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연(燕) 第23章 어? 너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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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381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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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23 章 어? 너였니?

백리빈은 그녀를 향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처음 뵙겠소, 만역주(萬域主). 본인은 마천루의 이종사 백리
빈이외다. 모두들 연왕(燕王)이라 부르오."
"......!"
찰나, 만종령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녀의 봉목에는 한 가닥
이채가 스쳤다.
"아! 죄송해요. 잠시 딴 생각을 하느라 공자가 오신 것도 몰
랐군요. 자 이리로 앉으세요."
그녀는 자신의 앞자리를 가리켰다.
백리빈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하며 성큼성큼 그녀가 가리키는
자리에 가서 앉았다.
마주 앉게 된 백리빈과 만종령.
만종령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백리빈은 빙긋!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강호의 무부(武夫)에게 이토록 환대를 베풀어주시니 만역주
의 은혜에 몸둘 바를 모르겠소."
은혜를 운운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비아냥거림이 서린 어조였
다. 그것을 눈치챈 만종령이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천만의 말씀이세요. 마천루의 이종사 연왕의 고명(高名)은
이미 귀가 닳도록 들었습니다."
"하하하! 역주의 미명(美名)에 비하면 달과 반딧불을 비교하
는 것이지요."
"말솜씨 또한 고명하시군요."
그녀의 음성은 부드러웠으나 어딘지 한 가닥 차가운 냉기가
깃들이어져 있었다.
그러나 백리빈은 그런 것은 전혀 느끼지 못한 듯 황홀한 시
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늘 나는 하늘 위에 하늘이란 말 뜻이 무엇인지 확연히 깨
닫게 되었소."
그의 입술을 비집고 토해지는 감탄성.
"나는 강호를 주유하면서 숱한 여인들을 보았소. 양귀비나 서
시처럼 아름다운 여인도 보았고, 이슬을 먹고 사는 선녀처럼 황
홀한 여인도 보았고...... 목욕을 할 때 꽃의 향수와 우유로 몸을
씻는 고귀한 신분의 여인도 만나 보았소."
"......."
"그러나 만역주를 보는 순간 그 모든 것이 추하다고 느껴졌
소."
백리빈 특유의 여자 후리기가 서서히 발동되었다.
어느 여인치고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 하는데
싫어할 여인이 있겠는가?
"호호호호......."
만종령의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오는 요염한 교소성이었다.
"왜 연왕이라 불려지시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군요. 여인의
마음을 훔치는 데는 귀신이라 하더니만...... 사실이군요."
"하하하...... 인정하리다. 그럼 내가 만역주의 마음을 훔쳐도
되겠소?"
"호호호...... 상대의 양해를 구하고 훔치는 예의 바른 도둑도
있나요?"
"하긴 그렇군요. 그러나 마음보다도 먼저 만역주의 그 입술을
훔치고 싶은 게 나의 진심이요."
백리빈의 능글맞은 맞장구에 만종령의 표정은 싸늘하게 굳었
다.
"다른 여인들은 몰라도 나는 결코 공자의 마음대로 안될 거
예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소?"
"호호호...... 이유랄 것까지는 없지만...... 난 이미 마음에 정
해 놓은 정혼자가 있어요."
"하하하...... 난 또 뭐라고...... 난 이미 남편이 있는 유부녀
의 침대에도 올라가 본 적이 있소. 그깟 정혼자가 있다고 해서
만역주의 침상 위로 못 오르리라 생각한다면 오산이오."
"날 너무 쉽게 생각하시는군요."
여자 특유의 오기가 발동된 듯 만종령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
었다.
허긴 어느 여자가 뻔뻔하게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자기
침대에 오르겠다고 당당히 말하는 사내 앞에 분노를 느끼지 않
고, 오기가 발동하지 않으랴.
그러나 상대는 왕제비 백리빈.
그는 여자의 마음을 밀고 당기는 재주가 왕(王)이다.
"하하하...... 역주와 같이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도 그런 생각
을 갖지 못한다면 그건 사내가 아니오. 제 아무리 하늘이라 해
도 생각하는 것까지는 막지 못하오. 다만 난 그 생각을 음흉하
게 속에만 지니고 있지 못하고 겉으로 내색한 것이 다른 사내와
다른 점이오. 난 내숭덩어리는 아니거든......."
어찌 들으면 당신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갖고 싶소라고 들
린다.
그 어떤 미사여구나 칭찬보다도 지금 이 말이 더 만종령의
가슴을 떨리게 했다.
'총관 말대로 보통 교활한 자가 아니다. 총관을 통해 그에 대
해 어느 정도 들었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가슴이 떨려 그의 혓바
닥에 놀아날 뻔했다.'
그것은 그녀의 진심이다.
염비강의 말을 듣고 어느 정도 백리빈이란 사람에 대해 알았
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 몇 마디에 그녀는 심장이 두근거리고
온 몸의 힘이 빠지는 기이한 전율을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그것은 일시지간일 뿐이다.
