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로맨틱(12)-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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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194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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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심판

신 길 우

호텔룸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가는 도중 계속 쫓아오는 은경을 보았다. 발가벗은
그녀가 룸밖인 것을 알고는 성급히 되돌아 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대한으로 의지를 발휘하여 호텔을 나섰다. 호텔 주위는 온통 단란주점,
룸싸롱 일색이었다. 삐끼가 달려와 2차를 가겠냐며 졸랐다. 나는 그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싶었다. 괜찮다는 대답에도 계속 달라붙는 것이었다. 나는 '괜찮다고 했잖아'
하며 홧김에 그의 얼굴을 쳤다. 그는 쓰러졌다. 그는 다시 일어나 나를 쳤다. 나도
쓰러졌다. 나는 그의 사타구니를 발로 찼다. 나는 보이는 대로 마구 아무거나 찼다.
그때 다른 삐끼들이 몰려들었다. 나의 기억은 여기서 멈췄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보니 경찰서였다. 경찰이 한명 오더니 내가 이제 술이 깼는 지
확인하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폭행혐의로 구속되었으며, 상대는 병원에 입원했다고
했다. 이런 경우에는 피의자의 합의서를 받아오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나는
승연에게 전화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진은경에게 전화했다. 그녀는 방송스케쥴이 있어
도움을 못 줄 것 같다며 다른 사람을 보낼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1시간 후 진은경이
보냈다며 건장한 사람 한명이 와 난 그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 했다. 그 친구는 곧
합의를 해보겠다고 하며 경찰서를 나섰다. 나는 마음을 놓고 그를 기다렸다. 밤이
되서야 그가 돌아왔다. 절대로 합의를 해주지 않겠다고 발버둥을 치더라는 것이다.
나같은 놈은 콩밥을 먹어봐야 인생을 알 수 있다며 합의를 해주지 않겠다고 하더라는
것이었다.

다음 날도 합의를 위하여 그 친구가 병원에 갔지만 소용이 없었다. 게다가 황당한 것은
나는 때린 기억도 없는 여러 삐끼가 병원에서 모두 맞았다며 입원중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들 모두 합의를 해주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했다. 끝내 나는 심판에
넘어갔다. 상대들은 최대 전치 10주이며, 나는 초범이라서 큰 벌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었지만, 의외로 징역 1년이 선고되었다. 정말 의외였다. 아무리 내가
법을 몰라도 이럴 수는 없다고 생각되어 항소를 신청했지만, 단번에 기각되었다.
기각의 이유를 판사가 뭐라고 나불거렸지만 나는 아무 것도 들을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내게 벼랑처럼 느껴졌다. 회사도 다닐 수 없고, 승연도 만날 수 없으며 더구나
승연의 마음이 나에게만 있지 않았다는 것이 내게는 이젠 모두 공허하게만 느껴졌다.

난 안양 교도소로 송치되었다. 여기는 높은 분들이 사용하는 곳이라며, 몇몇 전
대통령들을 언급하는 간수가 얄미웠다. 내 방은 모두 3평 남짓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내 마음속의 방은 1평도 남아 있지 않고 있었다. 승연과의 아름다왔던 것만
기억하고 싶었다. 진은경에게 들은 이야기는 모두 잊고 싶었다. 더 이상 승연의
변명이나 얼굴을 보고싶지도 않았다. 그녀와 기뻤던 것만 기억해야지. 그 후로
승연에게 수차례 편지가 왔다. 하지만, 나는 모두 뜯지 않고 한 상자 속에 넣어 놓았다.
답장도 쓰지 않았다. 계속되는 편지를 모두 보지도 않았다. 한번은 그녀가 면회를
왔지만 나는 거부하였다. 그녀는 포기했는 지 여섯달이 지나자 편지를 보내지 않았다.
나는 점차로 교도소 생활에 익숙해져 갔다.

나는 교도소에서 승연을 잊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를 하였다. 나의 꿈인 장애인용
전자시각과 전자수족을 만들기위한 생물학적 기초지식과 전자기적 지식, 전산지식을
더욱 더 넓혀 나갔다. 빛을 인식하기 위한 빛의 분리 및 합성, 빛이 뇌로 통해 가게 될 때
일어나는 생물학적 반응, 수족을 움직이기 위해서 뇌에서 발생되는 화학적 합성반응
등을 열심히 공부하였다. 교도소에는 여러 걸물들이 있었다. 그 중 나는 공부를 하며
두사람과 친해졌다. 한사람은 신경외과 전문의 허진이였다. 그는 간단한 수술도중
실수로 인하여 환자를 사망하게 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그는 사실
음주상태에서 수술을 했었다는 것이다. 또 한 사람은 폭발물 제조가 민중치였다. 그는
매우 호색가였다. 그가 콩밥을 먹게된 경위는 폭발물때문이 아니라 강간미수였다는
것이 나를 우습게 했다. 허진은 나의 꿈에대한 공감으로 내게 인체에 대한 전문지식을
알려주겠다고 동조하였다. 하지만, 화학적 지식을 얻기위해 민중치를 설득하는데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나중에 사이버섹스 기술을 만들어 그에게 제일 먼저
주겠다고 해서 간신히 설득할 수 있었다. 그는 사이버섹스 세계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어떠한 상대와도 섹스를 할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쏠깃해져 마음을 돌렸다. 나는 허진과
민중치로부터 도움을 받아 전자시각과 전자수족의 기본적인 밑바탕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어떻게 인간이 빛을 인지하고, 컴퓨터가 뇌의 지시를 인지할 수 있는
지 여러가지 논문을 작성하였다.

승연은 한차례 더 면회를 요청했지만 난 단호히 거부하였다. 그녀의 아름다웠던
모습만이 내게 남아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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