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마수록 2권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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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135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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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마수록 2권 시작입니다.
2권 부터는 용량을 좀 늘려서 7개로 나누어 올리겠습니다.



이바가 실토한 것은 잡혀온 날 밤부터 이틀이 지난 아침이었
다. 그 동안 이바는 손톱 대부분과 이빨의 반을 잃었다.
마취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펜치와 끝이 갈라진 대나무로 비쿠
에게 뽑혀진 것이다.
비쿠는 손톱 사이에 소금을 집어넣고 대나무를 쩔러서 그곳을
비틀었다.
엄청난 고통이었다.
단순하지만 매우 효과적인 고문이었다..
인간의 손가락 끝에는 특히 예민한 말초 신경이 집중되어 있
다. 그곳에 대나무를 컬러넣으면 제아무리 참을성이 많은 사람이
라 해도 비명을 지르지 않올 수가 없다. 게다가 그 연약한 손톱을
펜치로 잡아 돌려 빼낸 것이다.
다음은 이빨이었다.
작은 드릴로 이빨에 구멍을 뚫었다. 이빨의 상아질을 뚫고 신
경에까지 구멍을 뚫어, 그 구멍에 가는 쇠막대를 쩔러넣어 돌리
면서 잡아뻤다,
비쿠는 그 작업을 하는 동안 내내 그 아름다운 얼굴에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죄의식이나 가책이 털끝만치도 느껴지지 않는 어
린아이의 미소였다.
소리를 지르며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이바의 얼굴을 신기한 생
물을 보는 듯한 묘한 표정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이바는 그렇게 이틀을 견녔다.
2일째 아침, 이바가 실토한 것은 고통 때문이라기보다 이상한
비쿠의 미소에 공포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그 공포가 고통을 견디는 이바의 기력을 시들게 만들어버린 것
이다.
'네가 이겼다.... ...'
의자에 묶여진 이바는 피범벅이 된 얼굴을 떨구고 토해내듯이
말했다.
'고, 고통을 없애는 마취를 해줘.'
'그것은 내 질문에 당신이 모두 대답하고 나서입니다.'
시원한 목소리로 비쿠가 말했다.
호스케는 벽에 둥을 기대고 서서 팔짱을 낀 채 비쿠와 이바를
응시하고 있었다.
경쾌하게 이바에게
날개 끝을 벌린 공작의 우아함으로 비쿠가
다가갔다.
무통증.
공작명왕이란 또 다른 이름을 가진 비쿠는 태어날 때부터 선천
적으로 통증을 느끼지 않는 특이 체질의 인간이었다.
천진난만한 소녀 같은 비쿠의 얼굴도, 어딘가 묘하게 차원이
다른 그 감각도, 그것을 알고 나면 수긍할 수 있는 것이다.
비쿠라는 것은 정식 승명 ()은 아니다.
사람들이 쿠카이의 재래 (}라고 말할 정도의 재능과, 이상
하기까지 한 그 미모로 인해 언젠가부터 그렇게 부르게 된 것이
다.
어려 보이긴 하지만 나이는 호스케와 비슷하다. 많아야 2대
후반일 것이다. 1대의 젊고 천진난만함은 그대로 육체에 머문
채 의식만이 어른으로 성장한 것이다. 게다가 어딘가 기묘하게
일그러진 구석이 있다.
밀교에 있어서 가흑한 행법()의 기본은 고통을 인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겨울의 영하 20도 속에서의 수행,그리고 체력
의 한계를 다하는 산악수법( [[)도 그 의미는 같다. 고통을
극복하여 육체를 초월하는 것으로 자신의 정신적인 수준을 올려
가는 것이다.
일종의 고행이다.
비쿠는 선천적으로 그 고통을 초월해 있었다. 고통의 기본은
통중이다.
비쿠에게 있어서는 참아야만 하는 고통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쿠카이가 남긴 밀교의 수행법,행해야 하는 교육 과정은 어디
까지나 보통 사람을 위한 것이다. 특이 체질인 비쿠는 처음부터
그 시스빔 밖에 있었다.
비쿠는 보통 사람의 배 이상의 속도로 밀교의 교육 과정을 독
자적인 방법으로 능숙하게 해냈다. 천재적 재능과 특이 체질이어
야만 가능한 기()였다.
천재 밀교승, 공작명왕 비쿠가 이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다.
비쿠가 산에서 쫓겨 내려온 것은 4년 전이었다.
쫓겨 내려왔다기보다는 스스로 내려왔다고 하는 쪽이 맞을지
도 모른다.
코우야 산에서 '입천류()'를 행한 것이 발각되었기 때문
이다.
입천류-닌란을 시조로 하여 혜이안 시대에 흥성한 밀교의
한 유파로서 불이명합(좇) 즉.남녁의 교합에 의한
즉신성불을 목적으로 한, 역사적으로는 사교()로 불리는 유
파이다.
그 사행()을 행한 것이 발각되었다.
그래서 비쿠는 쫓겨 내려오기 전에 스스로 코우야 산에서 내려
온 것이다. 그러나 코우야 산과 비쿠의 인연이 그것으로 끊어진
것은 아니었다.
비쿠의 천재적 능력을 코우야 산이 빌린 것이다.그 재능이 다
른 종파로 홀러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
결국은 코우야 산에 돌아간다 그것을 조건으로 비쿠에게
돈을 주고 그를 매수한 것이다.
그러므로 비쿠가 코우야 산 밖에서 코우야 산의 문제들을 처리
하는 해결사처럼 된 것은 자연스런 흐름이었다.
밀교가 천년 전 일본의 정치 권력에 빠르게 지지를 받게 된 것
중 헌 가지는 그 주술적 성격에 있다. 주법()에 의해 정적
()을 말살하고, 또 정적의 주법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밀교는 당시의 권력에 쉽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주법으로
천재지변을 점치고, 때로는 그 천재지변까지 움직이고, 악귀를
다스린다는 진언밀교는 사이초우가 일으킨 천태종과 함께 당시의
타락한 나량불교(흐)를 제치고 제 1의 세력이 되었던 것
이다.
현대에도 밀교의 그 주술적 부분을 추구하고 있는 사람들은 아
직 많다.
