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여인추억2부2권-11 은밀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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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823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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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은밀한 대화

중개인의 이름을 쓰찌다라고 했다. 전쟁 때 군에 입대해서 남쪽 지방에서 전쟁을 치르다가 종전 후 복원된 사람이었다.

“그럼 남쪽 지방에 가있었습니까?”

마사오가 그렇게 물었을 때부터 이야기는 전쟁 때 남자가 경험한 이야기로 바귀었다. 젊은 마사오에게는 자신의 독특한 체험을 이야기하는 것을 쓰찌다는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말투에는 어딘지 장사꾼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나는 전쟁에는 참가했지만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다네. 이봐 학생, 자네도 알아 두는 것이 좋을 거야. 전쟁에 참전해도 모두 적을 죽일 수 있는 것은 야냐. 이쪽 병사의 수만큼 적을 죽인다면 전쟁에서 당연히 승리할 수 있겠지. 그러나 내 생각에는 전쟁에 참전하여 사람을 죽인 경험을 가진 사람은 열 명 중 한 사람일 정도일 거야. 때로는 상부의 명령에 의 해 상대편 주민을 몰살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 그러한 경우에는 사람을 죽일 확률이 높지만 평균적으로는 열 명 중 한 사람 정도이고, 전쟁에 참전하더라도 의외로 살인을 하지 안흔 경우가 더 맣거든.”

오까모또와 하루에의 속삭임이 그때 겨우 끝이 났다.

마사오는 쓰찌다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렇기도 하겠군요. 그래서 전투상황이 되면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도 총을 일부러 빗나가게 쏘는군요. 그런 일이 실제로 있는 것입니까?”

“그럼.”

간단명료하게 쓰찌다는 대답했다.

“그런 놈들은 대부분이 신병들이지. 그리고 자기 쪽에 절대 안전한 경우이면 그런 일이 발생한다네. 자기 쪽도 위험할 때는 흐리멍텅한 행동은 할 수 없는 것이거든. 나도 한번 일부러 총을 일부러 빗나가게 쏜 적이 있네. 공포를 쏘고 위협하면 상대는 반드시 도망가기 마련이지. 상대가 도망가면 싸우지 않아도 되지 않겠어? 그런 생각에서 그렇게 했는데, 실제로 상대가 도망가 버렸지. 그때 아마 명중시켰다면 그 녀석은 도망가지 않고 나를 향해 덤볐을 거야. 그러면 오히려 내가 죽었을 지도 모르지. 전쟁에서의 생사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 것이니까.”

오까모또가 마사오의 팔을 잡았다.

“이봐, 미야자끼!”

“나, 하루에와 함께 섬으로 갈 거야.”

깜짝 놀라는 마사오를 보고 하루에는 미소를 지었다.

“당신도 가지 않겠어요? 섬에서는 돈은 필요없어요.”

“같이 가자. 빨리 돌아가야 할 필요는 없잖아?”

오까모또는 마사오를 재촉했다.

이번에는 갑자기 결정된 고향행이기 때문에 집에도 다에꼬에게도 내일의 도착을 알리지 못했다.

“곧장 돌아가야 할 이유는 없지만......”

“그러면 섬으로 같이 가도록 하자구.”

마사오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들판에는 노을이 지고 있었다. 이제부터 열차는 어둠 속을 아침까지 계속 달리게 된다.

“으음.”

마사오는 오까모또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성급하게 결정할 필요는 없지 않아? 세토우치에 도착할 때는 아침이니까 그때까지 천천히 생각해보자.”

“그래, 그래”

“그런데 너희들 서로 귓속말을 속삭이더니 겨우 그런 이야기들을 나눈 것이니?”

“그래.”

이번에 오까모또는 마사오에게 귓속말을 했다.

“이봐, 하루에는 바람을 피운 뒤 애인에게 새로운 남자가 훨씬 멋졌다고 말을 했다는 거야.”

“너도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며?”

“그래. 재미있지 않아? 이 하루에는 남자에게 그렇게 말하고 헤어졌지만 나는 여자에게 그런 말을 듣고도 헤어지지 않은 거지.”

“정말이야.”

“그렇다니까.”