"화술(話術)이 대단하시군요. 인정해요, 내가 아름답다는 것
을...... 그렇기에 더더욱 내 자신을 지키려고 하죠."
그녀의 말에 백리빈은 내심 무거운 침음을 삼켰다.
'잘 안 넘어 가는데...... 그러나 제깟 것이 별 수 있겠어!'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라면 아예 뿌리째 뽑아 버리는
성미를 지닌 게 바로 백리빈이다.
그는 정색하며 물었다.
"상권의 정보망이라면 어느 정도 나에 대해 파악을 했을 터
...... 그러나 세상에 떠도는 소문만으로 날 평가하지 마시오."
"객관적인 견해와 직관적인 견해는 분명 차이가 있지요. 그러
나 세상의 소문이 과장되었다 생각지 않아요. 오히려 만나 보니
소문은 공자에 대해 너무 과소평가 되었군요."
"호오...... 그렇소? 그럼 역주는 날 어떻게 평가하시오?"
"우리가 만난 지 이제 반시진도 채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
떻게 공자를 평할 수 있겠어요."
"......."
"다만 한 가지 매우 신비하고 위험한 분이란 느낌은 지울 수
가 없군요."
"천만의 말씀! 난 그냥 아름다움을 아름답다고 표현해야 직성
이 풀리는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
오."
"믿어도 될까요?"
"믿으시오, 나를......."
다음 순간 만종령은 기이한 미소를 머금으며 슬며시 화제를
바꿨다.
"한데 공자께선 무슨 일로 본 장을 방문하셨나요?"
"역주께 부탁이 한 가지 있소."
"무슨......?"
"약간의 돈이 필요하오."
"돈? 황금을 빌려 달라는 말씀이군요."
"그렇소."
"얼마나 필요하신 가요?"
"한...... 황금으로 백만관(百萬貫)정도......."
황금(黃金) 백만관(百萬貫)!
그것은 황금산장이 지니고 있는 금력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종령의 봉목에 언뜻 떠올랐다 사라지는 것은 경악이었다.
'황금 백만관 소리를 저토록 태연히 농담하듯 지껄이는 사내
가 있었을 줄이야.'
그러나 곧 그녀는 얼굴을 정색하였다.
"적지 않군요."
"그러기에 만역주를 찾은 것이 아니오."
"담보는 가지고 오셨나요?"
"물론, 그만한 양을 빌리는데 담보가 없다면 말이 안되지 않
소?"
"황금 백만관에 해당하는 담보는 쉽지 않을텐데요."
"바로 나! 백리빈을 담보로 걸겠소."
"호호호호...... 스스로 황금 백만관의 담보 가치가 있다고 생
각하시나요?"
"그건 역주께서 나에 대해 알아봤다니 하는 말인데 이 세상
에 이만한 사내 없다고 난 자부하오. 머지않아 강호의 왕이 될
사람이 나요."
"자신감이 너무 강하군요."
"빛좋은 개살구라 생각하시오?"
"글쎄요......."
"후후후...... 두고 보시오. 마천루가 강호의 주인이 될 테니까
...... 그때 가서 땅을 치고 후회하지 말고 잘 선택하시길 바라
오."
"그 말 믿을 수 있나요?"
"믿지 못하겠다는 말이군...... 그러나 사실이오. 그걸 어떻게
믿느냐에 달렸소."
"좋아요. 하루쯤 생각을 해보고 결정을 내리겠어요."
"어! 이러면 얘기가 틀리는데......."
"어떻게 틀리나요?"
"나는 역주께서 두말없이 황금 백만관과 덤으로 황금산장을
비롯한 십이역상들 모두를 덧붙여서 내놓을 줄 알았소."
"예상이나 예측이 현실이 되라는 법은 없죠."
"그런가......."
만종령은 문쪽을 향해 나직한 음성을 토했다.
"총관, 공자를 숙소로 모시세요."
축객령(逐客令)이다.
백리빈은 씨익 웃었다.
'오늘은 이쯤에서 물러간다만...... 조만간 네 년은 내 앞에서
치마끈을 풀게 될 것이다.'
백리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라면 가겠소. 그러나 곧 결정을 빨리 내려서 알려 주시오."
"알겠어요."
"될 수 있으면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소."
"노력해 보죠. 한데 공자께선 공령신화(空靈神花) 소하령(素
荷笭)이란 여걸을 아시나요?"

― 공령신화(空靈神花) 소하령(素荷笭)!

어찌 그녀를 모르랴?
"물론 알고 있소. 헌데......?"
"그 분이 지금 본장에 와서 묵고 계세요."
"그녀가......?"
"공자의 숙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묵고 계시니까...
...."
문득 만종령은 말꼬리를 흘리며 묘한 눈길로 백리빈을 올려
다 보았다.
'이것 봐라...... 나보고 만나라는 거냐? 아니면 만나더라도 피
하라는 거냐? 아예 만나지 말라는 것보다 더 무섭군.......'
