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유부녀 & 유부남 ( 9 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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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6,210회 작성일 17-02-12 11:26

본문

 
 

 

    *     *     *     *     * 

 "어이그.. 저 궁상..!"

남편은 아침 먹고 TV, 점심을 먹고 나서도 TV를 끼고 있다.
그것도 일어날 때의 옷차림 그대로 침대에 대자로 누워서 보고 있다.

정말이지 못마땅하다.
남편은 방학하고부터 열흘 동안 한번도 외출을 하지않았다.


내 눈길이 자꾸만 창밖으로 향한다. 그이가 왠지 기다릴 것만 같은 느낌이다.

 "남자도 나 만큼..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할까..?"

설거지와 청소를 끝내고 거실 소파에 웅크리고 앉은 내 머릿속에는 오로지 남자 생각뿐이다.


담배를 끊으면 금단 증상으로,
매사에 의욕도 사라지고, 기력도 없이, 오로지 담배 생각만 난다는..언젠가 읽었던 글처럼,
나는 그 남자에 대한 금단 증상을 앓고 있다.

여연가가 오로지 한 모금의 담배만 생각하 듯이 온통 그이 생각뿐이다.

그럴수록 아랫도리 중심부가 뻐근해지면, 결국 그 끝은 남편에 대한 미움으로 이어진다.


오죽했으면 조금 전에 식탁에 마주 앉아 식사를 하다 말고,
꾸역꾸역 밥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는 남편의 그 모습이 보기싫어..일어섰을까.

사람이 미우면 밥먹는 것도 밉다고 했던가? 내가 그렇게 변해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남편과의 섹스다.

그를 만나면서부터 남편이 내 몸을 더듬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소스라치게 놀란다.
한두 해도 아니고 익숙한 남편 손길이었는데, 정말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놀람을 내색하지 않으려고 온 몸에 힘을 주면 자연히 내 아랫도리는 경직되고,
당연하다는 듯이 남편 성기의 삽입을 거부하게 되는 생리적인 현상이 일어난다.

그럼, 애액이 흐르지도 않을텐데 어떻게 그런 자신의 몸을...?

결국 섹스를 거부할 수도 없는 상황일 때는..별 다른 도리가 없어,
남편에게 들키지 않게 음부입구에 침이라도 발라서 삽입을 도와야했다.


부부 사이라도 강제성을 띤 섹스는 거부할 수 있다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다.

만약시라도 그랬다가는 잠 자는 아이들이 깰 정도로 혼자 소주를 마시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은 물론이고,

결국에는 강제로 남편에게 벌려져 당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남편은 나의 섹스 거부를 항상 그런 식으로 해결했으며 그 뒤끝은 더 무서웠다.
거의 며칠 동안은 술을 마시고 매사에 트집을 잡으니까.


어제 밤이었다.

아이들이 큰 이모 집에 간 터라 남편은 초저녁부터 능글맞게 웃어대더니
9시 뉴스 끝나기 무섭게 나를 침대로 끌어 당겼다.

나는 딱! 소리가 나도록 눈을 감고는 남편이 하는대로 내버려두었다.

그리고,
거의 강제로 벌려져 남편 성기를 수용해 들이는 동안, 나는 그이에게 용서를 빌고있었다.

 "미안해요.. 당신에게만 안기고 싶은데, 어쩔 수 없잖아요.
 힘들어도 어떻게 해요..아니면, 나를 구해 주던지..."


거칠게 헉헉!! 거리는 남편 신음은 커녕..내 귀에는 아뭇 소리도 들리지 않아
남편이 언제 내 몸위에서 떨어져 나갔는지도 전혀 몰랐다.


[당신 왜 그래..? 예전엔 내가 싫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올라타던 사람이..]

샤워를 하려고 일어서는 내 등 뒤에다 대고, 퉁명스럽게 뱉어내는 남편의 말이었다.
속으로는 뜨끔했지만 남편이 내 얼굴을 보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욕실에 들어서자마자 쪼그리고 앉은 나는,
방금 전에 음부속에 싼 남편의 사정액을 힘을 주어 짜내고, 또 짜내었다.

그리고는 샤워 물줄기로 씻고 또 씻어냈다.

그런 나 자신이 너무나 한심스러워서 두 눈가에 눈물까지 맺혔다
남자가 보고 싶어서..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내 처지가 애틋하고 슬퍼서였다.


아직도 나흘이나 남았다.
남편이 해외 연수를 떠나고 그이를 만날 수 있는 날이...

    *     *     *     *     * 


남녀의 섹스는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쌍방간의 뜨거운 섹스는 상대방을 강렬하게 원할 때만 가능한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녀의 남편이 해외 연수를 떠난 날 오후였다

외투깃을 세운 채 총총히 약속 장소에 나온 안아주 그녀는,
차에 타자마자 서슴없이 내 품에 안기며 바지위를 어루만져왔다.


