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카인의 후예(7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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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353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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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부 카인의 배반 #09

73
"이번 싸움에서 료오이찌 녀석이 한 발짝 뒤로 물러섰지만 결코 포기한 것은 아니야. 녀석을 끝장 낼 때까지는 그만 둘 수 없어." 오와다와 류지오는 단 둘이 밀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와다의 말에 류지오는 고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싸움을 계속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학생이지 결코 야꾸자가 아닙니다."
"물론이지. 하지만 분명한 건 료오이찌 녀석은 학원 내의 주먹 세력들을 가만 두지는 않을 거란 말이야. 이미 자네와 자네 친구들은 가쓰오 형님의 편에 섰네. 료오이찌는 잔인한 놈이야.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일세. 그래서 뿌리를 뽑자는 거야!"
"그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그를 죽이면 이 게임이 끝나겠군요."
"그렇지! 그것도 해피 엔딩이야!"
류지오와 오와다는 북해도를 향해 떠났다.
오래 전에 폐쇄된 조선소에는 수백 명의 인물들이 모여 있었다. 류지오는 오와다보다 한발짝 앞서 그들의 우두머리로 자리에 나섰다. 그의 맞은 편에는 전형적인 야꾸자 모습을 한 사나이가 서 있다. 하지만 꽤 나이가 들어 보인다.
그가 료오이찌인가.
"가쓰오가 자신의 후원자로 든든한 인물을 영입했다던데 바로 자넨가?"
그렇게 굵지 않은 목소리가 밀폐된 공간에서 울려 퍼진다.
"당신이 료오이찌란 사람이요?"
류지오도 담담하게 말했다.
"더 이상 형제끼리 피를 나누고 싶지는 않다. 자네가 가쓰오를 대신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군?"
"당신은 더 이상 대항할 힘이 남아 있지 않을 거요. 지금 이 곳에서 만나자고 한 것은 무릎을 꿇기 위해 온 것이 아니요?" "료오이찌님께서는 일본에 계시지 않다. 너를 상대하는데 그 분이 직접 나설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당신도 그리 자격 있는 사람은 아니군?"
"흐흐흐... 이제 한번 붙어 볼까? 미안하지만 우리편이 조금 사람이 많은 것 같군."
"어떻게 싸우겠소? 총놀이로 할거요? 아님 칼장난으로 한 번 해 보겠소?"
"네 녀석과 일대일로 싸우겠다. 그 외의 사람은 구경꾼으로도 충분하지."
"그렇소? 하지만 우리편 생각은 틀린 것 같소."
이내 조선소의 벽을 부수고 두 대의 트럭이 양쪽에서 돌진해 들어온다.
트럭에서 수십 명의 사람이 내렸고 그 뒤를 따라서도 자동차들이 물밀듯이 계속 들어온다. 긴이치와 소정의 부하들이 들이닥친 것이다.
"무릎을 꿇는 자는 살려 두고 나머지는 모두 죽인다!" 류지오의 말에 모두 무기를 꺼낸다. 그리고 몇몇이 자동 소총을 꺼내 천장을 향해 발사한다. 그와 함께 트럭과 차들이 그들을 향해 돌진한다. 상대편에서도 다급히 총을 꺼내 들었지만 류지오의 말상대가 되었던 사나이는 털썩 무릎을 꿇는다. 그 뒤를 이어 십여 명이 동시에 무릎꿇었고 마흔여 명의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두 무릎을 꿇는다.
류지오가 다가가 가장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사나이에게 말한다.
"료오이찌는 어디에 있는가?"
"모르오."
"좀 전에 일본에 없다고 했지?"
"그렇소."
"당신 태도를 보니 입을 열지 않을 것 같군."
"나도 모르기 때문에 말을 못하는 것이오."
"안다면 말 하겠나?"
"모르겠소."
"죽고 싶다면 죽여주지."
류지오는 품에서 권총을 꺼내 그의 이마를 겨룬다.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가쓰오 형님의 밑에서 일해라. 그것이 살 길이다."
