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겨울이야기6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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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474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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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WINTER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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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原 秀 측 HARA HIDENORI
각 색 김 준 혁 제 66화 어떻게 하면 좋은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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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이 친구들을 모아놓고 현화를 찍은 사진을 내밀어 보이며 활기차게 외쳤
다.

"이것이 지난 주의 명동에서의 현화씨!!!"
"이것이 일요일 신촌에서의 현화씨!!"
"이것이 고수부지쪽에서의 현화씨!"
"이것이 광화문에서의 현화씨!!"

그러더니 사진을 흔들어보였다.

"자아~ 사세요~ 사요~ 사~ 한장에 1000원씩!!"

그러자 친구 셋이 혀를 내밀며 합창하듯 외쳤다.

"필요 없다~~~~~~!"

은성이가 입을 열었다.

"넌 말이다... 넌 참도 잘 놀고있구나!"

그러자 다른 친구둘이 말을 이었다.

"지금이 어느 땐줄이나 알아?! 시험까지 앞으로 두달이다! 두달!"
"여자 따위에 정신을 빠트릴 시간이라도 있냐? 재수할 작정이야?!"

"........뭐?"

그말에 준은 잠시 멍청히 세친구를 쳐다보다가 피식 웃었다.

"푸후훗... 캐캐묵은 생각은 하지도 말아! 수험생에게 사랑이 금물인줄
아냐?! 그 반대야! 반대!! 사랑은 파워다! 파워!! 현화씨가 있으면
시험따위는 무섭지 않아!!!!!!"

준이 눈을 반짝이며 외치자 친구들 셋은 중얼거렸다.

"저녀석 돈거아냐?"
"쟤 좀 봐 정말 미쳤어.."

순간 친구들의 귀에 준의 가슴찌르는 말이 들려왔다.

"후후훗... 무슨소릴하던간에.. 여자가 없는 놈들은 뭘 몰라~~!!"
"윽.."

친구들은 갑자기 준에게 달려들어 구타를 하기시작했다.

"이놈이!! 이녀석!!"
"더말해봐! 더말해봐!!"

"으악~ 왜그래~"

그때 막 담임선생님이 들어오더니 당혹스러운듯 웃으며 외쳤다.

"야아~ 누가 저 바보들 전쟁좀 말려라!!"

잠시후 조회가 시작되었다.담임 선생님은 잡다한 대충의 조회를 끝낸후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에..그럼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요전 기말고사 성적표를 돌려 주겠다.
우선 준! 놀라운데! 넌 영어가 98점. 학년 톱이다!"
"헤..예 감사합니다."

준이 달려와 성적표를 받아들자 선생님이 놀란듯 말했다.

"다른반 선생님들도 모두 깜짝 놀랬다! 요즘에 와서 갑자기 성적이 뛰어
오른다구!!! 무슨일이라도 있었냐?!"
"하하하! 사랑이예요! 사랑! 사랑의 힘입니다!"
"...?"

준은 슬쩍 친구셋을 향해 V표를 해보였다.친구들은 교과서를 들고 중얼
거리기 시작했다.

"태종태세문단세.."
"이일은 이,이이는 사.이삼은 육.."
"a,b,c,d,e,f,g,h,i,j.."

한편 현화가 일하는 사무실에서는 부장이 현화를 불러댔다.

"잠깐 현화양! 현화양!! 어제 빌려왔던 까만 코트 갖다줘!"
"네에~~"
"역시 그레이의 쟈켓이 좋은것 같아! 그걸로!"
"네에~ 네~"
"가지고 오는 길에 녹색 구두도 갖다 주구!!"
"네에~~"

사무실 동료들과 지연은 이광경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또 부려 먹고 있어..."
"가엾게도 현화는..."
"그런데도 퍽 즐거운것 같지 않아...? 아마도 원인은 남자일꺼야!"

즐거운 표정으로 일을 하는 현화를 보며 직원들은 모두 미소를 지었다.
저녁이 되자 현화는 일을 마치고 준의 집에서 준의 시험지를 들춰보았다.
준이 신나 떠들어댔다.

"이것봐! 이것좀 봐! 놀라지말라구! 영어 같은건 학년 톱이야! 톱!"
"히야~ 꽤 하는데~"
"그런데 문제를 보고 깜짝 놀랬어! 현화씨가 찍어준건 모두 나왔어!"
"헤헷... 겉 멋으로 결정한 고려대가 아니라니까.."
"좋아요~ 좋아! 이런 스타일로 이번에도 부탁해요!"
"잔말말고 이 누님에게 맡겨두라구~~"
"하지만.. 찍은 문제만으로 들어갈 만큼 고려대가 만만치 않아!"
"바~보!"

현화는 준의 머리를 한대치고는 준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준은 현화에게
즐겁게 말했다.

"뭐 먹고 싶어? 뭐든지 말해!"
"응? 그래 으음..그럼 난 부페식 최고급 요리!"
"켁..."
"농담이야! 농담!"
"휘휴...."
"라면이면 돼!"
"아..아냐! 좀더 비싸도 문제 없어!"
"하하..괜찮아.. 내가 맛있는 집을 알아! 거기 가보자!"
"응..."

둘은 정겹게 거리를 걸었다.그 어떠한 연인보다도 사랑에 꽉찬듯.....
어두운 저녁 종범의 집에선 가족 모두가 식당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고
있었다.그러나 분위기는 침울했다.종범은 무의식적으로 밥을 먹었다.

"종범아! 가만히 있지말고 뭐라고 말좀 해봐라!"

어머니는 종범이 들고온 성적표를 보며 야단을 쳤다.

"도대체 이게 뭐냐?! 이 성적표는? 전혀 틀렸지 않니?! 어찌된 셈이냐?!
여태껏 뭘하고 있었니!? 넌!!!"
"........."
"너 대학에 갈 마음이 있는거냐?! 빈둥 빈둥 놀러나 다니라고 삼수씩이나
시킨건 아닐텐대!"
"......."

종범은 아무말 없이 무표정했다.아버지는 평소와 달리 근엄하게 앉아 계셨
고, 기범은 늘상 그렇듯이 당혹스러운듯 형과 엄마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너...전에 뭐라고 했니?! 가지대 그만둘때 뭐라고 했어?! 이번만큼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 열심히 하겠다고 했지!! 그런데 뭐냐 이건?!"
"......."

하지만 종범은 어머니의 말을 듣고있지 않았다.그에게는 철규와 하영,현화
와 준의 정겨운 모습만이 스쳐갈뿐이었다.종범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종범아!!!!!!!!!!!!!"

어머니의 목소리에 종범은 현실로 돌아왔다.

"왜 말이 없니?! 어서 설명좀 해봐라!!!"
"잘먹었습니다!"

종범은 신경질적으로 외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종범아!!!"
"에이~ 제기랄!!"

종범은 주방을 박차고 나가며 소리쳤다.그의 행동에 어머니도,기범도,아버
지도 모두 놀라고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종범은
그대로 집을 뛰쳐나와 차가운 초겨울의 바람을 맞이하며 영덕의 집으로
향했다.

"젠장...남의 속도 모르고서... 다 아는말 뭣하러 또 해!!?"

종범은 신경질적으로 저 어두운 바람을 향해 소리쳤다.
영덕의 집... 종범은 술을 마시고는 취해 떠들었다.

"아아..젠장... 골치야! 골치!! 부모하고 같이 사는건 골치아픈 일이야!
숨이 막히는것 같아! 영덕 너는 좋겠다..혼자 사는거.."
"......."

하지만 영덕은 별말없이 담배만을 피워댈 뿐이었다.

"부모란 자기 멋대로야!! 잘해라! 잘해라! 말만 하면 다니까!"
"......"
"나같은 상황이 되보라지!! 그렇게 말하기 전에 스스로가 그렇게 되보라
지!!!"
"........."