백리빈은 잠시 그녀의 의중을 짚다가 돌연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그녀와 만나면 밤새껏 술이나 마시며 사람 사는 것
과 남녀간의 일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해야겠군."
"남녀간의 일?"
"아...... 그거 있지 않소? 사랑하는 것 말이오."
"사랑하는 것......!"
백리빈의 말을 되새기다가 갑자기 무엇이 떠올랐는지 만종령
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 사람 정말 못 말릴 사람이군!'
그녀는 능글맞은 백리빈의 뺨이라도 한 번 올려 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의 입에서 나온 것은 전혀 뜻밖의 말.
"글쎄요...... 하령 동생은 술을 마시지 못하는데 사랑에 대해
말을 할 수 있을까요......."
'하령 동생? 이제 보니 그 계집과 꽤 친하군. 이거 잘됐는데
...... 덤으로 강호의 신비문파라는 공령신문까지 얻어 가는 것
아냐.'
백리빈은 또 한 번 그 기발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아! 그렇소...... 그럼 차나 마시지......."
말과 함께 문쪽을 향해 몸을 돌리려던 그가 갑자기 몸을 다
시 돌렸다. 그는 성큼성큼 만종령을 향해 다가가는 것이 아닌가.
만종령은 두 눈을 치켜 떴다.
"무슨 일인가요?"
"아까 한 말이 갑자기 생각나서......."
"뭔데요?"
다음 순간이다. 그녀 앞에 걸음을 멈춘 백리빈은 돌연 양팔로
와락 그녀를 안아 버리는 것이 아닌가.
"무슨 짓이냐? 이 나쁜 놈아!"
그녀의 입에서 창졸지간에 노호성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말은 더 잇아 이어질 수 없었다. 백리빈의 두툼한 입
술이 그녀의 꽃잎 같은 입술을 덮어 버렸다.
"읍......!"
첫 입맞춤!
허공으로 둥실 떠오르는 것같고, 구름을 탄 것같은 그런 황홀
한 기분이랄까?
그러나 그녀는 이런 마음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
분노한 그녀의 두 주먹이 번개처럼 백리빈의 가슴을 때려 갔
다. 하지만 그녀의 주먹은 허공을 찍고, 백리빈은 어느새 그녀에
게서 입술을 떼고 저만큼 걸어가고 있지 않은가.
"하하하...... 마음보다 먼저 입술을 훔치고 싶다고 했지 않소?
하마터면 신용 없는 사람이 될 뻔했잖아."
"......!"
그의 한 마디가 천둥처럼 그녀의 귓전을 맴돌았다.
뭐가 뭔지 잠시 멍청한 심정으로 그녀는 백리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 *

자미원(紫微院).

황금산장 내의 금지(禁地)다.
지금 백리빈은 자미원 후원을 천천히 거닐고 있었다. 뒷짐을
지고 있는 백리빈은 무엇인가 골똘한 생각에 빠져 있었다.
'남궁제가 강북 상권을 노골적으로 달라고 했는데도 나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 이거지...... 결국 나와 마천루, 한매설궁의
힘이 무혈맹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그들을 택했다 이건
데...... 계집, 넌 실수한 거다.'
백리빈은 이미 남궁제의 야욕이 황금산장과 십이상역에 뻗쳤
음을 알고 있었다.
그가 나타나면 대뜸 어서 오십시오 하며 반갑게 맞아들일 그
들이 아님을 알지만 이처럼 냉담할 줄은 몰랐다. 그것이 그로
하여금 묘한 오기를 발동케 했다.
'언젠가는 오늘의 이 일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열 두 마리의
돈벌레들!'
바로 이때였다.
팔랑팔랑.......
낙엽 한 잎이 그의 눈 앞으로 떨어져 날아들었다. 손바닥보다
더 작은 낙엽이건만 그것이 떨어지는 각도는 그의 시야를 완전
히 막는 공교로운 위치였다.
만약 누군가가 이때를 노린다면 백리빈은 시야가 가려져 자
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없으리라.
이를 무의식적으로 깨달은 백리빈은 낙엽을 손으로 쳐냈다.
펑......
한소리 굉음과 낙엽이 허공에 터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동시에 사위팔방을 자욱하게 에워싸는 짙은 운무(雲霧).
백리빈의 전신은 무엇인가 심상찮은 직감으로 딱딱하게 경직
되었다.
'기습(奇襲)! 자객이란 말인가?'
동시에 왼쪽으로부터 기이한 느낌이 전해졌다. 그것을 느꼈을
때, 핏빛 혈검(血劍)이 이미 그의 가슴을 베어 가고 있었다.
'웃! 이토록 빠르다니......!'
신음과 동시에 그의 손은 어느새 검을 뽑아 들고 있었다.
파파파팟...... 파파팟...... 깡!
