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카인의 후예(78-80/80)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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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495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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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부 카인의 배반 #10

78
류지오는 요꼬와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오후 사나에의 집으로 돌아갔다.
사나에가 퉁명스럽게 대하자 류지오는 자기 무기를 다시 휘두른다.
이치모토와 점심을 같이하고 대련을 하고 있는데 한 녀석이 급하게 달려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이치모토는 힐책하듯 말했다.
"저... 저..."
"말해라!"
"저... 죽여 주십시오. 대부님의... 자당께서... 납치당하셨습니다...!"
류지오는 그 소리에 어금니를 깨문다.
야꾸자의 두목임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서는 자신들의 가족들에 대해서 경호를 더욱 강화시켰다. 미국에 활동 중인 해외파를 완전히 박살을 내고 노모를 자신의 부하로 들였지만 가쓰오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고 료오이찌 역시 몸을 도사리고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소리를 듣고 나서 이치모토 역시 땅바닥에 엎드려 사죄한다.
"같이 죽여 주십시오."
"일어나요. 대책을 마련합시다."
그 시간 이후로 야꾸자들은 또 다시 비상사태였다. 어쨌던 이 사건으로 국내의 야꾸자를 통솔하고 있는 이치모토로서는 어떡해서든 책임을 져야 했다.
사나에는 어느 때보다도 엄중하게 앉아 있는 류지오 옆에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다.
"납치 당한지 다섯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미 경찰 역시 동경을 통하는 모든 도로망을 차단하고 검문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아직 동경에 있는 것입니다."
류지오는 차분하게 계속 말을 잇는다.
"내 어머니에게 무슨 짓을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분명 요구 조건이 있겠죠. 내 목숨을 원하면 바꿀 것입니다. 이치모토!" "네!"
"내가 죽으면 당신이 조직을 이끄시오."
"나가야마님!"
"어머니를 경호했던 사람은 당분간 근신하라 하시오. 허튼 짓은 더 이상 용서 못하오."
"대부인 찾은 후, 제가 죽음으로 사죄하겠습니다."
류지오는 아무런 대답 없이 가만히 앉아서 전화 벨이 울리기만을 기다렸다. 정각 24시가 되어 갔다. 납치 당한지 열한 시간이 다되어 가는 것이다. 범인은 도시에의 차에 타고 있다가 차와 함께 그녀를 납치했다. 뒤를 쫓던 이치모토의 부하는 상대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
그 사이에 구원 요청을 했으면 납치범을 놓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오기를 부렸던 것이다. 그런 실수는 이 세계에서는 죽음으로 대신한다. 하지만 류지오는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그 책임은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류지오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치모토씨."
"네."
"다른 사람들의 경호는 어떻습니까?"
"그건..."
"어머니를 찾는데 사람들을 허비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경호나 더 늘려요."
"네! 알겠습니다."
새벽 한시쯤 전화 벨이 울린다.
류지오는 긴장한다. 하지만 전화를 직접 받지는 않는다.
사나에가 대신 받는다.
"여보세요."
사나에는 수화기를 계속 들고 있더니 사색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수화기를 놓쳐 버린다.
이치모토가 다시 받는다.
"뭐지?"
류지오가 참지 못하고 묻는다. 그러자 사나에가 무표정하게 입을 연다.
"요꼬씨가..."
"요꼬가 어떻게 됐어!"
"납치 당했어요."
류지오는 앞에 있는 탁자를 내리쳤다. 통나무로 된 견고한 탁자가 두 조각 나버린다. 류지오는 그것으로도 성에 차지 않는지 일어서더니 주먹으로 벽을 쳐버린다. 벽의 바깥 부분에 모양내기 위해 붙여 놓은 나무판이 해머에 얻어맞은 것처럼 박살이 나 버린다.
류지오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벽을 몇 번 두드린다. 그리고 방을 나가더니 사나에의 방에 들어간다. 벽에 기대어서는 담배를 피운다.
사나에가 잠시 뒤에 따라 들어온다. 그의 무릎에 올려놓은 손등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벽을 때리며 자신의 손도 다친 것이다. 사나에는 붕대를 가져와 감아 준다.
류지오는 그대로 있었다.
"미안해요."
"뭐가?"
"..."
"미안해 할 것 없어. 내 잘못이니까... 그 녀석한테 전화가 오면 알려줘... 난 좀 자야겠어."
사나에는 불을 끄고 나갔다.
류지오는 잠들지 않았다.
이제 고통의 악몽을 꿀 시간이 다가 오고 있었다.
사나에가 나가자 두 주먹을 쥔다. 무릎 위에 올려놓은 두 손이 심하게 떨린다.
류지오는 해외파까지 해결하고 나서는 이러한 납치를 예감하고 있었다. 쥐를 궁지로 몰아 넣으면 뒤돌아서서 무는 법이다.
료오이찌와 가쓰오에겐 이제 물러설 길도 없었다.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언젠가는 이러한 방법을 택할 것이다.
