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펀글]아하루전(66-70)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192회 작성일 17-02-12 11:26

본문

66. 10화 깨어진 행복(5)
라디엔이 마을 벗어나 저택으로 올라가는 언덕 위로 올라가자 그곳에는 임시막사를 쳐놓고는 병사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잇었다.
라디엔이 병사들 사이를 통과하는데 병사들이 라디엔의 피에 절은 옷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얼굴이 핼슥해졌다.
이곳이 비록 마을 광장에서 비교적 떨어진 곳이었지만 그렇게 멀지는 안은지라 마을 주민들이 내질르는 비명소리에 마치 말로만 듣던 마게에 떨어진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비록 언덕에 막혀 잇어 마을안의 상황이 눈에 보이지는 않앗지만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느껴지는 진한 혈향이 그런 병사들의 마음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병사들은 피에 절은 라디엔을 보고는 슬금 슬금 뒤걸음질 치며 라디엔을 의식적으로 피했다.
라디엔은 그런 병사들의 태도를 보고는 속으로 내심 고소를 지었지만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라디엔이 중앙 막사로 찾아 들어갔다. 그러자 자리에 앉아서 뭔가를 얘기하던 일단의 사람들이 라디엔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중 몇 명은 라디엔의 옷 차림새에 드러내놓고 얼굴을 찡그렸다.
라디엔도 안면을 익힌 벨키시스의 경우는 아예 얼굴을 돌리고 인상을 구긴체 손수건을 들어 자신의 입과 코를 막아대고 잇었다.
그런 벨키시스의 모습을 보고는 아미란이 한심하다는 듯 잠시 노려보고는 굳은 얼굴로 라디엔을 맞았다.
"그래 무슨 새로운 정보는 얻으셨소?"
라디엔이 슬쩍 피에 절어잇는 양피지를 건넸다.
아미란이 라디엔이 내민 양피지를 받아 들었다. 아미란의 양피지를 만든 손도 피가 묻었다. 하지만 아미란은 별 상관 없다는 듯 양피지의 내용을 대충 흟어 보더니 다시 라디엔에게 내밀었다.
"내용은 잘 봣습니다.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겁니까?"
라디엔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말씀하실게 아니지요. 단 하나의 가능성이라도 생각해봐야 할것입니다."
아미란이 고개를 외로 꼬고 생각에 잠겼다.
"흠 하지만 일단 기병들과 대부분의 병사들은 숲으로 난길을 추적해 들어가고 잇습니다. 그들을 다시 불러들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텐데요?"
라디엔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어렸다.
"허 이거 야단이군요? 만일 놈들이 그곳에 아직 남아 잇었다면 지금쯤 이곳의 상황을 보고 그대로 내빼려고 할텐데요"
그 말에 아미란이 어림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만일 그들이 진정으로 산장에 있다한들 어디로 가겠습니까? 저 험한 테실리아 산맥을 넘어서요?"
아미란이 어림없다는 투로 말하자 라디엔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생각하실게 아닙니다. 보십시오. 누가 잇어서 저 울창한 테실리아 숲에서부터 관도까지 길을 내리라고 생각이나 할수 잇겠습니까? 하지만 그놈들은 그 곳에 길을 냈고 그곳을 이용해 움직이기도 한 놈들입니다. 마찬가지로 테실리아 산맥을 넘을수 잇는 길을 찾아 냈을 줄 누가 압니까?"
아미란이 듣기에도 라디엔의 말이 맞는 듯 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수 잇겠군요. 그 험한 숲길도 뚫은 놈들이라면... 하지만 그렇다면 지금 와서 그쪽으로 병사들을 보내기에는 너무 늦은 게 아닐까요?"
라디엔이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셨다.
"그들 일행의 구성원은 아시죠?"
아미란이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다가 뭔가를 알겠는지 무릎을 쳤다.
"아 그렇군요"
라디엔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들은 이곳 영주 장남의 두 아이를 함께 데리고 잇습니다. 그놈들은 결코 그 아이를 내버리지 못할 겁니다."
아미란이 고개를 다시 외로 꼬았다.
"글세요? 하지만 그들도 바보가 아닌이상 그 아이들을 데리고 가다간 금새 붙잡히리라는 것을 알텐데 그냥 데리고 가려 할까요? 저 같으면 차라리 안락사를 시킬텐데 말입니다."
라디엔이 고개를 저엇다.
"이제껏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그럴 위인은 못됩니다. 아마 끝까지 데리고 잇다가 잡히더라도 함께 잡힐 확률이 높겠죠, 다만"
"다만?"
"아이들이 부상만 입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만약 아이들이 부상을 입는다면 그때는 아마 그 아이를 버려두고 달아나게 될겝니다."
아미란이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나는 모르겠군요? 부상당한 아이를 버려두나 어차피 그게 그걸텐데 말입니다."
"글세요? 하지만 조사 결과는 그렇게 나오고 있으니...."
아미란이 고민을 접고는 옆에 잇던 벨키시스를 불렀다.
"벨키시스 자작"
벨키시스는 여태 코를 막는다 흐르는 땀을 닦는다 부산하게 굴다가 아미란이 부르자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
"네 말씀하십시요"
아미란이 표정을 굳히고는 말했다.
"자네 부대에서 지금 동원 할 수 있는 인원이 얼마나 되는가?"
벨키시스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입을 열었다.
"글세요? 아마 2-30명 정도요?"
아미란이 자신의 부하들 조차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는 벨키시스를 보고는 다시 얼굴을 일그러 뜨렸다.
"도대체 그런 대답이 어디있나? 자네는 대장이 되어서 자신의 부하 하나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는 자인가?"
아미란의 질책에 벨키시스의 안색이 눈에 띄게 창백해 졌다.
"죄...죄송합니다."
아미란이 귀찮다는 듯이 손을 저었다.
"가서 병사 20명을 차출하게 그리고 이 앞산에 있다는 여름 별장을 수색해보게"
벨키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제가 부하들을 지금 올려보내겠습니다."
아미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자네가 직접 올라가게, 자네도 큰 공 하나쯤은 세워야지?"
벨키시스가 약간 당황했지만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했다.
"알겟습니다. 제가 직접 올라가 보겠습니다."
아미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좋아 지금 당장 출발하면 적어도 오늘 해지기 전까지는 돌아올 수 잇을 걸세, 어서 가서 병사들을 모아오게, 그리고 길 안내는 여기계신 사제님이 붙여드릴 걸세"
벨키시스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천막을 나섰다. 화끈 거리는 태양빛이 무거운 갑주로 전신을 두르고 있는 벨키시스를 더욱 지치게 만들었다.
벨키시스가 천막을 나서자 마자 얼굴을 이그러뜨렸다.
"공 좋아하시네, 그리고 뭐? 부하들 간수도 못한다고? 지는 피에 절은 사제나 만나는 주제에..."
벨키시스가 화가난지 바닥에 구르던 돌맹이를 냅다 발로 걷어찾다. 그리고는 눈을 돌려 산을 바라보았다. 보기에도 첩첩산중이요 험악한 산의 기세가 절로 위압감을 주었다.
"휴~ 저길 언제갔다가 올라 온다냐?"
벨키시스가 다시금 중얼 거리고는 부대장들의 막사로 걸어갔다.
아미란이 천막을 나서는 벨키시스의 모습을 보고 잔인한 미소를 흘렸다. 그리고는 좌중을 둘러보며 한마디 했다.
"저놈 저 갑주를 입고 그곳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올려면 땀께나 흘릴게요"
그러자 주변의 사람들이 작은 소리로 웃었다.
"크크크 아마 오늘 벨키시스 자작의 살이 꽤나 빠지겟군요"
"크크크 저번에 잠깐 보니깐 갑주를 입은게 아니고 아예 살에다가 갑주를 댔더라니깐?"
"아마 부인이 갑자기 빠진 벨키시스를 보고는 깜짝 놀라겠는데요?"
