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혼자하는 즐거움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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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164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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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프리마돈나
서장님, 제가 서장님께 누가 될지도 모르는 사적인 일로 서장님을 뵙자고 한 것은, 제 생각입니다만, 서장님 부친께서도 저희 사모님과 교분이 두터웠던 것같고, 서장님 또한 사람 사귀기를 꺼리던 저희 사모님으로서는 드물게 가깝게 여기시던 분이라, 이런 상황에서는 서장님이 불행히도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서장님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저희 사모님은 가족은 물론 가까운 친척 하나 없는 외톨이가 아니었습니까.

그래요, 제 생각으로는 사모님께서 마음 고생을 하시다가 돌아가신 것 같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건대, 저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만, 서장님께서는 기이한 일로 여기실지도 모르죠.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사모님 방에 들어가기 전에 저와 얘기를 좀 나누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위스키를 한 잔 대접할까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서장님, 벌써 삼십육년이 흘렀군요. 제 나이 스물둘에 사모님 시중드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사모님은 인기가 절정이었습니다. 오년 뒤에 은퇴를 하셨죠. 사십대 초반이었을 겁니다. 그 나이에 벌써 예술적 감각도, 살아온 인생도 시들고, 좀 씁쓸하셨을 겁니다.

그날 이후 사모님께서는 아무도 만나시지 않았습니다. 신문기자들이 그 뒤 한 십년 정도 계속 찾아와서 귀찮게 굴긴 했습니다만. 사실, 그날 이후로 사모님께서는 한번도 이 집을 떠나신 적이 없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제가 바깥세상과의 유일한 연결고리였습니다.

남자들요? 그 뒤로는 아무도 이 문지방을 넘어서지 않았습니다, 서장님.

저 말씀입니까? 농담이라도 그런 말씀은 마세요, 서장님! 저는 이 집의 가구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모님께서도 결코 다르게 보시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서장님, 그것은 사실입니다. 사모님께서는 한번도 방을 비우신 적이 없습니다. 이 큰집에서 사용하는 공간을 조금씩 조금씩 축소하시더니, 결국 이 방에 칩거하셨고, 이 방에 딸린 욕실과 내실만 쓰셨습니다.... 내실에 대해서는 좀더 설명을 드려야겠습니다.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오묘할 겁니다. 사모님께서는 저를 전적으로 신임하셨습니다. 그래서 값비싼 보석 장신구들을 아무데나 벗어던져 놓고, 저로 하여금 그것들을 치우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내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저도 한참 후에 알았습니다.

직접 보시면 아시겠지만, 내실은 은밀하게 꾸며진 침실입니다. 내벽 뒤에 침대가 숨겨져 있고 문은 항상 굳게 잠겨 있습니다. 이 집에서 저의 발길이 닿지 않는 유일한 곳입니다.

물론, 서장님, 고백하건대, 제가 이 내실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갖은 애를 다 썼던 것은 부끄럽지만 사실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린애 같은 호기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런데 몰래 문을 열어보고 나서 또 다른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왜냐하면 거기에 서랍장이라고 할까요, 용어 선택이 제대로 된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것이 놓여 있었습니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벽을 파고 거기다 함을 차곡차곡 쌓아 놓았는데 꼭 신전의 지성소 같았습니다. 그래요, 제가 이 무수히 많은 함들 앞에서 받은 인상이 그랬습니다. 함마다 이름 하나와 날짜 하나가 새겨져 있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단 하나의 날짜만 새겨져 있었어요.

이름요? 어떤 이름은 아주 잘 알려진 이름이었습니다....

그래서, 한순간 뭐랄까요? 위패 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그때까지 살아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 그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언뜻 한번만 봐 가지고는 도무지 수수께끼를 풀 수 없었습니다.

서장님, 저희 사모님께서 집을 비우신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것은 좀 과장된 것입니다만, 밖에 나가시는 일은 정말 드물었습니다. 이 자물쇠가 비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이었어요.... 부끄러운 말씀을 드려 죄송스럽습니다만... 아침식사 시중을 들면서....

사모님께서 막 자리에서 일어나시려던 참이었어요. 그 순간 제가 침대 위에서 이상한 물건 하나를 발견했던 것입니다. 웃음이 나오더군요. 사모님께서도 저와 동시에 그 물건을 발견하고 얼른 침대 시트 사이로 그것을 감추셨어요.