영덕은 맥주잔을 비우고는 나즈막히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현화는 찾았냐...?"
"........"

종범은 잠시 말을 멈추고 영덕을 흘낏 쳐다보고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만났어..."
"엥?! 정말?!? 어디서?! 어디서?!"
"명동에서....."
"그래서?!?!?!"

영덕이 종범의 대답을 기다리듯 그를 바라보았다.종범은 신경질적으로 말
했다.

"준하고 같이였어!"
".....준이라니..?"
"..... 그 고교생!"
"뭐..뭐? 그럴수가..~~"

영덕은 황당하다는듯 벽에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종범은 다시 맥주캔을
따마시며 고개를 획 돌렸다.

"쳇!! 이젠 아무래도 좋아! 현화 따위는! 상관없어 그런여자!!"
"......"
"하영이도 그렇지... 철규인가 뭔가 하고 잘살아보라지! 뭐야? 좀 반반하
게 생겼다고..... 남의 마음도 모르고서...."
"......"

영덕은 이렇게 신세타령을 하는 종범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종범은 취해
소리쳤다.

"으아~ 싫다~ 싫어! 현화도... 하영이도... 부모도... 공부도..대학도...
모두가 싫다! 싫어!"
"..쯧.. 정말 넌 어쩔 도리가 없구나!"

영덕이 종범을 바라보며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영덕의 태도에 종범은
다소 놀란듯 영덕을 쳐다보았다.

"........?!"
"부모가 화내는것도 당연한거 아냐?! 재수,삼수 하고도 삼류 대학도 못
들어가지! 그러니 당연한거 아냐?!"
"........."
"하영이에 대해서도 언제까지나 증언부언해 봤자 별수 없어! 이미 딱지를
맞았으니까!!"
"...."
"그리고 현화도 그렇지! 너도 좀 생각해 봐라! 그런 너를 보면 어찌 한심
스럽지 않겠냐?!!!"
"....영덕..."

영덕은 신경질적으로 종범을 보며 소리쳤다.

"전부!!! 전부 네가 나뻐!!! 정나미 떨어지는것이야 당연하지!!!"
".......!"
"...미안하지만 꼴도 보기싫다! 돌아가라!"
"........."

종범은 영덕의 싸늘한 말을 뒤로하고 그의 집을 나섰다.근처 분식집에서
종범은 저녁을 해결하고는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거리로 나왔다.초겨울
이긴 했지만 종범에게는 온몸이 꽁꽁 얼어버릴 진짜 겨울이 일찍 다가와
있었다.육교위에 올라서서 흐르는 차들의 불빛을 바라보았다.그리고 강렬
하게 빛나는 도시의 불빛들도 바라보았다.바람이 한번 불어 그의 머릿결
을 흩날렸다.

"......"

종범은 문득 코트의 안주머니 속에서 포켓영한사전을 꺼내들었다.그리고
아무 쪽이나 펴보았다.한참이나 그 사전을 말없이 바라보던 종범은 갑자
기 미친사람처럼 피식 피식 웃어댔다.

"크크크크큭..틀렸어. 전혀 외우질 못해.. 아는 단어가 하나도 없어....
이 많고 많은 단어중에..말이야...크크큭"

종범은 갑자기 웃음을 멈췄다.왠지 우울해졌다.어쩌면 그 옛날 재수할때
부터 이 우울함은 늘 그를 쫓아다녔는지도 몰랐다.종범은 육교위에 주저
앉아서 한숨을 내쉬었다.

"전혀....외우질 못하다니... 이제까지 난 뭘 한걸까?? 그 2년을 넘는
오랜 시간동안....난...? "

종범은 손으로 머리를 쥐어감쌌다.

"크으...제길... 영덕이가 말한대로야.. 어쩔 도리가 없어.. 나란 놈은..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좋아.... 아...... 제기랄...."

종범은 입술을 깨물며 눈을 질끈 감았다.추위에 시린 손도,추위에 얼어
버린 머리칼도... 그에게는 아무런 느낌도 전해주지 못했다.그 도시의
불빛들 속에서 종범은 자신의 갈길을 찾지 못한채 그냥 머물러있었다.
그냥 그대로.. 겨울의 슬픈 바람소리를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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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WINTER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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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原 秀 측 HARA HIDENORI
각 색 김 준 혁 제 67화 종범이가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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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종범의 방.종범은 나가고 아무도 없는 그 방은 온갖 혼란에 빠져
흔들리고있었다.어지럽게 널려있는 책들,찢겨져 나간 계획표,개지않은 이
불... 종범의 어지러운 심정을 표현하듯, 그것들은 어둠속에 갇혀 움직일
줄 몰랐다.

어느사이엔지 학원가 서점 근처에는 대입 원서 파는 사람들의 모습이 비춰
왔다.-두배씩 불러대는 가격에 입이 안 닫혀지는 그 사람들...으...-벌써
부터 원서를 사가는 모습들..

글나래 학원.. 하영은 학원 강사의 말을 들으며 이리저리 책을 뒤적이고
있었다.

-요전 모의고사에도 나왔던것 처럼 여기는 중요 합니다! 금년 시험에도
반드시 한 문제이상은 나옵니다! 자세히 설명할테니까 잘 듣도록! 우선
120페이지부터...-

"....."

하영은 잠시 책을 들춰보다 무언가 이상한듯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언젠가
부터 그녀의 시야에 종범의 모습이 사라졌다.언제 부터였을까...........?
수업이 끝나자마자 하영은 교실을 나오며 시간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서....다음은 시사랑 학원....이라.."

하영은 문득 시간표 너머로 키작은 진영의 모습을 보았다.진영은 학원 강
의 시간표를 둘러보고 있었다.하영이 활짝 웃으며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진영아!"
"아..? 아.. 하영....언니..."
"어쩐일이야? 기운이 없어보이네..?"
"........"

하영의 미소에도 불구하고 진영은 시무룩해 있었다.

"아참... 종범이는...? 같이 있지 않니?"
"글쎄요.. 여기에 안 나와요.."
"그래..? 어쩐일일까?"
"몰라요!!!!!!"

갑자기 진영이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그리고는 문제집을 잔뜩 들어보이며
외쳤다.

"난 지금 그런것 생각할 시간 없어요! 지금부터 이걸 전부 다 안하면 안돼
요!"
"...아..미..미안..."

갑작스럽게 진영이 화를내며 소리치자 하영은 당황하며 뒤돌아서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아.... 신경이 예민해졌구나..'

".....?"

하영은 문득 시계를 보고서는 황급히 뒤돌아섰다.

"늦겠다...늦겠어~"

수업은 저녁이 깊어올 무렵이 되어서야 모두 끝이났다.이곳저곳 다니는 곳
이 많은 터라 그녀로서는 들을 것도 많았던 것이다.그녀는 약간의 시간을
내어 근처의 큰 서점에 들려 서울대 수험서를 하나하나 들춰보며 살것을
골랐다.그런데 갑자기 누군가의외침이 들려왔다.

"얏~~호!!! 하영~!"
".....?"

하영은 갑작스런 소리에 놀래 뒤를 돌아보았더니 놀랍게도 현화가 활짝
웃으며 옆에 서 있었다.

"이야호~"
"아... 현화..."
"하하..오랫만이야~ 잘 있었어?!"

그러다가 문득 현화는 하영이 들고있던 서울대 수험서를 보고는 씩 웃으
며 말했다.

"오~~오~~ 역시 잘 뛰고 있군! 어때 요즘의 컨디션은?!"
"으응.... 그럭저럭....여유가 좀 있어... 사실 그렇지도 못하지만.."
"하아~ 그래?"
"그런데 현화는 요즘 뭘 하고 있지?"
"헤헤헤.. 뭐하는것 같아??"