“모욕적인 말을 들었는데도 그 여자를 안을 수가 있었단 말이야?”

“지금은 헤어졌지만 그 말을 듣고 금방 헤어진 것은 아니야. 하루에의 남자는 당황해 하면 금방 떠나갔지만 나는 달랐지.”

“그래?”

“너는 여자에게서 그런 말을 들은 적 없어?”

“없어.”

“어느 쪽이 멋지다고 생각해?”

“잘 모르겠지만 그런 말을 한 여자와 그 남자와의 관계가 어떠했는가에 따라 차이가 있지 않을까?”

“내 경우에는 말이야.”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였다. 오까모또는 상체를 앞으로 구부렸지만 그것만으로는 앞에 앉은 마사오의 귀에까지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마사오 역시 상체를 앞으로 구부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고 이상적인 여인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결혼까지도 생각하고 있었어.”

“너에게 그런 애인이 있었어?”

“그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있었지. 헤어진 지 얼마 안 돼. 그래서 방학이 되어 곧바로 고향으로 가게 된 거지.”

“그 여자, 도오꼬 여자야?”

“그래. 여자대학에 다니고 있고, 나보다 한 살 아래의 3학년생이었어.”

오까모또는 일 년 재수를 해서 대학에 다니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겉모습에서 나타나고 있어, 마사오 등의 현역 입학자들과 비교해 보면 어딘지 성숙해 보였다.

“집도 도오꾜야?”

“응. 도오꾜에서 태어난 아가씨였어.”

“그런 여자를 잘도 유혹하였군.”

“친척 여자애의 친구였어. 그래서 그 애에게서 소개받아 설로 알게 된 것이지.”

마사오와 오까모또가 서로 이마를 맞대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하루에도 옆으로 끼어 들었다.

“처음에 어느 쪽이 먼저 유혹을 했지?” “그건 물론 남자인 나였지.”

강하게 강조하면서 오까모또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렇게 해서 나와 그녀의 사이는 급진전적으로 발전했어. 그녀는 진짜 처녀였어.”

“음. 순정이었던 셈이군.”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래서 난 그녀를 진정한 애인으로 생각했어. 술집이나 다방여자들과 가끔은 어울리기도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단순한 놀이상대에 지나지 않았거든. 그녀와는 아주 진지한 마음으로 만났지.”

“그래서?”

“그녀를 처음 품었을 때가 작년 봄이었고, 그녀가 나와의 관계에서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가 가을이었지.”

“관계는?”

“일 주일에 한 번이나 두 번 정도였는데. 그렇게 자주 관계를 가졌다고는 생각되지 않았어.”

“그건 그래요. 나도 그 정도였어요.”

“하루에가 맞장구를 쳤다.

“그런데?”

오까모또의 이야기의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번 봄방학 때 그녀는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새로운 남자를 만나게 된 거야.”

“그래?”

“물론 그녀가 말하지 않는 한 나는 몰랐을 거야. 봄방학이 끝나고 새학년이 시작되었어도 그녀는 나에게 얘기하지 않고 나와의 관계를 계속했어.”

“예에? 여자가 다른 남자와 잠을 자고도 그것을 얘기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이에요?”

“요즘 현대 여성들은 완전히 내숭파거든. 헤어질 마음이 없으면 고백하지 않는단 말이야.”

“꼭 그렇지만도 않아. 헤어질 마음이 생기지 않더라도 죄책감에 견딜 수 없어 고백해 버리고 마는 경우도 있어.”

마사오는 묘우미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런 일은 드물지 않아?”

“그럼, 너는 언제 그녀에게서 고배을 받은 거야?”

“6우러이 되고 얼마되진 않아 여행에서 만난 남자를 도오꼬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던 거야. 이번엔 남자의 아파트로 가서 관계를 가진 거지. 그리고 그 남자가 일시적인 기분이 아니고 계속해서 관계를 가지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지.”

“그 여자, 두 달 동안이나 그 남자를 만나지 않았던 건가?”

“그랬지.”

“왜 그랬지? 둘다 도오꾜에 살고 있었으면서 말야. 이상한데, 여행때의 일은 둘다 장난으로 생각했던 건가?”

