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대학신입생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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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5,509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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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는 심한 갈증을 느끼며 눈을 떴다.

눈을 뜨자 세상이 핑하고 돌았다.

'윽...여기가 어디지?'

어딘가 술냄새가 가득한 어둑어둑한 방이었다.

'뭐가 어떻게 된건지....'

골이 띵했다.

진이는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 보았다.

자신의 방보다 작은 공간이었다.

책상 위에는 어지럽게 옷가지가 널려있고,

바닥에는 알몸으로 네댓명이 널부러져 있었다.

자리가 비좁아서인지 서로 대충 겹쳐서 자고 있었다.

진이는 그 광경을 멍하게 둘러보다가 화들짝 놀랬다.

"뭐...뭐야~~~~"

다 여자들이었다.

진이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질어질해서 어찌된 일인지 아직 파악이 되지 않았다.

급하게 몸을 일으키자 다시 머리가 띵했다.

진이는 자신도 알몸이라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자신의 옷을 찾았다.

방 구석의 행거에 자신의 옷이 곱게 걸려있었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밟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도대체 팬티와 런닝이 어디에 있는지는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팬티와 런닝은 포기하고 겉옷만 껴입었다.

여러사람의 신발이 널린 와중에서 자신의 신발을 간신히 찾아 발에 끼었다.

그리고 정신없이 밖으로 달려 나왔다.

'어... 여기가 어디지?'

모르는 골목이었다.

'다시 가서 물어봐야 하나?'

그러나 다시 들어가서 자고 있는 사람을 깨워 물어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우선 슈퍼에 들어가서 생수를 한병 샀다.

시원했다.

'큰 길로 나가면 어디인지 알 수 있을 꺼야.'

무작정 큰 길로 나갔다.

'집에 가는 버스가..'

303번이 다니는 것이 보였다.

"잠시만요~~"

황급히 버스를 탔다. 종점 근처라서인지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진이는 빈자리에 앉아서 다시 잠에 빠졌다.

누군가 잡아 흔드는 것이 느껴졌다.

'아 좀.. 가만히좀 내버려둬...ㅜㅜ 잠 좀 자자.'

버럭 짜증이 났다. 그러나 짜증내는 것조차 하기 싫었다.

손 끝 하나 까닥 하기 싫었다.

그러나 그 손길은 무자비하게도 멈추지 않았다.

'정말 잔인하다..'

진이는 속으로 징징 대며 눈을 떴다.

이번엔 자신의 방이었다.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다.

마치 자신의 손이 아닌양 손에 감각이 하나도 없었다.

"일어났어?"

동생이었다.

"엄마가 밥먹으래."

"나 토할 것 같아서 한끼 건너 뛰면 안되냐고 말씀 좀 드려."

진이는 쉰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

온몸이 파김치 같았다.

"음, 그러다가 쫓겨나도 나 책임 안진다."

동생은 비정했다.

사실 진이네 집에서 식사를 건너 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아침이라도 아무리 지각을 했어도 정해진 식사시간에 밥은 먹어야 했다.

"아 씨.."

진이는 뒷머리를 글쩍이며 아래로 내려갔다.

북어국이었다.

"내가 남편한테도 안끓여주던 술국을 아들에게 끓여 바쳐야 하니?"

식탁에 앉자마자 엄마가 핀잔을 주었다.

"엄마 나 힘이 하나도 없어."

"잘하는 짓이다."

"오늘 약속이 있는데 나갈 수나 있을까..."

"하루종일 쳐 자빠져 자다가 일어나 한다는 소리가 약속이 있다는 게야?"

중간에 동생이 불쑥 끼어들었다.

"오늘이 며칠인지나 알어?"

"어, 2월 15일."

"미친다 내가. 형 오늘 2월 17일이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분명히 신환회는 2월 14일이었다.

"응? 그럼..지금 밤이냐? 아침이냐?"

"알아서 하세요, 형님."

할말이 없었다. 얼마나 시체처럼 쓰러져 있엇던 것인지..

"술 조절 못할 꺼면 앞으로 과 모임 나가지 마라."

어머니가 엄하게 말씀하시는데 반박할 수가 없었다.

"네..."

건수 잡혔다..ㅜㅜ

 

 

북어국을 먹자 몸에 기운이 돌았다.

까딱하다가는 신문에 실릴 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어떻게 집에는 잘 찾아 왔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침인지 저녁인지는 곧 알 수 있었다.