현화는 씩 웃어보이더니 안주머니에서 명함 한장을 꺼내 하영에게 건내주
었다.

"쨔자쟌~~!!!!"
"....?"

하영은 명함을 받아들고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명함과 하영을 번갈아 쳐다
보았다.-STUDIO Y.S 임현화-

"스튜디오 Y.S...?"
"그래~ 거기서 스타일 리스트 하고 있어! 그것이 아르바이트 이기는 하지
만!"
"헤에~~ 스타일 리스트라... 현화 다운데?!"
"그렇지?! 그렇지?! 헤헤 나도 매일 매일 그렇게 생각해~ 꽤 고단하기는
하지만 말이야~ 헤헤"

'정말 얼굴이 밝아...'
하영은 문득 현화의 밝은 얼굴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였다.현화가 슬쩍
하영에게 물어왔다.

"아! 그런데 종범은 지금 뭘하지?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것 같아?!"
"..........?!???!?"

하영은 현화의 말에 놀란듯 그녀를 쳐다보았다.지금까지 하영은 종범의
소식을 현화가 알고있을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영은 당황
하여 말을 더듬었다.

"에....저어...그..아..그게.."
"...뭐...?"

"현화씨이~~~"

갑자기 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하영과 현화는 그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준이 책 한권을 들고는 활짝 웃으며 떠들어댔다.

"있었어! 있었어! 현화씨가 말한 책 이거지?! 봐! 그사람이 쓴거야!"
"...어디 봐.."

준은 현화에게 책을 건내주다가 문득 하영을 보고는 놀라 말했다.

"어? 하영씨! 이거 오랫만입니다!"
"아...준..."

준은 다시 현화에게로 눈길을 돌리며 들떠 소리쳤다.

"봐! 봐! 이거맞지?"

하지만 현화의 양 미간이 일그러졌다.

"바~~~~보!! 틀려!"
"아니 표지가 파란 책이라고 했잖아!"
"이건 빨강이야! 빨강! 눈도 없니? 한번 더 찾아!"
"저런~ 이상하다?"
"이상한건 너의 머리야!"

준은 다시 책을 들고 이상하다는듯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책을 찾으러 갔
다.하영은 한참이나 이 둘의 모습을 말없이 쳐다보다가 현화를 불렀다.

"...현화..."

현화가 하영을 돌아보았다.

"응..? 왜?"
"...아..아니야.."

하영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눈길을 돌렸다.종범의 뒷모습이 눈가를 스쳐갔
다.서점을 빠져나온후 저녁의 어둠을 받으며 현화는 준과 팔짱을 낀채 하
영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럼 또 만나 하영~"
"아...에..그래....잘가..."

준이 즐거운듯 현화를 보며 말했다.

"현화! 뭐좀 먹고 가자!"
"OK!오늘은 내가 살께!"
"아니야! 내가 낼께!"
"놔둬! 누님에게 맡겨 두라고!"
"아~~~냐! 절대로 내가 내!"
"으구..이렇게 이애가 고집이 쎄다구~!"

현화가 다시 하영에게 손을 흔들어보이고는 준과 함께 뒤돌아섰다.준의 팔
에 팔짱을 끼고 즐겁게 웃는 현화의 얼굴을 보며 하영은 미소를 지었다.
'무척이나 즐거워 보여.. 현화....'

"..........!!"

바로 그 순간 종범의 모습이 또 한번 눈앞을 스쳐갔다.
'아.... 그렇다면 종범은 지금.....?'

하영은 급히 뒤돌아서 역으로 향했다.
종범은 언젠가 현화를 발견했던 그 2층의 커피숍에 멍하니 앉아 어두워 지
는 도시를 바라보았다.지나가는 사람들... 현화를 찾고 있는것일까? 하지
만 현화는 찾을수 없었다.아니 어쩌면 그가 바라던 현화는 그 어느곳에도
존재하지 않을지도 몰랐다.종범은 멍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숍
을 나왔다.

-띵동~-

푸른 신호등으로 바뀌자 수많은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갔다.그 사이로
종범은 멍한 표정을 지우지 않은채 걷기만 했다.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
가는 길에도 별말 없이 짓누르는 어둠 사이를 유유히 걷고 있었다.

".......?"

문득 종범이 집앞에 다다랐을때 자신의 방에 불이켜있는것을 보고는 이상
한듯 올려보다가 힘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조용히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종범은 2층으로 힘없이 올라갔다.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범아..! 간장하고 미원 좀 사와라!"
"예~~엣!"

종범은 눈길을 주방쪽으로 돌려 그쪽으로 가려다가 무슨 생각에서 였는지
자기방쪽으로 올라갔다.

"........"

종범은 힘없이 자기방을 열고 한숨을 내쉬며 안으로 들어섰다.순간 종범은
무언가에 놀란듯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깨끗하게 정돈되어있는 책들,개어
져있는 이불,똑바로 정리된 계획표등.... 하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음대로.. 만져서 미안해..."
"......??!!"
"너무 흩어져 있어서..."
"......!!"

종범은 하영을 보고는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종범은 잠시 머뭇 머뭇 거
리다가 자기의 책상에 앉아 고개를 숙인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하영이
종범에게 따스하게 끓은 차를 내밀었다.

"학원에...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좀.. 궁금해서.."
"........."

하영의 물음에 늘상 상냥하게 대답하던 종범은 왠일인지 오늘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하영은 종범의 어두운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문득
시계를 보고는 놀란듯 급히 코트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나좀 봐! 벌써 이렇게 시간이... 나 가야돼..."
"......"

하영의 간다는 말에도 종범은 아무말 없이 묵묵히 앉아있기만 했다.하영은
문고리를 잡으려다가 문득 무슨 생각이 난듯, 나즈막히 입을 열었다.

"작년에.... 와 줬었지...... 작년에 내가 좋지않을때 종범이가 와 줬었어
종범이가 말했었어... 시험 보지 않으면 안된다고...착실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그때... 그때 종범이가 와줬기에.. 난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
어... 그러니까... 종범이도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 잘 봐야해! 꼭 합격
해야 해!"
"....."
"그럼....안녕..."

하영은 이말을 남기고 밖으로 나갔다.종범은 하영의 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리자 그제서야 눈을 감으며 입술을 깨물었다.절로 나오는 한숨에 힘없이
고개를 책상에 기대었다.

"하아아......"

책상의 차가운 기운이 뺨 깊숙히 스며들어 온몸을 차갑게 얼리는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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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WINTER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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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原 秀 측 HARA HIDENORI
각 색 김 준 혁 제 68화 이제는 힘이 될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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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래 학원의 현관.하영은 종범을 기다리느라 내내 현관쪽에 기대어 서있
었다.오늘만은 종범이 꼭 오기를 그녀로서는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문득
멀리서 힘없이 걸어오는 종범을 보고는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

"안녕!!"
"........?"

종범은 하영의 인사에 멍하니 그쪽을 돌아보았다.하영이 활짝 웃고 있었
다.예전 같았다면 그녀의 웃음은 종범에게는 힘을 불어넣어주는 생명의 활
력소나 같은 것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종범은 그냥 앞으로 걸
어가며 힘없이 대답했다.

"응....."
".....종범?"
"......."

하영의 부름에도 종범은 뒤돌아보지 않고 터벅 터벅 힘없이 걸어 교실쪽
으로 향했고 이런 종범을 하영이 근심스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사립대 문
과반에 종범이 들어서자마자 진영의 카랑카랑한 외침이 들려왔다.

"종범오빠!!!!!!!!"
"......아..?"
"일주일이나 나오지 않고 뭘 했어요?! 걱정 했잖아요!!!"
"아...미안..."
"..어머?"

종범이 힘없이 대답하고 자기 자리로 가자 진영이 이상하다는듯 고개를 갸
우뚱 해보였다.종범은 자기자리에 가방을 던져놓고 잠바를 벗어 책상에 걸
친후 흘끔 옆자리 학생을 쳐다보았다.

