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백수일기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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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772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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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스포츠센터 안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특히 그런 이상한 일들은 수영장에서 더욱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 이상한 일들이란 이른바 '아담'족의 등장이다. 즉 성기 노출증 환자들이 스포츠센터에 들어와서는 간혹 일을 벌여 놓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여성 고객들이 많은 시각, 즉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라든가,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에 자주 등장하는데 대형 수건으로 온몸을 가리고 여자 탈의실 입구를 서성거리다가 수건을 와락 펼치면 자연스레 알몸이 되는 것이다. 여자들은 그 모습을 보고 기절할 정도로 놀라며 비명을 지르기도 하고, 기가 막힌 듯 멍청히 서 있다가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는 일 등 그 반응도 가지가지다. 한편, 그들의 등장으로 애를 먹는 이는 다름 아닌 민우다.

이들은 여자들이 많이 모여 있는 약간은 으슥한 곳을 노리지만 건장한 남자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도 간간이 일을 벌인다. 자신의 성기를 노출시킨 뒤에 놀라는 여성들의 반응을 보고 쾌감을 얻는 것이 이들의 공통점이다.

민우도 처음에는 '아담'을 발견하고는 하도 기가 막혀서 '뭐 이런 놈들이 다 있나' 하고 혀를 차면서 한방 손이라도 봐 줄 생각을 했지만 그들이 민우에게 걸려 든 뒤 애절한 얼굴로 선처를 호소하는 것을 보고 나서는 씁쓸한 기분으로 다시는 그러지 않기로 약조나 받고 순순히 풀어 주게 되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민우에게 더욱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민우는 그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수영장 이곳저곳을 정리하고 있었다. 남자 탈의실을 정리했다. 탈의실은 폐점 시간이 될 때쯤이면 이곳저곳에 흩어진 비누조각을치우는 것이 마지막으로 할 일이었다. 그날도 탈의실 바닥을 청소하고 미끄러운 타일을 청소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민우는 예리한 청각으로 소리의 발원지를 찾아갔다.

그곳은 여자 탈의실이었다. 이 늦은 시각에 여자 탈의실에 사람이 남아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누... 구... 거기...?"

민우도 약간은 긴장한 듯 쉰 목소리로 물었다. 아무런 반응이 나타나지지 않자 민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여자 탈의실로 다가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민우 앞에는 기괴한 포즈를 하며 알몸으로 서 있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바로 '이브'였다. 실오라기도 하나 걸치지 않은 여인이 민우의 눈을 쏘아보면서 자신의 알몸을 보이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쏜살같이 "까르르" 웃음을 흘리면서 사라지는 것이다. 너무나도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이라 민우는 어떤 표정을 지을 것인지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몇 발자국 뛰어 간 다음 다시 뒤를 돌아보면서 자신의 몸을 보이는 행동을 여러 번 반복했다. 민우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 여자의 그 과감한(?) 행동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지만 말더듬이가 되어 그 엄청난 그녀에 대해 아무런 제재도 취하지 못했다.



19.

민우는 그녀의 살결이나 피부색, 그 어떤 것에도 흥분되지 않았다. 단지 그녀의 그 행동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궁금했을 뿐이었다. 그저 남자 성기 노출증 환자인 '아담족'의 여성판인지, 아니면 민우를 오랜 기간 지켜보다가 큰 결심(?)을 하고 유혹하는 것인지 좀처럼 분별을 하기가 힘들었다. 민우는 그녀의 그런 행동을 두고 잠시 동안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잡아 추리해 내기 시작했다.

'그녀는 정신 이상자일 것이다. 아니면 나에게 관심을 가졌던 용기 없는 여자일 것이다. 아니면 여성 성기 노출증 환자일 거다. 아니면 누가 이 여자를 사서 나를 조종하고 시험하려고 하는... 일종의 계략이 숨어 있는 것이다. 아니면...... 이 여자는 색녀나 행위 예술일까?......'