날이 밝아 왔기 때문이다.

동생의 이야기론 신환회를 하겠다고 집을 나갔다가 다음날 저녁이 되서야 돌아와 놓고는

집에 돌아와서 하루종일 내쳐 쓰러져 잤단다.

하도 시체처럼 쓰러져 자길래 옷도 갈아입히지 못했다는 소리도 했다.

온몸에서 술냄새가 인이 배겨 있었다.

처음 술을 마셔봤는데 내가 술을 마신게 아니라 완전 술이 나를 마셔버렸다.

씻기 위해 옷을 벗는데 속옷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혁대도 안경도 없었다.

'윽.'

꿈인지 알았는데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나 보다.

술먹고 쓰러지자 아무래도 선배 중 한명이 나를 데려가 재운듯 했다.

그래도 왜 알몸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났다.

그리고 주변에 알몸으로 쓰러져있던 여자들도...

아무래도 뭔 일을 저지른 것 같았다.

'아이구 두야..'

앞으로는 내쳐 잠수를 타야 할 듯 싶었다.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한 건 제대로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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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에 가자는 연락이 왔지만 도끼눈으로 지켜보는 엄마를 피해 갈 형편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친구들을 만나기도 뭐했다.

친한 친구 녀석은 연락이 되지 않았고,

내가 사교적인 사람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먼저 연락이라도 온다면 모를까 내가 먼저 연락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그리고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눈 깜짝 할 사이에 입학식날이 되었다.

대학교 입학식은 그저 지루했다.
 
자리에 앉았다 일어났다 몇번 하다가 보니 금방 끝났다.

게다가 부모님도 오지 않았다.

큰 형과 둘째 형 입학식 때까지는 보러 갔지만

별게 없었다는 이유였다.

20분만에 입학식을 마치고 수강신청을 확인하러 과방에 갔다.

수강신청을 선배들이 해준다고 했기 때문에 당장 내일부터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수강신청 과목을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야, 오랜만이다."

누군가 진이의 어깨를 툭 쳤다.

돌아보니 알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누구..."

"너 국문과 맞지?"

"에.."

"난 신정호야. 앞으로 잘 지내자. 과방가는 길이지?"

"어... 그래. 반갑다. 근데 날 어떻게 알아 봤어?"

"널 몰라보는 사람도 있을까? 너 이름도 아는데. 너 전현진이지?"

"어..."

"신환회 때 사람들 붙잡고 자기소개를 얼마나 열심히 하던지."

"어, 그랬나?"

"너 그날 장난 아니었어."

진이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기억이 안 났기 때문에 여태까지 떳떳할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술취해서 별짓을 다 저지른 모양이었다.

그래, 딴이야기 하자. 딴 이야기.

"너도 수강신청 확인하러 가는거야?"

"아니 그냥 심심해서. 난 여기 기숙사 살게 되어서 맨날 과방 나갔거든."

"어 그래?"

"넌 신환회 이후 첨 오나 보다?"

"어... 집에서 난동피워서 외출 금지 당했었어."

뭐, 100% 사실은 아니지만 대학교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되었다는 면에서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게 술 좀 작작 마시지.."

이...이런 다시 이야기가 신환회 이야기로 간다...

"아..아니.. 근데 너 수업 뭐 들어?"

"선배들이 알아서 넣어줬지. 아마 오늘도 수업 있을껄?"

"입학식 날인데?"

"그러게 신환회 때 설명 좀 잘 듣지 그랬냐?"

"아, 술에 좀 취해서.."

"그게 좀이냐?"

역시 또 신환회로 가는 이야기...

말을 말아야지..ㅜㅜ

"그래, 그날 어떻게 되었냐?"

"나 기억하나도 안 나..."

"너 술집바닥에 껌처럼 달라 붙어 있었던 것도?"

"어.. 그랬나?"

"나중에 선배들이 너 업고 갔는데.."

"몰라. 기억 안 나."

사실은 어슴프레 기억이 나기도 한다.

맨밥을 안주로 소주를 연거퍼 원샷했었지.

맨밥이 그렇게 달다는 사실을 그날 처음 깨달았었다.

그러고 보니 술자리에서 다른 안주를 먹어본 기억이 없다!

"나 정말 심했냐?"

"그럼~, 그럼 너 난동부린 것도 기억 안나냐?"

"나...난동..."

