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야희 - 7. 아방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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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203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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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단락까지 몇페이지가 남았는지 따지지 않고 해야하는데, 그런거 따지면서 워드치는게 버릇되다 보니 이거 워드치기 싫어져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늦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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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희

도미시마 다께오




차 례

(1. 남자와 여자)
(2. 짙은 화장을 한 여자)
(3. 밤 여행)
(4. 남의 여자를 빼앗는 것 만큼은 안돼)
(5. 삼각관계 프리즘)
(6. 재회)
(7. 아방궁)
8. 슬픔의 눈물이 아니야
9. 미련
10. 애정조건
11. 하지만 마음을 빼앗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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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아방궁

불럭담 안의 정원에는 여러 그루의 정원수가 잘 손질되어 있었다. 서구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이 정원에 쏟은 정열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중후한 대리석 문으로 들어서자 잔잔한 자갈길로 이어진 현관까지는 상당한 거리였다.
집 그 자체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호화로운 느낌이 드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굉장하군, 나 같이 낡아빠진 아파트에 살고 있는 자가 있는가 하면, 이런 훌륭한 집에서 살고 있는 자도 있군.’
‘제기랄, 나도 머지않아 이런 집에서 살게 되겠지.’
‘대체 어떤 여자가 나올까?’
초인종을 누르면서 히로코는 가즈아키에게 속삭였다.
“돌아오는 길에 반드시 전화해 줘요.”
“알고 있습니다.”
문이 안에서 열리고 기모노 차림의 여자가 나타났다.
계란형의 얼굴에 머리를 시원하게 묶어올린 여자가 히로코를 보고 생긋 웃었다.
‘어! 굉장한 미인이다.’
가즈아키는 그 동안의 경험에 의해 아무래도 이 여자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는 직감이 듬과 동시에 투지가 용솟음쳤다.
하지만 그런 감정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눈을 내리뜨고 조심스럽게 웃었다.
“어머? 어서 오세요.”
“혼자 계세요?”
“네, 그렇습니다.”
두 사람은 안방으로 안내되었다.
“자, 앉으세요.”
권하는 대로 가즈아키는 방석 위에 앉았다.
“이 분은 이치조씨의 부인으로, 고우에씨입니다.”
가즈아키는 방바닥에 손을 짚고 정중하게 인사를 한 후 고우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쳤을 때, 그는 여자의 눈 깊숙한 곳에서 흔들리는 빛을 놓치지 않았다.
‘아하, 남자로서의 나의 능력을 살피고 있는 눈빛이다.’
일부러 가즈아키는 얼굴을 숙였다. 이런 부류의 여자들은 용의주도한 면이 있다고 체험이 풍부한 가즈아키는 즉시 간과했다. 뻔뻔스러운 남자라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치명타다.
고우에는 홍차를 내왔다. 두 여자는 잠시동안 세상 이야기 등을 하다가 마침내 히로코가 가즈아키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그런데 부인, 이 청년을 도와주세요.”
“아, 네.”
고우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성실한 사람 같군요.”
“네, 성실합니다. 학비를 벌면서 학원에 다니고, 대학을 목표로하고 있으니까요.”
“대학은 어디?”
그 순간 가즈아키는 큰 목소리로 자신있게 대답했다.
“도쿄대학의 법과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오! 수재군요.”
“아닙니다.”
고개를 흔들며 가즈아키는 웃었다.
“도쿄대학에 시험칠 수 있는 것은 누구라도 칠 수 있는 거니까요.”
“........?”
“남들이 물으면 늘 그렇게 말하죠.”
“참, 재미있군요.”
“합격은 하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시험 만큼은 칠겁니다.”
“왜요?”
“떨어져도 도쿄대학을 시험쳤다고 하는 것이 하나의 평가가 되기 때문이죠. 도쿄대학을 시험칠 정도라면 역시 상당한 실력이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렇군요.”
“분명히 떨어질 겁니다. 떨어지면 사립대 법과에 진학할 겁니다.”
“법과?”
“그렇습니다.”
‘그럼, 장래에 무엇이 되는 거죠?“
“변호사가 될 겁니다.”
“역시!”
“형법은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상법을 할 겁니다.”
“........”
“회사의 고문 변호사가 될 생각입니다. 여러 회사의 고문이 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고문을 하면서 제 회사를 세우고, 실업계에 뛰어들어 고군분투할 겁니다.”
“희망이 상당히 크군요.”
“아니, 반드시 실현할 겁니다. 그리고 기회가 있으면 정치가가 되고, 그 지위를 이용하여 돈을 벌고 가능하다면 수상이 되고 싶습니다.”
“재미있군요. 당신 참, 낭만주의자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도 돈 때문만은 아닙니다. 실사회를 공부하기 위한 거지요.”
‘친구들은요?“
“없습니다. 주위에 변변한 녀석들이 없습니다. 모두 좀스럽지요. 혹은 응석을 부리는 자들 뿐입니다. 물론 불량스러운 자들과는 사귀지 않습니다. 제 장래에 마이너스가 될 뿐이니까요.”
‘확실하군요. 그런데 어떻게 해서 히로코씨 부인을 알게 됐죠?“
“아르바이트로 방문 판매를 갔을 때 알았습니다. 칫솔과 고무장갑을 사 주셨죠.”
“장갑?“
“네.”
“샘플이 있나요?”
“네.”
“나도 뭔가 살까?”
“부탁합니다.”
가즈아키는 가방을 열었다. 고무제품과 전기 안마기 등이 나왔다. 평상시와 똑같은 것이다.
“어머, 이런 것도 갖고 다녀요?”