류지오는 오늘 요꼬와 헤어지면서 자신을 늘 경호하는 이케오와 히토시를 자신 대신 요꼬를 경호하도록 시켰다. 멍청하게도 이들은 요꼬와 만나는 장소까지 찾아와 법석을 떨었던 것이다.
류지오는 깊이 숨을 들이쉰다. 눈동자가 아프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기나긴 잠 속에 빠져든다. 하지만 깊은 잠 속에 빠지게 만드는 검은 모래를 뿌리고 다니는 악마를 몰아내야 한다.
류지오는 칼을 든다.
벽에는 두 자루의 칼이 걸려 있다. 배반의 검과 제왕의 검이였다. 류지오는 배반의 검을 들고는 밖으로 나왔다.
류지오는 정원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본다. 밤하늘의 별이 무척이나 밝게 빛나고 있었다. 풀 내음을 깊숙이 들이마신다.
"류지오... 나... 아기를 갖고 싶어."
"안돼."
"우리가 결혼하면 언젠가는 가질텐데. 뭘!"
"지금은 안돼. 배불뚝이 여자는 꼴 보기 싫어."
"그럼 평생 배불뚝이가 돼 버릴 거야!"
"어떻게?"
"죽도록 밥만 먹지!"
"그럼 너하고는 끝이야! 분명히 말해 두지만 나하고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수두룩해."
"그럼 그 여자들하고 결혼해. 대신 나에겐 정자 하나만 줘." "여기에 한 1억 마리쯤은 들어 있을 거야. 가져."
류지오는 콘돔을 벗겨 내고는 흔들어 보인다.
"다음엔 그 고무 끝에다 모두 구멍을 내 놓을 거야!"
류지오는 미소를 짓다가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사나에의 소리를 들었다. 류지오는 방안으로 달려간다. 모두 침울하게 앉아 있다.
류지오는 수화기를 든다.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남자 목소리답지 않게 가늘다.
"자넨가?"
"누구요? 료오이찌?"
"그렇다."
"여자들은..."
"내가 모시고 있다."
"풀어 주시오."
"데리고 가라."
"어디요?"
"동영호텔 옥상이다."
"30분내로 가겠소!"
"혼자서 와라."
"염려 마시오!"
류지오는 수화기를 던져서 박살내 버린다.
"아무도 따라오지마!"
류지오의 외침에 이치모토가 부복하며 소리친다.
"나가야마님!"
"이치모토!"
"네!"
"명령이다."
"네!"
"이제부턴 네가 이들의 우두머리다! 스스로를 섬겨라! 둔한 사람..."
류지오는 끝말을 흐리며 혼자서 나왔다.
차를 몰고 시내로 진입한다.
그리고 천천히 42층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간다.
옥상에는 아무도 없었다. 단지 휴대폰 하나만이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놓여 있을 뿐이다.
이내 전화 벨이 울린다.
류지오는 받는다.
"자넨가?"
"그렇소."
"나하고 재미있는 게임을 한번 해 볼까? 옥상으로 올라와서 뒤편에 있는 건물을 내려다 봐라."
뒤편에는 20층 빌딩이 있었다.
조명등이 비치는 곳에 한 여자가 묶여 있다.
요꼬였다.
"그 옆을 봐라."
"보고 있소."
그 옆의 같은 높이의 빌딩에는 도시에가 있었다.
"두 곳 다 폭탄을 설치해 놓았다. 10분 뒤 동시에 터진다. 어머니를 선택할 테냐..."
류지오는 더 이상 듣지 않고 옥상에서 뛰어 내려간다. 이 곳을 내려가는 데도 10분은 더 걸릴 것이다.
아래층으로 내려와 엘리베이터를 눌렀다. 엘리베이터는 내려가고 있었다.
류지오는 계단을 뛰어 내려온다. 그리고 지체없이 두 빌딩중 하나에 들어간다.
도시에는 류지오를 보자 소리친다.
"류지오!"
류지오는 칼로 밧줄을 풀었다. 손목과 발목에 수갑이 채어진 도시에를 안고 내려온다.
"요꼬! 널 사랑해!"
류지오는 절규하듯 외치고는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 서너 층을 내려가자 머리 위에서 순간 엄청난 폭발음이 들렸다.
"죽여 버리겠어! 이 더러운 새끼!"
류지오는 도시에를 내려놓고는 혼자 뛰어 내려간다.
빌딩을 나와 류지오는 미친 듯이 소리친다.
도로에는 이미 옥상에서 폭파된 건물의 잔해들로 어지럽게 놓여져 있었다.
전화 벨이 울린다. 류지오는 주머니 속에 있는 휴대폰을 다시 꺼낸다.
"놀랍군! 사랑하는 여자를 버리다니."
"좀 더 사랑하는 여자를 택했을 뿐이다. 어디 있느냐?" "북쪽 도로를 향해 보아라."
류지오는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리 높지 않은 빌딩에서 불빛이 반짝인다. 꽤나 먼 거리였다.
