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고독사랑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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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192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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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광란(狂亂)의 일야(一夜), 추적명령(追跡命令)


누각 안에서 짐승 같은 신음이 흘러 나왔다. 희열에 들뜬 여인의 신음성이 높아 갈수록 사나이의 움직임도 더욱 격렬해지고 있었다.
여인은 미칠 것만 같았다. 그녀는 처녀가 아니었다.
십 년 전 한 번의 결혼을 했고 일 년 동안 남편과 침실을 같이 썼다. 그러나, 처음부터 정략적으로 결혼한 그녀로서는 남편과의 정사(情事)에서 조금치의 희열도 느낀적이 없었다. 오히려 행위 후에 밀려오는 허탈과 역겨움에 몸을 떨어야 했었다.
그런 연유로 남편과 사별한 지 구 년이란 세월이 흘렀건만 한 번도 침실의 일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던 그녀였다.
지금 이 순간의 이토록 격렬한 느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녀의 이성은 사내를 증오하고 저주하고 있었으나 그녀의 육체는 그녀의 이성에 협조하지 않았다. 아니, 그녀 쪽에서 더욱 광란하고 있다는 표현이 옳았다.
"……!"
사나이의 움직임이 잠시 멈칫했다.
여인의 적극적인 반응에 놀란 것 같았다. 허나, 그는 이내 조금 전보다 더욱 격렬하고 광폭하게 그녀의 나신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삐걱! 삐익!
침상이 자지러지며 비명을 내질렀다. 침상 뿐만 아니라 누각 내의 모든 것이 뒤엉켜 올라갔다.
두 사람의 나신이 땀에 젖어 번들거렸다. 극과 극이 만나 이루는 놀라운 조화였다. 음(陰)의 극과 양(陽)의 극, 극과 극이기에 더욱 격렬한 것일지도 몰랐다. 여인은 거꾸로 침상 아래로 처박혔다. 사내가 그 뒤를 쫓아와 다시 올라갔다. 숨결은 더욱 거칠어졌다.
"그, 그만!"
그녀는 더 이상 사내를 받을 수 없었다. 그녀는 사내에게서 도망치려 했다.
"어딜?"
사내는 그녀를 쫓아 허여멀건 둔부를 뒤에서 끌어 안았다.
벽에는 커다란 동경이 걸려 있었다. 밖에서 그러한 것처럼 동경 속에서도 한 쌍의 남녀가 짐승처럼 불어 있었다. 사내의 두 손이 우악스럽게 여인의 젖무덤을 꽉 움켜 쥐고 있었다.
여인은 입을 벌린 채 헐떡였다. 그녀의 내부에서는 수십 번도 넘게 희열이 대폭발을 일으키고 있었다. 백척간두의 절봉에서 끝을 알 수 없는 지하유부를 추락하고, 그런가 하면 어느 사이에 한 조각 뜬구름으로 둥둥 떠오르는 쾌락의 지극(至極)함이었다.
여인은 자신이 한계에 서 있음을 절감했다. 이러다가 자신이 미칠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아니, 이대로 미쳐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돌연, 사내의 무심하고 냉혹한 음성이 그녀의 고막을 난자하고 들어왔다.
"너는 창녀와 다를 바 없는 계집이군!"
"……!"
폐부에 바람 구멍이 나는 기분이 이러할까!
순식간에 전신의 기운이 어디론가 낱낱히 흩어져 버리는 것 같았다. 아니, 세포 하나 하나가 거센 바람을 일으키는 것 같았다. 견딜 수 없는 수치감이었다. 하지만, 여인은 그의 그런 잔혹한 말에 반발할 의지를 완전히 상실하고 있었다.
그가 행위하는 대로 저항도 못한 채 그저 몸을 내맡길 뿐이었다. 그러한 상관약연을 사내는 마음대로 유린하고 희롱했다. 그의 손은 끊임없이 그녀를 더듬었다. 입술이 닿는 곳 아무 곳이나 닥치는 대로 빨고 물어 뜯어 여체의 곳곳에는 온통 화인 같은 멍자국이 생채기로 생겨났다.
이윽고, 그가 손을 풀자 상관약연은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섬세한 육체의 곡선이 물결을 일으키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얼굴을 덮었다.
"정말 멋진 몸매야!"
백옥상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쥐며 냄새를 맡았다.
"흠! 고귀한 부인답게 향기도 좋군. 살고 싶나?"
"네."
상관약연은 무기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제야 비로소 살아야 겠다는 마음이 생긴 모양이군!"
백옥상은 비웃음을 날렸다.
"살아야지. 암! 살아야 하구 말구! 그래야 나에게 오늘의 복수를 할 게 아닌가?"
"……"
"하지만 그냥 살려 주고 싶진 않군! 따라와!"
냉혹한 표정으로 명령을 내린 그는 앞장서 광 옆에 딸린 욕실로 들어갔다.
"땀을 많이 흘렸군! 자 정성스레 몸을 씻겨. 깨끗이 말이야! 큿큿!"
그가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는 무서운 주술과도 같았다.
그가 시키는 대로 상관약연은 정성껏 사내의 몸을 씻기 시작했다.
"됐어!"
사내의 말이 떨어지자 그녀는 그의 입을 쳐다 보았다.
"그만하고 그곳은 입으로!"
그는 냉혹하게 내뱉으며 그녀의 머리채를 휘어잡아 그곳에 들이댔다.
장대한 물건이 그녀의 눈앞에서 용트림을 했다.
'우욱!'
그녀는 그 검붉은 빛에 구토를 느꼈다. 그러나, 반항이란 무모하다는 것을 그녀는 절감하고 있었다.

