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고독사랑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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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496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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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잤을까?
백옥상은 바로 곁에서 들려오는 기괴한 신음성에 눈을 떴다.
"……"
여인의 자지러지는 신음소리에 백옥상은 더 이상 듣지 않아도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당신은 정말 최고예요."
여인은 서슴없이 온갖 야릇한 소리를 토해내며 사내를 휘감았다.
백옥상은 짚더미를 살짝 들추고 엉켜 있는 남녀를 살폈다.
사내는 대략 이십 사오 세로 보이는 준미한 청년이었고, 여인은 삼십 세 가량의 풍만한 몸매를 지닌 미부(美婦)였다.
두 사람의 나신에는 땀이 번들거리고,
사내의 움직임이 세차질 때마다 여인은 자지러지고 있었다.
"흐윽"
여인은 몸이 축 풀림을 느끼고 사내의 가슴을 떠밀었다.
"헉헉! 흐흐흐!"
하지만 사내는 아직도 멀었다는 듯 더욱 격렬한 운동을 해댔다.
백옥상은 그들이 너무 시끄럽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귀를 막으려 움직이다 소리를 내면 더욱 곤란한 일이 생길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그는 할 수 없이 참고 있기로 했다.
"……!"
문득, 사내의 거친 숨소리가 더욱 커졌다 싶은 순간 그의 몸이 여인의 나신 위에 축 늘어졌다.
"당신은 정말 어쩌면 그리도 강해요?"
여인의 교태 어린 목소리에 사내는 덤덤히 대꾸했다.
"누님 정도는 언제든지 만족하게 해 드릴 수 있읍니다. 지금이라도 원하신다면 다시……"
여인의 손가락이 사내의 입술을 눌렀다.
"안돼요. 아씨께서 기다리고 계셔요. 벌써 나온 지 세 시진이 지났으니 어서 들어가 봐야죠."
이어, 여인은 부시럭거리며 일어나 급히 외상을 걸쳤다.
그녀가 옷입는 것을 묵묵히 지켜보던 사내가 문득 입을 열었다.
"누님. 아무래도 오늘밤 그 일을 실행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 여인의 얼굴이 당혹으로 물들었다.
"아 안 돼요. 오늘은……"
"……?"
"다른 날이면 몰라도 오늘은 보주님 회갑연인데다가 사람들이 많아서 절대로 성공할 수 없어요!"
사내가 싱긋 웃었다.
"누님, 그래서 오늘 실행하겠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오늘 같은 날은 경비가 허술한 법이고 말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으니 납치하기엔 가장 적당한 날이라는 거죠."
"하지만 지금 아씨께선……"
"누님은 아무런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모든 것은 제가 다 알아서 처리할 테니 누님은 이 향을 화월소축(花月小築) 안에서 피우시기만 하면 돼요."
사내가 건네 주는 물건을 받아들며 여인은 불안에 떨고 있었다.
"정말 아씨는 해치지 않겠죠?"
"그점은 절대 걱정마십시오. 전에도 말씀들였듯이 이 일은 두 세가 사이에 축복받을 일이 아닙니까?"
"……"
"저희 공자님께서는 인품이나 학식이 뛰어나신 분, 그리고 소저께서 일 년 전 부군을 잃고 화월소축으로 돌아 오셔서 지금까지 눈물과 한숨의 나날을 보내고 계시지 않습니까?"
"……"
미부가 생각하는 빛을 보이자 사내는 말꼬리를 늦추지 않고 계속 이어 갔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이 일만 성사되면 소저께서는 복연이지만 누님과 저 역시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누님! 저를 믿어 주십시오!"
"……"
곰곰이 생각하던 여인은 다짐하듯 말했다.
"정말… 이번 일만 해결되면 평생 나와 함께 있어 주는 건가요?"
그녀의 말에, 사내는 문득 성난 소리로 내뱉았다.
"누님께서 정히 저를 못 믿겠다면 그만 두십시오! 처음부터 없었던 일로 할 테니까요!"
사내는 벌떡 일어나서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아니예요! 내가 당신을 믿지 못하면 세상에 그 누구를 믿겠어요!"
여인은 다정하게 속삭이며 사내의 가슴에 착 안겨 들었다.
사내는 여인의 입술을 찾으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어, 다시 여인을 쓰러뜨리는 것이니……
"아, 안 돼요! 지금은 돌아 가야해요!"
허나 그녀의 치마를 걷어 올리고 사내의 실체가 다시 여인의 사이를 파고 드는 순간,
"아……"
여인은 전신을 뒤틀며 사내의 품 속으로 새처럼 파고들고 있었다.

달빛이 교교히 어둠을 밝혔다.
앞뜰에서는 은은히 풍악소리가 흘러 나왔지만 화월소축(花月小築)은 적막에 싸여 고요한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팔각형으로 세워진 화월소축은 일견해 보아도 몹시 화려한 누각이었다.