불꽃이 작렬하며 쇠와 쇠가 맞부딪치는 요란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백리빈의 신형은 이미 이십 장 밖 허공에 비상해 있었다.
그의 앞가슴 옷자락은 깨끗이 베어져 나갔다. 백리빈의 두 눈
은 폭풍같은 경악의 진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소름끼치도록 빠른 쾌검이다! 찰나지간의 짧은 순간에 정확
히 세 번이나 나의 가슴을 공격하다니!'
첫 번째 공격으로 옷자락이 베어졌다. 그 공격은 완전히 자객
의 승리였다. 만일 품 속에 간직했던 반토막 열쇠가 없었다면
여지없이 그의 가슴을 갈랐을 것이다.
자객이 두 번째 공격을 감행할 무렵에야 백리빈은 겨우 방어
태세를 갖출 수 있었다.
바로 이때였다.
"다음에는 결코 실수 따위는 하지 않는다. 너는 반드시......
내 손에 죽는다."
한 줄기 낮고 음울한 음성이 들려왔다.
백리빈의 시선이 빛났다.
"개새끼! 치고 빠지기냐? 내가 그리 호락호락하게 보였냐?"
파앙―
그는 소리가 들려 옴직한 곳을 향해 벼락같이 몸을 날렸다.
그러나 곧 그는 멍청히 몸을 세워야 했다.
없다. 분명 있어야 할 자객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빌어먹을! 우라질나게 빠르네......."
빠름에 있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용비어천행을 운용했
건만 이미 자객은 사라지고 없었다.
"퉤엣! 옷만 버렸잖아!"
백리빈은 침을 한 번 거칠게 뱉고는 몸을 돌렸다.
"어쨌든 날 노리는 자가 있다는 것은 그리 나쁜 일은 아니군.
약간의 긴장은 날 무료하지 않게 하니까...... 하지만 대체 어떤
새끼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자객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에잉, 모르겠다. 놈이 날 노린다면 또 나타나겠지. 그땐 그냥
두지 않는다!"

* * *

해시(亥時: 밤 9시∼11시).
둥...... 둥.......
이경(二更)을 알리는 두 번의 북소리를 들으며 백리빈은 공령
신화 소하령의 방 앞에 서 있었다.
삐익―
백리빈이 방에 들어섰을 때 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
"......."
불이 밝혀져 있는 것으로 보아 그녀는 분명 방 안에 있을 텐
데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한데 바로 이때다.
쏴아아.......
실내의 한쪽 구석에서 들려 오는 소리가 있었다. 백리빈의 시
선이 황급히 소리가 난 쪽으로 돌려졌다.
문(門).
옥(玉)을 다듬어 만든 문이 있고, 소리는 문 뒤에서 들려 오
고 있었다. 백리빈의 입가로 한 줄기 미소가 스쳤다.
'요것 봐라? 목욕을 하고 있다 이거지? 고 계집, 제법 깜찍
하게 구는데...... 사람을 늦은 밤에 초청해 놓고 아예 목욕이라
...... 흐흐흐...... 괜찮아. 미리 닦아 두는 것도.......'
백리빈은 이미 자미원에 투숙하고 있는 공령신화 소하령에게
정중히 한 번 방문하겠다는 배첩을 전한 바가 있었다. 그 결과
시녀를 통해 이경에 찾아오라는 소하령의 첩지가 돌아왔다.
그리하여 방문했는데 공교롭게도 그녀는 목욕 중인 것이다.
바로 이때였다.
"오...... 오셨나요?"
공령신화 소하령의 음성이 문 저쪽에서 들려왔다. 헌데 무언
가에 무척 불안해하고 떨리는 그런 음성이었다.
'내가 자기를 잡아먹으려 한다는 것을 눈치챘나? 벌써 떨다니
.......'
백리빈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렇소."
"잠......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그렇지 않아도 기...... 기다
리고 있었어요."
"기다리는 것에는 이골이 났으니 일을 마저 보시오. 기왕이면
깨끗...... 흠흠!"
입 밖으로 구석구석 깨끗이 씻으라는 말이 무의식 중에 튀어
나올 뻔했다. 백리빈은 황급히 손바닥으로 입을 막고는 의자에
앉았다.
쏴아아아.......
자꾸만 들려 오는 물소리.
백리빈의 시선은 자꾸 그쪽으로 향했다. 동시에 그의 뇌리 속
에 떠오르는 기묘한 상상은 발가벗은 소하령의 늘씬한 몸매였
다.
'지금은 어딜 씻고 있을까? 털이 많은 곳일까? 아니면 봉긋한
젖가슴? 그 아래 두리둥실한 엉덩이...... 아니면...... 꼴깍! 다리를
살짝 벌리고 거길.......'
머리에 떠오른 것은 나신(裸身).
자연 그의 아랫도리가 성을 내며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아이쿠, 이놈아, 넌 시도 때도 없이 서냐?'