민우의 추리는 이상한 곳으로까지 이어져 가고 있었다. 그러나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답을 풀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 다음 비로소 말문을 열었다.



"저... 여기 좀 와 보세요. 그렇게 날 놀리지 말구요."



그녀는 민우가 서 있는 건너편에서 자신의 엉덩이를 뒤로 보여 주면서 살살 엉덩이춤을 추고 있었다. 그러다가 민우의 얼굴을 향해 총 쏘는 흉내를 내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저씨, 빵... 빵..."



민우는 더욱 기가 막혀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알몸의 '이브'와의 신경전을 벌이고 나서 민우는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런 민우의 반응에 이제 재미가 없어졌는지 다이빙을 하면서 유유히 헤엄을 쳤다. 수영모자를 쓰지 않은 그녀의 머리카락이 물 속에서 흐느적거리는 모습은 마치 미역을 목에 감은 채 유영하는 인어와도 같았다. 그녀와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민우는 그녀의 얼굴을 어느 정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적어도 그녀는 민우에게 수영 강습을 받는 정기 회원은 아니었다. 그녀는 단지 매우 아름다운 글래머일 뿐이었다. 그녀의 몸은 놀랍도록 아름다웠다. 탱탱하게 터질 것만 같은 가슴에 살짝 솟구쳐 오른 유두, 그리고 철철 물오른 허벅지, 마치 빗질이라도 한 듯이 가지런히 나 있는 음모... 이제야 민우는 그녀를 보고 흥분할 수 있었다.어떻게 정체 모를 무엇을 두고 성적인 흥분을 가질 수 있을까? 사람이란 어떤 존재에 대한 존재확인 과정이 끝나야 그 존재에 대해 어느 정도의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고, 그런 뒤에 감정을지닐 수 있는 것이다. 민우는 그녀의 벗은 몸을 두고 어떤 식으로든 답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허엄을 치면서 그를 바라보면 볼수록 민우는 그녀에게 무언가를 보여 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녀가 그에게 보여 준 것만큼 보여 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이었다. '어쩌면 그녀도 그런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닐까?' 민우는 그런 생각에 그녀의 마음을 자유롭게 해 주고 싶었다. 그녀와 똑같아지리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민우만의 착각이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런 것이 여기서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민우는 결심을 했다. 그래, 벗어버리는거야. 그리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이 장소와 이 상황에 어울리도록 나를 맞춰 가는 거야.

민우의 수영복이 땅에 떨어졌다.

그녀는 그런 민우를 보고는 눈도 깜빡거리지 않았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는 태도였다. 그제야 민우와 '이브'는 마음 놓고 둘만의 시간과 접속하게 되었다. 둘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아이처럼 놀았다. 마치 수달이나 물개 쇼를 하듯이, 관객에게 그들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듯이 그렇게 서로를 의식하면서 놀았다.이브는 민우를 물 밖으로 인도했고, 그는 그녀의 인도에 그대로 따랐다. 그것은 마치 신앙과도 같은 이끌림이었다. 맹목적인 순종이었다. 물밖으로 나온 그녀는 민우의 눈을 한없이 맑은 눈망울로 바라보았다. 민우는 그녀의 눈을 피하고 싶었다. 너무나도 강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결코 피할 수가 없었다. 왜냐 하면... 그녀는 이브였기 때문이다.

"당신, 누구야? 어디서 왔지?"

민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브는 민우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지런히 보개었다. 민우는 마음속으로 계속 이렇게 되뇌었다.

'어디서 왔어? 어디서 왔느냐고... 당신은 정말로... 어...'



20.