"그런 기회는 필요 없소. 대신 내 부하들은 살려 주시오." "모두다 죽인다. 대신 너는 살려 주지! 가라!"
류지오의 말에 모두 그의 뒤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총을 겨룬다.
"이보시오!"
그가 고개를 쳐들고 류지오를 노려본다. 그의 이름은 나시모도 이치모토로 료오이찌의 오른팔이나 다름 없는 사람이다. 가쓰오의 학교 선배로 가쓰오를 야꾸자에 끌어들인 인물이기도 하다. 그 이후 가쓰오는 국내 야꾸자의 대부인 사마야호의 애호를 받고 새로운 후계자로서 떠올랐다. 하지만 야꾸자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는 가쓰오보다는 료오이찌를 따르는 사람들이 더욱 많았고 야꾸자의 신진 세력들만이 가쓰오를 따랐다.
사마야호의 갑작스런 사망과 함께 사마야호는 임종 직전 가쓰오를 후계자로 지명했지만 가쓰오는 자신의 반대 세력을 제 때에 처리하지 못했다. 료오이찌는 동경을 장악했고 제 일 야당인 정민당과 야합함으로써 정계에까지 손을 넓혀 갔다. 게다가 많은 부하들을 직접 이끌고 국내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이치모토를 포섭함으로써 야꾸자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가쓰오는 사마야호의 후계자로서 아무 것도 이루어 놓은 것이 없었다. 자신의 세력은 오와다를 위시한 이름 없는 몇몇 신진 세력 뿐이고 전대련을 장악하고 있는 긴이치와 안면이나 익히고 있을 뿐이었다.
야꾸자 세력이 분할되어 있는 동안 동경대의 긴이치와 황성대의 소정이 동경을 양분하고 있었다. 그 중 소정은 시내의 건달패들을 제압함으로써 긴이치보다 훨씬 세력이 강했다. 료오이찌와 소정이 협조 체제를 이루어 긴이치를 치게 되면 가쓰오로서는 이제 홀연 단신으로 남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류지오라는 인물이 그들의 주먹계에 독불장군처럼 버티고 서 있었다.
류지오라는 인물을 대동하자 생각지도 않았던 소정까지 허리를 굽히고 가세한 것이었다. 그 덕에 동경 내에 새로운 뿌리를 박으려던 료오이찌 자신의 세력은 졸지에 나타난 한 인물에 풍지박산이 난 것이었다. 료오이찌의 주 세력은 국내에 있는 이치모토의 세력과 홍콩, 대만, 필리핀의 마약 삼각 지대에서 활동 중인 노나까 야마치의 세력이었고 동경에서 뿌리를 내리려던 자신의 세력은 이미 류지오란 인물에게 어처구니없이 깨어져 버렸다. 뒤늦게 나선 이치모토는 결전도 제대로 해 보지 못하고 당했으니 그의 한쪽 팔이 잘려 나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류지오는 이치모토의 불타는 눈을 바로 직시한다. 이치모토는 그의 차가운 눈빛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료오이찌란 인물보다 더욱 두려웠다.
"너를 상대로 장난치는 것이 아니다. 너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것이다. 다시 불복하면 너와, 여기에 있는 너의 부하들을 모두 죽이겠다. 료오이찌에게 충성하고 싶으면 스스로 자결하라!" 이치모토는 온 몸에 전율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품에서 칼을 빼 들었다. 그가 달려든다면 당장에 류지오의 가슴에다 칼을 찔러 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허튼 생각을 품을 단계가 아니었다. 그리고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는 자신들의 부하에게 몸을 돌린다.
"죽고 싶으냐 살고 싶으냐?"
"이치모토님과 함께 뜻을 같이 하겠습니다!"
모두들 한 결 같이 소리쳤다. 정말 자신에게 목숨을 받칠 정도로 충직한 부하들이다. 결코 이들을 죽게 만들 수는 없다.
"좋다!"
이치모토는 돌아서더니 칼을 다시 꼽고는 류지오 앞에 다시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내리친다.
