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TYPING] 여인24시 제 2 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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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467회 작성일 17-02-12 11:26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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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핑할 시간이 부족해서 좀 늦었습니다.
* 기다리시는 분은 없었겠지만 기왕에 올리던 것이라 마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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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 번째 일어났던 일



다음 주일로 접어들었다.
아이가와 다이이찌로는 새로운 기분으로 아침 통근전차에 몸을 실었
다.
동료인 마에다를 함정에 몰아넣은 여자를 어떻게든지 찾아야 한다.
그 후에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새로 사귀게 된 여자친구도 몇 사람 되었다.
그러나 요긴한 범인 찾기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사내에서의 마에다의 입장은 더욱 나빠져 가고 있었다.
얼굴을 대하면 마에다를 공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냉소
로 그를 대하고 있다. 회의석상에서 마에다의 발언도 빛을 잃고 말았
다.
사생활에 무슨 일이 있었건 업무에 지장만 없다면야 문제삼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하물며 마에다가 야기시킨 사건은 신문 등에서 보도된 것도 아니다.
V산업의 명예를 훼손시킬 정도의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기업 내의 인간관계란 이론대로 되어 가는 것은 아니다.
치한행위를 했다는 것만으로 마에다는 무엇인가 회사에 피해를 끼친
인간처럼 취급당하고 있다.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그의 변명 따위는 아이가와 이외에 믿으려고
하는 사람은 없다.
회사는 매서운 경쟁사회이다.
사내에서 마에다의 입장이 나빠지면 그 반대로 좋아지는 자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동료중의 하나가 경쟁에서 밀려나는 것을 다른 인간들
은 고마워하고 있다.
별로 악의는 없을 테지만 마에다를 감싸고 도는 자는 아이가와 이외
에 아무도 없었다.
몰락해 가는 인간을 멀리하는 것은 봉급생활자의 인정이다. 마에다
는 고립상태에 있었다.
아이가와는 의분을 금치 못하고 있다.
다른 메이커의 스카우트에 응하는 마에다.

"당분간 경거망동은 삼가하라구. 범인을 찾아내어 오명을 씻어보자
구. 나도 돕겠어. 다른 회사로 옮겨가더라도 범인을 잡고 나서의 일이
야."

아이가와는 이런 말로 저지시킨 일도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지만 여자사냥을 겸한 범인수색이다.
마에다를 위해서 어떻게든지 함정을 파놓은 자의 정체를 규명해야
한다.
월요일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범인의 조건에 해당하는 여자아이가 그 날 아침의 전차에는 없었다.
화요일에 의심이 간다고 짐작되는 여자를 만났다.
살이 알맞게 찐 중키의 여자. 볼에 살이 찐 것은 아닌데 둥근 얼굴
이다. 아름다운 눈매, 선명한 인상을 주는 얼굴의 생김새. 고개를 약
간 왼편으로 숙이고 그 여자는 문 옆에 서 있었다.
나이는 24, 5세, 굵은 편은 아니지만 체격 자체에서 둥근 맛을 풍긴
다.
대체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오늘의 표적은 바로 이 여자다.
아이가와는 주간지를 읽는 척하면서 그 처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감색 슈트를 입고 있다. 옅은 갈색의 블라우스로 인상을 강
화시키고 있었다.
눈이 크다.
한참 살펴보는 동안에 밉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섹스를 할 때
감격해서 눈물을 흘릴 것만 같은 눈이다.
차량의 동요를 이용하여 아이가와는 그 여자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복잡한 편은 아니다. 접근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그녀의 팔
과 닿을 위치에 아이가와는 다가와 있었다.
말을 걸어볼 동기를 어떻게 포착하느냐 하고 여러 모로 고심하고 있
었다.
다른 손님을 치한처럼 보이게 하는 방법은 오늘만은 통용되지 않을
것 같았다.
주위의 승객 중에서 그녀에게 밀착되어 있는 자는 없었다.
이윽고 전차가 다음 역에서 멎었다.
차량의 문이 열리자 통근을 서두는 많은 남녀가 일시에 차내로 몰려
왔다.
감색 슈트의 여자는 전차문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오히려 차
내로 밀려 들어왔다.
교오도를 하나 앞둔 역이었다.
내리는 사람은 몇 사람밖에 없었다.
타는 사람은 내리는 사람이 없으리라고 믿고 몰려들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녀는 얼굴을 찌푸렸다.
'내립니다!'하고 큰 소리를 지를만한 용기도 없는 듯 했다.
좀처럼 전진도 못하고 있었다.
문이 닫혀버릴 지도 모른다.
그 순간 아이가와는 그녀의 진로를 막고 있는 인파 속으로 뛰어들었
다. 좌우로 사람들을 밀치며 길을 열었다. 여자의 손을 잡고 인파 속
에서 끌어내었다.
함께 홈으로 내려섰다.
그 순간 전차의 문이 닫혔다.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아, 힘들어. 이건 전쟁이야 정말."

여자는 매무새를 고쳤다. 부끄러운 듯이 웃었다.
함께 출구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아이가와는 교오도역까지 가야 한다. 그러나 이런 기회를 놓칠 수도
없는 일이다.
다행히 아직은 8시 15분이다. 도중에 들린다고 회사에 지각할 걱정
은 없다.

"언제나 이 역에서 내리시나요? 아침마다 이래서야 어디 견디겠어
요?"

"예. 평소에는 교오도역입니다. 오늘은 이 부근의 거래처에 전해줄
것이 있어서 여기서 내렸습니다."

"그래요? 당신의 회사는 어딘데?"

"Y직물이라고 해요. 섬유관계 회사지요. 가라스마루 산죠에 있습니
다."

아이가와에게도 기억에 있는 회사였다. 대형 섬유상사이다.

"이 부근에서 근무하십니까?"

이번에는 여자가 물었다.
말을 주고받다가 보니 경계심이 사라진 것 같다.

"아니, 회사는 가교오꾸에 있지. 당신에게 이끌려 내려버렸지."

"어머나. 죄송합니다. 그렇다면 다음 전차를 타셔야 할텐데."

"아, 역전에서 택시를 타겠어요. 별로 돌아가는 길은 아니니까. 당
신과 동행하며 정거장 밖으로 나가보는 거지."

두 사람은 개찰구를 통과했다.

"잠깐 실례."

아이가와는 손을 뻗어 여자의 통근패스를 받아들었다.
야자와 아끼꼬. 24세라고 쓰여져 있다.
다까노저에서 교오도간 정기권이었다.
아끼꼬는 언제나 고속전차로 통근하고 있다. 오늘은 아마 인연이 닿
으려고 정거장마다 서는 전차를 탄 모양이다.
자신의 통근패스를 아끼꼬에게 내보였다.

"아이가와씨입니까."

그녀가 패스를 보면서 물었다.

"지시된 거래처가 멀다면 택시로 데려다 줄까요?"

"바로 가까운 곳이예요. 그러나 미안하잖아요. 회사 늦지 않으세
요?"

"조금 늦어도 괜찮아요. 그것보다 예쁜 여성과 알게 되었다는 것을
소중히 생각해야……"

야자와 아끼꼬의 팔을 잡다시피 하며 아이가와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에 올라탔다.
아끼꼬가 찾아가는 곳은 차로 2분도 걸리지 않는 의상점이었다.
서류를 전하기만 하면 용무는 끝난다고 한다. 가게 앞에서 차를 세
우고 기다리기로 했다.
그 의상실에 도착했다.
야자와 아끼꼬는 택시를 내렸다. 핸드백을 들고서는 뛰면서 안으로
들어선다.
예쁜 다리다. 흡사 일직선상을 걸어가는 듯한 발걸음이었다. 엉덩이
가 도발이라도 하듯이 흔들린다.
아끼꼬는 곧 돌아왔다. 가볍게 숨을 헐떡거리며 아이가와 옆에 앉는
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다리가 닿았다.
아끼꼬는 다리를 피하지 않는다. 무심한 듯 접촉을 즐기고 있는 듯
했다.
아끼꼬의 회사가 있는 가라스마루 산죠로 먼저 차를 돌리기로 했다.
지각할 것만 같다고 아끼꼬는 자꾸만 걱정을 해주었다.
이렇게 되면 내친 걸음이다. 여자에게 대한 친절이란 철저하지 않으
면 무의미하게 되어버린다.
새삼 아이가와는 명함을 아끼꼬에게 건네주었다.