그날부터 저는 사모님 방 열쇠 구멍에 귀를 대고 엿듣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오늘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조차 쑥스럽습니다만, 심심찮게 멋진 구경거리가 펼쳐졌습니다. 뇌쇄적이었다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 말씀 이해하시겠습니까?

그런 유희가 제겐 즐거웠습니다. 누구에게나 약한 부분이 있기 마련 아니겠습니까? 사모님 방문에 기대서서 몇 시간씩 보내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제 말씀 계속 들어 보실래요?

자, 그럼 계속하겠습니다. 사모님께서는 때때로 물건을 손에 들고 내실 밖으로 나와, 지난 일들을 낮은 목소리로 주절거리곤 했습니다. 목소리를 낮추긴 했지만 충분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아시겠지요. 이렇게 해서 저는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모님께서는 조숙하셨고, 기억력 또한 비상하셨던 모양입니다. 기분에 따라 회상하고 싶은 추억을 마음대로 선택하셨습니다. 어떤 것들은 특별히 애지중지 하셨더랬습니다.

수집품이라고 말씀하셨죠, 자그마치 일흔 넷이나 됩니다. 맨 먼저, 첫사랑의 남자가 자기 물건을 주형으로 떠 주었던 모양입니다. 어쩌면 사모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시켰는지도 모르죠. 아이디어가 재미있었던지, 사모님께서는 그 취향을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기술도 진보해서, 처음에는 석고였던 것이 나중에는 합성수지로.... 어떤 것들은 과거의 활력을 잃고 누더기처럼 남루해졌습니다. 그래도 그 물건들에 대한 사모님의 순정은 변치 않았습니다. 특히 그것들만 손으로 만지작거리면서 혼자 말을 주절거리셨으니까요. 본래의 모습을 잃지 않은 물건들은 사모님께서 외로움을 달래는 도구로 사용하셨습니다.

방에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 날밤, 오호통재라! 저는 문에 붙어 서서 엿듣지 않았습니다. 어느 광란의 밤을 회상하셨는지, 어떤 추억을 되씹고 꿈꾸셨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이성을 잃으셨던 모양입니다. 욕심이 좀 지나치셨어요. 침대시트 속에서 발견된 물건은 한 개만이 아니었습니다. 당신께서 선호하시던 물건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베르나르 의사선생님이라고 말씀하셨죠. 그분은 확실한 분입니다.

서장님, 저를 이해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15 유혹

결혼 십팔 주년, 그 동안 아무 탈없이 오로지 가정생활에만 충실했던 내가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 갑자기 남편 몰래 바람을 피기로 작정했다. 유행을 따른 것이 아니라 내게 아직도 남자의 마음을 끄는 구석이 남아 있는지를 테스트 해보기 위해서였다. 주변에는 좀처럼 깨질 것같지 않던 혼인서약을 파기하고 파경에 이른 부부가 한둘이 아니었다. 구세대처럼 보일지 몰라도 우리 부부는 금실이 좋았다.
바람 피기로 작정은 했으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상대를 구하는 일이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우선 상대를 주변에서 찾아보았다. 여러 남자들의 용모와 체격을 검토해 보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 십팔 년이라는 세월이 다르게 흘러간 것이 아니었다. 기회도 없었고, 유혹하는 사람도 없었다. 욕망이 생기지 않는 사람에게 달려들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주의 깊게 관찰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주변의 남자들은 아무도 내 속에서 일기 시작하는 정염의 불씨를 지펴주지 못했다. 남자를 후리는 기술은 잊은 지 오래였다. 내 눈길 속에는 상대에게 욕망의 불꽃을 튀게 하는 탐욕스러운 호기심도 존재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서글프지만 이것도 고백하자. 내 마음을 빼앗는 남자도 없었지만, 남자들도 내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열이면 열 다 그랬다. 하지만 언젠가는 만나게 될 그 남자에게 나는 모든 것을 다 바치리라. 물론 나의 빈약한 성지식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겠지만. 나는 내 몸의 앞과 뒤를 다 바칠 각오를 했다. 상대가 원한다면 그보다 더한 것도 헌사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었다. 상대는 아마 지상 최대의 유희를 즐기게 될 것이다. 몇 주일 동안이나 상대를 찾아 헤맸지만 헛수고였다. 마침내 나는 포기하고 말았다.
"할 수 없지."
나는 생각했다.
"아마 나는 한 남자의 아내로 만족해야 할 모양이야.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아니고, 성격도 일품이지, 잠자

