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펀글]아하루전(116-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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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200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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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20화 짐보만 전투(1)
"뭐야? 그럴 리가?"
찰론이 부관의 보고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자신의 침실 문을 박차고 보고를 해온 부관을 노려보듯 쏘아 보았다.
"그러니깐, 지금 우리 앞에 대치중인 적들이 가짜일 수도 있다는 것인가?"
"예 각하, 지금 마몬드 각하 께서 급히 연락을 취해 오셨습니다."
부관이 그 모든 일이 마치 자신의 잘못인양 한 쪽 무릎을 꿇은채 깊숙이 고개를 숙인채 대답했다.
찰론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찰론 뒤로 넋이 나간 듯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채 널부러진 세명의 여인들이 그런 찰론을 멍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들의 전신은 칼과 고문기구들로 난자당한 듯 전신의 상처에서 계속해서 피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이런 제기..., 아냐 믿을 수 없어. 그들이 그토록 깜쪽 같이 우리의 눈을 속일 수 있을리가 없어"
찰론이 분풀이 대상을 찾는 듯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침대 위에 널브러진 여인들과 눈이 마주쳤다. 여인들이 찰론의 눈과 마주치자 다시금 얼굴 가득 공포에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찰론이 짜증난다는 듯 인상을 구겼다.
"당장 저년들을 치우고 병사들을 소집해라."
찰론이 그렇게 부관에게 말하고는 갑주가 걸려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부관이 방 밖의 병사들에게 재빨리 손짓으로 지시하고는 찰론이 갑주를 입는 것을 도왔다.
거구의 찰론이 입는 갑주라서 그런지 칼과 투구 갑옷등이 모두 정상인들에 비해 훨씬 크고 무게도 무거웠다.
찰론이 부관의 도움으로 갑주를 입고 있을 때 몇 몇 병사들이 방안으로 들어와 찰론의 침대 한켠에서 떨고 있는 세명의 여자들을 강제로 질질 끌고 나갔다. 그녀들은 머리채와 손과 발을 붙잡힌채 마치 물건인양 병사들에게 끌려나갔다.
그녀들의 알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가 그녀들이 끌려간 자리에 길게 자국이 되어 남았다.
"카틸라, 자네는 뭐했나? 그놈들이 사라지게 그냥 내버려 두었다는 것인가?"
찰론이 힐난하듯 자신의 갑옷을 입히고 있는 부관을 질책했다. 카틸라의 눈에 잠시 불꽃이 일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 잘못이옵니다."
찰론이 갑옷을 다입자 거칠게 카틸라의 손에서 쇠로 만든 장갑, 건틀렛을 빼앗아 들다시피 하고는 못마땅한 듯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고는 밖으로 총총 걸음으로 빠져 나갔다.
찰론이 사라질때까지 한쪽 무릎 굻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던 카틸라가 찰론이 완전히 사라졌음을 알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칠게 방안 한쪽에 위치한 서랍장을 발로 내리쳤다. 서랍장이 카틸라의 강한 일격에 견디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제길, 지놈이 그쪽은 가보지도 못하게 해놓고는 누구에게 덤터기야, 덤터기가. 젠장, 발정난 미친 곰 같으니.."
카틸라가 분이 풀리지 않는지 몇 번 씩씩대다가 가슴을 진정시키고는 방밖을 빠져나갔다. 그리고는 찰론이 걸어갔던 길을 따라 지휘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카틸라가 지휘소에 들어갔을 땐 어느새 찰론의 휘하 백부장들도 어떻게 소식을 들엇는지 전부 집합해 있었다. 결국 잠시 잠깐의 뜸들인 덕분에 카틸라가 제일 늦게 지휘소에 들어가게 되었고 결국 모인 사람들의 눈총을 받아야 했다.
특히 찰론은 카틸라를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카틸라가 수치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자리에 가 앉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찰론의 눈짓을 받으며 다시금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부관 뭐하는가? 자네가 상황을 설명해야 하지 않는가?"
찰론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카틸라를 재촉했다. 카틸라도 아차 하는 표정을 지으며 서둘러 앉앗던 자리에서 일어나 앞에 걸려 있는 지도 쪽으로 걸어 나갔다. 백부장들이 찰론에게 질책을 받고 있는 카틸라를 고소하다는 듯 고소를 지어 물었다.
카틸라가 그런 백부장들의 표정에 힐난의 눈짓을 보내며 목을 가다듬었다.
"흠흠, 그러니깐.."
'쾅'
"본론부터 말해, 본론부터 언제까지 그렇게 꾸물거릴건가?"
찰론이 탁자를 내리치며 말했다. 카틸라의 목이 잠시 움츠러 들었다. 카틸라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는 다시금 급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네, 그러니까 현재 아레온을 공략 중인 제 5 기사단에서 급한 전문이 왔습니다. 그것은 현재 우리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용병들이 우리를 우회해 남쪽 짐보만 성쪽으로 갈 조짐이 보이니 즉시 그것을 확인하고, 만일 그들이 움직였다면 그 뒤를 추적 그들이 짐보만 성에 도달하기 전에 격멸시키거나 최소한 그들이 짐보만 성에 도달하지 못하게 막아야 할것이라는 전문이었습니다."
"오호?"
"그럴 리가?"
카틸라의 말에 백부장들이 말도 안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찰론이 그런 백부장들을 노려보며 책상을 내리쳤다.
"도대체 정찰들을 어떻게 한거야? 아무리 대대적인 수색 정찰은 금지시켰지만 기본적인 정찰 활동은 해왔을게 아니야?
그런데 어떻게 해서 우리보다 훨씬 더 먼거리의 5기사단에게서 내 앞의 적에 대한 동태를 들어야 하는 거냐구?"
찰론이 기가막힌 듯 성을 바락 내며 말했다. 백부장들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그들의 정보가 잘못된 것일 겁니다."
"그렇습니다. 어제 들어온 보고에서도 적의 정찰대와 부딪쳐 간단한 접전이 잇었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제 5기사단이 아직 뭘 모르고 그렇게 말한 것일 수 잇습니다."
'쾅'
"닥쳐"
찰론이 다시 한번 책상을 내리치고는 백부장들을 쏘아 보았다.
"만일 제 5 기사단의 말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전체 작전에서 중대한 실수를 범하는 꼴이 된다. 귀관들의 목을 걸고 그들이 정녕 없다고 말할수 있겠는가?"
찰론의 말에 백부장들이 찍소리도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카틸라 만이 그런 찰론을 경멸하듯 바라보다가 찰론이 고개를 돌릴 즈음에 다시금 표정을 바꾸었다.
"뭐야? 할말이 잇는가?"
찰론의 말에 카틸라가 당황한 듯 고개를 숙였다.
"아, 아닙니다."
카틸라의 반응에 찰론이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고는 자신의 거대한 칼로 바닥을 찍으며 말했다.
"좋아, 지금 즉시 전 병력을 성문 앞으로 대기 시킨다. 1,2 전대는 동문, 3,4 전대는 서문 그리고 5전대와 수비대는 저들의 정면이 북문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신호와 함께 일제히 저들의 진지 안으로 돌격한다. 질문있나?"
찰론의 말에 백부장들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들의 표정은 간만에 붙을 전투가 기대되는지 흥겹다는 표정이었다.
"없습니다."
"곧 준비시키겠습니다."
하지만 카틸라가 불안한 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 그 행동이 찰론의 눈에 들어왓다. 찰론이 손을 들어 백부장들의 행동을 중지시켰다.
"뭔가 부관? 내 작전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건가?"
찰론의 말에 카틸라가 황공하다는 듯 고개를 다시 한번 숙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다만..."
"다만 뭔가? 말해보라"
찰론의 재촉에 카틸라가 고개를 들고는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네, 지금까지의 보고에 의하면 적의 진지에서는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만약의 경우 놈들이 어떤 술책을 부려 우리로 하여금 이 성에서 나와 맞서게 하려는 책략일 경우도 생각하셔야 할 줄로 압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에게도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는 바입니다."
