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요정들의 오너 -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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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197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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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부>



#1.그녀와의 교감.


우린 말없이 서있기만 했다.이제는 두번째 오는것이니,들어오자마자 자연스럽게 키를 꽂아서 불을 켰고,세라는
여전히 조용히 내 뒤에 위치해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교감입니다-

나는 세라의 말을 듣자마자,바로 모텔에 데리고 와 버렸다.끊임없이 강함을 추구하는 세라.그녀에게는 기사의 뜨
거운 피가 흐른다.그런 그녀에게,2차개화가 강해지기 위한 지름길이 아닌,사랑하는 사람과의 교감이라는 대답이
나왔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뻤다.

나?...


자신에게 솔직해 지자면,나역시 그녀들과의 잠자리를 원한다.원치 않는다면 샌님짓거리나 거짓말일것이다.하지만
2차개화라는 이름하에 그것이 의식화 되고,강해지기 위해 그녀들이 억지로 하는 하나의 의례라면,나역시 사양이
었다.하지만 적어도 세라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그 사실이 내 심장을 고동치게 만들었고,그녀의 차갑고
고운손을 이끌고 이 곳에 온 이유이기도 했다.

"나..씻을게."

"네."

세라는 평소보다 한층 조용해진 어조로 대답을 하고 다소곳이 침대위에 앉았다.오늘만큼은 그녀는 블랙나이트 세
라가 아니었다.누구보다 아름다운 한명의 여성일 뿐이다.

쏴아아..

술을 마셔 노곤해진 내 몸에 물이 쏟아졌다.좋아해야 할까? 그녀들과 사랑을 확인하는것이 그녀가 강해지는 것
이기도 하기때문에,일석이조라며 좋아해야 하나?하하하.나 오늘 왜이러냐.술도 별로 안마셨는데 말이야.

끼이이익.

대충 땀만 씻어내 버리고는,나는 욕실앞에 놓인 가운으로 몸을 가리고 나왔다.세라는 잠시 주저하더니 내 곁을
스쳐 욕실로 들어가버렸다.

모텔방특유의 하얗고,까칠까칠한 침대시트에 털썩 주저앉아 지난날을 떠올려 보기 시작했다.

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할 즈음,우연히 발견한 작은 커피숍.거기서 부터 내 인생은 조금씩...아니,완전히 확
바뀌어 버린 것이다.꿈이 아닐까 수십번 생각도 했다.하지만,실제로 거기서 받은 카드에서 아이들이 나왔고,믿을
수 없을정도로,금방 자라나 버렸다.그리고 늘상 꼬마일거 같았던 아이들중 하나가,지금은 나와 남자대 여자로 둘
만의 공간에 있다.이래도 될까?

하하하하.나도 모르게 피식 하고 웃어버렸다.자문할 필요도 없는 질문이다.말할 필요도 없이,나는 누구에 치우치
는것 없이 아이들을 사랑한다.그리고 그 아이들 역시 날 사랑한다면,이것은 고민할 여지가 조금도 없는 그런 문
제란 말이었다.

"저기..."

자욱해져 버린 담배연기를 손으로 휘휘 저으며 나는 황급히 담배를 비비껐다.한참이나 생각에 잠겨있는 그 동안
에,어느덧 샤워를 끝낸 세라가 나와 있었다.

"아.."

나도 모르게 감탄하고 말았다.큰 타올로 몸을 가린 세라의 모습이 너무나 눈이 부셨다.하얀 피부와 대조되는 까
만 머리결이 그녀의 가녀린 어깨에 물방울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아기 같았던게 엊그제 같은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려버렸다.정말 더이상 꼬마가 아니다.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그녀
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나는 메인조명을 꺼버렸다.너무 밝으면 그녀가 부끄러워 할까 하는 걱정이 들어서였다.은은한 조명이 되자,세라
는 약간 망설이는 기운을 보이더니 침대위로 앉았다.다소곳이 무릎을 꿇고,내 결정을 기다린다는 듯이 세라는 나
를 바라보고 있었다.평소 무릎을 꿇고 앉는게 버릇이 되어있는 세라인데,오늘은 왜 저 모습이 달리 보일까.하하.
나도 어쩔수 없는 놈이구나.

"세라야."

"네."

"아까...니가 했던말 있잖아."

세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오직 주군에게만 충성하는 기사도라는 그 말처럼,언제나 나를 맹목적 그 이상
으로 따르는 세라.

"고마워.나도 너희들이 가장 소중하거든."

환하게 웃는 세라.그녀의 미소와 동시에 나는 끌리듯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처음이 아니다.대회의때도,세
라답지 않은 과감한 입맞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애교있는 입맞춤이 아니라,남녀간의 키스였다.따뜻해진 그녀의 몸이 나와 밀착하며 우리는
침대위로 스르르 넘어졌다.

키스를 시작하며 나도 모르게 세라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그녀는 내 몸짓 하나하나에 반응하듯 조금씩 움찔
거린다.눈을 감아서 보이진 않지만,손에서 전해져 오는 감촉으로 느낄수는 있었다.세라의 목선,그리고 쇄골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기사라고는 믿을수가 없는 그녀의 가녀린 팔도.