고우에는 콘돔 상자를 손에 들었다.
“네.“
히로코가 옆에서 참견했다.
“회사에서 아마 팔라고 강요하는 모양이에요. 이것 때문에 아파트 단지의 부인들에게 상당히 놀림을 받는 것 같아요.”
“그렇군요. 이것은 보통 품질입니까?”
“네, 보통입니다.”
가즈아키는 가방 밑에서 다른 상자를 꺼냈다.
“이것은 특제품인데, 작은 돌기가 달려 있고 고무가 상당히 질깁니다. 열어 볼까요?”
“아니, 됐어요.”
당황하며 고우에는 손을 흔들었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이미 홍조가 떠올랐고 눈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슬슬 시작해 볼까?’
가즈아키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태연한 얼굴로 리스트를 고우에에게 건넸다.
“여기에 있는 것은 모두 부담이 되지 않는 것들입니다. 그밖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일상 생활품, 식료품 등을 취급하고 있고 시가보다 훨씬 쌉니다. 아무래도 싼 이유는 점포가 없기 때문이죠. 상점가의 땅 값이 비싸다 보니 각 상점은 그 원가 상각비를 내기 위해 이윤의 폭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것이 소비자를 압박하고 있지요. 그런데 저희 회사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똑같은 회사라도 돈만 먼저 받고 물건을 배달해 주지 않는 엉터리 회사도 있다고 하지만....”
가즈아키는 고우에가 자신을 만나고 있는 목적을 알고 있지만 열심히 세일즈의 상술을 늘어놓기 시작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 첫째는 고우에가 역시 여자이므로 목적을 확실히 밝히면 부끄러워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자신을 성실한 세일즈맨이라고 인식했으면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저희 회사는 그렇지 않습니다. 주문 단계에서는 일 엔도 받지 않습니다. 배달된 물건에 잘못이 없는지 확인한 후에 대금을 받죠. 개중에는 일류 브랜드가 아닌 것도 있지만, 품질은 보증합니다. 메이커가 확실한지를 조사한 후에 구입하고 있습니다.”
가즈아키는 계속 설명하고 고우에는 열심히 들었다.
그리고 가즈아키가 갖고 온 물건 중에서 몇 개인가를 사고, 즉시 돈을 지불했다.
“당신, 참 능숙하군요. 그리고 성의도 있구요. 주문이 많겠어요?”
“그저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을 갖고 다니다 보면 부인들에게 놀림도 많이 받겠네요. 유혹 받은 적도 있나요?”
“네, 있습니다.”
“역시!”
고우에는 질투의 눈빛으로 가즈아키를 쳐다보았다. 가즈아키는 즉시 고개를 숙였다.
“한 번뿐입니다.”
이것도 작전이다. 한 번도 없다고 하면 고우에가 어린애 취급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 부인이었나요?”
“네.”
“이 단지 사람?”
“아니, 다른 단지입니다. 밤을 새워 공부한 다음 날, 수면부족으로 피곤해서 설명하는 도중에 빈혈로 쓰러졌습니다.”
“어휴, 가엾어라!”
“그래서 잠시 소파에 눕혀졌습니다. 그런데 그 집 부인이 알몸으로 제 옆에 다가왔죠.”
“대담한 부인이군요. 그래서?”
“저는 그때 정신이 없었습니다.”
“저항하지 않았나요?”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남자이고, 그 부인이 예쁘다 보니 도중에서 저항을 못하겠더라구요.”
이윽고 히로코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저는 볼 일이 있어서 이만 돌아가겠어요.”
“그럼, 저도....”
가즈아키도 일어서려고 했다. 물론 제스처다.
“아니, 당신은 좀더 부인의 이야기 상대를 해 주세요. 어차피 부인은 저녁 때까지 시간이 있으니까요.”
“네.”
히로코는 돌아가고 현관까지 배웅 나갔던 고우에가 돌아와 가즈아키 앞에 앉으며 갑자기 물었다.
“당신, 저 부인과 무슨 일 있었죠?”
‘음, 어떻게 알았을까?’
고우에의 어조는 확신에 차 있었다. 가즈아키는 조심할 생각이었다. 역시 히로코가 지나치게 다정하게 대해 준 탓일까?
‘속일 수 없다.’
‘속이면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얼굴을 똑바로 들고 고우에를 바라보았다.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어머? 어째서요?”
“그 사람은 유부녀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럼, 있었군요.”
“모릅니다.”
“후후후, 입이 무겁군요. 그런데 당신, 오늘 어떤 이야기를 듣고 여기에 오게 됐죠?”
“네, 단지 좋은 손님을 소개해 주겠다고 해서 왔습니다.”
“그런 것 같군요. 당신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그렇게 생각되는군요. 그런데 그 부인은 나에게 내 섹스를 만족시켜 줄 남자가 있으니까 데려오겠다고 했어요.”
여기에서 놀라는 연기를 멋지게 해내야 한다.
“정말입니까?”
“정말이에요.”
“심하군요.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돌아가겠습니다.”
가즈아키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얼굴을 붉히며 일어섰다.
“기다려요.”
고우에는 가즈아키의 팔을 잡았다.
“저, 진정하고 앉아요.”
“누님도 그럴 생각으로 저를 불렀습니까?”
누님이라고 부른 것은 그렇게 불러 주면 여자들이 기뻐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여자라도 젊게 보이고 싶어하는 욕구를 갖고 있다.
“아녜요. 그 부인에게 그런 농담을 하긴 했지만, 당신을 만난 것은 다른 이유예요.”
‘아니, 일이 이상하게 되어 가는데....’
가즈아키는 다시 앉았다.