사람에게 들린 마귀를 떨쳐내 달라든가,특정 인간을 주술로
죽여 달라고 진지하게 의뢰하러 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 특히 후
자 같은 요구를 하러 온 사람이 폭력단인 경우 거절했을 때 문제
가 생기게 된다.
그같은 문제 한 가지를 비쿠가 시원하게 해결해준 것으로부터
비쿠의 하계()에 있어서의 해결사적 성격이 생겨난 것이다.
히라코우야 산에서가 아니라 재야의 코우야에 있는비쿠
이것이 코우야 산에서의 비쿠의 이름이었다.
'알고 싶은 것을 물어봐."
이바가 바닥에 시뻘건 침을 뱉었다.
얼굴이 검붉게 부어 있다. 이빨이 빠져 있기 때문에 말의 대부
분이 공기가 빠지는 소리처럼 들린타.
'그럼, 제일 먼저 알고 싶은 것부터 물어볼까요 당신이 흄친
쿠카이의 즉신불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비쿠는 이바 앞의 테이블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 이틀 동안
거의 잠을 자지 않았음에도 그 얼굴에는 정기가 넘치고 있다.
이바의 검붉게 부어오른 이상한 얼굴과 하얀 비쿠의 얼굴이 대
조적이다.
비쿠는 횐 면바지를 입은 쭉 뻗은 다리를 꼬았다.
'모른다.
"그것이 도난당한 것은 알고 있겠죠'
'그떻다.
"누가 흄겼습니까"
판시가루의 패들이야."
'판시가루란 무엇입니까'
'나도 잘 모른다. 어떤 조직의 이름이야. 한코도, 쟈코인도 판
시가루 사람이야."
'쟈코인
"산에서 처음 만났을 때, 검은 웃을 입고 얼굴을 가리고 있던
여자."
'그 판시가루의 사람이라면 쿠카이가 어디에 있는지 안다는
겁니까
"어쩌면.'
'무엇 때문에 그들은 쿠카이를 흄쳤습니까'
'거기까지는 모른다.'
'같은 패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조직이 틀리다.'
'무슨 말입니까'
'그들은 판시가루 사람이고 나는 신명회 사람이다."
'오호,신명회 !'
비쿠의 눈이 반짝 하고 멎났다.
신명회 -견 지역 전역에 조직망을 가진 폭력단이다..
'그 신명회와 판시가루와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신명회의 윗사람들과 판시가루가 연결되어 있다. 신명회 사
람 중에셔도 극히 몇몇 사람밖에 판시가루를 알지 못한다."
'판시가루와는 어떻게 연락을 취합니까'
'윗사람들이 하고 있다.'
'모른다는 겁니까'
이바는 입을 다물었다.
비쿠는 즐거운 미소를 그 붉은 입술에 띄우고 테이블 위에 놓
여 있던 드릴을 들어 스위치를 넣었다.
모터가 돌기 시작했다.
'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까요
비쿠가 미소지었다.
이바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이바는 눈을 감고 체념한 듯이 숨을 토했다.
'이시바시라는 남자가 있다. 그 이시바시가 윗사람들과 연락
올 취하고 있다. 이시바시라면 판시가루에 대해서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입니까 그 이시바시란 사람은'
'토야마의 비서다.'
'토야마국회 의원인 토야마 말입니까'
'그렇다.
"신명회와 토야마는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거기까지는 모른다. 국회 의원과 폭력단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닐 텐데."
여전히 유들유들함을 잃지 않은 표정으로 비쿠를
이바가 말했다.
올려다보며
'그리고 아까 말한 한코 말인데, 그는 도대체 어떤 인간입니
까"
'한코 말인가"
이바는 자신의 왼쪽 어깨의 상처를 보려는 듯 시선을 움직였
다. 이틀 전 밤에 호텔 방으로 한코가 던진 칼에 찔린 상처였다.
'그놈은 괴물이다.'
'물론 인간이겠죠'
'인간은 인간이다."
이바는 붉은 침을 또 뱉고 다시 얼굴을 들었다.
'수사()라는 것을 알고 있나'
이바가 물었다.
'수사라...,...'
말을 한 것은 그때까지 벽에 등을 기대고 두 사람의 대화를 듣
고 있던호스케였다.
호스케는 보기좋게 닳은 진 바지를 입고 두터운 가슴에는 마
셔츠를 입고 있었다.

'알고 있습니까"
비쿠가 호스케를 보며 물었다.
'응. 중국에 전족이라는 기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

비쿠가 대답했다.
전족이라는 것은 어린 소의 발에 작은 나무신발을 신겨 발이
크는 것을 멈추게 하는 풍습이다. 그 신발을 신은 아이는 성장할
때까지 그 신발을 벗는 것을 허락받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발
의 성장만이 멈춰, 육체는 성장하고 있는데도 발의 크기만이 어
린아이 그대로의, 일종의 기형의 체형을 가지게 된다.
과거 중국에서는 그런 발이 작은 여성이 남성의 노리갯감으로
서 귀족들 사이에 유행되엇던 시대가 있었으며, 전족 기술을 가
진 전문직까지 있었다고 한다.
전족 인간은 자신의 발로 거의 걸을 수도 없다. 게다가 눈을
멀게 하고, 남성의 성기를 입으로 애무하게 하기 위해서 모든 이
빨을 빼고 철저하게 침실에서의 테크닉만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
래서 전족 여성은 비싼 값으로 거래되었다고 한다.
'옛날 중국에서는 그같은 기술 중 한 가지를 더 고도로 발달시
켜 사람을 짐승으로 바꾸어버리는 기술이 존재했던 것 같다. 전
쟁에 사용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은데, 어린 남자아이 중에 기질
이 있는 아이를 호랑이 같은 짐승 우리에 넣어, 잡아먹히지 않은
아이만을 그 짐승과 함께 키워서 마음까지 짐승으로 변하게 하여
수인()을 만든다. 그것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수사
(빻%) 라고 부르는 것 같다.'
'자세히 아는군. 거기까지는 나도 몰랐는데.'
이바는 그떻게 말하고 고통으로 얼굴을 찡그렸다.
