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야희 - 6.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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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192회 작성일 17-02-12 11:26

본문

야희

도미시마 다께오




차 례

(1. 남자와 여자)
(2. 짙은 화장을 한 여자)
(3. 밤 여행)
(4. 남의 여자를 빼앗는 것 만큼은 안돼)
(5. 삼각관계 프리즘)
(6. 재회)
7. 아방궁
8. 슬픔의 눈물이 아니야
9. 미련
10. 애정조건
11. 하지만 마음을 빼앗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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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재회

가즈아키는 3동 405호실의 문 앞에 서 있었다. 오늘이 두 번재 방문이다.
시계는 정각 열시....
전화로 약속한 시각이다. 초인종을 누르자 즉시 문이 열리고 여자 얼굴이 나타났다.
“자, 빨리 들어와요.”
가즈아키가 안으로 들어서자 여자는 즉시 문을 잠궜다.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가즈아키는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안겼다.
“얼마나 전화를 걸었는데요.”
“저도 부인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째서 지금까지 연락하지 않았죠?”
“네, 그게....”
“기다리고 있었어요.”
“죄송합니다.”
“후회하고 있나요?”
“.......”
“자, 올라와요. 두 시까지는 괜찮아요. 함께 식사라도 해요.”
“그럴 시간적인 여유가 없습니다.”
“어머, 왜요?”
“지금은 근무시간 중이니까요.”
안으로 들어온 가즈아키는 소파에 앉았다. 여자도 즐거운 표정으로 가즈아키의 어깨를 안으며 옆에 앉았다.
여자는 삼십이 갖 넘었고, 유치원에 다니는 딸 아이가 하나 있다. 세 시경에 그 아이가 돌아올 것이다.
남편은 오오데마치의 대기업에 다니는 명문대 출신으로 엘리트로 지금은 과장 보좌이지만 이제 곧 과장으로 승진될 것이다.
매사에 열심인 성격으로 퇴근시간은 빨라야 여덟 시, 늦을 때는 막차로 돌아온다.
이 부인은 남편에게 불만은 없다. 승승장구 무한한 가능성을 갖은 남편을 배경으로 귀부인이 될 자신을 꿈꾸고 있다. 이 아파트 단지의 부인들 중에서도 유난히 콧대가 센 여자로 소문이 나 있다.
부부생활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로 많지는 않지만, 그 점도 불만은 없다고 한다.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전에 어떻게 가즈아키와 결합되었는가?
세일즈하러 온 가즈아키가 속임수를 쓴 게 아니라, 그 전날 밤에 역시 손님인 유부녀와 밤새도록 즐겼으므로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그 때문에 상품과 구별방법을 설명하다가 피로 탓으로 의식이 희미해져 쓰러진 것이다.
깜짝 놀라는 이 여자에게 그럴 듯한 변명을 했다.
“어젯밤에 밤을 세워 공부했더니 피곤해서....”
실제로 오늘밤은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짐을 정리해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자 여자가 동정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가엾게도 시험 중인데 아르바이트를 하는군요.”
그리고 그를 부축하며,
“그럼, 잠시 소파에서 눈을 붙여요.”
가즈아키는 그녀의 호의를 달게 받아 소파에 누웠다. 그때는 실제로 졸린 만큼 욕망도 돈도 귀찮았다.
한 시간 정도 잤을까, 잠에서 깼을 때 여자는 부엌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일어나서 눈을 비비고 있는데 여자가 다가왔다.
“세상 모르고 자더군요. 정말로 피곤했나 봐요.”
“네.”
그런데 이 여자를 한 번 유혹해 봐야겠다는 흑심이 생긴 것은 둘이 마주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콘돔을 꺼내어 설명하면서 도발하는 것은 늘 사용하는 수법이지만, 이 여자에게는 그것이 통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런 여자는 차분하게 공격해야 해.’
가즈아키가 꺼낸 것은 진동 안마기였다. 성 애용의 것이 아니라, 어깨나 허리를 마사지하는 보통 실용품이었다.
“답례로 마사지해 드릴게요. 미용에도 좋습니다.”
“어머, 사라고 강요하는 것 같은데요?”
여자는 웃었다.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팔려고 그러는 게 아닙니다. 쉬게 해 주신 답례입니다. 한 시간 정도 잘 잤으니까 마사지해 드리겠습니다.”
결국 여자는 가즈아키의 답례에 응할 기분이 들고, 가즈아키의 말에 따라 방바닥에 엎드렸다.