"아니지 자기 남편의 살이 빠졌다고 좋아라하겠지"
"그만 그만"
아미란이 손을 들어 주변 인물들을 말렸다. 그리고는 아직까지 천막에 남아 있는 라디엔을 돌아보고 말했다.
"또 말할게 남았소?"
라디엔이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건장한 남자들 100명과 그리고 여자 100명을 준비하라고 했습니다."
아미란이 얼굴을 찌푸렸다.
"여자들은 알겠지만 남자들은 어째서?"
아미란이 말끝을 흐리자 라디엔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무리 베다교에 빠져들어간 간악한 자들이라 할지라도 같은 나라의 백성임은 틀림없지 않습니까? 하여 그들을 땅에 묻어주기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죠"
라디엔의 말에 아미란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가뜩이나 병사들이 부족한 판국입니다. 여자들 100명이야 한곳에 가두어 둔다면 얼추 감시가 될 듯하지만 건장한 남자들 100명을 감시하려면 최소한 2,30은 필요할거요. 그럴만한 병력이 없소이다."
라디엔이 다시 한번 간곡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그들을 그대로 놔둔다면 나중에 공작각하께 크게 누가 될 것입니다. 차라리 지금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묻어 버린다면 나중에라도 할말이 있을텐데요"
아미란이 연신 고개를 저었다.
"나도 부교구장님의 말씀을 모르는 바는 아니요. 하지만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더 이상 병사가 없습니다. 그럼 이렇게 할까요? 산장으로 수색하러갈 병사들로 하여금 그쪽으로 붙게 할까요?"
라디엔이 그말에 손을 크게 벌렸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희 호위 병사들이 그들을 맡도록 하지요. 다만 그들을 차출할 수 있게 허락만 해주시지요.
라디엔이 그렇게 까지 나오자 아미란도 어쩔수 없는지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하지만 일이 마치고 난 뒤라도 단 한사람도 살려둬서는 안됩니다."
라디엔이 고개를 끄덕.
"그럼 저는 이만"
다시 마을 쪽으로 걸어가는 라디엔의 뒷 모습을 보면서 아미란이 고개를 설래 설래 흔들었다.
"제길, 머리라고는 눈꼽 만치도 없는 작자구만"
곁에 있던 부관하나가 그런 아미란의 말을 받았다.
"그래도 다 우리를 생각해서 그러는 것 아닙니까?"
부관의 말에 아미란이 코웃음을 쳤다.
"생각? 피에 젖은 손으로 생각은 무슨, 그저 노예로 팔아서 자신의 호주머니를 채울 생각이겠지"
아미란이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곁에 잇던 다른 부관을 불렀다.
"미카일"
그러자 금발의 키큰 사내가 고개를 숙였다.
"넷"
아미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지금 사용가능한 병력이 얼마나 되지?"
아미란이 미카일에게 묻자 미카일이 손에 들고 잇던 서류를 잠시 흝어 보고는 말했다.
"지금 마론 백작님 께서 4전대 인원 전부와 미레보에서 파병된 인원 중 300명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파림에서 차출한 50명 전원을 투입했습니다. 따라서 총 450명이 숲의 길 쪽으로 투입된 상황입니다."
아미란이 미카일이 말한 숫자를 머릿속에 그려보고는 잠시 셈을 해보았다.
"그렇다면 감찰단 호위대 100명 전원과 미레보 병사들 50명이 마을 광장에 투입되어 있으니 예비 병력이 고작 50명에 불과 한가?"
미카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군다나 이번에 2,30명을 이끌고 가신다고 한다면 이제 고작 남은 것은 그 절반 밖에 안되는 상황입니다."
아미란이 한숨을 내셨다.
"후~ 이놈의 숲길에서는 그 정도 병력으로도 안심을 못하니, 차라리 마을 주민들을 동원할걸 그랬어"
아미란이 자조적인 말투로 말하자 다들 침묵을 지켰다. 그들도 넓은 테실리아 숲을 뒤진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고 잇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한가지 희망은 그래도 미로 같은 숲 안쪽으로는 들어가지 않았을 거라는 전제 하에 기사단 일부는 숲의 길을 따라 바깥쪽으로 달려가 그곳에서 출구를 막고 나머지는 숲의 길을 포위한체 수색을 하고 잇는 실정이었다.
아미란은 잠시 고개를 흔들더니 미카일에게 말했다.
"자네는 나머지 인원을 데리고 라디엔을 지원하도록 하게, 비록 저놈의 사제 꼴은 보기도 싫지만 어쩌겠나? 지금와서 모른체 할수도 없잖은가?"
미카일이 한손을 가슴에 대고는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미카일이 굳은 얼굴로 막사를 나갔다.
아미란이 미카일의 뒷모습을 잠시 보고는 다시 그의 부관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자 여러분, 이제 드디어 우리는 우리손으로 직접 밥을 해먹게 생겼습니다 그려"
아미란이 약간 짖궂은 투로 말하자 다른 사람들이 가볍게 웃었다. 하지만 정말 막사를 지킬 조금의 예비병력도 남김없이 투입한 상황이라 그 농담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들의 뇌리에는 차츰 연병장에 매달려 잇던 전 3전대 대장 케인 백작과 아츠 자작의 모습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어쩔수 없었다.


67. 10화 깨어진 행복(6)
"놔"
아하루가 자신의 몸을 잡고 잇던 카미야의 손을 뿌리치며 거칠게 말했다. 하지만 카미야의 손은 요지 부동이었다.
"안됩니다."
어느새 나가 떨어졌던 르네와 다른 병사들이 합세해서 아하루를 찍어 눌렀다.
"놓으란 말야"
아하루가 고함치려 하자 한 병사가 급히 아하루의 입을 틀어막았다.
"진정하십시오"
카미야가 아하루를 등에서부터 꽉 붙잡고는 나직하게 말했다.
아하루는 더 이상 움직일수 없게 됨을 알자 기어코 땅에 엎어져 눈물을 흘렸다. 그리 높지 않은 테실리아 산맥의 초입부분에 불과한 산장이었지만 지형이 절묘해서 밖에서는 이곳 여름 별장이 보이지 않았지만 이곳 여름 별장에서는 마을의 상황이 한눈에 보였다,
아니 보일 뿐아니라 산장으로 끊임없이 마을주민들이 내지르는 비명소리가 모두의 가슴을 무겁게 만들고 잇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마을 광장은 이미 붉은 광장 바로 그 자체였다.
그곳에 연고가 있는 아하루 뿐 아니라 경비대원들도 주먹을 움켜쥐고 분루를 참지 못하고 있었다.
"저들의 명예를 찾으셔야지요"
아하루가 핏발선 눈으로 카미야를 쏘아보았다.
"명예? 죽어서 되찾는 명예가 무슨 소용이지?"
카미야가 그런 아하루에게 담담히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베다교도라는 누명을 쓰고 살아갈수 없겠지요, 특이 형님의 아드님과 따님을 생각한다면요"
카미야가 그말에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복수도 생각하셔야겠죠, 지금 저들은 남은 우리를 찾고자 눈에 혈안이 되어잇습니다. 다행이도 저들이 숲의 길 쪽으로 대거 인원을 투입했다고는 하나 언제 이곳으로도 저들이 들이닥칠지 아무도 모릅니다."
카미야의 말에 아하루가 조금 진정했는지 마을 쪽에서 애써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눈을 감아도 연신 산을 찢어 놓을 듯한 마을 주민들의 비명은 그런 아하루의 마음을 온통 후벼파고 있었다.
아하루가 잠시 눈을 감고 있다가 핏발이서 온통 빨갛게 변한 눈을 들러 말했다.
"좋아 내 마르온의 이름에 맹세코 저들을 반드시 한놈도 남겨놓지 않겠어"
카미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이곳을 벗어나기로 하지요. 어떻게 하면 되겟습니까? 이 산맥은 넘을 수 잇겟습니까?"
아하루가 분노에 찬 마음을 가다듬으며 잠시 고민에 잠겼다.