"예, V산업에 다니시는 분이었군요. 난 브래지어와 거들이 V제품인
데요."

"그것은 고맙소. 브래지어는 C컵일까? 프런트 후크의……"

"부끄럽지만 B예요. 프런트 후크가 아니고 오서독스의……"

"오늘은 데이트의 약속이 없단 말이구먼. 물론 프런트 후크의 브래
지어에도 찬반양론이 있지만…… 여성이 두 손을 등으로 돌려 후크를
푸는 모습에 색정적인 데가 있지. 그것이 없으면 서운하다는 사나이들
도 많다구요."

"아이가와씨는 어느 편인가요. 역시 손을 뒤로 돌리는 편이……"

"프런트 후크 쪽이 좋다는 생각이 드는데. 여자와 키스를 하고 가슴
의 후크를 벗기고…… 자연스럽게 비너스에 키스를 할 수가 있는……"

하의 메이커의 사원은 여자들과 친해질 때 유리하다.
자연스럽게 구체적인 화제로 들어갈 수가 있다. 아침에도 야간과도
같은 대화가 성립된다.
아끼꼬의 손을 잡고 싶은 충동을 아이가와는 간신히 참았다.
생각해보면 그것은 무리하고 성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가와는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려 회사로 서둘러 걸음을 옮겨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업무에 임하게 될 긴장감을 찾아두어야 한다.

"이것을 인연으로 식사에 초대할까 합니다. 어떨까요, 받아들이겠습
니까?"

"좋아요. 기대하겠습니다. 난 연상의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하고 언
제나 생각해왔는데……"

"언제가 좋겠어요? 금주의 예정은?"

"금요일 밤만은 약속이 되어 있습니다. 그 다음은 언제라도……"

재빨리 아이가와는 머리를 회전시켰다.
내일 수요일 밤이 좋겠다.
집에 늦게 돌아가는 날이 때로는 금요일이 아니라 수요일이라도 무
방하지 않는가.
내일 저녁 여섯시 반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장소는 로얄호텔의 로비.
아이가와로서는 여러 면으로 유리한 장소였다.
택시가 가라스마루 산죠에 도착했다.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아끼꼬
는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재빨리 악수를 나누었다.
매끈하고 성숙한 손으로 아끼꼬는 응해주었다.
아홉시 12분 전이었다.
아이가와는 운전수를 재촉했다.
손을 흔들며 아끼꼬를 전송했다.

"좋으시겠어요. 내일 데이트를 하신다니."

운전사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수요일, 아이가와 다이이찌로는 가와라 산죠의 로얄호텔로 찾아갔
다.
약속한 여섯시 반에 벌써 5분이 늦었다.
로비의 벤치에 앉아있는 야자와 아끼꼬의 모습이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눈에 띄었다.
선명한 연지색 슈트를 아끼꼬는 입고 있었다. 흰 피부에 정말 잘 어
울린다.
얼굴이 화사하게 잘 드러난다. 데이트에 대비하여 화장도 정성껏 하
고 왔을 것이다.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겠다.
다가오는 아이가와를 보더니 아끼꼬는 활짝 웃었다. 그리고 주위를
돌아보며 천천히 일어섰다.
아이가와의 팔을 잡았다.

"뭣을 먹겠나요? 이 호텔의 스테이크 하우스에나 갈까?"

물어보는 말에 아끼꼬는 고개를 저었다.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마음 편한 가게에서 식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일류호텔이란 딱딱하기만 해서 재미가 없어요. 여기서 기다리라고
하셨을 때 이를 어쩌나 하고 따분하게 생각했다구요."

"그렇다면 잘못했군. 그러나 이 호텔 생각하는 것만큼 딱딱하지 않
단 말입니다. 젊은 여자도 많이 오고 말이야."

"결혼식이나 파티 때는 오지요. 그러나 평소에는 별로 인연이 없어
요. 격식만 따지고 남을 감시만 하고 있는 것만 같아서 말이예요."

듣고 보니 그런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청바지에 T셔츠 차림의 여자는 일류호텔에는 별로 오지 않는 것 같
았다.
아이가와는 아직도 34세이다.
그러나 이제 자신이 아저씨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야단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사로 일류호텔에 출입하고 있다.
숙박하는 일은 별로 없지만 기대되는 시간이나 식사에 자주 이용하
고 있다.
그것을 한 사람의 사회인이 되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러나 그것은 아저씨가 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했던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격식을 찾는 것을 싫어한다. 값이 비싼 곳도 싫어한
다. 여행을 할 때도 호텔보다는 여관을 이용한다.
각별한 일이 없는 한 호텔의 로비에서 만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렇군. 자네들에 비하면 나는 아저씨야. 그런 주제에 40대 50대에
비하면 돈도 없고……"

아이가와는 차분한 심정으로 중얼거렸다.
여자사냥에도 자신이 없어진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30대의 남성은 20대에 비하면 훨씬 신
용도가 높아요. 그러면서도 아직 젊기도 하고 40대 50대의 늙다리들보
다는 훨씬 매력이 있다구요."

야자와 아끼꼬는 용기를 주었다.
그녀와 팔짱을 끼게 되자 아이가와는 기운을 되찾았다.
남쪽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여전히 인도가 붐비고 있다. 저절로 몸을 맞대며 두 사람은 걷고 있
었다. 가와리의 거리는 마음보다 몸이 먼저 밀착되어 버리는 곳이다.
산죠통을 건너서 곧 동쪽으로 꺽어들었다.
가와시게로 아이가와는 아끼꼬를 데리고 들어갔다.
명물인 도시락을 주문했다. 문자 그대로 여러 가지 해물에 짭짤한
산채까지 곁들인 특제품이다.
맥주로 건배했다.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서민적인 분위기였으므로 아끼꼬도 생글생글 웃
고 있었다.
가게 내에는 손님이 많았으나 그렇다고 붐비는 것은 아니었다. 천천
히 두 사람은 식사를 마쳤다.
먹으면서 서로가 자기 소개를 했다.
야자와 아끼꼬는 24세였다. 규모가 큰 섬유상사의 영업부에 근무하
고 있었다. 아버지는 정원업을 한다고 했다.
삼남매의 가운데로 전문대를 졸업한 해에 지금의 회사에 들어갔다고
했다.
섬유상사는 바쁘다고 한다. 세상 모르고 일을 하다가 보니 벌써 4년
이 되었다는 것이다.
남자친구는 몇 사람이 있지만 그러나 어느 상대방도 미흡하여 결혼
까지는 밀고 갈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의 상대방은 모두가 24, 5세였다. 30세 이상의 남성친구를
원해왔다는 것이다.
회사에는 30대, 40대의 사나이가 많이 있다. 그들에게 유혹당한 일
도 있었지만 마음에 드는 상대는 없었다고 한다.
같은 직장의 상사들은 생태의 이면까지 알고 있으므로 꿈이 없다고
했다.
때로는 동경의 대상이 되는 인물도 있지만 그런 사람일수록 바빠서
여자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고 뛰어다니고 있는 형편이다.

"자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책임이 중대해지는군. 어떻게 하든지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엇을 하고 놀면
좋을까?"