“그럼, 정말로 제 상품을 사기 위해서입니까?”
“그렇지도 않아요.”
고우에는 고개를 흔들었다.
“다른 이유예요.”
“정말 모르겠는데요.”
“좀 말하기 어려워요. 이야기는 천천히 할게요. 또 화나서 돌아간다고 하면 곤란하니까요. 그보다 차 한 잔 더 드시겠어요?”
“아니, 됐습니다. 그보다 진짜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화내지 않는다고 약속하면요?”
“약속합니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고....?”
“알았습니다.”
“그 대신 물건을 살게요.”
“고맙습니다.”
“당신, 아까 이야기하는 모습이나 그 부인과의 일을 생각하면 여자에 대해서 상당히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글쎄요.”
“자신 있나요?”
“뭐 말입니까?”
“여자를 황홀하게 만드는 것에 대하여....”
“글쎄요. 제 자신은 잘 모르죠.”
“그 부인의 말에 의하면, 겪어 보았다고는 하지 않았지만 그런 것 같다고 하더군요.”
“........”
“하지만 그것도 제 볼 일과는 관계가 없어요.”
“네.”
“하여튼 섹스를 알고 있는 것은 사실이죠?”
“네.”
“그럼, 남자가 나이를 먹으면 점점 약해져서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흥분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지요?”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만일 당신이 나이가 들어 쇠약하다고 하면?”
“글쎄요.”
“이상한 자극을 주면 흥분하겠죠. 예를 들면 부인이 강간을 당하게 된다든가, 눈 앞에서 실제로 당하게 된다면?”
“잡지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당신이 그 역을 연기해 주면 어떨까요?”
“........”
“사례는 두둑히 하겠습니다.”
“실제로 하는 겁니까?”
“하지 않아도 돼요. 그런 척만 하면 되요. 일종의 게임이지요.”
“그렇군요.”
이제야 가즈아키는 고우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납득했다.
‘역시 바람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시들해진 남편을 흥분시키기 위한 들러리로 나를 이용하려는 것이구나.’
물론 그런 역할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연기할 수 있다. 문제는 사례에 대한 돈의 액수이다.

약속한 토요일 밤, 가즈아키는 학원을 가지 않고 곧장 고우에의 집으로 향했다.
고우에가 제시한 조건은 가즈아키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중요한 아르바이트다. 게다가 첫체험이다.
‘이 여자, 어쩌면 다른 생각을 품고 있으면서 나에게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닐 테지.’
가즈아키는 그렇게도 생각했다.
그러나 어떤 일을 꾸며도 자신은 천하의 고아로 재산도 지위도 없지 않은가. 잃을 것이 전혀 없는 자신으로서는 두려울 것이 없다고 즉시 고쳐 생각했다.
그것도 돈만이 목적이 아니라,
“부인 같은 미인을 위한 일이라면....”
하고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설령 연기하는 일이라도 저는 기쁩니다.”
그런 귀중한 밤이다.
현관에서 가즈아키를 맞는 고우에는 이미 잠옷 차림이었다.
“어서 오세요. 안으로 드시죠.”
식탁 테이블 위에는 요리 접시가 즐비하게 놓여져 있었다.
“위스키, 와인, 맥주 무엇으로 할래요?”
“와인으로 하겠습니다.”
시계는 정각 일곱 시 반을 가르키고 있다.
고우에의 남편이 돌아오는 것은 열 시정도이다. 그때까지 가즈아키는 고우에를 상대로 술을 마실 생각이다.
하여튼 모든 것은 고우에의 지시에 따르면 된다.
“와인을 마시기 전에....”
가즈아키는 고우에를 바라보았다.
“목욕을 하고 싶습니다.”
“아, 그래요. 나도 방금 했어요. 제가 했던 물이라도 괜찮겠지요?”
“기쁩니다.”
“호호호. 당신은 듣기 좋아하는 말을 잘하는군요.”
가즈아키는 욕실로 안내되었다. 탈의장에는 체중계와 마사지 기계가 있고 한쪽 구석에는 여자 속옷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빨간 꼭지가 뜨거운 물이고, 파란 꼭지가 찬 물이에요. 그럼, 천천히....”
고우에가 사라진 후 가즈아키는 알몸으로 타일을 밟았다.
넓은 욕실이다. 벽에 큰 거울이 걸려 있고, 한쪽 옆에는 매트와 베개가 갖추어져 있었다.
‘음, 여기서 즐기는군.’
탕 속 물이 조금 미지근하여 뜩어누 물을 틀어 깊숙이 몸을 담그었다. 탕에서 나와 비누를 문지르자 독특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몸을 씻으면서,
‘오늘 밤에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는데 밖에서 고우에의 목소리가 들렸다.
“등, 밀어 드릴까요?”
목소리와 함께 금세 문이 열리고, 탈의장에 고우에의 모습이 나타났다.
“네.”
거절할 필요는 없다. 어쩌면 가즈아키의 신체를 검사할 생각인지도 모른다.
“부탁합니다.”
유리문이 열리고 잠옷 차림의 고우에가 들어오자, 가즈아키는 고개를 흔들었다.
“잠옷이 젖어서 안 되겠는데요.”
“벗을까요?”
“그게 좋겠네요.”
잠옷을 벗자 부드러운 곡선의 몸이 드러났다. 늘씬한 몸매이다. 그러나 가즈아키는 즉시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렸다.
이십 대의 순진함을 무기로 삼는 것이 가즈아키의 전법이다. 그리고 고우에로부터 등을 돌려 몸을 웅크린 후 타올로 앞을 가렸다.
“몸이 늠름하군요.”
고우에가 그에게 다가오면서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운동을 하고 있으니까요.”