카틸라의 말에 찰론의 얼굴이 이그러졌다.
"그대는 걸음만 늦은게 아니라 용기도 늦구려?"
찰론이 한껏 카틸라를 비꼬아 주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만약 놈들이 그런 계략을 부렸다면 우리에겐 그런 계략 쯤은 단번에 부술수 있는 힘이 잇다. 놈들은 한낫 용병들에 불과하다 정규 기사단인 우리 제 3기사단이 그런 용병단에 겁먹고 등을 돌릴수 있겠나?
놈들이 설혹 계략을 쓴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놈들을 부순다. 더 이상 질문있나?"
찰론이 주위의 백부장들을 바라보며 눈을 부라렸다. 백부장들이 일제히 그런 찰론에게 고개를 숙였다.
"질문없습니다."
"출격 준비를"
"출격 준비를"
찰론이 백부장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칼을 들어 탁자 위에 찍고는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전 군 돌격 준비를 난 제 5전대와 함께 하겠다. 각 전대는 일거에 놈들을 쓸어버려서 제 3 기사단의 위명을 저 하찮은 용병들의 몸과 뼈에 각인 시켜주도록 하라"
"명을 받듭니다."
"명을 받듭니다."
"짐보만에 영광을"
"짐보만에 영광을"
백부장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여 찰론의 말에 화답하고는 자리를 박차고 회의 실을 나섰다. 그리고 그들 뒤로 부관인 카틸라가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축 늘어 뜨린채 백부장들의 뒤를 따랐다.
"겁장이 같으니라구"
찰론이 나지막히 중얼거린 소리가 카틸라의 고개 숙인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카틸라가 고개 숙인 그대로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포트란 북문은 많은 말을 탄 기사들과 병사들이 문이 열리고 돌격할 명령만을 기다린채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얀 백마 위에 올라탄 거대한 체구의 찰론이 그런 병사들을 바라보며 성문만을 노려 보았다.
잠시후 전령인 듯 한 자가 급히 다가와 찰론의 말 앞에 무릎 꿇은 자세를 취했다.
"각하 동문은 이미 포진을 끝냈사옵니다."
그 전령의 말이 체 끝나기도 전에 다른 전령 하나가 급히 달려와 먼저 무플 꿇은 전령의 옆에 무릎 꿇고는 말했다.
"서문 포진 끝났가옵니다."
찰론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말안장 옆에 있던 큰 칼을 꺼내들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
"성문을 열어라 전군 돌격이다."
그러자 찰론의 주위에 있던 병사들이 찰론의 말을 받아 큰 목소리로 외쳤다.
"성문을 열어라 전군 돌격"
'그그긍'
성을 굳게 닫고 있던 문이 비명을 지르며 천천히 열리기 시작하면서 박의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자신의 쥐고 잇던 창을 다시한번 굳께 꼬나쥐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성문이 완전히 열리자 저멀리 나무로 만들어진 방책들이 보였다. 그러자 병사들이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고는 성문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기사들이 먼저 말을 몰아 성문 박으로 나가고 그 뒤를 이어 도열해 잇던 병사들이 자신의 창을 꼬나 쥐고는 일제히 성밖을 빠져 나가며 지른 함성으로 인해 우레와 같은 소리가 성안을 진동시켰다.
찰론이 병사들과 기사들의 사이에서 성밖을 빠져 나갔다. 성 밖으로 나간 기병들은 성 밖에서 재빨리 대열을 정비하더니 돌격 자세를 갖추었다. 그리고 그 기병들의 뒤로 성밖을 빠져나온 병사들이 창을 앞으로 겨누고는 채비를 차렸다.
찰론이 성벽 쪽을 바라보앗다. 그곳에 잇는 망대에서 병사하나가 나오더니 깃발을 옆으로 누이곤 위 아래로 흔들었다. 찰론의 얼굴에는 약간의 당혹감이 어렸다.
"정말 후퇴한 건가? 아직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니..."
찰론이 고개를 돌려 눈 앞의 방책을 바라보았다. 눈 앞의 방책은 생각보다 너무 조용해 보였다. 찰론이 쓸데 없는 생각을 지우려는 듯 고개를 흔들어대고는 지니고 있던 거대한 칼을 허공 중으로 높이 치켜들었다.
"전군 돌격"
'빠빠빠라라빠~'
경쾌한 나팔 소리가 울리자 기병들과 병사들이 다시한번 있는 힘껏 함성을 내질르고는 일제히 자신의 무기를 앞으로 겨누고는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와"
"놈들을 죽여라"
"짐보만에 영광을"
그들의 좌우로 저 멀리에서 한떼의 기병들이 일제히 방책으로 돌입하는 모습들이 보일 쯤 북문을 나선 기병들이 먼저 용병들의 방책에 도달했다. 하지만 그들의 맘 한군데는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예상했던 반격이 없었던 까닭이었다.
"방책을 무너 뜨리고 안으로 난입해라"
누군가 그렇게 외치자 기사들이 날카로운 갈퀴가 달린 줄을 방책 끝의 뾰족한 곳에 걸고는 일제히 말을 뒤로 몰았다.
'우지끈'
용병들의 진지를 지키던 방책들이 말들의 힘에 이기지 못하고 몇 번 휘청이더니 결국 땅이 패이면서 앞으로 넘어지기 시작했다. 기병들이 순식간에 넘어진 나무조각들을 넘어 진지 안으로 넘어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막 도착한 병사들이 창을 꼬나들고는 기병들의 뒤를 따랏다.
그들은 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용병들을 향해 칼과 창을 휘둘러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칼과 창에 잘려진 것은 사람이 아니라 용병들의 옷을 입히운 나무로 만든 허수아비들이었다.
칼을 휘둘러 허수아비를 베어낸 기병들이 허탈하다는 듯이 주위를 둘러 보앗다. 진지 안으로 난입해 들어온 병사들이나 다른 기사들도 마찬 가지였는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몇몇 병사들이 용병들의 막사 안으로 난입했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는지 터덜 터덜 막사에서 걸어 나오며 고개를 저었다.
용병들의 진지 안으로 기세 좋게 쳐들어온 기병들과 병사들이 일순 허탈감과 침묵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117. 20화 짐보만 전투(2)
진지 안은 온통 병사들과 기사들이 분풀이로 베어놓은 허수아비들과 찢겨진 막사의 천으로 난장판이 되었지만 그 어디에도 용병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앗다.
찰론은 어느 정도 예상했었지만 그래도 너무 의외인 듯 허탈한듯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병사들과 기병들도 그런 찰론의 표정을 힐끔거리며 쳐다보며 괜히 진지 안의 이곳저곳을 들쑤시며 돌아다녔다.
"각하"
찰론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백부장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어깨는 허탈감으로 인해서인지 약간 처져 있었다. 찰론이 그런 백부장들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그들 중간에 카틸라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고개를 돌려 카틸라를 외면했다.
백부장들은 서로 얼굴을 바라보면서 눈짓으로 무언가 발견했냐는 듯 물었지만 서로 고개를 저으며 어깨만 으쓱거렸다.
"놈들이닷, 놈들의 행적을 발견했다."
백부장들과 찰론의 시선이 일제히 소리가 난 곳으로 돌려졌다.
말을 타고 급하게 기사 한명이 찰론에게까지 다가오더니 찰론 앞에 급히 말을 세우고는 말에서 내려서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각하 놈들의 행적을 발견했습니다."
찰론이 한껏 기대감을 갖고는 눈 앞의 기사를 바라보았다.
"놈들의 행적? 어서 말하라."
기사가 다시 한번 고개를 조아리고는 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떼의 용병들이 말을 타고 급히 남쪽 가도를 타고 내려가는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아마도 최후까지 이 진지를 지키던 놈들이라 생각됩니다."