"역시 분위기가 좋은 가게에서 술을 마시고 싶어요. 그 다음부터는
맡겨두기로 하고……"

"정말 맡겨주겠나? 무섭다고 하며 도망치는 것은 아니겠지?"

"그렇게 되지 않도록 유도해 보세요. 아이가와씨는 솜씨가 좋으리라
고 생각하니까."

<가와시게>를 나와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막연히 남쪽을 향해 걸
어갔다.
큰 건물 앞에 닿았다. 1층이나 4층에 볼링장이 있는 듯 했다. 안내
판이 내걸려 있다.
젊은 남녀들은 어깨를 맞대고 안으로 들어간다.

"우리 볼링하자구요. 꾸물대지 말고 어서요. 땀을 흘리고 나면 상쾌
해질거야."

아끼꼬가 소리쳤다.
최근에 배운 터이라 재미를 느끼고 있는 듯 했다.

"볼링이라. 별로 자신이 없는데."

아이가와는 별로 자신이 없었다. 볼링놀이가 유행한 것은 아이가와
의 학생시절이었다. 친구들과 여러 차례 해본 일도 있다. 스코어의 애
버레지도 160에서 170 정도는 되었다.
그러나 그 후에는 공을 만져본 일이 없다. 스코어를 계산하는 방법
도 잊었다.
여자에게 지면 망신이다. 거기에다가 맥주 때문에 조금 취한 상태이
기도 하다.
그러나 아끼꼬는 단정적으로 나오고 있다. 어울려 주는 편이 앞으로
의 진행에 도움이 될 것이다.
새삼 다짐을 하고 아이가와는 함께 건물로 들어섰다. 입장료를 지불
하고 안으로 들어가서 빌려주는 신을 신었다.
레인 수가 많은 볼링장이었다. 6할 정도가 사용중이었다.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아이가와는 15파운드 공을 선반에서 집어내어 레인으로 나갔다.
가볍게 체조를 한다. 아저씨가 되었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에 사전
운동을 열심히 했다.
아끼꼬가 당장에 제 일구를 던졌다.
아끼꼬가 던진 제 일구는 레인의 중앙에서 다소 왼편에 쏠려 달렸
다. 소리를 내며 핀이 쓰러졌다.
바른 편 핀 세 개가 남아있었다.
엎드린 자세로 아끼꼬는 리턴레크로 돌아와서 되돌아온 공을 잡았
다.
어프로치의 좌단에서 아끼꼬는 출발하며 제 이구를 던졌다. 대각선
을 따라 공은 달렸다.
남았던 세 개의 핀도 쓰러졌다. 기쁜 듯이 아끼꼬는 돌아왔다.
대단한 솜씨다. 아이가와는 위협을 느꼈다.
아이가와도 어프로치에 섰다. 스타트하여 포켓을 노려 던졌다. 자신
이 생각해도 호쾌하게 공이 달렸다.
그러나 공은 크게 포켓을 빗나갔다. 아끼꼬와는 반대되는 왼 편의
핀 세 개를 넘어뜨렸을 뿐이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10수년만의 볼링이다. 여자 앞에서 좋은 솜씨를
보여주어야겠다는 허욕도 작용했다.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간 것 같았
다.

"아이가와씨, 대단한 구위야. 곧 회복될 거야. 힘을 내세요."

아끼꼬가 응원을 해주었다.

"좋아. 해보는거지 뭐."

아이가와는 분발했다.
그러나 오히려 그것이 잘못이었다. 두 번째도 어깨에 힘이 너무 들
어가 브루크린에 공이 들어가 버렸다.
핀이 두 개만 쓰러졌다. 출발 자체가 늦은 것이다.
아끼꼬가 제 이의 프레임으로 들어갔다.
어프로치에 서서 제 일구째를 던졌다. 공을 릴리스 한 순간 스커트
가 펄럭인다. 바른 발의 무릎 뒤와 넓적다리 뒷부분이 노출되었다. 색
정적이다.
아끼꼬는 폴로스로의 바른 손을 마음껏 높이 쳐들었다. 바른 편 다
리도 뒤로 차올린다. 힘을 주어 한 발로 서는 자세이다. 볼륨이 있는
체격이라 멋있는 폼이 된다.
제 이 프레임도 아끼꼬는 스페어를 잡았다.
아이가와는 긴장했다. 여기에서 스페어를 잡지 않으면 크게 지고 마
는 것이다.
아이가와는 조준을 잘하여 던졌다.
이번에는 바른 편으로 빗나갔다. 네 개 밖에는 쓰러지지 않았다. 두
번째도 세 개의 핀이 남았다.
그리고 첫 번째의 게임이 끝나자 야자와 아끼꼬는 176점, 아이가와
는 121점이 되었다.
이렇게 되자 아이가와는 승부근성이 발동되었다.

"좋아. 두 번째의 게임은 내기를 하자구. 돈이 아니라 가장 소중한
것으로……"

"걸자구요? 돈이 아니라면 뭘 걸지요?"

눈을 크게 뜨고 아끼꼬가 물었다.

"시치미를 떼지 말라구. 남녀 사이에 돈 이외의 것을 건다면 다른
게 뭐가 있어. 앞으로의 스케줄을 거는 거야. 내가 이기면 자네는 앞
으로 내가 가고싶어 하는 곳을 말없이 따라와야 해. 자기가 이기면 나
는 자네의 지시대로 순종하는 거지."

"그게 정말이예요? 기녀가 있는 요정에 데려다 달라고 하면 그렇게
해 주시겠어요?"

"어떻게든지 해봐야지. 어쨌든 내기니까. 솜씨는 자네가 훨씬 위지
만 나는 승부에는 강하니까 방심하지 말라구."

"좋아요."

아끼꼬는 받아들이는 자세이다.
솔직히 말해서 아이가와에게는 승산이 없다. 도박의 테마가 테마인
만큼 아끼꼬는 동요하기 시작할 것이다. 거기에 착안한 것이다.
아이가와가 이기면 함께 호텔로 가지고 틀림없이 말할 것이다. 그녀
는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담담할 리가 없다.
언젠가는 아이가와와 섹스를 즐길 생각으로 있다지만 순순히 응하려
고 들지 않는 것이 여자의 마음이다. 여기에서 아이가와를 때려눕혀
사태를 훨씬 복잡하게 할 것이다.

"그럼 갑니다. 후회해도 소용없어요."

제 일구는 아이가와가 던졌다. 바른 손, 바른 발을 쳐드는 화려한
폼이다.
경기는 엎치락뒤치락 얼마 후에 승부는 끝났다.
아이가와의 스코어는 172. 믿을 수 없는 스코어였다.
아끼꼬의 스코어는 147이었다. 그녀의 역투가 역효과를 낳은 것이
다.

"아이가와씨는 교활하다구요. 사실은 뛰어난 솜씨인데 못하는 척 하
시구서."

아끼꼬는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게임에 패했다는 충
격과 약속의 부담이 걱정거리인 듯 했다.
플레이 자체는 아끼꼬가 잘 풀어갔다. 기술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일단 승부를 걸고보면 결과는 달랐다. 아이가와에게는 공을
강인하게 포켓에 밀어넣을 만큼의 집념과 기백이 있었다. 승부가 걸리
는 순간, 그렇게 나올 리가 없는 스트라이크를 연발시킨 것이다.
그 사실을 아끼꼬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여자는 감정적이다. 무엇
인가 트집을 잡지 않으면 속이 편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런데 납득이 가지 않는 점이 있다구요. 승부가 걸리는 순간 그렇
게 스트라이크가 나오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곤란한데.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내기를 하자
구. 나도 열심히 할테니까 자네도 기운을 내라구."