가즈아키는 어깨부터 순서대로 등, 허리, 넓적다리로 장소를 옮겨가며 마사지를 했다.
그것이 끝나자 이번에는 똑바로 눕게 한 후 눈에 띄지 않도록 여자의 허리와 넓적다리를 집중 공격하기 시작했다.
여자는 황홀한 표정으로 가끔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그만해요.”
여자는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왠지 기분이 이상해질 것 같아요.”
“이상하다뇨?”
일부러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며 물었다.
“후후후, 아무것도 아녜요.”
하지만 기분이 좋은 듯 여자는 더욱 가즈아키의 마사지에 몸을 맡겼다.
‘이제 상당히 젖었겠군.’
마침내 마사지기로 여자의 삼각지대롤 흔들기 시작하자, 여자는 조금 몸을 움직일 뿐 제지하지는 않았다. 허리가 돌아가고 눈을 감고 있는 그 눈가가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계속 마사지를 하는 도중, 갑자기 여자의 손이 그의 손을 덥썩 잡았다.
“이제 그만해요.”
“네.”
그리고 여자는 벌떡 일어나 가즈아키에게 안겨왔던 것이다.
“내가 이렇게 될 줄 알고 이런 짓을 하는 거죠?”
“무, 무슨 말씀입니까?”
“저, 정말로 이상하게 되어 버렸어요.”
“무, 무슨 말씀이세요?”
“당신을 갖고 싶어졌어요.”
“전, 곤란합니다.”
“당신, 설마 동정은 아니겠죠?”
“처, 처음입니다.”
가슴을 밀어제치는 척하면서 가즈아키는 유방을 잡았다. 본위 아니게 사랑의 육탄전이 벌어지고, 가즈아키는 교묘하게 후퇴를 하면서 그녀의 몸에 밀착되어 마침내 여자는 그의 몸을 짓눌렀다.
보통 여자가 남자 앞에서 수줍어하며 얌전하게 행동하는 것은 남자가 섹스의 베테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즈아키가 순진한 동정이라고 거짓말을 하자 여자는 적극적으로 돌변한 것이다. 평상시의 적극성을 억제하고 있는 만큼 본성을 드러내는 쾌감에 도취된 듯 했다.
그것이야말로 가즈아키가 바란던 바였다.
“어머? 이렇게 되었네요?”
“부끄럽습니다.”
“괜찮아요. 나에게 맡겨요.”
“곤란합니다.”
“당신, 굉장하군요.”
이렇게 해서 우연히 이 여자와 결합되었던 것이다.
지난 밤에 다른 여자에 의해 몇 번이나 정상을 달렸지만, 의외로 가즈아키의 지속시간은 길고 여자는 무릉도원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후 여자는 가즈아키를 위로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재회를 약속하고 헤어졌다가 오늘 이렇게 다시 해우한 것이다.
여자는 가즈아키의 어깨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이제 다시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후회했죠?”
“솔직히 말씀드려서 후회했습니다. 부인을 이 이상 좋아하게 될까 두렵습니다.”
“참, 순진하군요.”
“........”
“그런데 어떻게 다시 올 마음이 생겼죠?”
“........”
“좋아요. 이러는 동안에도 아르바이트를 하지 못하는 게 마음에 걸리죠/”
“그렇긴 합니다만....”
“용돈, 드릴께요. 만 엔이면 괜찮겠죠?”
“필요없습니다.”
“사양하지 마세요. 뭐, 그 정도의 돈이야 얼마든지.... 일전에는 아무것도 사지 않았잖아요. 다음번에 오면 물건을 팔아 주는 대신 돈을 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죄송합니다.”
“물건을 사 주면 당신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이 할 정도죠. 그러니가 용돈이 훨씬 낫지 않아요?”
여자는 지갑에서 만 엔짜리 지폐를 꺼내어 가즈아키 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자, 세 시까지 있을 수 있죠?”
“네.”
“기뻐요.”
여자는 사랑스런 표정으로 가즈아키의 양 볼에 손을 대고 얼굴을 가까이 갖다 댔다.
“이런 얼굴에 어쩜 그리 굉장할까?”
입술이 살짝 포개졌다.
‘굉장한 것은 내가 아니라, 그쪽이 아니었던가? 얌전한 얼굴에 어쩜 그리 호색적일까?’
가즈아키가 여자를 유혹한 게 아니라, 가즈아키가 유혹을 당한 것이다.