계속 말하기가 괴로운 듯 잠시 쉬었다가 말을 이었다.
'그 수사가 판시가루 안에 있는 것 같다. 엔오우라는 늙은이가
그렇다. 한코는 그자가 만든 수인이다.'
'잘 알고 있군요. 그런데 판시가루 사람들은 어째서 쿠카이의
즉신불을 흠쳤습니까 돈 때문입니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겁니까
"글쎄..... , 어디에 멋지게 장식이라도 해둘 생각인
데."
것 갈은
이바는 고통으로 일그러진 입술로 미소를 지으려는 것 같았지
만, 입술에는 희미한 경련만 생겼다.
격렬한 통중으로 윙굴며 울부짖어도 지나치지 않을 상황인데,
그야말로 무서운 근성을 가진 자였다.
'재미있군요. 그럼 질문을 바꿀까요 호스케 씨를 고몽하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이코 다이버와 쿠카이의 즉신불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이죠'
'글쎄.
"모르는 척하면 곤란해집니다.'
'정말 모른다. 하지만 사고 때문에 두 명의
폐인이 되어버렸다는 말은 들었다.'
사이코 다이버가
'사고
"사고. 그 이상은 모른다."
이바는 입술을 일그러뜨리고 이빨이
팝았다.
없어진 잇몸을 붉은 혀로
갑자기 눈가가 길어졌다.
이바의 기력의 한계가 가까이 온 것 같았다.
오다와라.
황량한 해안.
호스케와 비쿠는 자신들쎄게 등을 돌리고 바다를 향해 서 있는
노인 뒤에서 바람에 흩날리는 노인의 백발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인의 이름은 겐사이.
호스케에게 있어서 겐사이는 술과 여자의 대부이다.
6월에 비쿠가 호스케의 행방을 찾아서 겐사이를 만났을 때도
역시 이 해안이었다.
그때로부터 아직 개월도 지나지 않았다.
호스케를 만난 비쿠는 쿠카이의 즉신불이 도난당한 현장에 쓰
러져 있던 남자의 의식 속에 잠입해주기를 호스케에게 의뢰했었
다.
그런데 그 작업 도중 누군가가 전기를 끊어 호스케는 사이코
다이빙을 도중에서 단념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남자는 사망하고 호스케보다도 먼저 남자의 의식 속에 잠입해
서 그곳에 갇혀 있던 사이코 다이버인 가가와는 정신 장애를 일
으켰다.
그러나 알아낸 것은 몇 가지 있다.
그 하나는 사건 현장에 쓰러져 있던 남자 역시 사이코 다이버
였던 것 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남자의 의식 대부분이 몇 사람인가에게 먹혀진 것처
럼 소실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때 질러졌던 것 같은 남자의 비명의 단편을 호스케는 남자의
의식 내부에서 보았다.
그 비명에 얽혀진 듯이 남아 있던 광경이 있었다. 그것은 어떤
종교적 의식의 광경이 기억된 영상이었다, 그것은 일반적인 상식
을 벗어난 광경이었다. 전라의 남녀 무리가 어딘가의 산속에서
서로 교합하고 있던 '그림'이었다.그 광경에 십자가에 거꾸로 매
달린 전라의 여자 모습이 겹쳐져 있었다. 게다가 그 여자는 목이
없었다.
호스케와 비쿠는 그 광경을 포함해서 지금까지의 일에 대해 대
충 겐사이에게 막 이야기를 끝낸 참이었다.
겐사이는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두 사람에게 둥을 돌리고 바
다에 눈을 주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구먼.'
둥을 돌린 채 겐사이는 혼자 중얼거렸다.
언젠가 호스케가 비쿠로부터 사건에 대해서
다'라고 중얼거렸던 그 말투 그대로였다.
'재미있긴 하지만 짐작 가는 게 거의 없어.'
뜨거운 태양이 세 사람 위에 내리쬐고 있다. 들었을 때 '재미있
밝은 해안에서의 대화는 어딘가 진처으로
듯한 싱거운 울림이 있다.
받아들여지지 않는
비쿠는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재미있다 그렇게 말한 겐사이의 말에 생각없이 판시가루
라고 대답해버린 자신을 깨닫고 비쿠는 쓴웃음을 짓고 있는 것
이다.
'그럼 전화로 말씀드린 건에 대해서는 알고 계십니까'
비쿠가 물었다.
'쳇 ! 자네가 전화를 한 건 오늘 아침 8시야. =때부터 아직 7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어.'
횐 면바지를 입은 다리를 가볍게 돌리면서 겐사이가 돌아섰다.
흩어진 빽발이 바람에 흔들렸다. 피부의 윤택으로 보아 노인이라
고 생각되지 않는다.
위에는 밝은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있다.
젊은이풍 차림이 이 겐사이에게는 이상하게 잘 어울렸다.
'모르십니까
'그렇다고는 말하지 않았어.'
판시가루에 대해 정확히
'자네들에게 은혜를 베풀기로 했지.
조사해 두었어.'
아셨습니까
"그래. 어떤가, 은혜를 입었지'
'네."
'그럼 내 남자가 되어줘.'
'네"
'지난번에 여기서 약속한 것을 잊었나'
겐사이가 말하자. 비쿠가 그제야 생각난 듯이 끄덕였다.
'그랬었죠.
"그래."
'까맣게 잊었습니다.'
비쿠가 미안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겐사이가 혀를 차면서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거참,나는 매일 밤 꿈까지 꾸고 있었는데."
'죄송합니다.'
비쿠가 고개를 숙였다.
'이 노인네와 너무 오래 이야기를 하면 해달라는 대로 해야만
돼.'
그때까지 묵묵히 있던 호스케가 말했다.
'은혜를 베푼 김에 어서 알려줘요, 겐사이.'
'이봐 호스케.너는 너의 사부님을 그렇게 부르는 거냐"
'귀찮은 노인네군 알았아요.'
호스케는 머리를 북북 긁더니 겐사이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
이며 ,
'겐사이 스승님 !"
이라고 하나하나 악센트를 붙여 말했다.
'쳇. 마음에 들지 않아,너는."
겐사이는 바지 뒷주머니에서 접혀진 종이조각을 꺼냈다.