씁쓸히 웃으면서 아이가와는 말했다.
여자에 대해서 남자는 언제까지나 인내할 줄을 알아야 한다. 여자의
몸매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동안은 하는 수 없는 일이다. 아이가와도
중년의 길을 접어들게 되자 그런 점을 알게 되었다.
기꺼이 아끼꼬는 어프로치에 섰다.
바른 손을 올리고 스커트를 다리로 차올리며 투구를 했다.
스페어를 땄다. 자신의 솜씨를 기뻐하고 있다.
여자란 단순한 동물이다.
아이가와도 투구를 했다.
세 번째 게임부터는 10년 전의 감이 되돌아왔다. 세 번에 두 번은
노린 곳으로 공이 갔다.
앞서보다는 아끼꼬는 성적이 좋았다. 그러나 아이가와는 자꾸만 앞
서기 시작했다.
아끼꼬가 10점을 리드하여 프레임으로 들어갔다.
8점을 더 따내어 그녀는 게임을 정리했다. 168점이다.
아이가와도 지고만 있지는 않았다. 스트라이크가 두 번이나 나와서
170점으로 역전승을 했다.

"졌어요. 죄송합니다. 170점이면 하는 수가 없지요."

땀을 닦으며 아끼꼬는 머리를 숙였다.

"안됐군. 자네가 훨씬 잘했는데. 잡념이 작용했을 거야."

"그래요. 제가 졌어요. 자아, 아이가와씨. 어디라도 데려가세요."

납득을 하게 되자 아끼꼬는 순종을 하는 여자였다.
땀을 닦으면서 생글생글 아이가와를 쳐다보았다.

"좋아, 가자구. 샤워를 하고 땀을 씻어내야지."

아끼꼬의 등에다 손을 얹은 채 아이가와는 레인을 떠났다. 볼을 신
과 함께 돌려주고 밖으로 나왔다.
시가지는 밤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아이가와는 쑥스러워졌다. 어디라도 가겠어요 하고 솔직하게 나오는
데는 뒷맛이 씁쓸했다.
분명히 약속이기는 했다. 그러나 내기에 졌다고 하여 약속이라는 이
유로 여자를 호텔로 동행시킨다는 것도 마음이 편치는 못하다. 아이가
와에게 안기고 싶은 심정으로 호텔로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면 찬동할
수가 없는 것이다.
부채라도 독촉하는 기분으로 여자를 안는다고 무슨 재미가 있겠는
가. 섹스는 역시 서로 생각해주고 서로가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라면
기쁨이 덜한 것이다.

"정말 괜찮니? 내기를 괜히 했다는 후회를 하지 않니?"

걸으면서 아이가와는 물어보았다.
몸을 붙이면서 속삭인 것이다. 아끼꼬의 체온과 피부의 냄새를 빨아
들이고 있었다.

"후회같은 것은 하지 않아요. 그런데 아이가와씨, 왜 그런 것을 묻
나요? 아이가와씨야말로 별로 마음에 내키는 것이 아닌 것 같은데요."

"천만에. 자네와 호텔에 가게 되다니 꿈만 같은데. 달달달 다리가
떨려온다구. 너무 재수가 좋아서 겁이 날 지경이야."

"그럼 됐어요, 아이가와씨. 그런데 당신은 뜻밖에도 순진한 것 같아
요. 여자 마음을 모르는 데가 있어요. 무리라도 좋으니 강제로 끌려가
고 싶은 것이 여자의 마음이라구요. 여자란 그런 거예요."

아무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면서 아끼꼬는 몸을 맡겨왔다.
그런 것일까. 아이가와는 방금 아끼꼬가 한 말에 감동했다.
처음으로 만난 남자와 함께 호텔로 들어간다는 것은 여자로서는 상
당한 용기가 필요한 듯이 느껴졌다. 용기가 생겼다가 주저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고 마음이 흔들린다. 어느 것이 본심인지 자신도 모르는
상태일까.
그러니까 충동이 필요한 것이다. 팔을 잡고 강제로 끌고 가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결심이 서는 것이다.
함께 놀아줄 때는 남자는 여자의 심정을 충분히 존중해 주어야 한
다. 그렇지 않고서는 섹스의 소지가 싹트지 않는다.
그러나 소지가 생긴 후에는 남자는 억세져야 하는 것이다. 어떤 일
이 있어도 너를 안아야겠다. 그 기백이 여자의 마지막 주저를 소멸시
켜 주는 것이다.

"알겠어.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끼꼬를 안을 거야. 싫다고 해도
돌려보내지 않을 거야. 강간이라도 하겠어. 울며 소리쳐도 나는 용서
하지 않아."

아이가와는 아끼꼬의 팔을 움켜잡았다.
빨리 걸었다. 산죠에서 기야마찌를 조금 지나 다시 북상한다. 러브
호텔에 뛰어들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일종의 연극같기도 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방으로 들어갈 때까지 아끼꼬의 손목을 놓지 않
았다.
일본식 방으로 안내되었다. 두 사람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았다.
안내를 하던 여자가 나갔다.
갑자기 아이가와는 아끼꼬를 끌어당겨 입을 맞추었다. 그대로 스커
트 밑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야자와 아끼꼬는 당황했다.
아이가와에게 입술을 빼앗긴 채 우욱하고 신음했다. 다리를 파닥거
린다.
지체없이 아이가와의 손이 파고든다.
아이가와의 가슴에 두 손을 대고 밀어내려고 한다. 그러나 여자의
힘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이가와는 왼손으로 아끼꼬의 목을 안고 있었다.
흥분해가고 있었다.
날뛸 때마다 아끼꼬의 체온이 상승해 가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머
리털 냄새, 피부의 향기가 높아지는 것이다.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암
놈의 냄새가 짙어져 가는 듯 했다.
강간을 하는 사나이들의 기분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저항하는 여인은 암놈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점차 성적
인 존재로 변해가는 것이다. 머리냄새, 피부의 향기, 따뜻한 체온에
그런 사나이는 취해갈 것이다. 강한 체취라면 더욱 성욕이 높아져 갈
지도 모른다.
아이가와의 손은 아끼꼬의 두 다리 사이를 더듬어갔다.
아끼꼬는 날뛰는 것은 중지했다. 두 다리를 모으기 시작했다. 머리
만은 자꾸 좌우로 흔들고 있었다.
입맞춤이 중단되었다. 아이가와는 손으로 신경이 가서 아끼꼬의 머
리를 감싸고 있는 팔의 힘이 빠진다.

"그만둬요."

신음하듯이 아끼꼬는 말했다.
그러나 두 다리를 비집고 아이가와의 손은 정점에 도달했다.
따뜻하고 습기찬 곳으로 파고든다. 살살 문질러댄다.

"그만 두라니까."

다시 한 번 아끼꼬는 말했다.
목소리가 더욱 작아진다. 반은 웃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야. 그만두지 않겠어. 강제성을 띤 것이 좋다고 했잖아. 이대
로 너를 범할거야. 굴욕적인 모습으로 말이야."

"잠깐! 목욕하고 올께요. 목욕을 한 다음에……"

"바보같은 소리 말라구. 목욕을 하고 나서 레이프하는 것은 어느 나
라 풍습이지? 이건 훨씬 좋은 거라구."