“무슨 운동을 하고 있죠?”
“유도와 검도를 하고 있습니다.”
거짓말은 아니다. 그러나 하고 있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면 요전날 밤 같이 불량배들에게 두들겨 맞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 삼인조 깡패는 어떻게 되었을까?’
“저, 타올 좀 주세요.”
고우에의 손이 앞으로 뻗어 왔다. 가즈아키의 앞을 가리고 있는 타올로 등을 닦을 생각인 것 같다.
“이것은 곤란합니다.”
“어머, 부끄러워요?”
다른 한쪽 손이 가즈아키의 어깨에 살며시 놓여졌다. 그녀는 등을 웅크리고 거울 속의 가즈아키를 들여다 보았다.
“네.”
“호호호. 순진하군요. 그렇게 말하니 더욱 그 손을 떼내고 싶군요.”
“곤란합니다.”
“그러지 말고....”
다시 고우에의 손이 타올 끝을 쥐었다. 당황하는 척하며 가즈아키는 그녀의 손을 눌렀다.
“고, 곤란합니다.”
“괜찮아요.”
고우에의 허리가 가즈아키의 등에 밀착했다.
“어차피 나중에 서로 알 텐데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부끄러워요?”
“네.”
“그럼, 어쩔 수 없군요. 정말로 순진하네요.”
고우에는 한숨을 내쉬고 뒤에 걸려 있는 타올을 내렸다. 그리고 등을 닦기 시작했다.
힘이 약해 닦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좀더 세게 밀어 주세요.”
“네.”
고우에는 힘을 들여 닦았으니 역시 시원치가 않았다.
“부인!”
“네.”
“부인은 젓가락보다 무거운 든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어머, 왜요?”
“너무 나긋나긋해서요.”
“그래서 나쁜가요?”
“아니, 여성적인 매력이 있습니다.”
“당신은 참 다부진 느낌이 들어요.”
고우에는 등 미는 것을 멈추고 가즈아키의 등을 꽉 껴안았다.
“남자 몸이라는 느낌이 드는군요.”
그의 등에 유방이 짓눌려졌다.
“우리 집 사람은 노인이에요. 안겨 있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언제나 제가 위로해 주고 있어요.”
“몇 살이십니까?”
“쉰 다섯 살이에요.”
“그럼, 아직 젊군요.”
“그렇지 않아요. 체구가 작고 여위어서....”
“부인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군요.”
고우에가 그의 등을 껴안고 있으므로 가즈아키는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가즈아키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있었다. 타올 속의 것이 머리를 쳐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것은 순식간에 직립하여 타올은 원추형 모양을 이루었다. 원추형 타올은 가즈아키의 맥박치는 것에 따라서 움직였다.
“그래요.”
고우에는 가즈아키의 팔을 애무하며 대답했다.
“부부라기보다 부녀 같죠. 하지만 나는 남편을 사랑하고 있어요.”
“어떻게 결혼했습니까?”
“남편이 저를 구제해 주었죠. 좋은 사람이에요. 나는 돈 때문에 결혼은 하지 않아요. 하지만 시댁 식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고우에는 가즈아키의 등에 볼을 대고 눈을 감고 계속 말했다.
“나는 정말 남편을 사랑하고 있어요.”
“뭔가 사정이 있는 것 같군요.”
고우에는 가즈아키에게서 몸을 떼고 화제를 바꿨다.
“이제 다 됐어요.”
결국 고우에는 가즈아키의 몸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몸을 닦은 후 욕실을 나갔다.
가즈아키는 탕에 들어가 눈을 감고 자신의 것을 꽉 쥐었다.
‘작고 말랐다고? 그럼, 정력적이지는 못하겠군.’
욕실에서 나온 가즈아키는 맥주가 마시고 싶었다. 테이블로 다가가자 그런 가즈아키의 욕구를 헤아렸는지, 고우에가 말했다.
“맥주가 좋겠지요?”
“네.”
두 사람은 맥주로 건배했다.
“저, 아까 왜 보여 주지 않았죠?”
“그냥 부끄러워서요.”
“조금 취하면 보여 줄래요?”
“상당히 취하지 않으면 그런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그럼, 계속 마셔요. 어차피 오늘 밤은 자고 가야 할 테니까요.”
“자고 가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에요.”
“저는 도중에 쫓겨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습니다.”
“그런 일은 없어요. 귀중한 손님인 걸요.”
가즈아키가 방으로 들어가 누운 것은 아홉 시가 좀 지나서였다. 취기가 상당히 돌았지만 지나치게 마신 것은 아니었다.
“그럼, 이제 보여 주세요.”
고우에의 욕구에 응해 가즈아키는 똑바로 누웠다. 물론 바지는 입은 채로였다. 그것을 자신이 직접 꺼내어 여자에게 보이는 것이 아니다.
간혹 자신이 직접 꺼내어 여자에게 보이는 남자도 있지만, 그것은 별로 좋지 않다. 여자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남자를 노출시킨다는 그 행위에 흥분을 느끼고 있다. 시각 그 자체는 여자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괜찮겠어요?”
하고 말하면서 고우에는 다가왔다. 가즈아키는 그녀의 눈을 보았다. 빨갛게 충혈되어 있고, 요염한 빛을 띠고 있다.
‘남편을 자극시키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이 여자 자신이 즐기려하고 있다.’
“네, 이제 이렇게 되었으니 저는 당신의 장난감입니다.”
“그래요. 장난감이 되어 주세요.”
가즈아키가 벨트를 느슨하게 하자 고우에는 부드러운 손길로 가즈아키의 바지를 내렸다. 가즈아키는 고우에의 눈을 계속 지켜보았다.