그가 급히 바지 위로 불쑥 솟아오르는 아랫도리를 잡아 허벅
지 쪽으로 돌려 눕힐 때였다.
덜컹!
문이 열리며 한 여인이 나타났다.
백리빈은 여전히 아랫도리를 잡은 채 무의식 중으로 시선을
문 쪽을 향해 돌렸다. 찰나 그의 두 눈이 흡떠졌다. 그의 입에서
신음과도 같은 비명이 흘러나왔다.
"어...... 어......?"
여인(女人).
여인이라기보다는 소녀라 불러야 적당할 십팔 세 가량 되어
보이는 그녀는 더없이 청순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우유처럼 뽀얗게 빛나는 피부와 애잔함을 간직한 맑은 가을
날의 호수처럼 크고도 그윽한 아름다운 두 눈, 초생달처럼 휘어
진 눈썹과 오똑 솟은 귀여운 콧날, 그리고 살짝 벌어진 입술 사
이로 가지런히 진주 알과 같은 치아.......
실로 그녀의 모습은 가을밤 초가 지붕 위에 피어난 한 떨기
박꽃과 같은 청순하고도 깨끗한 모습이었다.
다만 한 가지 애석한 점은 그 아리따운 모습이 너무도 유약
하여 한 줄기 소슬바람도 견뎌내지 못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헌데 그녀가 목욕 후 걸친 얇은 옷 아랫배 부분이 볼록하니
동산만 하게 솟아 있는 게 아닌가?
소녀의 아랫배가 불러 있다는 것은 그녀가 밥을 많이 먹어서
는 절대 아니다.
임신(姙娠).
분명 그녀는 임신 중이었다. 그러니까 소녀가 아닌 임산부(姙
産婦)인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임신을 했기 때문에 백리빈이 놀란 것은 절대
아니었다.
백리빈 못지 않게 놀란 얼굴로 멍청히 백리빈의 얼굴만 바라
보고 있는 것은 소하령도 마찬가지였으니.......
일순 백리빈의 입에서부터 참담한 신음성이 흘러 나왔다.
"너...... 너였냐? 향산(香山)에서......."
그와 동시,
털썩!
소하령의 몸은 짚단 무너지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어 또
르르 그녀의 두 뺨을 적시며 흐르는 것은 눈물.
"이...... 이제야 만났군요...... 연왕 백리빈...... 당신을......."
"너...... 너......."
백리빈은 말문이 막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향산에서 황보연인 줄 알고 겁탈한 여인이 공령신화 소하
령이었으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소하령은 눈물 젖은 눈으로 백리빈을 올려다보았다.
"그래요...... 저였어요...... 당신이 황보연인 줄 알고...... 흑흑흑
......."
차마 여인의 입으로 강간했다는 말을 할 수 없었으리라.
백리빈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그 순간 그의 시선은 공교롭
게도 소하령의 아랫배에 머물렀다.
'볼록한 배...... 임산부...... 결혼을 했군. 빌어먹을!'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향산에서 소하령을 겁탈했을 때 분명 그녀는 처녀였다. 그런
데 여섯 달이 지나 다시 만났을 때 그녀의 배는 동산만하게 불
러있다.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어 있다 생각하니 배가 아프고,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것은 또 뭘까?
'제길....... 더럽게 되었군.'
괜히 온 것만 같아 후회가 막급했다. 그는 찔리는 것도 있고
해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공수했다.
"부인, 실례가 많았소. 괜스레 부인의 지아비께서 이 장면을
보게 된다면 큰 오해를 낳을 소지가 다분하니 이만 물러갈까 하
오."
한시라도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는 소하령의 말을 듣지도 않고 황망히 등을 돌렸다. 허나
그는 단 한 발자국도 떼어 내지 못했다. 그것은 그의 등 뒤로
들려 온 소하령의 음성 때문이었다.
"흑흑흑...... 향산에서의 일...... 당신을 탓하고 싶지 않아요...
... 허나 우리 아이에게 아비 없는 아이라는 말을 듣게 해서는
안되잖아요......."
멍!
그야말로 멍청이가 따로 없었다.
"우리 아이...... 설마......?"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으로 백리빈의 고개가 돌려졌다. 소
하령은 눈물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날...... 그 한 번이 그만......."
그녀는 얼굴을 사과처럼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너...... 그럼 네가 내 아이를...... 나 백리빈의 아이를 네가 가
졌단 말이냐...... 네가......."
백리빈은 말을 더듬으며 떨리는 눈으로 소하령의 아랫배를
주시했다. 그녀의 볼록한 아랫배가 왜 그리 사랑스럽게 느껴지
는 것일까?

* * *

소하령이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는 것은 마치 하늘을 나는 것
과 같은 기쁨이었다.
백리빈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고 말했다.
"그 한 번에 아이를 갖다니...... 내가 재주가 좋은 건지, 아니
면 당신이 재주가 좋은 건지......."
백리빈의 눈빛을 접한 소하령의 속눈썹이 가늘게 떨렸다.