"아..안녕."
"..........?!?!?!"

준이 옆에서 종범을 흘끔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종범은 당혹스러운듯 어
쩔줄 몰라하다가 슬쩍 자리에서 일어났다.준이 조용히 말을 꺼냈다.

"다른데 자리 없어요.. 아무데나 앉으면 어때요? 자리 같은거.... 피차 방
해되지 않을것 같은데...."
".........."

종범은 그냥 그자리에 앉았다.얼마후 수업이 시작되자 준은 별로 수업에도
관심없는듯 책을 이리저리 들춰보며 자습하고있었다.종범은 흘끔 준이 들
고있는 책을 보았다.그로서는 상상하지도 못할 고급수준의 영문법책을 뒤
적이고 있는 준의 모습... 종범은 자신의 노트를 바라보았다.새까맣게 필
기해놓았지만 기초적인것도 아는게 없었다.자신이 가지고있는 책.. 준이
보고 있는 책... 종범은 손을 이마로 가져가며 자신이 한심스럽다는듯 조
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쉬는 시간이 되자 준은 구내에 설치된 음료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벽
에 기댄채 마시고 있었다.종범이 문득 복도를 지나치다 준을 보고는 급히
뒤돌아서며 그를 피했다.

"도망갈것 없잖아요?!"

준이 말하자 종범은 자리에 멈춰 준을 돌아보았다.

"왠지.... 내가... 나쁜놈 같잖아... 나쁜건 누군데..?"
"........."

하영이 멀리서 그들을 보고는 놀란듯 그자리에 서서 그들을 지켜보았다.
준이 다 마신 깡통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는 종범에게 한마디 건냈다.

"그렇게...우울한 표정 하지마.마음에 걸려서 그래..."

준은 뒤돌아서 교실로 향했고 종범은 말없이 그자리에 우뚝 서있었다.그의
어두운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있었다.하영은 걱정스러운듯 종범을 바라보
았다.
'준이와 종범이가..... 왜..? 어째서....?'

모든 수업이 끝나자 하영은 급히 종범의 교실로 가서 진영을 불렀다.

"강진영~!"
"아..하영언니!"
"저어... 잠깐 종범이좀 불러줄래?"
"없어요."
"........??!"

하영은 무슨소리냐는듯 진영을 쳐다보았다.

"오후 수업에 나오지 않았어요.돌아가 버린것 같아요! 정말이지 그 오빠
왜그러는지 모르겠어요."
".........."

어느사이에 하영은 몸을 돌려 급히 학원을 빠져나갔다.그리고 언젠가 현화
가 건내주었던 명함을 말없이 바라보며 전화박스로 향했다.

저녁쯔음 근처 커피숍에서 하영은 말없이 앉아 종범의 일을 걱정했다.얼마
후 현화가 추위에 붉어진 얼굴로 들어오며 하영을 불렀다.

"하영~ 미안~ 갑자기 촬영이 있어서... 기다렸어?"
"아니.. 나야말로 갑자기 전화해서..."
"사실은 약속이 있거든... 정말 5분이나 10분정도 밖에 시간이 없어..."
"정말 미안해..."

잠시 둘은 말없이 커피를 시켜 마시다가 현화가 시계를 흘끔 보고는 말을
꺼냈다.

"그래 무슨 얘기야?"
"아....저..."
"..........? 뭔데??? 시간없어..."
".......안됐어...종범이...."
".........???"
"요즘에 학원에도 잘 안나오고.. 걱정이 돼서 집에까지 가서 만나기는 했
는데... 힘이 하나도 없고.... 격려를 하려 했지만....나로서는 틀렸어."

하영의 말에 현화는 무슨소리냐는듯 당혹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자..잠깐...잠깐만..."

하지만 하영은 애원하듯 현화에게 부탁했다.

"부탁이야! 현화... 종범이를 좀 도와줘!"
"저어...하영..."
"현화가 아니면 안돼!"
"아니...그러니까......"
"그렇지 않으면... 이대로라면... 종범이는 또 떨어지게 된단 말이야..!"
"........"

현화는 막무가내로 나오는 하영의 부탁에 안되겠다는듯 눈길을 다른곳으로
돌렸다.

"종범이한테 가줬으면 해!"
"....."

현화는 슬쩍 손목시계를 쳐다보았다.

"종범이를 도와줘! "

현화는 고개를 갸웃 거리다가 가방을 집어들었다.

"지금의 종범에게는....."

현화는 손을 들어 기지개를 키더니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현화 밖에 도움을 줄 사람이 없어! 현화...밖에는...."
"미안해! 나 이제 가야해!"

현화가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돈을 꺼내 하영 앞에 내밀었다.

"이거 내 몫이야!"
"현화!"

하영이 급히 나가려는 현화를 부르자 그녀는 자리에 멈춰서서 살짝 붉어진
얼굴로 하영을 돌아보았다.

"하영... 나쁜 생각인지 모르지만... 난 이제 종범에게는 힘이 안돼..."
"........?!"
"난 좋은 사람이 생겼어! 그래서.... 사양하겠어...!"
"...현화..?"
"그럼 바빠서...이만... 또 봐~"

현화는 금새 커피숍을 빠져나갔다.하영은 현화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조
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현화...'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는 거리를 현화는 숨가쁘게 달렸다.흐릿한 입김이
바람에 쓸려 날아가고, 사람들의 말소리들이 그녀의 귓가를 스쳐갔다.하지
만 누군가를 만난다는 즐거움과 기대감에 그녀는 달렸다.그리고 문득 그
추운 바람을 맞으며 벽에 기댄채 피식 피식 웃고있는 준을 보았다.손을
흔들어 보이려다가 문득 무슨생각에서 였는지 부드러운 미소로 준을 바라
만 보았다.준이 재채기를 한번 하더니 문득 현화를 발견 하고는 급히 앞으
로 다가서며 잔뜩 화난듯 소리쳤다.

"느~~~ 느~~~~ 늦었어!!!!!!"
"아...미안.."
"매일 이 모양이야! 난 수험생이라구! 감기걸리면 어떡할래?! 좀 일찍
나오면 안돼?!"
"하하! 안돼!"
"윽.."
"난 기다리는건 질색이거든~ 게다가 날 기다려 주는 사람은 준 뿐인걸~"
"..헤?"

준은 갑자기 힘이난듯 손을 들어올리며 활짝 웃었다.

"아~~!! 그야 당연하지!! 현화 때문이라면 두시간도,세시간도,사흘도,
나흘도 기다리구 말구!!!!"
"훗..."

현화는 부드러운 미소로 준을 바라보았다.준이 멀뚱히 현화를 쳐다보았다.

"...왜그래..?"
"아무것도 아냐~♥"

현화는 준의 품에 안겼다.준이 당황하듯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말했다.

"자..잠깐.. 현화씨.. 모두 보고있단 말이야!"
"그래두 좋아~!"
"아냐....그래두..."

준이 당혹스러워 하자 현화가 픽 돌아섰다.

"그래~! 나하고는 창피하다는 말이지! 좋아용~! 그럼 난 갈래!"
"혀..현화씨!!! 기다려요~ 현화씨~!"

준이 다급히 쫓아오자 현화는 살짝 혀를 내보이며 피식 웃어보였다.
깊은 겨울이 어느사이엔가 도시에 내려앉아있었는지 볼이 차갑게 얼어 붙
었지만 현화는 미소짓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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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WINTER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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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原 秀 측 HARA HIDENORI
각 색 김 준 혁 제 69화 미국으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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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근처 커피숍에 마주앉은 현화와 준.. 준은 현화의 이야기에 놀란듯 되물었
다.