그녀를 안고,입을 맞추는 그 동안에 나를 가리고 있던 타올은 벌써부터 벗겨져 있었다.천천히,그녀를 가리고 있
는 얇은 한장의 속박을 벗겨내었다.끊임없이 입을 맞추는 그 동안에도 세라는 조금씩 몸을 비틀며 어쩔줄을 몰
라했다.나는 조금씩 눈을 떴다.

"아..."

완벽하기 까지 했다.물론,실제로 내가 본 여자의 알몸은 민아밖에 없지만,세라의 몸은 거의 완벽 그 자체였다.
신체를 사용하는 블랙나이트여서 그런지 몰라도 가슴은 그닥 큰편이라고 할수는 없지만,온몸에는 군살하나 없었
고,완벽에 가까운 신체 비율을 보여주고 있었다.

세라는 창피한지 얼굴을 붉혔다.자신의 알몸을 뚫어지게(혹은 넋을 잃고)바라보고 있으니,아무리 그녀여도 그것
은 너무나 창피한 일일게 분명했다.

"앗..."

그녀가 깜짝 놀라 헛바람을 삼켜버린다.내가 세라의 가슴사이로 얼굴을 묻어 버렸기 때문이었다.이윽고 어쩔줄
몰라하는 세라의 두 손이 내 어깨를 붙잡는다.하지만,그렇게 강하디 강한 그녀의 손에는 조금의 완력도 느껴지
지 않았다.

나도 남자이기에,흔히 말하는 야한 동영상같은것을 보며 즐긴적도 있다.그때의 상상속에 나오는 여자들은 모두
쾌락의 도구였지만,지금은 달랐다.나에게 있어 지금 세라와 하고 있는 행위는 쾌락이 아닌 "사랑"이었다.

"음..."

세라의 입술이 살짝 떨리기 시작했다.그녀의 까칠한 부분에 내 입술이 닿았기 때문이었다.조금씩 촉촉해지는 세
라의 샘이 내 입술을 적신다.하얀 다리는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세라는 우리집에 있는 신비의 존재들 중에
하나이지만,그녀도 영락없는 여자였다.

"아아.."

문득 세라가 침대보를 잔뜩 움켜쥐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하지만,늘상 무표정하고 냉정해 보이는 세라의 표정보
다 훨씬 이뻐보였다.너무나 부드러운 허벅지에 입술을 맞춰 보았다.내 사소하고 서툰 애무하나하나에 반응을 하
는 세라가 이쁘고 고맙다.

"주인님.."

나도 모르게 그녀의 위로 몸을 포개자,세라가 조용히 나를 부른다.떨리는 그녀의 입술.그리고 눈부시게 펼쳐진,
한 집에서 살지만 그동안 한번도 보지 못했던 세라의 전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심장이 미친듯이 뛴다.민아와 있었던 일이 첫경험인데도 불구하고,그때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내 심장
은 미친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미 나는 모든 준비가 끝나있었다.그녀를 갖고 싶다는 생각만이 머리를 지배했다.내 아랫도리에 부드러운 세라
의 감촉이 그대로 전달되어 왔다.부드러운 느낌이 내 머리를 지배했다.지금 이순간,나는 세라와 하나의 "행위"가
아닌 "교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으음..."

세라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그녀로써는 큰 용기를 낸듯,내 목에 팔을 둘러왔다.조금씩 들어오는 부드러운 감촉
을 느끼며,나는 천천히 세라에게 진입하기 시작했다.

"흑..."

나를 보호하기 위해,J의 페어리인 마유미와 경합을 벌일때도,전혀 신음을 내지 않았던 그녀가,조용히 흐느끼듯
신음을 했다.부드럽다.세라의 안은 너무나 부드럽고 따뜻했다.나는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춰주며,서툴기 그지없지
만 조금씩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응...으으음.."

야동에서 보던 그 어떤 야릇한 신음보다,숨을 크게 몰아쉬며 은은하게 들려오는 세라의 숨결이 훨씬 더 이쁘고
자극적이었다.점점 더 갖고 싶어진다.이미 그녀와 하나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세라의 모든것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우린 연인이니까.

"으응...아앙..."

내 허리 움직임이 거세지고,조금씩 조금씩 애무가 능숙해 지면서,세라의 신음도 조금씩 적나라해지기 시작했다.
하얀 다리 사이에서 움직이는 나. 평소에 나를 지켜준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세라는 반대로 내 목에 팔을 걸친
체 나에게 모든것을 맡기며 의지하고 있었다.

이제는 조금씩,세라때문에 나도 젖어들고 있다.분명 세라도 느끼고 있다는 생각에 신이났다.그녀의 얼굴을 만지
고 싶다.그래서 나는 그녀를 안아올렸다.

마주보는 체위가 되자마자,세라가 곧바로 내 목을 감싸 안아버린 탓에,애석하게도 세라의 아름다운 얼굴은 볼수
가 없었지만,그녀의 부드러운 등을 쓸어내리는 것만으로도 난 기분이 좋았다.