여자는 민우의 손길을 피했다. 민우가 가까이 다가서는 것을 막았다. 그녀는 민우를 능히 정복하고 있었다. 그녀는 민우의 손길을 막는 대신 민우의 몸을 천천히 애무하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느렸다. 그녀의 긴 손가락은 민우의 갈색 허벅지를 매우 느리게 미끄러져 갔고, 그녀의 촉촉한 입술은 민우의 가슴살을 그와 같은 느린 속도로 리드미컬하게 흐르고 있었다. 민우는 그녀의 행위에 완전히 몸을 내맡긴 채 가는 호흡을 내뱉었다. 민우는 마치 여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을 가질 정도였다. 그 어떤 여자와의 정사에서도 이렇게 순순히 몸을 내밑긴 채 수동적이었던 적이 없었던 민우였기에 더욱 더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민우는 그 순간 평소보다 더욱 더 강한 성감을 느끼게 되었다.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경험한다는 것은 짜릿하고 신비로운 일이었다. 민우는 그것들을 음미하기로 했다. 그녀의 손길과 그녀의 호흡 하나 하나를 마치 관객의 입장에서 느껴 보기로 했다. 어디서 배웠는지 모를 그녀의 화려한 수련의 결과를 그대로 맛보기로 마음을 두었다.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그녀는 민우의 몸을 엎드려 놓은 뒤 그의 목덜미에 입술을 갖다 댔다. 그리고 물기로 젖은 그의 몸을 그 보드라운 혀로 느리게 느리게 공략해 냈다. 그것은 실로 마술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 마술보다 더욱 정교한 그녀의 기술은 그의 온몸 구석구석에 흩어져 있는 미세한 욕망세포 하나 하나를 끌어모아 일으켜 세웠다. 그녀의 혀는 그의 겨드랑이에 난 털 하나 하나에도 철저하게 봉사되고 있었고, 길고 흰 손가락들은 그의 눈, 귀, 코, 입술, 혀, 목, 가슴, 허벅지, 종아리, 엉덩이, 힘 센 마두(馬頭)까지 거칠게, 혹은 부드럽게 애무하고 있었다.



그녀는 민우에게 허스키한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 주었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거야?"



민우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는 부풀어오를 대로 부푼 민우의 마두를 입 속으로 집어 넣고는 혀를 둥글게 굴리고 있었다. 민우는 쾌감에 몸을 떨고표정을 일그러뜨렸지만 그녀의 혀는 마치 뱀의 그것과 같이 매우 정교하고 빠르게 놀려졌다. 그녀는 살쾡이 같은 눈으로 그의 작은 반응을 지켜보고 나서 살짝 섹시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마치 밀림에서 온 여자 같았다.

그녀는 민우의 엉덩이를 입술로 부드럽게 애무하다가 결국 부드러운 자신의 혀를 그의 항문 안으로 깊숙이 집어넣었다. 그는 순간 어떤 물컹한 느낌을 느끼면서 마두에서 느껴지는 것과 다른 묘한 원초적 쾌감을 경험했다. 그녀의 혀의 빠른 놀림에 민우는 여자처럼 참을 수 없는 신음소리를 냈다.



"으아아아, 아, 아, 아, 앙... "



그녀는 드디어 민우의 몸 위로 올라가서 자신의 숲 속으로 그의 마두를 인도했다. 민우의 마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거칠게 고개를 저으면서 달려나갈 기세를 하고 있었고, 마두의 목에는 굵은 심줄이 붙어 있었다. 너무나도 건장한 마두의 자태였다.그녀는 허리를 움직였다. 코브라 춤을 추는 궁녀의 모습과도 같이 그녀의 허리는 음악에 맞추어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민우는 그녀의 유방을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그녀의 허리의 놀림을 감상했다. 그러나... 민우는 그녀의 출렁이는 허리의 놀림만으로도 능히 쾌감의 정상에 쾌속정을 탄 듯 빠르게 놓여지고 말았다.



"잠깐... 아, 잠깐만..."



하지만 민우는 이미 산 정상에서 아래로 내려와야만 했다.

철철철철... 민우가 산정에서 내려오고 나서 정신을 차렸을 때, 이브는 이미 어디에도 없었다. 민우는 자신이 꿈을 꾼 것이 아닌가 하고 눈을 비벼 보기도 했고, 자신의 알몸을 확인하기도 했다. 꿈은 아니었다. 민우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세우고 나서 지친 몸으로 수영장 내의 잔여 업무를 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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