"미국이라니?!"
"으응... 우리 사무실 부장이 형편이 좋지 않아서 아무래도 자기 대신에
날 보낼것 같아..."
"히야아~ 근사한데~"
"그래서 몇일후에....출발이야..."
"응? 그렇게나 빨리?!"
"모두들 그러는데 이런 일은 그리 흔치 않은 찬스래..."

그러자 준이 활짝 웃으며 소리쳤다.

"그야 그렇겠지!! 땡잡았구나!!"
"후....그런데 상당히 오랫동안이야..."
"언제까지인데...?"
"내년.... 3월달까지..."
"..........;"

준은 황당하다는듯 맹하니 현화를 쳐다보았다.잠시 둘은 말없이 커피를
마셨다.커피숍을 나와 돌아오는 길에야 준이 마음을 정했는지 피식 웃
으며 말했다.

"좋겠다~ 갔다와요~ 현화."

준의 말에 현화가 내심 놀라 말했다.

"........?? 아니... 그게 3월이라니까... 돌아오는것이..."
"단지 3개월뿐인데 뭐...?"

준의 걱정없다는듯한 표정에 현화가 근심섞인 얼굴로 말했다.

"그래두... 그 사이에 입시가 있구... 발표도..."
"저어...... 시험보는건 나야!! 발표 보는것도 나구!!! 어린이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라구~~"

준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걱정하지 말고 일이나 잘하고 와! 대학생이 돼서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좋은 남자가 돼서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

현화는 빤히 준을 보다가 갑자기 무언가 알수없는 행복감에 팔꿈치로 준의
배를 콱 쳤다.

"욱...."
".........."

현화는 준을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준은 이상하다는듯 물었다.

"뭐..뭐야?"
"아무것도 아니야..단지....."

현화는 준의 팔에 팔장을 끼고 그의 어깨에 기댔다.준도 현화를 따스하게
안아주었다.둘은 정겹게 어두운 밤거리를 걸었다.

그리고 그 몇일은 빠르게 지나쳤다.현화가 미국으로 떠나는 날... 종범은
현화의 소식도 모른채 글나래 학원의 자습실에서 멍하니 앉아있었다.하영
이 자습실을 지나치다가 종범을 보고는 놀라 그쪽으로 다급히 다가갔다.

"뭘하고 있어...? 종범...? 이제 오후 강의가 시작될꺼야..."
"........"

종범은 말없이 하영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하영이 종범의 팔을
잡아 끌었다.

"종범! 자아~ 교실로 가자!"
"........"

종범은 하영의 손을 뿌리쳤다.하영이 걱정스러운듯 말했다.

"그...그러면 안돼! 종범! 지금 하지 않으면...... 지금 열심히 하지 않으
면.... 또 .... 또 떨어져버려... 사수를 하게 되는거야!"

그말에 종범은 가방을 집어들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제길... 좋아! 이젠..시험 보지 않을테니까!!!"

하영이 놀라 종범을 잡았다.

"무...무슨 바보같은 소릴 해?! 그만 두고 어쩌려고?! 지금 그만두면 어쩌
려구?! 앞으로 겨우 3달 남았어.. 삼수를 하면서 고생고생 했는데...
지금 그만두면 어쩌자는 거야?!"
"그래두....이젠....... 틀렸어... 이제는 아무것도 할 마음이 나지 않아.
아무것도 말이야..."

종범이 자습실을 빠져나가려 하자 하영이 급히 외쳤다.

"그래서.. 그래서 도망만 치고 있는거야?!"
"......"
"시험의 괴로움으로 부터..."
"......."
"현화로 부터...!!!"
"........!!!"
"도망만 치고 있는거야?!!!!"

종범은 하영의 말에 그녀를 돌아보았다.하영이 현화의 명함을 내밀었다.

"전화...해! 한번 더 만나서... 종범의 마음을 분명히 전해! 그리고 모든
것을 속 시원히 털어버리라구! 그래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시험을 보
도록 해.."
"........."
"잘 생각해봐...그럼...난 강의가 있어서...이만.."

하영이 자습실을 빠져나가자 종범은 멀뚱히 현화의 명함을 바라보았다.
한편 현화의 사무실 앞에선 지연이 승압차에 탑승하며 현화를 불렀다.

"현화~! 현화~! 슬슬 출발하자!"
"으응... 곧 갈께~"

현화는 큰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앞에 서있던 준을 돌아보며 활짝 웃어보
였다.

"그럼....잠깐 갔다올께~!"
"잠깐.....잠깐...말이지?"

준도 활짝 웃고있었다.현화는 뒤돌아서며 내내 활짝 웃는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보였다.현화는 승압차에 올라타고 공항으로 향했고 이 모습을 준
은 내내 미소로 바라보고 있었다.

현화의 사무실 안에 전화벨이 울렸다.

"띠리리리리리~ 띠리리리리리~ 예에~ 스튜디오 Y.S입니다. 현화양 말입
니까..? 아... 현화양은 사업상 미국으로...... 지금 막 공항으로 떠났
는데요.... 그것이... 내년 3월까지 미국에 볼일이 있어서.... 저어 실
례하지만 누구신데..... 여보세요? 여보세요?"

김포 국제 공항.안내 방송이 공항 대기실 안을 울려왔다.

-대한 항공 64편 L.A행 탑승의 마지막 안내를 해 드리겠습니다. 대한
항공 64편 L.A행 탑승의 마지막 안내를 해 드리겠습니다.-

"드르르르르르"

짐을 잔뜩 닮은 운반수레가 바퀴소리를 울려가며 앞으로 미끌어져 갔다.
그것을 밀고있던 현화는 즐거운듯 콧노래를 불렀다.

"랄라라라라~"
"현화... 분명히 말해두겠는데 놀러가는게 아니야! 일을 하러 가는 것
이라구!"

지연의 충고에 현화는 손가락으로 V표를 해보이며 씨익 웃어보였다.

"알았어~ 알았어! 그런데 나 해외 여행이라고는 처음이야! 게다가 비행
기도 처음 타보는 거라구~! 랄라라"
"으....그래서 놀러 가는게 아니라고 말했잖아!!"

지연은 못말리겠다는듯 고개를 저었다.현화는 즐겁게 걸으며 주위를 두
리번 거렸다.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여기저기 스쳐갔다.이런 모습들이
현화에게는 정말이지 새롭고 신나는 일들이었다.

"........?"

그런데 바로 그 한순간 현화는 그 자리에 멈춰선채 멀뚱히 한곳을 바라
보았다.걸음을 옮길수 없게 만드는 그 무언가가 그녀의 시선을 붙잡고 있
었기 때문이다.수많은 사람들이 지차니는 대기실의 그 넓은 광장 사이로
종범의 모습이 비춰왔던 것이다.급히 뛰어왔는지 붉은 얼굴로 가쁜 숨을
내쉬며 언제나 처럼 힘없는 표정으로 서있는 종범을... 그 회색 겨울 코트
를 걸치고 언제나처럼 망설이는듯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을 보고 현화
는 놀라 발걸음을 옮길줄 몰랐다.

"종...종범....? 무슨일이야? 어떻게...? 여기에?"

현화가 다가오자 종범은 현화를 바라보았다.그리고 무언가 말을 꺼내려는
듯하다 말을 잇지 못했다.무엇부터 시작해서 무어라 말해야할지 알수 없었
다.현화에게 지금 무슨 말을 해야하는가? 그렇게 오랫동안 가슴속에 응어
리 져버린 감정은 말로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커다란 것이었다.종범은 현
화를 바라보며 망설여지는 자신을 어찌할줄 모르는지 입술을 깨물고 고개
를 수그렸다.눈이 흐릿해지며 눈물이 눈가에 맺혔다.왠지 흔들리는 입가를
주체하려는듯... 떨려오는 살결의 격함을 억제하려는듯... 이빨을 꽈악 깨
물었다.그리고 종범은 현화에게 뭐라고 계속 말하려다 그만 왈칵 눈물을
쏟으며 떨려오는 살결을 주체하지 못한채 울음을 터트렸다.온몸을 부들 부
들 떨고있는 종범의 모습.... 현화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다급히 말했다.

