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펀글]온라인 애정편력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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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391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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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에 관심을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글을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제 목 : 아픈이별 16 <제16회>
<제16회>

제 1 장. 아픈 이별. (16)

나는 아이디 taoist을 치고 비밀번호 ****를 눌렀다.
그리고 나서 지연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보고싶은 지연아.
넌 지금 원주행 버스를 타고 있겠구나.
너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난 눈물을 참느라고 얼마나 힘들
었는지 모른다.
사랑스런 너의 모습이 멀어져갈 때 난 결국 눈물을 참을 수 없었지.
방울 방울 떨어지는 나의 눈물은 이별을 아쉬워 하는 내 마음의 순
수한 결정체일 거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무척이나 멀게 느껴졌었다.
그러나 이렇게 컴 앞에 앉아서 너에게 글을 쓰니 마치 널 눈앞에 대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조금은 위안이 되는구나.
지연아.
나는 지금 몹시도 혼란스럽다.
예전에는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난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 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난 그
저 널 사랑한다고밖에는 달리 나타낼 방법을 찾지 못하겠다.
내 표현력의 한계를 느낀다.
무사히 잘 도착하기를 바라며... 답장해라. "

나는 엔터를 누르고 빠져나왔다. 보통 때 같으면 내가 속한 다른 동
호회에 가보거나 여론광장에 가서 게시물을 검색한다거나, 아니면 통
신대국실에 가서 바둑을 둔다거나 했을 테지만, 나는 편지만 보내고
접속을 끊었다. 지연의 모습을 눈감고 상상하는 것이 더 즐거운 일일
것만 같아서였다.
조금 피곤하기도 했고, 오늘이 연휴의 마지막 날이라서 내일을 위해
서 약간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침대에 누
워서 어제의 일을 생각했다. 지연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천장에 어른
거렸다.

즐거운 상상을 하는 동안 나는 낮잠이 들고 말았다.
푸른 융단같은 잔디밭이었다. 그곳에서 지연과 나는 여러 가지 음
식을 싸와서 다정하게 서로를 먹여주었다. 가끔 키스를 하기도 하고
서로 짓궂은 장난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하늘이 캄캄해졌다.
장대같은 비가 내렸다. 나는 비를 피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고 허둥지둥했다. 비는 무지하게 많이 내려서 어느새
홍수가 났다. 지연이 떠내려갔다. 나는 지연의 이름을 부르면서 물에
뛰어 들려고 했지만 도무지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지연아! 지연아아!
나는 지연의 이름을 목이 터져라 불렀다.
몹시도 안타까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목이 터져라 지연의 이름을 부르면서 불현듯 깨어났다.
꿈 치고는 영 기분이 안 좋았다. 일어나 보니 사방이 어두컴컴했다.
혼자 사는 두칸짜리 전세방에 시커먼 어둠이 잔뜩 몰려 들어와 있었
다. 나는 전등불을 켜고 시계를 바라보았다.
밤 열시 오십분.
나는 다섯 시간이나 잠들어 있었다.
'꿈이란 허망한 거야. 꿈은 현실과 반대라고 하지 않더냐.'
나는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나서 컴퓨터를 켜고
통신에 접속했다. 지금은 지연이 집에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지연이 집에 도착해서 통신에 들어왔다면 틀림없이 내가 보낸 메일을
보았을 것이다. 보낼 때 답장요망을 택했으니, 아마 답장이 왔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접속을 기다리는 일초 일초가 얼마나 지루하게 느껴지는 지 몰랐다.
오늘 따라 유난히 더디게 느껴지는 것이다.
드디어 접속이 되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니 수신된 메일이 하나 있다는 메시지가
모니터 화면에 떴다.
지연에게서 온 편지였다.
발신일시 : 96/ 4/29 20:01
발 신 인 : 김민성 (taoist )
수신/참조: 수신
제 목 : 마지막 편지...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오빠, 이런 말을 해야한다는 게 싫지만....
제목 그대로 마지막 편지입니다. 우리가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
는데, 이렇게 때 이르게 이별을 해야 한다는 현실이 미워요.
전 이제 통신을 떠나려 합니다.
제가 눈 앞에 있으면 오빠의 맘이 괴로우실 것 같아서요.
부디 행복하시길...

그녀가 내게 마지막 남긴 말은 '부디 행복하시길...' 이라는 짤막한
것이었다. 나는 그녀의 체취가 느껴지는 짧은 메일을 읽고 또 읽었다.
대여섯 번을 읽어도 글자의 내용은 전혀 바뀌어지지 않았다. 혹시라
도 바꾸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p를 눌렀다가 지연의 편지를 편지보관
함에 넣은 후에 다시 읽어보았다. 저장된 편지는 이주간 보관된다나
어쩐다나 하는 메시지가 모니터에 떠올랐다. 저장된 편지를 다시 읽어
보아도 내용에는 한 자의 변함도 없었다.
아아!!
지연이 없는 세상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도저히 참
을 수 없었다. 그녀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연락을 취해야겠다는 생각
을 했다. 그러나 나는 그제서야 내가 그녀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해보니 나는 그녀의 집 전화
번호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호출기도 갖고 있지 않았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밖에 없었다.
나는 다시 그녀에게 메일을 보냈다.