리에서도 그토록 오랫동안 한번의 실패도 없이 나를 잘 만족시켜 주지 않았던가."
나는 늦바람의 꿈과 환상을 일단 접어두기로 했다.
그런데, 계획이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것이 세상일인가 보았다.
어느 날 저녁 한 고급 식당에서였다. 눈빛이 영롱한 한 중년의 남자가 내 옆 좌석에서 수준 높은 매력을 한껏 발산하고 있었다. 오십대 초반쯤 될까. 스포츠맨 풍모의 날렵하고 우아한 체격, 입가에는 부드러운 미소까지 띄우고 있었다. 이렇게 멋있는 남자가 옆 좌석에 자리를 잡고 내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그런데, 여자 종업원들의 짧은 치마에 자주 시선을 던지는 것으로 보아 이 남자도 여자를 꽤나 밝히는 모양이었다. 여자 종업원들도 싫지 않았던지 그의 끈적끈적한 질문에 맞장구를 쳤다.
내 입에 군침이 돌았다. 한마디로 그 남자는 운이 좋았다. 우리는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헤어졌다. 다시 만나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그가 나를 바래다주면서 키스를 시도했다. 나는 입술 가장자리까지만 허락했다. 느낌이 제법 강하게 전해 왔고, 바람을 피우고 싶은 마음이 더욱 돈독해졌다. 하지만 급하게 서두르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는 아니었다.
그 다음에 만났을 때, 그가 또 입술을 원했다. 사실, 난, 키스라면 질색이었다. 그러나, 연애의 발전 과정에서 키스는 건너뛸 수 없는 필수적인 단계였다. 나는 이 단계를 과감하게 받아들였다. 싫지 않았다. 처음 영성체를 하는 소녀처럼 얼굴을 붉히며 희열까지 느꼈다. 능란한 그는 그 정도에서 멈출 줄 알았다.
몇 시간 후, 차 속에서 그가 손가락 하나로 내 손을 애무했다.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빌어먹을!'
나는 혼자 속으로 말했다.
"별것 아닌 이런 스침에도 그토록 흥분을 하다니! 알

만하군...."
나는 블라우스 단추를 풀고 그의 손을 잡아 손등을 내 오른쪽 젖가슴에 갖다 대었다. 그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서였다. 교통량이 많은 곳이라 운전에 정신이 팔린 그는 자기 손등이 어디에 닿아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가 나의 따뜻한 피부를 부드럽게 애무했다. 그의 손등이 발딱 선 내 젖꼭지에 닿았을 때 그는 소스라치며 놀랐다. 운전석을 박차고 나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가 주위의 질주하는 차들을 잊은 듯, 내게 고개를 돌리고,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손바닥으로 내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한 번도 겪어 본 적이 없는 강렬한 접촉이었다. 차는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다. 우리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가 그런 행동을 한 것은 고의였었다. 돌아오는 길에 찻집에 들렀으나, 우리는 한마디 말도 나누지 않았다. 나를 바래다주면서 그가 오늘 저녁시간은 보통 때와 다르게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안돼요."
내가 말했다.
"욕망이 생기는지 알아보려고 그랬을 뿐이에요. 욕망이 식지 않고 계속된다면, 그때 받아들이겠어요. 내게 확신이 설 때까지 기다리세요".
몇 주일 후 다시 만났을 때, 내 마음은 여전히 그에게 사로잡혀 있었다. 저녁 내내 함께 있어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유머가 넘쳐흘렀고, 더 강렬하게 유혹해 왔다. 그의 눈길 속에 은근히 스며있는 무언의 욕구가 재미있게 느껴졌다. 맙소사! 드디어 운명의 순간이 다가온 모양이다.
호텔은 휘황찬란했다. 우리는 우선 축배를 들었다. 그가 차를 고치다 묻은 기름때를 핑계 대고 욕실로 가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나는 남은 위스키를 마저 마셨다. 이빨이 떨렸다. 억제하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빨간 스카프를 두른 내 모습이 그로테스크해 보였다. 그가 욕실에서 나왔다. 순간, 그가 사납고 무서운 늑대처럼 느껴졌다.