"어차피 숲의 길은 단념해야 될거야 하지만 지금 인원으로는 산맥을 넘는다는 것도 무리야"
아하루가 고개를 들어 정색을 하고는 병사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무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해야할 때가 잇지. 노만, 헌터, 군나르 무슨 일이 잇더라도 나를 따라 주겠어?"
병사들 역시 눈에 핏발이 선채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들리고 잇는 비명 속에 그들의 어머니, 혹은 누이가 잇을지 몰랐다. 아니 마을 뒷켠에 산더미처럼 쌓여진 시체 더미에 이미 묻혀있는지도 몰랏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들에게는 복수 할수 잇는 방법이 없었다. 다만 지금 눈앞에 잇는 아하루를 따르면 그나마 조금의 복수할 수 잇는 방법이 열릴지도 몰랐다.
"좋아 지금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무리인줄을 알지만 이 산맥을 넘는 것 밖에는 다른 수가 없어. 그러니 지금 즉시 산장에 남아잇는 물품들을 준비해서 출발해야 될거야"
아하루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는 산장 안으로 들어갔다. 아하루도 그를 걱정스레 바라보고있는 카미야의 얼굴을 애써 외면하면서 산장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 비명소리에 떨고 잇을 카리에와 레이첼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눈물이 앞을 가리는 아하루였다.
"자작님"
병사가 다가와 급박한 소리로 벨키시스를 불렀다. 벨키시스는 손에든 칼로 숲의 가지들을 무의미하게 쳐대다가 병사를 바라보았다. 이미 벨키시스는 무거운 갑주를 벗어버리고 평소 입던 복장을 하고 잇었다.
"뭐야?"
벨키시스가 짜증난다는 얼굴로 병사가 지시하는 곳을 바라보았다. 가시 덤불 안으로 뭔가 흐릿한게 보였다.
"저게 뭔데그래?"
벨키시스가 짜증난 어투로 다시한번 말을 씹듯이 내뱉고는 그쪽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가시에 찔려 다가갈수 없자 고개를 돌려 병사들에게 말했다.
"가서 가져와봐"
그러자 병사들이 재빨리 주변에 잇던 가지들을 쳐내고는 문제의 이상한 물건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들중 한명이 재빨리 그것을 취하여 벨키시스에게 건냈다.
"뭐야 천조각아냐? 그런데 뭐"
벨키시스가 먼저 그를 불러세운 병사에게 짜증난다는 듯이 말했다. 병사는 황송하다는 듯이 고개를 조아리고는 말했다.
"덤블속에 천조각이 있다는 것이 무척 수상해서 그랬습니다요"
병사의 말에 벨키시스가 별거 아니란 투로 말했다.
"아마 이곳을 지나가던 주민의 옷에서 떨어진게 바람에 날렸나보지"
벨키시스가 그렇듯 말할 때 덤불속까지 들어갔던 다른 병사가 급히 말했다.
"자작님 이곳에 통로가 잇습니다"
벨키시스가 그제서야 자신의 손에 쥔 옷을 다시한번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일반 주민들의 옷조각치고는 너무 고급스럽다는 사실을 깨닳은 자작이 급히 병사를 재촉했다.
"통로가 어디로 연결되는지 살펴봐"
벨키시스의 말에 병사가 몸을 낮추어 통로 바닥을 기기 시작했다. 알록 달록한 병사의 옷차림이 가시덤풀 사이로 보였다.
병사들이 그 병사의 진행 방향을 따라 천천히 산을 타고 올라갔다.
병사는 한참을 낮은 자세로 쭈그린채로 걸어가더니 이윽고 가시덤풀이 뭉쳐진 곳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창으로 그 뭉친 곳을 살짝 밀었다. 비교적 쉽게 가시덩쿨들이 떨어져 내렸다.
벨키시스는 그곳에 서서 자신이 원래 잇었던 곳을 바라보았다.
"약은 놈들 여우는 굴을 여러개 파논다더니 이렇듯 탈출을 미리 준비해 놓다니"
벨키시스가 손에 낀 장갑을 마주 잡으며 뽀드득 소리를 내며 말했다.
"전원 산장 쪽으로 진격한다"
벨키시스의 말에 먼저의 그 병사가 벨키시스에게 다가왔다.
"밑에다 알리지 않아도 될까요?"
병사의 말에 벨키시스가 달려가던 걸음을 멈추고는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벨키시스의 생각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괜찮다. 우리는 30명이나 되고 저쪽은 고작해야 10명밖에 안된다. 그나마 어린애가 둘이고 셋은 여자들이다. 한꺼번에 몰아치면 결코 우리를 이길 수 없다.
그놈들만 잡으면 이번 작전은 전부 우리 공이 된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내 너희들을 작위를 받을 수 잇도록 상신시키겠다."
벨키시스의 말에 병사들의 얼굴에 화색을 띄면서 용기백배해졌다.
"좋습니다."
"자작님 만세"
"와"
벨키시스가 그런 병사들을 조용히 시키고는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진격, 놈들을 놓치지 말자"

벨키시스 자작의 일행이 예의 그 산장에 도착한 것은 해가 이미 그들의 머리 위를 지나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는 때였다.
벨키시스 일행은 산장을 보고는 조심히 산장을 포위해 들어갔다. 하지만 산장 안으로 난입해 들어갔을 때 그들을 반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제길"
벨키시스가 바닥에 굴러다니는 낡은 식기류들을 발로 걷어 찾다.
"뒤져봐"
벨키시스가 병사들을 향해 짜증나는 어투로 말했다. 그리고는 처음 옷조각을 발견했던 병사를 향해 원망의 눈초리를 보냈다.
"씨팔 결국 나 혼자 헛지랄을 한겐가?"
벨키시스가 병사를 불타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병사가 몸을 움찔 거렸다
"이리와 이것 좀 보십시오"
제법 똑똑하게 생긴 병사가 벨키시스를 부르자 벨키시스가 그곳으로 다가갔다. 그곳은 산장의 구석진 곳이었다. 벨키시스는 병사가 말한 곳을 둘러봤으나 별 이상한 낌새를 차리지 못하고는 벌컥 화를 내었다.
"뭘 보라는거야?"
병사가 벨키시스의 고함에 몸을 한번 움찔하고는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원래 이 산장은 오랫동안 쓰이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이 테이블을 보건데 너무 이상한거 같지 않습니까? 제 생각에는.."
"누가 네놈의 생각 따위를 말하라고 했나. 요점을 말해 요점을"
벨키시스가 그렇게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가뜩이나 서너시간을 산을 오르느라 지쳐있던 벨키시스였기 때문에 병사의 주절거림이 짜증으로 다가왔다.
병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찬찬히 말했다.
"이 테이블이 먼지 상태로 보아서 그들은 이곳을 통과했음이 틀림 없습니다."
벨키시스가 먼지가 가득 앉아 있는 테이블을 보며 의아한 듯 물었다.
"아니 먼지가 가득낀 테이블이 뭐가 이상하다고 그러나?"
병사가 고개를 젖고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의자를 조심스럽게 갖고 왔다.
"보십시오 이 의자에 쌓인 먼지는 전면이 고르게 내려 앉았는데 이 테이블의 경우는 군데 군데 뭉친 듯 먼지가 내려안았습니다."
그제야 벨키시스가 연신 테이블과 의자를 번갈아 비교해 보았다. 확실히 두 개의 차이가 눈에 띄게 달랐다.
"그런데?"
벨키시스의 말에 병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것은 그들이 이곳을 다녀갔다는 것을 말합니다. 먼지는 아마 그들이 추격자들의 안목을 흐리기 위해 일부로 뿌려놓은 것이 틀림없습니다."
병사의 말에 짜증만 가득하던 벨키시스의 안색이 환하게 바뀌었다.
"정말인가?"
"확실합니다."
병사의 확답에 벨키시스가 만면에 웃음을 띄었다.
"카하하, 그러면 그렇지 그놈들이 이곳에 숨어 잇을 줄 내 알고 잇었다. 자네 이름이 뭐지?"
벨키시스의 말에 병사가 한쪽 무릎을 굽히고 황급히 말했다.