"지연아. 네가 보낸 메일은 잘 받아 보았다.
지금의 내 마음은 찢어지는 것 같다. 이렇게 허망할 수가 있다
니...
한반도에 전쟁이 다시 일어나서 수백만 명이 죽어도, 기아와 질병에
한민족이 멸망을 한다 해도 이렇게 슬프지는 않을 것이다. 난 내가
그토록 네게 부담을 주는 지는 몰랐다.
지연아, 다시 한 번 생각해다오.
네가 결혼상대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나도 이미 알
고 있는 바이고, 그렇다면 나는 네게 어떠한 피해도 가지 않게 너를
만나고자 하지도 않을 것이고 연락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네가
앞으로 통신을 하지 않겠다는 말은 취소해다오. 가끔 pf를 쳐서 네가
언제 접속했는 지 정도는 알 수 있어도 좋지 않겠니.
지연아. 생각해보면 오빠는 매우 이기적인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너도 알 거다.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지...
내가 널 사랑하는 마음이 네게 얼마나 잘 전달될는지는 알 수 없지
만, 그럴수록 우리 사이가 힘들어진다는 현실이 너무나 원망스럽구나.
네 아이디가 이용해지 상태가 되려면 적어도 며칠 정도의 여유는 있
겠지.
그 전에 내게 전화라도 한 통 해주렴.
네 목소리를 듣고 싶다.
단 일분이라도 너와 통화하고 싶은 내 마음을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그럼 이만 줄인다.
다시 말하지만 꼭 연락해라. "

나는 메일을 보내고 허탈한 심정에 접속을 끊고 나왔다. 어찌해야
좋을 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한동안 넋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앉아 있었다. 오분이 흘렀을까, 아니면 십분, 혹은 한시간이 흘렀는지
도 모른다. 나는 지연의 해맑은 얼굴을 생각하면서 문득 정신을 차렸
다. 당장 원주로 내려갈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내가 원주로 내려간다고 해도 어디에서 그녀를 만날 것인가.
나는 그녀가 어디에 사는 지도 모르고, 그녀가 근무하는 학교의 이름
도 정확하게 모른다. 단지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녀가 원주에서 중
학교의 영어교사로 일하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나는 지독히도 목이 말랐다. 내가 보낸 메일을 본다면 그녀가 한 번
쯤은 연락을 할 것이다. 그 때 잘 얘기해서 다시 만날 수 있는 루트를
마련해야 한다. 그녀가 없는 세상은 이미 내게는 상상하기 힘든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루가 지났다.
나는 학교에서 수업을 하는둥 마는둥 겨우 하루 일과를 마친 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평소 같으면 우선 옷을 갈아 입고 손발을 씻은 후에
저녁을 무엇으로 해 먹을까 고민을 할 것이지만, 오늘은 달랐다. 옷도
갈아 입지 않은 채 나는 컴퓨터를 켰다.
통신에 접속을 한 후 내가 보낸 편지를 지연이 받아 보았는지 확인
해 보았다.

그러나....
지연은 내가 보낸 편지를 아직 확인도 해보지 않은 상태였다.
*** jiyoni(정지연)님을 소개합니다. ***
( 1) 최근 종료시간 : 96/ 4/29 20:02:44
( 2) 이용자 상태 : 이용해지
( 3) 취미 : 여행. 사진.
( 4) 하고싶은말 : 부디 행복하시길...
지연은 이용해지 상태였다.
내 편지는 읽어 보지도 않은 채...
나는 지금까지 사람은 이렇게 헤어져서는 안된다고 믿어 왔다. 또
한 나는 타인에게 아픔을 주는 이별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믿어 왔다.
내가 그녀에게 아픔을 준 것이 더 클까, 아니면 그녀가 내게 아픔을
준 것이 더 클까? 나는 이런 쓸데없는 의문을 느끼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제 목 : 아픈이별 17 <제17회>
<제17회>

제 1 장. 아픈 이별. (17)

이태원에 사는 장재운이라는 친구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어.. 나다. 민성이."
"어? 그래, 왠 일이냐?"
재운이는 반가운 목소리로 나를 맞았다.
"응. 오늘 시간 있냐?"
"왜? 무슨 일 있어? 나 요즘 바쁜데... 원고 마감이 코앞이라..."

재운이는 포르노 소설을 쓰는 작가이다. 필명은 죄백(罪百)이라는
이름을 쓰는데 죄가 백 가지나 된다는 뜻이다. 이것은 그가 자신의
필명을 지을 때, 자신의 죄를 백가지로 축소하려는 의도를 바탕에 깔
았던 것이다. 실제로는 그의 죄악은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굳이 그의 죄를 따진다면 오천 가지는 될 것이다.
필명을 짓는 과정에서도 그는 이런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가 작가의 길로 나서기 전부터 지금까지 그가 농락한 여
인은 실로 다양한 부류에 걸쳐 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포르노 소설을 쓰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잠깐 죄백의 작품목록을 살펴 보고 그 내용도 조금 소개하
기로 하겠다.
그가 쓴 작품의 제목은 너에게 나를 보낸다 같은 류의 제목으로 대
개는 길다.