"장기자랑 한다고 나가서 "분수쇼!"라고 외치고 분수처럼 오바이트를..."

"그..그만하자."

'나 정말 뭔 짓을 한 걸까..'

"게다가 다시 나가서 노래 부른다고 앞에는 다 생략하고 후렴구만 20번 넘게 불렀.."

"으으으"

"다들 술마시는데 갑자기 "안녕히 주무세요." 하고 인사하고

술집 테이블 위에 올라가서 드러누워서 잤잖아.

테이블 위에 술잔하고 안주랑 다 바닥에 떨어지고..."

"그만! 거기까지!"

'아아아, 엄니 아무래도 저 딴 대학 다시 시험보면 안될까요?'

"그뿐인 줄 아냐?"

"또 있어?"

"무술할 줄 안다고 하면서 취권이라고 바닥과 붙었잖아."

"......."

"그리고 그날 처음 본 희연선배 사랑한다고 큰소리로 고백을..."

숨이 턱턱 막혀 왔다.
 
다행히 과방까지 다 왔는데 들어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진이가 그렇게 머뭇거리고 있음에도 정호는 신경도 쓰지 않고 벌컥 과방으로 들어갔다.

진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래도도 수업은 확인해야겠길래 따라서 들어갔다.

다행히 과방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어수선했다.

다행히 다들 수강신청 확인하러 와서 정신이 없나 보았다. 이틈에 얼른....

"드디어 현진이가 왔습니다."

'신정호 이자식!'

시끄러웠던 과방이 갑자기 조용해 지면서 다들 진이를 쳐다 보았다.

'아마 요 뒤에 쥐구멍이 있었던 걸로..'

아마 3초정도는 쥐죽은듯 조용했으리라.

그러나 진이에게는 일만년 같은 시간이었다.

"어머, 이게 누구야?"

문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있던 여성분이 일어섰다.

"진아 오랜만이네."

이 여자분은 또 누구신지..

"과방엔 오랫만에 무슨 일로 온거니?"

"아! 수강신청 확인해 보려구요.

선배들이 해준다고 그래서 아직까지 무슨 수업들어야 하는 지도 몰라요."

주변은 진이와 그녀의 대화에 집중하는지 아직도 조용했다.

그리고 저 얼굴표정들은.... 딱 니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있다는 눈빛들...

'얼른 이자리를 벗어나야 할 터인데....'

"아, 그건 여기에 있지~~~."

선배의 목소리도 왠지 웃음기가 가득했다.

"근데 왜 약속을 안지켰니?"

'이건 또 무슨 시러배 까먹는 소리래?'

"저기 제가 기억이..."

그러자 그녀의 얼굴은 웃는 얼굴에서 살기를 내비치기 시작했다.

관자놀이에 실핏줄이 살풋 꿈틀거리는게 아무래도 중요한 약속이었던 것 같았다.

"기억 안나?"
 
"네. 제가 술에 많이 취해서..."

"어머 그럼 기억나게 해줘야겠네. 호호호."

갑자기 등뒤가 서늘해졌다. 이대로 잇으면 안될 것 같았다.

"저 선배 목 안말라요? 저 목이 되게되게 마른데요..

어디가서 시원한 음료수라도 한 잔 할까요?"

"기.억.도. 안.나.는. 선.배.랑. 무.슨. 음.료.수.를. 마.신.다.고. 그.러.니?"

"하하하하하하;;;;"

왼팔은 그저 도울 뿐.. 아니 얼굴은 그저 웃을 뿐.

진이는 그녀를 잡아 끌며 과방을 나섰다.

그녀와 나서자 왠지 과방 안이 시끄러워 지며.."오오~~'하는 탄성이 귓가에 들려왔지만

애써 무시했다.

'내가 도대체 뭔 짓을 저지른거야!!!'

진이는 뭉크의 유명한 그림처럼 속으로 절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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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춘삼월 관악의 날씨는 매서웠다.

그런 까닭에 시원한 음료수는 자하연의 따뜻한 커피로 종목을 바꾸었다.

여태까지 자판기 커피만 마셔보았지 원두커피라는 걸 마셔본 적이 없었던 진이는

300원짜리 커피에 듬뿍 프림과 설탕을 넣었다.

실은 손이 벌벌 떨려서 생각보다 많은 양이 섞여들어간 것이었지만 말이다.

"너 내 이름도 모르지!"

"그게 그러니까 말이죠..."