"요아힘이라고 합니다."
벨키시스가 고개르 끄덕였다. 병사 역시 황급히 한쪽 무릎을 꿇고 대답했다.
벨키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내 너의 공을 잊지 않겠다. 만약 그들을 잡으면 내 너에게 특별한 상을 내리겠다."
요아힘이 황송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벨키시스는 기분이 좋은 듯 만면에 웃음을 띄고는 말했다.
"자 일어나라 네놈이 앞장서서 그놈들을 잡을 수 잇게 인도하라"
요하힘이 자리에서 일어나 벨키시스를 향해 말했다.
"알겠습니다."
요아힘은 밖으로 나가더니 다른 병사들과 함께 산장 주위와 산의 지형등을 세심히 살피더니 뭔가 의논을 하고는 벨키시스에게 다가왓다.
"여러가지 흔적들이나 정황으로 봤을 때 놈들은 저쪽 동편을 향해 간 것 같습니다."
요아힘의 말에 벨키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오늘 밤이 지나기 전에 그놈들을 따라 잡는다."
벨키시스가 호기 잇게 말하며 병사들을 재촉했다.
병사들은 맘 속으로 연신 투덜거렸지만 그 불만을 감히 벨키시스 앞에서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산과 산이 만나는 계곡임에도 불구하고 산맥이라는 점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해 월등히 높은 곳에 위치했다.
아하루 일행은 계곡의 작은 계곡을 따라 산을 넘고자 시도하고 잇었다. 원래는 산 능선으로 올라가 지형을 확인하며 넘는 것이 정상이겠지만 산쪽으로 올라가기에는 너무 가파르고 험난 했다. 또한 숲이 끊어지는 곳이 군데 군데 있었기에 그들의 움직임이 한눈에 노출될 위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계곡이라 해도 밑에서 쫒아오는 벨키시스 일행을 놏칠 정도로 그렇게 낮은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은 숲의 그늘에 쉬면서 산장을 나서서 그들쪽으로 다가오고 잇는 벨키시스의 일행들을 보며 안색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워낙 가파른 산맥을 넘느라 지치고 또한 심적으로 대단한 타격을 받았는지 카리에와 레이첼이 눈에 띄게 핼슥해져 있었다.
그들은 각각 군나르와 노만이 둘을 업고 안으며 움직이고 잇었다.
"어떻게 하지요?"
군나르가 심각한 어투로 아하루에게 물어왔다.
"없애버릴까요?"
카미야가 아하루에게 물었다. 아하루는 잠시 뒤쪽을 바라보며 벨키시스 일행의 숫자를 가늠해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이대로 일단 저들의 추적을 따돌릴수 잇는 만큼 따돌리는게 먼저야"
카미야가 뒤쪽을 불안한 듯 바라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런 속도로 보건데 금방 따라 잡힐텐데요?"
아하루가 산등성이의 해를 가리키며 말했다.
"괜찮아 이제 곧 밤이야, 저들은 더 이상 추적을 하지 못할거야. 그리고 만약 지금 저들과 맞붙으면 저들은 재빨리 응원군을 데리고 올거야 그러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구"
아하루는 이렇게 말한 후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길을 재촉했다. 그런 아하루의 움직임에 다들 지쳐잇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아하루의 뒤를 따랐다.


68. 10화 깨어진 행복(7)
과연 산의 밤은 느닷없이 찾아 들었다. 아직 날이 훤하고 해가 저물기까지는 꽤 시간이 잇을 줄로 믿었던 벨키시스 일행은 갑작스레 날이 저물자 순간 당황했다.
그들은 어두워져 아무것도 볼수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길을 나섰다가 서너명이 산비탈에서 굴러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자 그제서야 추적을 멈출수 박에 없었다.
거진 아하루 일행을 다 쫓은 듯 했던 벨키시스의 마음은 그런 어둠을 저주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벨키시스 자체도 더 이상 어둠 속을 움직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할수 없이 그들은 밤중에 간신히 자리를 잡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멀리서 벨키시스 일행이 피운 모닥불을 바라보던 군나르가 피식 웃었다.
그들은 밤중에 길을 잃엇는지 그들의 진행 방향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서 야영하고 잇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다시금 제대로 길을 잡기 위해서는 또 많은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군나르가 손에 쥔 활을 집어들었다. 당장이라도 저들에게 다가가서 한껏 방심하고 잇을 그들을 쏘아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언제 다가왓는지 아하루가 그런 군나르의 맘을 알기라도 하는 듯 군나르의 손을 잡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하루의 얼굴을 보고 군나르가 들엇던 활을 다시금 내렸다. 뒤돌아 보니 헌터와 노만이 카리에와 레이첼에게 낙엽을 덮어주다가 말고 군나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군나르는 자신의 성급함에 쓴웃음을 짓고는 아하루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도련님도 그만 주무셔야지요"
아하루는 고개를 돌려 불빛 쪽을 가늠해 봤다. 저들의 성급함으로 인해 일행이 잠시 쉴틈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여름이라고는 하지만 산의 밤은 무척이나 추웠다. 그런 산의 밤을 여린 두 조카가 이겨낼지 걱정이 앞섰다.

다음날도 벨키시스는 요아힘을 재촉해가며 아하루 일행을 뒤쫓고 있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산에 오른 그들은 어렴풋이 일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닳았지만 지금와서 되돌아간다면 남은 것은 즉각 보고하지 않은 것에대한 엄중한 문책이 뒤따를 터였다.
벨키시스는 뱃속에서 울려오는 꾸르륵거리는 소리에 이맛살을 찡그렸다.
어제 채 점심도 먹지 못하고 산에 올랐다가 지금까지 꼬박 하루를 굶은 것이다. 벨키시스는 괜히 병사들을 닦달했다.
"좀더 빨리 빨리 움직이란 말이다. 그놈들만 잡으면..."
벨키시스가 말을 흐렸다. 처음 호기롭고 거칠게 없던 벨키시스의 말은 온종일 굶은 탓인지 눈에 띄게 힘이 빠져 있었다.
"참자, 그놈들만 잡으면 된다."
벨키시스가 스스로에게 다짐하려는 듯이 그렇게 낮게 중얼거렸다.
"자작님"
저 앞에 달려가던 요아힘이 벨키시스를 불렀다. 벨키시스가 요아힘에게 달려갔다.
요아힘이 발견한 것은 타다남은 자그마한 모닥불과 낙엽들이 뭉쳐진 흔적들이었다. 비록 모래로 덮여 있어서 불은 완전히 꺼져 있었지만 모닥불을 지폈음직한 나무를 쪼개자 그 안에는 아직 미세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
"그래 어떤가?"
벨키시스가 요아힘에게 다가와 물었다.
"그놈들은 어제 이곳에서 묶었던게 틀림없습니다"
요아힘이 단정하듯 말했다.
이제껏 요아힘의 지도로 이곳까지 올수 있었던 벨키시스는 그런 요아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어서 그들을 추적하세나"
요아힘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변을 훝어서 아하루일행의 흔적을 발견하고는 그곳으로 사람들을 이끌었다.
"제기랄 어제 그렇게만 설치지 않았어도... 고작 두시간 거리였잖아..."
요아힘은 한밤중 까지 보이지도 않는 길을 재촉하며 닦달을 해대다 결국 이곳까지 오는데 거진 반나절을 흐르게 만든 벨키시스를 원망하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요아힘이 문득 하늘을 보았다. 해가 이미 중천을 지나고 있었다.
"제길, 흔적만 잃지 않았어도..."
요아힘이 다시금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며 계곡 아래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벨키시스 일행은 완전히 기진 맥진해 잇었다. 산을 오르느나 평소의 몇 배나 힘든 것은 물론이고 제대로된 음식을 갖고 오지 못했기에 간신히 산에서 잡은 짐승으로 겨우 저녁을 먹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2일간의 강행군과 굶주림, 그리고 산의 추위와 싸워야 했다. 벨키시스의 옷도 처음 출발할 때 의젖하고 기품이 있어뵈던 옷차림과는 달리 여기저기 헤지고 흙먼지가 잔뜩 끼어 잇었다.