흠..세..세라도 약간은 서툴구나.잔뜩 성이나서 세라의 꽃잎속으로 진입하던 내것이 그만 쑥 하고 빠져버린다.
세라역시 당연하게도 첫경험이니,앉아서 나를 리드할 만큼의 능숙함은 없었기에,나는 세라의 얇은 허리를 잡고
천천히 위아래로 왕복시켰다.

"음...으음..."

신기한 일이었다.세라가 내가 원하는것을 안다는 듯이 내게 입술을 맞춰왔기 때문이었다.아까와는 달리 나는 그
녀의 입술에서 말라버린 목을 축이려는 것처럼, 강하게 세라의 입술을 빨기 시작했다.세라의 신음이 숨결로 바뀌
어 내 입속에서 메아리 처럼 맴돈다.

짜릿했다.단지 세라가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에,그 이유 하나때문만은 아니다.세라의 하얀 다리가 내 허리에 감
겨있고,그녀와 나는 서로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있으며,계속해서 한 몸이 되어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너무나
감격스럽고 짜릿했다.그녀는 이미,내게 가장 소중한 세명중에 하나니까.

"아앙...으응.."

이제는 조금씩 세라도 허리를 움직여 주었다.원체 유연한 그녀의 몸이니,금새 익숙해진 모양이다.그녀의 가냘픈
허리도,봉긋한 가슴도,모두 놓치고 싶지 않아 나는 쉴새 없이 그녀를 어루만졌다.그녀의 숨결이 한결더 거칠어
져 내 귓볼을 간지럽힌다.무언가 뜨거운 그 무엇이 내 안에서 올라오는 기분이 들어왔다.

세라의 몸이 내몸에 달라붙듯이 착 감겨왔다.계속해서 움직이던 우리둘은,약속이나 한것처럼 서로를 꽉 껴안은
채로 일순간에 정지해 버렸다.내가 그녀의 몸안에 뜨거운 무언가를 쉴새없이 토해내었기 때문이다.

"하아....하아.."

세라는 아직까지 나와 한 몸이 된 그 상태 그대로 내 품에 안겼다.그녀가 너무나 사랑스러워,나는 한없이 세라의
머릿결만을 쓰다듬어 줄 뿐이었다.

"주인님..."

"응?..."

"저..."

그녀가 머뭇거리기 시작했다.내 품에 꼭 안겨있어서,그녀의 표정은 볼수가 없었다.

"이제는...당당하게...사랑한다고 말해도...되나요?"

"세라야..너.."

아직까지 그녀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은채로 한참이나 그녀의 하얀 등을 쓰다듬던 나는 문득 몸이 굳어 버렸다.
다른사람도 아니고 세라가 그런말을 하다니...나는 환하게 웃으며 몇번이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왜 안되겠는
가?그런말을 수줍 게 꺼낸 그녀가 사랑스러워서 한번더 꼭 안아주었다.바로 그때였다.

"어....어라.."

세라의 몸이 하얀 광채에 휩싸인다는 느낌이 들었다.눈이 부셔서 눈을 감으려는 그때,빛무리는 거짓말 처럼 확
하고 사그라 들었다.




#2.유나의 분노를 피하라!


너 어디에 있냐!라는 메세지 일것이 뻔한 수많은 문자메세지가 도착했고,동창회장에 있던 녀석들의 전화공세도
이어졌지만,나는 가볍게 전원을 꺼버리고는 세라의 손을 잡고 걸었다.

"세라야."

"네."

한결 나를 대하는 그녀의 대답이 부드러워져 있었다.세라와 모텔을 나오면서,그제서야 집에 있는 유나와 노아가
생각난 나는 편의점에 들러 노아가 좋아하는 우유를 맛별로 사온 참이다.하하하하.

"아까의 그 빛무리는....뭐야?"

세라는 아까의 이야기가 나오자 조금 더 부끄러워했다.하지만,역시나 그것은 세라를 과감하게 만든것인지,그녀는
내 손을 더욱 더 힘을주어 잡으며 대답했다.

"2차개화의...신호..같은 겁니다."

나는 멍하니 세라를 바라보았다.겉모습은 전혀 티가 나지 않는다.그녀는 정말 강해졌을까?아까의 빛무리는 세라
의 몸속으로 빠르게 흡수되었고,그제서야 우리는 서로를 껴안고 있던 속박을 풀수 있었다.

"그리고...주인님도 그런 빛무리가 있었어요."

"뭐...뭐?"

나는 순간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했다.나에게도...빛이 일어 났었다고?난..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2차개화는 페어리를 위한 것 뿐만이 아닙니다.오너에게도 영향을 미치지요.그리고 그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련으로 갈고 닦아야 합니다.무조건 적으로 큰 힘이 생기는 것은 아니에요."

그렇구나...아무리 신비의 종족인 페어리라 할지라도,무턱대고 턱 하니 강하게 되는것은 아닌 모양이다.