'이봐, 호스케. 이 정도는 네 스스로 조사해. 오다와라 도서괸
에 갔더니 판시가루에 대해서 적힌 책이 있더구나. [인도의 밀교
교단()이라는 책이 있는데, 그 안에 판시가루에 대한
홴 것이 있어서 복사해 왔어.'
뺍 그 종이조각을 휘릭휘릭 흔들었다.
'역시 사부님이십니다,'
'이젠 늦었어."
겐사이는 그것을 다시 뒷주머니에 넣었다.
'이것을 너회들에게 주는 대신 조건이 있다.'
'복사비입니까'
'흥! 복사비는 주지 않아도 돼. 그 대신 너희 둘, 여기서 대결
해봐."
말을 마치고 겐사이가 히죽 웃었다.
'대결하라고요'
'그래. 너희 둘 중 누가 강한지 여기서 싸워보라는 거야. 그것
을 보고 싶어서 일부러 여기서 만나자고 했다.'
호스케가 비쿠를 쳐다보았다.
비쿠도 호스케를 쳐다보았다.
그 눈에 겐사이의 진짜 의도를 알아내고 있는 표정이 있다.
'이봐. 비쿠. 이 노인네는 진심이야."
'호스케의 말대로 진심이야. 어느 쪽이 강한지 보여주지 않으
면 이것을 보여주지 않을 거야.'
겐사이가 말하자 비쿠는 쓴옷음을 지었다.
'자네와 호스케를 만나게 하고 싶다.'
전에 오다와라의 이 해안에서 겐사이가 그렇게
각났던 것이다.
말했던 것이 생
그 의미를 이제 깨달은 것이다.
'알갰습니다. 그런데 그 책은 지금도 오다와라 도서관에 있겠
지요직접 그쪽으로 가서 보여주시겠습니까"
'쳇 ! 너는 너무 약삭빨라. 하지만 내가 너희들에게 가르쳐줄
게 그것만 있는 게 아니야. 또 한 가지 중요한 정보가 있어.'
'무엇입니까,그게'
'너희들 둘의 대결을 보여주면 가르쳐주지.'
'곤란한데요.'
비쿠가 호스케를 본다.
호스케의 입술에는 이 갑작스런 게임을 즐기려는 듯한 미소가

떠 있다.
'해볼까, 비쿠 나는 이제 더이상 너에게 고용된 몸이 아니
야."
'그럼 하시겠습니까'
'혜헤.'
호스케는 손으로 코를 문질러올리며 히죽 웃었다.
'룰은 어떻게 정할까요'
비쿠가 물었다.
'를은 너희들 마음속에 있겠지. 눈알을 뽑아버리든지 불알을
터트려버리든지 그건 너희들 맘대로 해.'
말하면서 겐사이가 옆으로 물러났다.
호스케와 비쿠가 그굿에 남겨졌다.
호스케가 바다를 둥지고, 비쿠가 육지를 둥진 형태로 마주 보
았다.
'좋은 날씨군, 비쿠."
호스케는 새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쿵쿵 콧소리를 내면서
바람 냄새를 맡았다.
싸움에 임하는 사람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비쿠. 언제든지 좋다. 너부터 덤벼."
호스케는 가볍게 두 발을 벌렸다.
두 사람의 간격은 2미터 정도이다.
비쿠는 똑바로 호스케를 응시하고 서 있었다.
호스케는 겐사이와 마찬가지로 면바지를 입고 위에는 횐 셔츠
를 입고 있었다. 반소매 밖으로 드러난 팔이 검고 두껍다.
호스케의 둥뒤에 태양을 반짝이게 하는 푸른 바다가 횔쳐져 있
다. 수평선 위로 파랗게 이즈오오지마가 보인다.
호스케 머리 위에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다.
해안에는 여기저기 해수욕객과 낚시꾼들의 모습이
보인다.
바다에는 어선이 몇 척.
그 풍경 속에 호스케의 몸이 녹아들어 있다.
멍청히 서 있는 호스케의 몸에서는 완전히 낌새가 사라져 있었
다. 낌새를 죽이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완전히 투명한 것이다.
눈에는 보이고 있지만, 바다 풍경을 사람 형태로 잘라 그대로
거기에 놓은 듯이 호스케의 낌새의 윤곽이 보이지 않았다.
그날 밤 다테야마 산속에서 처음 호스케를 만났을 때와 같은
것이었다.
손은 뻗어 건드리면 단번에 호스케를 넘어뜨릴 것 같기도 한
반면, 그 손이 공기처럼 호스케의 육체를 뚫고 나가버릴 것 같기
도 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대책이 서지 않았다.
풍경을 상대로 싸움을 하는 것 같은 것이다.
싸우기 위해서는 먼저 풍경으로부터 인간으로,
인간에서 호스
케로 다가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비쿠는 가볍게 미소를 짓고 양손을 호스케를 향해서 똑바로 뻗
었다. 양손을 호스케로 향하고, 왼손의 인지와 엄지, 오른손의 인
지와 엄지손가락 끝을 같은 손가락끼리 서로 맞대어 삼각형을 만
들었다.
그 삼각형 속에 호스케의 얼굴을 넣고 진언(렴)을 외치며
삼각형을 통해서 호스케를 향해 기()를 보냈다.
그 기는 산뜻하게 호스케의 육체를 뚫고 지나가 드넓은 풍경
속으로 홉수되어 버렸다.
'역시.'
비쿠는 중얼거리며 손을 내렸다.
'당신부터 하시오,호스케 씨.'
비쿠는 이렇게 말하고 양손을 가슴 앞으로 올려 왼손의 인지를
세웠다. 그 인지를 오른손으로 가볍게 잡았다.
나타내는 인
밀교에서 말하는 지권인(르챠) 금강계를
()을 맺었다.
그대로 비쿠는 눈을 감았다.
둘 다 움직이지 않았다,
두 사람의 머리카락을 바다 냄새를
품은 바람이 살랑살랑 흔들
었다.
세 사람 다 입을 열지 않았다.
어느 쪽도 어떤 액션을 취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그 자세인 채 5분이 지났다.
'쳇 !'
이윽고 겐사이가 중얼거렸다.