첫 번째는 '큰 칼을 찬 건방진 놈'이다. 주인공이 늘 큰 칼을 엉덩
이에 대롱대롱 메달고 다닌다.
그 칼로 부녀자를 위협하여 겁간한다는 내용이 줄거리의 축이다. 성
격도 건방지기 이를 데 없어서 아무리 킹카인 여자라도, 심지어 그녀
가 공주나 황녀라도 언제나 여자를 짐승다루듯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체위가 아니면 절대로 결합하지 않는 오만한 성격
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는 '생사를 건 결투'이다. 여기서 결투란 말할 것도 없이 음
양화합을 말한다. 이 책에서는 남녀 주인공이 나오는데 희대의 탕녀
빨간꽃잎과 소림제자의 탈을 쓴 색마 검은돼지이다.
그들은 불문의 성지 소림사 장경각에서 각자의 채양보음술과 채음보
양술을 겨루는데 그야말로 생사를 건 결투이다. 주먹으로 치고 박는
것은 이것에 비하면 어린애들의 장난이라고 할 것이다. 결투가 절정을
치달아 갈 때, 마침 책을 찾으러 온 소림사의 방장에게 들켜 검은돼지
는 손목을 잘리게 된다.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검은돼지는 절묘한 손기
술을 사용할 수 없어서 온갖 고생을 하게 된다. 여자를 만나도 손을
쓸 수가 없으니 다양한 기술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의수를 만들게 되는데 이 의수를 푸른 악마의 손가락이라고 한다. 이
의수를 만드는 방법이 극히 절묘하다. 도교의 방중 비법을 총동원하고
온갖 술법을 써서 제작한다. 그래서 이 의수에 여자의 몸이 닿기만 해
도 그 여자는 오르가즘에 이르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검은돼지는 최고의 색마로 천하를 군림하게 된다는 이
야기이다. 무협소설풍의 고전적인 매력이 있다.

세 번째는 '밤에만 빛나는 벌레'이다. 제목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인데, 낮에는 백수이고 밤에는 제비이다. 낮에는 하릴없이 방바닥만
긁는 식충이지만, 밤에는 또랑또랑 눈에 빛을 발하며 엽색행각을 일삼
는 것이다. 스케일도 커서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외국여자들도 무수
히 접한다. 그야말로 국제적인 제비로 발돋음하는 것이다. 역시 작가
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주인공이 너무나 많은 악행을 저지르자
인터폴의 수배를 받게 되는데, 인터폴이 밤에만 빛나는 벌레(이하 벌
레로 약칭)를 잡기 위해 펼치는 수사과정이 무척 흥미롭다. 자세한 이
야기를 한다면 흥미를 반감시키는 것이 될 테니 간략한 소개를 하기로
하자. 인터폴은 벌레를 잡기 위해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꽃뱀을
사주한다. 이른바 함정수사를 벌이는 것이다. 벌레는 함정에 빠져 잡
히게 되고 곧 재판없이 총살형을 당하게 될 찰나에 구사일생으로 살아
나게 된다. 이 책은 장장 여섯 권 짜리 대하소설이다. 기나긴 밤이 두
려운 어떠한 남녀라도 하룻밤은 아랫도리가 축축해질 정도로 흥분하게
될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네 번째는 '단단한 놈은 무너지지 않는다'이다. 제목에 보이는 단
단한 놈은 일명, 거북이 대가리라고도 하고 뱀 대가리라고도 하는데,
쉽게 말해서 남성의 성기를 상징한다고 할 것이다. 주인공인 단단한
놈은 어렸을 때 약을 잘못 먹어서 그야말로 무식한데다 힘만 장사인
놈이다. 특히 기술은 별로 없지만, 한번 불끈 일어난다면 아무도 그
물건을 꺾을 수 없다는 대단한 놈이다. 오죽하면 그녀의 여자친구인
염정이가 그 물건을 앙징맞은 두 손으로 붙잡고 한시간이나 메달려 턱
걸이 연습을 했겠는가? 단단한 놈은 그렇게 좋은 물건을 가지고 있으
면서도 머리가 나빠서 기술을 배우지 못한다. 그래서 자기의 한계를
절감한 단단한 놈이 기술 습득을 위해 천하를 주유하며 스승을 구하는
데, 그 과정은 마치 불문의 고승이 득도를 위해 고행하는 것처럼 사뭇
비장하기 이를 데 없다. 죄백 최근의 신작이므로 서점에 가면 쉽게 구
할 수 있다. 누구에게라도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재운이는 요즘 원고 마감이 닥쳐서 무척 바쁜 모양이었다. 바둑신
문에 '핏빛 기린의 정사'라는 소설을 연재한다고 했다.
"음... 그렇구나. 그래도 오늘 내게 시간 좀 내라. 오늘 이 형이
무지막지하게 불행에 빠진 날이다."
"그래? 너 또 실연했냐?"
재운이의 빠른 눈치는 귀신을 무색케한다.
나는 순순히 긍정했다.
"그래. 어쨌든 만나서 얘기하자. 오늘은 내가 술 살게."
나는 시간 없다고 빼는 재운이를 억지로 불러 내서 술을 마셨다.
따지고 보면 내가 이런 불행을 겪는 것도 재운이의 탓이 없다고는
말 못할 일이다.

순진한 내게 통신을 가르쳐 준 애가 재운이다.
통신을 통해서 내가 얼마나 많은 실연의 상처를 겪어야 했단 말인
가. 그래서 나는 실연할 때마다 재운을 불러 내어 술을 진탕 퍼마셨
던 것이다.
나는 재운에게 까닭모를 원한이 사무쳐서 그를 밤새도록 괴롭히면서
새벽 다섯 시까지 술을 퍼마셨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지연이 떠나간 마음의 공동(空洞)을 메울
수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제 목 : 새로운 시작 1 <제18회>
<제18회>

제 2 장. 새로운 시작. (1)

세월은 쏘아낸 화살과 같이 빨리 흘렀다.
지연이 내 곁을 떠나간 지 어느새 넉 달이 흘렀다. 작열하는 태양
이 온 천지를 불태울 듯 뜨거웠다. 방학을 맞아서 나는 학교에서 보
충수업을 이십 일 가량 했고, 그 후엔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기도 했
다.