류지오는 달려갔다. 그리고 다시 열려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류지오의 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그 빌딩 안으로 들어섰을 때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경찰들이 도착한 것이다. 류지오는 그 사이렌 소리를 뒤로하고 옥상으로 올라간다.
옥상으로 올라가자 대형 광고 등에 불이 들어온다. 그리고 료오이찌라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한마디로 오싹할 정도의 느낌을 주는 차가운 사내였다.
"한 마디로 감탄스럽군. 자네를 좀더 고통스럽게 해 주고 싶었지만 지금 생각을 바꾸었네."
"그런가?"
류지오는 칼을 빼 든다. 시퍼런 칼날이 번쩍인다.
료오이찌는 대신 총을 빼 든다.
"칼보다는 총이 강하다는 걸 보여주지."
"그런가?"
류지오는 다시 한번 자신의 멍청함에 분노하며 멍청히 서 있을 뿐이었다.
그 많은 부하들 중에서 하나만 데려 왔더라도 두 여자 모두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오직 자신의 오기만을 믿고 혼자 찾아 온 것이 요꼬를 죽인 것이다.
"잘 가게나!"
요란한 사이렌 소리에 뒤섞여 밤하늘을 가르는 총성이 들렸다.
료오이찌는 방아쇠를 당겼지만 그를 맞추지 못했다. 그 전에 어디서 날아온 총알인지 자신의 가슴에 두개의 구멍을 낸 것이었다. 료오이찌는 그 믿을 수 없는 사실에 놀라며 쓰러져 버린다.
류지오가 출발한 뒤 이치모토는 자신들의 부하에게 연락해 저격수들을 102층의 높이의 신조그룹 빌딩에 보냈다. 하지만 신조그룹의 빌딩에서 동영호텔까지의 거리는 너무나 멀었다. 저격수들은 난감했지만 갑자기 껴지는 대형 광고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덟 명의 저격수들은 료오이찌를 향해 동시에 사격했고 그 중 두발이 명중한 것이다.
류지오는 맥이 풀렸다.
계단을 내려오다가 발을 헛짚어 굴러 떨어진다.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핏물이 눈 안으로 흘러 들어간다. 눈물과 뒤섞여 피눈물이 흘러내린다.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슈퍼맨처럼 지구를 거꾸로 돌려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이 꿈이였다면, 단지 슬픈 꿈이였다면...
류지오는 바보처럼 소리내어 울기 시작한다. 자신의 뒤통수로 계단을 내리 찍는다.
내가 죽어야 했는데...
"내가 죽어야 했는데!"
서너 명이 계단을 올라와서 이미 기절해 버린 류지오를 안고는 병원으로 데려간다.
언제나 차가운 보도 블록이었다.
이제는 마치 오랜 고향처럼 포근하게 느껴진다.
죽어 있는 것이 분명한데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하지만 언제나 이렇게 편안히 누워 있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피부의 촉감이 되살아나면 고통이 몰아 닥친다.
뱃속에서 기어 나오려는 듯한 이물질에 당혹스러워 하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보이지도 않는 사람들이 뱃속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살려 달라고 소리치려고 해도 소리는 입밖에 나오지 않았고 그들이 안겨 주는 고통을 담담히 받아들이면 차갑던 보도 블록이 더욱 차가워져 뱃가죽을 얼어붙게 하고 얼어붙은 피부는 말라붙은 진흙땅의 바닥처럼 갈라져 버린다.
그 틈 사이로 흘러나온 피가 뺨을 적시며 바닥에 흥건히 고일 때면 구더기처럼 꿈틀거리는 조그만 벌레들이 핏물 속에서 우글거리기 시작한다. 그것들은 뱃속의 피를 빨아 먹으려는 듯이 살을 뚫고 들어오더니 창자 속까지 파고 들어간다.
누군가 와서, 고통을 느끼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몸덩어리에서 머리통을 잘라 내 줬으면 좋겠다.
벌레들이 창자를 모두 뜯어먹고 사라져 버릴 때면 이젠 정말 죽겠구나 하고 안도를 한다.
눈에서 차가운 눈물이 떨어지고 이젠 정말 죽을 수 있다는 것에 허탈한 기쁨을 느낀다.
"다시 한번!"
류지오의 몸이 침대 위에서 벌떡 튀어 오른다.
벌써 수십 차례 전기 충격을 주고 있었다.
이젠 의사들도 지쳤는지 길게 한 숨을 내쉬자, 류지오가 눈을 뜨고 그들을 조롱하듯 쳐다본다.
고개를 돌리며 낯익은 얼굴을 찾아보려고 한다.
자신의 옆에 너무나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요꼬......
입을 열어 보려고 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류지오는 요꼬에게 손을 뻗으려 한다.
이게 꿈은 아니지...
류지오의 눈에 눈물이 잔득 고여 든다.
요꼬......
류지오는 끝내 손을 잡지 못하고 정신을 잃어버린다.
하지만 그의 심장은 다시 뛰고 있었다.