아이가와는 아끼꼬의 몸을 뒤집어 놓았다.
등뒤에서 말에 오르듯이 걸터앉았다.
아끼꼬는 몸을 비틀며 손으로 아이가와의 팔을 당긴다.
팔을 뿌리쳤다.
몸을 조금 후퇴시켜 아끼꼬의 등 아래쪽에다 체중을 실었다. 아끼꼬
는 상체를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아이가와는 아끼꼬의 하반신을 내려다보았다.
상냥하고 매끈한 각선미였다. 엉덩이는 둥글고 탄력이 있었다.
볼링 때의 정경을 상기했다.
던지면서 바른 다리를 올렸을 때 스커트가 저절로 말려 올라갔다.
넓적다리의 뒤쪽이 순간적으로 보였다. 그것이 매력적이었다.
아이가와는 아끼꼬의 스커트를 가볍게 들추어보았다. 넓적다리의 안
쪽을 응시했다.
별로 자극적이 못된다. 역시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볼링장에서는 모두가 옷을 입고 있었고 투구를 즐기고 있다. 넓적다
리의 안쪽이 조금 보인 것만으로도 자극이 되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단 두 사람 뿐이다. 어떤 자세를 취하건 자유이다. 그런 의식이 있기
때문에 자극을 못 느끼게 되는 것이겠지.
아이가와는 아끼꼬의 스커트를 활짝 걷어올렸다.
팬티스타킹과 스칸티를 입고 있다. 거들은 입지 않았다.
팬티스타킹과 스칸티를 끌어내린다. 흰 엉덩이가 얼굴을 내민다.

"아이구, 사람살려! 제발 살려주세요."

야자와 아끼꼬는 건성으로 소리를 지르며 다리를 동동거렸다. 허리
도 비튼다.
노출된 둥근 엉덩이에 힘을 준다. 두 언덕의 합쳐진 선에 힘을 준
다. 합쳐진 선이 실날처럼 가늘게 곧아진다.
아끼꼬의 수치심이 거기에 표현되어 있는 듯 했다.

"뭐야, 살려줄 수 없어. 건방지게 군 벌이야."

아이가와는 손가락으로 아끼꼬의 엉덩이를 누른다. 뒤쪽 작은 창문
주변을 상냥하게 지압을 가한다.
아끼꼬의 엉덩이에 더욱 힘이 주어진다. 근육이 몰려올라 둥근 엉덩
이가 모가 난 듯이 보였다. 피부의 지방이 반들거리고 있는 듯 했다.
아이가와는 한 손으로 지압을 계속하면서 다른 손으로 엉덩이를 어
루만졌다.
흰 엉덩이가 떨고 있다. 쾌감을 참으려고 하는 듯 했다.
다다미에 그대로 엎드린 아끼꼬에게 뒤에서 아이가와는 걸터앉고 말
았다. 스커트를 밀어 올리고 팬티스타킹과 스칸티를 엉덩이 아래까지
끌어내렸다.
몽땅 벗겨버리지는 않는다. 스타킹과 스커트 사이에 엉덩이만이 알
몸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편이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정말 귀여운 엉덩이였다.
모양이 예쁘고 섬세하며 적당할 정도로 요염하다.
아이가와는 얼굴을 굽혀 아끼꼬의 엉덩이에 키스했다. 볼록하게 죄
어 오른 정상에서 이음새를 따라 혓바닥을 움직여갔다.
으윽하고 아끼꼬는 신음을 한다.
엉덩이의 언덕이 다시 힘이 주어진다. 피부가 팽팽하여 희게 빛을
낸다.

"미안해요. 부끄러워 죽겠어요. 살살 다루어 주면 좋겠어요."

"아니야, 안돼! 도중에서 변경할 수야 없지. 어디까지나 사디스틱하
게 밀고 갈거야."

아이가와는 두 손으로 아끼꼬의 엉덩이 사이를 좌우로 벌렸다.
아끼꼬는 비명을 질렀다.
검은 핑크색 작은 창문과 풀숲, 그 외의 비밀의 부드러운 살결의 일
부가 보인다.
부드러운 살결은 젖어있었다. 흥분한 모양이다.
아끼꼬는 필사적으로 엉덩이를 모으려고 한다.
아이가와는 다시 두 손으로 벌린다.

"아니야. 이제 난 화낼거야. 싫단 말이야."

아끼꼬는 울음소리를 냈다.
굴욕의 자극이 지나친 것인지도 모른다. 진정으로 날뛰기 시작한다.

"화를 낼 생각이면 내 보라구. 더욱 귀여워지는데. 화가 난 여자는
예외없이 색정적이란 말이야."

아이가와는 아끼꼬의 팬티스타킹과 스칸티를 더욱 끌어내렸다.
다리를 누른다. 팬티스타킹과 스칸티를 발에서 뽑아버렸다.
상냥한 각선미가 노출되었다. 흰 피부에는 붉은 피색이 떠오르고 있
었다.
아끼꼬는 마지막 저항을 시도하며 헐떡이고 있다. 신음하고 있는 것
이다.
아이가와는 몸의 위치를 바꾸었다.
뒤에서 아끼꼬의 허리부분을 얼싸안고 들어올렸다.
아끼꼬는 짐승의 자세를 취했다. 거역해도 소용없다는 생각을 한 듯
하다. 이제는 가만히 있었다.
아이가와는 슬랙스의 지퍼를 내리고 남성을 꺼냈다.
아끼꼬의 흰 엉덩이를 다시 안았다. 위치를 정하여 침입했다.
아직도 아끼꼬는 충분히 젖어있지 않다. 침입에는 저항이 있었다.
조금씩 아이가와는 침입을 시도했다.
아끼꼬의 몸은 아직도 맞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남성은
무리하게 헤치고 전진해야 한다.

"살며시…… 천천히 해요."

짐승의 자세 그대로 아끼꼬는 신음했다.
통증이 있는 듯 하다.
벗어나기 위해서인가. 허리를 틀다시피 한다.
둥근 엉덩이가 약간 바른편으로 쏠렸다가 왼편으로 쏠렸다가 한다.
그러나 곧 안정되었다.
살의 장벽을 헤치며 남성은 미끈하게 안에 도달했다.
아이가와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프냐고 물어보았다. 아끼꼬는 머리를 저었다.
넋을 잃은 듯 가만히 있다.
모든 신경을 쾌락에 집중시키고 있는 듯한 자세였다.
아이가와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아끼꼬는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쾌락이 머리를 쳐든 듯 했다.
아이가와는 마음이 놓였다. 아끼꼬가 아직 익지 않은, 쾌락을 모르
는 여자가 아닐까 하고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움직임이 계속되었다.
쾌락의 질이 따뜻하고 미끄러운 감촉으로 바뀌어간다.
아끼꼬의 몸이 젖어오기 시작했다.
운동이 편해졌다.
지금까지는 남성의 전진후퇴에 따라 아끼꼬의 엉덩이도 앞뒤로 움직
이는 듯 했으나 지금은 남성이 독자적으로 가볍게 움직인다.
아이가와가 느끼는 쾌락도 농후해졌다.
아끼꼬의 숨소리도 헐떡거리기 시작했다.
호흡과 함께 감미로운 말소리도 나오게 되었다.
이윽고 아끼꼬의 목소리가 분명해졌다.
다다미에 짚었던 두 손등에 아끼꼬는 얼굴을 얹었다.
그만큼 엉덩이가 높아진 셈이다.
둥근 엉덩이에 아이가와의 아랫배가 닿는다.
팽팽할 정도로 탄력이 있는 매끈한 엉덩이다.
아이가와는 바지를 걸친 그대로이다. 아끼꼬의 엉덩이의 감촉을 느
낄 수 없다는 것이 유감이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행위를 중단하고 바지를 벗을 수는 없다. 애써 발
동하기 시작한 아끼꼬의 몸에 솟은 쾌감이 식어 버릴지도 모른다.
아끼꼬는 울기 시작했다.
다다미에 얼굴을 대고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다.
정말 울고 있는 것만 같았다.
스커트를 걷어올린 채로 쾌락에 허덕이는 자세가 더욱 자극적이다.
이제 곧 정상에 오를 것이다. 눈치가 그럴 듯 하다.
아이가와의 움직임이 더욱 커져갔다.
아끼꼬의 목소리가 신음으로 변했다.

"아아앗! 못 견디겠어. 부딪쳐요. 아아!"