여전히 나는 통신중독증에 빠져 있었으며 새로운 동호회에 가입하기
도 했고, 가끔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기도 했다. 지
연이 떠난 답사모임에는 더 이상 참석할 의욕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가끔 게시판에 들러 읽는 정도에 불과했다.
지연은 하이텔을 떠난 후로 다시는 아이디를 복구하지 않았다. pf
jiyoni를 해볼 때면 언제나 같은 문구가 모니터에 떠올랐다. 마지막의
하고 싶은 말에 나오는 '부디 행복하시길...'이라는 문구는 늘 나를
불행의 늪에 빠뜨리고는 했다. 차라리 아무 말도 없었으면 그렇게 불
행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문구를 볼 때마다 그녀를 볼 수 없는, 아니 보는 것은 고사
하고 전혀 연락조차 할 수 없는 내 현실을 원망했고, 부디 행복하시라
는 그녀의 바램이 어떠한 거짓도 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
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때마다 불행해지곤 했다.
마치 그 말이 원인이 되는 것인 양.
그런 기분이 들 때면 나는 마치 원인에 대한 당연한 결과처럼 술이
라도 한 잔 하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퇴근 후에
는 늘 맥주를 한 두 캔 정도 마시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 되어버렸고,
가끔 직장 동료들과 어울리기라도 할 양이면 소주에 맥주에 양주에 짬
뽕이 되어 버려서 인사불성이 되는 일도 많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선천적으로 알콜 분해효소가 많이 분비되
는 체질이라 체력적으로 많은 무리가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아
마 평범한 사람이 나처럼 술을 마셔댔다면 한달이 못가서 주독(酒毒)
에 절었을 것이고 따라서 알콜크리닉에서 치료를 받는 신세를 면치 못
했을 것이다.

신기한 것은 내가 그렇게 술을 마셔대면서도 집에 돌아오면 반드시
컴퓨터를 켜고 통신에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술에 떡이 되었을 때에
도 대화방에서 술이 취하지 않은 것처럼 자연스레 대화를 할 수 있었
고, 가끔 술에 취해서 바둑을 두더라도 75%의 승률을 유지할 수 있었
다는 점이다.
가끔 나는 이러다가 내가 폐인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젖
어들 때도 있었다. 그러나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한때의 방황과 좌절
이 없을쏘냐, 하는 생각에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버틸 수 있었다.

주위에서도 어느 정도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선을 보라는 둥,
자기 처제를 소개시켜주겠다는 둥 하는 말들이 있었다. 그러나 난 단
연코 거부했다. 아직 나의 마음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었
다. 그 이유는 떠나간 지연의 그림자가 너무나 짙기 때문만은 아니었
다. 지연 역시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나를 떠났던 것이고, 그녀 역시
나의 행복을 바랄 것이었다. '부디 행복하시길...'이라는 말은 아마
도 내게 한 말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녀의 소원대로 행복하게 살아줄 결심을 하고 있었다. 내가
그녀와 함께했던 그날 밤에 아찔할 정도로 희열을 느끼며 사랑했지만,
그것 또한 엄밀히 따지고 보면 하룻밤 풋사랑이라고 할 것이다. 그
정도의 감정과 경험의 공유로써 평생 수절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나는 언제고 다른 여자를 만나게 될 것이고, 결혼도 하게 될 것이
다. 그런 날이 언제 올는지는 알 수 없는 것이지만, 아마도 머지 않
아 닥치게 될 것이다.
나는 그런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살았다. 비록 내 희망대로 된다고
해도 지연처럼 내 마음에 꼭 드는 여자를 찾긴 힘들더라도...

나는 하루 평균 네 시간 이상을 컴퓨터통신에 투자했다. 가끔 일이
있어서 접속을 못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별다른 일이 없는 한 매일 접
속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 아니 접속을 안하면 불안하기까지
한 상태였다.
특히 요즘은 방학이어서 별다른 일이 없는 한 집에서 통신으로 소일
하고 있었다. 내가 근무하는 고등학교의 방학은 팔월말까지였다. 다
른 학교에 비해서 방학 일수가 열흘 정도 더 많았다.

이렇게 긴 방학 때문에 내가 통신에 투자하는 시간은 더욱 늘어났
다. 어떤 날은 하루에 열 시간을 접속한 날도 있을 정도였다.

통신은 정보의 바다이기도 하거니와 오락의 바다이기도 하다. 전화
선으로 접속만 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는 것이다. 머드게임을 한 시간
하면 게시판을 한 시간 가량 읽고, 채팅을 한 시간 하면 바둑을 한 시
간 두는 식이었다.
덕분에 전화비는 많이 나왔지만, 나는 그런 사소한 것에 연연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통신하는 시간에 다른 놀이를 하면 얼마나 많은 돈
이 드는가. 하다 못해 당구를 쳐도 한시간에 팔천원이 들고 만화책을
봐도 한시간이면 삼천원은 든다.

그러나 통신은 기껏 해봐야 한 시간에 팔백원인 것이다. 그러고 보
면 오락 중에서는 아주 싼 오락인 것이다.
그 시간에 다른 어떤 것을 해도 통신보다는 돈이 더 드는 것이다.
나는 통신을 하면서 정보통신에 대한 지식도 넓히고, 무수히 널려
있는 자료를 다운받아서 활용에 편하도록 분류하기도 하고, 때로는 내
생각을 게시판에 올려서 내 주장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도 했다.
또한 여러 군데의 동호회에서 활동하며 친구들을 사귀기도 했다.
특히 칠월부터는 '한문을 아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소모임에서 많은
활동을 했다. 이곳은 나처럼 한문과 중국역사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
이 만든 small group으로서 동양학 전공자들이 중심이 되는 동호회였
다. 줄여서 '한사모'라고 한다.