"시발...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구!"
의사는 욕을 해댄다. 최근에 계속 그렇게 심장이 멎었다가 다시 뛰는 것이었다.
요꼬는 류지오의 손을 꼭 잡고 있다.
"류지오... 일어나요. 난 죽지 않았어요. 당신은 나와 어머니를 모두 살렸어요. 일어나요."

카인의 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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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부 카인의 배반 #10

79
류지오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한 해를 넘기고 다시 겨울이 찾아오고 있었다.
류지오는 요꼬가 자신의 뺨을 쓰다듬는 손길을 느끼며 이것이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당신은 나와 어머니를 모두 살렸어요. 당신이 자랑스러워요." 료오이찌는 류지오에게 평생을 후회하게 만들 장난을 쳤다. 그것은 요꼬가 있었던 빌딩에는 폭약을 설치하는 않은 것이었다.
료오이찌로서는 자신의 설치한 덫을 교묘히 빠져나가 버린 류지오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계모를 선택할 줄은 정말 몰랐던 것이다.
그는 폭약을 설치할 때 의기양양해져 있었다.
"둘 중에 하나는 죽어야 해."
두 여자는 서로 죽겠다고 소리쳤다.
"난 그 애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야. 그 애는 날 저주하고 있을 지도 몰라. 날 죽여줘요."
"그래? 좋지."
료오이찌는 그렇게 도시에에게만 폭약을 설치했다.
그가 자신의 사랑하는 여자만을 구해 내려가고 폭탄은 한쪽에서만 터진 걸 보면 얼마나 통쾌할까. 바로 그 자신이 통쾌한 것이다.
자신에게서 야꾸자의 대부의 자리를 빼앗아 가고 유일하게 사랑했던 여자조차 빼앗아 가 버린 녀석에게 통쾌한 복수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료오이찌는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사나에는 요꼬에게 늘 자리를 비켜 주었다.
류지오가 포근한 잠에서 깨어나면 언제나 요꼬가 옆에서 지켜 주고 있다.
"요꼬... 너무 많이 말랐어. 돼지가 되어도 좋으니까, 밥 좀 먹어."
"응."
요꼬는 직접 류지오의 입안에다 죽을 떠 넣어 준다.
정상적으로 식사도 하고 걸어다니려면 몇 달은 요양을 해야 했다.
류지오는 죽을 모두 먹고는 더 달라고 한다.
"안돼. 의사가 조금씩 주라고 했어."
"망할 놈의 의사 말만 듣고 난 배고파 죽든 말든 상관없다는 거야?"
"입은 살아 있는 걸 보니 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요꼬. 딱 한 그릇만 더..."
"그럼 조금만 더 가져올게."
두 달 뒤 류지오가 제 힘으로 걸어다닐 수 있게 되자 이치모토를 비롯해 서른 명과 특별히 류지오의 명을 듣고 그날 밤 요꼬를 경호했던 이케오와 히토시가 정원에 부복했다.
"왜 이러십니까?"
요꼬와 함께 정원으로 나왔던 류지오는 놀라서 묻는다.
"저희들은 감히 대부의 호명을 어기지 못해 지금까지 목을 몸에 붙이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부디 처벌해 주십시오."
이치모토가 대표로 말했다.
"일어나십시오. 누구나 실수는 있는 법입니다. 내가 무슨 권한이 있어 당신들의 목숨을 좌지우지합니까? 이치모토씨... 이제 이들의 우두머리는 당신입니다. 내 앞에서 더 이상 이러지 마십시오." "대부! 그렇다면 제 스스로 목숨을 끊겠습니다."
"이치모토씨!"
"네!"
"무엇 때문에 죽으려고 합니까?"
"그 첫째는 대부의 모친과 사모님을 보호하지 못한 것이고 그 두 번째는 나가야마님을 모시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죽고 싶습니다." "그렇게 죽고 싶으면 죽으세요. 하지만 50년 뒤쯤이나 죽도록 해요. 알겠습니까?"
"명심하겠습니다!"
모두들 그렇게 소리친다.
요꼬는 그가 자신더러 사모님이라고 한 것이 우스웠다.
요꼬는 류지오의 옆구리를 꾹꾹 찌른다.
"왜?"
"나도 한마디하면 안돼요?"
"말씀하십시오. 사모님!"
모두들 요꼬의 작은 소리를 알아채고는 그렇게 소리친다.
"나도 한가지 부탁할 게 있는데요... 사모님이란 소리도 50년 뒤쯤이나 해 주세요."
"명심하겠습니다. 아가씨!"
요꼬는 이제 류지오의 집이 된 이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루 종일 그림을 그렸다.
류지오는 이치모토와 시간이 날 때면 칼로 대련을 했다.
이치모토는 이제 류지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류지오는 그렇게 오랜 잠을 자고 나면 훨씬 더 총명해졌다.
눈은 더욱 잘 보였고 귀로는 개미가 기어가는 소리조차 들릴 정도였다.