"자..잠깐...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무슨 일이야?"
"...크흑...."
"종범!"
".........!!"

순간적으로 현화는 놀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종범은 현화를 힘껏 안았다.
언젠가 그 거리에서 껴안지 못했던 현화를.... 떠나려는 현화에게 그동안
의 그 모든 잘못에 대한 사죄와 그 오랫동안의 사랑을 동시에 표현하는듯
힘껏 안은채 울고 있었다.내내 가슴에서 터져나오는 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채 떨고있는 그의 느낌을 현화는 온몸으로 느낄수 있었다.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투툭 떨어지며 슬픔과 격함이 가득찬 종범의 마음을 나타내
듯 현화의 옷 깊숙히로 스며들었다. 현화는 종범을 멍하니 바라보며 그냥
그대로 서있었다.시간이 멈춘채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듯........ 그렇게
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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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휴... 사실 이부분은 워낙 원작의 그림에서 종범의 표정묘사가 잘 되어
있어서 제가 제대로 표현했는지 모르겠군요.전 원작 보고 여기서 엄청 울
었는데....어찌했든 이제 10편밖에 안남았군요~ 다행히도 다음주까지는
모두 끝날 예정입니다.다음편부터는 현화의 갈등이 이어지겠군요..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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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WINTER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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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原 秀 측 HARA HIDENORI
각 색 김 준 혁 제 70화 미국에서의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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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자유여신상이 내려다 보이는 강변에서 한 여성 모델이 포즈를
잡고있었다.카메라가 그녀를 쫓으며 순간 순간 포착하여 사진을 찍었다.

-자아~ 눈을 이쪽으로!! 그래! 그래! 됐어! 됐어!! 좋아 O.K!-

촬영이 끝나자 옆에서 옷을 잔뜩 들고 대기하고 있던,현화와 지연이 총총
걸음으로 모델에게 다가가 옷을 갈아 입히기 시작했다.

-그럼 계속해서 다음 컷 촬영이니까 빨리 준비해~!!-

"예~ 예~"

-빨리 해줘! 구름이 나오니까!!-

"흐휴...알았어요..알았어.."

현화와 지연은 급히 모델의 옷을 갈아입혔다.모델이 다시 나오자 촬영사가
외쳤다.

-자~ 레디~~ 고오!-

지연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현화를 돌아보며 말했다.

"현화! 그럼 이럴 동안에 점심이나 먹으러 갈까?!"
"에에~ 너나 열심히 다녀와~ 난 옷을 정리해 둘테니까~"
"^_^.......;"

지연은 별수없다는듯 시큰둥 해서는 혼자 점심을 먹으러 갔고, 그사이
현화는 여러가지 뒷처리를 했다.그렇게 뉴욕에서의 하루는 저물어갔다.

"휴우~ 그럼 뉴욕에는 언제까지 있게되는거지?"

호텔방에서 현화는 콜라캔을 따며 지연을 바라보았다.지연은 일정표를 한
번 흩어보더니 일정표를 침대에 던져넣으며 벌렁 누웠다.

"내일까지야~! 그리고서 바로 마이아미로 가서 수영복 촬영~~ 그후 1주일
비어있고, 로스엔젤레스로 가는거야~! 근데? 뭐야? 벌써 돌아가고 싶어
진거야?!"
"쳇..농~담 말아! 난 일 귀신이라구!"

현화의 말에 지연이 잔뜩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콜라를 마시는 그녀를 쳐
다보았다.

"그럼 어째서 밤중에 준을 찾는 잠꼬대를 하는거지?!"
"푸악!!!"

현화는 마시고있던 콜라를 뿜어내며 채한듯 재채기를 했다.

"바~보! 농담이야! 농담!"
"크으으..."

현화가 잠시 숨을 돌리고 있을 사이 지연이 씩 웃으며 물어왔다.

"그건...그렇고... 공항에 나왔던 남자아이....그애 누구지..?"
".......아..그거? 그건 친구야..."
"친구~~!?! 끌어안고 울고 있었는데?! 그게 친구야?!"
"모르면 그만둬!"
"현화.... 그러니까 너 두다리를 걸친거지?!"
"끄악! 바보~!!!!"

현화가 지연의 장난스런 말에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그런데도 지연은 실
실 웃으며 떠들어댔다.

"나 같으면 준 쪽을 택하겠는데~ 연하이긴 하지만 키가 늘씬하고 얼굴도
그만하면 됐고... 괜찮다면 내가 인계받을께~"
"^_^.....; 나오는 대로 얘기하시는군..."

현화는 지연의 말을 무시하는듯 창가로 고개를 돌려 뉴욕의 야경을 바라
보았다.어두운 밤하늘에 공항에서 현화를 안으며 울던 종범의 모습이 회상
속을 헤집고 나타났다.몸을 엷게 떨며 한없이 눈물을 흘리던 종범의 모습
이 먼 하늘의 별처럼 반짝였다.
'어째서...어째서..이제와서.....'

현화는 무시하려는듯 눈길을 돌렸다.
'이젠... 늦었어'

그러다가 현화는 잠깐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콜라 캔을 들이키지 않고 멍
하니 앞만을 바라보았다.곧 다시 떨쳐버리려는듯 눈을 감으며 캔을 입가
로 가져갔다.
'너무 늦었어... 바보!'

잠자리에 들기전에 현화는 패션잡지를 들춰보았다.그런데 자꾸 그녀의
눈앞을 종범의 모습이 스쳐갔다.현화는 잡지를 덮어 팽개치듯 던져버렸
다.그리고 불을 끄고 자려다가 문득 책상위에 올려져있는 카세트 테잎을
보고는 손길을 그쪽으로 향했다.워크맨을 꺼내 테이프를 집어넣고 플레이
를 시키자 곧 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 현화 아가씨!! 이제 슬슬 우리말이 그립게 되셨죠?! 자아~ 그럼
지금부터 서준이 보내드리는 '베스트 히트 코리아'를 애청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후훗..바보.."
-그럼 우선 틀어드릴 곡부터 알려드릴까요?! 현화양이 좋아하는 폭풍 슬
럼프 '리조 라바'부터!! ♪♬♬♪♪♪♬-

이어폰을 타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현화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흐음..준 이녀석 꽤도 꼼꼼한데... 시험기간인데도....'

현화는 음악과 준의 목소리를 들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왜
인지 모르게 자꾸 눈이 흐릿해졌다.눈가가 흐릿해오고 눈물이 맺히자 현
화는 놀라며 눈물을 닦아냈다.

"아아..이런!? 싫어... 이게 뭐야? 이상해...."

현화는 탁상 시계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새벽 1시 30분.. 전화기에 손을
가져갔다.그리고 전화번호를 눌렀다.국제전화를 걸었기에 교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래기다리셨습니다.이제 말씀해 주십시오.-

그리고 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나 . 는 . 요 ...."

현화는 띄엄 띄엄 말을 꺼내며 준의 목소리를 기다렸다.준의 목소리가 활
기찼다.

-아앗! 현화!!!?! 잘있어?!-
"으응...."
-그래 지금 어디야? 뉴욕?-
"응... 그래.."
-야아~ 대단하신데~-
"그렇지? 어때? 공부는...?"
-헤헷.. 문제 없어! 문제 없다구!! 맡겨둬! 그런데 현화는?-
"응... 잘하고 있다고 생각 하는데 모르겠어..."
-그래.. 그래도 국제 전화 따위를 거는것 보면... 무슨 일 있었어?-
"으응... 별로... 다만 ...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

현화의 말에 준이 당혹스러운지 말을 잇지 못했다.현화가 눈을 찌푸려 보
였다.