"류지오님이 허락하신다면 제 목숨을 받쳐 충성하겠습니다." "훌륭하군! 가서 료오이찌의 목을 가져오시오. 그 후에 내가 따르는 사람에게 그 맹세를 다시 해도 괜찮을 거요."
이로써 이치모토는 가쓰오의 편에 투항했다. 정확히 말해 류지오에게 복종한 것이었다.
이런 무리들의 사람에게 있어 가장 비겁한 행동은 배반이다. 이미 그는 대부 사마야호의 명을 어기고 배반해 료오이찌의 편에 섰다. 그리고 다시 배반한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모시던 주인의 목을 짤라 적에게 투항하는 자는 배반의 낙인을 찍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에게 배반을 당할 정도의 약한 주인보다는 새로운 주인을 모시겠다는 의미였다.
이치모토는 그 명예를 되찾을 수 있도록 배려한 류지오에게 다시 한번 충성을 다짐한다.
류지오는 새로운 동료를 데리고 동경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미국에 있는 자신의 아버지의 생사에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한때 호형호제했던 사람과 자신을 낳아 준 아버지와의 싸움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을까. 두 가공할 인물이 어떤 싸움을 펼치고 있는지 자신으로서는 짐작할 수조차 없다.
호화로운 요정에 류지오는 네 명의 인물과 함께 자리를 같이 하고 있었다. 오와다, 이치모토, 긴이치, 소정이었다. 이치모토는 다른 사람과는 달리 무릎을 꿇고 앉는다.
"이치모토씨, 편하게 앉으십시오."
류지오는 정중하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이치모토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여 보이고는 책상다리를 하고 앉는다. 류지오는 이들의 엄격한 규례에 속으로 고소를 지으며 먼저 술병을 들려고 한다.
"내가 한 잔 따르지."
오와다가 먼저 술병을 낚아채고는 류지오에게 잔을 따라 준다. 모두들 류지오가 먼저 잔을 받는데 이의가 없었다. 류지오는 오와다에게 술잔을 받고는 다른 네 명에게는 직접 술을 따라 주었다.
"옆에 앉은 오와다 형님께서 먼저 한잔 받으십시오."
덩치가 커서 류지오의 왼쪽에 턱하니 혼자 앉아 있는 오와다에게 술을 따르고 그 편으로 돌아가면서 차례로 술을 따라 주었다. 술을 한 잔씩 마시고 나자 요정의 여자들이 들어왔다.
"내가 이런 데 온 걸 알면 우리 집 어머니가 단단히 꾸중을 하실 겁니다."
류지오의 말에 모두 빙긋이 웃을 뿐이었다.
류지오는 옆에 앉은 여자가 따라 주는 술잔을 받으며 시선을 술잔에 향하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살펴본다. 무척이나 아름답다. 길고 짙은 속눈썹은 붙여서 만든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아끼꼬와 무척이나 닮아 보였다.
아끼꼬의 완벽한 조화 때문에 그녀의 특징을 뭐라고 한마디로 결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웃을 때 보이는 두개의 덧니가 무척이나 독특한 매력을 끌었다.
하지만 이 여자는 날카롭고 도도한 느낌을 먼저 전해 준다. 아끼꼬와 정반대이다. 아끼꼬의 첫 인상은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이었다. 그녀와 닮아 보이는 것 같으면서도 분명한 이런 차이를 전해 주는 것은 아마 아끼꼬보다 훨씬 나이가 어려 보이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류지오는 자신의 옆에 앉은 여자에게 무척이나 호감을 가지며 아끼꼬와 비교해 본다. 이미 술잔에 가득 술이 찼지만 류지오는 석상처럼 멈추고 그녀의 얼굴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런데서 일하기엔 너무나 아까운 여자다.
류지오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갑자기 이치모토가 묵직하게 입을 연다.
"류지오님... 그 여자의 품속에 비수를 숨기고 있습니다." 류지오는 그 말의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그냥 농담처럼 받아들일 말인데 이치모토는 상당히 심각하게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여자가 고개를 들면서 류지오를 노려본다. 그리고 품속으로 들어간 손에는 날카로운 과도가 쥐어져 나온다. 류지오는 펴려고 하는 그녀의 팔꿈치를 재빨리 잡아 쥔다. 여자는 짤막한 비명 소리를 내며 과도를 떨어뜨려 버린다.