아끼꼬의 고백이 계속되었다.
신음한다. 다다미에 얼굴을 대고 몸을 뒤튼다.
아끼꼬는 옆으로 무너졌다.
일으켜서 다시 한 번 침입하려는 아이가와의 몸에서 벗어나려다가
옆으로 쪼그린 채 눈을 감는다.
숨을 달래고 있었다.
아이가와는 일어섰다.
하반신을 노출시키고 있는 아끼꼬를 내려다본다.
이제는 아끼꼬를 지배했다는 감각이 있었다.
아이가와는 알몸이 되었다.
아끼꼬의 두 겨드랑에 손을 찌르고 끌어당긴다.
옷을 벗기기 시작한다.
아끼꼬는 그제야 정상상태로 돌아왔다.
자신이 옷을 벗기 시작한다.
아이가와는 욕실로 들어갔다.
안내하던 종업원이 틀어놓은 그대로 욕조에서는 더운물이 흘러내리
고 있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아끼꼬도 욕실로 들어왔다.
앞서의 자신의 모습을 상기하여 부끄러워진 것이리라.
얼굴만은 가리고 다른 곳은 가리지 않는다.
나체일 때, 불의의 습격을 받았을 때, 일본여성은 하복부를 가린다
고 했다.
구미의 여성들은 가슴을 숨긴다.
종전에는 그런 말을 자주 들어왔다.
그 점을 해석한다면 일본여성의 감성도 유럽, 미국식으로 변했단 말
인가?
아이가와는 탕 속에서 아끼꼬를 맞았다. 들어온 아끼꼬의 나신을 충
분히 관찰할 수가 있었다.
둥근 원형이 그대로 살아있는 비너스였다.
손아귀에 그대로 들어갈 만한 크기이다.
비너스의 꼭지가 단단해 보이고 신선감을 준다.
색은 녹두색을 다소 연하게 한 느낌이었다.
허리뼈가 발달되고 다리는 다소 굵은 편이었다.
그러나 각선미가 깨끗하여 예쁘기만 하다.
피부가 희다.
하복부의 풀숲은 역삼각형으로 매달려 있었다.
그렇게 살이 찐 것도 아닌데 전체적으로 풍만감을 준다.
이런 체격은 대체로 민감한 편이다. 앞서 아끼꼬는 남자처럼 신음하
지 않던가. 그것만으로도 짐작이 간다.
여인은 정말 쾌락에 젖어들었을 때 별로 아름다운 소리로 울지는 않
는다.
아이가와는 다시 새로운 욕망에 젖어들었다.
아끼꼬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던 것은 순간적이었다.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만큼 신체의 매력은 강조되는 것이다. 상냥하
게 둥근 나체의 이미지가 아이가와의 눈에는 살아 있었다.
아끼꼬의 얼굴에서 손이 떨어져 나가도 그 이미지는 남아 있었다.
아끼꼬는 탕에서 나와 쪼그리고 앉는다.
그리고 얌전히 몸을 씻기 시작한다.
그 다음 선 채로 욕조에 들어섰다.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몸을 바로 아이가와에게 돌리고 한쪽 발
씩 탕 속으로 집어넣는다.
엷은 풀숲이 젖어서 몇 가닥이 아래로 드리워 물에 잠긴다.
여유있는 탕이었다.
마주보며 아끼꼬는 앉는다.
몸이 잠기고 귀여운 웃음을 대하게 되자 아이가와는 소중한 일이 남
았음을 그제사 상기했다.
동료 마에다를 함정으로 몰아넣은 여인이 이 아끼꼬가 아닐까 하는
것을 빨리 조사해야 한다.
조금 전에 안아본 감촉으로는 아끼꼬는 뒤에서 남성을 맞아들이는데
적절한 몸을 가졌다.
흔히들 말하는 밑붙음의 체형인 듯 하다.
그러나 실제로 측정해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여자의 진주의 위치가 뒤에 가까운 위치에 자리잡고 있어도 하복부
가 짧으면 가랭이 위도 짧은 법이다.
배의 정상부분에서 진주알이 박힌 부위까지의 거리가 정확히 8센티
6밀리가 된다는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자네는 아까와 같은 자세로 섹스하는 것을 좋아하나? 언제나 그렇
게 하나?"

"언제나가 아니지요. 식사를 하면서 말했잖아요. 최근에는 남자친구
가 없다고 말이예요. 그래서 오랜만에 섹스를 해본 거예요."

"그 남자친구가 있었다는 시절의 이야기야. 언제나 그런 식으로 했
나?"

"아니예요. 그래서 아까 같은 자세는 매우 신선했다구요. 아이가와
씨의 이게 바로 깊게 부딪치고……"

더운물 속에서 아끼꼬는 아이가와의 남성을 잡았다.
아까는 짐승같은 자세로 뒤쪽에서 아이가와의 남성을 맞아들이지 않
았던가.
아이가와가 움직일 대마다 남성에 깊게 부딪쳐왔다.
다른 자세로 체내에 남성을 받아들이는 경우에는 그렇지가 않았다.
그 일로 아끼꼬는 감동하고 있었다.

"역시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과 체험하는 것이 좋은가봐요. 옛날의
그이는 이런 것은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그렇게 큰 기쁨을 오늘까지
나는 모르고 살아왔지 뭐여요."

"그러나 이상한데. 섹스란 일반적으로 여러 가지를 해보는 게 아닌
가. 자네 그 사람은 뒤에서 안아주지 않았나?"

"해 본 일은 있어요. 그러나 그런 자세는 신통치가 않았나 봐요. 자
극이 강해서 오래 버티지 못했나? 바로 끝나기도 했어요. 정말 3초 동
안에 끝나는 일도 있었다구요."

"3초라니? 설마,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렇게 빨리 끝낼 수는 없
어."

아이가와는 웃어버렸다.
조금 전의 큰 기쁨도 그랬고, 3초 동안에 끝난다는 등 아끼꼬의 이
야기는 과장된 것이었다.
남성이 진주에 부딪쳤다고 감동으로 이야기가 과장된 것인지도 모른
다.

"정말이라니깐요. 뒤에서 들어왔을 때는 그랬어요. 헐떡거리다가 끝
나버렸어요. 이것에 부딪칠 여가도 없이 말이예요."

다시 한 번 아끼꼬는 아이가와의 남성을 잡았다.

"무척 커요."

하고 그녀는 중얼거렸다.
크기 때문에 부딪쳤을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렇게 큰 것은 아니야. 터어키탕 여자에게 물었더니 중에서 상이
라고 했어. 어쨌든 중간치수야."

"그럴까? 옛날의 그이는 이것보다 작았다고 생각되는데."

몇 센티나 되느냐고 아끼꼬는 물었다. 손가락으로 남자의 배를 문질
러대고 있었다.

"글쎄다."

하고 아이가와는 고개를 저었다.
중학교 시절에는 그런 것에 신경쓰여서 자로 재어본 일도 있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고 나서는 그만두었다. 일일이 신경을 쓰다가는 한
이 없을 것만 같았다.
크기 이상으로 여러 가지 요건이 섹스에는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
었다.
1센티나 2센티 차이란 아무래도 좋았다.

"기억에 없는데. 재어보기로 하지. 마침 자도 가졌으니까."

아이가와는 손을 아끼꼬의 하복부에 밀어넣었다.
정상부위에 엄지를 댄다.
인지를 중요한 장소의 진주알 부분에 뻗혀보았다.
그대로 손을 올렸다.
나름대로 계산을 해보았다. 10센티 이상은 될 것 같았다.
아무래도 아끼꼬는 섹스의 진주가 아래에 붙어있는 것 같았다. 범인
이 아닌지도 모른다.

"싫어요. 뭘 재고 있나요?"

"정상부와 진주의 거리를 재고 있어. 거들의 신제품의 자료로 쓰기
위해서."