한참을 걷고 나서,이윽고 집 현관에 다다르게 되었다.후우...근데...유나가 세라하고 내가 그렇고 그런일이 있다
는 것을 알면 가만있지 않을 텐데...흑...

열쇠를 돌리자,우웅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흠흠.심호흡크게 한번하고 여는거다!

"와와와와!내꺼내꺼!"

컥!이제는 훌쩍 커버린 노아가 나에게....아니,정확히 말하면 내 손에 들려있는 봉다리로 돌진했다.

"주인님왔어요?"

크...크윽.....유나는 잠옷인 원피스를 입고 눈을 비비며 방안에서 나오고 있었다.제..젠장.이제는 더이상 눈을
둘곳이 없잖아.야..야한거좀 그만 입으라고..너...

"으응?"

그저 나에게 인사만 하고 들어가려했던 유나가 갑자기 세라에게서 시선이 멈춘다.신나게 봉투를 뜯어 바나나우유
를 집어든 노아역시 뚱한 표정으로 세라를 바라보았다.

"어?세라...."

노아가 뭐라고 하려하자,유나의 표정이 단숨에 찡그려진다.흐...흐음....위험한데...

"세라 너....설마?"

티...티...티가 나는거니?난 아무리 봐도 모르겠는데...세라는 아까의 표정과는 달리 원래의 무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오직 나만이 세 여인(?)사이에서 얼빵하게 서있을 뿐이었다.세라가 살짝 신발을 벗더니 유나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그 설마가..맞아."

오우노우!세라야...너 그렇게 말하면 나는 어..어쩌라고.....

"저기 유나야 난 그...그게.."

뭐라고 말을 하려던 나는 입을 딱 다물어 버렸다.막 화를 낼 줄 알았던 유나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게 보였기 때
문이다.

"유나야."

유나는 고대로 나왔던 방문으로 들어가 버렸다.맙소사...생전에 여자 사이에서 이런 갈등을 겪어봤어야 알지...
머리를 긁적이고 있을때,세라가 조용히 방문을 가리킨다.드...들어가라는 뜻이겠지.

"으으...추..추워!"

유나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자마자,오싹할 정도의 한기가 느껴진다.

"불..켜도 되니?"

대답대신 유나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어둠속에서 희미하게,유나가 구석진 곳에서 무릎을 모으고 앉아 고개
를 뭍고 있는것이 보였다.휴우...이거 참....죽겠네 그려.

대답대신 흐느끼는 소리에,나는 조용히 가서 유나의 옆에 앉았다.반짝 거리는 은빛 머리칼 사이로,조금씩 흘러
내리는 그녀의 눈물이 보인다.

"화...났어?"

"으아아앙!"

나는 당황해서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슬립같은 원피스를 입은 유나가 그대로 나에게 돌진하더니 엉엉 울음을 터
트렸기 때문이었다.

"유나야..진정해...진정...미안해."

진심으로,세라만 편애한것이 아니었지만,유나는 오해를 하고 있는것만 같았다.아니,뭐 오해를 해도 충분한 상황
이기도 하다.내가 할수 있는거라곤 그저,내 품에 안겨 흐느끼는 유나의 빛나는 머리결을 쓰다듬어 주는것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었다.

"왜..주인님이 미안한데요?"

"뭐??"

유나가 내 품에서 흐느끼며 겨우겨우 입을 열었다.그녀는 하얀손으로 자신의 눈에 고인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세라가...먼저 사랑을 받아서 그런게 아니란 말이에요...나는..."

나는 웃어 버렸다.분명 그녀는 사랑을 받았다 라고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그때..대련때 했던 내기에서 난 이미 진거나 다름없다구요.세라의 마지막 기술은 막을 수 없었을 테니까."

내 기억은 빠르게 처음 유나와 세라가 2차개화의 순서를 놓고 대결했던 그때를 떠올렸다.세라가 기술을 준비하고
있고 반대로 유나가 방어마법을 준비할 그때에,난대없는 J녀석의 출현으로 대련은 중단이 되었었다.그때의 그
세라의.....기술을 말하는건가.어떤 것이기에...

"그럼..왜우니.."

"샘이 나서 그래요!알고는 있었지만...나보다 주인님이 세라를 더 사랑할까봐...."

유나의 말이 뚝하고 멎었다.빙긋 웃은 내가 그녀의 눈에 눈물을 닦아주었기 때문이었다.행복하다.2차개화라는
살벌한 말이 아닌 "사랑"이라 표현해 줘서,난 유나가 너무 고맙고 또 행복했다.더이상 난 세상이 버린 고아 유
준이 아니었다.세상 그누구도 부럽지 않았다.멍하니 있는 유나를 나는 세게 끌어 안아 주었다.

"주인님...."

"나도 사랑해.셋다 똑같이 말이야."

그제서야,방안에 가득 드리워진 한기는 사라져갔다.내 말에 흐느끼고 있던 유나의 얼굴에도 조금씩 활기가 돌아
오기 시작했다.

"정말...이에요?"