한사모에는 나처럼 한문학을 전공한 사람뿐 아니라, 동양사학이나
철학, 문학 등을 전공한 사람들도 많았고, 사주, 명리 등의 역학을 공
부하는 사람들도 많이 모여들었다.
내가 이곳에 가입한 것은 유월말이었다. 가입하자마자 정회원으로
받아주는 이곳 사람들의 개방성도 좋았고, 가입인사를 게시판에 올리
자 따뜻한 환영인사가 많이 올라와서 좋았다.
나는 한사모가 내 집 안방처럼 좋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이곳 대화방에 가면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나
를 끌어당겼던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좋았지만 특히 재치가 뛰어난 지은희라는 여성회원이
나의 관심을 끌었다. 그녀는 24세의 대학원생으로서 대구의 K대 중문
학과 대학원에 재학중인 재원이었다.
나는 오늘도 예외없이 하이텔에 접속하여 한사모의 대화방에 갔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인지 대화방이 개설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면 내
가 대화방을 개설해서 아는 사람을 초청하면 될 것이다.

(이때 마침 내 컴퓨터의 시디롬에서 조관우의 님은 먼곳에라는 노래
가 들려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방 제목을 '님은 먼곳에'라고 붙였
다.)
(내가 이 방을 만들었으니 적어도 지금은 내가 방장이다. 나는 은
희가 혹시 접속했을 지 모르니 pf Cgirl을 쳐 보기로 했다. Cgirl은
China girl의 줄임말로서 중국소녀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난 속으로
Call girl의 약자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은희는 자신이 전생에 중국에서 살았던 여자로서 아마도 직업이 기
생이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애였다. 난 그녀를 실물로 본 적은 없지만
그럴 수도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은희는 일단 중국어
를 아주 잘하고 한문실력도 만만찮은 실력파였다. 그런 재능은 전생에
서 영향을 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또한 나는 지은희라는 성명을 볼 때, 지씨라는 성과 은희라는 이름
이 잘 조화를 이룬다고 생각했다.)

*** 하이텔 가족 Cgirl(지은희)님을 소개합니다. ***
( 1) 최근 종료시간 : 현재 HiTEL사용중입니다.
( 2) 이용자 상태 : 정상 이용자
( 3) 근무처 : 楊柳靑靑江水平..
( 4) 근무처 전화번호 : 聞郞江上唱歌聲..
( 5) 취미 : 東邊日出西邊雨..
( 6) 하고싶은말 : 道是無情却有晴..

(어제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은희는 어느새 자기의 프로필을
바꿔 놓았다. 그것도 멋드러진 한시로... 이러니 이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나는 너무나 당연히 은희를 초청했다.)
제 목 : 새로운 시작 2 <제19회>
<제19회>
제 2 장. 새로운 시작. (2)

삼십 초 쯤 지나자 은희가 들어왔다

지은희(Cgirl ) 안녕하셔요~
김민성(taoist ) 어서와요. 은희님. 잘 지내셨지요?
지은희(Cgirl ) 네에~
김민성(taoist ) 이 시간에 왠 일로 접속을...? 혹 절 기다리신
건 아닌지...? ^^;
지은희(Cgirl ) 히히... 어케 아셨어요? 전 민성님을 오매불망
기다렸사와요. 호호~
김민성(taoist ) 큭큭... 은희님. 엎드려 절받기네요.
지은희(Cgirl ) 히히..
김민성(taoist ) 은희님.
지은희(Cgirl ) 넵~! ^^;
김민성(taoist ) 프로필이 바뀌었더군요. 멋진 한시던데 누구의
시에요?
김민성(taoist ) 마지막 구절 해석 부탁... 잘 안돼서요. ^^;
지은희(Cgirl ) 헤... 맨입으루요?
김민성(taoist ) 어? 튕기는 거에요?
김민성(taoist ) 우와... 활활~~ 불받네..
지은희(Cgirl ) 그냥 쉽게 생각하면 되는건데... ^^;
김민성(taoist ) 난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건가?
지은희(Cgirl ) 네~
김민성(taoist ) 한번 쉽게 읊어 주세요.
지은희(Cgirl ) 시로요..
김민성(taoist ) 싫다구요? 튕기지 말고 갈켜줘요. (부탁부탁)
지은희(Cgirl ) 헤헷..

(나는 다시 은희의 프로필을 쳐 봤다.)
*** Cgirl(이지은)님을 소개합니다. ***
( 1) 최근 종료시간 : 현재 HiTEL사용중입니다.
( 2) 이용자 상태 : 정상 이용자
( 3) 근무처 : 楊柳靑靑江水平..
( 4) 근무처 전화번호 : 聞郞江上唱歌聲..
( 5) 취미 : 東邊日出西邊雨..
( 6) 하고싶은말 : 道是無情却有晴..