"……"
미끈거리는 이 물질이 목젖에 부딪칠 때마다 상관약연은 자신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죽일 거야! 죽이고 말 거야!'
그녀의 내면에서 형용할 수 없는 살심이 용광로처럼 이글거렸다.
일부함원(一婦含怨)이면 오월비상(五月飛霜)이라……
그것은 무서운 저주의 맹세였다.
"이리와! 이제는 내가 씻어 주지!"
여인의 등뒤로 쏟아져 내리는 물은 차가왔다.
뼈속까지 파고드는 한기에 그녀는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돌연, 사내의 손끝이 두 다리를 벌리고 들어온다 싶은 순간, 여인은 비소에 격렬한 통증을 느꼈다.

"으음!"
그러한 여인을 보며 사내는 악마처럼 새하얗게 웃었다.
"확실히 기억하게 해주는 의미에서 다시 한 번 쾌락을 맛보여 주지."
사내는 여인의 둔부를 조금 들어 올리며 거대한 상징을 들이 밀었다.
다음 순간, 사내의 광폭한 행동이 무섭게 빨라졌다. 그러자, 그녀의 입에서 희열에 들뜬 신음이 새어 나왔다.
'미친 년이야. 상관약연, 네년은 더러운 년이야!'
그녀는 이율 배반적인 자신의 육체에 저주를 퍼부었다. 허나 그녀의 마음과는 달리 그녀의 입에서는 달뜬 신음이 끊임없이 흘러 나왔다.
사내의 힘은 무한대였고 여인은 메말라 쩍쩍 갈라지는 대지였다.
여인의 무릎에 피멍이 맺혔다.
상관약연의 나신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앞으로 무너지자 사내는 그제서야 조소를 한조각 베어 물고 행위를 멈추었다.
"망나니와 고급인간들과 무엇이 다를까 무척 궁금했었는데 지금보니 별 것도 아니었군!"
"……"
그는 찬물을 뒤집어 쓰고 천천히 욕실을 벗어났다. 이어 그는 흩어진 옷을 주워입고 힐끗 욕실쪽을 돌아본 후 밖으로 나왔다.
어느 새 새벽의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백옥상은 밝아오는 하늘을 향해 비쾌하게 몸을 날렸다.
그것은 한 줄기 광섬과도 흡사한 것이었다.

상관약연은 비틀거리며 욕실에서 나왔다.
누각 안엔 아직도 비릿한 열기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광란의 정사가 남긴 역겨운 내음이었다.
그녀는 동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보았다.
평소에 그토록 아름답고 소중했던 자신의 육체가 지금은 전신에 피멍으로 휩싸여 구역질 나는 추악함만을 노출시키고 있었다.
"더러운 년!"
그녀는 무너지듯 침상에 얼굴을 묻었다. 내면으로 응축되는 소리없는 오열이 그녀의 영혼을 갈가리 찢어대고 있었다.
"더러운 년! 창녀 같은 년!"
겁탈을 당하면서도 쾌락에 몸부림치며 사내를 끌어안고 발광하다니!
"나는 미친 년이야!"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서슬퍼런 독기가 피어 올랐다.
"죽인다! 네놈을 죽이고 말거야!"

화월소축의 지붕 위로 그녀의 증오와도 같은 하얀 서리가 소리없이 쌓이고 있었다. 그리고, 여인(女人)은 모종의 결심을 굳혔다.
비장한 각오로……


모란서시(牧蘭西施) 상관약연(上官若蓮)!

영혼마저 차갑게 식어 버린 여인의 생(生)은 오직 가문(家門)을 위한 희생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무적군벌(無敵軍閥).>

무적의 철기군단을 보유한 불퇴전(不退轉)의 용사집단이었다.
삼백 년 전, 무적철군단을 앞세워 중원을 종횡했던 불패(不敗)의 신화적(神話的)인 가문(家門)이었다. 허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초대영주였던 철사대제의 사후(死後)부터 무적군벌의 위용은 점점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철사천군(鐵獅天君) 상관우(上官羽)!

그의 대에 이르러선 무적군벌은 유명무실한 존재가 되어 버렸던 터였다.

――무적(無敵)의 영광이여 다시 한 번!

철사천군 상관우는 무적군벌의 재건에 착수했다.
그 일환으로 그는 자신의 애녀(愛女)인 상관약연을 정략 결혼시키기에 이르른다.

<마천루(天秘魔樓).>

철저히 모든 것이 신비의 장막 속에 감춰져 있는 신기루와도 같은 비문(秘門)이었다.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오라! 무엇이든 알 수 있다. 다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루면 된다.

정보를 파는 기상천외한 상술에 천하는 들썩였고, 백 년의 시공이 흐른 지금, 마천루에서 판 정보가 틀렸다는 말은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틀림없는 정보. 개인이나 단체나 심지어는 일국의 운명마저도 뒤흔드는 방대하고 신비로운 정보망을 갖춘 마천루였다.
그들의 재물은 황금산장을 능가한다고까지 알려질 정도였다.
모란서시 상관약연은 바로 마천루의 후계자였던 천비소야 단우비에게 시집을 왔던 것이었다.
그리고 십 년!
단우비가 신혼 일 년 만에 의문의 피살을 당하고서도 상관약연은 청상을 지켜야 했다.
무적군벌의 재건과 힘을 필요로 하는 마천루의 재력 앞에서.....
영혼마저 돌처럼 굳어 버린 여인이었다. 허나, 여인은 생애 처음으로 희열을 알았고, 여인은 그것만큼이나 큰 수치감에 복수를 맹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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