"그럼! 당연하지!나는 너희들을.....흡!"

깜짝 놀라고 말았다.유나가 순식간에 내 입술을 덮쳤기 때문이었다.차가운 입술의 감촉이 들었지만 너무나 부드
럽다.그..근데 너! 상습범이야....이게 벌써 몇번째인줄알아?그런건 원래 남자가 먼저 하는거란 말이야.

유나가 몸을 숙이고 내 품에 안겨있었기 때문에,슬립이 살짝 내려가며 그녀의 하얀 가슴이 절반이상 보이기 시작
했다.이...이봐.이러지 마.

"그럼.약속해줄수 있어요?"

"으응?"

"다음엔 나에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윙크를 하는 유나.눈물에 젖어 코맹맹이 소리가 났지만 귀엽다.하하하하.나이거....왠지 모
르지만 굉장히 행복한 느낌이 드는구나.




#3.앗!네가 왜 여기?


으으음...날씨 좋구나.백수의 삶이라는거...의외로 편한데 그래.윌리엄스가 말했던 보조금도 들어왔고,수련장소
를 찾는 답시고 빈둥대고 있었다. 그러다보니,세라는 몸이 달은 모양이었다.2차개화를 통해 체내의 수용마나가
늘어난 만큼,무사의 피가 흐르는 세라에게 있어서는 참을수 없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그것을 아는 나 역시 쉽게
떠날수는 없었다. 아무곳이나 수련할 곳을 정할수도 없거니와,무엇보다 네번째 카드가 아직 개화되지 않은 상태
로 책상위에 놓여있기 때문이었다.

"주인니임!"

오늘도 유나는 일어나자마자 내게 돌진을 해서 안겨버린다.아직 그녀와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유나는 연
신 밝은 표정으로 내가 마음의 준비가 될때까지 기다리는듯한 꽤나 성숙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세라랑 노아는?"

"노아는 아직도 자요.그리고 세라는 욕실에 있는거 같구요."

"그렇구나."

말이 끝나는 순간 욕실문이 열리며 세라가 나왔다.하하.막 세수를 한 맨얼굴도 이쁘구나.아 참...얘네들은 원래
화장을 안하지....

유나는 세라가 나오자 쪼르르 욕실로 직행했고,나는 막 눈을 찔러대는 창밖의 햇살을 바라보았다.

세라.역시나 내 눈치를 살핀다.빨리 수행을 떠나고 싶다는 욕망이 활활 타고있는거 같아서 미안함이 밀려왔다.
나도 가기 싫어서 안가는거 아니라구!

"나...조깅좀 하고 올게."

"네?"

"그냥..답답하고 생각할게 있어서."

한손에 클라리넷을 들고 현관으로 향하자 세라가 나를 따라온다.

"저도...같이 가겠습니다."

"응?"

"혼자 계시고 싶으신 건가요?"

"아니...뭐..그런건 아니야.같이 가자."

내 말에 세라가 살짝 웃는다.나는 고개를 빼꼼히 뻗어,샤워를 하고 있는듯 물소리가 나는 욕실을 향해 소리쳤다.

"유나야!나 운동좀 하고 올게."

"네에에~~그런건 그냥 들어와서 말해도 되는데...헤헤."

"....."

한숨을 푹쉬는 나를 보며 살짝 웃어준 세라가 내 뒤를 뒤따랐다.

"그러고 보니,꽤나 못올라갔네.그치?"

"이런저런일이...있었으니까요."

맞다.예전에는 종종 올라가던 뒷산인데,대회의 이후로 가지 못했다.아파트를 나서면 바로 뒷산과 연결된 계단이
있는 데도,뭐...

뭐..그 사이에 세라와의 썸씽이...흠흠!

여전히 이 동네.사람이 없긴 진짜 없다.뭐...그런게 더 맘에 들긴 하지만,아무리 동네 야산이라고 해도 이렇게
사람이 없으니 이거 썰렁하긴 하네.하하.

나는 내 옆에서 나와 보조를 맞춰 걷고 있는 세라를 흘끔 바라보았다.거의 오차없이 일정한 보폭.벌써부터 숨을
헐떡거리는 나와는 달리,호흡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호흡법 역시 남달랐다.다만,얼굴에 가득한 수심이,그녀가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세라야.너...걱정되지?"

"네?"

"다 알아.너...지금 엄청 수행하러 가고 싶어하잖아."

"그..그게.."

맞다.세라는 거짓말을 못한다.한다고 해도 확 티가 나기 때문이었다.역시나 내 예상이 맞는 듯,세라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죄송해요.신경쓰이게 해서..."

"아냐.다만..."

세라가 문득 걸음을 멈춰섰다.내가 손을 잡아주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다 생각이 있으니까 걱정마.수일내로,끝내주게 좋은 곳으로 데려갈테니까.나만 믿어...알았지?"

세라가 또 한번 빙그레 웃는다.아..이...이쁘구나.유나의 미소도,세라의 미소도,노아의 미소도 각각 다르지만
공통점이라면 심장이 떨릴 정도로 셋다 이쁘다는 사실이다.