‘아직 흥분해서는 안 된다.’
가즈아키의 하반신이 단숨에 드러났다.
고우에의 눈이 중심으로 쏠리면서 상기된 얼굴로 꽉 쥐어 왔다.
‘좋아, 이제 됐어.’
가즈아키는 자제심을 멀리 던져 버렸다.
벌써 아까부터 부풀어 올라 욱신거리고 있던 가즈아키의 몸은 고우에의 손의 감촉에 의해 순식간에 변화하기 시작했다.
“굉장하군요.”
고우에는 감탄스런 목소리를 내며 똑바로 응시했다.
“그리고 상당히 깨끗하네요.”
“병은 없습니다.”
“그런 것 같군요.”
그리고 나서 고우에는 애무를 하면서 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의 것을 주무르면서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마치 튜브의 내부의 것을 밀어내는 듯한 행위를 하고 있다. 어떤 병이 있을 경우 이상한 것이 나올 것이다.
고우에의 그 행위를 보면서, 단지 즐기는 것만이 아니라 검사의 의미가 있다고 가즈아키는 납득했다. 당연한 검사라고 생각하며 불쾌하게 여기지 않았다.
물론 가즈아키의 몸에서 이상한 것이 나오지 않았다. 단지 투명한 액체 뿐으로 여자의 애액과 같은 것이다. 이것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 남자는 이미 노인에 가깝다는 징조다.
그런데 애무를 하던 고우에가 갑자기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 이상해요?”
“뭐가 말입니까?”
가즈아키는 고개를 들고 고우에의 손을 보았다.
“이런 끈적끈적한 것이 나와요.”
“원래 그런 것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 투명해요.”
‘이 여자, 모르는 게 분명하다. 남편이 노인이니 모를 수밖에.... 그럼, 지금 동작도 단순히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것이고, 검사하는게 아니란 말인가?’
“부인, 모르십니까?“
“몰라요. 무슨 일이에요?”
고우에의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어려 있었다.
‘이상한 병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그렇다고 하면 이 여자는 너무나 남자를 모른다.’
가즈아키가 상체를 일으켜 보니 상당히 많은 양의 액체가 나와 있고, 계속 분출되고 있었다.
“부인, 정말 모르십니까?”
“네.”
가즈아키는 그것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래요?”
반신반의하는 표정이다.
“하지만 우리 집 양반은 이런 것이 나온 적이 없어요.”
“그것은 남편이 젊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인은 정말로 순진하군요. 전 그렇게 순진한 부인이 좋습니다.”
“당신 말, 믿어도 되나요?”
“남편에게 물어 보세요. 남편도 젊었을 때는 이렇게 되었을 테니까요.”
“몰랐어요. 남자도 이런 것이 있었다니....”
아무튼 고우에는 이제야 납득이 가는 듯, 감탄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고우에의 애무를 받기 위해 가즈아키는 다시 똑바로 누웠다. 남편이 노인이므로 손의 애무는 언제나 하는 탓일까, 손의 움직임 만큼은 절묘했다.
“부인!”
“네.”
“부인은 남편밖에 모르시죠? 그러니까 아까 같은 일도 모르는 거겠죠?”
“그렇지도 않아요.”
“........”
“결혼 전에 회사에 다녔어요.”
“네.”
“그 회사 과장님과 일 년 정도 사귀었어요.”
“역시 젊은 분은 아니었네요.”
“그래요, 역시 당신의 이런 현상은 생기지 않았어요.”
“젊지 않으면 그렇겠지요.”
“그 전에 어느 젊은 남자에게 강제로 호텔에 끌려간 적이 있어요. 일방적이었죠. 그 사람과는 그 한 번 뿐이에요.”
“그랬었군요.”
“그 두 사람 뿐이에요. 내가 과장이란 사람에게 안긴 것은 젊은 남자에 대한 불신감에서였죠.”
“그 과장님과는 왜 헤어졌죠?”
“그 부인에게 들켰어요. 그래서 회사도 그만두었죠. 그리고 나서 여러 사정이 있었고,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어요.”
“네.”
고우에는 이야기를 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굉장히 건강하군요. 부러울 정도예요.”
고우에는 애무의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부인!”
“네.”
“기분이 좋습니다.”
“나도요. 남편과는 달리 힘이 세군요. 멋있어요.”
고우에는 이윽고 애무를 멈추고 가즈아키 옆에 누워 그를 껴안았다.
“당신을 좋아하게 될 것 같아요.”
“저는 이미 부인을 좋아합니다.”
“키스해도 될까요?”
“네.”
두 사람은 키스했다. 고우에는 처음부터 격렬하게 빨았다. 가즈아키도 그녀에게 응했다. 입술을 떼었어요 고우에는 가즈아키를 안은 손의 힘을 늦추지 않았다.
“저, 나를 뻔뻔스러운 여자라고는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인은 아름답고,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경멸하고 있겠죠?”
“그렇지 않습니다.”
가즈아키는 시계를 보았다. 아홉 시 사십 분이다.
“이제 곧 남편이 돌아오겠군요.”
“네.”
고개를 끄덕이며 고우에는 가즈아키에게 키스하고 그의 손을 잡았다.
“저, 저....”
더듬거리면서 고우에는 그녀 쪽으로 손을 이끌었다.
“괜찮겠습니까?”
가즈아키가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이자,
“부탁해요.”
고우에는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가즈아키는 고우에의 몸을 더듬었다. 미끈하고 탄력있는 넓적다리에는 젊음이 흘러 넘치고 있었고, 비부는 이미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가즈아키는 그 비경을 떠돌았다.