'됐어, 그만해 ! 언제까지 그렇게 하고 있을 작정이야
겐사이의 맥빠진 목소리가 울렸다.
'이런 것이 아니었습니까" '
비쿠는 인()을 풀고,
'혜혜."
하고 웃고 호스케는 머리를 긁적였다
"뭔가 둘이 짠 것 같은데'
겐사이가 혀를 차며 다가왔다.
그래.그 정도면 오랜만에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었어,"
겐사이는 뒷주머니에서 종이조각을 꺼내서 비쿠에게 건볐다.
'둘이서 읽어봐.판시가루에 대해 써 있으니까.'
'판시가루'
그것은 다른 이름으로 사구스라고도 불리는 특이한 비밀 집단
이다. 인도에서는 2세기경부터 알려져 왔는데, 그들은 여
행자를 덮쳐 목을 졸라 죽이는 것을 하나의 의식으로 하고 있다.
1799년에 영국의 콘윌리스 경()이 인도의 마이소르 지방을
지배함으로써 유럽 및 세계 여러 나라에 이 이름이 알려지게 되
었다.
판시가루라는 것은 힌두스탄 말로 '고리 모양의 몇'을 의미하
는 '판시'에서 유래한 것이며, 사구스라는 말은 북부 인도에서
'사기사()'를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판시가루 사람들이 여행자를 속여 동행이 된 다음, 고리 모양
의 딪을 여행자의 목에 감아 졸라 죽였던 것에서 이러한 이름이
불려지게 된 것이다.
그리스의 역사가 혜로도토스가, 단검과 꼬아 만든 고리 모양의
끈만으로 싸우는 사람들로 묘사한 페르시아의 사가티 지방 사람
들이 이슬람 교주의 침입과 함께 인도에 온 것이라고도 전해지고
있다.
그들은 일을 할 때에는 반드시 몇 명이 조를 짜서 행동하고,
반드시 죽이고 나서 물건을 흠쳤다.
사구스의 사람들 사기이가 여행자를 덮칠 때는 미리정찰
대를 보내 부유한 여행자를 찾은 다음, 본 부대는 길을 잃은 여행
자로 가장하여 그들에게 함께 동행시켜 달라고 부탁한다.
사기이는 여행자의 앞과 뒤에서 걷다가 갑자기 뒤의 사기이가
앞에 걸어가는 여행자의 목에 루말이라고 불리는 헝겊을 둘러 조
른다. 다른 한 사람은 머리를 잡고 앞쪽으로 누르고, 나머지 세
명의 사기이가 여행자의 발을 잡고 땅바닥에 엎어서 여행자를 죽
인다.
살인 직후에는 반드시 희생자의 묘 위에서 타포니라고 불리
축제가 열렸다고 한다.

어느 자료에 의하면, 사기이에게 죽은 사람들 수는 대층 0
만 명을 넘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들이 신앙하는 신은 힌두교의 카리이 신이다.
카리이 신은 힌두교의 주신 가운데 하나인 시바 신의 아내로서
그는 죽음의 신이다.
그러나 인도의 식민지 지배가 확컵되어 철도나 전보와 같은 문
명의 이기가 둥장하자, 사기이 생활 양식은 그 기반을 점차 잃어
갔다.
또한 1830년에는 인도 총독인 윌리엄 벤팅이 전 인도의 사기
이를 섬멸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현재 사기이가 전혀 남아 있지
에 없을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않거나, 있어도 아주 극소수밖
겐사이가 건네준 복사지에는 그같은 것들이 상세하게 적혀 있
었다.
'어떤가"
겐사이가 호스케와 비쿠를 향해서 물었다.
'그 판시가루와 자네들이 찾고 있는 판시가루가 어떤 관계가
있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습니다만 관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 말고 달리
판시가루라는 말이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한코라는
수인은 가죽끈 같은 것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흐흥!"
겐사이가 어린아이 같은 소리를 냈다.
웃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것을 복사한 책이 [인도의 밀교교단]인데 저자는 여자야.'
'여자요
"저자에 대해서 복사를 했는데, 직접 인도와 중근동을 다니면
서 취재한 것 같아. 그 여자 이름은 이시바시 미와야."
'이시바시
"집히는 데가 있나'
'말하지 않았습니까 신명회와 판시가루와의 연락을 맡고 있
는 사람인데, 이시바시라는 남자가 토야마의 비서인 것 같다고.'
오호!'
겐사이가 놀란 얼굴을 했다.
'그러면 또 한 가지 가르쳐주지. 아까 내가 말해주겠다던 정보
야. '생명의 광교단{ : . . )'이라는 것을 알고 있나'
'아니오."
'신흥종교의 하나인데 ' '라는 거야. 교주
가 그 이시바시 미와라는 여자야. 이시바시 미와를 자네들이 만
나고 싶어할 것 같아서 그것도 알아봤지. 갯신이라나 뭐라나 하
는 남자와 둘이서 교주를 하고 있대."
'갯신 단'
비쿠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갯신이 내가 알고 있는 갯신과 같은 인물이라면, 그는 원
래 코우야 산에 있던 남자입니다. 나도 얼굴을 본 적이 있습니
다.'
씬기치는 어둠 속에서 이를 갈고 있었다.
다리도 손도 두꺼운 자일로 완전히 묶여 있다.
클라이머가 클라이밍에 사용하는 8밀리 나일론 자일이다.
두꺼운 목제 나무에 앉혀져 손이 뒤로 돌려져 단단히 묶여 있
것이다.
센기치의 팔 힘으로도 그 자일을 끊을 수는 없다.
는 클라이머가 낙하했을 때 자일에 거는 중량은 상상 이상으로 크
다. 낙하하는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한순간에 수톤의 중량이 이
자일에 걸어진다. 그 긴장을 이 8밀리 두께의 자일이 지탱하는
것이다.
시도를 해보고 곧 자일을 끊는다는 행위가 소용없다는 것을 센
기치는 깨달았다.
이 집에 끌려들어오고 나서 몇 시간이 지나 있었다.
처음 시간 정도는 엔오우와 렌보 등 8명의 인간 앞에 세워져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의자에 묶인 채 방으로 옮겨진 것이다.
지하실이다.