지은희(Cgirl ) 선생님...고정하시옵소서..
지은희(Cgirl ) (무슨 욕 얻어 먹을려고... ^^;)
지은희(Cgirl )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지..)
김민성(taoist ) 수양버들 푸르고 강물 잔잔한데..
김민성(taoist ) 우아... 이거 번역하려니 장난 아니네..
지은희(Cgirl ) 헐...
김민성(taoist ) 함축성이 있어서 우리말로 옮기는 거 쉽지 않네
요.
지은희(Cgirl ) 앙... 히히..
김민성(taoist ) 은희님 마지막 구절만 해석해줘요.
지은희(Cgirl ) 晴이랑 情이랑 통하나봐요..
지은희(Cgirl ) 발음이 qing 이니까...
김민성(taoist ) 강물 위에서 (노니는) 님의 노래 소릴 듣네...
<=== 이거 맞아요?
지은희(Cgirl ) 네에...
김민성(taoist ) 동쪽 하늘가에선 해가 뜨는데 서쪽 하늘에선 비
가 내리고, 길은 마음이 없건만 오히려 정감이
있는 듯... <===이렇게 해석하면 되나요?
지은희(Cgirl ) 헤...
김민성(taoist ) 은희님 사실대로 말해요. 은희님도 모르지요?
지은희(Cgirl ) 당대 劉禹錫의 竹枝詞인데요... 하하.. 그냥 느
낌이 오길래..
지은희(Cgirl ) 쿠쿠..
김민성(taoist ) 은희님. 그냥 그렇게 넘어갑시다. 내용은 나도 대
충 감이 오긴 하는데...
나는 이 시점에서 은희를 더 괴롭히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다른 얘기를 하기로 했다. 여자와 채팅을 하면서 즐거운 것의
하나는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상대의 얼굴을 상상해보는 일일 것
이다.

이번 달 24일에 한사모의 전체 회원 엠티가 있다. 오늘이 21일이니
이제 사흘 남았다. 장소는 계룡산 근처의 남매민박집으로 공지사항에
나온 바로는 꽤 널찍한 곳이면서도 조용한 곳이라고 했다. 은희도 참
석하기로 했으니 나는 이번 엠티에서 은희를 처음 만나게 될 것이다.
은희는 처음에는 참석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난 은희가 너무나 보고
싶은 생각에 그녀를 꼬시기 위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중국도교소설사
를 선물하겠다는 말로 꼬드겼다. 결국 그녀는 물욕에 눈이 어두워 참
석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단지 그 이유뿐 만은 아니다. 그녀도 나
를 몹시 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민성(taoist ) 그런데 은희님은 이번 엠티에 뭘 가져오려
나....(기대기대)
지은희(Cgirl ) 음.. 저 자체가.. 호호..

김민성(taoist ) 근데 난 사실 요즘 이상한 것이...
김민성(taoist ) 난 나보다 어린(나이차가 많은) 여자아이에겐 흥
미를 전혀 못느끼는 체질이거든요.
지은희(Cgirl ) 아하..
김민성(taoist ) 근데, 은희님 만나면 재밌고, 즐겁고 그래요.
지은희(Cgirl ) (스물 넷이면..애가 아닌데..)
김민성(taoist ) 때론 내가 은희님을 귀찮게 하는 것이 아닌가 걱
정되기도 하고... 하하.. 그래서 좀 이상해요.
지은희(Cgirl ) 흐흐..
김민성(taoist ) 스물 넷이 많은 나이 같아요?
지은희(Cgirl ) 음...무거워지는 나이같아요..^^
김민성(taoist ) 그제 전철 타면서 후배 만났는데....
김민성(taoist ) 걔가 스물 넷이더라구요.
김민성(taoist ) 정말 어린애더군.
지은희(Cgirl ) ^^;
김민성(taoist ) 근데 은희님은 어린 애 같진 않아요.
김민성(taoist ) 난 어린애랑 노는 거 싫어하거든요. 하하...
지은희(Cgirl ) (그렇담 유아..?)
김민성(taoist ) 켁!
김민성(taoist ) 정말... 으이구..
지은희(Cgirl ) 히히..
김민성(taoist ) 몇년전 까진 개띠도 어려보여서 말도 안했어요.
지은희(Cgirl ) 아하..
김민성(taoist ) 요즘은 그 어리던 애들이 커서 노처녀 티를 내는
세상이 되었으니..
지은희(Cgirl ) 글네요...
김민성(taoist ) 아.. 난 그동안 뭐했나.. 장가도 못가고... 흑~
김민성(taoist ) :)
지은희(Cgirl ) 괜찮나요..한사모에선 30이면..건장한 거예요..
김민성(taoist ) 하하하.. 영일님 탓이 크군.
(영일님은 김영일씨를 말하는 것으로 나와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다.
이곳 한사모의 시삽이기도 한 36세의 노총각으로, 가끔 만나서 술을
마실 정도로 친하게 지내고 있다.)