"우리 둘 다겠지요......."
"......!"
백리빈은 그녀의 말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임을 알았다. 일
순 백리빈의 가슴에 뜨거운 격정이 파도쳐 올랐다.
'내가 아빠가 된다. 내가.......'
혈육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과 정.
그것은 끝내 소하령을 영원한 배우자로 맞아들이기로 작정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하령...... 고맙소...... 내가 세운 군림사패의 멸망 계획이 실
현되는 날...... 그 날, 그대는 만인이 보는 가운데 영원한 만인의
어머니로 내 옆에 앉게 될 것이오."
그는 열정의 한 마디를 토하며 그녀의 섬세한 허리를 와락
끌어 당겼다.
"아아......."
소하령은 가늘게 몸을 떨며 한 마리 작은 새처럼 그의 품에
안겨 들었다. 백리빈은 그녀의 허리와 둔부를 쓰다듬으며 거칠
게 입술을 찍어눌렀다.
백리빈의 뜨겁고 감미로운 입술은 흥분과 기대를 주었다. 그
리고 일말의 두려움으로 소하령의 교구는 연신 가늘게 경련했
다.
자연스레 벌어지는 그녀의 붉은 입술을 비집고 백리빈의 설
육이 들어왔다.
본격적으로 달아오른 입술과 입술의 향연.......
설육과 설육이 뒤엉키면서 점차 그들은 억제할 수 없는 정염
에 사로잡혔다.
백리빈은 소하령을 안아 들고 침상으로 향했다.

훅!
누군가에 의해 불이 꺼지고 실내는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창문으로 엷은 월광이 기웃거리며 두 남녀의 부끄러운 모습
을 훔쳐보았다.
소하령을 침상에 눕힌 백리빈은 서둘러 그녀의 상의를 벗겼
다. 기다렸다는 듯 탐스럽게 부푼 육봉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 아래로 탐스러운 아랫배가 살짝 솟아올라 있는 게 보였다.
그 광경은 정말이지 가슴 뿌듯한 황홀이었다.
"에구, 귀여운 것!"
쪽!
백리빈은 소하령의 아랫배에 입을 맞추었다.
그는 입맞춤을 하는 한편 그녀의 팽팽한 젖무덤을 거머쥐었
다.
"아아...... 음......."
소하령의 신음이 더욱 높아졌다. 팽만하게 부푼 자신의 젖가
슴을 어루만지는 사내의 손길에 형언할 수 없는 쾌감의 전류가
전신 구석구석으로 치달려 갔다.
파르르......
그녀의 전신은 무섭게 떨려 왔다.
백리빈은 분주히 젖무덤을 교대로 어루만지며 살짝 도드라진
유실을 희롱했다. 뿐만이 아니었다. 일보 전진하여 다시 그의 손
은 그녀의 치맛자락을 헤치며 가장 깊고 은밀한 부위로 향했다.
"하악...... 거기는......."
그녀가 일순 자지러졌다.
밀림이 들어찬 계곡으로 예고도 없이 방문객이 들어온 것이
다.
그녀는 일시 저항하려 했으나 이내 사지의 힘이 풀렸다.
백리빈은 집요하게 그녀의 계곡을 누비며 열기를 가중시켰다.
방초가 우거진 그녀의 비지(秘池)는 촉촉한 샘물이 고여 나오고
있었다.
최고조의 흥분 상태는 계곡의 능선을 더욱 부풀어 오르게 했
다. 백리빈은 그녀가 자지러질 적마다 손아귀에 전해지는 무서
운 경련과 수축을 느꼈다.
"더는 못 견디겠어요...... 아...... 음...... 어서 신첩을......."
그녀는 한껏 허벅지를 열곡 속삭였다.
백리빈의 눈에도 욕념의 빛이 일렁였다. 그는 그녀의 치마를
벗기고 급히 자신의 옷도 벗어 던졌다.
"......!"
무엇을 보았는지 소하령의 열기 서린 눈동자가 경악으로 한
껏 부릅떠졌다.
무섭도록 거대한 백리빈의 상징을 무심코 눈을 뜨는 순간 보
고만 것이다.
'무서워.......'
그녀는 안색마저 창백해지며 공포감을 느꼈다.
"하령......."
백리빈이 그녀의 귓전에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으며 몸을 실
었다.
"아...... 잠깐만요!"
그의 몸무게를 느끼는 순간 소하령은 무엇이 떠올랐는지 황
급히 백리빈의 가슴을 밀어냈다. 그녀의 뜻밖의 저항에 백리빈
은 의아했다.
"왜 그러시오?"
"저어...... 전 지금 임신 중이에요......."
"임신?"
고개를 갸웃하던 한 순간 백리빈이 갑자기 파안대소했다.
"하하하...... 왜? 내 물건이 당신 뱃속의 아이를 콕콕 찌르고
툭툭 때릴까 봐?"
"......?"