이제는 이치모토의 모든 움직임이 포착되었고 이치모토는 류지오의 칼을 피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아아... 이제... 그만해요..."
요꼬는 류지오의 끝없는 체력에 시달려 축 늘어진다.
"류지오..."
"왜?"
"사나에씨도... 당신을 사랑하죠?"
"물론."
"그런데 왜... 사나에씨를 안아 주지 않는 거예요?"
"바람은 결혼하고 나서도 피울 수 있어."
"사나에씨도... 안아 줘요. 내가 괜히 미안해요. 당신을 빼앗은 것 같아서..."
"그렇지?"
"몰라!"
요꼬는 공손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류지오를 때린다.
류지오는 정신을 차리고 나서 지금까지 사나에를 안아 본 적이 없었다. 마치 지금 요꼬의 이런 소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던 사람 같다.
"그럼... 그녀한테 가서 이 방으로 건너오라고 해."
"싫어...!"
"왜? 그녀를 안아 주라면서?"
"니가 사나에씨 방으로 가."
"그럼 그냥 잘 거야. 자자!"
류지오는 요꼬를 끌어안고는 이불을 끌어 올렸다.
봄의 아침 기운이 류지오를 깨운다.
류지오는 손을 더듬어 요꼬를 찾는다.
대신 사나에가 옆에 공손히 앉아 있다.
"사나에...?"
"네."
"이리와."
류지오는 사나에의 팔을 잡아 이불 속으로 끌어당긴다. 그리고 사나에의 옷을 모두 벗기고는 부드럽게 애무해 준다.
"싫어요..."
"싫기는... 요꼬가 방으로 보냈지?"
"네..."
"앞으로 내 말을 잘 듣는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겠어. 요꼬는 내 말을 잘 안 들어."
"..."
"그리고 요꼬는 거센 여자니까... 사나에, 밥 좀 많이 먹어. 이렇게 빼빼 말라서 요꼬하고 한 판이라도 붙어 싸우겠어?" "..."
"음... 그래도 가슴은 큰 편이군... 난 이런 가슴이 좋아...!" 류지오는 횡설수설하며 사나에의 기분을 끈다.
류지오는 이곳 저곳을 다니며 다시 여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의 인생에 여자가 없다면 그는 시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는 동안 인터월드 그룹은 신의 심장이라는 자동차 엔진의 개발로 자동차 시장을 석권하고 있었다. 반면 일본의 막강한 종합 기업인 신조그룹은 이미 뿌리째 흔들리고 있었고 그 거대한 성채는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류지오가 요즘에 하는 일은 여자들의 불협화음을 조절하는 것뿐이고 종종 무슨 심보인지 그 불협화음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그래서 요꼬와 사나에가 대판 싸우고 요꼬는 화가 나서 자기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카인의 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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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부 카인의 배반 #10

80
찌는 듯한 여름에 류지오의 마지막 싸움이 시작되었다.
류지오는 미국에서 테시를 만나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왔다.
사마야호의 호적한 집안에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류지오는 그것을 감지하고는 재빠르게 몸을 놀린다. 미국에 갔다가 돌아온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집안에 쥐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방에 들어간 류지오는 탁자 위에 놓여 있는 편지 한 장을 발견했다.
사나에의 편지였다.
"칼을 가지고 신조로 오세요. 이제 당신 편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난... 당신을 따르겠어요."
류지오는 배반의 검을 잡고 신조그룹의 빌딩에 숨어들었다. 밤이 되자 류지오는 움직였다. 빌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류지오는 누구의 저항도 받지 않고 신조그룹의 회장실로 들어간다.
신조그룹의 회장이 사마야호의 손녀딸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리고 사나에의 언니이기도 하고 둘 사이가 그렇게 좋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 물론 그것은 자신 때문이고 또한 신조의 그 아가씨는 아버지를 죽이려 했던 여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녀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은 아직도 아버지를 만나 보지는 못했지만 어딘가에 살아 계시다는 것은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류지오는 마치 자신을 기다린 것처럼 회장의 자리에 앉아 있는 여자를 본다. 등을 보이고 있다. 당장에 목에 칼을 들이대고 위협할 수도 있었다.
"당신이 날 불렀소?"
"네?"
사나에다.
사나에는 류지오를 보더니 달려와 안긴다.
"왜 왔어요? 여긴 당신 무덤이에요!"
"당신의 편지를 보고 왔어."
"무슨 편지요?"
"신조로 오라고 했잖아..."
"전... 그런 편지 쓴 적 없어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가쓰오가... 가쓰오가 조직을 차지했어요."
"그래?"
"우리 언니가 그를 도왔어요. 난 언니가 싫어요! 죽이고 싶어요!" "앉아서 차분히 이야기해. 여기에 사람들이 얼마나 있지?" "당신을 죽이기 위해 수백 명은 와 있을 거예요."
사나에는 류지오의 뺨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계속 흘린다.
"그래? 그럼... 이치모토는...?"
"그는... 그는 죽었어요."