"여보세요~!! 왜 말이 없어?! 준!"
-아...아..아냐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것 같아서...-
"그럼 끊는다?!"
-아..아니야! 농담이야! 농담!!! 그런데 어때 뉴욕은? 물론 좋겠지..?-
"으응..최고야! 그런데 무척 추워... "
-감기 안걸렸어?-
"걱정 없어! 건강해...."

현화는 이말을 하다 무슨 생각에서인지 눈을 감으며 나즈막히 말을 꺼냈다

"준......"
-응? 뭐...?-

준의 미소짓는 모습이 현화의 기억속에 한장의 빛바랜 사진처럼 흐릿하게
비춰왔다.

-뭐야...? .... 여보세요? 현화?-
"아... 응...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잠을 좀 못자서.... 그런데
목소리 듣고 나니까.... 뭔가 마음이 놓여....."
-......; 역시 감기 들었지? 열이라도 있는거 아니야?!-
"후웃... 자아 그럼 됐어... 이제 끊자..."

현화의 말에 준이 놀란듯 말했다.

-에엣~~? 벌써?!?!-
"또 걸께..."
-...으응.....-
"자..그럼..."
-응..잘자~-

준의 마지막 목소리를 끝으로 현화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그리고 한참이
나 아무말없이 전화기를 보다가 불을 끄며 준에게 말하듯 중얼거렸다.

"그래... 잘 자."

푹신한 침대위에 내려앉는 어둠을 피하려는듯 현화는 눈을 감았다.그러다
가 다시 눈을 뜨고 천정을 올려보았다.공항에서 현화를 안으며 내내 울던
종범의 모습이 떠올랐다.현화는 눈을 감으며 돌아누웠다.

'이젠..... 이젠 아무런 상관 없다...아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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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WINTER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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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原 秀 측 HARA HIDENORI
각 색 김 준 혁 제 71화 프로리다 반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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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가에서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멋진 포즈를 취하는 모델의 모습을 카메
라에 담느라 정신없는 기사와, 조명 보조원들... 야자수 나무 아래서 이
광경을 현화가 미소로 바라보았다.

-자아~ 그대로 돌아봐요! 그래~! 그래! 됐어!-

"뭘 그렇게 열심히 보고 있어?"

지연이 뒤에서 현화를 쳐다보며 한마디 하자 현화는 피식 웃으며 지연을
돌아보았다가 다시 모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아니야... 저애 말이지.. 꽤 볼품있게 된것 같아서... 표정도 좋아졌
고, 포오즈도 자리가 잡혔어..."

현화의 말에 지연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저런 정도는 그리 대단치 않아. 나라도 저정도는 할수 있어..헤헤.."

그러나 현화는 들은척도 안하고 옷을 들고 일어났다.

"자아~ 일해~ 일하자구! 농땡이 부리지 말아..지연~"
"^_^.......;"

잠시후 촬영 기사가 만족스러운듯 활기차게 소리쳤다.

"자아~ OK!! 수고했어!!! 그럼 다음은 저녁 촬영 뿐이니까.. 4시까지는
휴식~~~!! 저녁 시간은 짧으니까 그때까지 대기하라구!!"

현화는 어느사이에 모델과 친해졌는지 즐겁게 담소를 주고 받았다.그런 현
화에게 지연이 다가왔다.

"현화야~! 점심 먹으러 가자! 거기에다가 선물도 있어!"
"선물....?"
"그래.. 내일부터 1주일간 휴식이라구~ "

지연은 현화와 함께 거리로 나오며 말을 이었다.

"그 모델 애가 정월에 방송프로때문에 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대..."
"아..그래서 우리들도 휴가가 된다... 이거지?"
"단지 일주일이니까 이대로 여기 있어도 좋지만...고국땅에 잠시 들렸다
오는게 어떨까?"
"으음..고국이라...으음..."

현화가 잠시 생각하는듯 아무말 없자 지연이 팔꿈치로 현화를 툭툭 쳤다.

"뭘 망설이고 있어?! 갈께 뻔하면서! 맞지?"
"뭐가 뻔해?"
"저런? 만나고 싶지 않아? 준이..?"
"글쎄... 그저 그래... 무리하지 말라구.. 그래두 미국 온지 열흘 밖에
안되었잖아..."
"그런 소리를 해도 괜찮아? 그럼 난 몰라~"
"뭘?"

현화가 궁금한듯 지연을 돌아보자 지연은 붉어진 얼굴로 말을 이었다.

"남자 따위는 믿을 수 없어... 현화가 없는 동안 새로운 애를 발견했을
지도 모르잖아..."
"...풋.. 문제 없어... 그애는 나한테 정신이 없는걸~ 그런짓 할 이유가
없어~!"
"쳇...."

'그애는 날 배반할리가 없어...'
현화는 슬쩍 준의 활달한 모습을 떠올렸다.
어느 의류점에서 현화는 여름 남방을 고르다가 문득 한 옷을 집어들며 말
했다.

"오우... 이 색깔이 좋을까?"
"뭐어??? 악취미로군!"

지연이 별로라는듯 눈살을 찌푸렸다.하지만 현화는 혀를 내보이며 말했다.

"아무렴 어때?! 그애는 아무거나 다 잘맞아~"
"그래...그래 어련하시겠나?"

현화는 곧 M사이즈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으음... 이 무늬가 좋으니까.. 이것도 사구..."
"현화.. 그것은 M사이즈야! 알고있겠지?"

그러다가 지연은 갑자기 장난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 그렇지?! 그건 공항에 왔던 그 남자애 것이지?!"
"켁.."

현화는 황당한듯 지연을 보며 소리쳤다.

"멍청씨!! 이건 내거야!!!"
"그래..그래..."

지연은 별로 귀담아 들으려 하지도 않는듯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슬
쩍 현화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래서...뭐야? 그 남자는? 으응? 어디가 진짜야? "
"으으..적당히 하시지..."
"글쎄 어디야?"
"쳇... 귀찮게 구네.. 남의 남자를 이러쿵 저러쿵 말할 시간이 있거든 일
찌감치 선물을 갖다줄 상대나 찾아보시지?!"
"윽.."

현화의 말은 비수처럼 지연의 가슴에 꽂혔다.지연은 돌이 된듯 딱딱히 굳
어 움직일줄 몰랐다.
'아..내가 좀 지나쳤나? 헷..됐어. 내버려 둬...'

잠시후...노을이 지는 해변가에 조명을 키고 카메라 촬영 준비를 하였다.
촬영 기사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라이트 준비 됐아?! 반사관좀 다가와! 좀 더! 어어이~ 서둘러 시간 없어!
자아....끝났으면 간다~~~"

기사는 순간 무언가를 보고는 행동을 멈췄다.

"가만...좀 기다려!"

기사는 모델 옆을 스쳐보이는 비행기의 그림자를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틀렸어! 비행기도 함께 찍히겠어!"
"이런 시간없는데..."
"구름만 그대로였으면 좋겠는데...."

비행기는 사람들의 원성에도 불구하고 느릿 느릿(?) 하늘을 날라갔다.지연
이 비행기를 보며 소리쳤다.

"빨리 빨리 꺼져! 촬영이 늦으면 못돌아 간다구!!"
"....."

하지만 현화는 아무말 없이 비행기가 사라진 하늘을 올려보았다.하늘에는
공항에서 자신을 안고 울던 종범의 모습이 낡은 흑백영화를 보듯이 희미
한 모습으로 비춰왔다.말을 꺼내지 못한채 입술을 깨물며 울던 종범의
모습..... 현화는 아무말 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

순간 현화는 무슨 생각이 났는지 눈길을 돌렸다.
'아아...바보... 도대체 누굴 생각하고 있는거야..?'