다행히도 오늘은 전날의 고생이 있어선지 아니며 병사들이 잡아온 사슴때문인지 해가 저물자 더 이상의 추적을 피하고는 병사들이 구워온 사슴고기를 먹고 벌써 자고 있었다.
요아힘 역시 피곤에 지쳐있었고 고기를 먹은 후의 포만감으로 미칠 듯이 졸리웠지만 졸음을 간신히 몰아내며 모닥불을 들쑤시면서 잠을 참고 잇었다.
요아힘 주위로 다른 병사 두어명이 같이 보초를 서기로 했지만 그들은 더 이상 잠을 이기지 못했는지 그만 무릎에 얼굴을 기대고 졸고잇었다.
요아힘이 잠시 깜빡 잠들었을 때 무언가 날카로운 바람소리에 번뜩 잠에서 깨었다.
그 소리는 요아힘의 온몸의 긴장을 일깨웠다.
"헉..그르르"
요아힘의 근처에 있던 병사 하나가 목에 화살이 꽃힌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모닥불 위로 엎어졌다.
"기습이닷"
요아힘이 크게 외쳤다.
그러자 깊게 잠들어 잇던 병사들이 부스스 일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곧 날라오는 화살에 의해서 몸 여기저기에 화살에 꿰힌체 엎드러질 수밖에 없었다.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몇 명이 그렇게 엎어지자 병사들이 목숨에 위협을 느꼈는지 재빠르게 행동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날아오는 화살은 눈이 달렸는지 그런 그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꿰뚫고 잇었다.
"불이다, 얼른 모닥불을 꺼라"
그제서야 누군가 적들이 모닥불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 공격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얼른 외쳤다.
병사 몇 명이 급히 근처에 잇던 흙덩이를 모닥불에 던졌다. 하지만 다시금 날아온 화살이 그런 병사들을 노리고 날아들자 모닥불 근처의 몇 명이 다시금 땅에 쓰러졌다.
"그냥 근처로 흩어져 피해"
누군가 외치자 병사들은 모닥불을 놔두고는 근처에 있는 엄폐물을 찾아 몸을 날렸다. 그들이 간신히 모닥불이 비치지 않는 범위에까지 움직이자 더 이상 활이 날라오지 않았다.
요아힘이 살며시 고개를 들어 모닥불이 비치는 곳을 바라보았다.
아까보다 모닥불의 기세가 많이 잦아들어서 주벼의 경치가 희미하게 일렁였지만 모닥불 주위로 쓰러져 잇는 대여섯의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모닥불 주위는 그들이 흘려낸 피로 온통 시뻘겋게 물들어 잇었다.
"으으..살려줘..."
"아악... 나 좀.."
누군가 게속 비명을 지르며 고함치고 있었지만 병사들은 감히 모닥불 근처로 다가가지 못했다. 모닥불 근처로 다가가는 순간 화살이 그들의 몸을 노리고 날아오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밤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그렇게 숲 안에서 오들 오들 떨며 날이새기만을 기다렸다.
어렴풋이 산자락에 빛이 들기시작하자 모닥불은 할 일을 다 끝냈다는 듯 하얀 연기를 모락 모락 피우며 하늘로 연기를 뿜어내었다.
그제서야 병사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는 하나 둘 모닥불 근처로 모여들엇다. 더 이상 화살이 날아오지 않는 것으로 봐서 적들은 이미 물러난 것이 분명했다.
요아힘은 그럼에도 다시 두 서너명이 더 모닥불 근처까지 올때까지 기다리다가 서서히 몸을 움직였다.
요아힘이 숲에서 몸을 나타내자 숲 안에 잇던 다른 병사들도 서서히 모닥불 근처로 모였다.
요아힘이 짧게 한숨을 내셨다.
병사들의 얼굴은 밤새 제대로 잠도 못잤는지 온통 씨벌건 눈들을 하고 잇었다. 그들은 그런 눈을 한 채 모닥불 주위의 시신들과 부상자들을 수습하고 있었다.
"요아힘"
누군가가 요아힘을 불렀다. 요아힘이 얼른 그곳으로 다가갔다. 벨키시스였다. 찢어진 옷을 몸에 두른체 벨키시스가 땅에 엎어져 잇었다.
요아힘이 조심스럽게 벨키시스의 몸을 뒤집었다. 딱딱하게 굳은 벨키시스의 몸이 들쳐쥐자 온통 피로 물들은 땅과 앞가슴을 피로 적셔진 벨키시스의 모습이 나타났다.
무엇이 그리 원통했을까? 벨키시스의 눈은 채 감지도 못하고 흰자위를 허공을 궹하니 보고 있었다.
"제기랄"
요아힘이 자리에서 일어나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죽어 널브러진 벨키시스의 얼굴에 침을 탁 뱉었다.
"잘 되졌다."
요아힘이 고개를 돌려 자신들의 동료를 보았다. 그들의 얼굴은 온통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피로에 젖어잇는 얼굴이었다.
"어쩌지?"
요아힘을 불렀던 인물이 요아힘에게 다가와 말했다. 그러자 다른 병사들도 모두 요아힘을 쳐다 보았다.
요아힘은 병사들의 얼굴을 보면서 나름대로 생각에 잠겼다.
"한스, 지금 모두 몇 명이지?"
병사가 대충 병사들을 살펴보고는 말했다.
"다섯명이 죽고 7명이 부상이야 그중 세명은 움직이지도 못할 것 같고, 남은 사람은 자네와 나 그리고 저들까지 합쳐서 열다섯쯤?"
"그렇다면 세명이 없다는 얘긴데?"
한스가 대충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아마도 저 숲안쪽에 누워잇겠지"
요아힘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모이라고 해"
요아힘의 말에 한스가 병사들을 한곳에 모두 모았다. 병사들이 얼추 모이자 먼저 요아힘이 말을 꺼냈다.
"지금부터 우리가 살아나갈 길을 정하지 않으면 안돼 뭐 좋은 생각 있는 사람있으면 말해봐"
그러자 병사들 중에서 제법 강대하게 생긴 사람이 말했다.
"지금 되돌아가면 어떻게 되지?"
요아힘이 그쪽을 힐끔 바라보고는 입을 뗏다.
"아마 전부 막대에 매달려 죽을 때 까지 두들겨 맞겠지, 더럽게 재수없으면 그 사제놈에게 넘겨지던가"
요아힘의 말에 다들 안색이 무거워졌다.
"요아힘 자네 생각은 어때? 자네 의견을 말해보게"
누구가 말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병사들의 시선이 요아힘에게 쏟아지자 요아힘이 천천히 입을 열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어차피 저 덜떨어진 놈이 죽었기 때문에 지금 그냥 돌아가면 우리는 전부 개죽음이야. 이건 자네들도 알고 잇을 거야.
하지만 만일 그 뭐냐 어쨌든 도망친 그놈들을 잡으면 그래도 한가닥 희망은 잇겠지. 하지만 그래봐야 죄를 공으로 덮는 것으로 해서 상도 없고 벌도 없는 정도? 그것도 그놈들이 공을 탐한다면 그 공을 자기걸로 하기 위해 우리는 전부 죽이겠지. 더군다나 이 인원으로 그들을 쫗기에는 너무 무리고 말야"
그러자 한스가 나섰다.
"그럼 그냥 우리 영지로 조용히 되돌아가는건 어때?"
요아힘이 비난의 눈초리를 던졌다.
"그럼 영지 가족들이 가만히 있을거 같아? 그냥 우리가 여기서 같이 실종 되었다면 그냥 전사로 처리하고 가족들에게 아무런 해가 가지 않겠지만 나중에라도 발각된다면 그땐 영지에 있는 가족들도 전부 몰살이야"
병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아힘이 병사들의 눈을 보면서 결심한 듯 말했다.