"무슨 약속을 했는지도 까먹었지."

"......."

유구무언이 이런 기분일까. 진이는 그저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마치 탈출구 없는 미로에 갇혀버린 기분이었다.

"그날 왜 그렇게 나가버린거야? 방에 안경이랑 속옷이랑 다 두고."

그래, 그녀는 그 방의 주인이었던 게다.

"아, 그럼 선배가..."

"그래 기억났어?"

"분명히 일어날 때 내 오른편에 팔배게 하고 누워있던 납작가슴...헙.."

이미 늦었다. 그녀의 눈초리는 귀신 풀푸랑 할망탕구의 눈빛이 되어있었다.

눈빛에 제압당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진이는 그 순간 경험할 수 있었다.

'할머니, 부처님, 예수님.. 저를 지켜주세요..'

진이는 속으로 한없이 되내었다.

한마디로 쫄았다.

그녀는 아직도 뜨거운 커피를 한 입에 홀랑 다 마시고는 종이컵을 와락 구겼다.

'흡...'

진이는 군기든 이등병처럼 온몸을 잔뜩 굳혔다.

"현진이 너, 어쨌든 나 한 시간 있다가 전공 수업 끝나니까 그때 보자."

그녀는 되물을 기회조차 없이 서슬퍼런 말을 던져놓고는 총총총 사라졌다.

'아 시껍했다. 역시 대학물 먹은 사람은 다르구나...

근데... 어디서 보자는 이야기야?'

진이는 이 허무맹랑한 약속을 지켜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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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집에 일찍 가서 내일 수업들을 분량을 예습해야지.'

라는 신입생으로서 훌륭한 계획을 세워놓았건만 그것은 이미 물건너간 것이었다..

진이는 자하연의 밴치에 앉아 오들오들 떨면서 빨리 한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1동 건물이 바로 앞이고 그 건물에 과방이 있기 때문에

과방에 들어가서 기다려도 된다고 생각을 하긴 했지만..

아까의 분위기상 과방은 이제 금지로 변했다.

그래도 연못이라고 주변에 벤치가 있어서 

진이는 자하연 주변의 벤치에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아직 발밑에는 녹지 않은 눈이 쓰레기처럼 길 가에 엉겨붙어 있었다.

자하연조차도 다 녹지 않아서 반쯤은 얼어있었다.

게다가 진이는 오늘 한껏 멋을 부려본다고 얇은 옷을 입고있었다.

덕분에 무지무지 추웠다.

'아나, 이게 무슨 꼴이야.'

진이는 속으로 투덜투덜 거렸지만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여선배의 눈초리가 무서웟던 까닭도 있지만

그날 그 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꼭 알아야 했다.

'이건 순진한 총각의 순결이 달린 문제야.'

입술이 파랗게 변했지만 본인은 의식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현진이니?"

"누구세요?"

"야, 오랜만이다. 나 기억안나?"

혹시나 과사람?

"전혀 모르겠거든요? 저 아세요?"

진이는 아래위로 훑어보며 대답했다.

이뻐보이긴 이뻐보였다. 키도 늘씬하게 큰 것이 학교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서울대 하면 떠오르는 것은 일반적으로 공부만 열심히 하는 범생 스타일.

뿔테안경과 피곤에 절은 파리한 얼굴.

일반적으로 그런 여성들을 일컬어 오크녀라고 한다.

그러나 진이를 부른 그녀는 그렇지 않았다.

키가 172인 진이보다 더 커보이는 키.

하얀 피부에 긴 머리가 청순해 보였다.

그리고 춥지도 않은지 밝은 재킥에 발목까지 늘어진 차랑차랑한 아이보리색 치마는

그러한 청순함을 더욱 빛나게 했다.

"너랑 동기. 99학번 이지현."

"어? 반갑다. 난 전현진."

"풋~, 너 기억안나?"

"어? 무..무슨..?"

"너 술집에서 나 붙잡고 그 인사 꼭 17번 했어."

ㅡㅡ;;

"그걸 다 세고있냐.. 술취해서 기억도 안나는 사람인데."

"음, 다시 보면 꼭 말해 줘야지 하고 셌거든?"

"그날 일 정말 하나도 기억안나. ㅜㅜ"

"기억이 안나는게 좋은 거야. 기억났으면... 음.. 아마 저기 저 연못에 뛰어들었을껄?"

"사실 아까 신정호인가? 하는 애가 약간 말해주긴 했어."