"죽다니?"
사나에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당신이 미국으로 떠나는 날이었어요. 이치모토씨는 가쓰오가 나타났다는 말에 사람들을 이끌고 찾아갔어요. 하지만 이치모토를 기다리는 사람은 고요자와 겐지라는 사람이었어요."
"고요자와 겐지?"
"네... 그 사람은 우리 아버지의 친구 분이셨죠. 그리고 당신 어머니에게 두발의 총알을 쏜 사람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는 그 때의 일에 가책을 느꼈는지 야꾸자를 조용히 떠났어요. 하지만 언니의 부름을 받고 다시 나타난 거예요. 이치모토씨와 그 사람이 칼로 대결을 벌였지만 이치모토씨는 상대가 되지 않았어요. 이치모토씨와의 대결의 약속대로 이치모토의 모든 부하들이 항복했어요." "그런... 터무니없는..."
"그는 당시 이치모토의 스승이었어요. 그가 야꾸자를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젠장... 무슨 일이 이렇게 꼬였지?"
"당신이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있어요."
"그게 뭐지?"
"신의 심장이에요."
"미쳤군!"
"맞아요. 난 미쳤어요."
"당신이 아니라... 당신 언니가!"
"우리는 모두 미쳤어요. 난 당신한테... 그리고 언니는 신조에 미쳤어요. 신조는 이미 무너지기 직전이에요. 난 언니가 그렇게 무서운 여자인 줄은 몰랐어요. 너무 잔인해요."
그때 한 여자가 들어왔다.
"그래, 난 잔인해!"
"아끼꼬!"
류지오는 놀라 벌떡 일어선다.
"내 이름은 아끼꼬가 아니에요. 사마야호 사요예요."
"아끼꼬... 당신이... 당신이..."
"미안해요. 당신을 지금껏 속였어요. 당신은 아직도 그 반지를 끼고 있군요."
류지오는 침착하기 위해 숨을 들이쉰다.
사나에는 류지오의 발목을 끌어안고 계속 울고 있었다.
"사나에, 일어나."
아끼꼬, 아니 사마야호 사요는 사나에에게 엄중히 명령했다.
"더 이상 이 반지를 끼고 있을 필요는 없겠군. 아끼꼬는 이제 죽었으니!"
류지오는 두개의 은가락지를 빼내더니 커다란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그건 당신 물건이에요. 당신 어머니가 끼고 있던 거죠." "그런가?"
류지오는 다시 낀다. 하지만 더 이상 아끼꼬를 생각해서 끼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말대로 아끼꼬는 이미 죽었으니 이다.
"신의 심장을 주세요."
"내 심장을 가져가시지!"
"앉으세요. 당신에게 할 말이 많아요."
"그렇겠군. 하지만 난 당신과 할 얘기가 없어. 필요하다면 내 심장을 꺼내 주지!"
류지오는 옷을 찢었다.
그리고 배반의 검을 꺼내어 자신의 가슴을 찌른다.
"제발!"
사나에가 달려든다.
"이제 알았어. 내 운명에 끼여들어 언제나 농간을 부렸던 것이 바로 너였다는 것을! 아홉 살 때 날 안고 경찰서까지 데려다 주었던 여자가 바로 너였지!"
"맞아요."
"왜... 날 괴롭히는 거야... 난 잘못한 것이 없는데..." 류지오는 눈물을 흘린다.
"그 때... 나 역시 아홉 살이었어요. 당신 아버지가 나의 아버지와 나의 어머니를 칼로 찔러 죽였죠. 당신만큼 나도 고통을 당했어요. 그는 핏덩어리를 안고 있는 나와 내 동생을 죽이지 못했어요. 그리고 말했어요. 복수하고 싶으면 언제라도 하라고!"
아끼꼬 역시 눈물을 흘렸다.
"그렇다면... 지금 나에게 그 복수를 하는 거야? 왜지?" "당신한테 복수할 생각은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 당신이 신조를 무너뜨리려고 하기 때문이에요."
"그래? 흐흐흐! 웃기는군. 그럼 왜 날 아버지와 만나게 한 거지? 그걸 부인하지는 않겠지?"
"네... 맞아요. 난 당신이 아홉 살 때, 그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당신의 아버지는 더 이상 두려워 할 것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당신을 찾았던 거예요. 당신은 훌륭히 자라고 있더군요. 하지만 당신의 그 모진 운명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에요. 당신이 지금 겪고 있는 병은 정신병이 아니에요. 당신이 태어났을 당시 동경대 병원에서는 인체 실험을 하고 있었어요. 당신은 마루타였죠. 두뇌의 활동을 왕성하게 만들기 위해 당신에게 약을 투여했어요. 그러다 당신의 양모가 다시 당신을 구해 주게 되었죠. 그 당시 그 계획을 주도했던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당신이 잘 알고 있는 여자의 아버지예요. 리에라고 했던가요? 후후...! 당신은 신들의 장난에 놀아난 것 같군요."