"음?"

갑자기 세라의 표정이 굳어진다.갑작스레 내 앞을 막아선 세라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경계자세를 취했다.

"왜..왜그래?"

"뭔가가...살기가 느껴집니다."

"뭐?"

나는 벙찐 표정으로 물었지만,세라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주변을 응시하기 시작했다.뭐..뭐야...우리 동네 뒷산
에서 왜 살기가...

"저쪽!"

순식간에 세라가 몸을 굽혀 돌맹이를 쥐더니 소나무가 응집되어 있는 쪽으로 던졌다.돌맹이는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날카롭게 풀숲 사이를 통과했고,그와동시에 시커먼 무언가가 확 하고 튀어나왔다.

"뭐..뭐야..."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것은 사람이었고,웃기게도 복면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피식하고 있을 여유따윈
없었다.그가 바로 세라가 말한 살기의 주인공이었고,그는 세라를 향해 돌진해왔기 때문이었다.

파바밧!

내 앞을 막아서고 있던 세라와,갑작스레 돌진한 복면괴인의 손이 허공에서 몇수를 주고 받았다.느껴진다...세라
가 말한 살기라는 녀석.나를 옥죄어 오는듯한 엄청난 공포에 나는 나도 모르게 클라리넷을 꾹 움켜쥐었다.

"누구시죠?당신은..."

몇수를 주고 받은 그가 물러섰고,세라가 자세를 고쳐잡으며 조용히 물었지만,복면속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
오지 않았다.

"뭐...뭐야...저자식?"

경악할수 밖에 없었다.그의 몸이 신속하게 다시금 세라에게 튕겨져 나가듯 다가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세라의
전광석화 같은 발차기가 이어졌지만 그는 몸을 빙글돌려 가볍게 피해 버렸다.

파아앗!

곧바로 세라의 등뒤를 점한 녀석이 수도로 세라를 내려치려 했지만,세라는 놀랍게도 발차기를 한 그 자세그대로
몸을 돌려 지탱하고 있던 다른 한쪽 발로 바꾸며 그를 공격했다.정확하게 그가 내려치려던 수도와 세라의 발이
허공에서 맞부딪힌다.

다시금 나를 보호하듯 막아선 세라는 조용히 숨을 고르며 그를 바라보았고, 그 역시 그는 아무말없이 세라만 바
라볼 뿐이었다.

우우웅...

세라의 몸주변으로 강한 기운이 휘몰아쳤다.그저 난 눈이 휘둥그레 질 수밖에 없었다.예전에 세라가 운용하던 마
나량의 곱절은 상회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기운에 복면의 사내역시 흠칫 놀라며 몸을 뒤로 빼었다.너 임마...어디서 무술도장좀 다닌 모양인데 너
임자 만났어.너 큰일났어 짜샤.

강해져 보이는 세라의 모습이 흐뭇해서 웃고 있던 내 표정은 일순 굳어질수 밖에 없었다.그녀석의 손에서도 마나
의 기운이 천천히 뭉쳐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저자식 도대체 뭐지?"

놀랄틈도 주지 않으려는듯 복면사내가 왼손을 앞으로 쭈욱 하고 내밀며,장력을 폭사시켰다.이윽고 세라의 우수가
앞으로 튀어나오며 녀석의 장력과 맞부딪힌다.

퍼엉!

연이어 충격음이 들린다.이번엔 오른손에 맺혀 있는 기운을 폭사시켰고,다시한번 그것을 방어하려는 세라의 기운
과 맞부딪혔기 때문이었다.

순간 그 후폭풍으로,흙과 아직 덜 녹은 눈이 한꺼번에 날렸다.

"이..이런!"

세라의 눈이 당혹으로 물들었다.이녀석....어느틈에 내 뒤에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어느틈에.."

움직일수 없었다.전신을 옥죄어 오는 살기가 내 바로 뒤에서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이 자식...세라에게 날
린 장력은 그저 나에게서 세라를 떼어놓으려는 속셈인 모양이었다.세라는 나 때문에 섣불리 다가오지 못하고
당혹스런 표정으로 내 뒤에 서있는 복면인을 바라보았다.

잠시후 내 몸을 옥죄던 살기가 거짓말 처럼 사라져 버린다.그리고 장난섞인 목소리가 내 뒤에서 들려왔다.

"와우...세라양....마나량이 엄청나게 늘었네요."

뭐...뭐?너...세라를 알고 있는거냐?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고,그와 동시에 빠르게 세라가 내 옆으로 다가와 막아 섰다.

"잠깐 세라야."

막 그녀가 공격하려는 찰나,나는 손을 들어 세라를 제지했다.

"너...누구냐?"

내 말에 그는 복면위를 긁적거리기 시작했다.그러더니 다시금 장난스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하..이거...형님 벌써 제 목소리도 잊으셨어요?"

"뭐?"

그의 복면이 스르륵 벗겨지고,덥수룩한 헤어스타일이 툭 하고 튀어나온다.그리고 연신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

"휘우우...며칠사이에,세라양 진짜 엄청 강해졌는데요?"