“처음엔 그랬던 것 같아. 그러나 두 번째 만나고 나서 변한 거지.”

오까모또의 눈은 붉어졌다.

“그 두 사람이 두 번째 만난 지 얼마되지 않아 나와 그녀가 만났지. 서로 만났을 때 ‘오늘은 몸이 좋지 않아’ 라고 어느 한쪽이 말하지 않는 한 관계를 가지는 습성관이 되어 있었어. 그것으로 우리들이 변하지 않는 진정한 애인 사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있었지.”

“그런데?”

“그런데 그녀는 그 날도 아무 말이 없었어. 영화를 보고, 식사도 같이 했지. 그리고 나는 자연스럽게 나의 아파트로 그녀를 데려가려 했어. 그런데 그녀가 ‘오늘은 가고 싶지 않아’라고 말하더니, ‘할 얘기가 있어’하는 거야. 곧 나는 ‘이 여자가 나와 헤어지려 하는구나’하고 직감했지. 나와 그 여자는 인적이 드문 강변을 따라 걸었어. 걸으면서 여자는 다른 남자가 생긴 사실을 고백했고.....”

어느 사이에 세 사람의 이야기 속에 쓰찌다도 끼어 들었다.

“정말 좋아한 여자였나?”

“그래요. 나는 아찔해 지는 기분이었어요.”

“응. 알 수 있어. 조금 멍한 기분이었을 거야.”

“게다가 그 여자는 곧 냉담한 표정으로 나에겐 옆 얼굴만 보인채 ‘당신보다 훨씬 멋졌어. 나, 자신의 몸과 마음에 솔직하고 싶어. 그러니까 우리 그만 헤어져’라며 이별을 선언했지요.”

“대단한 여자군.”

마사오가 그렇게 말하자 하루에도 입을 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돌려 이야기 했는데, 상대의 기분을 존중하면서 말이에요.”

“헤어지고 싶다가 아니고 헤어지겠다는 일방적인 선언이었던 거야. 나는 분노가 치솟아 올랐어.”

“암, 그러고도 남았을 거야.”

“하지만 미야자끼,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보통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 그 뒤가 중요한 거야. 나는 분노와 괴로움을 억누르고 모욕적인 것을 감수하면서도 사실의 해명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지. 애매모호하게 헤어진다면 일생동안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거야.”

“그렇겠군. 보통의 남자는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을 거야.”

“그래서 나는 ‘잠깐 기다려’라고 말하고 걸음을 멈췄지. ‘이러한 이야기는 걸으면서 하는 것이 이냐. 알았어. 잘 알았으니까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내방으로 가자’고 했어. 그녀가 승낙을 하고 나를 따라 내 방까지 왔지.”

쓰찌다가 또 담배를 마사오에게 권했다.

마사오는 담배를 받아 피우면서 하루에에게 말을 걸었다.

“그건 그렇고 당신은 섬에서 자랐으니까 수영은 아주 능숙하겠군?”

하루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릴 때는 꽤 잘 했지요. 하지만 요즘은 수영을 한 적이 없어서요.”

잠시 후 네 사람은 오까모또가 이야기를 계속하려 했기 때문에 다시 이마를 모으고 앉았다.

“방으로 들어온 나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 그녀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좋아, 난 정직하게 이야기를 듣고 실어. 그 남자와의 관계를 가진 후 어느 점이 나보다 좋았던 것이지? 좋았던 점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줘’라고 말했더. 화가 나서가 아니라 반성의 기회로 삼으려는 생각에 물었던 거야.”

“상당히 드문일이군.”

쓰찌다가 신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그때 머리 위에서 말이 들렸다.

“무엇을 하고 있는 겁니까?”

얼굴을 들어보니 차장이 통로에 서서 이상한 듯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예에.......”

쓰찌다가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면서 겸연쩍게 웃었다.

“미안합니다. 좀 은밀한 이야기가 있어서요.”

“그런 것이면 상관없지만......”

차장은 좌석 아래를 내려다본 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사라져갔다.

“재미있군요. 자, 계속하세요”

하루에가 신이 난 어조로 그렇게 말하고, 오까모또의 어깨를 앞으로 구부리게 했다.