[나 정말.. 하고 싶었어요. 얼마나 오늘 이 날이 오기를 기다렸는지 몰라..]

전혀 부끄러운 기색없이 나를 쳐다보는 그 표정에는, 욕망이 불꽃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나 역시 참고 참으며 손꼽아 그 날을 기다려 왔었기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마찬가지로.. 나 역시 아주씨를.. 정말 보고 싶었어요]


차를 출발시키지도 않고 입술을 부딪친 우리는 이미 처음 그때의 우리들이 아니었다.

긴장과 불안감으로 혹시라도 누가 보는 사람은 없을까 조마조마 앞뒤를 살피며,
도망치 듯이 좁은 길을 빠져 나오곤 했는데..

인간이 얼마나 몰염치해 질 수 있는지 그 단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쪽쪽!!
소리가 나게 서로의 입술을 빨아대는 그 순간에도 내 바지위에서 손을 거두지 못하는 그녀,

마치 그동안, 어디 떼어놓고 다닌 것은 아닌가..
제대로 달려있기는 한 건가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것같아 속으로는 피식! 웃음도 나왔다.

[왜..? 없어졌을까봐..그래요? ]

[아이..누, 누가.. 그냥 잘..있나 만져본 거에요 ]

잘 있었나 만져본다니.. 나 참..
운전에 방해가 될 정도로 내쪽으로 몸이 기울어진 그녀는, 쉬지않고 왼손을 움직여댔다.

 

잎새가 다 떨어져버린 을씨년스런 나목들이.. 차창밖으로 스쳐 지나간다.
알음알음으로 우연히 오게된 교외의 산장.

산장이라기 보다는 오리 주물럭이나 옻닭 등을 메뉴로, 우리같은 불륜들을 상대하는
그런 음식점겸 숙박시설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같다.


아무튼 주차를 하고 방으로 이동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잠시도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마치 어미닭을 쫓아가는 병아리처럼 종종걸음이다.


문고리를 나보다 먼저 잡아 당기는 그녀.
쌕쌕 코막힌 숨결소리가 벌써부터 나를 채근하는 것같았다..


아니나 다를까..방에 들어서자마자 새삼스레 뜨거운 입술을 부딪쳐오며,
성급하게 내 바지에서 성기부터 꺼집어 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서둘 수록 나는 침착해질 필요가 있었다.
괜히 하는대로, 나까지 성급하게 동조했다가는 섹스를 망치기 일쑤였으니까.

더군다나 오늘은 제대로 씻지도 못했는데, 사정없이 입에 물고 빨아재끼니..
미처 미안한 마음이 생기다가 말 지경이다.

앞뒤로 거칠게 움직이는그녀의 머리를 가만히 쥐어잡아 들어올렸다.

[서둘지 마..시간 충분하잖아..! 샤워하구..당신이 원하는 만큼 해 줄께..응?]

[아이~! 나는 목욕하구 왔는데..]

[그래두 그렇지..난..종일 씻지도 못했다구..]

[괜챦아요..안씻었음 어때.. 벌써 내가.. 입으로..]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하자 그제서야 내 말 뜻을 알아차렸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욕실에서 간단하게 씻고 나오자, 술잔에 맥주를 따루고 있는 그녀,
그새 벌써 홀라당 벗고는 대담하게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이다.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싶어서 맥주 잔을 기울이는데..
털푸덕! 방바닥으로 내려앉은 그녀.

뭘 이런 걸..하는 식으로 내 몸 하체를 가린 타올을 서슴없이 벗겨내었다.

말끄러미 고개를 숙이고 있는 성기.
하여튼 이 여자.. 남자 고추 먹는데는 아주 선수다.


은근히 아랫배에 힘을 주고 미동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착착 감겨드는 그녀의 혓바닥질에는 별 도리가 없다.

 " 쬭쬭..쭙쭙..할짝할짝.."

나는 터져나오는 낮으막한 신음을 맥주와 함께 씹어 삼키며, 내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고있는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살살 쓰다듬었다.

톡! 쏘는 맥주의 시원함, 그리고 성기에서 느껴지는 지릿한 쾌감...을 즐기는 나는,
담배까지 한 대 피워 물고 여유를 찾으려했다.

내가 느긋하게 서둘지않자 안달이 난 모양이다.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며 성기뿌리까지 삼킬 듯이 목구멍 깊숙히 담고는 흡흡 거린다.


이제는 나의 차례다.
허망하게 그녀 입에다 사정을 할 수는 없었으니까..