콕콕 찌르고, 툭툭 때린다는 말이 주는 의미를 잘 모르는 소
하령인지라 그녀는 멀뚱히 백리빈을 올려다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죠?"
"후후후...... 애까지 밴 여자가 이런 내숭을 떨다니......."
"내숭이라니요?"
"알고 있소. 하지만 오늘처럼 기쁜 날 어찌 그냥 이대로 보낼
수 있단 말이오. 내 천천히...... 아주 부드럽게...... 솜사탕처럼 달
콤하게 하리다. 나중에 이 놈이 태어나 이 애비를 보자마자 네
가 맨날 밤이면 밤마다 날 때렸지 하고 대들면 안되지 않소?"
"어머머......!"
소하령의 얼굴이 사과처럼 붉어졌다. 비로소 백리빈이 한 말
의 뜻을 이해한 것이다.
통당통당!
사하령은 앙증맞은 두 주먹으로 백리빈의 가슴을 때렸다.
"몰라요! 미워 죽겠어!"
백리빈은 짐짓 아픈 표정을 지어 보이며 그녀의 젖꼭지를 살
짝 비틀었다.
"하하하...... 이러다간 고놈에게 맞아 죽기 전에 마누라에게
먼저 맞아 죽겠네."
"어머! 정말...... 당신...... 하흐응!"
눈을 흘기다가 말고 소하령의 입술 새로 달뜬 신음성이 흘러
나왔다. 백리빈의 손이 교묘하게 그녀의 성감대를 자극해 들었
기 때문이다.
"아아...... 그럼...... 부드럽게...... 아이가 놀라지 않게 부탁해요
......."
소하령은 지긋이 눈을 감으며 백리빈에게 자신을 맡겼다.
백리빈은 뜨거운 숨결로 그녀의 경직된 몸을 풀어 주었다.
"아아......."
그녀의 입에서 달뜬 신음이 다시 새어나올 즈음 백리빈의 허
리가 들렸다가 천천히 내려지며 소하령의 눈이 최대한 휩떠졌
다.
"아악!"
천천히라고는 하지만 자신의 신비 계곡을 헤치고 진입해 오
는 화염같은 백리빈의 실체에 소하령은 몸부림쳤다.
"아악...... 아파요......."
"아파? 아프면 안되지...... 내 더 천천히 하리다. 이거 힘들군,
습관이 되어 나서...... 흐흠......."
"아아......."
그녀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백리빈은
유리 그릇 다루듯 조심스럽게 그녀를 다루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어느 한순간 입술을 악물고 비명을 내지르던 소하령의 몸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자지러지는 신음이 희열에 물든 교성으
로 변해 갔다. 사내의 실체를 받아들인 둔부가 야릇하게 좌우로
비틀어지며 보조를 맞춰 나갔다.
고통의 심부를 비집고 은밀하게 퍼지기 시작하는 한 가닥 쾌
감은 그녀 자신도 상상하지 못한 신선한 기쁨이었다.
소하령은 쾌감을 음미하며 떠오르기 시작했다.
백리빈은 점점 강도를 높여 보조를 맞추었다.
"으음...... 하아...... 아!"
그들의 숨결은 거칠어질 대로 거칠어졌다.
백리빈은 욕정으로 충혈된 채 미친 듯이 율동했다.
"우우......."
그의 숨결은 수백 리 길을 달려온 것처럼 거칠어졌다.
한 순간 폭발하기 직전에 이른 그가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아직은...... 안돼요......."
소하령이 달려들 때 백리빈이 빙긋 웃으며 그녀의 몸을 옆으
로 뒤집었다. 새우처럼 엎드린 채 두 다리를 모아 뻗고 엉덩이
를 백리빈 쪽으로 쭉 내민 야릇한 체위로 소하령의 몸이 바뀌었
다.
"이래도...... 돼요?"
놀라 말을 하지만 소하령의 눈엔 묘한 기대감이 어렸다.
잘 익은 복숭아를 쪼갠 듯 탐스런 그녀의 둔부가 백리빈의
시선 가득히 들어왔다.
팽팽한 탄력을 지닌 둔부 사이로 거뭇한 음영을 드리운 여체
의 가장 은밀한 부위가 아낌없이 드러났다.
백리빈은 참지 못하고 자신의 실체를 둔부 사이로 밀어 넣으
며 말했다.
"이 자세가 가장 편하지 않소? 배에 내가 타지 않아 무겁지
도 않고 말이오."
"그렇긴 하지만...... 아흑......!"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쾌감에 소하령은 눈을 휩뜨며 자지
러졌다.
백리빈은 양손으로 그녀의 풍만한 젖무덤을 끌어안은 채 힘
차게 진퇴를 거듭했다.
"하아...... 여보...... 더...... 더 날 죽여줘요......."
숨넘어가는 교성을 지르며 소하령이 꿈틀거렸다.