네 사람은 다시 이마를 맞대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여자는 처음에는 그 남자가 나보다 친절하고 상냥하고 성의가 있다는 점을 들었어.”

“추상적이군.”

“그랬지. 그래서 나는 ‘더 자세하게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으면 이해 할 수 없어’라고 주장했어. 그러자 그녀는 망설이듯 우물쭈물하면서 조금씩 이야기하기 시작했어.”

“자, 드디어 중요한 대목이구나.”

“즉, 그 녀석의 전희가 나보다 길었던 거야. 나의 세 배 정도의 시간이 걸렸던 것을 알 수 있었지.”

“과연!”

하는 하루에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뿐만이 아니야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신경이 움직이고, 더구나 금방 그녀의 급소를 찾아내어 그 급소를 집중적으로 공격한다는 것이야.”

“음.......”

“게다가 그때 계속 사랑의 말을 속삭여 그녀의 기분을 황홀하게 한다는 거야.”

“그 녀석, 여자를 다루는데 아주 뛰어난 솜씨를 가진 놈이었군.”

“그런 것 같아.”

“그런 테크니뿐이었어?” “그렇지 않아. 계속해서 그녀는 나의 질문에 답해서 그 남자와 결합하고 나서 끝날 때가지의 시간의 차이를 말했어.”

“대단하군.”

쓰찌다가 말했다.

“너의 괴로움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대단한 인내였겠군.”

마사오도 격려의 말을 건넸다.

“그래, 그랬어.”

마지막으로 하루에가 약간 뜰든 소리로 말했다.

“그건 정말 잘한 일이에요.”

그런 말을 했다고 아무도 오까모또를 얕잡아 보지는 않았다.

모두가 자신을 인정해 주었기 때문에 오까모또는 기쁜 듯이 말했다.

“그랬어. 친구 사이에서도 나는 지속력 있는 남자로 통했지. 그런데 그 남자는 나의 두 배, 아니 세 배나.... 아무튼 여자의 상태를 맞추어 자유자재로 하는 놈인 듯했어. 여자의 고백을 듣고 그것을 깨달았지.”

“음, 강적을 만난 셈이군.”

“보통의 남자라면 그런 이야기를 듣고는 꼬리를 감추고 도망쳤을 거야. 이제 이 여자는 그놈에게 푹 빠져 버렸구나 하고 단념했을 게 분명해.”

“그러나......”

오까모또는 마사오의 무릎을 짚었었다.

“나는 도망가지 않았아.”

“어째서?”

“그 여자가 말한 것을 침대 위의 메너와 테크닉이었어. ‘그럼 내가 똑같이 해주면 되지 않겠어?’라고 제의 했지. 그러자 ‘그런 것은 갑자기는 무리야’하면서 여자는 머리를 흔들었지. ‘아니, 무리라고 생각지 않아’라고 나는 완강하게 부인하며 여자를 글어안고 이대로는 절대로 헤어지지 않는다고 강경하게 버텼어.”

“정말 대단하군.”

“그리고 여자를 이불 속으로 들어가게 했어. 그때가지 나는 그녀의 귀가 시간 때문에 전희는 적당히 해왔거든. 아마 여자가 바라는 대로 계속했다면 끝이 없었을 지도 몰라.”

하루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래요. 남자가 능숙하다면 언제까지라도 하고 싶을 거예요. 여자가 ‘이제 그만!’하고 소리치는 것은 물론 본심에서 우러나와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경우는 상대가 변변하지 못할 때이지요.”

확실히 이런 이야기는 이마를 맞대고 밀담을 나눌 필요가 있었다.

“나는 여자의 귀에 속삭였어. ‘오늘밤은 마음껏 해보자’하고 말이야.”

오까모또의 어투가 약간 들떠 있었다.

‘술을 마신 것도 아니데 무언가에 취해 있군. 이 녀석, 여기에 있는 하루에에게 열정을 느끼고 있군. 자신을 인정받고 싶은 정열에 빠져있는 거야!’

“그래서 결과적으로 그녀는 아침까지 내 방에 있게 된 거야.”

“과연!”