"저런. 안됐다. 그래서?"

"기억이 안나니 남 이야기 듣는 것 같고 그렇지 뭐."

"후훗~ 안그래도 과사람들이 너 다시 한번 얼굴보면 또 술먹여보자고 공모하고 있었는데~~."
 
"오우 노~~!!!!"

"근데 여기서 뭐해? 과방에 안들어 가고?"

"염치가 없어서..."

"에이 어차피 깨질꺼 걍 한번 당하고 마는게 낫지. 안 그래?"

"몰라.. 오늘은 그냥 여기 있을래."

"안추워?"

"나보다 니가 더 추울것 같은데?"

"헤헷, 나도 추워. 따뜻한 커피나 한 잔 할래?"

"아니 좀전에 한잔 마셨어."

"누구랑?"

"이름도 몰라. 그냥 내가 가서....."

진이는 왠지 첫날밤부터 여자방에 가서 잤다는 소리를 하면 안될 것 같았다.

'이미지를 더 말아먹을 일이 있나...'

"그냥 과선배. 기다리는 중이야."

"혹시 희연선배 아니야? 너 그날 선배들이 누가 젤 이쁘냐고 물어보니까

희연선배 좋다고 그래서 신방을 차리라고 다들 희연선배 옆에 너 앉혔잖아."

"어? 어 그랬구나."

진이는 그제야 대강 집작을 할 수 있었다.

'설마 내가 먼저 좋아한다고 그랬을리가 없지.. 암.. 누가 물어보면 분위기 탓이었다고 하면 되겠네."

"술자리 마친 후에도 너 정신 못차리니까 희연선배가 나중에 딴말 못하게 찜해 놓는다고 데러갔는데~~"

컥!

"그 이후에 어떻게 됐어?"

"모.......몰라. 기억 안나."

"하긴 구경한다고 한 3-4명 따라 갔으니 무슨 일이 있었겠니?"

ㅜㅜ

진이가 술김에 방을 나오면서 본 장면이 진이의 머리속에서 오버랩 되었다.

'일이 있었지 있었어.'

"음~, 그럼 기억나면 말해주기! 어때?"

"남의 일에 관심 끊지?"

"에~ 기억나는구나? 찔리는 거 있구나?"
 
'이 여자가 왜 이래. 남은 못살겠구만..'

"찔리는 게 어디에 있어. 걍 기.억.이. 안.나!"

아까 과방에서 배운 스킬이다. 더이상 이야기 하지 말자는 끊어읽기 신공!

"그러니까 기억나면 이야기 해 달라고."

강적이다. 안통한다.

"사생활이야. 말 안해,...ㅡㅡ;"

"풉, 너 귀엽다. 걍 말해 준다고 해놓고 평생 말 안해줘도 내가 뭐라 하겠니?

그냥 기억이 안나나보다 그러는거지.. 뭘 그렇게 정색해? 그러니까 정말 의심스러운데?"

"으으"

'그래 나 쑥맥이다. 뭐 보태준거 있냐?'

"현진아."

내가 한마디도 못붙이고 있는데 누가 나를 불렀다.

선배였다.

'다행이다. 이 자리를 벗어나겠구나.'

우리과 사람을 만난 게 잘못이었던 거다.

아닌척 해도 실은 나를 놀려먹을 준비는 다 되어 있는 사람들인데 친한척을 한다고 넘어가다니.

"어? 희연언니 안녕하세요?"

"넌 여기 왠일이야?"

갑자기 희연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졌다.

'그나저나 역시 저 선배 이름이 희연선배였구나. 근데 내가 무슨 정신으로 저선배가 가장 이쁘다고 했을까?

솔직히 지금 옆에 있는 지현이가 더 이쁘다.'

날카로워진 희연의 눈초리는 생각지도 않고, 엉뚱한 생각만 하는 진이였다.

"현진이가 여기 계속 쪼그리고 있더라구요."

"여기서?"

갑자기 희연의 얼굴이 진이 쪽으로 돌려졌다. 마치 왜 그랬냐고 따지는 눈빛이었다.

"어디서 만나자는 말도 없이 가면 어떻게 해요. 그자리에서 기다려야지.ㅜㅜ"

화를 내야 할 건 진이였지만 역시 그 눈초리의 압박에 되려 당황하며 대답했다.

"당연히 과방에서 기다릴 줄 알았지."