"너희들은 나가 있거라!"
이치모토의 말에 네 명의 여자가 나간다.
류지오의 옆에 앉은 여자는 팔꿈치를 잡힌 채 류지오를 노려만 보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는 다시 이치모토를 노려본다.
"더러운 배신자!"
이치모토는 그녀의 얼굴을 침울하게 마주보더니 끝내는 고개를 떨구고 말한다.
"저 여자의 이름은 사나에입니다. 그리고 료오이찌와 결혼하게 될 여자입니다. 그녀로부터 그 사람의 행방을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류지오는 그제야 이치모토가 왜 자신을 이리로 데려 왔는지 알 것 같았다.
류지오는 그녀의 팔꿈치를 잡은 손에 힘을 준다. 그러자 그녀는 고통을 참으려고 어금니를 꽉 깨문다.
"그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소?"
"모른다!"
"이치모토씨!"
"네!"
이치모토는 류지오의 소리에 벌떡 일어나 허리를 굽히며 대답한다.
"앉아요."
"네!"
이치모토는 무릎을 꿇어 안는다. 하지만 그의 날카로운 음성에 무언가 호령이 떨어질 것만 같다.
"당신은 날 잘못 보고 있군요!"
"죄송합니다! 류지오님!"
이치모토는 고개를 푹 숙인다.
"앞으로 이 여자를 괴롭히지 마시오. 안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텐데..."
"네! 명심하겠습니다!"
류지오는 팔꿈치를 잡고 있는 손을 놓아준다.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깁시다."
류지오가 일어서자 모두 따라 일어난다.
"잠깐만요! 가지 말아요. 나 때문에 여기에 온 손님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사나에가 당당하게 류지오를 보고 말했다.
"좋소. 여기서 그냥 마십시다."
다시 이치모토가 기녀들을 불렀다. 사나에는 좀 전의 급박했던 상황과는 달리 침착하게 류지오에게 술을 따라 주었다.
모두 술이 얼큰하게 올라 있을 쯤에 오와다가 먼저 일어선다.
"난, 이만 여자나 안고 자러 가야겠어."
"오와다 형님이 빠지면 무슨 재미로 술을 먹습니까?"
"오늘만 날인가? 이치모토 형님! 저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오와다는 자신에게 술시중을 드는 여자가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지 가뿐하게 여자를 들고는 나가 버린다.
"류지오님. 그럼 저도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이치모토가 일어서서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그렇게 말한다.
"이런! 이치모토씨까지... 가 버리면..."
이치모토뿐만 아니라 긴이치와 소정 역시 류지오에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나가 버린다.
그리고 마지막에 소정이 문을 닫기 전에 말한다.
"조심하게나."
소정이 나가자 방안에는 적막이 흘렀다.
류지오가 자신의 잔을 마저 비우자 사나에가 다시 술을 따라 준다.
"무엇 때문에 여기 남아 있소?"
"..."
"당신에게는 미안하지만 그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당할 거요."
이미 자신은 이 싸움에 깊숙이 개입해 있었다. 한 쪽이 끝장 나기 전에는 빠져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이제 술은 그만 먹겠소."
류지오는 그러면서 마지막 잔을 비우고는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사나에가 나가고 두 명의 여자가 들어와서 상을 가져 나간다.
"편히 주무십시오."
여자는 방문을 닫기 전에 공손히 말한다.
류지오는 빙긋이 웃고는 몸에서 나는 더운 열기에 웃통을 벗고는 자리 위에 올라가 벽에 기댄다. 그리고 오와다가 두고 간 담배를 하나 꺼내 피운다.
료오이찌를 죽이자니 그녀가 울 것이고 자신이 죽자니 자신의 여자들이 울 것이다. 사나에의 얼음 같은 태도 때문인지 술기운이 돌지 않다가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나자 화끈하게 달아오른다.