“그때까지 나는 그녀가 부모에게 야단맞는 것을 염려해서 외박은 시키지 않고 돌려 보냈던 건데, 이제 그런 침착한 생각 따위는 필요없었어. 그래서 그녀를 돌려 보내지 않고 밤새도록 그녀와 그 짓을 했지. 그녀는 마침내 ‘아파’라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렸어.”

“음.”

“처음 시작했을 때가 일곱시 경이었고 끝이 났을 때가 네 시였으니 아홉 시간이 걸린 셈이었지. 그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합하면 한 시간 정도여서 정확히 여덟 시간 동안 나는 그녀를 계속 공격해서 미침내 새로운 남자보다 내가 더 났다는 대답을 얻어냈지.”

마사오는 감탄했다.

“놀랄 만한 집념이군. 그 집념을 학문에 쏟는다면 굉장하겠는 걸. 그래서 그녀와는 헤어질 수가 없었겠군.”

“그래.”

“그런데 왜 헤어졌지?”

“우선 나는 그녀와 함께 상대편 남자를 만나러 갔어. 여자의 입으로 ‘당신과는 이제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게 했지. 남자는 얼굴이 새파랗게 되더군.”

“즉, 그 여자는......”

쓰찌다가 감탄한 듯이 말을 이었다.

“자네와 헤어지지 않고 상대편 남자와 헤어졌군. 자네가 이긴 셈인데.”

“아닙니다.”

오까모또는 고개를 저였다.

“이겼다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나는 그 여자와 헤어졌어요. 여자가 바람을 피운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그래서 나는 그 뒤 한번 더 그녀와 관계를 갖고 ‘역시 당신이 더 멋져. 그 남자는 전혀 미련이 없어’라는 말을 하게 한 뒤, ‘너와는 오늘밤이 마지막이다. 자아, 이제 너는 자유다. 그 남자에게 가도 좋다’라고 말한 거지.”

“잔인하게 버렸군요. 당신 정말 멋져요!”

하루에는 그렇게 말하고 오까모또의 볼에 키스했다.

“하지만.......”

마사오는 고개를 저었다.

“그 여자, 좀 가엾군.”

“어째서? 남자에게 ‘당신보다 다른 남자가 더 좋았어’라고 말하는 그런 여잔 나쁜 여자야.”

“세상에!”

마사오는 어이가 없다는 듯 오까모또를 쳐다보았다.

“그래도 난 네 행동에 동감할 수 없어.”

“난 가엾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녀는 나를 배반하고 모욕을 주어 나에게 상처를 입혔어. 그 죄는 큰 것이야. 절대로 용서할 수 없어.”

“이봐!”

마사오는 오까모또의 무릎을 가볍게 쳤다.

“헤어질 속셈을 밤새도록 그 짓을 했단 말이야? 그 뒤 다시 그녀를 안았을 때도 ‘자, 이것이 끝나면 버려야지’라고 생각한 거야?”

“그랬지.”

“훌륭하다고 할까, 무섭다고 할까? 나같으면 도저히 그런 흉내도 내지 못했을 거야.”

“그렇겠군.”

쓰찌다고 놀란 듯이 마사오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오까모또를 쳐다 보고 말을 이었다.  

“젊은 사람이 그런 기술을 가지고 있다니. 자네 만일 장사꾼이 된다면 성공하겠는 걸.”

남자와 여자가 서로 사랑하고 있으면서도 사정이 있어 헤어질 수밖에 없는 예는 세상에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럴 때, ‘오늘밤으로 헤어집시다’라고 결정한 뒤 마지막으로 관계를 가지게 도면 양쪽 모두 보통 때의 배나 되는 열정을 불태운다. 이것이 보통이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남자가 ‘좋다, 이것을 마지막으로 결별을 선언하자’라는 결정을 내렸으면서도 ‘용서받았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여자를 안고 관계를 가진다는 것은 역시 동감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마사오가 그런 자기 생각을 말하자 오까모또는 마사오의 무릎을 쳤다.

“나는 승부 근성이 있었던 것이야. 남자에게는 그 근성이 매우 중요하거든. 여자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그대로 헤어져 봐. 그럼 나는 패배자로서 일생을 보내게 되었을 거야. 그 시점에서 여자는 나의 적이었던 것이지.”