"그러나 거들이라면 배꼽 바로 아래에서 재야 하잖아. 지금 잰 것은
배꼽 훨씬 아래쪽인 듯 한데."

"파스너가 달린 거들을 연구중이야. 소변을 볼 때 벗지 않아도 되도
록 파스너를 내린단 말이야. 그 파스너의 길이를 어느 정도로 하는가
가 문제야."

그는 아무렇게나 말해버렸다.
그러나 아끼꼬는 진지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몸이 따뜻해졌다.
아이가와는 욕조에서 나왔다.
교대로 등을 밀어준다.
아끼꼬의 몸에 비누칠을 하여 가볍게 애무해 주었다. 그러나 욕실에
서 노는데 아끼꼬는 익숙하지 못한 듯 했다.
애무를 당해도 부끄러워할 뿐 도취하지 못한다. 체면도 수치도 버리
고 즐겨볼 만큼 성숙하지 못한 듯 했다.
강요하는 것도 도리가 아니다.
아이가와는 이제 아끼꼬가 행동을 마음대로 하게 놓아주었다.
타월을 쓰며 아끼꼬는 욕실에서 나갔다.
아이가와도 얼마 후에 밖으로 나왔다.
아끼꼬는 침실의 이불 위에 누워 있었다. 나체 그대로 몸을 식혀주
고 있었다.
천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천장에는 거울이 붙어 있다.
아이가와는 저고리 포켓에서 작은 줄자를 꺼내들고 침실로 들어갔
다.
아끼꼬의 옆에서 몸을 구부려 측정했다.
정상부에서 여자의 밀실인 진주알이 박힌 곳까지 10센티 정도는 되
었다.
그렇게 큰 수치는 아니다.
그러나 아끼꼬는 다리가 길고 배가 작다.
그래서 신체 구조상 뒤로부터의 침입이 편리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측정을 하는 동안 아끼꼬는 반듯하게 누워있었다.
줄자를 쥔 아이가와의 손가락이 진주에 닿았을 때만은 약간 웃었다.
얼굴을 들어 하복부를 바라보았다.
흥분하고 있었다.

"어때요, 참고가 되었나요?"

아끼꼬가 물었다.
거들의 신제품 개발을 위한 조사라는 아이가와의 말을 끝까지 믿고
있는 듯 했다.

"좋은 참고가 되었지. 자네는 뒤에서 섹스를 하기에 적합한 체격이
야. 여러 가지를 알게 되었어."

"그래서 그 자세로 느끼게 되었군요. 그런데 내 몸이 이상한 것은
아닌가요?"

"이상하다니, 어디가?"

"툭 뒤어나왔잖아요. 느끼는 데가 말이예요. 너무 큰 것은 아닌지?"

"그런 건 아니야. 핑크색이며 무척 귀엽게 생겼다구. 그 아래도 귀
엽고. 키스해주지."

"잠깐. 나도 재어볼테야. 아이가와씨는 얼마나 되는지……"

아끼꼬는 상체를 일으켰다.
아이가와의 손에서 줄자를 빼앗고 아이가와에게 두 다리를 뻗게 했
다.
기운이 빠져있는 남성에다 입을 맞추었다.
남성은 곧 힘이 살아났다.
그 옆에다 줄자를 대고 아끼꼬는 재고 있었다.
13.5센티라고 중얼거리며 아끼꼬는 끄덕였다.

"역시 크군요. 평균은 12.7센티 정도예요. 책에 나와 있었어요."

"대단한 차이는 아니야. 그러나 키스를 계속해준다면 더 커질지도
몰라."

아끼꼬는 끄덕이고 아이가와를 밀어서 넘어뜨렸다.
다시 아이가와의 남성을 입으로 흡착했다.
아이가와 옆에서 무릎을 꿇고 상체만을 남성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둥근 엉덩이가 아이가와의 얼굴을 향하고 있었다.
아끼꼬는 머리를 상하로 움직이고 있었다.
아이가와의 남성에 습기차고 따뜻한 쾌감이 감돌기 시작한다.
아끼꼬는 입안 깊숙히 흡입하고 있었다. 거의 혀끝을 사용하지 않는
다.
훌륭한 봉사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열의만은 대단했다. 머리
만은 부지런히 움직인다.
둥근 엉덩이가 머리와 함께 움직인다.
엉덩이가 합쳐진 사이로 복숭아색 과육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아이
가와는 손으로 만져보았다.
봉사를 받으면서 만지며 즐겼다.
행복의 절정이라고 중얼거렸다. 시각과 촉각의 환희를 동시에 느끼
고 있었다.
아이가와의 체내에서 쾌락이 치민다. 전신에 힘이 들어간다. 아이가
와의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숨을 길게 토하면 쾌락의 억제가 가능할 것 같았다. 젊은 시절에는
어떻게든지 지속력을 강화시키려고 호흡의 조절도 연구한 일이 있었
다.

"이 부근은 어때요? 느끼세요?"

아끼꼬는 이윽고 남성의 상징 아래쪽으로 혀를 가져갔다.

"느낀다구. 느끼고 말구."

아이가와는 대답했다.
다소 헛인사도 섞인 말이다.
다음 순간 아이가와는 신음했다. 신선한 쾌감이 다시 시동을 걸어온
다.
국부를 따라 아끼꼬의 혓바닥이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으로 느끼는 감각이었다.
거기에서 혓바닥을 운동시키는 여자는 아직은 없었던 것이다.

"훌륭한데 아끼꼬, 자네 솜씨가 대단하군."

"정말 여기가 느껴져요? 그렇다면 여기는 어때요? 여기는……"

아끼꼬의 혀는 여기저기로 옮겨간다. 팽팽한 것에서 뒤로 통하는 가
느다란 부분에도 혀가 날뛰기 시작한다.
복잡한 쾌감이 아이가와의 몸에 흐르기 시작했다.
그는 도취점에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부터 남성 자체에 대한 애무가 소홀해졌기 때문이다.
솜씨가 좋은 여자라면 남성을 손으로 애무하면서 아래쪽으로 혓바닥
을 옮겨갈 것이다.
그러나 아끼꼬에게 그것을 요구한다는 것은 무리이다.
아이가와는 손을 자신의 남성에 가져갔다.
자연스러운 심정으로 자위를 시작했다.
자신이 앗아내는 쾌락과 아끼꼬가 보내주는 쾌락이 겹쳐진다. 두 배
의 쾌락이 아이가와의 몸을 녹여준다.
일시 정지상태에 있던 아끼꼬의 엉덩이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한다.
바라보면서 아이가와는 사나이의 행복을 만끽했다.
이대로 정상으로 올라가서 욕망을 발산시키고 싶은 기분이 간절하
다.

"이봐요, 아이가와씨! 스스로 하고 있나요?"

이윽고 아끼꼬가 놀라며 소리쳤다.
아래쪽의 쾌감이 멎었다.
아끼꼬는 아이가와의 손을 밀어내고 자기 손으로 남성을 쥐었다.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필요없게 됐나봐. 심술쟁이!"

아끼꼬가 불평을 했다.
진짜 화가 난 것은 아닌 듯 했다.
표정에도 목소리에도 웃음이 섞여 있었다.

"그렇지가 않아. 자신이 해보는 것도 즐겁단 말이야. 자네의 육체를
보고 있으니 그런 놀이도 해보고 싶어지는 거야."

손을 멈추고 아끼꼬는 아이가와를 응시했다.

"남자란 재미있게 생겼어요. 섹스를 정식으로 하지 않아도 여러 가
지로 놀 수가 있으니까 말이야."

아이가와의 남성을 꼭 쥔 채 아끼꼬는 중얼거렸다.
웃으면서 탄복하고 있다.
아끼꼬의 나체를 보면서 아이가와는 자위를 즐기고 있었다. 남자의
그런 동작을 처음으로 보았을 것이다.