기사의 보고에 찰론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주위에 모인 백부장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들었나? 전 기사들 집합시켜라. 전 속력으로 그놈들을 뒤쫒는다. 놈들이 아도난 강을 건너기 전에 뒤쫓아야 한다."
찰론이 백부장들을 다그쳤다. 백부장들이 찰론의 다그침에 급히 자신의 들의 수하를 모아 정렬시키기 시작했다.
찰론이 어정쩡하게 서있는 수비대장을 바라보았다.
"너는 이곳에 남아 상황을 정리하고 우리 뒤를 바짝 뒤쫓으라"
수비대장의 얼굴이 찰론의 말에 사색이 되어버렸다.
"하..하지만.. 보병으로 기병을 쫓는다는 것은..."
수비대장의 하소연에 찰론이 성이 난 듯 얼굴을 일그러 뜨렸다. 그리고는 자신이 들고 잇던 칼을 수비대장의 목에 겨누었다.
"항명인가?"
수비대장이 자신의 목에 겨눠진 칼끝을 바라보며 침을 삼키고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찰론이 그제서야 칼을 치우고는 수비대장을 노려 보았다.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만일 우리와 하루 이상의 차이가 난다면 널 기필코 항명죄로 처단할 것이다."
수비대장의 얼굴이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진체 깊은 한숨을 내셨다. 수비대장 주위의 일반 병사들이 찰론의 말에 기겁한 표정이었지만 수비대장이 그런꼴을 당하자 감히 나서는 자가 없었다.
찰론이 그런 병사들과 수비대장의 모습을 한번 노려보고는 칼을 휘둘르며 큰 소리로 외쳤다.
"잘들어라. 이번 전투의 승패는 우리에게 있다. 우리가 놈들을 뒤쫓아 막을수만 있다면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공을 세운자는 그 신분 여하를 막론하고 나중에 후이 상을 주며 평민이라도 기사로 승격시키겠다."
찰론이 그렇게 외치자 뜻박의 제안에 병사들이 놀란 눈을 하고는 서로 수군 거렸다. 그들의 얼굴에서는 귀족에 대한 열망이 드러났다.
찰론이 그런 병사들을 보고는 기병들이 모인 곳으로 말을 몰고 달려갔다. 기병들은 찰론이 다가오자 잠시 긴장하다가 찰론이 칼을 허공에 휘두르자 남쪽 짐보만으로 연결된 가로를 향해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뿌연 먼지가 그들의 말발굽 밑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하더니 삽시간에 하늘의 해를 가려 버렸다. 찰론이 믿음직 스럽게 달려가는 기병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피가 끓어 오르는지 자신의 말을 재촉하며 기병들의 뒤를 따라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완전히 선불 맞은 멧돼지로구만"
카틸라가 찰론의 모습을 보며 경멸하듯 나직하게 내뱉었다. 하나 그도 이내 말을 다독이며 기병들의 뒤를 쫒기 시작했다.
기병들이 달려나가고 흙먼지가 하늘 높이 솟아 올랏다 내려 앉자 잔뜩 흙먼지 투성이간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수비대장이 그런 병사들을 다독여 집합시키고는 기병들이 사라진 관도로 병사들을 이끌고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텅벼버린 진지는 기병들과 병사들이 어질러 놓은 나무 쪼가리들과 한때 막사를 쳤음직한 천조각들만이 그들이 휘젖고간 발자국을 따라 이리저리 바람에 휘날리며 춤을 쳤다.
"이쪽으로 계속 가면 무엇이 나오는가?"
찰론이 말을 몰며 곁에서 달리는 부관인 카틸라에게 물었다. 카틸라가 달리는 말 위에서 잠시 생각하더니 안색을 굳혔다.
"조금 있으면 타라닌 계곡이 나옵니다. 그 앞에서 일단 멈추는 것이 좋겠습니다."
"타라닌 계곡?"
찰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햇었는지 계곡의 이름을 되뇌였다. 하지만 카틸라의 의견에 따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지 찰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찰론이 손을 들어 뭐라 외칠때였다.
"적이다. 적의 뒤꽁무니를 잡았다."
기병들이 달려가는 언덕너머에서 큰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찰론이 다시금 손을 거둬 들이고는 마음이 조급한지 더욱 말에 박차를 가했다.
기병들이 삽시간에 언덕을 넘어 가기 시작했다. 언덕을 넘어서자 저 멀리 계곡을 향해 도망치듯 달려가고 있는 일단의 말탄 용병들의 모습들이 보였다.
그들은 마치 찰론의 기병들에게 붙잡힐까 두려운 듯 꽁지가 빠지게 말을 몰고 도망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느덧 해가 지기 시작하는 듯 저녁을 알리는 노을이 빨갛게 그들의 등을 비추고 있었다. 그 뒤로 찰론의 기병들이 거의 잡을 듯 말 듯 아슬 아슬 하게 그들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었다.
"놈들을 놓치지 말라. 놈들을 잡아라"
찰론이 달리던 말을 멈추지 않고 더욱 고삐를 움켜 잡으며 외쳤다.
"와"
기병들이 함성을 있는대로 지르며 언덕 위 관도가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먼지를 피워 올리며 있는 힘껏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각하 위험합니다. 적의 계략일지도 모릅니다."
카틸라가 무조건 앞으로 돌격하려하는 찰론에게 다가가며 급히 말했다. 하지만 카틸라의 말은 금새 뒤쫓아온 백부장의 말에 의해 무시되었다.
"각하 적의 본진이 머물렀던 듯 합니다."
백부장이 손을 들어 계곡의 앞쪽에 제법 너른 공터를 가르켰다. 그곳에는 방금 전까지 취사를 했었던 듯 불피운 자리에서 모락 모락 흰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불 위에 얹혀진 솥에서서는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만든 국이라든지 음식물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그뿐이 아니라 워낙 다급하게 철수를 했는지 미처 가져가지 못하고 내버려둔 각종 병장기와 필수 물자들도 더럿 보였다.
"겁장이 같으니, 전에도 놈들이 계략이라 하더니 이번에도 또 그 소린가? 한번만 더 나서면 너를 항명죄로 처단하겠다."
찰론이 자신의 옆에 바짝 붙어 쫓아오는 부관을 향해 으르릉 거렸다. 그리고는 앞을 향해 돌아보고는 큰소리로 외쳤다.
"놈들은 우리의 질주에 겁을 먹고 달아났다. 놈들을 붙잡아 우리의 위명을 알리자"
찰론의 말에 기병들이 달리는 말 위에서 다시 한번 큰소리로 함성을 질러댔다. 찰론의 기병들이 용병들의 숙영지를 짓밟으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기병들의 선두는 계곡 안 쪽으로 그 모습을 감췄다.
'빠빠빠라라빠~'
급한 나팔 소리가 울리고 기병들의 모습이 속속들이 계곡 안으로 사라져 갔다. 기병들의 태반이 계곡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을 때 찰론에 의해 낙심한 듯한 카틸라가 달리던 말을 멈추고는 천천히 기병들의 뒤를 따라 말을 걷기 시작했다.
카틸라의 눈은 계곡이 아닌 계곡 앞의 공터에 있는 취사의 흔적을 쫓고 있었다. 카틸라의 눈이 취사의 흔적을 살피다 눈을 빛냈다.
"역시 함정이야."
카틸라가 군데 군데 엎어진 솥등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땅에 엎어진 솥에서는 쌀과 음식물 대신 모래가 잔뜩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겉에 살짝 발려진 음식물들이 걷히자 안에 있던 모래와 흑이 솥에서 쏟아져 나와 땅에 뒹굴고 있었다.
카틸라가 급히 계곡 쪽을 바라보았다. 벌써 기병들은 전부 계곡 안쪽으로 사라지고 모습이 보이지 않앗다. 카틸라가 망연한 모습으로 계곡을 바라보다 주먹을 쥐었다.
"이번 전투는 패배다. 이게 다 그놈의 멧돼지 탓이야."