“아, 아!”
고우에는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었다.
가즈아키는 고우에의 귓불을 깨물며 비경의 등대를 살짝 건드렸다.
“굉장히 뜨겁군요.”
“타오르고 있어요.”
“부인을 좋아합니다.”
“나도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상한 전류가 흘렀어요.”
“저, 돈 때문에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돈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부인이 너무 매력적이라서....”
가즈아키는 이런 상황이라도 자신의 계산을 절대로 잊어 버리지 않는다. 돈을 주지 않으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돈에 대한 언급을 잊지 않도록 조심한다.
고우에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도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아.... 아....”
고우에는 더욱 신음소리를 내며 허리를 흔들었다.
“당신을 갖고 싶어요.”
“하지만 안 되죠? 저는 자극제 역할만 해야 되잖아요?”
“그래요, 하지만 갖고 싶어요.”
“헷갈리게 하지 마세요. 부인을 덮칠지도 모르니까요.”
“덮친다고요?”
고우에는 가즈아키를 자신의 위로 올리려고 했다.
“부탁해요.”
“안 됩니다.”
가즈아키는 시계를 보았다.
“벌써 열 시 십 분 전입니다.”
“상관없어요.”
“남편이 돌아옵니다.”
“괜찮아요. 나 미칠 것 같아요.”
가즈아키는 그녀를 세게 껴안았다.
“부인, 이성을 잃지 않도록 해 주세요.”
“나는 벌써 잃어 버렸어요.”
“처음 목적대로 합시다.”
“당신, 참 냉정하군요.”
“남편이 돌아오는 중일 겁니다.”
“상관없어요. 오히려 보이고 싶은 걸요.”
“안 됩니다.”
결국 가즈아키의 설득이 주효하여 두 사람은 뜨거운 키스 후에 일어섰다. 가즈아키는 자신을 가다듬으려고 했다.
“잠깐 기다려요.”
고우에는 그의 손을 제지했다.
“다시 한 번 키스하게 해 줘요.”
가즈아키가 고우에를 향하여 서자 그녀는 가즈아키의 허리를 안고 볼을 비볐다.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더욱 볼을 비볐다.
“아, 아!”
가즈아키는 허리를 뺐다.
“이제 됐습니다.”
“왜요?”
원망스러운 듯이 가즈아키를 바라보는 고우에의 눈에는 뜨거움이 담겨 있었다.
“벌써 열 시입니다.”
가즈아키는 자신을 가다듬고, 테이블을 돌았다. 의자에 앉아 와인 잔을 단숨에 비웠다.
“고집이 세군요.”
고우에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차 멈추는 소리가 들리면서 클랙션이 울렸다.
“돌아왔어요.”
고우에가 약간 당황한 듯 벌떡 일어섰다.
가즈아키는 고우에를 바라보았다. 머리는 흐트러져 있고, 상기된 표정이다. 게다가 잠옷차림이다. 무슨 일이 있었다고 생각할 것임에 틀림없다.
“괜찮아요. 예행연습을 했다고 생각하겠지요.”
“글쎄요.”
고우에가 나가자 가즈아키는 와인 잔을 기울이면서 생각했다.
‘과연 어떤 남자일까?’
“정말로 남편은 내가 지금 여기에 와 있는 것을 알고 있을까?‘
복도에서 고우에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욕하실래요? 그렇지 않으면 식사?”
“먼저 목욕을 해야겠어.”
굵은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은 그대로 욕실로 들어간 듯했다. 물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이윽고 고우에 혼자서 나왔다.
“괜찮으니까, 계속 마시세요.”
“네, 마시고 있습니다.”
고우에는 가즈아키의 앞에 앉았다.
“그럼, 어서....”
“함께 들어가서 왜 닦아 드리지 않습니까?”
“손님을 내버려두고 그럴 수는 없죠.”
“저라면 괜찮습니다. 혼자서 마시고 있을 테니까요.”
“아녜요. 나는 여기에 있고 싶어요.”
고우에는 테이블을 돌아 가즈아키의 옆에 앉으면서 갑자기 그에게 안겼다.
“저, 저를 경멸하지는 않겠지요?”
“하지 않습니다.”
여자가 성적 호기심이 많다고 해서 그 여자를 경멸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고우에는 가즈아키에게 키스를 했다. 키스를 하면서 고우에는 가즈아키의 몸을 더듬었다.
“어머, 아직도 이렇게 되어 있어요.”
“아까부터 계속 이랬습니다.”
“기뻐요.”

목욕탕에서 나온 이치조와 얼굴을 마주했을 때, 가즈아키는 상당히 취해 있었지만, 예의는 잊지 않았다.
방바닥에 손을 짚고, 이름을 댄 후 인사를 했다.
“잘 부탁합니다.”
잠옷 차림의 이치조는 시종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었다.
“아니, 그렇게 거북스러워 하지 않아도 되요. 자, 편히 앉아요.”
과연 작은 몸집에 머리가 새하얗다. 자상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상에 유독 목소리가 굵다.
“네, 저는 벌써 아까부터 마시고 있었습니다.”
“음, 나도 조금 마실까?”
글래스를 들자 옆에 있던 잠옷 차림의 고우에가 참견했다.
“당신은 조금만 마셔요.”
“알았어.”
이치조는 고개를 끄덕이고 쓴웃음을 지으며 가즈아키를 바라보았다.
“언제나 이렇게 꾸지람만 듣는다오.”
가즈아키는 대답이 궁색했다. 이치조는 고우에를 뒤돌아 보며 물었다.
“상당히 잘 생긴 청년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요?”
“누가 봐도 잘 생겼다고 할 거야.”