가즈아키가 유부남이었다면 여자는 이렇게 대담하게 다가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가즈아키가 연하라는 생각에 여자는 우쭐한 기분이 들고 보통 남자에게는 도저히 드러내지 못하는 적극성과 호색함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가즈아키는 그것을 미리 계산해 놓고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청년처럼 행동하고 있다. 벌써 오랫동안 해 온 연기이므로 판에 박힌 듯 능숙하다.
‘만 엔, 많지는 않지만 적당하다. 그럼, 만 엔어치만 귀여움을 받을까?’
여자도 필시 만 엔으로 가즈아키를 샀다고 생각하는 게 틀림없다.
가즈아키가 아르바이트로 버는 돈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훌륭한 몸과 뛰어난 육감으로 여자들의 성적 불만을 해소시켜 주는 대가로 버는 돈이 많다.
이 엘리트 사원 부인도 그중 한 명이다.
이 여자는 가즈아키를 만날 때까지는 그런 불만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자신의 몸의 욕망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가즈아키가 그것을 깨닫게 해 준 것이다.
그 결과 여자는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게 되고, 가즈아키 자신도 그 즐거움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가즈아키는 자신의 그런 행동을 조금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선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람은 각각의 특기에 의지하여 생활한다. 예를 들어 스포츠에 능한 사람은 영웅 대접을 받아야 되고, 가즈아키의 행위는 불량스럽다고 어느 누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결코 자신의 행동이 어느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있다.
혹 여자의 남편이 그런 사실을 알게 되면 화를 내거나 괴로워하겠지만, 자기 아내를 불만 투성이인 채로 방치해 두고 공해산업에만 일조를 가하고 있으면서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대신 아내를 사랑해 주면 아내는 만족할테고, 인플레도 중대하지 않고, 공해도 심각하지 않을 것이다.
나쁜 것은 남편들이지, 가즈아키가 아니라고 가즈아키는 자기 나름대로의 이론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 이론에 근거를 두고 몇 명의 여자로부터 정기적으로 용돈을 받고 있다. 나머지는 그 상황에 맞추어 그때그때 처리한다.
개중에는 일시적인 정열로 가즈아키와 광란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찾아왔을 때는 문도 열어 주지 않는 여자가 있다.
후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때 가즈아키는 결코 강요하지 않는다. 문 너머로,
“그럼, 이제 오지 않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하고 말하고 되돌아간다.
이런 때 나쁜 청년이었다면 압력을 가할 것이다.
“돈을 내놓지 않으면 남편에게 모두 말할 거예요.”
가즈아키는 그런 비열한 마음을 갖고 있지 않다. 여자의 자제심을 높이 평가해 준다.
‘상당히 괴로워한 끝의 결론이다.’
라고 동정하고 조용히 물러난다.
여자들을 희롱한 후 금품을 갈취하는 비열한 짓을 하는 대부분의 사내들은 실제로 여자들에 대해서 실력이 없다는 것이다.
가즈아키처럼 계속 새로운 여자를 만나는 남자는 그럴 틈이 없다.
일류 회사의 엘리트 사원 부인을 다섯 번이나 정상에 도달하게 해 준 가즈아키는,
“그럼, 한 달 후에 또 전화하겠습니다.”
하고 말하고 일어나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자가 가즈아키에게 매달렸다.
“한 달 후라니, 말도 안돼요. 일주일 후에 전화해요.”
“네, 가능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가능하면이 아니라 꼭이에요.”
“네.”
가즈아키로서는 만 엔을 받을 수 있다면 매일이라도 좋다.
이 단지에만 세 명의 정기 고객이 있다.
약속하고 405호실을 나온 가즈아키는 일전에 왔을 때 맺어진 기무라 부인과 그 아래층의 가와자키 부인을 떠올렸다.
그러나 역시 어젯밤의 피로가 풀리지 않았으므로 들르지 않기로 하고 단지를 나섰다. 아직 정기 고객이 아닌 여자들이다.
그때 어디선가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가즈아키씨!”
뒤돌아보니 가로수 아래에서 한 여자가 이쪽을 향하여 걸어오고 있었다. 고객 중의 한 사람인 히로코라는 여자였다.
“여기에 왔다 가는 거예요?”
“네.”
가즈아키는 고개를 숙이고 속으로 혀를 찼다.
‘잡혔군.’
이 여자는 서구적으로 생긴 용모에 젊었을 때는 모델 노릇을 했다고 하는데, 벌써 삼 개월 동안이나 만나지 못했다.
만나지 못한 이유는 이 여자 남편의 일이 요즈음 신통치가 않아서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만나기만 하면 여자는 으레 오천 엔이나, 만 엔 정도를 준다. 그것은 묵시적인 약속으로 지켜지고 있었다.