카틸라가 뭔가 분한지 입술을 깨물며 계곡을 바라보다 하늘을 쳐다보았다. 태양은 벌써 서산 너머로 사라지고 아련한 노을만이 남아 저녁을 재촉하고 있었다.
'쿠쿠쿠쿵'
갑작스레 계곡 전체를 뒤엎어 버릴 듯한 굉음이 계곡 안쪽에서부터 퍼져 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말과 사람들의 비명이 처지를 울릴 듯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카틸라가 갑작스런 소리에 너무 놀라 자신이 타고 있던 말에서 잠시 몸을 휘청 거렸다. 카틸라가 주변을 살펴보았다.
계곡 양쪽 산허리에서부터 한때의 용병들이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었다. 카틸라가 슬금 슬금 말을 뒤쪽으로 뒤걸음치더니 재빨리 용병들의 포위망에서부터 달아나기 시작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카틸라가 언덕 위에서 자신을 쫓아 오는 용병들이 없음을 알고는 간신히 숨을 돌리며 계곡 쪽을 바라보았다.
용병들이 계곡 입구를 막고는 계곡 안쪽으로부터 도망치듯 쫓겨나오는 기사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계곡 입구는 용병들에 의해 쓰러진 기병들의 피로 벌겋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카틸라가 잠시 그런 계곡 입구의 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달려 왔던 길을 다시금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찰론의 기병들이 완전히 계곡 안으로 진입했을 때 기병들의 맨 앞을 달리던 기병들 중 맨 처음 용병들을 발견했던 기병들이 어느새 계곡 바깥쪽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쓰고 있던 투구를 벗어든채 그 투구를 양옆으로 흔들었다. 그러자 갑작스레 그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는 듯 계곡의 위쪽에서 커다란 바위들이 막 계곡을 지나려는 기병들의 마리 위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으악"
'히히힝'
"피..피해라"
"함정이다"
계곡 안은 삽시간에 사람과 말들이 내지르는 비명들로 아비규환을 이루었다. 바위들은 삽시간에 무너질 듯 내리더니 그들의 진행 방향을 메워 버렸다.
그리고 미쳐 피하지 못한 말과 사람들이 바위 덩이에 깔린채 연신 비명을 내지르다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으악 내 다리 내 다리..."
미쳐 바위를 피하지 못하고 말과 함께 바위에 묻힌 기병중 하나가 자신의 다리 위에 얹힌 바위 앞에서 버둥거리며 팔을 허우적 거렸다.
몇몇 기병들이 그 병사를 구해내기 위해 급히 말에서 내려 병사를 바위 틈에서 끄집어 내려 애썼다. 하지만 거대한 바위에 눌린 병사를 좀처럼 끄집어 내질 못했다.
"뭐냐? 무슨일이냐?"
찰론이 앞 쪽에서 들리는 괴음과 비명소리에 가슴이 철렁한 듯 급히 물었다.
"함정입니다. 앞에 바위가 떨어져 내렸습니다."
누군가 외쳤다. 찰론이 크게 놀라 급히 말머리를 돌렸다.
"뒤... 뒤로 후..후퇴.."
찰론이 급히 뭐라고 외치려 했지만 하지만 그때 그들이 들어왔던 계곡의 입구에서도 계곡 위쪽으로부터 커다란 바위들과 돌덩이들이 쿵쿵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함정에 빠진 것을 알고는 급히 계곡 바깥으로 도망치듯 피하던 기병들의 머리 위쪽으로 바위들이 쏟아지듯 떨어져 내렸다.
몇몇 기병들이 떨어져 내리는 바위들을 미쳐 피하지 못했는지 자신이 탄 말과 함께 바위에 깔린채 피덩이로 변하고 말았다. 그들이 바위에 깔리며 내뿜는 피가 거대한 바위의 밑자락을 적셨다. 하지만 이내 떨어져 내리는 또 다른 바위에 의해 그 핏물에 젖은 바위는 금새 가려져 버렸다.
"크윽, 침착하라"
찰론이 이리저리 우왕 좌왕 거리는 기병들을 향해 칼을 휘두르며 고함쳤다. 하지만 워낙 사람과 말들의 비명소리에 아수라장이 된 상태라 찰론의 고함소리는 멀리 퍼져나가지 못했다.
찰론이 자신의 곁을 허둥대며 지나치는 기사를 붙잡았다.
"허둥대지말고 정신차리란 말이다."
찰론의 말에 기사의 눈빛이 다시금 침착성을 되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뭔가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더니 찰론이 붙잡은 기사의 목을 뚫고 뾰족한 화살이 튀어 나왔다.
"커억"
찰론에게 붙잡힌 기사가 눈을 크게 뜨며 자신의 목 아래로 삐져나온 화살을 못믿겠다는 듯 바라보다 스르르 자신이 탄 말에서 옆으로 고꾸라졌다.
찰론이 기사의 피를 흠뻑 뒤짚어 쓴채 자신의 눈 앞에서 고꾸라지는 기사를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화..화살이다.."
누군가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새빨간 불덩이를 매달은 화살들이 계곡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비가 쏟아지듯 내려 꽂히기 시작했다.
"으악"
'히히잉'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 좌왕 거리던 기병들이 쏟아져 내리는 화살을 미쳐 피하지 못하고 몸에 꿰히며 말에서 굴러 떨어져 내렸다.


118. 20화 짐보만 전투(3)
"위험합니다."
찰론의 근처에 있던 기사 한명이 급히 찰론의 몸을 감싸고는 말 위에서부터 떨어져 내리듯 뒹굴었다. 방금 전 찰론이 잇던 자리에 불붙은 화살들이 '팍팍'소리를 내며 땅에 내려 꽃혔다.
화살은 금새 주위에 널려 있는 잔가지들과 낙엽들 사이로 그 불을 옮기기 시작했다. 잠시 멍한 듯 그런 광경을 바라보던 찰론이 자신을 구해낸 기사를 바라보았다. 어딘가 안면이 있는 기사였다.
"그대의.."
찰론이 기사의 이름을 물어보려는 순간 찰론의 위에 엎드려져 있던 기사가 몸을 크게 휘고는 눈을 까뒤짚었다.
"크헉"
기사의 입에서 피가 한사발이나 토해지더니 몸을 잠시 부르르 떨고는 눈을 까뒤집었다. 그리고는 다시금 칼론의 몸 위로 힘엎이 떨어져 내렸다.
찰론이 기사가 토해낸 피에 더럽혀 지면서 기사를 자신의 몸 위에서 밀쳐냈다. 찰론의 눈에 자신의 몸을 덮었던 기사의 등팍에 화살이 서너발 꽂혀진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찰론이 고개를 좌우로 젖더니 자신의 떨궈진 칼을 찾아 들고는 외쳤다.
"말에서 내려라. 계곡 위쪽에 놈들이 있다. 말을 방패로 삼아라"
찰론의 지시에 아직까지 말위에서 갈팡 지팡 거리던 기사들이 재빨리 말에서 내려서는 말 뒤쪽으로 몸을 감추었다. 여기 저기 죽음 말이나 동료의 시체로 방벽을 삼는 기사들의 모습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으악 불이다. 불"
"살려줘"
계곡 위쪽에서부터 쏟아져 내린 불화살들은 계곡 아래쪽 관도에 쌓여있던 나무조각들과 오래된 낙엽등에 금새 불을 옮겼다.
이미 그곳에 여러 가지 불에 잘타는 재료등이 섞여 있었던 듯 한번 붙은 불은 금새 계곡 전체로 넓게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계곡 전체로 번져나가는 불은 말과 시체로 방벽삼은 기사들의 안전 마져도 위협했다. 더욱이 불길이 그들을 비추자 그들을 향해 화살이 빗발치듯 다시금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불을 꺼라. 불이 번지기 전에 막아야 한다."