“그러니까 뜨겁게 관계를 가지면서도 저주하고 있었던 거야?”

“그래.” “품고 있는 여자를 ‘사랑한다’라는 느낌이 없었어?”

“느낄 리가 없지. 적이었으니까.”

“아니 조금은 느꼈을 테지. 그때까지 사이가 좋았으니까.”

“아니, 그렇지 않아. 어쨌든 거기 있던 그 여자를 안고 희열로 이끄는 운동을 계속했지. 그게 참 이상해.”

그러자 쓰찌다가 말했다.

“아냐, 그런 건 조금도 이상할 게 없어.”

그렇게 주위의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낮은 목소리로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호색적인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무료함을 물리치는 데도 이것이 가장 무난한 방법이었다.

“호오, 당신도 그런 체험이 있었습니까?”

오까모또가 쓰찌다에게 물었다.

“있었지. 난 전쟁중 인도네시아에 있었지.”

“아, 예.”

“그곳은 네덜란드의 식민지였어. 그래서 네덜란드인의 수용소가 만들어졌지.”

“군인이 아닌 민간인 수용소 말인가요?”

“그렇지 난 네덜란드인 여자 수용소의 당번병을 한적이 있어.”

“여자요?”

“그래, 남자와 여자는 함께 수용하지 않아. 적군에 대해 그렇게 후한 대접을 해줄 수는 없는 거지. 그래서 남자와 여자를 분리 수용했어.”

“몇 명 정도의 여자였습니까?”

“젊은 아가씨에서부터 50세 정도까지 모두 합쳐 70명 정도 됐을 거야. 그리고 수용소였지 형무소는 아니었어. 그래서 형무소처럼 규칙이 엄하진 않았어. 그렇긴 해도 역시 적군을 수용하는 것이니까 감시를 게을리 할 수 없었지. 어쨌든 함부로 다루면 국제 문제가 되니까 수용소의 당번병은 침착하고 신중한 사람을 뽑았어.”

“그렇겠군요.”

“아뭏든 여자를 상대해야 하니까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가 생겼어. 소장은 젊은 중위였는데, 언제나 머리를 싸매고 있었지. 중위는 대학의 문학부 출신이었거든. 그런 곳을 소장으로는 무리였던 모양이야.”

“문제는 주로 어떤 것이었습니까?”

“문제야 많지. 식량 문제나 의복 문제, 화장품이나 목욕 문제 등 매일의 생활에서 문제가 발행하지 않는 날이 없었어. 사실, 적군을 상대로 전쟁을 치르는 것보다 생활을 같이 하는 편이 더 어려워. 전쟁에서는 죽여 버리면 되지만 전투상황이 끝났으니까 죽일 수도 없다구. 어쨌든 우리들과는 생활습관이 전혀 다르니까 저쪽은 불평을 해. 이쪽은 또 저쪽에 대해 모르는 게 많으니까 갈피를 못잡게 되고. 게다가 상대는 여자들의 집단이야. 여자란 개개인을 대하면 귀여울 때도 있지만 집단이 되면 무서운 동물이야. 여자는 집단을 이루면 처치곤란이라구.”

“예에.”

“그런데 가장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는 그녀들의 성욕에 관한 문제야.”

“역시........”

“나도 그녀들과 만나기 전까지는 젊었으니까 여자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었지.”

“그 당시 몇 살이었습니까?”

“스물 넷이었던가, 그랬지 아마, 그때는 이미 여자의 몸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순진한 편이라서 매춘부라면 몰라도 보통 여자들은 정절을 지키고 청결하고 얌전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여자의 본질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 거야.”

“그러셨군요.”

“무르익은 몸을 가진 이국 여자의 욕망이 얼마나 격렬한지 자네들은 모를 거야.”

“그 여자들이 접촉할 수 있는 남자는 없나요?”

“우리들 일본 병사와 고용된 잡역부들뿐이지. 같은 네덜란드인 남자들과는 만날 수 없었어.”

“그럼, 당신은 그녀들의 욕망의 목표가 되었겠군요?”