다시 가즈아키를 보며 이치조는 설명했다.
“이 사람이 어젯밤에 나에게 자네가 미남이 아니라고 했소. 하하하. 나를 속인 거야. 미남이 아닌 청년을 이 사람이 고를 리가 없지.”
이치조는 와인을 단숨에 비웠다.
“자네를 보니 내 청년 시절이 생각나는군.”
“네.”
“그럼, 자기 전에 내 청년 시절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 줄까?”
이치조는 상당히 기분이 좋은 듯했다. 다시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당신, 이야기는 좋지만 술은 적당히 해요.”
“알았어.”
알콜은 도가 지나치면 남자의 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아까부터 고우에가 이치조의 주량을 주의시키고 있는 것은 아마 그 탓일 것이다.
“적당히 마시세요. 그렇지 않으면 가즈아키군에게 와 달라고 한 보람이 없어요.”
하지만 이치조는 계속 와인을 마셨다.
“나도 젊은 시절에는 꽤 마셨지. 위스키 같은 것은 스트레이트로 한 병까지 마신 적이 있지만, 지금은 이것 뿐이라오.”
“와인은 맛있습니다.”
“오,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는가? 이것은 맛있지. 그래, 자네는 어느 정도 마시는가?”
“글쎄요. 한도까지 마셔 본 적이 없습니다.”
“센 것 같군. 음, 내 이야기보다 그 전에 자네 이야기를 듣지. 부모님이 안 계신다고?”
“네.”
“그럼, 식사와 빨래는 어떻게 하고 있나?”
“스스로 하고 있습니다.”
이치조는 여러 가지를 듣고, 가즈아키는 있는 그대로 솔직히 대답했다.
“애인은 있는가?”
“네, 있습니다.”
“어머?”
고우에가 불만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나에게는 없다고 했잖아요.”
“죄송합니다.”
가즈아키는 고개를 숙였다.
“있다고 말씀드릴 수 없었습니다.”
“괜찮아요. 이 사람 벌써 질투를 하나? 어떤 여자인가?”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육체관계는?”
“없습니다.”
가즈아키는 가슴을 쫙 폈다.
“정신적으로 사랑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래, 그럼 자네는 아직 동정인가?”
“아뇨.”
옆에서 고우에가 아파트 단지의 부인과의 비밀스런 관계를 설명했다.
“오, 그래.”
이치조는 끄덕였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애인에게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네.”
“당연히 말하지 않습니다.”
이치조는 벌써 네 잔째 잔을 비웠다. 무의식중에 마셔 버린 듯했다.
이윽고 시간이 흘러 가즈아키는 고우에의 안내로 침실로 들어갔다.
“남편은요?”
“나중에 와요.”
고우에는 가즈아키에게 안겨 왔다. 그 몸을 받아들이면서,
‘좋군.’
가즈아키는 묘한 기분이었다. 이제까지 남편이 집에 없을 때 유부녀들과 즐긴 적은 셀 수 없이 많지만, 이렇게 남편이 집에 있는데 그의 여자를 안는 것은 처음이다.
두 사람은 키스하고 서로 얽혀 이불 위로 쓰러졌다. 헐떡이면서 고우에는 말했다.
“옷을 벗겨 주세요.”
가즈아키는 그녀의 말에 따라 옷을 벗겼다.
“당신도 벗어요.”
가즈아키는 스스로 알몸이 되었다. 고우에는 똑바로 눕고 나서 몸을 열었다.
“봐요.”
가즈아키는 그녀의 다리 사이로 들어가 웅크렸다. 비밀의 화원은 촉촉이 젖어 불빛에 빛나고 있었다. 가즈아키는 그곳에 양 손을 대고 열었다.
“아, 아!”
고우에는 절박한 목소리를 내며 몸을 뒤틀었다. 깨끗한 몸이다. 마치 똑바로 누워 춤추고 있는 듯했다.
감탄하면서 가즈아키는 애무를 시작했다.
잠시 후 문득 뭔가의 기색을 느끼고 뒤돌아보자 언제 들어왔는지 전라의 이치조가 두 사람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아! 들켰다.’
당황한 나머지 고우에의 몸에서 손을 떼고 엉겹결에 말했다.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고우에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계속해요.”
“글쎄요.”
가즈아키는 망설였다.
“빨리 아, 아. 나 이제....”
가즈아키는 마음을 굳게 먹고 고우에의 몸을 껴안았다. 고우에의 손도 가즈아키의 몸에 휘감겼다.
“아! 늠름해요.”
남편이 보고 있는 앞에서 고우에는 감동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애무하면서 가즈아키는 이치조 쪽을 보았다. 이치조는 선 채로 두 사람의 추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부릅 뜬 눈에 양 주먹은 꽉 쥐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 중심에 있는 남성은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그것은 상당히 훌륭한 것이었지만, 역시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저것이 위로 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신과 고우에가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이 자극이 되어야 한다. 아마 이치조는 그것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를 위해서는 한층 더 고우에를 몸부림치게 해 줘야 한다.
그렇게 생각한 가즈아키는 이제 이치조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애무에 몰입하기로 했다.
“비켜.”
이치조의 박력있는 소리가 들리고, 가즈아키는 난폭하게 방 저쪽으로 내팽개쳐졌다.
‘그래, 이것으로 내 역할은 끝났어.’
이치조는 가즈아키를 뒤돌아 보지도 않고,
“아, 당신 이리 와요.”
하고 외치는 고우에에게 달려 들었다. 그와 동시에 고우에의 절박한 신음소리가 들리고 이치조는 격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잘 됐어.’