지은희(Cgirl ) 34. 35 도 꿋꿋하게 살자나요~
김민성(taoist ) 건 그래요. 그치만 위로가 안돼.
지은희(Cgirl ) 난 36인데도 꿋꿋해~~
지은희(Cgirl ) 36-24-36~~~
김민성(taoist ) 키키... 165 정도 된다 그랬죠? 그 키에 그 정도
면 무지 뚱뚱한 거에요.
지은희(Cgirl ) 사실..흐흐..가슴둘레는 그만큼 안 될 것 같음..
김민성(taoist ) 가슴 큰 여자는 넘 시로~
김민성(taoist ) 젖소 부인도 아니고..
지은희(Cgirl ) 히히....
김민성(taoist ) 은희님. 보통 몇 시에 자요?
지은희(Cgirl ) 저요...아침에요..
김민성(taoist ) 흠 나랑 같군. 정말 같은 과인가?
지은희(Cgirl ) 이렇게 한바퀴 돌면 다시 밤에 잘 날이 오겠
죠...
김민성(taoist ) 오래 하다보면 한바퀴 돌아도 잘 안돼요.
지은희(Cgirl ) 글치요...
김민성(taoist ) 난 스무살 부터 올빼미과였거든요.
지은희(Cgirl ) 밤이 조아요..조용하고..
김민성(taoist ) 역시.. 아는 사람은 안다니까..
지은희(Cgirl ) ^^;
김민성(taoist ) 참, 내가 전에 얘기했던 글 읽어봤어요? 여행
기...
지은희(Cgirl ) 아니요~ 히히...못 봤어요..
김민성(taoist ) 그럴 줄 알았어.
김민성(taoist ) 거 참 재밌는데.. 여행기.
김민성(taoist ) 그 여행기 보고 나한테 반한 여자도 있었음...
지은희(Cgirl ) 히힛.. 잡으시죠..
김민성(taoist ) 쿠쿠쿠.. 그렇게 다 잡으면 넘 많아서 키울수가
없어요.
지은희(Cgirl ) 도대체 몇이예요~~
김민성(taoist ) 뭐가요? 여자?
지은희(Cgirl ) 넵~! 나랑 비교해 봅시당~~
김민성(taoist ) 글쎄.. 실속은 전혀 없지요.
지은희(Cgirl ) 100단위~?
김민성(taoist ) 일년 넘었거든요. 통신한지. 몇 명이나 될라나...?
지은희(Cgirl ) 네에......
김민성(taoist ) 참, 그 전에..
김민성(taoist ) 은희님은 몇 명이에요? 우리 솔직히 얘기합시다.
김민성(taoist ) 통신으로 사귀어본 남자. 솔직하게...
지은희(Cgirl ) 히히..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하남..)
김민성(taoist ) 뭐, 괜찮아요. 나도 솔직하게 말할게요.
김민성(taoist ) 사귀었다는 말이 애매하니 범위를 좁혀서..
김민성(taoist ) 음...키스해본 남자만 세어본다면?
지은희(Cgirl ) 켁..(다행이다..같이 자본 사람이라고 안 해서..)
지은희(Cgirl ) 민성님 먼저 말해주세요..통신 선배님이니~~
김민성(taoist ) 우리 솔직히 애기하는 거 맞지요?
지은희(Cgirl ) 넵~!
김민성(taoist ) 난 두 명.
지은희(Cgirl ) 에개..
지은희(Cgirl ) 한달에...?
김민성(taoist ) 아니.. 일년에..

(그러나 내가 대답한 것은 솔직하지 못한 것이었다. 실제로는 다섯
명 정도 될 것이다. 이 순간에 솔직하게 얘기한다면 은희가 날 어떻
게 생각할 것인가. 난 다만 최소한의 진실성을 보여주면 좋을 것이라
는 생각에 두 명이라고 대답한 것이었다.)
제 목 : 새로운 시작 3 <제20회>
<제20회>

제 2 장. 새로운 시작. (3)

김민성(taoist ) 그럼 은희님은?
지은희(Cgirl ) 저는...... 모르겠어요.
지은희(Cgirl ) 사귀는게 뭔지... 다들 멀리 있으니...
김민성(taoist ) 그러게 뽀뽀한 사람이라고 규정했자나요...?
지은희(Cgirl ) 누가 제 얼굴을 보고 뽀뽀를 하겠습니까~~
김민성(taoist ) 크윽~ 왠지 손해본 기분.
김민성(taoist ) 아니지. 손해봤군.
지은희(Cgirl ) 그런데요..한사모에..제가 나온 사진있어요..
지은희(Cgirl ) 저번에 엠티 사진..
김민성(taoist ) 어디?
지은희(Cgirl ) 자료실에 있어요.
김민성(taoist ) 조그맣게?
지은희(Cgirl ) 네... ^^
김민성(taoist ) 어떻게 찾으면 되요?
지은희(Cgirl ) 검은모자 쓴 여자예요~~
김민성(taoist ) 조그만 사진은 윤곽이 안나오잖아요.
지은희(Cgirl ) 사람이 많지 않아서요. 그래도 얼굴 윤곽이 나와
요.
김민성(taoist ) 흠.. 그래도 잔뜩 있는 기미나 여드름. 칼자국은
안나오잖아요.
지은희(Cgirl ) T.T;
김민성(taoist ) 특히 칼자국. 크크~
김민성(taoist ) 은희님. 근데, 이런 말 농담으로 하긴 해도...
김민성(taoist ) 난 은희님 얼굴은 물론 다른 여자의 얼굴에 그다
지 신경 안쓰는 사람이에요.
지은희(Cgirl ) 쿠쿠..
지은희(Cgirl ) (그래도 예쁜게 좋지~)
지은희(Cgirl ) 나도 예쁜 여자가 조은데..냠..
김민성(taoist ) 잘 모르고 함부로 판단할 순 없는 거지만, 은희
님은 아주 매력적인 여성이라 사료되는데...
히 히..
김민성(taoist ) (오늘 아부 심하게 하네. 민성이가...)
지은희(Cgirl ) 헐헐...(저의 전략과 전술입니다..키득)
김민성(taoist ) 하하하...
지은희(Cgirl ) 괜히 이쁜척 했다가 무슨 소리 들을려구요..
하하..
김민성(taoist ) 삼척공주라니 뭐니. 하고 말이죠?
지은희(Cgirl ) 크크..
김민성(taoist ) 이쁜 척하는 여잔 정말 캡 재수지요.
김민성(taoist ) 심하게는 안되어 보이기도 하고..
김민성(taoist ) 은희님은 어떻게 해야 이뻐 보이는가를 아시는
군.. (영악하기는..)
지은희(Cgirl ) 쿄쿄쿄..
김민성(taoist ) 하하..
김민성(taoist ) 아.. 션하다. 새벽 바람
김민성(taoist ) 웃통 벗고 있는데.. 넘 션해요.
지은희(Cgirl ) 헐..
김민성(taoist ) 음...
지은희(Cgirl )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했네요..^^)
김민성(taoist ) 그렇군요.