"너...너..."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세라역시 그제서야 방어자세를 풀며 몸을 일으킨다. 복면이 벗겨지자,내 앞엔
환하게 웃고 있는 차우가 서 있었다.


#4.그의 조언.


"너...너!여긴 어떻게!"

나도 모르게 반가워서 목소리가 커졌다.하하하하.이거 뭐야.이 녀석이 왜 여기에 있지?

"갑자기 공격한건 미안합니다 세라양."

세라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지만,그녀의 표정은 그닥 밝지가 않았다.내 뒤를 차우가 점했던 것이 큰 충격으로 다
가온 모양이었다.

"놀라셨죠?사실...윌리엄스한테 선물을 받았거든요."

"선물?"

차우는 장난스런 표정을 짓더니 품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바로 요놈이죠."

그가 까딱거리는 것은,다름아닌 나도 갖고 있는, 윌리엄스가 준 양피지 뭉치였다.저게..스크...스크...뭐더라?

"왠지 모르지만,워프 마법을 쓸수 있는 스크롤 두개를 주더군요.뭐...사실 딱히 갈곳도 없고,형님있는 곳이 궁
금해서 말이죠.하하하."

"그..근데 그거...내가 사는곳을 자세히 알아야 하지 않아?"

"제가 다름이 아니라,그거 때문에 온겁니다."

"뭔소리야?"

"어디...앉을곳 없나요?"







나와 차우는 앉을만한 바위같은것이 나올때까지 산을 올라갔고,세라는 조용히 내 뒤를 따랐다.몇십미터 정도 올
라갔을때,나름 그럴싸한 바위가 나와서 차우는 그곳에 털썩 주저 앉았다.

"끄아아아.한국이란곳,처음와보는데 공기 상당히 별로군요."

"흠...아무래도 오염이 좀 되어 있긴 하지."

"그나저나,세라양이 절 많이 봐줘서 다행이에요."

"응?"

"진심으로 저한테 했다면,전 아마 송장됐을 겁니다.하하하!그쵸 세라양?"

세라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고,차우가 머쓱한 표정을 지을때쯤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저...누군지 몰라서 방어에만 일단 충실했을 뿐입니다."

차우는 살짝 웃으며 내 옆구리를 쿡 하고 찌르더니만 나즈막히 속삭였다.

"거 뭐야...일을 치르신 모양이군요....세라양의 마나를 보니...."

흠흠!거 자식이 쪽팔리게!나 이래뵈도 부끄럼 많다 너?

"근데...페어리들은 어떻게 하고?"

"아하!그녀석들...지금 빡세게 수련하고 있을 겁니다."

"그나저나...아까 그 이야긴 뭐야?"

내 질문에 차우의 표정이 심각해졌다.뭐야...부..불안하게 이녀석.

"사실,전 윌리엄스에게 두장의 워프 스크롤을 받았어요."

"그런데?"

"근데 그 중에 한장은.....형님이 있는 곳 좌표가 쓰여져 있더군요."

그..그게 뭐가 어쨌는데?너랑 나랑 친한거 같으니까 배려해준거 아냐?나는 그게 뭐 어때서?라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했고,차우가 말을 이었다.

"그가 스크롤을 줄때,어디든 가고 싶은곳을 가라며 주었거든요.선물을 준다는 식으로 말이죠.그럼 보통 그런
워프 스크롤에는 좌표가 없어야 해요.제가 가고싶은 곳의 좌표를 찍어 워프해야 하니까.그런데...당당히 한국에
있는 유 준이라는 사람이 사는 동네로 좌표가 찍혀 있더군요.즉....그 사람은 나에게 한장의 스크롤을 잘못 건내
줬단 뜻이죠."

"뭐...?"

나는 순간 얼빠진 표정을 지었고,가만히 서서 나를 지켜보던 세라역시 심각한 표정이 되어버렸다.차우는 턱을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수상한 냄새가 나죠?그 말인 즉슨...그 윌리엄스란 녀석은 언제든 형님이 있는 곳으로 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는 말입니다."

"그럴리가...어째서 내가 있는곳을 찍어놔?그냥...니가 나랑 친해보이니까 그런거 아냐?뭐...아니면 지가 나중
에 인사차 나를 방문을 하려고 했다던가..."

내 말에 차우는 고개를 저었다.그답지 않은 심각한 표정에 나역시 덩달아 심각해져 버린다.

"그건 아닐겁니다.만약 저랑 형님이 하루만에 친해진거 같아서 저를 배려하려고 했다면,제가 있는곳으로 돌아갈
좌표도 찍혀 있어야 하는데...다른 한장은 그런게 전혀 없었거든요.게다가,나중에 형님을 방문하려는 목적으로
만든건데 잘못준거라면,어째서 형님 집앞이나 집 안이 아닌,형님의 집 주위에 좌표를 찍었을까요?그것도 웃기
는거죠."

허...이거...갑자기 소름이 돋는다.거 참....나는 이렇게 약해빠졌는데...그 자식 도대체 왜그런거래?