불을 끄지 않고 그냥 자리에 누웠다. 그녀가 언제 칼을 들고 뛰쳐 들어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피식 실소가 난다.
하지만 정말, 사나에는 몸에 보이지 않는 칼을 품고 류지오의 방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류지오의 방에 들어서기도 전에 이치모토에게 붙잡히고 만다.
"뭐죠?"
"어디를 가십니까?"
이치모토는 강경하면서도 상당히 공손하게 물었다.
"그 사람의 방에!"
"왜죠?"
"내 손님이까요. 당신은 무엇 때문에 날 막는 거죠?"
"사나에님의 손님이기도 하지만 내 주인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쥐새끼처럼 주인을 잘도 바꾸는군요!"
"료오이찌님의 목은 내 손으로 잘라 올 테니 그 분에게 앙심을 품을 이유가 없습니다."
"날 단칼에 죽이면 간단하지 않겠어요?"
"그 분에게 몸을 주고 싶다면 막을 이유는 없습니다." "잘됐군요."
"그 전에 칼은 내놓고 들어가십시오."
"내 몸에 칼이 있다면 뒤져봐요."
"그럼.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이치모토는 서슴없이 그녀의 몸을 더듬으려고 손을 뻗는다.
"당신! 정말...!"
사나에가 흠칫하며 뒤로 물러선다.
"사나에님에게 흑심을 품었다면 평생 불구가 되겠습니다!" "흥! 좋아요!"
이치모토는 그녀의 몸을 샅샅이 더듬었다. 사나에는 수치심 때문인지 이치모토의 손이 닿을 때마다 심하게 몸을 떨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허튼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사나에는 떨리는 숨을 내쉬고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류지오는 잠시 잠에 빠졌다가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벌떡 일어난다. 형광등의 불빛 때문에 한동안 눈이 부셨다.
"주무셨나요? 미안해요."
"당신은... 왜 들어온 거요?"
"내 손님이니까요."
"...?"
사나에는 방안으로 들어와 조심스럽게 미닫이 방문을 닫는다. 그리고는 서슴없이 옷을 벗는다.
"이 곳에선 몸도 파는 거요?"
"경우에 따라서는요."
그렇게 말하고는 허리끈을 풀어 버린다. 그러자 화복 속에 아무 것도 입지 않은 알몸이 드러난다.
"당신 짓이 너무 유치하다고 생각 들지 않소?"
류지오의 말에 사나에는 몸을 떤다. 류지오 역시 떨고 있는 사나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여자의 나체를 바라보며 아무런 감흥이 일지 않을 리 없었다. 여자의 육체를 갖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일어났지만 류지오는 그것을 술기운 탓으로 돌려버린다.
"대답해 봐요. 부끄럽지 않소?"
"부끄러워요."
"그럼 더 부끄러운 짓을 당하기 전에 어서 나가시오!" "내 몸을 갖고 싶지 않아요? 난... 아무에게나 몸을 주는 여자가 아니에요."
"하지만 흥미 없소."
류지오는 단호하게 말하고는 그대로 누웠다. 하지만 사나에는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류지오가 누워 있는 옆에 공손하게 무릎을 꿇고 앉는다. 사나에의 차가운 손이 배에 닿았다. 이미 발기해 있는 물건이 더욱 빳빳이 일어선다. 사나에의 손이 청바지 위의 그 곳을 부드럽게 더듬는다. 그리고 혁대를 풀고 지퍼를 내린다. 다시 한 번 팬티 위로 손을 올려 물건을 부드럽게 거머쥔다.
"나를 갖고 싶죠?"
"술기운 때문이오."
"나를 가지세요. 이제부터 당신 여자가 되겠어요. 그리고... 그를 죽이지는 말아 주세요."
때때로 여자는 잔인할 정도로 강인할 때가 있다. 사나에는 그 한계를 넘어섰고 자신 역시 주체할 수 없는지 눈물이 흘러 내렸다.