찰론이 급하게 외쳐댔지만 한번 기세가 붙은 불길은 기사들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계곡 안을 지옥으로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콜록 콜록"
"크악.. 아악"
기사들이 불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와 자신의 몸에 붙은 불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허둥대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머리 위로 화살이 쏟아져 내려 그런 그들의 몸을 꿰둘기 시작했다.
"쿨럭, 계곡 위로 돌격한다. 계곡 위쪽의 놈들을 없애야 우리가 산다. 쿨럭"
피와 그을음으로 잔뜩 지저분해진 갑옷을 입은 찰론이 기사들을 재촉하며 계곡 위쪽을 가르켰다. 그 높이도 알 수 없는 계곡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계곡이 끝나는 밤하늘은 매캐한 연기와 불길들로 인해 벌겋게 보였다.
찰론의 재촉으로 인해 기사들이 시체와 말로 만든 방벽에서 기어나와 계곡 위쪽으로 달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워낙 가파른 계곡이고 또한 불길마져 거세다보니 대부분의 기사들이 채 얼마 가지 못하고 게곡을 오르다 아래쪽 불구덩이 속으로 빨려가듯 떨어져 내렸다.
"크악.."
"누,,누가 나좀..."
"으악 살려줘"
'히히잉'
계곡 안에서는 기병들이 자신의 몸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땅에 나뒹굴렀지만 이내 다른 기병들이나 말에 짓밟혀 얼굴과 몸이 터져 나가며 피를 뿌렸다. 그들이 뿌린 피는 타오르는 불길에 의해 '치지직' 소리를 내며 매케한 연기를 피웠다.
"으악"
"컥"
계곡 위쪽에서 다시금 화살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하더니 계곡을 오르는 기병들을 하나 하나 노리듯 쏘아 맞추기 시작했다.
계곡을 오르던 기병들이 자신의 몸과 머리를 노리고 들어오는 화살에 꿰힌체 계곡 아래로 떨어져 내려갔다. 그리고 그들의 시체를 한참 불붙기 시작한 불들이 먹이를 받아 먹는 짐승처럼 그들의 몸을 탐욕스럽게 사르기 시작했다.
몇몇 기병들이 쏫아져 내리는 화살비를 피해 용케 계곡 위쪽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그들을 반기는 것은 용병들이 길게 쳐내려간 창이었다.
기병들이 계곡 위쪽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석궁을 쏘아대던 용병들 곁에 섰던 창을 든 용병들이 고개를 드러낸 기사들을 향해 창을 찔러댄 까닭이었다.
"으악"
간신히 계곡 위쪽으로 올라섰던 기사가 길게 비명을 지르며 계곡 아래 쪽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 시체는 필사적으로 계곡을 오르는 다른 기병들의 몸을 맞추고 그 기병들을 불구덩이가 된 계곡 쪽으로 같이 끌고 들어갔다.
"제발 살려줘"
"항복이오 항복"
"어머니"
'히힝 히히잉'
기병들과 말들이 내지르는 비명소리로 인해 계곡이 무너질 듯 울리는 가운데 그들을 사르는 불꽃들이 하늘에 떠있는 달 마저 사를 듯 허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다.
계곡을 사를 듯 새벽까지 치솟던 화광은 새벽이 지나서야 수그러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금 아침의 해가 동쪽으로부터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자 하얀 연기만을 남긴채 그 자취를 감춰 버렸다.
하지만 해가 어느 정도 뜨기 전까지도 열기가 채 식지 않고 주변을 후끈하게 달구다가 해가 중천에 걸릴 무렵에야 겨우 식어가기 시작했다.
"잔적들을 소탕하라"
아하루가 눈 앞에 드러난 참상에 눈살을 찌푸리며 곁에 잇는 용병에게 짤막하게 말했다. 아하루의 곁에 잇던 용병이 존경스런 눈으로 아하루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급히 달려갔다.
파란색 깃발이 위 아래로 두 번씩 흔들리고 다시 양 옆으로 두 번씩 흔들리자 계곡 위쪽에 있던 용병들이 창과 칼을 꼬나 쥔 채 천천히 계곡 아래쪽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또한 계곡 위쪽의 용병들이 내려오는 것과 때를 맞추어 계곡 양쪽 입구를 막고 있던 바위를 넘어서 일단의 용병들이 창과 칼로 자신을 무장한 채 계곡 쪽으로 진입해 들어왔다.
그들 중 한 용병은 일전에 찰론 일행들에게 '적을 발견했다'고 외치던 기사였다. 하지만 어느새 옷을 갈아 입었는지 어느새 아하루가 속한 용병들의 옷차림으로 되돌아 가 있었다.
계곡 안은 온갖 시체들이 널려 있었다. 계곡의 위 쪽으로는 제법 불을 피한 듯 그을린곳은 없어 보였다. 그런 시체들의 경우 하나 같이 머리나 가슴쪽에 화살이나 창상을 입은채 계곡 비탈을 여기 저기 구르고 잇었다.
용병들은 계곡 아래 쪽으로 내려가면서 이미 죽었음직한 시체라도 자신이 지니고 있는 창으로 시체의 가슴팍이나 머리부분을 찔렀다. 창이 시체의 가슴과 머리팍을 찌를때마다 '푹'하는 소리와 함께 죽은 피가 허공으로 치솟다가 힘을 잃고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곤 마치 흘러 내려야 할 것이 그동안 막힌 때문에 갇혀 잇었다는 듯 피가 꿰뚫린 곳을 향해 주르륵 흘려내려 땅을 더럽혔다.
간혹 그 와중에도 살아 있는 사람이 있었던지 개중 몇 명은 용병들이 내지른 창에 괴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다 그 옆에 있던 다른 용병에 의해 몸을 창에 꿰뚫리고 말았다. 죽은 시체들과는 달리 선명한 선홍색의 피가 허공에 뿜어지듯 뿌려지며 몸을 바들 바들 떨어대다 고개르 떨구곤 했다.
어떤 기사는 다가오는 용병들을 피해 달아나려 했지만 계곡 전체가 용병들에게 둘러 쌓여 있었기 때문에 그들도 몇 발자국 가지 못하고 그 몸을 그을린 땅에 속절없이 뉘여야만 했다.
계곡 안쪽은 더욱 참상이었다. 온통 불에 그을린 숯덩이들이 계곡 안 여기저기 덩어리째로 뒹굴고 잇었다. 어떤 것은 너무 뜨거운 불길 속에 오랫동안 있었던지 검게 그을린 해골이 까맣게 탄 살을 뚫고 모습을 드러낸 시체도 있었다.
역겹고 구역질 나는 냄새가 계곡 안을 진동했다. 그나마 좀 덜 탄 시체들의 경우도 한결같이 팔을 겨드랑이에 붙이고 잔뜩 웅크린 모습이였다. 병사들이 간혹 창으로 건드리면 마치 숯이 부서지듯이 부서지는 시체 마져 있었다.
"그만 가자 이 정도면 드래곤이라 해도 살아날 것이 없겠다."
계곡 안을 수색 들어왔던 용병들이 하나같이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으며 창 끄트머리로 여기 저기 놓여진 잿더미를 뒤적이다가 누군가 말했다.
그 말에 용병들이 계곡 안쪽을 뒤지기를 마치고 서둘러 계곡을 빠져 나갔다. 계곡 안의 참상이 너무나 끔찍했던지 그들은 전신을 진저리 치면서 생각하기도 싫은 듯 그저 앞만 보고 달리기 시작했다.

"미켈 수고했어"
아하루가 옷을 갈아 입은 용병에게 다가갔다. 그 용병은 찰론의 기사단 제일 앞에서 기사단을 인도하던 기사였다.
미켈이 아하루에게 스스럼 없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뭘, 다 총대장님이 지시한 덕분이죠"
미켈의 말에 아하루가 아무말 없이 미켈의 몸을 한번 안고는 놔주었다. 아하루 뒤에 있던 미텔이 동생의 모습이 자랑스러운지 만면에 웃음을 짓고는 대견 스럽다는 듯 미켈을 바라보았다.