캔버스를 세운 나는 화가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무엇을 그릴까 가늠할 필요도 없이 무작정 손과 혀로 쭉쭉 선을 그어댔다.


그녀가 꺼뻑! 죽을 듯이 자즈러지면, 혀끝으로 가느다랗게 원을 그려주고,
손끝에 물감을 듬뿍 묻혀 톡톡 치대면서 튕겨내기도 했으니,

그런 섹스 테크닉은 정말 내가 생각해도 장족의 발전이었다.


이윽고 굵은 성기붓대로 빠르게 그리고 쉬지않고 찌르는 붓질을 퍼부어댔다.

 "이런..또 죽네..죽어..." 

온 몸을 사시나무 떨 듯이 떨어대면서도 연속되는 극치감을 놓치지 않으려는 그녀의 행패.
깨어났나 싶으면 어느 새 또 죽음 직전에 이르러 내 목줄을 마구 조여댄다.

세상에 어디 이런 여자가 또 있을지..
그 끝이 없는 절정의 오르가슴속에서 차라리 이 상태에서 죽었으면 하고..
옹알이까지 다 해 대었다.


그렇게 격렬한 섹스가 끝났을 때,
물에 젖은 휴지조각처럼 늘어진 나는 잠깐 잠이 들었었고,
누군가 흔들어 깨우는 몸짓에 천천히 눈을 떴다.


그 사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우리 옆방에 들어온 커플이 있는 모양이다.
벽을 타 넘어 들려오는 고양이 울음소리..

그건 틀림없이, 아까 우리가 만들어 내었던 그 음향과 거의 비슷한 소리였다

여자의 교성, 그리고 헉헉 거리는 남자 숨소리.
마치 싸대기를 때릴 때 울리는 그 찰싹거림의 마찰음..


[난, 저 여자보다.. 더 잘 할 수 있는데....]

안아주 그녀는 슬쩍 내 눈치를 보더니,

내가 잠들면서 함께 고개 숙였던 성기를..요 땅 하고 준비 자세에 들어서도록
순식간에 입에 물고는 빳빳하게 일으켜 세웠다.


기분 탓인가..아님 옆방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에 자극을 받아선가..
아까보다 더 꼿꼿하게 불끈거리는 성기..

생각하면 할수록 웃음이 터질 것같다.
본의 아니게 옆방과 우리 방이 떡메질 경쟁을 시작했으니 말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의 교성은, 옆방에서 들려오던 괭이 울음소리를 잠식해 들어갔고,
그리고 내가 사정할 무렵엔 산장전체를 질러질러로 평정해 버렸다.

 

[우리.. 내일이나, 모레.. 여행가요.  당신과 하룻밤 보내고 싶어요..신혼여행처럼..]

돌아오는 승용차 안에서,
여전히 손 하나를 어딘가에 두고 조물락 거리면서 은근하게 속삭여오는 그녀.

나는 대답을 미룬 채 묵묵히 전면만 응시했다.
노면이 군데군데 살짝 얼어있기도 했지만,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처음 만날 때의 신선함이나, 가슴 설렘, 소년이 갖는 소녀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기대,

물론 사춘기의 풋사랑은 아니지만 왠지 그런 환상은 오간 데 없이,
둘이 만나면 오로지 섹스만 해대고 있는 현실이 못내 씁쓸했기 때문이다.


내가 대답없이 잠자코 운전에만 신경을 쓰고있자..잠시 머뭇거리며 내 눈치를 살핀다

[..시간이 없으면.. 이건 어때요..?]

[............?!]

[엊그제 눈이 내릴 때.. 그런 상상을 했어요.. 영화처럼..요.
 아무도 없는 눈밭에서 당신과 단 둘이..사랑을 나누는.. 당신, 못만나는 그 시간 동안..
 그 상상하면서.. 나, 얼마나 행복했는지 알아요? ]


피식! 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도대체 지금 나이가 몇 살인데..
마치 소녀처럼 얼굴을 붉히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건지..모르겠다.

순진한 건지 맹한 건지..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그녀가 조금은 답답해보였다.

    *     *     *     *     * 


집으로 가는 오르막 골목길로 접어들면서 나는 뒤를 돌아다 보았다.
혹시나 남자가 지켜보고 있지 않나 해서였다.

아니 집이 가까워 올수록 발걸음이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해도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남자를 만나러 나가는 시간부터 시작해서, 섹스를 끝내고 모텔을 나와야 할 때 까지의 나,
모텔을 나와서 이렇게 집으로 가는 골목길을 걷고있는 나,

그리고 집에서 살림만 하고 있을 때의 내가 제 각각이니 마치 내가 세사람 행세를 하는 것같다.