"어차피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한가지 방법밖에 없어, 일단 죽은 사람은 전부 묻고 그동안의 우리 과거를 잊고 지내는 거야. 그래 당분가 영지의 주인이 바뀔 때까지 산적 노릇하는 것도 좋겠지. 아니면 조금 위험하지만 용병도 좋겟고말야 하지만 자네들이 결정하게"
병사들이 요아힘의 말에 웅성거리더니 주변의 다른 병사와 의견을 나누었다. 얼추 웅성거림이 끝나자 그들 중 한명이 요아힘에게 말했다.
"좋아 요아힘 자네의 의견에 따르겠네 그대신 자네가 우리의 두목이 되어주게"
요아힘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당분간이지만 내가 말하는데로 따라주기 바라겠네, 알겟지만 만일 우리 정체가 발각된다거나 한명이라도 잡힌다면 그땐 고향에 잇는 가족 전부가 죽는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구"
다들 고향의 가족들과 지금의 자신의 처지가 불안했지만 선택할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는 터라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일단 산을 넘자구 그곳에서 산적질을 할건지 용병질을 할건지 그때 가서 정하지"


69. 11화 탈출(1)
"뭐야?"
아미란이 책상을 내리쳤다. 아미란의 분노에 찬 몸짓에 소식을 가져온 병사가 마치 자기가 잘못한 듯 고개를 숙였다.
아미란이 의자에 털석 주저앉아 지도를 바라보았다. 그 옆에서 부관들이 그런 아미란의 모습을 찔끔거렸다.
아미란이 지도를 보면서 손가락으로 책상을 툭툭쳤다.
"쥐새끼 같은 놈들"
아미란이 화가 난 듯 다시 한번 손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 보앗다.
"자네들 생각은 어떤가?"
저프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마도 벨키시스는 놈들에게 당한 듯 싶습니다."
저프리의 말에 사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미란이 침울한 신음을 내뱉었다.
"그렇겠지. 그 저능한 녀석이 혼자 공을 세우려고 하다가 오히려 역으로 당했다는게 옳을거야"
"하지만 길을 잃었을지도 모르잖습니까?"
개빈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러자 아미란이 그런 개빈을 노려보았다. 개빈 옆에 잇던 저프리가 잠시 헛기침을 하면서 아직 사태를 잘 모르는 자들에게 설명하듯 말했다.
"벨키시스는 원래 가벼운 맘으로 둘러보듯이 산장으로 향했소, 그들은 식량조차 지니지 않고 출발했었소, 그로부터 지금 3일이 넘었습니다. 첫날은 늦어서 못내려 왓다고 치고 둘쨋날은 좀더 주변을 살피려 했다고 쳐도 삼일째인 오늘까지 내려 오지 않는다는 것은 그들이 공을 세우려 독자적으로 그들을 추격했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면 첫째날부터 추격에 들어갔을텐데 만일 그들을 잡았다든지 아니면 놓쳤다든지 했으면 벌써 전령이 이곳에 도달했어야 할것이오. 하지만 지금 전령도 없고 아무런 소식이 없다는 것은 벨키시스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오"
그러자 다들 그제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미란이 다시 침묵을 지켰다. 아미란이 지도를 뚫어지듯 한참을 노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어느쪽으로 갔을까?"
미카일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도주로는 세곳입니다. 첫째 북쪽으로 올라가 발바토르로 넘어가는 것, 둘째 남하하여 유차레 지방으로 가는 것 셋째 이쪽 아파르쪽으로 달아나는 것입니다.."
아미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아미란이 잠시 지도에서 시선을 떼서는 막사에난 창으로 하늘을 바라보앗다. 어느덧 해가 늬엇 늬엇 지기 시작하고 잇었다.
아미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모두들 차렷자세를 취했다. 잠시 하늘을 바라보던 아미란이 고개를 돌렸다.
"개빈 남작 자네는 지금 즉시 마론 백작에게로 달려가서 곧장 테실리아 산맥과 유차레 지방의 경계로 움직이라고 말하게, 그리고 저프리는 지금 곧 테실리아 인근의 영주들에게 통보하여 테실리아 산맥쪽에서 오는 인원은 모두 잡아들이라는 공문을 발송하게"
개빈과 저프리가 곧장 밖으로 달려나갔다. 아미란이 미카일에게 고개를 돌렸다.
"미카일, 마을쪽은 어떤가?"
미카일이 절도 있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현재 남은 주민수는 대략 350명 선이며 그 중에는 라디엔이 따로 빼낸 200명도 같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미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라디엔에게 말해서 오늘 중으로 따로 빼낸 200명도 완전히 처리하라고 전하게, 참 이곳 영주와 그 가족들은 어떻게 되었지?"
"현재 연주와 두 아들은 모두 두서너 차례의 고문으로 탈진상태로 감금 중에 잇습니다. 그리고 영주의 큰 며느리는 잠시 심문을 유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잇습니다."
"그래? 그거 다행이군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그들은 인질로서 가치가 있다. 목숨은 뺏지 말라고 전하게"
미카일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아미란은 그런 미카일을 손짓으로 밖으로 내보냈다.
곁에 잇던 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아미란이 책상 서랍을 열어 담배를 찾았다. 하지만 담배 케이스 내에는 이미 바닥이 나잇었다.
아미란이 입맛을 다시고는 신경질 적으로 책상서랍을 닫았다.
"제기랄, 빌어먹을 벨키시스, 만일 이번 일이 실패로 끝나면 네놈 가족들도 결코 무사하지 못할게다."
아미란은 이미 죽었으리라 생각되고 있는 벨키시스의 이름을 씹듯이 내뱉으며 원독에 찬 말을 나직히 내뱉았다.
마을 광장 뒤편 얕으마한 동산이 잇던 곳은 지금은 거대한 분지로 바뀌어 있었다. 그 분지 주변에는 창과 몽둥이를 든 병사들이 주변으로 눈을 번뜩이며 감시를 하고 있었다.
벌써 몇 명인가는 도망치다 잡혀서 병사들의 몽둥이에 곤죽이 되도록 얻어맞고는 분지에서 파낸 흙더미 곳곳에 쓰레기를 버리듯 널브러져 잇었다.
그들의 몸은 어찌나 지독하게 맞았던지 언뜻 보면 마치 고기덩어리가 널린 듯처럼 보였다.
"이 쌔끼가"
병사 하나가 몽둥이를 들어 사내를 내리쳤다. 몽둥이는 벌써 여러번 주민들의 피맛을 봤는지 군데 군데 검붉은 핏자국이 묻어 있었는데 방금 내려친 덕분인지 새빨간 피가 새로 얼룩을 그리고 잇었다.
"잘못했습니다. 부디 자비를"
몽둥이에 얻어 맞은 사내는 자리에서 엎드린채 고개를 숙이고 연신 빌어대고 잇었다.
하지만 병사는 그런 사내의 애원에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연신 몽둥이로 사내를 내리쳐댔다. 결국 사내는 병사의 몽둥질에 머리가 깨져 하얀 뇌수를 땅에 쏟아내고는 사지를 잠시 부르르 떨다가 잠잠해 졌다.
"퉤, 씨팔"
병사가 사내가 죽은 것을 깨닳고는 게속 쳐대던 몽둥이질을 멈췄다. 그리고 잠시 숨을 헉헉대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뭘바?"
병사가 으르릉 거리자 주변의 주민들이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일로 돌아갔다. 저 잔혹한 병사의 몽둥이가 언제 자신을 노리게 될지 몰랏기 때문이었다.
"큭큭 밀츠, 이번 내기는 내가 이겼네?"
"씨팔, 보기에는 약해 빠진 놈이 뭔 명이 그리 질긴지 퉤"
방금전 까지 주민 한명을 몽둥이 찜질로 죽인 병사가 다시 땅바닥에 침을 내 뱉더니 주머니로 손을 집어 넣었다. 그리고는 은화 한 개를 꺼내고는 자신을 부른 병사에게 던졌다.
"보라구 이판은 내가 이겼다구"

알렉이 밀츠가 던진 은화를 받아들고는 옷 소매로 은화를 닦아내곤 자신의 입에 입맞춤했다.그리고는 손을 들어 다른 병사에게 그 은화를 자랑하듯 내보였다.