바닥은 콘크리트였다.
무거운 철문이 닫혀 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방이다.
이 방에 옮겨와서 불이 꺼지기 전에 센기치는 그것만을 보았
다.
어둠 속에서 문이 잠기는 소리를 들었다.
만약 그 자일을 어떻게 끊을 수 있다 해도 도저히 그 철문을
부술 수는 었다.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시간은 걸릴 것이다.
문을 부수기 전에 총을 가진 남자들이 나타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왜 그때 싸우지 않았을까.
주머니에 칼올 가지고 있었던 그때야말로 기회였었다.
이시바시 집에서 세 명의 남자에게 총으로 겨눠졌던 그때 행동
했어야 했다.
=러나 지금은 가지고 있던 칼도 빼앗겨버렸다.
무기는 자신의 육체뿐이었다.
그들이 센기치를 죽이지 않는 이유는 센기치가 어떤 자인가,
또 무엇 때문에 판시가루를 냄새맡고 다니는가를 알고 싶은 것뿐
이다.
어쨌든 고문을 할 게 뻔하다.
그들이 점잖은 대화로 나올 리가 없다.
%'
실토하면 곧 그자리에서 죽을 것이다.
설령 실토하지 않아도 고문으로 죽던가, 아니면 실토시키는 것
을 포기한 그들의 손에 의해서 죽는다.
엔오우의 말로는 쿠로고라고 불리우는 인물이 내일은-아
니 오전 0시를 지난 지금에 와서는 오늘 당연히 나타나게 되어
있다.
고문이 주어지는 것은 그 후일 것이다.
페니스를 잘려 자신의 입으로 먹게 만드는 광경이 눈앞에 떠올
랐다.
'제기랄!'
센기치는 소리내어 짖었다.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거대한 육체를 흔들었다.
겐보에게 깨물려진 입술 상처가 다시 터졌다.
혀로 함자 피가 묻어났다.
센기치는 그것을 침과 함께 바닥에 뱉었다.
'판시가루' 그것이 무엇인지 센기치는
짐작조차 할 수 없
었다.
그날 아침 센기치의 손가락과 척로 절정에
가루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세이코가 마지막으로 요이치와 만났을 배,
이코에게 말했다고 한다. 달한 세이코는 판시
갑자기 요이치가 세
'판시가루라는 것을 알고 있나'
요이치는 의미있게 웃으며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세이코가 그 뒤에 그것에 대해서 물어도 요이치는 더이상 아무
것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세이코의 방에서 없어졌다는 '생명의 광교단' 소책자.
그리고 이시바시.
거기까지 단서를 잡고 있으면서 덥석 몇 속으로 뛰어들어온 자
신을 죽이고 싶었다.
아니, 생명의 광교단도 판시가루도 센기치에게는 어찌 되어도
좋은 것이었다.
자신의 손가락을 씹어먹은 괴물을 죽이는 것이야말로 센기치
의 원래 목적이었다.
만약 센기치를 잡은 패거리와 그 괴물과 관계가 있다면, 그들
이 센기치의 장갑 속에 숨겨져 있는 세 개의 손가락을 보았을 때
자신이 그때 그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센기치를 없애버릴지도 모른다.
입을 열지 않아도 손가락의 비밀이 알려지는 것만으로 죽게 될
지도 모른다.
센기치는 신음소리를 뱉었다.
몸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로 신음소리가 저절로 입 밖으로 새
어나오는 것이다.
그때 어둠 속에서 작은 소리가 울렸다.
문의 열쇠 구멍에 열쇠가 꽂히는 소리였다.
철문이 열리고 사람이 들어왔다.
여자 냄새가 짙게 센기치의 코를 자극했다.
그리고 피냄새.
불이 켜졌다.
센기치의 눈앞에 겐보가 요염하게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비밀 교단

횐 가운을 입고 있었다.
엉덩이 바로 위에 느슨히 매여진 벨트가 있다.
앞가슴이 크게 벌어져 여자 냄새를 풍기는 횐 가슴 한쪽이 보
였다. 벨트 밑의 벌어진 가운 사이로 매러운 한쪽 다리가 뻗어
나와 있다.
무섭도록 요염하고 관능적인 모습이었다.
여자에게 굶주린 남자라면 그것만으로도 몇 번이나 사정을 했
을 것이다.
렌보는 왼손에 횐 잔을 들고 오른손을 가운 속으로 천천히 찔
러넣었다.
보이지 않던 쪽의 가슴을 그 손이 만졌다.가운 속에서 움직이
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가슴보다 몇 배 더 로맨틱했다.
겐보의 입술은 피처럼 붉었다.
렌보는 왼손에 들고 있던 잔을 입으로 가져가 안에 든 액체를
맛있다는 듯이 훤 목을 울리며 삼켰다,
잔의 테두리를 타고 잔 속의 액체가 떨어져 횐 가운에 붉게 물
들었다.
피였다.
렌보는 피를 마시고 있는 것이다.
센기치 앞까지 걸어오더니 앞으로 몸을 수그렸다.
띠 센기치의 얼굴 바로 앞에 렌보의 요염한 얼굴이 있었다.
렌보는 천천히 붉은 입술을 열고 웃으면서 센기치를 향해 숨을
넥 불었다.
비 무섭게 비린 피냄새였다.
식 '너, 이것을 맛보겠어'




렌보는 잔 속에 든 피를 천천히 센기치의 얼굴 위로 떨어뜨렸
다. 차가운 피였다.
센기치의 얼굴이 붉게 물들면서 무서운 형상으로 변했다.
'너, 요이치가 어떻게 되었는지 가르쳐줄까'
센기치는 아무 말 없이 렌보의 얼굴을 웅시했다.
겐보는 잔 속의 피를 다 마시고 나서 그 잔을 가볍게 센기치
눈앞에서 흔들어 보였다.
센기치는 그때 그 잔의 테두리가 완전한 원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괜지 기분 나쁜 흉측한 곡선.
'이것이야.'
렌보가 말했다.
'네가 지금 보고 있는 이것이 그 요이치야. 이 잔은 요이치의
두개골로 만든 카파라야.'
렌보가 높은 소리로 웃어댔다.
