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여인추억5 -- 4.여자의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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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4,258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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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여자의 고백

그 주 토요일 저녁, 묘우미를 만났을 때 첫 대면부터 묘우미의 모습은
이상했다.
마사오의 눈을 정면으로 보려고 하지도 않고 태도도 어색했다.
뭔가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마사오는 묘우미의 양어깨를 부여잡고 정면으로 눈을 쳐다보았다.
" 도대체 왜 그래요?"
묘우미는 떨리는 목소리로 희미하게 말했다.
" 당신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어."
아무래도 기운이 없다.
" 그럼 말해 봐요."
" 여기서는 안 돼. 사람들 보는 앞에서 남자에게 매를 맞는 것은 싫어."
" 매요? 설마."
마사오는 웃었다.
"저는 여자를 때리지 않아요."
" 그래도 싫어."
두 사람은 상점가를 빠져나와 공원으로 통하는 한적한 길로 접어들었다.
묘우미는 마사오와 팔짱을 끼고서 바싹 붙어서 걸었다.
" 나,"
그리고는 말을 끊었다.
" 어떤 남자와 잤어."
이전부터 예상하고 있던 고백이었다. 그러나 막상 듣고 보니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 재미없는 소식이군요."
마사오는 말했다.
" 화났어?"
" 화를 낼 수는 없지만 ...."
묘우미는 멈춰섰다. 팔을 잡힌 채이므로 마사오도 멈춰섰다.
" 나를 때려 줘."
" 맞고 싶어요?"
" 그래."
" 흐음. 그렇게는 하지 않겠어요. 어쨌든 어디에 가서 술이라도 마시지요."
" 이젠 나와는 만나지 않겠지?"
뭄에 취기가 느껴질 무렵 마사오는 그녀의 손목을 꼭 잡으며 말했다.
" 이제는 돌아가고 싶어요?"
" ..... "
" 어쨌든 아직도 할 얘기가 남아 있는 것 같은데,오늘 밤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나요?"
" 어떻게 할 건데?"
"기꾸 아주머니 집으로 가지요. 사람이 있는 술집에서는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가 없잖아요."
묘우미는 묵묵히 따랐다.
둘은 기꾸의 여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 이제 이야기 할까?"
마사오가 목욕을 마치고 나와 자리에 앉자마자 묘우미가 말했다.
" 뭘요?"
" 나와 함께 잤던 그 사람에 대해서."
" 글쎄, 그다지 알고 싶지 않은데요. 난 지금 마음이 복잡하니까."
" 그럼 말하지 않겠어."
" 그 사람, 당신을 몹시 좋아했었나 보지요?"
" 본인은 그렇게 말했어. 벌써 그 사람한테서 스무 통 정도의 연애
편지를 받었거든."
" 문학 청년의 연애 편지 따위가 마음에 들었나요?"
" 하지만 사실, 나는 그를 이용하려고 했어. 당신과의 사이가 만일
도중에서 끊어진다면 나는 혼자가 될 것이고, 또 이대로 가만히
있는 것도 당신에게도 좋은일이 아닐 것 같아서,고민하다가 결국
한번 모험해 보자 하는 기분이 들었던 거지."
사실 그 말이야말로 마사오가 묘우미에게 화를 낼 수 없는 유일한
이유이다. 마사오는 지금까지 묘우미의 고민을 함께 들어 주지도
못하고 오직 그 육체만을 즐기는 데 중점을 두었던 것이다.
처음으로 묘우미는 자신의 모험을 위하여 마사오를 이용했다.
그것은 도쿄에서 욕망처리의 대상이 없었던 마사오에게도 오히려
잘된 일이다.
" 역시 내가 나빴어. 마이너스에 마이너스를 합해서 플러스가 되려고
하는 생각은 전부터 계속 하고 있었지."
독으로써 독을 없앤다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 그래, 나는 이 사람에게는 독일지도 모른다. 이 사람의 귀중한 시간을
침범하고 있으니까.'
마사오는 맥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다른 남자에게 안긴 이유는 마사오가 상상하고 있던 그대로 였다.
묘우미는 그 남자와 있었던 일을 자세히 고백했다.
그녀의 긴 얘개가 한참이나 진행되었을 때였다.
갑자기 노크소리가 나면서,
" 잠깐 실례해도 되겠어요?"
하는 기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꾸의 목소리에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보았다.
지금은 밤이 꽤 깊은 시각이었다.
" 들어오세요."
마사오는 포옹을 풀고서 일어섰다. 하반신은 그대로 드러난 채였다.
묘우미가 고백을 하면서도 마사오를 가만두지 않았던 것이다.
묘우미는 몸과 거의 직각으로 서 있는 마사오의 그것을 보고 고개를
흔들며,
" 옷이라도 입어."