"그야 물론이지. 최근에는 숨어서 보는 극장도 있잖아. 그것도 마찬
가지야. 여자가 자위행위를 하는 것을 들여다 보면서 자신이 하는 것
도 유행하고 있다던데."

"어머나! 그런 것도 있나요?"

아끼꼬는 놀란다.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주간지 같은 데에서 떠벌리고 있는 성풍속도이다.
그런 일에 여자는 본능적으로 시치미를 뗀다.
그러나 아끼꼬의 표정은 싫어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귀엽기만 했다. 성의 세계에서 별로 알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일부러 강조하고 있는 듯 했다.
교묘한 키스를 한다고 아이가와에게 칭찬도 받았다.
싫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숙달되었다는 인상도 풍기고 싶지가 않았을 것이
다.

"그러나 여자 혼자서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데 남자란 그런 면에서
도 흥미가 있나요? 우리는 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는데."

"여자의 나체만 보아도 남자는 감격하는 거야. 하물며 여자가 혼자
서만 즐기고 있는 모습이란 상상만 해도 기이하지 않겠나?"

남자란 어디서나 자위를 한다.
그러나 여자는 자위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최근까지는 그것이 상식이었다.
여자도 마찬가지로 즐긴다는 것이 공개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수년
이래의 현상이다.
더우기 사나이란 그런 현상에 수족을 못쓰는 것이다.
아이가와는 그런 점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여자가 자위행위에 몰두하는 것은 최근엔 사랑의 표현이야. 연인에
게 그것을 지켜보게 해줌으로써 사랑에 대한 자신을 갖는 거지."

옛날에는 여자가 섹스에 응하는 것이 대단한 모험이었다. 그 이상은
없는 성의 중죄라고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현대의 여성은 개방적으로 행동하게 되었다.
피임기구의 보급 등으로 적극적으로 섹스를 즐기게 되었다.
남에게 보여서는 안될 모습을 보여주고는 만족하고 있다. 그제서야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되는 것이다.
아이가와의 생각으로는 여자의 자위의 모습은 그래서 최고의 사랑의
표현인 것이다.

"그런 사랑의 현장을 엿보게 해주는 셈이지. 이것은 틀림없이 유행
할 거라구. 애정의 실체가 없는 형태만으로도 사나이는 감동한다구.
여자의 그러한 모습을 동경하고 있다는 말이지."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가와는 상체를 일으켰다.
알겠다는 듯 다짐을 했다.
아끼꼬의 몸이 바로 눕혀졌다.
아끼꼬의 손을 잡고 자신의 소중한 부분으로 유도한다.
아이가와는 아끼꼬의 인지와 중지를 모아 진주의 봉오리에 밀어붙였
다.

"어머나, 사랑의 증좌를 밝혀보라는 거군요."

"그렇다니까. 난 고독하단 말이야. 아끼꼬의 사랑의 표적이 보고싶
어. 보여달라구. 자네의 가장 비밀스러운 모습을 바라보면서 안심하고
싶다구."

"고독하다니 말이 되나요. 분명히 아내가 있을텐데."

"아내는 다르다구. 남편의 위엄이라는 것이 있잖아? 어느 정도 체면
을 차리면서 접촉해야지, 무작정 놀 수는 없잖아. 내가 완전히 마음을
터놓고 놀 수 있는 것은 자네뿐이야."

"교묘하게 말씀을 끌어대는군요. 아내에게는 이런 짓을 시킬 생각은
아예 없으면서……"

그런 문답이 오가는 동안 아끼꼬의 손은 여전히 아이가와가 유도해
간 그 자리에 놓여 있었다.
하복부의 풀숲 아래쪽에 손을 가져갔다.
인지와 중지로 진주알을 누르고 있다.
말로는 반대를 하고 있다. 그러나 흥미는 있는 듯 하다.
여러 가지를 시험해 보고 싶은 나이다. 남성이 보고 있는 앞에서 자
위행위를 한다.
생각만 해도 자극이 있는 듯 했다.

"부탁이야, 아끼꼬. 보여달라구. 내 말을 들어주면 나도 무슨 말이
라도 들어줄거야.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정말? 할 수 있는 일이면 무엇이든지 들어줄꺼라구요?"

좋아! 하고 아끼꼬는 중얼거렸다.
그렇게 해 볼 생각인 듯 했다.
무엇인가 중요한 교환조건이 있나보다.

"봐요. 해보기는 하겠는데, 날 하찮게 생각하면 못써요."

"무슨 걱정이야. 감동하여 아끼꼬를 업어주고 싶어질텐데."

아끼꼬는 눈을 감았다.
진주의 알을 누른다. 손가락 두 개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하로 움직인다.
위쪽의 꽃과도 같은 살결을 아래쪽 진주알과 같이 번갈아 자극하고
있다.
흘러내리는 욕망의 과즙을 진주에 발라가고 있는 듯 했다.
몸을 내밀며 아이가와는 들여다 보았다.
손가락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곧 아끼꼬는 자위행위를 그만두었다. 싫어! 하며 소리치고
발을 동동거렸다.
소중한 부분에서 손을 떼고 말았다.
웃고 있었다.

"왜 그래? 멋있게 진행되고 있었는데. 계속하라구 제발."

"어떻게 됐나 하고 살며시 눈을 떠보니 아이가와씨는 진지한 표정으
로 들여다보고 있잖아. 역시 기분이 이상해요. 안되겠어."

"그렇게 말하지 말고 계속해. 무엇이든지 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
나?"

이 말을 듣더니 아끼꼬는 웃음을 그쳤다.
소중한 곳으로 오른손을 가져간다.

"눈을 감도록 하세요, 아이가와씨!"

아끼꼬는 요구해 왔다.
아이가와는 어이가 없었다.
눈을 감아버리면 자위를 바라볼 수가 없게 되지 않는가?

"빨리 눈을 감도록 해요. 그래야지 기분이 나잖아."

아끼꼬는 손을 뻗어 아이가와의 눈을 감기려고 한다.
진의를 알겠다.
도중에서 눈을 뜨고 관찰해도 좋다는 뜻이겠지.
아이가와는 눈을 감았다.
천장을 보고 누웠다.
전신의 신경을 곤두세워 아끼꼬의 동정을 살폈다.
얼마동안은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그러나 이윽고 빠르고도 신음같은 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숨결이 거칠어지는 것 같았다.
아끼꼬의 기분이 고양된 것 같았다. 호흡이 절박해지기 시작한다.
아이가와는 눈을 떴다. 천장을 보고 누워있는 아끼꼬 옆에 서로가
반대로 누워있다.
아끼꼬는 눈을 감고 있다.
오른손을 진주에 대고 자위에 열중하고 있다.
인지와 중지로 진주를 가리고 있다. 손가락 끝은 그 아래쪽 핑크색
살결에 닿아있는 듯 했다.
진주의 안쪽을 자극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인지의 끝은 움직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중지가 약간 굽었다가 펴졌다가 굴절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듯 하다.
손가락의 등 부분을 광범위하게 사용하며 마찰하고 있었다.
넓고도 둔한 자극으로 아끼꼬는 즐기고 있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는 것이다.
아끼꼬의 즐기는 방법은 이것이었던 것이다.
손가락 끝으로 진주를 건드리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닌 듯 했다.
아이가와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여자친구들에게는 일률적으로 손가락 끝으로 진주에도
둥글게 자극만 주어왔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다.
사실상 부족을 호소하는 여자는 없었다.
모두가 신음하고 몸을 제쳐 버리기는 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훨씬 다른 방법을 원하고 있던 여자들도 많았
던 것은 아니었을까. 구체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지시하는 것이 부끄러
워서 아이가와의 방식에 맡겨두었다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아이가와는 독선에 흘렀다는 이야기밖에는 되지 않는다.
여자의 마음이나 신체에 관해서는 아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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