"회피하지 말아요... 아끼꼬씨... 어쨌던 당신은 날 이용했습니다. 아홉 살 때... 당신의 품에 안겼을 때 난 무척이나 편안했습니다. 당신의 온기를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당신이 원한다면 내 스스로 죽겠소. 이제 다시... 그 고통의 잠에 빠질 수는 없어요." "당신은 지금 죽어서는 안돼요. 신의 심장을 내 놓아요!" "왜 그걸 바라지요? 당신 물건이 아니잖아요? 당신도 당신 할아버지와 같은 사람이 되려는 겁니까?"
"맞아요! 신조는 우리 아버지의 이름이에요. 신조를 무너뜨리게 그냥 둘 수는 없어요! 나도 당신이 좋았어요. 그리고 당신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어요. 하지만... 하지만... 내 아버지를 두 번 다시 죽게 만들 수는 없어요."
"한가지 물어 봅시다. 그럼... 우리 아버지는... 어떻게 됐소?" "죽었어요."
"하하...! 우리 아버지는 안 죽었어! 안 죽었단 말야! 그건 마네킹이야!"
"바보 같은 사람... 그건... 그 여비서가 한 짓이에요. 당신을 속이려고 마네킹을 넣었던 거예요."
"그럴 리가 없어...!"
"못 믿겠다면 한국으로 가 보세요. 그 곳에 당신 아버지의 무덤이 있으니까!"
"그런가?"
"그래요. 이제 당신은 우리와의 관계를 청산할 때가 되었어요. 신의 심장을 주고 가세요."
"그럴 수는 없소. 난 한국 사람이거든...! 난... 아버지처럼... 한국 사람이야."
"당신은 한국 사람도 일본 사람도 아니에요! 멍청한 마루타일 뿐이에요. 당신 생명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 난 당신의 그 생명을 유지시켜 줄 수도 있어요."
"아...... 사나에."
"네..."
"사나에... 요꼬를 보거든... 말해 줘... 날 잊도록..." 류지오는 돌아선다.
"나가지 말아요! 밖에 나가면 당신은 죽어요."
아끼꼬는 절규하듯 소리쳤다.
"난 죽으러 가는 거야."
"아직도 당신은 살 길이 있어요. 날 위협하고 나가요. 그럼 살 수 있어요."
"왜... 날... 자꾸만 시험하는 거지? 내가 당신네 같은 사람인 줄 알아? 난... 한국인이야. 한국 사람은... 절대로 그런 짓을 하지 않아!"
"더러운 마루타! 죽는단 말야! 당신이 죽는 건 원하지 않아!" 류지오는 이미 문을 열고 나왔다.
한 초로의 인물이 서 있다.
"사부님..."
"맞다. 내가 고요자와 겐지다."
"사부님... 어머니는 어떻게 죽었나요?"
"내가 죽였다."
"왜요?"
"네 아버지가 내 친구를 죽였기 때문에 제 정신이 아니었다." "그럼 왜 날 가르쳤나요?"
"그때 일을 사죄하기 위해서다."
"그럼 이번에는 왜 날 막으십니까?"
"네가 일본을 죽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럼 저도 죽이겠습니까?"
"그렇다."
"나도... 어머니의 원한을 갚겠습니다."
류지오는 배반의 칼을 들었다. 후센 사부도 자신의 제자를 향해 칼을 든다.
류지오는 단 세 번의 찌르기로 자신이 유일하게 존경했던 후센 사부를 쓰러뜨렸다.
"당신은... 이제... 나의 사부가 아닙니다. 나의 어머니께 사죄하십시오."
"그래... 고맙다."
류지오는 후센 사부를 지나쳐 갔다.
후센 사부는 스스로 할복하여 죽음을 청한다.
"류지오... 이걸로 용서해 다오..."
류지오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흘러내리는 눈물과 콧물을 닦아 내기 바빴다.
빌딩의 로비에는 이백 여명의 사람들이 도열해 있었다.
모두 류지오를 보더니 허리를 깊숙이 숙여 예를 해 보인다.
"나가야마 류지오님께 마지막 인사를 올립니다."
"이보시오. 난 나가야마가 아니라 류진영이라는 사람이오. 당신네들도 잘 알지 않소?"
가쓰오가 앞으로 나와 말한다.
"미안하네."
"나의... 아버지는 당신이 죽였죠?"
"그래."
"나까지 죽일 생각이었습니까?"
"언젠가는."
"후...... 정말 힘든 세상이군요."
"잘 가게."
두발의 총성이 울렸다.
류지오는 아득히 사라져 가는 자신의 생명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이제 부모의 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힘든 여로를 마치고 짧은 인생을 마감하고 있었다.
오와다는 가쓰오보다 먼저 두발의 총을 쏘고는 꿇어앉아 오열한다.
"오와다, 훌륭한 결단이었다. 그의 장례는 전대의 대부로서 성대하게 치르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형님..."
오와다의 거대한 덩치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아이처럼 훌쩍였다.