그녀는 숨도 쉬지 못하고 눈동자가 허옇게 풀어진 채 미친
듯 둔부를 흔들었다.
어느 한 순간 백리빈은 그녀의 몸 안에서 실체를 꺼내더니
엎드린 소하령의 허리를 잡아 일으켰다. 그리고는 서로 마주앉
은 자세로 변화시켰다.
그녀를 안은 상태에서 서로의 은밀한 곳을 결합하는 행위로
바뀐 것이다.
"하흑...... 당신 이제 봤더니 임산부 다루는 게 보통이 아니군
요...... 오늘이 처음이 아니죠......."
"무슨 소리요, 나 역시 당신처럼 처음이오."
"그런데 이런 자세를 어디서...... 흐윽...... 아아......."
소하령은 말을 잇지 못했다.
백리빈의 양손이 그녀의 둔부를 받치고 허리가 교묘하게 움
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야릇한 웃음을 지었다.
"이런 것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자연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오?"
"흐윽윽...... 나쁜 사람......."
땀에 젖은 그들의 가슴과 가슴이 밀착되었다.
백리빈의 상징은 소하령의 비곡 속으로 완전히 빨려 들어갔
다. 무성한 백리빈의 검은 숲과 부드러운 소하령의 방초숲이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밀착되어 서로 엉켜졌다.
"아아...... 학!"
백리빈은 그녀의 심부에서 또 한차례 일어나는 발작적인 경
련을 느꼈다.
절정의 순간을 소하령이 먼저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백리빈 역시 더는 견딜 수 없는 지점까지 도달한 상태다.
재차 격렬한 몸부림 끝에 마침내 두 사람은 한꺼번에 폭발하
고 말았다.
"으......."
"아아...... 으...... 음......."
그리고 세찬 몸부림을 끝으로 두 남녀는 축 늘어졌다.

* * *

창 밖.
한 사람이 달빛 으스름한 밤하늘을 우러러보고 있었다. 그는
백리빈이 적룡지존을 죽이고 사라질 때 홀연히 모습을 나타냈
던 신비의 꼽추 노인이었다.
문득 꼽추 노인의 입에서부터 신음과도 같은 탄식성이 토해
져 나왔다.
"후우...... 정녕 하늘의 뜻을 저버릴 수 없단 말인가?"
천의(天意)를 운운하는 꼽추 노인의 얼굴엔 그늘이 가득했다.
"문주께서 아이 낳기를 고집했을 때...... 문주께서 아이의 아
빠를 찾으려할 때 말렸어야 했는데......."
꼽추 노인은 힐끔 창을 바라보았다.
창은 어두웠다. 또한 조금전까지만 해도 절로 가슴 설레게 하
던 남녀간의 사랑 행위 소리도 들려 오지 않았다. 정사 후 찾아
드는 나른감에 잠이 든 것일까?
아니다.
지금 꼽추 노인의 귓전으로는 도란도란 사랑의 밀어를 나누
고 있는 소하령과 백리빈의 음성이 또렷하게 들리고 있었다.
그 말에 귀를 기울이던 꼽추 노인의 얼굴이 굳어졌다.
"만금해가 살아 있다고......?"
황금대야 만금해.
불귀성으로 압송되어간 강북 상권의 대부(代父).
불귀성이 무너지고, 그 안에 갇혔던 죄수들이 강호로 들어왔
을 때 강북 상인들은 황금대야의 귀환을 목놓아 기다렸다.
그러나 황금대야 만금해는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황금대야 만금해가 그곳에서 죽었다고 믿게 되
었다. 그런데 꼽추 노인은 분명 자신의 두 귀로 백리빈의 입을
통해 그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였다.
더욱이 만금해의 부탁으로 황금산장을 도와 무혈맹 남궁제를
죽이고자 백리빈이 왔다는 것도 함께 들었다.
그것은 꼽추 노인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는 말이었다.
꼽추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를 죽였어야 하는데...... 조금 전 절호의 기회를 잡아 살
수를 펼쳤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꼽추 노인이 바로 조금전 백리빈을 노린 자객이었다.
"정녕 그가 필요하다면...... 이 땅의 혈풍을 종식시키기 위해
하늘이 그를 택했다면...... 그는 노부의 살수를 또 한 번 피할 것
이다. 만에 하나 그가 다시금 노부의 살수를 피한다면......."
꼽추 노인은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그땐...... 그에게 모든 것을 주리다. 공령(空靈)과 백야(白夜)
를......."
팟―!
뜻모를 말만 토해낸 후 꼽추 노인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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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었을려나? 그래도 용서해 주실꺼죠? ^^;
흠흠...
이번 편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상한 점이 있죠.
연왕이라 불릴 정도면 거쳐간 여자가 수십은 될 텐데...
소하령의 아이가 첫 아이라니 이건 말도 안되군요. ㅡㅡㅋ
설마 다른 여자들은 임신하면 알아서 다 떼어버린 건가...?
쓸데 없는 걸로 고민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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