“나뿐만이 아니지. 소장도 반장도 그랬지.”

“어떤 의미에서 입니까?”

“즉, 우리가 그 여자들의 욕망에 응해 주지 않으면 폭동이 일어나서 그야말로 수습할 수 없게 되는 거야.”

“설마.”

오까모또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건 괜한 소리겠지요? 사실은 이쪽에서 적극적으로 괜찮은 여자부터 차례 차례로......”

“그렇게 생각하나? 그런데 그렇지가 않아 우리들에겐 고역이었어. 우리들은 의무감에서 그녀들에게 봉사한 거야. 이건 사실이라구. 행위를 요구해 온 것이 전부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일본 여자와는 달랐어. 수치심도 소문도 아랑곳없이 욕망을 표현하는 거지. 자신을 노출시키고 이쪽으로 돌진해 오는 거야.”

“그래서 당신은 몇 사람의 여자를 상대했나요?”

“20명 이상이지. 소장도 아마 그 정도를 상대했을 거야. 수용소 안을 평화롭게 운영하기 위해서 다른 도리가 없었던 거지.”

“모두 네덜란드 여자였습니까?”

“그랬지. 일본여자와는 다른 체질이야. 게다가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일본 여자는 자신이 아무리 호색적라도 그 욕망 자체를 부끄럽게 여기는데, 백인 여자들은 그렇지 않아. 자신의 성욕을 조금도 부끄럽게 여지기 않지. 여자로서의 욕망이 있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니까 대단히 솔직하게 그것을 표현하는 거야.”

“거기에 응하는 것은 고역이 아니라 행운이었겠죠.”

“물론 그 가운데는 정이 들 것 같은 사랑스러운 여자도 있었어. 그런 여자와의 차레가 걸렸을 땐 역시 진심으로 껴안았어. 그런데 상대해야 되는 여자가 그런 여자만 있는 게 아니었다구. 얼굴도 몸매도 마음도 거친 여자를 상대하게 될 때면 가능한 빨리 해방되고 싶어서 억지로 노력하는 거3지. 그러나 사랑스런 여자의 경우에 거꾸로 가능한 길게 즐기고 싶어서 천천히 음미하면서 움직였어. 그러니까 싫으면서도 껴안고 한다는 심정을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

“전쟁이 끝날 때까지 그 여잘들은 그 수용소에서 일본군의 보호되고 있었나요?” “보호가 아니라 감금되어 있었어.”

“그럼, 전후 일본이 패하고 그 여자들이 해방되었을 때는 야단났겠군요.”

“음, 자네가 뭘 말하려는지 잘 알겠어.”

쓰찌다는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인 뒤 가로저었다.

“그렇지는 않았어.”

“다른 수용소는 전후 여러 가지로 큰일 났겠지만, 우리가 있었던 수용소의 여자들은 호색하긴 했어도 나쁜여자들은 아니었어. 우리가 강제로 침대로 끌어들였다는 식으로 함부로 말하는 여자는 아무도 없었어. 전시중 우리가 그녀들의 욕마을 성의있게 최대한 응해 준 덕분이지.”

“그럼, 전후에 트러불은 없었다는 말씀입니까?”

“전혀 없었어. 오히려 그 여자들은 헤어질 때 섭섭한 듯 울기도 했어. 그 모든 게 우리가 성의있게 임무를 수행한 때문이지.”

거기서 오까모또는 더 한층 목소리를 낮췄다.

“그런데 그것 역시 일본 여자와 다르던가요?” “그래, 대단히 달랐어. 그 여자들에게는 암내가 많이 났어. 그 냄새, 정말 견딜 수 없을 정도였어. 그러나 그때 나는 젊었은니까 그걸 견디었던 거지.”

“그래서요?”

“전체적으로 큰 맛이었어. 도달했을 때의 반응은 격정적이었는데, 그것은 교성이나 몸전체의 움직임이었고 몸 속의 반응은 일본 여자만큼 아기자기한 맛은 없었어.”

“그러나 이W고을 향한 서비스는 근사했겠지요?”

“그랬지. 그쪽 방면은 일본 여자들보다 훨씬 좋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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