"하하, 대성공입니다. 이리와서 이것좀 드시죠"
츄바가 커다란 식판 두세개를 양손에 들고 와서는 아하루에게 권했다.
"아아, 고맙습니다. 같이 드시지요"
아하루가 츄바가 권하는 대로 임시로 차려진 식탁에 앉았다. 어느새 세므온도 두세개의 식판을 들고 나타나 탁자 위에 늘어 놓았다.
아하루가 식판에 놓인 간단한 빵과 스프, 그리고 스테이크등을 잘라 먹다가 궁금한 듯 물었다.
"하냐냐 일행은 아직입니까?"
세므온이 수저로 스프를 떠먹다 말고 고개를 저었다. 아하루가 근심스러운지 잠시 뜯고 잇던 빵을 내려 놓고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맑게 개인 늦여름의 하늘에서 태양이 내려찌듯 강렬히 대지를 비추고 있었다.
"너무 심려하지 마십시오. 그 친구 자기 몫은 할 친구입니다."
아하루의 근심스러운 표정에 미켈이 밥을 먹다말고는 말했다.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금 뜯어낸 빵을 스프에 찍어가며 자신의 입으로 옮겼다.
"현재 우리쪽 피해는 확인 되었습니까?"
아하루가 스프에 적신 빵을 입안 가득 넣은채 우물거리며 말했다. 츄바도 역시 큼지막한 스테이크 조각을 입안에 넣은채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적은 계곡에 들어왔던 놈들은 살아돌아간 놈은 없습니다. 우리 쪽은 고작 가벼운 부상 입은 자 7명입니다.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나저나 이젠 어디로 갑니까?"
미텔이 물었다. 아하루가 빵을 한조각 다시금 입안에 넣고는 우물거리다 곁에 잇는 물을 마시고는 말했다.
"짐보만성으로 갑니다. 그곳을 일단 포위하되 포트란때처럼 움직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하루의 말에 용병대장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승리로 그나마 약간 미심적어 하던 부분은 사라지고 용병 대장들이 아하루를 보는 눈길은 존경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하 그렇다면 또 허수아비를 만들어야 하는 겁니까?"
츄바가 재미 있다는 듯 물었다. 아하루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이번에는 포트란때보다 두배 정도는 더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하루의 말에 츄바가 재미있다는 듯 껄껄대며 웃었다.
"이거 우리 용병단 이름을 허수아비 용병대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요? 아마 나중에 허수아비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껄껄"
츄바의 말에 용병대장들이 빙긋이 웃으며 식판에 남아 있는 음식물들을 비우기 시작했다.
용병단은 모처럼의 승리로 들뜬 듯 왁자지껄한 상태로 식사를 해나가고 있었다. 근 얼마간 침울한 상태에 있던 용병단은 어제의 승리로 완전히 사기가 되살아 난 듯한 모습이었다.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식사를 하면서 힐끔 힐끔 우렁찬 웃음 소리가 터져 나오는 아하루와 용병대장들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가슴 깊이 우러나오는 존경과 자랑스러움이 깊게 배어 있었다.


119. 20화 짐보만 전투(4)
'뚜우~ 뚜우~'
장구한 세월을 자랑하듯 성벽 이곳 저곳에 파란 이끼가 잔뜩 끼어 있는 성벽 위에서 급박한 나팔 소리가 울렸다. 그러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수많은 병사들이 각기 활과 창을 들고는 성벽위에 쏟아지듯 나타났다.
그들은 오랫동안 훈련해 왔던 듯 제각기 자신의 자리를 확보하고는 성벽위에 도열하듯 섰다. 그리고는 활에 활 시위 하나를 매기고는 노려보듯 성밖의 움직임에 예의 주시했다.
성밖에는 일단의 병사들이 갑작스레 나타나 성벽의 화살이 안 닿을 지점에서 방책을 세우는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들은 제법 떨어진 숲에서 부지런히 나무를 베어와서는 널따란 성벽 주위를 빼곡이 둘러서 진지를 구축하고 잇었던 것이다.
성 근처의 주민들은 자신의 집 안으로 틀어 밖힌 것인지 아니면 어디론가 달아났는지 성 밖에 움직이는 것은 낯선 병사들의 움직임 밖에 보이지 않았다.
"저들이 누군가?"
어느새 제법 화려한 갑옷을 둘러입은 청년 하나가 성벽위에 나타나 성을 포위하듯 진지를 구축해 들어가는 낯선 병사들을 노려보며 자신의 뒤에서 따라오는 40대 기사에게 물었다.
그러자 청년의 뒤를 따라오던 기사가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는 조심스럽게 답했다.
"저들은 카페이레 측에서 불러들인 용병대인 것 같습니다."
기사의 대답에 청년의 안색이 침통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흠... 그렇다면 포트란이 뚫렸다는 건가?"
청년의 말에 아직 아무런 상황도 보고받지 못했던 듯 기사가 어물거리며 대답을 회피했다. 청년이 그런 기사를 자시 노려 보다가 다시금 눈 앞의 용병들을 바라보았다.
"흠, 제법이군... 저런 상태면 기습도 용이하지 않겠는데?"
청년의 말에 청년의 바로 뒤에 있던 기사가 고개를 돌려 성밖을 내려다 보았다. 일견 무질서하게 진지를 구축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 중 1/3은 동료들의 병장기들을 소지한채 언제라도 즉각적인 대응을 취할 자세를 하고 있었다.
기사의 얼굴도 그런 조직적인 용병들의 모습에 안색이 굳어져갔다. 용병들의 모습은 왠만한 기사단의 모습이나 근위대의 모습에도 뒤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흠, 힘든 싸움이 되겠군요.."
기사의 말에 청년이 잠시 기사의 얼굴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뛰어난 지휘관이 있는 모양이오. 하지만 저정도의 병력으로는 결코 이 짐보만 성을 너몰 수는 없을 것이오. 문제는 저들이 얼마나 이렇게 포위를 계속 하느냐인데..."
청년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어렸다. 청년이 기사를 향해 얼굴을 돌렸다.
"카라쿠테 남작 당장 백부장들을 소집하시오. 황새의 관에서 대책 회의를 열겠소."
"명에 따르겠습니다."
기사가 청년을 향해 한 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표했다. 청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성벽 아래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청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카라쿠테 남작이 그제서야 굽혀졌던 허리를 폈다.
"참으로 영민하신 분이야. 우리의 희망이시지..."
기사가 청년이 사라진 후에도 감탄과 존경의 시선을 잠시 보내다가 고개를 돌려 눈 앞의 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카페이레 놈의 개들, 네 놈은 우리 도련님에게 전부 쓴 맛을 보게 될게다."
기사가 잠시 그렇게 용병대를 향해 중얼거리곤 곁에 있던 병사 하나에게 백부장의 소집을 명령하고는 천천히 성벽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카라쿠테의 눈은 전의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황새의 관은 제법 화려하고 깔끔한 방이었다. 그리고 무엇 보다도 다른 일반 방에 비해 방음 처리가 잘 되어 있어서 설혹 안에서 고함 소리가 난다고 해도 밖으로 새어 나갈 염려가 없었다.
그래서 역대로 이 황새의 관은 많은 작전 회의와 더불어 수 많은 음모가 진행 되엇던 곳이기도 했다.
역대 영주들은 이 방에서 은밀한 일처리가 요구되는 일 혹은 그 비밀이 지켜져야 할 일등 대부분을 이곳 황새의 관에서 진행 시키고는 했던 것이다.
그런 유서 깊은 황새의 관은 오늘 따라 많은 인물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그들은 커다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서로 서성이며 뭔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탁자의 한쪽에는 일반 부대나 혹은 귀족 집안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커다란 수정구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황새의 관 문이 열리고 시종인 듯 한 자가 먼저 들어왔다. 그는 방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자세를 바로 잡고는 큰소리로 외쳤다.
"쿠타린 드 아무스 짐보만 백작 각하와 놀란 덴 아무스 짐보만 자작께서 납시었습니다."