"그..그런게 어디 있어요?"

진이가 용기를 내어 따졌지만 희연은 태연했다. 마치 잘못은 니가 했다는 식의 얼굴이었다.

"원래 다 그런거야. 참, 그럼, 현진이랑 약속이 있어서 이만~"

진이는 '저건 분명 말 돌리는 거다' 싶었지만 표현은 못했다.

어차피 과방에서 기다리라고 했어도 여기 있었을 것 같았다.

어딜 감히 과방 같은 데를 내가 들어가겠는가.

"근데 희연언니. 현진이랑 무슨 약속이에요? 오늘 과 개강 파티 한다던데."

"낭군을 내가 챙겨야지 그럼 여기 두리? 맛있는 거나 좀 먹이려고 그런다 왜."

커...커컥..

그러나 진이가 옆에서 나뒹굴던지 말던지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의 대화는 이어졌다.
 
"그럼 개강파티 오실꺼에요?"

"원래 첫날 하는 개강파티는 소규모야. 진짜는 금욜날 하는 거지."

"아, 네."

"뭐, 있다가 끌리면 가구."

"현진이도 데려오실꺼에요?"

"상황봐서~ 그럼 이만 간다~"

"네, 현진아 나중에 볼수 있으면 보자~"

"어, 어..."

진이는 왠지 목에 개목걸이가 채워진 들개와 같은 기분을 느끼며 희연을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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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는 서울대 주변을 돌아다녀본 일이 없다.

그저 신환회 때 술집까지 내려온 게 전부.

그러나 학교에서 술집 한 번 가려면 멀기도 멀구나 싶은게 그 때의 느낌이었다.

그래서 희연이 가는 뒤를 강아지처럼 쫄래쫄래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눈에 보인 것은 왠지 기억이 날 것 같은 슈퍼.

"선배 여기 혹시..."

"응? 내방 가는 길인데 여긴 기억나나 보다?"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너 이상한 생각하는 거 아니지?"

갑자기 희연의 얼굴이 이상해진다 싶더니 장난끼어린 얼굴로 물어봤다.

진이는 화들짝 놀랐다.

"무..무슨 이상한 생각요? 저..전혀요!"

"왜 그렇게 놀래실까?"

그녀의 입술언저리가 살짝 말려 올라간 건 분명 웃음이었다.

"아니 그게 아까 막 낭군이라고 그러고, 지금도 이렇게 팔을 붙잡고있고 그러니까..."

"오호라, 그래서 이상한 생각을 하고있다 이거구나?"

"아..아니 그게 아니라..."

"빨리 올라와. 너 잊어버린거 챙겨가야지."

"아, 네..."

진이는 뻘쭘했다.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혼자 쇼를 한 기분이었다.

"뭐, 굳이 하자고 하면 할 수도 있고."

"에..에?"

대화를 하며 이마에 맺혔던 진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한여름도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꿀꺽..

진이는 괜히 목이 타서 마른침을 삼켰다.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았었는데 다시 가보니 그녀의 방은 하숙이 아니라 원룸이었다.

기억대로 크지 않은 크기였지만 둘이 있기에 작지만은 않았다.

"아침에 바빠서 말이야."

희연은 방에 들어서자 마자 무었인가를 주섬주섬 치워서 구석의 상자에 넣었다.

흘깃 보니 그녀의 팬티와 브래지어였다.

아침에 옷을 꺼내 입을 때 늘어 놨었던 듯 싶었다.

진이는 못본 척 방을 둘러 보았다.

처음 보는 여자방이었다.

사실 진이는 남자 형제만 4명이었다.

현진이라는 이름도 딸하나만 낳기를 바랬던 부모님의 소망이 들어 있는 이름이었다.

그러나 결국 마지막 동생까지 다 아들.

남들은 배부르겠다고 부러워하지만 어머니는 항상 내편이 하나도 없다고 투덜거리셨다.

그런 진이에게 여자라는 동물은 어쩌면 새로운 세계였다.

연년생의 남자형제들. 그리고 남중, 남고.

게다가 형제들이 많았기 때문에 집밖으로 돌아다니지도 않았고,

고등학교 때 서클활동도 안해봤기 때문에 

뭘 모르는 국민학교 시절 잠시 여자애들과 어울린 이후 또래의 여자와 이야기 해본건

신환회 때가 처음이었다. 물론 술도 처음이었다.

그래서 진이는 그날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자, 여기."