여기저기서 환호와 아타까움의 한숨이 교차하며 돈이 오고갔다.
"야 알렉 다시 한판 하자."
"힘이 빠져서 힘들텐데? 괜찮겠어?"
밀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이번엔 반드시 시간 안에 골로보낸다."
"좋아"
알렉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이번엔 내가 지정하는 놈이다?"
밀츠의 말에 알렉의 인상이 변했다.
"야 그런게 어딧어?"
"시끄러워"
밀츠가 흉폭하게 얼굴을 구기고는 몽둥이를 어깨에 걸치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의 주민들이 행여나 밀츠와 눈이 맞을까 두려워 고개를 숙인체 열심히 움직이였다.
밀츠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뭔가를 발견한 듯 눈을 빛냈다.
"저놈으로 하지"
밀츠가 몽둥이를 한 사내에게 향했다. 알렉이 몽둥이 끝을 쫓아 밀츠가 가리킨 사내로 시선을 돌렸다.
"우씨, 야 저건 너무 약하잖아"
밀츠가 가리킨 곳의 사내는 알렉이 보기에도 한껏 말라서 뼈만 앙상하게 남아있는 자였다.
"시끄러워 내 이번은 반드시 이긴다. 돈이나 준비해둬"
밀츠가 걸음을 옮기자 밀츠의 장화로 패인 땅에 방금 숨을 거둔 사내의 피가 흘러 고였다.
"제길, 그래 이판은 져준다 져줘"
알렉이 씩씩대며 몽둥이를 휘두르며 움직이는 밀츠의 뒤르르 따랐다.
밀츠가 사내의 곁으로 다가가자 사내 곁에 있던 사람들이 황급히 몸을 피했다. 사내는 밀츠가 자신에게 다가오자 몸을 부르르 떨면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어느새 사내의 바지 가랑이는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이 씨발 일도 제대로 못하는 놈은 죽어 마땅하다"
밀츠가 팔을 걷어 붙이며 사내에게 호통을 쳤다.
사내는 흉폭한 밀츠의 기세에 정신이 나갔는지 제대로 입도 못열고 바들 바들 떨고 잇기만 했다.
밀츠가 사내를 향해 몽둥이를 치켜들었다.
"이봐 뭐하나?"
누군가 외치자 밀츠가 위쪽을 쳐다보곤 황급히 들고있던 몽둥이를 내리고 차렷 자세를 취했다.
구덩이 위에서 장교복을 입은 사내가 밀츠를 노려보고 잇었다. 주위의 병사들도 한결 같이 이미 차렷자세에 들어가고 잇었다.
"뭐하냐고 묻지 않앗나?"
장교의 호령에 밀츠가 땀을 흘리며 말했다.
"이..이놈이 일을 열심히 하지 않기에 혼을 내주고 있던 참입니다."
밀츠가 차렷자세를 취하며 큰소리로 말했다.
장교는 그런 밀츠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이 차고 잇던 칼을 칼집채 밀츠에게 던졌다.
"그렇다면 그놈을 이 칼로 단번에 베어라"
밀츠는 황급히 바닥에 떨어진 칼을 주워들고는 칼집에서 칼을 뽑았다. '챙'소리가 나면서 은빛이 번뜩였다.
밀츠가 칼을 뽑자 밀츠앞에 주저앉았던 사내가 학질에 걸린 듯 온몸을 사시나무 떨 듯 떨어댔다.
밀츠가 그런 사내의 뒤로 돌아가서는 사내의 고개를 숙이고는 칼을 높이 들었다가 내리쳤다.
사내의 목이 몸에서 분리되고는 피 분수가 공중에 진한 피안개를 만들어가며 뿜어져 나왔다.
사내의 몸은 목이 떨어진 후에도 몇 번을 더 푸들거리더니 서서히 바닥으로 쓰러졌다.
밀츠의 모습을 본 장교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자 그만 도구를 회수하고 전원 이 위로 올라서라"
장교의 말에 병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주민들의 손에 쥐어졌던 삽이며 곡괭이등을 빼앗아 들고는 구덩이 위로 올라갔다.
병사들이 위로 올라서자 마을 광장쪽 건물들 사이로 한떼의 인물들이 줄에 몸을 묶인체 끌려오고 잇었다.
여자들이었다. 그녀들을 주변의 병사들이 막대로 쳐대로 빠르게 그녀들을 몰아대고 잇었다.
손을 뒤로 묶인체 앞사람과 뒷사람에게 연결되어 잇었기에 몇 명이 자리에서 넘어지더라도 질질 끌리다시피 끌려오는 여자들도 보였다.
그녀들은 전부 옷을 벗기운체로 끌려오고 잇었는데 한결같이 젊었다. 병사들은 그런 여자들의 기괴한 행진에 침을 꿀꺽 삼키며 그녀들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여자들을 호송해온 병사들이 그녀들을 구덩이 근처까지 이끌어 오더니 그녀들을 차례로 구덩이 쪽으로 밀어 붙였다.
"꺄악"
이십명 단위로 묶인 여인들은 구덩이 안쪽에서 겹치거나 포개진체 발버둥쳐댔다. 몇몇 남자들이 그런 여자들에게 다가가 끈을 풀어 주고 여자들을 그곳에서 빼내었다.
몇몇은 가족이나 사랑하던 연인 사이였던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부둥켜 아는 사람들도 보였다.
장교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고는 주위의 병사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병사들은 삽이나 곡괭이등을 하나씩 쥐고 잇었다.
장교가 구덩이에서 등을 돌리고는 짧게 말했다.
"덮어"
병사들이 장교의 신호가 떨어지자 구덩이 주위에 쌓여잇던 흙을 구덩이 안쪽으로 퍼넣기 시작했다.
"꺄악"
"우악, 살려줘"
주민들은 흙더미들이 자신의 머리 위로 쏟아지자 서로 몸부림치면서 발버둥쳤다. 몇몇 사람은 위쪽으로 올라가려고 구덩이 위쪽으로 달려갔지만 그럴때마다 창을 들고 잇던 병사들이 그들의 몸을 창으로 찔러 구덩이 안으로 다시금 떨어뜨렸다.
"멈춰"
그들이 그렇게 구덩이 흙을 퍼놓고 잇을 때 저멀리서 누군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병사들이 그 소리에 잠시 손짓을 멈추자 장교가 호통을 쳤다.
"뭐하나 시간이 없다 얼른 끝내라"
장교의 부릎뜬 눈에 병사들은 다시금 손을 재게 놀렸다.
구덩이 안은 조금이라도 위로 올라가고자 서로 발버둥쳤다. 자기보다 위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내리고 어떻게든 사람을 밟고 올라서려고 아우성이었다.
일부 삶을 포기한 사람들은 곁에 잇던 친인과 서로 부둥켜 안고는 엉엉울고 잇는자들도 잇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머리 위로 연신 흙더미가 쏟아져 내렸다.
"이게 무슨짓인가?"
방금 소리질렀던 사제가 장교에게 다가와 수염을 부들 부들 떨며 말했다. 라디엔이었다.
장교는 라디엔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고는 고개를 외면했다.
"백작님의 명이십니다."
라디엔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리 없어 이건 뭔가 잘못된 일일세"
장교는 계속 옆에서 추근대는 라디엔을 쳐다보고는 말했다.
"저는 명령받은 대로 할 뿐입니다. 지금이라도 멈추고 싶으시다면 백작님께 가셔서 허락을 받아 오십시오"
라디엔은 장교에게 더 이상 말이 안통함을 느끼고 분노에 찬 시선으로 장교를 노려 보앗다.
"자네 이름이 뭔가?"
장교는 고개를 한번 숙였다.
"가린이라고 합니다."
라디엔은 장교를 머리에 새길 듯 노려보고는 급히 몸을 움직여 어디론가 달려갓다.
가린은 그런 라디엔의 뒷모습을 경멸어린 눈으로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병사들을 바라봤다.