"제 경우야,느껴지는 형님 마나만 따라가면 되는거라서 쉬웠긴 했어요.근데 공교롭게도,좌표는 형님 아파트가 훤
히 내려다 보이는 이 산 중턱이더군요.분명해요 그 자식.뭔가 꾸미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왜?그 사람에게는 굳이 워프 스크롤을 갖고 있을 필요가 없어.공간의 지배자가 있으니까 언제든 원할때
올수 있지 않아?"

확실히...타유라는 페어리가 그에게 있지 않나?흠....

"오오!예리하시군요.하지만 말이죠."

그러나 여전히 차우의 표정은 밝아지지 않았다.나도 모르게 나는 그의 얼굴만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생각할수도 있지요.다른 감시할 사람이 있는경우,그 쪽에 타유와 다른 페어리를 보내고,본인이 직접 형
님쪽으로 오려고 했다면요?그 녀석은 페어리를 8명이나 데리고 있다고요.그것도 알려진 것만."

"물론,니 말도 일리가 있어.하지만 오너 협회장아냐?나를 굳이 감시할 필요가 있을까?만약 한다손 치더라도,나같
으면 실력있는 오너를 감시할거 같은데?"

차우는 피식 웃었다.여전히 천진난만한 표정이었다.짜식...졸라센 주제에 착하게 생겨가지고.

"아직 모르시는 모양인데.형님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요.특히 그 방대한 마나하며....곧 유나양이나 세라양은 엄
청나게 강해질겁니다.그 녀석은 그게 두려운 걸지도 몰라요.자신을 넘어서는 오너가 나올까봐...그래서 끊임없이
형님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걸지도 모른다구요."

음...정리해서 생각해보자.그러니까...차우의 주장은 대략 이랬다. 윌리엄스는 나말고 다른 몇몇의 오너를 감시
해야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하지만 아무리 공간의 지배자가 있다고 해도, 그 페어리와 같이 움직이려면 시간이
걸린다.그래서 그는 여차하면 자신이 직접 움직일수 있게 내가 사는곳의 좌표를 찍은 스크롤을 갖고 있다는 말
이었다. 그럼 공간의 지배자 타유는 무엇을 하냐고? 그거야 간단하다.윌리엄스가 나를 감시(혹은 해코지)하기
위해서 한국에 있는동안, 공격력 강한 페어리와 다른 오너가 있는곳으로 워프해서 그를 감시하겠지. 뭐...물론
우리끼리의 추측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비약일수도 있어.아직은 두고 보는게 좋겠어."

"쳇...형님은 너무 착하신게 탈이라니까요."

이..이놈이 날 언제 봤다고 투덜대기는....너...나보다 힘세서 봐준다...흠흠!

"그럼...그거 전하러 일부러 온거야?"

"뭐..이왕 받은 스크롤 버리긴 아깝잖아요.온김에 한국관광이나 할까~했는데.인석들이 제가 없으면 서로 강하다
고 경쟁하는 통에 금방 가봐야 하긴 할거 같네요."

"왜 벌써가?관광이라도 하고 가면 좋은데..."

"뭐...그런건 별로 관심이 없어서요...수련도 해야하고....아 참!요거.."

차우는 씨익 하고 웃더니만 품안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음...저 옷...내가 언젠가 해부해보고 만다!저 믿을수
없는 수납공간의 실체를 파악하고 말테다!

"이게..뭐야?"

그가 내민것은 몇권의 책이었다.나를 처음만난날 나에게 건냈던 책보다는 훨씬 현대적인 느낌이 풍긴다.

"형님과 세라양에게 꼭 필요한 것이죠.뭐..중국어로 써있긴 하지만..오너들에게는 그런것은 문제되지 않으니깐."

에에?나는 눈이 휘둥그레 졌고,덩달아 내 옆에 있던 세라도 살짝 놀라는 눈치였다.그것은 다름아닌 무공서였다.

"우와..이거 뭐 전설의 무공비급이런거야?"

"큭큭.아뇨.그런건 아니구요.이건...사실은 중국의 가전검술을 집대성한 책이에요.기초적인 것들부터 나와 있으
니까...세라양한테 분명 도움이 될겁니다.중국식의 호흡법이나,기...즉 마나를 다루는 각각의 방법들이 수록되어
있어요.저는 검을 익히지 않으니 뭐 필요도 없고."

"그..그치만 이런거...막 줘도 되는거야?"

차우는 몸을 일으키더니 바지에 묻은 먼지를 탁탁하고 털어내었다.멍하니 바라보는 세라와 나의 시선에도 불구
하고 그는 씨익 하고 웃었다.

"보통사람들은...이런거 줘봐야 익히지도 못한다구요.저 그만 가볼게요."

"야..뭐 벌써 이렇게 빨리가?"

"저도 수련해야지요.그리고..."

일순간 씩 웃던 차우가 미소를 지우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까 제가 말했던 의혹이 사실이라면....형님과 세라양은 한시라도 빨리 강해지지 않으면....안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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