희연이 예쁘게 개어진 진이의 속옷을 내밀었다.

"그냥 가지고 있긴 그래서 싹 빨았어."

"아, 감사합니다."

"얘는?"
 
희연이 아까부터 살짝 애교를 부리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학교와는 또다른 느낌.

그녀에 대한 평가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다.

사실 희연이 못생긴 얼굴은 아니었다.

오히려 귀엽다고 해야 할까?

160정도의 알맞은 키에 눈망울이 커서 꼭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게 만드는 얼굴이었다.

다만 저 입매에 미소가 사라지고, 큰 눈이 새초롬하게 삐쳐 올라가면

알지 못할 살기가 쭈삣하게 만들기도 한다만..

"책이 많네요?"

"에이, 다른 애들은 더 많아."

"그래도 전 이정도도 안 읽었는데요?"

사실... 거짓말이었다. 진이도 나름 학교에 들어오기 전에 한창 시립도서관에 찾아다니며

책을 많이 읽었다. 책이 좋지 않으면 국문과에 들어왔을 리가 없었다.

"밥 먹을래?"

"아. 아뇨.. 아직 식사때도 아니고.."

"....."

서로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진이는 여기서 이렇게 있는 것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남자가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데..

여자랑 이야기를 제대로 해 본 적이 있어야 대화를 이끌 수 있을 텐데 그저 답답하기만 했다.

한 5분간 서로 말없이 앉아 있었을까?

서로 눈빛이 마주치는 것까지 왠지 부끄러워서 멍하니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진이는 결국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앉은 자세가 좋지 않았는지 다리에 찌르르 전기가 왔다.

그동안 피가 제대로 통하지 않았던가 보다.

"큭...."

일어서다 말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왼쪽발을 뻗고 있는 진이의 모습에 희연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하.. 쥐났지?"

"아, 지금 말시키지 마요. 정말 아파요."

"이러면 좀 나으려나?"

"아, 제발요... 가..가만히.. 으아아......"

희연이 장난으로 진이의 왼쪽발을 꾹꾹 찌르자 진이는 비명을 지르다가 모로 쓰러졌다.

장난을 치던 희연의 위였다.

그순간 그렇게 전기가 오고 아팠던 왼발이 갑자기 아무 문제 없이 아프지 않게 되었다.

진이는 침을 꿀떡 삼켰다.

희연은 놀란 얼굴로 진이를 보다가 그대로 눈을 감았다.

'이럴려고 그런 건 아닌데?'

그래도 눈을 감은 희연의 얼굴을 보니 왠지 흔들렸다.

이뻐 보였다. 진이는 얼굴을 희연에게로 가까이 숙였다.

진이 자신의 입술은 말라서 거칠하다면 희연의 입술은 장미꽃잎과 같은 느낌이었다.

손끝으로 장미 꽃잎을 꾹 쥐어본 사람은 알 테지만 장미 꽃잎은 매우 부드럽고 통통하다.

진이는 떨리는 마음으로 혀를 내밀어 그녀의 입술을 살짝 훔쳤다.

맛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다.

혹시나 기분이 나쁠까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의 혀가 희연의 입술을 두어번 간지르자 희연의 입이 열렸다.

그리고 희연의 혀가 열렬하게 마중 나왔다.

두사람의 혀가 맞붙고 서로를 쓰다듬었다.

입술이 좀더 가까이 다가 붙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몰랐다.

그저 서로 입술을 탐하기 위해 세상을 잊었다.

희연의 감은 눈이 잔떨림을 보였지만 진이는 보지 못했다. 그도 눈을 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이의 오른손이 희연의 허리로 스르륵 감겨졌고, 왼손이 희연의 머리를 받쳤다.

더 깊이 서로의 맛을 보았다.

희연도 양손으로 진이를 꼭 끌어 안았다.

2번 얼굴을 보았을 뿐인데, 벌써 이번이 두번째였다.

하는 짓을 보면 카사노바처럼 잘노는 애도 아닌데 키스만은 너무 능숙했다.

희연이 이전에 사귀었던 사람들을 다 합쳐도 진이가 나았다.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기분이었다. 힘이 쭉 빠졌다.

"괜찮아요?"

진이가 가만히 물어보았다.

'그런건 물어보는게 아닌데.'

희연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저 고개만 끄덕여 주었다.

진이가 대답을 들어야 마음이 편하다면 편한대로 해주고 싶었다.