시종의 말에 방안 주위를 서성이던 기사들이 재빨리 자신의 자리를 찾아 이동하고는 부동 자세를 유지했다.
시종의 말이 끝나게 무섭게 화려한 옷을 입은 중년의 사내가 방안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기사들이 일체히 한쪽 무릎을 꿇어 예를 표했다.
"백작각하를 뵙니다. 짐보만에 영광을"
기사들의 우렁찬 소리가 방안에 진동하듯 울려퍼졌다. 방안으로 들어선 중년의 사내가 기꺼운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안 한가운데 마련된 테이블의 상석에 가 앉았다. 그 뒤로 좀전에 성벽에서 보았던 청년이 자신의 아버지를 따라 들어와서는 아버지 자리 바로 옆에 마련된 의자에 앉앗다.
그 둘이 자리에 앉자 기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선 자신의 자리를 찾아 착석했다. 기사들이 각자 자리를 찾아 안은 것을 보고는 성벽 위에 있엇던 청년 놀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현재의 사태를 카라쿠테 남작 이하 여러 제장들도 이미 숙지하고 있을 것이오. 오늘은 이에 대한 방책을 준비코자 하오. 이 일은 우리만이 해결 할 수 있는 것이 아닌지라 현재 아레온을 포위 중인 제 5기사단과 마법 통신을 준비했소. 다들 이해해 주리라 믿소"
청년의 말에 기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청년이 손짓을 하자 마법사인 듯 한 자가 수정구 옆으로 다가가더니 뭐라고 중얼거리며 수정구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수정구에서 환한 빛이 흐릿하게 새어나오기 시작하더니 점차 그 빛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방안을 환히 비추다가 다시금 작아 들어갔다.
빛이 완전히 사라지자 제5 기사단 단장 마몬드와 부관인 케사인 그리고 용병단 단장인 라나가 수정구 안에서 형체를 나타냈다. 그들은 수정구에 모습이 비춰지자 마자 재빨리 허리를 숙여선 예를 표했다.
"제 5기사단 단장 마몬드 멀리서나마 이렇게 각하의 존안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짐보만에 영광을"
"짐보만에 아레온과 펠리온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쿠타린이 수정구안의 인물들에게 손을 들어 그들의 예에 답했다. 서로간의 인사가 끝나자 놀란이 진지한 얼굴 표정을 지었다.
"마몬드 남작 현재 수를 알수 없는 용병들이 이곳 짐보만 성을 포위하고 있소. 이에 대해 아는 바가 있으면 말하시오"
놀란의 냉정하기까지 한 차가운 어조에 마몬드가 신형을 찔끔거리더니 손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닦으며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그..그럴수가..."
놀란이 그런 마몬드의 얼굴을 노려보듯 무서운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격한 음성을 터뜨렸다.
"지금 작전 회의 중인데 내가 허언을 할 것 같소? 아니면 지금 당장 수정구슬로 성 밖을 비춰 드리리까?"
"아..아니옵니다."
마몬드가 격한 놀란의 음성에 황급히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놀란이 몸을 의자 뒤로 붙이고는 고개를 조아리는 마몬드를 바라보았다.
"좋소, 그럼 아는 대로 말해 보시오. 경이 이런 보고를 했을 정보면 어느 정도 짚이는 일이 있었기 때문일텐데?"
놀란이 몇 일전 마몬드가 보내온 경고가 적힌 문서를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말했다. 마몬드가 손수건으로 다시 흐르는 땀을 닦고는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사실 제가 그런 경고를 보내기 하루전 이곳 아레온에서 용병으로 보이는 자를 붙잡았습니다. 그가 지녔던 편지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 어쩌면 저들이 포트란을 우회하여 남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랫습니다."
"편지?"
놀란이 처음 듣는 다는 듯 마몬드를 향해 물었다. 마몬드가 황급히 뭔가를 뒤적이더니 하얀 천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수정구 안에서 펼쳐 들었다.
"이것이옵니다."
워낙 커다란 수정구다 보니 마몬드가 펼친 편지의 내용이 놀란 등에게 한눈에 읽혀졌다.
"흠"
놀란이 편지의 내용을 읽으며 한 손으로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그렇다면 경의 경고는 이 편지를 근거한 것이로군요?"
"그러하옵니다."
마몬드가 수정구 안에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도대체 편지가 뭔데 그러는가? 내가 보기엔 별 문제 없어보이는데?"
쿠타린이 수정구 안의 편지 내용을 바라보고는 이상하다는 듯 놀란에게 물었다. 놀란이 그런 쿠타린을 위해 수정구안의 편지 중 한 구절을 가르키며 말했다.
"아버님, 기실 저 편지의 내용은 용병단이 곧 아레온 성으로 협공에 들어갈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문제는 저기 보이는 문구 중 '최대한 붙잡고 있기 바람' 이라는 문구입니다.
아레온으로 가려면 포트란을 지나야 하는데 포트란의 수비병력은 제 3기사단을 포함 1000여명입니다.
따라서 그들이 포트란을 지나친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양 쪽에서 협공 당할 위험이 다분합니다. 따라서 그들이 이런 편지를 보낸 목적은 아레온 성에서 자신들이 왔음을 알고 좀더 버텨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둘째로 자신들이 이후 행동에 대해서 어렴풋한 암시를 주자는 것이겠지요."
"오오"
쿠타린이 아들 놀란의 설명에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수정구 안의 마몬드 역시 놀란의 명쾌한 설명에 감탄 한 듯한 얼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정작 놀란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따라서 저들이 포트란 성을 우회 한다면 그 방향은 필시 다지오 다리를 건너는 작전을 펼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포트란 성에 있는 3 기사단이 그들을 뒤로 쫓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만일 제 3 기사단이 이곳 타라닌 계곡만 조심한다면 오히려 다시 놈들을 포위하여 격멸할수 있을 것입니다.
허나 아직까지 제 3 기사단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제3 기사단이 괴멸당했다는 증거가 될것입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마몬드경?"
놀란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수정구 안의 마몬드에게 향해졌다. 마몬드가 얼굴 가득 땀을 흘리며 고개를 조아렸다.
"사실 오늘 아침 포트란 성과 연락을 취해 봤습니다. 이미 제3 기사단은 격멸 당해 전멸 당한 것으로 판단 됩니다. 현재 포트란 성은 수대비 인원 500여명 정도만 남아 잇는 듯 합니다."
마몬드의 말에 사람들이 침음성을 흘렸다. 왠만한 전투에서 기사단 전체가 전멸 당하는 것은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마몬드의 말을 듣던 놀란의 눈에서 빛이 어렸다.
"그렇다면 현재 수비대는 뭐라고 말하고 있소? 왜 그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오?"
놀란의 말에 마몬드의 고개가 더욱 고개가 숙여졌다.
"죄송합니다. 현재 그들과 원활한 의사 소통이 안되고 있사옵니다."
놀란이 침울한 표정으로 의자 깊숙이 몸을 숙였다.
"뭐이? 아니 어째서 그런일이.."
정작 고함을 친 것은 카라쿠테였다. 카라쿠테는 분한 듯 탁자에 손을 대고 부르르 떨더니 마치 마몬드의 잘못인양 마몬드를 향해 노려보았다.
"지금 포트란의 지휘는 누구요?"
"부관인 카틸라요."
"비열한 자식"
카라쿠테가 이를 갈았다. 그런 카라쿠테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놀란이 손을 들었다.
"아 됐소. 카틸라의 처리는 이 전쟁이 완전히 끝난 후 당연한 댓가를 치루게 될거요. 그보다 앞으로의 일이 문제요. 현재 짐보만에 있는 인원은 오직 제3 기사단 밖에 없소. 따라서 성에서는 막는데에 급급할 뿐 놈들에게 역공을 펼칠 힘이 없소. 따라서..."
"그쪽에서 철수하라."