욕정이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낡은 자존심이긴 하지만 한번 한 약속은 지켜야했다. 변덕을 부리기에는 너무 늦었다. '형편없는 남자는 아니어야 할텐데....' 이렇게 소망하는 나의 위선이 서글펐다.
우리는 마주 보고 섰다. 내가 블라우스의 단추를 푸는 동안, 그는 와이셔츠를 허리께까지 내렸다. 상반신을 벗은 채 우리는 서로에게 다가갔다. 살갗이 맞닿자 전기가 일었다. 나는 남은 옷을 마저 벗고 침대로 가 누웠다. 그가 성급하게 옷을 벗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건장하고 우람한 체격이었다. 하지만 고집스럽게 등을 돌린 자세로 일관했기 때문에 발기한 그의 앞몸은 볼 수가 없었다.
그의 입술이 어깨에서 유방으로, 배꼽까지 미끄러져 내려오다가 다시 올라갔다. 그의 눈길이 내 눈길과 마주쳤다. 그는 시선을 내 눈에 고정하고 움직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내 손이 그의 몸을 탐색했다. 피부가 엄청나게 부드러웠다. 상상했던 대로였다. 내 손이 그의 엉덩이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그의 몸이 굳어졌다. 나는 더 이상 고집하지 않고 어깨 부위로 손을 철수시켰다.
이 삼분쯤 지났을까, 그가 내 두 다리 사이에 무릎을 슬그머니 끼웠다. 내 속으로 들어오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너무 일렀다. 아직 내게는 두려움과 경계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손장난으로 시간을 끌어야겠다는 생각에서 그의 성기를 잡았다. 그는 접촉을 느끼자마자 재빨리 내 손을 뿌리쳤다. 나는 그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두었다. 그의 즐김은 수선스럽지 않고 조용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아! 그러던 그가 다시 다정하게 굴며, 내게 키스 세례를 퍼부었고, 내 몸 위에 엎드려 오랫동안 나를 바라보았다.
'브라보!'
나는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네가 원하던 것이 바로 이거 아니던가? 좋은 교훈이 될걸...."


런데, 역시 남자는 힘을 빨리 회복하는 동물이었다. 그는 다시 나를 턱에서 배꼽까지 부드럽게 애무한 다음, 2회전에 돌입할 자세를 잡았다. 이번에도 일을 서둘러 해치운 그는 만족스런 표정으로 내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말씀이 별로 없으시군요."
내가 말했다.
"무슨 말을 해줄까? 당신은 피부가 매끈하고, 입이 예뻐...."
오케이. 더 이상 요구하지 말자.
그가 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만졌다. 나는 그에게서 빠져 나와, 내 욕망을 부채질하고 두번씩이나 무람없이 나를 공격한 그의 몸을 살펴보았다. 내 시선이 그의 둔부에 이르렀을 때, 그는 수줍은 듯 시트를 끌어올렸다. 실패였다.
우리 사이에는 여전히 침묵이 흘렀고, 그는 세번째 공격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그는 내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내 허벅지를 살금살금 어루만지다, 여세를 몰아 내 배 위로 올라왔다. 그가 알고 있는 체위는 정상위, 그것 하나밖에 없는 모양이었다.
빌어먹을!
혼전 경험이 적지 않았던 나로서도 이해하기 힘든 기이한 행동이었다. 이 남자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었다. 아니면, 내가 그를 얼어붙게 만드는 것일까?
그는 엄청난 기록을 세워 자랑스러운 듯, 승리감에 도취된 눈을 하고, 주섬주섬 옷을 꿰입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그의 성기는 볼 수가 없었다.
그는 세심하게 침대 시트를 여며주는 성의를 보인 뒤, 예의바르게 작별을 고했다.
"다음에 봐."
다음에 봐? 이 짐승!
나로서는 후회할 게 없었다. 망측함에 웃음 짓고, 실망으로 눈물을 흘리다가, 정신이 몽롱해져 잠이 들었다.
한동안 그를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잊은 것은 아니었다. 그의 모습이