허리에 감겨있던 오른손이 위로 올라와서 가슴을 쓰다듬었다.

'납작가슴'

진이가 학교에서 했던 말이 되살아났다.

부끄러웠다. 자신의 컴플렉스였다.

진이의 오른손이 옷안으로 파고 들었다.

진이의 손은 참 따뜻했다.

지난 번 술자리에서 진이의 긴 손가락만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고 잇었던 것이 기억났다.

피아니스트의 손처럼 진이의 손은 손가락이 매우 길고 쭉 뻣어 있었다.
 
진이의 손처럼 섹시한 손은 처음 보았다는 것이 희연의 감상이었다.

진이는 브레지어 때문에 당황하고 있었다.

브레지어를 올리고 가슴을 만지려니 꽉끼인 브레지어 때문에 희연이 답답할 것 같았다.

그렇다고 브레지어를 풀려니까 등뒤에 후크가 있어서 잘 풀리지 않았다.

영화 같은데서는 한 손으로 잘만 풀던데 진이는 그 주변을 더듬대기만 했다.

그렇다고 쪽팔리게 희연보고 풀어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결국 진이는 브레지어를 푸는 것을 포기하고는 다시 그녀를 꼭 안고는 키스를 했다.

나중에 푸는 연습이라도 해야지 싶었다.

희연은 진이가 조금 더듬거리다가 다시 키스만 하자 아쉬웠다.

온몸이 찌르르 울리고 있었다.

허리로부터 아릿한 기운이 전신에 퍼져있었다.

사타구니에 진이의 것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으로 자신을 꾹 눌러주었으면 좋겠는데 진이는 그러지 않았다.

자꾸 그러지 않으려고 하는데 허리가 위로 들렸다.

다리로 진이를 꽉 껴안고 싶었지만 이상한 눈으로 쳐다 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떄문에 결국 그러지 못했다.

그저 진이의 몸에 조금이라도 더 달라붙는 것이 최선이었다.

진이는 키스를 하면서 자꾸 신경이 쓰였다.

그녀석이 자꾸 그녀의 몸에 살짝 살짝 닿았다가 떨어졌다.

문제는 그녀석이 바지 속에서 커진 것은 분명한데 위치가 잘못되었는지 아팠다.

손을 아래로 내려 위치를 다시 잡고 싶은데 희연이 이상한 놈으로 볼까봐 그러지도 못했다.

희연의 몸에 그녀석이 닿는것도 두려웠지만 이미 어느 정도 희연도 그녀석이 서있다는 것은 알고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그녀의 몸에 좀 눌린다 싶으면 머릿부분이 바지에 강하게 눌려서 그녀석이 꺽인다고 비명을 질렀다.

진이는 허리를 그녀에게서 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그녀의 허벅지가 아래에서 부터 쫓아와서 그의 아랫도리에 자꾸 닿았다.

진이는 결국 희연에게서 얼굴을 뗐다.

희연은 아직도 눈을 꼭 감고 있다가 진이가 얼굴을 떼자 그제야 눈을 떴다.

그녀의 얼굴에서 의문부호가 느껴졌다.

진이는 아쉬움을 뒤로 하며 몸을 일으켜 얼른 그녀석의 위치를 바로잡았다.

진한 아쉬움이 남았지만 분위기가 더 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희연은 몸을 일으켜서 진이의 품안에 안겼다.

희연의 작은 몸이 진이의 품안에 쏙 들어왔다.

"그날 어떻게 된건지 좀 말해 주실 수 있어요?"
 
"피, 니가 알아내렴."

"분명 일어났을 때 누나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구요."

"바람둥이."

"네?"

"몰라."

"........"


희연은 한사코 그날의 일을 말하지 않았다.

진이는 사실 그게 궁금한 것은 아니었고 분위기를 돌려보기 위해 했던 질문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상관은 없었다.

다만 그녀석이 발딱 서서 울면서 보채고 있는 것이 느껴져서 진하게 아쉬웠을 뿐이었다.

참기 힘든 느낌이 온몸에 가득했지만 인내하고 또 인내하는 수밖에 없었다.

제반 상황 상 그날 분명히 일을 저지른 것 같긴 한데 기억이 없었다.

진이가 기억을 가진 채 총각딱지를 떼는 날은 '꽝 다음기회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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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사이트에 올리던 글입니다. 오늘 완결을 짓게 되어서 여기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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