조심스럽게 말했다.
" 아니, 이대로도 괜찮아요."
그렇데 대답하고 마사오는 묘우미를 쳐다보았다.
" 아주머니에게 이것을 보이면 우리가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다는 것이
증명이 돼요."
" 보이고 싶어하는군."
마사오는 그대로 걸어나가서 안쪽으로 잠근 문고리를 벗겼다.
" 아주머니, 혼자?"
" 예, 그래요."
" 어서 오십시오."
마사오는 문을 열었다.
기꾸의 눈은 곧 마사오의 노출되어 있는 그것으로 향해졌다.
" 야아 !"
감탄하며 기꾸는 서둘러 들어와서 재빨리 문을 닫았다.
" 한참 하던 중이었어요?"
문쪽에서는 이불만 보일 뿐 묘우미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 아뇨,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기꾸는 묘우미 쪽을 힐끗 쳐다보면서 재빨리 그것을 움켜잡았다.
"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러 왔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두세 번 잡아당기고는,
"자, 저쪽으로 가서 얘기합시다."
하고 말했다.
기꾸는 마사오의 그것을 여전히 잡고 있었다.
" 재미있는 이야기?"
" 그래요, 자 어서 이불 속으로 들어가요."
이윽고 그것을 놓고 기꾸는 앞장서서 들어섰다.
마사오가 뒤를 따랐다.
기꾸는 묘우미와 마주보며 다다미 위에 앉았고, 그 옆을 지나서
마사오가 이불 속으로 들어가 똑바로 누웠다.
하나의 작은 드라마가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 용서하세요."
묘우미가 사과했다.
" 이 사람 노출시키는 버릇이 있어요."
" 건강하니까 안심했어요. 갑자기 잡기는 했지만 정말로 건강하더군요.
오랫만이었어요."
기꾸는 손을 자신의 가슴에 갖다댔다.
" 아직도 가슴이 쿵쿵거리고 있어요."
이불 속에서 묘우미의 손이 움직이더니 그것을 잡았다.
" 이야기할 것이란 게 뭡니까?"
" 당신, 아르바이트 하지 않겠어요?"
" 예?"
" 묘우미 씨도 함께."
" 어떤 것인데요?"
" 조금 아까 안쪽 방에 손님이 들었어요."
" 예에."
" 남녀 모두 사십대로 보이는데, 부부는 아닌것 같아."
" 그런데요?"
" 한시간 정도만 그 사람들 방에 가서 그냥 있기만 하면 돼요."
" 예? 그게 아르바이트에요?"
" 그래요."
기꾸는 아르바이트 금액으로 여관 숙박비의 열배를 말했다.
" 허어, 재미있군. 밤중내내도 아니고 한 시간이면 된다구여?"
" 그래요. 결국 그 사람들은 젊은 사람에게 보이면서 서로 즐기고
싶은거지."
" 보기만 해요?"
" 응."
" 가겠어요. 공부도 되니까."
" 묘우미 씨는?"
묘우미는 고개를 저었다.
" 나는 싫어요."
" 왜?"
마사오는 묘우미를 끌어안았다.
" 같이 갑시다."
" 그냥 앉아서 보고 있기만 하는 거죠?"
" 그래, 그렇게 말했어. 그 대신 젊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하더군."
세상에는 참 이상한 사람도 많다. 하여간 마사오는 호기심이 잔뜩 생겼다.
" 어쨌든 전 가겠어요. 자, 묘우미씨, 한시간 후에 돌아올께요."
" 옷을 단정히 입고 가세요."
묘우미가 말했다.
" 물론이죠."
" 내 이야기 보다 그쪽이 더 중요해?"
마사오는 묘우미 뺨에 키스를 했다.
" 그게 아닙니다. 잠시 아르바이트를 할 뿐이지.돌아와서 이야기를
해 줄께요. 당신도 함께 가면 더 좋을 텐데."
" ...... "
" 그럼 난 갔다올께요."
기꾸가 말하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기꾸는 곧 돌아왔다.
두사람은 포옹을 풀고, 마사오는 엎드려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베개 옆에 앉은 기꾸는 여러 장의 지폐를 다다미 위에 내놓았다.
" 자, 이것이 대가야. 남자는 젊고 잘생긴 학생이고, 여자는 그의 아름다운
연인이자 대학생이라고 말하니까 굉장히 좋아하더군요."
" 우리는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저쪽을 보기만 하면 되는 거죠?"
" 그럼, 물론이죠."
" 어떤 사정인지는 몰라도 사양하지 않고 가겠습니다."
" 괜찮다면 내가 안내를 할께요. 그리고 학생복을 입고 와 달라고 하더군요"
마사오와 묘우미가 옷을 갈아입고 준비를 다 마치자 기꾸는 그들을
데리고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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