죽이고 싶도록 미운 사내가 자신의 몸을 거부한다. 그런 사내를 유혹하려는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사나에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숙이더니 불룩하게 부풀어 있는 팬티 위에 입술을 가져간다. 물건의 머리가 있을 법한 부분에 입술을 가져가 살며시 누른다. 그리고 한 손으로 고환을 주무르며 다른 한 손으로 팬티를 조금 끌어내린다. 거의 배꼽 아래까지 올라와 있는 물건의 끄트머리가 팬티 밖으로 드러났다. 터질 듯이 부풀어 있는 귀두의 밑부분에 다시 입을 가져간다. 그러면서 여전히 고환을 주무르고 오른손으로는 배를 더듬었다. 배근이 경직하면서 모양을 갖추고 류지오가 상체를 일으키자 그제서야 입을 떼고 물러난다.
류지오는 이제 입으나 마나한 자신의 팬티를 벗어 한 쪽 구석에다가 집어던지고는 담배를 찾아 물었다.
사나에는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눈을 뜨고 있다면 자신의 발기한 물건을 보고 있으리라. 간혹 급히 병원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남근이 잘리거나 혀가 잘려 오는 사람이 있다. 류지오는 자신이 그 꼴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다시 실소를 터트린다.
"내가 그를 죽일지 아니면 내가 그에게 죽음을 당할지 어떻게 알고 이런 짓을 하는 거요?"
"이치모토씨는 료오이찌씨를 충분히 죽일 수 있어요. 이치모토씨는 야꾸자의 세계에서 가장 실력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료오이찌씨는 이치모토씨를 당신만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지 못했습니다." 사나에는 아주 또박하게 말했다.
"난 권한이 없는 사람이오. 지금 내가 따르는 사람은 가쓰오고 그가 돌아오면 나 역시 원래의 배구 선수로 돌아갈 것이오." "이치모토씨는 사마야호님의 명을 어기고 가쓰오씨를 배반할 때 자신 스스로 가쓰오씨의 목을 베어서 그 분의 묘소에 가져다 받친다고 했어요. 그리고 이제 다시 료오이찌씨를 배반하고 그의 목을 당신한테 받치겠다고 했어요."
"허허... 대단한 사람이구려!"
"그래요. 하지만 그는 자신의 한 말을 어기지 않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가쓰오씨가 돌아오면 당신과 이치모토씨를 죽일 거예요." "나까지 말이오?"
"그래요. 당신이 살아 있는 한 가쓰오는 진정한 대부가 되지 못해요. 그는 여우 굴에 호랑이를 불러들인 거예요."
류지오는 실소를 터트린다.
그렇다면 료오이찌와 가쓰오는 여우고 이치모토는 곰이란 말이 아닌가.
"당신은 날 너무 과대 평가하는군!"
"그럴지도 모르죠. 사람은 누구나 욕심이란 것이 있어요. 료오이찌씨와 가쓰오씨는 욕심이 많은 인물이에요. 당신이 대부의 자리를 원하지 않는다 해도 그는 당신을 그냥 두지는 않을 거예요. 료오이찌씨 역시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료오이찌씨의 목숨만은 살려 주실 수 있잖아요?"
"모르겠소. 난 피곤하오. 난 자고 싶소."
"오늘 밤 당신을 모시겠어요."
사나에는 고개를 들고 류지오를 쳐다보았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의 물건은 이미 풀이 죽어 있었다. 마치 원망이라도 하는 듯 바라보며 그렇게 입을 여는 것이었다.
"료오이찌는 당신이 이러는 것을 원하지 않을 거요."
"그는 내가 무슨 짓을 하든지 상관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다면 당신은 무엇 때문에 이 짓을 하는 거요?"
"그는 나를 구해 준 적이 있어요. 그것밖에 없어요. 이제부턴 당신을 따르겠어요. 당신은 그 보다 더 훌륭해요."
"모를 일이군! 담배 하나 더 피워도 되겠소?"
그 말에 사나에가 직접 담뱃갑에서 담배를 꺼내 준다. 그리고 담배 불도 붙여 준다.
그러는 동안 류지오는 몸을 자신의 쪽으로 돌린 그녀의 모습을 완전히 볼 수 있었다.
"몇 살이오?"