놀란의 말을 끊고 쿠타린이 말했다. 놀란이 놀란 듯이 쿠타린을 바라보았다.
"아버님"
놀란이 황의하듯 쿠타린을 불렀다.
"지금 놈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아레온 성에서의 철군입니다. 지금은 아레온에서 병력을 철군하기 보다는 먼저 아레온을 함락하는게 우선입니다."
놀란이 거칠게 반박했지만 쿠타린은 맘을 정했는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리고는 카라쿠테 곁에 있는 슈빌레에게 물었다.
"현재 성안의 양식은 얼마나 비축되어 있는가?"
쿠타린의 말에 슈빌레가 고개를 숙이고는 당당하게 말했다.
"현재 비상 식량까지 포함 한다면 몇 년은 너끈히 버틸 정도의 식량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슈빌레의 말에도 쿠타린이 고개를 젓고는 다시금 말했다.
"아니 아니, 알다시피 이곳 짐보만 성은 그 식량을 전량 외부에서 조달하고 있다. 따라서 이렇게 포위가 된 이상 식량은 전부 외부에서 조달되어야 한다. 내말은 현재 이곳에 있는 10만 짐보만 주민들이 버틸수 있는 식량이 과연 얼마냐 하는가 묻는 것이다."
쿠타린의 말에 슈빌레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그것은..."
쿠타린이 슈빌레가 말을 흐리는 것을 보고는 나직하게 자신의 말을 말을 이었다.


120. 20화 짐보만 전투(5)
"내가 알기로는 현재 비축된 식량을 전부 털어도 채 3일을 버티기가 힘들다. 아마 주민들이 지니고 있는 식량이 있다고 한들 지금은 추수 전의 시기 그리 많은 양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일주일 정도 버틴다면은 이 성의 식량은 바닥 난다는 이야기다.
내가 듣기로 현재 아레온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을 정도로 참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어찌 아레온에 있는 카페이레의 짓을 본받아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맨 처음 우리가 이렇듯 들고 일어난 까닭은 이곳의 영지민을 위해서이다. 만일 우리들도 카페이레와 하는 짓이 똑같다면 우리가 들고일어난 명분이 없는 것이 아닌가?"
쿠타린의 말이 나지막히 황새의 관 안을 울려 퍼졌다. 놀란은 고개를 숙인채 자신의 아버지인 쿠타린의 말을 듣고 있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지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아버님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놈들의 의도에 고스란히 놀아나게 됩니다."
그런 놀란을 향해 쿠타린이 부드러운 웃음을 보여 주었다.
"괜찮다 놀란. 우리의 기사단은 그리 허약하지 않단다. 그렇지 않소? 카라쿠테경 마몬드경?"
쿠타린이 그렇게 되묻자 마몬드와 카라쿠테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하옵니다."
"그렇습니다. 저희 기사단은 그 어디에 내놔도 빼지 못할 전력이옵니다."
쿠타린이 결의에 찬 기사단장의 말에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이다. 그렇다면 제군들이 철군 하는 것으로 작전을 진행토록 하시오. 이후의 회의는 놀란 네가 지휘하도록 해라."
쿠타린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카라쿠테와 백부장들이 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후의 작전은 내 아들 놀란과 같이 상의 하도록 하시오. 어차피 이런 작전을 짜는 것은 나보다는 놀란이 나을게요.
명심하시오. 영지민이 있고서야 우리가 있는 것이오. 카라쿠테를 치는 것은 나중에라도 할수 있소. 하지만 영지민이 우리의 실책으로 죽는다면 그 무엇으로도 보상하지 못하오."
쿠타린이 그렇게 말하고는 방을 벗어났다. 놀란과 카페이레, 그리고 백부장들이 쿠타린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때까지 허리를 숙인채 배웅했다.
쿠타린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놀란이 허탈하다는 듯 머리를 쥐어짜며 의자에 털석 주저 앉았다.
"후~"
놀란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이어 놀란이 다시금 안색을 회복하더니 지도를 향해 노려보기 시작했다.
"자 일단 작전을 구상해 봅시다. 제 2기사단 및 수비대가 아레온에서 철군을 하게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미리 대책을 간구해 봅시다."
놀란이 그렇게 말하고는 전략적인 상황을 하나 하나 짚어나가기 시작했다.
"각하, 각하"
시종이 호들갑스럽게 성 안 복도를 급히 질주 하듯 달리더니 제법 화려하게 치장된 방문을 부술 듯이 열어 젖혔다.
"각하, 각하"
방안에는 화려한 의상의 기사차림과 그보다 약간 수수한 기사차림의 세명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뭔가를 이야기 하고 있다가 시종의 호들갑을 보고는 눈살을 찌프렸다.
"무슨일인가? 체신머리 없이"
탁자의 한쪽에 그들중 제일 화려한 갑옷을 걸친 기사가 그렇게 질책하듯 말했다. 그의 갑옷 가슴팍에는 짐보만 가문을 상징하는 노란 장미가 방패를 배경으로 그려져 있었다.
시종이 얼른 자신에게 말하는 기사 앞에 다가가 넓죽 엎드렸다.
"카페이레 각하 놈들이.. 놈들이 갑니다."
"응? 무슨 말이냐?"
시종의 말에 뭐가 뭔지 알수 없던 카페이레가 살짝 아미를 찡그렸다. 카페이레의 반응에 시종이 답답한 듯 얼굴에 간절히 알아주었으면 하는 표정이 어렸다.
"그러니깐.. 쿠타린 놈들이 성을 떠나고 있습니다요."
"뭐이?"
시종의 말을 겨우 알아들은 카페이레의 얼굴이 잠시 멍청해 지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의자를 박차고는 근처의 창문 앞으로 달려갔다.
카페이레등이 있는 곳은 아레온 성 안에서도 비교적 높다란 곳이었다. 과거 이 성이 다른 나라의 수도였던 시절에 방어와 전략을 위해 근처의 인근 땅보다 훨씬 높게 지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카페이레의 눈에도 성 외곽을 에워싸다 시피 했던 군대들이 대오를 갖추고 천천히 뒤로 물러나는 모습들이 보였다. 비록 그들의 모습이 개미가 바글 바글 거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의 진형은 분명 퇴각하는 대형 그대로였다.
"오오 이럴수가"
"이것이야 말로 소데온과 펠리온의 가호입니다."
"오오"
어느새 카페이레의 등 뒤로 다가왔던 기사들이 그런 병사들의 모습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탄성을 올렸다.
병사들의 퇴각 모습을 보면서 카페이레가 주먹을 말아 쥐었다.
"좋아! 게획을 전면 수정하시오. 놈들이 퇴각한 이상 더 이상 과거의 전략에 매달릴 수는 없소이다."
카페이레가 자신의 뒤에 서있는 기사들을 향해 말하자 기사들이 만면에 기쁜 얼굴을 감추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다시금 널따란 지도가 놓여져 있는 탁자 앞으로 다가왔다.
"단치오경 경의 생각은 어떤 것 같소?"
카페이레의 말에 단치오가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한 뒤 지도를 내심 꼼꼼히 살폈다.
"아마도 전에 당도한 편지가 사실인 듯 싶습니다."
"아 그때 용병들이 보낸 편지?"
카페이레가 생각 났다는 듯 말하자 단치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정확한 상황은 알수 없지만 일단 전황에 분명한 변화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카페이레의 고개를 끄덕여졌다. 하지만 곧 다시 갸우뚱 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겠지...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이곳 포트란 성에는 경들도 알다시피 찰론의 제 3기사단과 수비대 500여명이 존재하오. 용병대라고는 고작 천여명에 불과할 텐데 그들이 어떻게 이곳을 통과했는지 의문이오"
카페이레의 말에 기사들의 얼굴에서도 같은 의문이 떠올랐다.
"어쨌건 간에 그들은 이곳 포트란을 어떻게든 통과한 것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놈들은 이곳 아레온 성 앞에서 양쪽의 협공을 받을까 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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