가즈아키가 고개를 저으며 받지 않으려고 해도 여자는 막무가내로 주머니에 구겨 넣는다. 그런 행위가 큰 부담감으로 느껴져 사실 이 여자를 기피하고 있었던 차다.
여자는 가즈아키에게 바짝 다가섰다.
“이 단지에 계속 왔었나요?”
“아니, 오래간만입니다.”
“왜, 전화하지 않았죠?”
“난, 부인에게 돈을 받는 것이 괴롭습니다.”
“거짓말! 만나기 싫어서 그러는 거죠? 지금도 다른 부인을 만나고 가는 길인가요.”
“아닙니다. 세일즈하러 돌아다녔을 뿐입니다. 정말이에요.”
“하여튼 좀 와요.”
가즈아키는 히로코에게 이끌려 그녀의 집으로 들어갔다.
지금 몹시 지쳐 있다. 어젯밤에는 밤을 새고, 아침에도 일하고, 조금 아까까지도 힘을 쓰지 않았던가!
‘이제 안 된다.’
‘그러나 이 사람은 용서하지 않을 거야.’
‘할 수 없다. 다시 한번 분발해 보자. 하지만 돈은 절대로 받지 않겠다.’
가즈아키는 히로코가 안겨 오자 그것에 응하면서 말했다.
“조건이 있습니다.”
“어떤 조건? 어떤 조건이라도 좋아요. 연락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히로코는 가즈아키의 손을 잡아 자신의 몸으로 이끌었다. 어느결에 벗었는지 가즈아키의 손은 직접 뜨거운 것에 닿았다.
“아, 알겠어요?”
“네.”
“그럼, 말해 보세요.”
“돈을 주겟다고 고집 부리지 마세요.”
“가엾게도....”
히로코는 가즈아키를 격렬하게 포옹했다.
“내 일을 걱정하고 있었군요. 알았어요. 오늘은 돈을 드리지 않겠어요.”
“꼭이에요.”
“네, 꼭....”
마치 뒤바뀐 이야기 같지만 이것이 가즈아키다운 행동이다. 위선자인 척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사랑해 주는 자는 모두 사랑스럽다.
히로코는 가즈아키를 더듬었다. 처음에는 부드러웠지만 더듬는 동안에 그것은 차츰 충실해졌고, 히로코는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 오랜만이에요.”
“그렇지 않겠죠? 남편이 회사에 있는데....”
“아녜요. 남편 회사가 망했어요. 오늘도 직장을 찾으러 나갔어요. 실업자가 되고 나서 완전히 무용지물이 됐어요.”
“설마....”
“정말이에요. 남자들은 일이 순조로울 때는 원기왕성해지지만 반대로 실의에 빠지면 전혀 힘을 못 쓰죠.”
“그럴까요?”
“그래요. 당신 같이 젊으면 그런 것에 상관하지 않겠지만 말예요.”
가즈아키는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아까 여자를 충분히 만족시켜 준 후였다.
가즈아키는 속삭였다.
“언제 남편이 들어올지 모르지 않습니까?”
“괜찮아요. 요즈음 매일 술 마시고 들어오니까 늦을 거예요.”
“저어....”
히로코가 가즈아키의 볼과 턱을 어루만지면서 어렵게 말을 꺼낸 것은 두 사람이 땀에 흠뻑 젖도록 즐기고 난 후였다.
“당신, 지금 아르바이트 시간이죠?”
“그렇습니다.”
“일도 못하고 나 같은 여자를 상대하고 있어서 재미없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미안해요. 용돈도 주지 못하고....”
“신경쓰지 마세요.”
“돈이 필요하니까 아르바이트를 하는 거잖아요.”
“괜찮습니다. 한 시간 정도는....”
“저, 제가 이런 얘기한다고 화내면 안 돼요.”
“네.”
“화내지 않는다고 약속해 줘요.”
“네.”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죠? 내가 유혹했기 때문에 이렇게 된거죠?”
“아니, 좋아합니다.”
“무리하지 않아도 돼요. 저, 돈 많은 부인을 소개해 줄까요?”
“........”
“이, 삼일 전이었어요. 그 부인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네.”
“이 아파트 단지의 부인이 아녜요. 근처에 새로 지은 집으로 이사 온 부인이에요. 나이는 나와 같은 연배고, 미인이죠.”
“........”
“남편은 작은 증권회사의 사장이에요. 가루이자와에 별장도 갖고 있고, 이사 온 집도 굉장해요.”