피가 묻은 센기치의 피부의 체모가 곤두섰다.
렌보는 카파라를 왼손에 든 채 가운의 벨트를 풀렀다.
벨트가 떨어지고 가운의 아래쪽이 벌어졌다. 렌보는 밑에도 아
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양쪽 유두가 붉게 솟아 있었다.
텐보는 센기치 앞에 선 채 크게 다리를 벌리고 허리를 앞으로
내밀었다.
다리 사이의 검은 그늘도 그 밑의 비밀스런 곳도 모두 드러났
다.
'내 이곳을 봐.보이지 젖어 있는 게 보이지'
겐보익 오른손의 횐 손가락이 붉은 그곳으로 들어갔다. 문지르
고 쓰다듬어 올린다,
그 손가락이 끈끈한 액체에 젖어서 빛났다.
'네가 말한 대로야. 나는 언제나 남자의 그것만을 생각하고 있
어.'
스스로 자신의 육체에 휘감겨 몸부림치는 횐 뱀 같았다.
피부가 이상할 정도로 희었다.
한 번도 햇볕을 쏘인 적이 없는 어둠의 동굴 속의 연체동물처
럼 하얀 피부였다.
렌보가 카파라를 바닥에 놓았다.
한쪽 손으로 자신의 그곳을 만지면서 한쪽 손을 센기치의 다리
사이로 뻗어 천천히 내려갔다.
무섭게 그 손이 빨라진다.
센기치는 신음했다.
여자의 색기와 성의 테크닉에도 두 종류가 있다. 후천적으로
학습해서 익힌 것과 선천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몸에 배어 있는
것이다.
렌보의 경우는 분명히 후자였다.
비 피와 살 속에 태어날 때부터 음탕한 것이 배어 있었던 것이다.
뱃 ='

센기치가 숨을 삼키고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허리를 비틀어 여자의 손에서 피하려고 했지만 그것은 불가능
했다.
센기치가 굴욕의 비명을 흘렸다.
단단해지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페니스가 느끼기 시작했던 것
이다.
센기치의 얼굴에 땀이 흘렀다.
분명히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리 사이의 것은 시든 채
엿다.
렌보의 손이 멎었다.
미소를 띄운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어 센기치의 눈을 들여다보
았다.
'너, 어맣게 된 거지'
센기치의 다리 사이에서 쭈그러진 그것을 라은 손을 흔들었다.
센기치는 어금니를 깨물며 옆으로 눈을 돌렸다.
'호호호!'
텐보가 붉은 혀를 내밀어 자신의 입술을 칼아올리며 가늘게 웃
었다.
'큰소리치던 너의 살모사는 여자의 그곳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것이었나'
센기치는 굴욕의 신음소리를 냈다.
손을 빼서 그것을 센기치의 눈앞에서 흔들어 보였다. 그 손가
락에 센기치의 정액이 묻어 있었다.
그 횐 액체를 센기치의 뺨에 문질렀다.
또다시 높은 목소리로 렌보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랬었군,그랬었어."
센기치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또 웃었다
벨트와 카파라를 집어들고 겐보는 불을 끄고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았다.
자물쇠 거는 작은 소리가 어둠 속에 울린 후에도 멘보의 웃음
소리는 언제까지나 센기치의 귀에 남아 있었다.
센기치가 다음 열쇠 소리를 들은 것은 1시간 정도 지나고 나서
였다.
천천히 쇠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사람이 들어오는 낌새가 있
었다.
여자 냄새.
그러나 그것은 아까의 렌보의 것과는 달랐다.
여자는 숨을 죽이고 있었다.
소리를 내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누구냐'
낮은 목소리로 센기치가 물었다.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긴장한 여자의 땀냄새가 어둠에 녹아들었다.
여자는 불을 켜려고 하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몇 번 호홉을 가다듬은 후 천천히 센기치 등뒤로
돌았다.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센기치의 손가락 사이에 단단하고 차가운
금속을 끼뒀다. 그것이 칼이라는 것올 센기치는 곧 깨달았다.
'너 !'
긴장한 목소리로 센기치가 속삭였다.
"도망치세요.'
센기치의 목소리보다도 더욱 낮은 목소리로 여자가 속삭였다.
그 목소리는 어딘가 이상했다.
공기의 찰과음이 섞인 목소리이다.
'문올 나가 계단을 올라가서 오른쪽으로 가면 창문이 있습니
다. 그 창문을 열어 두었습니다. 그곳으로 도망쳐서 두번 다시 판
시가루에는 얼굴을 내밀지 마세요.'
여자는 그닿게만 속삭이고 나서 들어왔을 때와 같은 신중함으
로 다시 나갔다.
문을 잠그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또 다른 덫인가'
처음에 센기치가 생각한 것은 그것이었다.
그러나 망설이고 있을 수 없었다.
취해야 할 행동은 한 가지였다.
복도 구석에 있는 창문이 열려 있었다.
창 밖은 넓은 정원이었다.
달멎으로 밖의 모습이 뿌옇게 보였다. 0미터 정도 전방에 =
미터 정도의 담이 있었다.
밑으로 뒤어내리면 풀을 밟는 소리가 틀림없이 울린다.
그 소리를 엔오우가 느낄 위험이 있었다.
그러나 뛰어내려서 달려가 그대로 단번에 담을 뒤어넘을
있을 것 같았다.
=
누구일까.
센기치의 머릿속에 아까의 여자가 떠올랐다.
왜 나를 구해주었을까.
그러나 그것을 생각하고 있을 시간이 있을 리가 없다.
센기치는 결심하고 창틀에 손을 대었다.
센기치의 거대한 육체가 빠져나가기에는 너무 좁았다.
그때 어둠 속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센기치가 온 것과 반대 방향에서 누군가 걸어오고
있는 것이
다. 한 사람의 발소리였다.
창문으로 빠져나가기 전에 발각되어버릴 거리이다.
센기치는 순간에 그것만을 판단하고 복도 구석에 몸을 숨겼다.
상대가 엔오우가 아닌 한, 목소리도 내지 못하게 처리할 수 있
는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소란한 발소리가 엔오우의 것일 리가 없다.