인생의 험로를 경험한 사람은 가끔씩 초인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도 동물이기에 죽음을 본능적으로 두려워하고 몸을 옴츠리는 것이다. 그렇지만 게 중에는 스스로 자살하는 동물도 있다.
요꼬의 집에 두 명의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이 찾아왔다.
요꼬는 그들을 보고는 덤덤하게 말한다.
"무슨 일이에요?"
"우리는 나가야마 류지오님의 부하입니다."
"누가 몰라서 물어요?"
"류지오님께서는 지금 의식 불명입니다."
"네! 그럼... 또?"
요꼬는 울음을 터뜨린다.
"요꼬씨... 우리를 좀 도와주셔야겠습니다. 류지오님의 집에 개인용 컴퓨터가 있는데 암호가 걸려 있습니다. 혹시 그 암호를 아십니까?"
"알아요!"
"잘됐군요! 한시가 급합니다. 함께 가시죠."
요꼬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대학을 다니며 조금씩 익힌 컴퓨터였지만 어쩐지 손이 떨렸다.
컴퓨터의 전원을 켠다. 그러자 컴퓨터가 시스템을 읽어 들이더니 암호를 입력하라고 한다.
요꼬는 서슴없이 사랑하는 도시에라고 적는다. 하지만 듣기 싫은 소리가 나며 암호를 다시 입력하라고 한다.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한다.
"이 암호 체계는 보통 암호와는 상당히 틀립니다. 세 번 이상 틀리면 도저히 암호를 해독할 수 없습니다."
"알겠어요."
요꼬는 사랑하는까지 입력하고는 한참이나 생각한다. 그러더니 후에라고 적는다.
하지만 시끄러운 소리가 다시 난다.
"아가씨. 이게 마지막입니다."
"알겠어요."
요꼬는 다시 입력한다. 하지만 누구의 이름을 적을지 망설였다.
"이거 참...! 요꼬라고 한번 적어 보지 그래요!"
그는 거만하게 말했다.
요꼬 역시 자신의 이름을 적고 싶었다. 하지만, 두려웠던 것이다.
"마지막 입니다. 나가야마님이 사랑했던 여성이 도대체 누굽니까?"
"모르겠어요..."
"제발... 잘 생각해 보십시오."
요꼬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이름을 적는다.
그러자 시원한 소리와 함께 암호 입력 부분이 넘어간다.
그리고 자신의 사진이 화면 가득 나타난다. 그 다음 한 글자씩 사진 위에 글자가 새겨져 나온다.
"사랑하는 요꼬, 너를 사랑한다. 내 생명이 끝나더라도 너를 사랑하고 네가 흘리는 눈물에 너의 사랑을 확인한다. 내 가슴에 여며 오는 사랑을 확인하며 이제 나는 너를 떠난다. 이 나이에 유언장을 남긴다는 것이 너무나 우스운 일이지만 너에게 줄 것은 나의 사랑뿐이다. 나의 모든 돈은 불우한 사람들에게 쓰여질 것이다. 부디... 이 시간 이후부터는 나를 잊어다오. 한때의 추억만으로만 네 자리를 찾이하고 싶다."
요꼬는 울고 있었다.
"이보세요... 류지오는 어떻게 됐죠?"
"망할 놈의 새끼! 벌써 수작을 벌였군!"
"이봐요! 류지오는 어떻게 됐냐구요?"
두 사내는 울고 있는 요꼬를 내려다본다.
"이 여자는 어떡하지?"
"대부께서 정중히 모시라고 했잖아?"
"젠장, 하지만 이대로 돌아가면 안될텐데..."
"저 하드 디스크나 떼 가지고 가자. 어쩔 수 없다."
다음날 국제 아동 보호 기구인 유니세프에 엄청난 돈이 무명으로 기부되었다.

카인의 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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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작은 병실이었다.
한 여자가 산소 마스크로 숨을 쉬고 있는 남자의 침대에 두 팔을 괴고 잠들어 있다.
남자의 손가락 하나가 경련을 일으키듯 움직인다.
남자는 힘겹게 손을 뻗어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음..."
여자는 나직이 잠꼬대를 하더니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깨어난다.
"류지오..."
바다 건너 한국이란 나라에 일본말을 쓰는 두 남녀가 불국사를 구경하고 있다.
"우리, 결혼하면 이곳 경주에서 살까?"
"음... 난...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그 전에 한가지 약속 받을게 있어."
"뭐?"
"음... 그러니까, 내가... 바람피워도 괜찮다는 약속을......" "또!"
"하하! 미안!"
그는 죽지 않았다.
오와다는 그에게 두발의 총알을 쏘았지만 심장을 정확히 맞추지 못했다. 그의 생명이 붙어 있는 것을 알고는 그를 업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이봐요. 왜... 날..."
"아무 말 하지 말고 있어! 네 녀석을 한번 업어 주기로 약속했잖아! 이제 그 약속을 지키는 것 뿐이야!"
"으... 그럼... 내... 집으로 먼저..."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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