“네.”
“그런데 남편 나이가 예순 살 정도예요. 전 부인과의 사이에 자식이 두 명 있는데 모두 결혼해서 따로 살고 있고, 지금 부인에게는 아직 아이가 없어요.”
“네.”
“미용실에서 알게 되어 그 집에 놀러 가게 되었는데, 실은 돈을 조금 빌려 썼어요.”
“네.”
“그런데 아직 갚지 못해서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하러 갔는데, 그때 부인이, 돈은 괜찮으니까 그 대신 누군가 뒷탈이 없는 남자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을 하지 않겠어요. 난 그때 당신을 생각했죠.”
“난 그런 짓은 할 수 없습니다. 심하군요.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어머? 그러니까 화내지 말라고 말했잖아요. 알아요. 당신이 순진하다는 것은.... 하지만 그 부인, 불쌍해요. 이제 겨우 서른인데, 지금 남자에게 한창 사랑받을 때라구요.”
“........”
“그런데 남편인 사장님은 한 달에 한 번도 안아 주지 않는대요.”
“그럼, 이혼하면 되잖아요.”
“그게 그렇지 않은가 봐요. 지금 전화해 볼까요? 일단 만나나 봐요.”
“제가 그 부인을 안아 주면 당신은 빌린 돈을 갚지 않아도 되나요?”
“솔직히 말하면 그래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그러는 것은 아녜요. 난 지금 돈이 없고 당신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어서....”
“전, 괜찮습니다.”
“하지만 제가 개운치 않아요. 그래서 그 부인에게 용돈을 받는게 어떨까 생각했어요.”
“좋아요.”
그때 가즈아키는 속으로 아차 싶었다. 자기의 감정을 그대로 겉으로 드러내서는 안 된다. 히로코 때문에 어렵게 결심했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가즈아키는 금세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만나나 보죠.”
“만나 줄래요?”
“네, 하지만 당신과의 사이가 끝나게 되면 싫습니다.”
“어머 저도 일이 그렇게 되면 싫어요. 그 부인을 안기 전이나 후에 나를 안아 줘야 돼요.”
히로코는 즉시 전화를 걸려고 했다.
가즈아키는 약간 당황스러웠다.
“오늘은 안 됩니다.”
“어머, 아직 한 번뿐이잖아요.”
“어젯밤에 밤을 새워 공부했습니다.”
“그럼, 언제?”
“내일, 오겠습니다.”
“그럼, 전화만 해 둘게요.”
히로코는 수첩을 보고 다이얼을 돌렸다. 그것을 보면서,
‘나는 아파트의 미시족 뿐만 아니라 그런 돈 많은 부인을 찾았었는데 이번이 절호의 기회다.’
‘이지코도 유혹해야 되고, 유키 어머니에게도 서비스를 해 주어야 한다. 점점 바빠질 것이다.’
“여보세요, 아, 부인! 저 히로코입니다. 안녕하세요.”
직접 그 부인이 받은 것 같다. 어떤 말들을 주고 받는지 가즈아키는 구미가 당겼다.
“뭐하세요?”
“........”
“심심하군요.”
“........”
“고마워요. 그런데 오늘 전화한 것은 일전에 부인이 말씀하신 거 있죠?”
“........”
“후후후, 물론 농담이겠지만....”
“........”
“호호호! 어머, 정말입니까?”
“........”
“네, 그렇습니다. 조금 아는 사이에요. 성실하고 순진한 청년이에요.”
“........”
“네, 지금 공부하며 아르바이트하고 있어요.”
“........”
“부인, 그것은 편견이에요. 얼마나 장성한데요.”
“........”
상대방이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은 가즈아키에게 전혀 들리지 않았지만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일은 결코 없습니다.”
“........”
“호호호. 괜찮습니다. 걱정 마세요.”
“........”
“부인은 아름답고....”
“........”
“가족이 없어요.”
“........”
“그 점은 제가 보증해요. 상당히 솔직하고 좋은 청년입니다.”
“........”
“호호호....”
이야기는 계속 길어지고, 마침내 수화기를 놓은 히로코는 가즈아키를 뒤돌아보며 생긋 웃었다.
“내일 오후 한 시에 당신을 데려가기로 했어요.”
“괜찮을지 모르겠어요.”
“괜찮아요. 그럼 오늘 밤은 푹 자고 내일은 산뜻한 얼굴로 와요.”
그렇게 말한 후 히로코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좀 씁쓸해요. 실은 당신을 내 연인으로만 삼고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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