한편 그시각 서울의 종로서적에서는 준이 수험서를 은성이와 함께 고르고
있었다.은성이 준의 이야기를 듣고는 놀란듯 소리쳤다.

"미국?!?!?! 그것도 내년 3월까지?!"
"응... 지금은 프로리다 근방에 있을꺼야..."
"히야~ 미국이라... 근사한데...?"
"응....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현화는..."

그러자 은성이 장난스런 웃음을 지으며 소리쳤다.

"흑인과 신나게 놀고 있겠지~!!"
"퍼억!!!!"

준은 들고있던 책으로 은성의 머리를 강타했다.

"현화씨를 그런 천한 여자로 취급하다니!!!"
"쳇....여자란 알수 없어!"
"뭐얏?!"

준이 다시 책을 들고 은성을 때릴듯 무섭게 노려보았다.은성이 놀라 준을
막으며 말했다.

"아앗~ 농담이야! 농담!!"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나하고 현화씨는 다른 사람과는 달라!"
"헤이...그래두 석달이나 못만나는 거잖아!"
"뭐얏?!"

잠시후 준은 책을 고르고 있었고 은성은 입에 잔뜩 쑤셔박힌 책과 구타
당한 얼굴로 황당한듯 엎어져있었다.

"시간 같은것도 현화씨와 나를 막을수 없어.."
"...에고....그렇겠지...."

'두고 보라지...정말 합격한다! 꼭 대학생이 되어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까!!!'
준은 현화의 모습을 생각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편 종범은 집에서 책들을 펴놓고 공부에 열중해 있었다.문득 문 열리는
소리가 나서 종범이 돌아보니 영덕과 대장이었다.영덕과 대장은 종범이
공부하고 있는 것을 보고 다소 의외라는듯 말했다.

"저런...?"
"공부 하고 있었군요!"
"공부하고 있었구나... 모처럼 불을 당기려고 찾아왔는데...이거 안되겠
네..?"

영덕은 따끈한 만두가 든 봉투를 내려놓으며 대장과 함께 앉았다.종범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만두를 집어들었다.

"땡큐~! 맛있겠다.. 마침 출출했었는데.."
".....훗..."

영덕과 대장은 흐뭇한 웃음으로 서로에게 눈짓을 했다.얼마전까지 종범의
모습대로라면 종범은 모든걸 포기한채 힘없이 방황하고 있어야 했다.하지
만 종범은 다행히도 자기의 길을 제대로 다시 찾아 든것이다.영덕과 대장
은 이런 종범을 보며 다행스러움과 흐뭇함을 감출수 없었던 것이다.

"어때? 컨디션은.....?"
"....좋을리가 있냐..... 좋을리는 없지만... 지금은... 지금은 할게 공
부밖에 없잖아..공부 뿐이야..."

순간 종범의 눈에 현화를 안고 울던 그때의 모습이 스쳐갔다.종범은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멍하니 그때 일을 회상했다.영덕과 대장이 서로를 쳐다
보며 장난스럽게 떠들어댔다.

"그래~ 달리 할것도 없겠지.. 안하면 사수다! 사수!!!"
"그렇군요! 사수로군요! 사수!"

"^_^........; "

한편 미국의 지연과 현화가 머물고있는 호텔... 저녁이 깊어오는데도 따스
함이 깊숙히 스며들고 있는 그 방안에서 현화는 눈길을 베란다로 돌리며
지연에게 말했다.

"역시...난 한국으로 가는거... 사양하겠어..."
"안가겠다구...? 여기에 있을 작정이야?"
"응... 겨우 받은 휴가니... 가보고 싶은 데도 있구...."

현화는 문득 오후에 샀던 M사이즈 옷을 바라보며 종범의 생각을 했다.
지연이 한마디 던졌다.

"괜찮겠어? 준에게는.....?"
"아......괜찮아...그애는 입시 전이구....."

현화는 커피잔을 들고는 소파에서 일어나 베란다로 걸어갔다.그리고 수 많
은 맑은 별들을 올려보았다.
'그리고..... 지금 돌아가면... 누구를 만나야 할지 나도 모르니까...'

해변가의 시원한 바람이 한껏 불어와 그녀의 머리칼을 사르르 떨게 만들었
다.신선한 바람을 맞이하며 현화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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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WINTER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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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原 秀 측 HARA HIDENORI
각 색 김 준 혁 제 72화 OVER-SEA C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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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축하 파티용 샴페인을 사며 준은 신나있었다.

"역시 한국의 1월은 떡국이 최고야! 그리고 김치와 맛있는 김치 부친개!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축제의 히로인은 샴페인이지! 샴페인!"

은성이 이런 준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이런 바보~ 그런건 미국에서도 팔아!"
"기분 문제지! 기분 문제! "

준은 잔뜩 싱글벙글 해서는 떠들어 댔다.

"기다려~ 현화씨~~~♥ 곧 한국의 정월이 그곳에 도착할테니까~~~♥"

'그건 그렇고 왜~ 이런 바보가 나보다 성적이 좋을까?'
은성은 바보같이 실실 웃고있는 준을 보며 살짝 눈살을 찌푸려 보였다.
준은 편의점에서 나와 현화가 일하던 사무실로 향했다.

"야아~ 도대체 어디까지 가는거야?"
"현화씨 사무실~"
"사무실? 사무실은 왜?"
"현화씨가 투숙하고 있는 호텔을 알아 보려구... "
"전화 하면 될거아냐?"
"아냐~~ 어쩌면 사무실에서 짐을 보낼지도 모르잖아? 그럼 거기에다가 덤
으로 보낼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큭..역시 이녀석은 그런데에 머리가 좋아..'
은성은 준을 보며 놀라운 녀석이라는듯 너털 웃음을 지어보였다.
막 준과 은성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갑자기 지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준...?!"
"에...?"

준은 뒤를 돌아보고는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잠시후 지연에게서 현화의
이야기를 듣고는 준이 놀란듯 소리쳤다.

"예엣~? 1주간 휴가요?"
"그래요... 현화는 처음에 나온다고 했는데...."
"그...그렇습니까? 현화씨는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예.. 우선 모처럼의 해외 나들이고... 거기서 놀고 싶었겠죠..."
"아..그렇겠군요..."

순간 은성이 옆에서 침을 흘리며 장난스레 말했다.

"역시 흑인이야! 흑인과 신나게 놀고 있겠죠? 지금쯤?"
".........으..."

준은 의자를 집어 들었다.

"으아아악~"

사무실 안에는 은성의 비명소리가 처절하게 울려왔다.

"그럼...짐을 부탁드립니다.."
"알았어! 틀림없이 받아보게 할테니까.."

준은 사무실을 나오며 연신 지연에게 부탁하고는 힘없는 얼굴로 푹 고개를
숙였다.은성이 이런 준의 모습이 안스러운지 팔꿈치로 그의 옆구리를 툭툭
쳤다.

"야아~ 뭐좀 먹자!"
"............"
"여기... 맛있는 라면집이 있는데..."
"..........."
"내가 살께...."
"..........."

준은 힘없이 벽에 기대며 한숨을 지었다.

"하아~ 정말 정말 만나고 싶은데...현화씨..."

'이거 안되겠는데....'
은성은 근심스러운듯 고개를 저었다.그때 준이 뭔가 생각난듯 소리쳤다.

"아!!!참!!!"
".............?"
"아..은성..잠깐.. 머플러를 잊고 왔어.. 너 먼저 라면집에 가 있어라.."

갑자기 준이 활짝 웃으며 안으로 들어가자 은성이 당황한듯 중얼거렸다.

".....; 기운이 넘치잖아...?"

준은 슬적 사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려 했다.그런데 바로 그 순간
지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지만... 불쌍해요 준군도..."
".........????"

준은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멈추고 지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지연의
말에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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