그 발소리의 주인이 가지고 있을 듯한 손전등 불및이 복도를
비혔다.
발소리가 가까이 오고 그것이 멈혔다
열려 있는 창문을 본 것 같았다.
다시 발소리가 나기 시작하고 창가에
창문에 정면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에
해 있었다.
센기치는 등뒤에서 달려들어 남자의 남자 모습이 나타났다.
단번에 조였다. 남자의 둥은 센기치를 향
목에 두꺼운 팔을 두르고
동시에 다른 한손으로 남자가 들고 있던 손전등을 빼앗았다.
남자가 손전등을 바닥에 떨어뜨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남자의 다리는 바닥에서 떠 있었다. 목을 조이면서 센기치가
남자의 몸을 들어올린 것이다. 버둥거리는 남자의 발바닥이 바닥
에 부딪치는 소리를 내면 그것을 엔오우가 들을 위험이 있기 때
문이다.
'떠들면 죽여버린다!'
센기치는 남자의 귀에 속삭였다.
남자의 목에 돌린 팔에 힘을 넣었다.
남자의 귀에는 자신의 목뼈가 조여지는 소리가 당연히 들렸다.
'내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겠지"
센기치가 말했다.
떠들기는커녕 목소리조차 낼 수 없다.
호홉조차도 할 수 없었다.
눈알이 튀어나을 것 같은 상황이었다.
'쿠로고라는 자가 누구냐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지"
속삭이면서 센기치는 살짝 팔 힘을 뻤다.
남자는 휴우 하고 숨을 뱉었다가 다시 들이쉬었다.
'의,의식 준비를.......'
남자는 말을 하다가 말고 다시 숨을 들이마시려고 했다.
팔을 조여 센기치는 그 호흡을 멈추게 했다.
'의식이라고"
센기치의 머릿속에 2년 전에 본 그 산속에서의 기분 나쁜 남녀
들의 교합 광경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괴물.
'8월 3일에 의식이.. .....'
모르는 사이에 센기치의 팔 힘이 풀어져 있었다
남자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에잇 !'
센기치는 오른팔에 힘을 주었다.
남자의 목뼈가 부러지는 건조한 소리가 났다.
팔 안에서 남자의 몸이 서너 번 물고기처럼 퍼덕거리더니 곧
움직이지 않았다.
남자의 시체를 복도에 던져놓고 센기치는 좁은 창문으로 빠져
나가 정원으로 뛰어내렸다.
집 안에 사람들 그림자가 보였다.
센기치는 담을 향해서 달렸다.
단번에 담을 뛰어넘자 숲이었다.
일단 풀숲에 몸을 숨기고 센기치는 주위의 낌새를 보았다.
'놈이 도망쳤다!'
저택 안에서 외치는 소리가 거기까지 들려왔다.
숲속을 향해서 달리려던 센기치는 갑자기 멈추었다.
바로 앞쪽 어둠 속에 사람의 기척이 있었던 것이다.
'누구냐닙'
센기치는 말을 뱉고 가지고 나온 손전등을 켜 그 불및을 앞쪽
어둠을 향해 쏘았다.
손전둥 불빛 속에 두 남자가 서 있었다.
머리털이 텁수룩한 남자와 아름다운 미녀 같은 얼굴을 한 남자
였다.
호스케와 비쿠가 거기에 서 있었다.
헤루신의 만다라
센기치는 크게 옆으로 몸올 던졌다.
움직이기 바로 직전에 손전둥을 꺼버렸다.
풀숲에 몸을 숨기고 자신의 낌새를 끊었다.
그 거대한 육체가 그대로 어둠에 녹아 있다.
힘을 주어 어금니를 깨물었다.
자신의 몸 속에서 부풀어오르는 투쟁 본능을 그 어금니 사이에
서 씹어 죽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서 막 도망쳐 나온 의 거대한 짐승 센기치가
그야말로 바로 그것이었다.
극히 짧은 순간에 손전등 불빛 속에 떠올랐던 두 남자들도 센
기치와 거의 동시에 좌우로 날아 낌새를 끊고 있었다.
센기치는 두 사람이 좌우로 흩어졌을 때의 소리를 귓속에 그대
로 갖고 있었다.
두 사람이 몸을 숨기고 있는 곳은 몇 미터 전방의 좌우 풀숲이
었다.
멋진 솜씨였다.
두 사람의 위치를 센기치가 알고 있는 것처럼 두 사람 역시 센
기치의 위치를 알고 있음에 틀껌없다.
저 두 사람이 적일까.
센기치가 어둠 속에서 낌새를 죽이면서 생각하고 있는 것은 그
것이었다.
두 사람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했다.
이곳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한밤중에 이런 장소에 있는 인간이
보통 사람일 리가 없다.
게다가 센기치의 움직임에 순간적으로 대응한 동작 역시 상당
한 기()를 갖추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둥뒤의 담 안에서 소란스러움이 더욱 커지고 있었다.
언제까지 망설이고 있을 수가 없었다.
'누구냐'
낮은 목소리로 센기치가 소리켰다.
대답이 없다.
센기치는 허리 벨트에 꽂아둔 칼을 빼들었다.
'담 안에서 도망쳤다고 소란을 피우고 있는 것은 당신 때문이
겠지'
전방 어둠 속에서 남자 목소리가 울렸다.
찻집에서 담배를 피우며 묻는 듯한 지극히 편안한 말투였다.
'그렇다.'
칼을 힘주어 잡으면서 센기치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당신 적이 아니야.'
'너희들과 한패라고 하던 자에게 살해당하고 돈을 빼앗긴 자
들을 나는 알고 있어.'
'흐음."
'사람을 죽이고 돈을 빼앗은 사람은 나야.'
'헤혜혜."
어둠 속에서 긴장감이 없는 목소리가 돌아왔다
어딘가 빈틈이 보이는 목소리이다.
'적이 아니라면 증거를 보여봐.'
센기치가 말했다.
'증거"
'플래시 정도는 가지고 왔겠지. 없으면
라이터라도. 그것을 켜
고 자신의 몸을 비추면서 일어나,둘 다."
일어설 리가 없다.
센기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정체를 모르는 상대에게 어둠
속에서 어떤 공격을 받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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