그녀의 가냘픈 몸매를 보고 류지오는 나이를 묻는다. 얼굴의 짙은 화장을 지워 버린다면 소녀처럼 보일 것 같았다.
"스물세살이에요."
그녀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적어도 료오이찌란 인물은 가쓰오보다는 나이가 많을 것이다. 가쓰오는 적어도 삼십 줄은 넘어선 사람이다. 그렇게 엄청난 나이 차를 극복하고 서로가 사랑할 수 있는 것인가.
류지오는 그런 의문이 들었다.
"그와 알게 된 지는 얼마나 되었소?"
"..."
"말해 보시오."
"2년 전입니다."
말을 하면서 똑바로 자신의 눈을 직시하지 못하고 눈꺼풀을 내리깔고 시선을 아래로 떨구어 버린다. 류지오는 그녀가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행동이 이렇게 즉흥적인 것도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류지오는 다시 한번 길게 담배불을 빨고는 폐속 깊숙이 밀어 넣는다.
"가서 술을 가져오시오."
"네."
사나에는 다시 옷을 단정히 입고는 밖으로 나갔다. 술상을 가져오자 다시 이치모토가 막아선다.
"왜 그래요?"
"미안합니다."
이치모토는 좀 전과는 달리 강경한 태도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뒤에 서 있는 두 사람에게 눈짓을 주었다. 둘은 주저 없이 술과 안주거리를 한 점씩 먹었다.
"너는 다른 한 명을 데리고 당장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라." "네!"
"그리고 너는 여기 남아서 몸에 이상이 있으면 즉시 나에게 보고해라."
"네!"
사나에는 이치모토를 노려보았다. 이치모토는 공손히 고개를 숙여 보일 뿐이다.
사나에는 작은 술상을 들고 들어갔다. 그 사이에 사나에가 독약이라도 넣을 것인지 이치모토의 감시의 눈길은 떠나지 않았다.
류지오는 이미 옷을 입고 앉아 있었다. 사나에는 술상을 그의 앞에 놓더니 다시 자신의 허리띠를 풀어 버린다.
"벗지 마시오!"
"네..."
사나에는 나직하게 대답하고는 그의 맞은 편에 앉는다.
풀어 버린 허리띠를 다시 매지 않아 술을 따르기 위해 팔을 움직이자 옷깃이 벌어진다.
류지오는 잔을 들지 않고 그녀의 드러난 모습을 지켜본다. 옷을 모두 다 벗고 있는 것보다 더 곤혹적이다. 몸을 주려고 안 달이 난 여자를 왜 망설이는 것인가.
류지오는 그 대답을 잠시 미루고 짜증이 난다는 듯이 말한다.
"제대로 입으시오."
"네에..."
사나에는 허리띠를 다시 졸라맨다. 하지만 여전히 드러난 자신의 살갗을 가리려고는 하지 않는다. 류지오는 그런 모습에 다시 흥분되었다. 따라 놓은 술을 입안에 들이키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은 이 사람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이오?" "류지오님 보단 많이 알고 있습니다."
"날 님이라고 부르지 마시오."
"그럼...?"
"내 옆으로 와 봐요."
사나에는 그 말에 흠칫하면서도 그의 옆으로 가서 무릎을 꿇고 앉는다. 류지오는 사나에의 벌어진 옷깃을 바로 하고 허옇게 드러난 허벅지도 옷으로 가려 준다.
"제... 몸이 추하나요?"
"그렇지 않소."
"그렇다면... 왜...?"
"다른 사람의 여자를 건드리기 싫습니다."
"난 아무의 여자도 아니에요."
"거짓말 말아요. 당신은 적어도 료오이찌를 사랑하고 있어. 도대체 이치모토씨가 왜 나를 여기로 데려왔는지 모르겠군!"
"료오이찌씨는 얼마 전 암살을 당할 뻔했어요. 상대는 가쓰오씨가 아니라 미국에서 활동 중인 일본 야꾸자들이죠. 부상을 입은 료오이찌씨가 얼마 전에 이 곳을 찾아왔어요. 그리고 지금은 이미 국외로 빠져나가 치료를 받고 있을 거예요. 나와 료오이찌씨와의 관계를 아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죠. 그의 말대로 료오이찌씨가 어디에 있는지 난 알고 있어요."