(은희의 말대로 우린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누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정말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다만 은희와의 대화였
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난 은희를 만나면 바로 앞에 있는 시계를 볼
틈도 없어지는 것 같다.)

지은희(Cgirl ) 헐헐. 벌써 새벽이군요.
김민성(taoist ) 그런 웃음은 은희님 실제 목소리랑 넘 매치가 안
돼..
지은희(Cgirl ) 그런데요..자꾸 헐헐이라고 쓰니까 웃을 때도 그
런 소리가 나와요..

김민성(taoist ) 애같은 목소리로 헐헐... 하면 어떨까?
지은희(Cgirl ) 키키..
김민성(taoist ) 으.. 소름..

(은희와 딱 한 번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있는데, 실제로는 어린 아이
목소리같았다. 열 두세 살이나 되었을까 싶은, 정말로 어린 목소리였
다. 그런데 통신상에서는 이렇게 헐헐! 하고 웃는 것이다.)

지은희(Cgirl ) 아...새벽이 밝아오네요..새소리~
김민성(taoist ) 좋겠네요. 여긴 새소리 없는데..
지은희(Cgirl ) 후후..큰 나무가 있어서요..
지은희(Cgirl ) 아니요..아파트 앞에요..
김민성(taoist ) 아파트 사시는구나.
지은희(Cgirl ) 네...닭장..
김민성(taoist ) 난 아파트 살아본 적 한번도 없어요.
오로지 단독주택.
지은희(Cgirl ) 아파트 편하긴 해도.. 으.. 별루예요..
지은희(Cgirl ) 젤 싫은 것 : 맘대로 뛰면서 춤을 못 춘다는 것..
흐흐..
김민성(taoist ) 푸하하하... 역시 은희님다운 발상.
김민성(taoist ) 시끄럽지요? 아파트가..
지은희(Cgirl ) 위에 사는 아기가 매일 뛰어다녀요..
지은희(Cgirl ) 일명 콩콩童子~~
김민성(taoist ) 푸하하..
지은희(Cgirl ) 그애가 태어나기 전으로 돌아가고싶어요~~
지은희(Cgirl ) 쿠쿠..
지은희(Cgirl ) 으.... 세 시간 육박..
김민성(taoist ) 앗! 벌써?
지은희(Cgirl ) 넵~!
김민성(taoist ) 은희님만 만나면 이렇다니까... 시간가는 줄 몰
라요.
지은희(Cgirl ) 173분 9초
김민성(taoist ) 자꾸 이러면 안되는데..
지은희(Cgirl ) 흐..마자요..
김민성(taoist ) 그럼 딱 세 시간 채웁시다. 크크...
지은희(Cgirl ) 그럽시당..
김민성(taoist ) 우리같은 사람이 있으니 한국통신의 무궁한 번영
이 당연하지... 히히..
지은희(Cgirl ) 아..아버지 깨신당...
지은희(Cgirl ) 보시기 전에 숨어야함..
김민성(taoist ) 앗! 그럼 빨리 나가보세요.
지은희(Cgirl ) 넵~!
김민성(taoist ) 안녕~~~~~~~~~~~~
지은희(Cgirl ) 또 오겠습니다~~
지은희(Cgirl ) 꾸벅

은희는 이렇게 급하게 접속을 끊고 나갔다.
나는 엉겹결에 헤어지게 되어서 너무나 서운했다. 은희를 다시 보
려면 저녁이 되어서나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 보다도 앞으로 이틀 남은 엠티가 너무나 기다려졌다.
이번 엠티는 내가 한사모에 가입한 후로 처음 가보는 엠티이다.
한사모는 일면 폐쇄성이 강한 동호회이다. 한문을 몰라도 가입할
수는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정회원이 되기도 힘들뿐더러, 대화방에서
나 모임에서도 그다지 대우를 받기 힘든 곳이다. 게다가 사람들이 모
이는 것을 귀찮아 하는 성향이 강해서 전체 모임은 여름과 겨울에 한
번씩 일년에 두 번 있을 뿐이었다.

물론 친한 사람들끼리는 자주 만나기도 하고, 번개모임도 가끔 있지
만 다른 동호회에 비하면 아주 적은 횟수였다.
그런 이유로 내가 지금까지 한사모에서 얼굴을 본 사람은 시삽인 김
영일씨를 포함해서 겨우 서너 명에 불과했다.
이제 모레 엠티에 가면 은희를 비롯해서 여러 사람을 볼 수 있을 것
이다. 엠티 참가의사를 밝힌 사람이 모두 스무 명 가량 되었다.

이번 토요일에 엠티에 참석했다가 은희를 만나고 다시 며칠 후 목요
일에 은희가 서울에 올라온다니 이번 주말부터 다음주까지는 은희와
함께 하는 한 주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나는 계룡산의 엠티후에 서울로 오지 않고 강릉으로 곧장 떠
날 생각이었다.

강릉행은 예전부터 벼르고 있던 일이었다. 나는 이번 여름에 꼭 강
릉 바다를 보고 싶었다. 늘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했으니 이번에는
혼자서 배낭을 메고 여행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이번 기회가 아주 좋다는 생각을 했다. 한 번 집을 떠나기가
어디 쉬운가. 떠난 김에 사나흘 놀다 오면 그동안의 스트레스가 확
풀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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