고우에와의 페팅에 의해 가즈아키는 욕망의 극한 상황까지 치달았지만 역시 직업의식을 잊지 않고, 이치조와 고우에의 결합이 성공한 것을 보고 기뻐했다.
“당신! 당신.”
고우에는 외치며 격렬한 움직임 속에서도 가즈아키에게 요구했다.
“가즈아키씨, 보고 있어요?”
“네, 네. 보고 있습니다.”
가즈아키는 그렇게 대답하고 두 사람 옆으로 기어갔다. 이치조는 충혈된 눈에 입을 꽉 다물고 무서울 정도로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 이치조의 아래에 있는 고우에도 헐떡이면서 한결 같은 표정으로 응하고 있었다.
거센 폭풍우가 지나갔다.
아직 고우에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어깨로 숨을 쉬고 있던 이치조는 가즈아키 쪽을 보았다.
“물 좀 줘.”
“네.”
가즈아키는 물컵을 이치조의 입에 대 주었다. 벌컥벌컥 들이키는 이치조의 숨결이 거칠었다.
폭풍우가 최고조에 다다랐을 때,
‘이 남자, 이대로 죽어 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고 가즈아키가 걱정할 정도였다.
“괜찮습니까?”
“음.”
이치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랜만이야.”
“어땠습니까?”
“굉장히 좋았어.”
“축하합니다.”
“자네 덕분이야.”
이윽고 이치조는 고우에에게서 떨어져 똑바로 누웠다.
“자네도 그쪽에 누워.”
“네.”
가즈아키는 이치조의 말대로 이불 위에 눕자 고우에를 중심으로 누운 형태가 되었다. 고개를 돌려서 보니 이치조는 이미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그러나 가즈아키는 그렇지 않았다. 농후한 애무를 도중에 중지당한 데다가 뜨거운 장면을 본 후라 아직까지 직립해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역할이 끝났으므로 고우에에게 이상한 짓을 할 수 없다.
보통 청년이었다면,
‘음, 이번에는 내 차례다.’
하고 생각하고 고우에에게 달려들지도 모르지만, 가즈아키는 자신의 신분을 잊지 않았다.
고우에는 이치조에게 안겼다.
“당신, 멋있었어요!”
“음.”
“당신, 너무 무리한 거 아니죠?”
“괜찮아.”
고우에는 갑자기 등을 돌려 가즈아키를 향했다.
“우리들, 아기를 원해요. 그런데 이 사람 안 되겠죠? 그래서 당신의 도움을 받았으면 해서요.”
“그렇습니까?”
“오늘밤은 가장 가능성이 있는 밤이에요.”
“그런데 문제가 있잖소.”
심각한 듯이 이치조가 말했다.
“나에게 그럴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 몰라서 말이야. 나이가 들다 보니....”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가즈아키는 일어나서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연령과 관계가 있다고 하는 것은 속설입니다. 저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렇기만 하다면 좋지.”
“그래요, 기대해 봅시다.”
“그렇다면 내일도 올까요?”
가즈아키가 말했다.
“아니, 아니. 내일은 무리야.”
이치조가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그럼, 모레는요?”
이번에는 고우에가 말했다.
“음, 모레라면 괜찮을지도 모르지. 나도 자신감이 생겼어.”
“그럼, 전 이제 돌아가겠습니다.”
“아니, 오늘 밤 자고 가지 그래요.”
“전 돌아가겠습니다. 아직 시간도 이르구요.”
“하지만....”
“모레 또 오겠습니다. 그 동안에 부인 일만 생각하세요.”
“할 수 없군. 알았어. 그럼, 모레 또 오게.”
이치조는 고우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봐, 고우에. 답례를 하게. 좋은 청년이야. 약속의 배로 줘요. 내가 포상하는 거야. 그리고 택시를 부르게. 우리에게 중요한 사람이니까.”
고우에는 일어나 나갔다.
이치조는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건강했을 때는 저 사람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조심했지. 아무래도 내가 나이가 있으니까 나와 헤어져 다른 남자와 결혼할 경우를 생각했던 것 같아.”
“........”
“그런데 이제야 내 아이를 낳고 싶은 생각이 든 모양이구려. 그러나 이제 나는 늙어서....”
이치조는 쓸쓸한 어조로 계속 말했다.
“그래서 오늘 밤 일을 생각한 걸세. 상당히 자극적인 일이지. 그래서 결국 나는 흥분했고 말이야.”
“이제 이렇게 된 이상 아저씨와 부인과의 사이에 아이가 생길 떄까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이윽고 고우에가 흰 봉투를 들고 들어왔다.
“저, 답례에요.”
“내가 말한 대로 넣었는가?”
“네, 넣었어요.”
“택시는?”
“오 분 후에 올 거예요.”
가즈아키는 옷을 입었다.
정확히 오 분 후에 차 멈추는 소리가 나고 클랙션이 울렸다.
“왔어요.”
“그럼.”
가즈아키는 똑바로 앉아 부부를 향해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이치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모레도 부탁해요.”
“알겠습니다.”
가즈아키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왔다. 뒤따라 나온 고우에는 현관에서 가즈아키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난, 정말로 당신을 원해요.”
“저도 그렇습니다.”
“그럼, 내일 낮에 와 주지 않겠어요?”
“........”
“남편이 모르면 괜찮잖아요?”
“........”
“부, 부탁해요.”
“하여튼 내일 전화하겠습니다.”
“몇 시쯤?”
“열 시경에 하겠습니다.”
“꼭이에요. 나, 이제 당신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너무 길게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이치조에게 의심을 받을 우려가 있다. 막무가내로 요구해 오는 고우에의 입술에 짧게 키스를 하고 가즈아키는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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