떠오르면, 호기심이 일어 견딜 수가 없었다. '그건 아마 병적 증상일 거야.' 나는 생각했다.
"어떻게 그 순간에 그렇게 굳어버릴 수가 있을까? 그러고도 쾌감을 얻는 것일까? 어쩌면 나처럼 소심해서 그런 건지도 몰라."
기회가 오면, 더 자세히 알아볼 작정이었다. 또 만났을 때, 이번에는 내가 이니시어티브를 잡고 그의 옷을 벗겼다. 그가 부끄러워하며 약간 몸을 비틀었지만 그렇게 강경하지는 않았다. 그의 허리춤까지 미끄러져 내려갔던 내 두 손이 그의 팬티와 바지를 한꺼번에 끌어내렸다. 그의 성기가 한눈에 들어왔다. 지금까지 봐 왔던 것과는 다르게 생긴 것이었다. 유태인...? 내가 유태인과 관계를 맺다니!
"천만에, 할례를 하면 이렇게 되지 않아. 이건 포경이라고 하는 거야."
그가 말했다.
아, 그래. 그럼, 이런 물건은 어떻게 다루는 건가? 이런 형태의 남자 성기는 결혼 전에 한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었고, 그후 내게 거의 유일한 성교육 기관이었던 남편도 이런 사례에 대해선 비극적이지만 전혀 언급하지 않았었다.
처음이지만 그럭저럭 잘 해결한 모양이었다. 내가 그의 물건을 만질 때마다, 그는 경련을 일으키며 신음을 토해냈다.
그는 흥분을 식히는데 한시간을 허비했고,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에두름없이 나를 소유해 버렸다.
다시 일을 벌이려는 순간, 나는 그의 가장 은밀한 곳에 입술을 디밀어 보았다. 물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밀쳐내는 그를 몸으로 설득하는데 어지간히 힘이 들었다.
그는 당황하면서도 거부하지는 않았다.
맙소사! 이렇게 힘들 수가!
세번째 관계를 맺을 땐, 그의 저항이 많이 수그러들었다. 나만 대하면 무기력해지는 그에게서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었다. 혼자만의 즐거움이라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나는 과감하게 입으로 공세를 취했고, 절정에 이를 때까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수치스러워하면서도 잘 참고 견뎠다.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그가 대담하게 내 불두덩을 문질렀다. 서투른 솜씨였지만 나는 항의하지 않았고, 오히려 희망을 걸어 보았다.
"몸이 달아오르고 있어요. 자기, 조금만 더. 큰일을 치를 것 같아요."
불행히도 그런 무모한 기술로는 쾌감을 얻을 수가 없었다. 나의 가장 비밀스럽고 민감한 부위에 그는 전혀 흥미를 갖지 않았다. 눈길조차 준 적이 없었다. 마치, 내 깊숙한 곳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늑대가 두려워하는 이빨 달린 조개가 자리하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네번째 만났을 때, 그는 내 보배로운 사랑의 단추 언저리를 손가락으로 한 이십 초쯤 휘저었다. 여자 몸의 구조에 대해서는 지지리도 아는 게 없는 남자였다. 더 참을 수가 없었던 나는 크고 분명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입으로 해줘. 제발, 입으로...."
그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휴식을 취할 동안 내가 불만을 토로했다.
"왜 내가 요구한대로 하지 않았어?"
"난,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건 딱 질색이야."
나는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 그 대신 그에게 벌을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는 그에게서, 지나치게 강렬한 자극과 지나치게 선정적인 체위를 피하고, 내 향기로운 옹달샘을 그의 얼굴 너무 가까이에 접근시키지만 않는다면 무슨 짓을 해도 좋다는 허락을 얻었다. 이젠 그를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나는 무미건조한 애무에 머무르지 않고 그의 항문부위까지 혀를 디밀었다. 그는 쾌감이 극도에 달했는지 자지러졌다. 나는 그가 기절하는 줄 알았다.
아마 그는 그날 저녁 경험한 희열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다섯번째 만남에서, 그는 지난번 코스를 은근히 기대하며, 그 다음엔 어떤 유희가 벌어지는지 알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나는 아무런 주저도 없이 그의 음낭 아래 위치한 구멍에 능숙한 전립선 마사지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손가락을 집어 넣었다. 그가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다. 고통과 쾌감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나는 한번도 오르가즘을 느껴보지 못했다.
내 스스로 도발해 볼까?
"잘 봐."
내가 말했다.
"혼자 마스터베이션으로 즐길 거야. 절대로 날 건드리지마."
헛수고였다. 그는 결국 아무 말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신이 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수치심이 더 많이 엄습해왔다. 변태가 아닐까 하는 의혹도 생기고.
나는 그쯤에서 항복해 버리고 말았다.
불쌍한 남자,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는 구제불능이었다. 정신과 의사를 찾아봐야 할 정도로 심각했다. 정신과에서도 구미가 당길 사례였다.
그것 괜찮은데.... 그 일로 병원에 가면 돈을 내도 아깝지 않을 거야.
전화번호부를 열고 마땅한 의사를 골랐다. 선택된 의사의 이름은 피바였다. 그날부터, 난 이년 동안 병원에 다녀야만 했다. 닥터 피바는 성실하고 실력 있는 의사였다. 그는 별로 웃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자기에게 치료를 받은 이후로 나의 성도착 증세가 만족할 정도로 호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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