"그렇소?"
"네. 료오이찌씨는..."
"그만 하시오."
류지오는 그의 이름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이다. 마치 그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듯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에 그녀가 가증스럽게 느껴졌다.
류지오 역시 자신이 어리석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일부러 사랑하지 않는 척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는 방법이리라.
류지오, 자신은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몸을 받치려는 여자를 탐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그녀의 터무니없는 연극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제 그만 돌아가시오. 나 혼자 술 마시고 싶소."
"난... 이제 그를 잊기로 했어요. 당신은... 그보다 훨씬 더 멋져요. 당신 품에 안기고 싶어요."
그녀는 마치 진심인 듯 눈을 똑바로 직시하고 말한다.
"하하하...!"
류지오는 실소를 다시 터트렸다. 자신 스스로 술을 따라 마시고는 그녀에게 한 잔 내민다.
"마시겠소?"
"술을 할 줄 몰라요."
"술집에 일하면서 술을 못한다니 말이 되오?"
"그럼... 마시겠어요."
사나에는 두 손으로 잔을 곱게 들어 술을 마신다. 워낙 독한 술이라 한 잔만 뱃속에 들어가도 불이 날 정도다.
류지오는 그 독한 열기를 내 뿜으며 그녀의 드러난 목을 훔쳐본다. 더 이상 그녀와 함께 있다간 짐승처럼 변해 버릴 것 같았다.
사나에는 류지오의 내심을 알았는지 자신의 어깨에서 옷을 끌어내린다. 가냘픈 어깨와 그리 크지 않은 두 젖가슴이 드러난다. 류지오는 그녀가 마저 옷을 벗는 모습을 그냥 지켜만 본다. 이제 옷을 입으라고 다시 말하기도 귀찮았다. 아니면 그녀의 알몸이라고 보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사나에는 알몸으로 앉은 채로 가만히 있다.
류지오는 다시 담배를 피운다. 이미 그의 사고는 흐려져 있었다. 도망치고 있는 이성의 실꼬리를 잡으려고 담배 연기를 더욱 폐부 깊숙이 빨아들인다. 담배 한 개피만 피워도 머리가 띵하게 아파 오는데 지금은 오히려 마치 담배 연기로 숨을 쉬려는 듯 연기를 빨아 마시고 있는 것이었다.
사나에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류지오의 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의 등뒤로 가서 끌어안고는 자신의 몸을 밀착한다. 자신의 작은 유방을 그의 등에 꼭 밀착시키며 두 손으로 그의 가슴과 배를 쓰다듬는다. 청바지의 호크를 풀고 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발기한 물건을 끄집어내고는 어루만진다. 사나에는 거친 숨을 그의 목등에다 내뿜으며 입술로 그의 어깨를 더듬었다.
요구를 들어주고 이 여자를 탐하면 그만이다.
류지오는 사고의 마비 끝에 그런 귀착을 얻어낸다. 스스로 청바지를 벗어버리고는 사나에를 안고 쓰러진다. 진한 루즈가 묻어 있는 입술을 강하게 빨고는 그녀의 입안으로 혀를 밀어 넣는다.
사나에는 담배 냄새와 독한 술 냄새를 풍기는 그의 입을 더욱 대담하게 맞이한다. 하지만 류지오는 이내 입술을 떼버리고 그녀의 젖가슴을 차지한다.
류지오는 그것으로 전희의 단계를 끝마쳐 버린다. 그리고 지체없이 사나에의 허벅지 사이로 들어가 삽입한다. 사나에는 엄청난 고통을 느끼면서도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움직임에 맞추고 요기 어린 신음 소리를 흘리기 시작한다.
류지오는 몇 일간 여자를 안아 보지 못한 탓인지, 아니면 술의 기운 탓인지 거칠게 몸을 움직이며 자신의 욕구만을 채우고 있었다.

카인의 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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