창가에 어린 은은한 월광을 보며 백옥상은 조심스레 다가갔다.
창은 비스듬히 열려 내실이 확연하게 들여다 보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소리없이 문이 열리고 한 명의 미부가 실내로 들어섰다. 백옥상은 자세히 보지 않고서도 그녀가 낮에 보았던 미부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잠시 후, 미부가 사라지자 백옥상은 곤혹한 시선으로 천공을 응시했다.
'내가 무엇하러 이곳에 왔는가? 설사 내가 이 비밀을 밝힌다 해도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무엇인가?'
백옥상의 마음은 회의와 갈등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웬지 모르지만 어머니 같은 여인도 있을 것이다! 그녀는 나의 말을 믿을 것이다!'
백옥상은 마지막이라는 기분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情)과 믿음(信)에 백옥상은 너무나도 메말라 있었기 때문이었다. 허나, 모든 일은 자신의 마음과 같지는 않았으니……

이십칠팔 세쯤 되었을까? 하얀 소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여인이었다. 국화의 소담스러움과 그와는 반대인 농밀한 터질 듯이 부푼 육체를 지닌 미소부는 질겁을 하고 있었다. 부서뜨릴 듯 창문을 열고 뛰어든 백옥상 때문이었다.
"누, 누구?"
여인은 의외의 사태에 아연하며 뾰족한 교갈을 터뜨렸다.
"……!"
백옥상은 말없이 사방을 둘러보았다. 미부가 앉아 있는 침상 옆의 탁자 위에는 두 줄기 향불이 아지랭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것이다!'
백옥상은 눈을 빛내며 탁자로 다가갔다.
헌데, 당황해 하던 미소부는 어느 덧 정신을 추스리며 싸늘한 신색으로 냉갈을 터뜨렸다.
"감히 야적(夜賊) 따위가!"
그녀의 섬섬옥수에서는 막대한 경기가 폭출되어 나왔다.
"크윽!"
가슴이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과 함께 백옥상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나, 나는 야적이 아니오!"
백옥상의 힘겨운 말에도 미소부의 옥용은 풀어지지 않았다.
"흥! 나이도 어린 놈이 야적질이나 하다니 용서치 않으리라!"
그녀가 재차 손을 쓰려 할 찰나,
"아씨! 무슨 일인가요?"
일성 교갈과 함께 일남일녀가 뛰어 들어왔다. 백옥상은 그들을 보자 순간적으로 몸을 날리며 탁자를 넘어뜨렸다. 옥향로가 산산이 부서지며 향은 그 와중에 절로 꺼져 버렸다.
"이 놈이!"
뛰어든 청년은 안색을 휴지처럼 일그러뜨리며 백옥상을 잡아갔다.
"컥! 컥!"
반항할 사이도 없이 백옥상은 목줄기를 잡힌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죄송합니다. 아씨! 이놈!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아주 물고를 내주마!"
청년은 무엇에 쫓기듯 미소부에게 연신 허리를 굽히고는 백옥상을 잡아끌었다.
"……!"
소복의 미소부는 끌려나가는 백옥상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흔들며 교구를 돌렸다.
시녀 차림의 미부는 넘어진 탁자를 일으켜 세우고 난장판이 된 실내를 치우고 있었다.
"지금 치울 필요 없다! 밖의 일이 바쁠 터이니 그만 나가거라!"
"아씨, 괜찮아요. 밖에는 다른 사람도 있으니."
시녀는 손을 계속 놀리며 말했다.
"피곤하니 내일 치우거라. 지금은 혼자 있고 싶으니."
미소부의 채근에 시녀는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그럼 편히 주무세요, 아씨."
뒷걸음질쳐 가는 그녀의 눈은 방바닥에 뒹굴고 있는 두 자루의 향(香)을 바라보고 있었다. 실내가 조용해지자 미소부는 저미한 한숨을 내쉬며 향 한 자루를 집어들었다.
문득, 그녀는 이성을 되찾자 한줄기 의문이 뇌리를 스쳐갔다.
'그 아이가 어찌하여 이것을 걷어 찼을까?'
의문은 꼬리를 물었다.
'조용히 침입해야 하거늘 그 야적은 오로지 탁자만을 망그러뜨리고……'
무심히 향의 내음을 맡던 미소부는 일순 흠칫했다.
'이것은 평소에 쓰던 송향(松香)이 아닌데?'
의문의 씨앗을 찾은 여인은 손 안의 향을 유심히 살펴갔다.
"이것은 하오문의 무리들이 쓰는 미혼향!"
그녀는 침음성을 발하며 아연한 옥음을 토했다. 그와 아울러, 뇌리로 투영되는 백옥상의 영상을 떠올린 미소부는 그대로 퉁겨지듯 교구를 쏘아나갔다. 그것은 상상하기도 힘든 절정고수자의 몸놀림이었다. 미소부는 결코 평범한 여인이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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