 따라 잡은것은 인적이 드문 뒷산인데
도망치듯 움직이던 사내가 문득 뒤돌아서자  아소도 순간 멈춰서면서 창을 들자
사내는 빙그레 웃으며 등에 맨 도를 빼들더니
"하하하. 과연 용감한 사내로군. 범선을 탈취할 생각을 다 하다니..."
하고 말하더니 "어때 덤벼볼텐가." 하고 말한다.
가까이에서 보니 그는 이십대후반의 날렵한 몸매에 준수하고 귀티나는
 얼굴이 섬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했고 안정된 자세로 도를 쥐고 있는 것이 만만해 보이지 않았다.
아소는 군말없이 창을 내밀어 의지를 표시한다.
생사가 달린 비밀을 알고 있는 상대를 놓아줄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아소가 가진 창은 창이라기 보다 봉에 가깝다.
윤기하나 없는 시커먼 모습에 끝에만 짧게 뽀족해서 창이라고 볼수도 없지만
가벼우면서도 단단하고 끝은 쇠도 뚫을수 있게 날카롭고 예리해 유심히 보지 않으면 창이라 생각치도 못할 것이다.

거칠은 파도와 같이 쉴새없이 밀어닥치는 아소의 창을 그는 아주 부드럽게 유연한 동작으로
피하거나 창을 흘려버렸고 그 모습이 정통무가의 세련되고
가끔 공격할때의 하얀 빛이 감도는 도기를 사용하는 것에 아소는
허둥지둥 물러날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한번 시작하면 멈출줄 모르는 투지와 흑미와의 격전으로 특이한 모습의
동작과 기이하고 날렵한 움직임으로 대결은 벌써 한시진이 넘어가고 있고
그에 사내의 얼굴에도 당황하는 모습이 보이고 숨결이 거칠어진다.
물론 아소의 몸에서는 허연 김이 나올정도로 열기에 가득차고
땀이 비오듯 쏫아져 지친 기색이 역력한데 그래도 움직임은 갈수록 유연해지고
창끝이 날카로워 훨씬 고수인 사내도 어쩔수 없는 모습이다.
그에 사내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온몸의 기를 모아서
"야합."하는 소리와 함께 번개처럼 도를 휘두르자 아소는 창을 거둘새도 없이
바람처럼 전후 좌우로 움직여 피하는데 그모습이 바람앞의 등불같았다.

결과는 금새 나타났다.
피하지 못하고 온 기력을 다해 창으로 도를 밀어낸 아소는 막강한 도기에
창을 놓칠뻔하고 그여파가 팔과 몸에 오는 충격으로 퉁겨지듯 일장이나 물러나 털썩 주저앉고 만다.
그러면서도 한쪽 다리를 구부려 움직일 자세를 취하는 아소를 보고
"훌륭한 기세군."하고 도를 도집에 넣은 사내가
"난. 백리도의  군현진이라고 한다.  도주의.... 일곱째 아들이지."
하고 말하자 어짜피 실력으로 누를수 없는 상대라 생각한 아소가
"난.  아소라 하오."하고 말하니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아이라.... 실력은 출중한데 스스로 터득했나?" 하고 묻자
출신에 대한 물음인줄 알기에
"뭐. 만인화의 아들이요."하고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사내가 눈을 빛내며
"아.  그랬었군." 하고 놀라더니
"청해소선이 필요하다고 하던데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서 인가?" 하고 물어보니
그제야 아소는 적지 않이 안심을 한다.
우연히 엿들은 것이 아니고 제선촌의 노인이 말해줘서 잡으러 왔다면
혼자 오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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