그이의 만나자는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나는 무조건 남자에게 순종한다.
마치 섹스의 노예가 된 것처럼,

온 몸의 세포들이 남자를 향해 촉각을 세우고, 그가 원하는 것을 감지해 내고,
그리고 남자가 원하지 않더라도 내가 한 발 앞서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성급한 마음에 차에 타자마자 남자의 성기를 만졌고,
방에서 둘이 되자마자 남자를 내 음부에 넣고 싶어서 입에 물고 성기를 애무했는데..

나를 조용히 밀어내는 그이,
한두 번 실랑이는 했으나 결국 고분고분 순종했었다.

남자를 통해서 결국은 만족스런 섹스까지 치루고 나면 나 자신 스스로도
자랑스럽고 마음이 흐뭇해진다.
 
여기까지의 내가 그에게 섹스노예가 된 나라는 여자의 모습이다.


하지만 모텔에서 나올 무렵이 되어,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씻으러 욕실로 가야 하는 시간부터는,
마치 숙제를 하지 않아서 학교에 가기 싫은 아이처럼 게을러진다.

흐트러진 머리를 만지며 화장을 할 때도, 옷을 입을 때도,
이 방을 떠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뿐이고,

또 지금처럼 골목길을 걸어서 집으로 갈 때는 몇 번이고 되돌아서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다가 일단 집안에 들어서면 나는 주부로 돌아오고 아줌마가 된다.
정말이지 별 볼일 없이 살림하는 평범한 여자에 지나지 않는다.


집에 들어왔을 때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이미 식사를 끝내고 TV를 보고 있었다.

[엄마.. 왔어 ...?]

큰 아이만 건성으로 인사치레를 할 뿐,
왜 늦었는지, 어디 갔다 왔는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남편, 아니 독재자 같은 아버지가 없는 공간을 마음껏 독차지 하고 앉아서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외투를 벗어 소파에 걸쳐 놓고는 주방 식탁 의자에 앉아 찻 잔과 마주했다.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교차한다.
아이들이 다 컸다는 생각, 그런 아이들이 조금은 야속하기도 했고,

혹시 그이가 전화해 주지 않나 하는 기대감,

남편의 연수로 모처럼 만에 얻은 해방감에 어디 갈 곳이 없나,
그런 생각들 끝에 남자가 나를 데리고 어디던 가 주었으면 싶었다.

이번 같은 절호의 기회에 정말 남자와 함께 하룻밤을 바닷가에서 보내고 싶다.
하지만 그가 안 된다고 하면 어쩌지...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그 시간들이 아깝다는 생각이다.

오늘부터 남편이 돌아오는 날까지, 나는 해방이며 자유가 아니라..
 "며칠밖에 안 남았는데" 라는 아쉬움에 괜히 마음이 바빠져 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큰 아이가 옆에 다가와 내 목에 팔을 두른다.

[엄마..! 우리 떡볶기 하고, 순대시켜 먹자, 아니 피자 시켜 먹자,
 양념 통닭하고... 응? 아빠도 없잖아..]

 "아빠도 없잖아"라는 말에 아이들이 안됐다는 생각이 가슴에 와 닿는다.
군것질..외식..? 남편이 집에 있으면 생각지도 못 할 일이다.

아주 오래 전에 아이들이 하도 졸라서 통닭을 시킨 적이 있었다.
남편의 눈은 도끼였다.

 "그거 한 마리 값이면 다섯 마리는 사다가 한 사람이 한 마리씩 먹겠다.
 사치다. 언제부터 집에서 통닭을 시켜 먹었어?
 세상이 이러니까 망쪼가 들지...
 허리끈 조르고 졸라도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판국인데..분수들도 모르고.."

그 날 남편은 한 조각의 닭고기도 입에 넣지 않았고,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통닭 조각을 입에 넣는 대신 장황하게 늘어놓은 설교를 귀로 먹었기 때문이다.

모처럼 시켜 온 통닭은 철모르는 막내가 두어 조각 먹고 고스란히 버려지고 말았다.


아이들은 남편이 집에 들어오면 저희들 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꼼짝 않고 스스로를 구속하며 살아 왔다. 남편은 말없는..구치소의 간수 아닌 간수였고..

[만약에.. 아빠하고 엄마가 이혼하면 누구하고 살래..?]

배달되어 온 피자와 양념 통닭에 머리를 박고 있는 아이들은,
웬 뚱딴지냐는 식으로 나를 힐끗 쳐다보고는 대답들이 없다.

 "내가.. 저런 아이들을 두고...?"

가슴이 메이고 울컥하는 마음에 눈시울이 뜨겁다.

그런데도 문득문득, 남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 찾아가서 한번 보았으면 하는 생각.
이런 나를 나 자신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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