"뭐하나? 게으름 피우는 놈은 저곳에 같이 묻어주겠다."
병사들은 결코 허언을 내뱉지 않는 가린의 성격을 잘 알고 잇는지라 얼굴을 하얗게 질린체 더욱 빨리 도구들을 놀렸다. 그덩이 밑에서는 마치 지옥에서 터오나오는 듯한 비명과 괴음이 병사들의 마음 깊은 곳 까지 후벼파고 잇었다.


70. 11화 탈출(2)
"오 잘오셨습니다."
아미란은 라디엔이 올줄 알았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팔을 벌려 라디엔을 맞아 들였다.
하지만 라디엔은 노를 풀지 않고 다짜고짜 말했다.
"이제 무슨짓이요?"
라디엔의 말에 아미란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무엇을 말입니까?"
라디엔이 솟구치는 화로 인해 말도 제대로 못하고 손을 들어올려 밖을 가르켰다.
아미란이 그런 라디엔을 보면서 짐짓 아무것도 모르겟다는 듯한 얼굴을 지었다.
"그쪽에 뭐가 잇습니까?"
라디엔이 결국 큰소리로 분노를 터뜨렸다.
"지금 병사들이 남은 주민들을 생매장 시키고 잇어요, 어쩜 내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이러실수 잇습니까?"
라디엔의 말에 그제서야 아미란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무슨 말인지 알겟습니다. 마을 서편에서 벌어지는 일 때문이시군요?"
라디엔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소, 지금당장 그들의 행위를 중단 시켜주시오"
아미란이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왜요?"
아미란의 말에 라디엔이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잠시 짖더니 얼굴을 오만상으로 찌푸렸다.
"왜냐니? 애초에 그들을 나중에 사용하기로 하지 않앗습니까?"
아미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죠"
"그런데 어째서 제게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저런짓을 저질를수 있습니까?"
라디엔이 거칠게 말하자 아미란이 서서히 얼굴을 굳혔다. 아미란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지기 시작하자 라디엔이 멈칫했다.
아미란은 천천히 자리에 앉더니 입을 열었다.
"애초에 남자들 100명은 같이 묻기로 한거니 그것은 문제가 없으실테고, 문제는 여자들 100명이군요?"
라디엔이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여자들 역시 어차피 일 끝나면 병사들의 회포를 풀어준 다음 죽을 목숨 아니었습니까? 설마 그들을 저번처럼 노예로 팔생각은 아니셨겠죠?"
라디엔이 아미란의 말에 인상을 구겼다.
"아..아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미란이 조용히 미소지었다.
"그렇다면 문제가 되는 것은 제가 라디엔님과 상의도 없이 독단으로 처리한 일때문이겟군요?"
라디엔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그렇습니다."
아미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그 문제는 제가 사과를 드리도록 하지요"
'네?"
일순 라디엔의 표정이 멍하니 바뀌었다.
"제가 사과드린다고 했소"
아미란이 재차 말하자 라디엔의 얼굴에선 분기가 가시고 대신 황송하다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아..아니 별말씀을요, 오히려 제가 너무 성급했니다."
아미란이 라디엔의 모습을 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이번에 그놈들이 테실리아 산맥을 타고 도주했다는 사실을 유추할수 있게 되었소. 따라서 이곳에 머물고 잇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여 그놈들을 쫓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급박하게 하느라 미처 부교구장님께 연락도 못드리게 되었습니다."
라디엔이 아미란의 이런 말에 황송하다는 듯 말했다.
"별말씀을 그런 급박한 일이었다면 응당 그렇게 하셔야지요. 이 늙은 것이 제 욕심에 그만 뭐가 중요한지도 모르고 설쳐대기만 했군요"
아미란이 그런 라디엔에게 쐐기를 박는 듯이 말했다.
"고맙습니다. 참, 그리고 나중에 저희 부대의 성례집전에 라디엔 사제님을 미리 추천해 놓았습니다."
"오~ 칼버린 기사단의 성례집전이요? 하지만 그것은 정초에나 있을텐데..."
라디엔이 활짝 펴진 얼굴을 하다가 다시 어두워 졌다.
"아니요, 이번에 칼버린의 전우들이 많이 상했답니다. 그래서 특별히 축복 성회를 따로 집전키로 했습니다. 이번에 잇는 특별 성회에 직접 집전해 주시겠지요?"
라디엔이 활짝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럼요, 그럼요, 그런 일이라면 제가 발벗고 나서야지요. 참, 지금 출발하신다고 했으니 저희 호위 기사들도 준비 시켜야 겠습니다."
아미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주시겟습니까? 그런데 한가지.."
아미란이 말을 흐리자 라디엔이 나가려다 말고 다시금 아미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혹시 뭡니까?"
"혹시 그자들이 어디 은밀한 곳에 신도로 변장하고 있지나 않을지... 그럼 저희 군으로써는 쉽사리 그들을 수색하기 어려울까 걱정입니다."
그러자 라디엔이 자신의 가슴을 탕탕쳐댔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지금 곧 지역 교구에 절대적인 협조를 바란다는 공문을 보내도록 하겟습니다."
그제서야 비로서 아미란의 얼굴도 같이 활짝 펴졌다.
"그래주시겠소? 그렇다면 제가 따로 봉헌물을 바치도록 해야겠군요. 펠리온의 신전 앞으로 말입니다."
라디엔이 호탕한 듯 웃었다.
"하하하, 경께서 그런 마음을 품고 계시니 신께서도 반드시 경의 행사를 지켜주실 것입니다."
아하루가 손을 내밀자 하얀 손이 아하루의 손을 마주 잡았다.
"영차"
아하루의 손에 이끌려 르네가 바위위로 올라섰다. 르네가 올라서자 먼저 올라가 잇던 일행들이 바위에 앉아 가쁜 숨을 잠시 돌리고 잇었다.
비록 계곡이라 양쪽으로 웅장한 산맥들에 가려 경치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제한된 시야로도 끝없이 펼쳐지는 테실리아를 둘러싸고있는 널따란 숲이 한눈에 보였다.
아하루 일행들은 드디어 테실리아 산맥의 정점을 지나온 것이다. 저멀리 지평선 끝까지 숲으로 뒤덮여 있는 광경은 마치 태고의 밀림으로 착각될만큼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잇었다. 만일 아침이었다면 숲 사이로 피어오르는 숲의 안개에 도취되어 스스로의 자신마져 잊었을지 몰랐다. 하지만 아하루 일행에게는 그럴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이제 어디로 가지요?"
잠시 숨을 돌리고 잇던 카미야가 아하루에게 다가와 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아하루에게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아하루는 끝없이 펼쳐져 있는 숲을 끊임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아하루님?"
카미야가 재차 묻자 그제서야 아하루가 얼굴에 싱긋 미소를 짓고는 고개 돌렸다. 실로 아하루에게서 오랜만에 보여지는 미소였다.
"이곳에서 똑바로 가면 아파루 북부지방이 나와, 하지만 도중에 차렌의 영지들을 통과해야해. 위쪽으로 가면 우리와는 적대적인 발바로토국이 나오지 그리고 왼쪽으로는 유차레 지방인데 레폴드 공작령과 그 영향을 받는 귀족들의 영지가 잇을거야."
카미야가 잠시 지형을 머릿속에 그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유차레 지방인가요?"
차렌의 코즈히 공작과 유차레의 레폴드 공작간의 불화는 유명한 것이었다. 코즈히가 갈로쉬 대공파에 들게 된것도 레폴드가 듀만 대공을 지지하자 그 반발로 갈로쉬파로 돌아섰다는 이야기는 유명했다. 그만큼 둘은 영지가 인접해 있으면서도 유차레와 차렌이라는 지방색을 띄어 앙숙 관계로 발전해 있었다.
따라서 만일 코즈히측이 그어떤 정당한 이유를 붙여 군사를 파견하고 싶어도 감히 유차레지방으로는 접근할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카미야는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고 아하루에게 물었던 것이다.
아하루가 카미야를 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카미야 만일 네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