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외설 구운몽 10장 - 용궁의 호색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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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188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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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 용궁의 호색한 (2)



"오래 생각할 필요 없어요. 성욕은 어쩔 수 없는 본능이라고요."
성진의 마음을 들여다본 듯한 연홍의 말에 문득 겁이 나기 시작했다. 까닭 모를 불안감이었다. 아니, 이유는 분명했다. 자신은 지금,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처녀애에게 마냥 휘둘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더구나 그녀는 동정호 용왕의 딸이 아닌가. 육관대사의 명을 받들어 동정호 용궁으로 답방을 한 자신의 처지에 비추어볼 때, 이 상황은 아주 위험스러운 것이었다.
"연홍아가씨. 소승을 너무 놀리시는군요. 아무리 불제자라도 이런 도발에는 무심할 수 없답니다."
성진은 두근대는 가슴을 억지로 누르며 간신히 목소리를 가다듬고 꾸짖듯이 말했다.
"후훗! 무심할 수 없으면 유심하시지요. 욕심을 가지시라고요."
아뿔싸. 말을 하고보니 이상했다. 자꾸 이러면 화를 낸다는 뜻으로 말했는데, 나도 욕망을 가진 사내라는 말처럼 돼 버렸다. 그것을 놓치지 않는 연홍의 영악함이 야속할 정도였다.
"왜 아무 말도 못하죠? 자, 어서 가지라니까요."
연홍이 손을 거둬 자신의 옷깃으로 가져갔다. 성진이 미처 말릴 새도 없이 옷자락이 스르르 미끄러져 내렸다.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속에는 속곳 하나 걸치고 있지 않았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연홍의 알몸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탄탄하면서도 군더더기가 없는 남방계 특유의 몸매였다. 이미 연화봉에서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대하기는 처음이었다.
'이 여자는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접근해온 거야.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틀림없어. 절대로 넘어가면 안 된다. 이것은 함정일지도 몰라.'
하지만 그것은 머릿속 생각일 뿐이었다. 성진의 가슴에서는 이미 본능의 불길이 지펴 오르고 있었다. 그저 한번만 그녀를 만져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이것은 음탕한 욕망이 아냐. 그냥 이 건강하고 순결하고 아름다운 몸을 쓰다듬고 싶은 것 뿐이야. 이 대자연의 지극한 아름다움을 말야.'
본능은 이렇게 유혹하고 있었다. 하기야 어느 절름발이 시인은 처녀만 보면 달려가 다리를 매만졌다고 하지. 그 시인은 사람들이 욕을 하면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그저 처녀의 건강한 다리가 아름답게 느껴졌을 뿐이라고. 절름발이인 나로서는 그 아름다움의 충동을 이길 수 없노라고.
하지만 성진에게는 그런 명분도 없었다. 이미 대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수행하던 그가 무슨 여체의 아름다움에 탐닉할 필요가 있을 것인가. 그것은 본능의 핑계에 불과했다.
연홍이 벌거벗은 채로 성진을 바라보며 눈을 다시 한번 반짝거렸다. 그 최후의 일격에 성진의 이성은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자, 여기를 만져봐요. 내가 부탁하는 거예요. 처녀가 발가벗고 부탁하는 게 가엾지도 않아요? 나는 부끄러움도 모르는 줄 아세요. 나를 가져도 절대로 스님의 허물이 아니에요."
"어, 어…."
연홍이 성진의 손을 잡더니 그녀의 가슴으로 이끌었다. 뭐라고 대꾸할 틈도 주지 않았다. 아니, 할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성진의 머릿속은 회색빛 파편으로 부서져가고, 그 빈자리를 용암처럼 벌건 욕망의 불덩이가 순식간에 채워나갔다.
연홍의 젖가슴은 따뜻했다. 마치 어머니의 젖가슴을 만지는 것처럼 포근하고 정다웠다. 천애의 고아로 자란 그에게 어머니의 기억이 있을 리는 없다. 하지만 연홍의 유방에서 느껴지는 몽클한 감촉과 온기는, 성진이 본능적으로 모정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수컷의 욕망과 모정의 연상 속에서 성진은 혼란을 느꼈다.
"후! 그냥 그렇게 만지고만 있을 거예요? 어떻게 좀 해봐요. 무슨 남자가 이렇게 숙맥이람."
연홍의 핀잔에 성진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젖꼭지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아이 참, 이렇게 해봐요."
연홍은 성진의 머리를 자기 가슴으로 잡아당겼다.
"어…어, 이러시면…."
"안되기는 뭐가 안돼! 하고 싶으면서도 참는다는 게 말이 돼요? 솔직해지라고요."
연홍이 어찌나 세게 잡아당기는지 성진은 그녀의 젖가슴 사이에 코를 들이민 채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탄력있는 몸매니 생기발랄할 줄은 짐작했지만 이렇게 완력이 좋을 줄은 또 몰랐다. 웬만한 장정은 상대도 되지 않을 성싶었다.
성진이 숨 쉴 공간을 확보하느라 얼굴을 비비적대노라니 그녀의 팔에 힘이 스르르 풀리는 게 느껴졌다.
"아! 그래요. 그렇게…."
연홍의 달뜬 목소리가 들리자 성진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코앞에서 상큼한 살내를 풍기는 연홍의 젖가슴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무릎을 꿇고 그녀의 젖가슴을 입안에 넣었다. 입안 가득히 탱탱하고 매끄러운 살집이 잡혔다.
막상 입으로 머금어보니 연홍의 젖가슴은 생각보다 더 부드러웠다. 탱탱한 모양과는 달리 푹 익은 고기처럼 흐물거리는 느낌이 입술로 전해졌다.
그녀의 허리를 잡아당기니 가볍게 끌려왔다. 역시 보기보다는 연약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통통 튀는 듯한 몸매와 살집, 그리고 천방지축의 행동이나 완력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남자 앞에 발가벗은 여자는 이렇게 가냘프게 되는 것일까.'
왠지 연홍이 귀엽고 연약한 한마리 작은 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그녀를 안고 싶다는 충동이 더욱 거세게 몰려왔다. 작은 새 같은 그녀를 가지고 마음껏 육체의 장난을 치고 싶었다. 흥분을 이기지 못한 성진은 입안 가득히 들어온 그녀의 젖가슴을 앞니로 깨물었다.
연홍이 움찔하여 몸을 움직이는 통에 젖가슴이 미끈거리며 빠져나갔다. 그녀의 젖꼭지가 성진의 앞니에 걸렸다. 성진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젖꼭지를 잘근잘근 씹었다.
"아얏! 아파요. 살살…."
연홍은 투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날카로운 질책의 어조와는 거리가 멀었다. 조금 더 세련되게 해 달라는 속삭임이었다. 성진은 입술로 그녀의 젖꼭지를 머금었다. 작고 앙증맞은 앵두를 빠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손미령의 성숙하게 부푼 유두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너무나 귀여운 감촉에 한참을 빨았다.
"아잉~."
연홍은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 허리를 꼬며 앞으로 내밀어 성진의 가슴에 밀착시켰다. 그녀의 거웃이 성진의 윗가슴을 쓸었다.
연홍은 젖꼭지를 빨리는 쾌감에 들떠 있는 듯했다. 허리를 성진의 가슴에 딱 붙인 채 연방 비비적거렸다. 그녀의 거웃은 어린아이의 머릿결처럼 부드럽고 매끈했다. 성진은 솜털이 가슴을 간질이는 듯한 느낌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어 연홍의 거웃을 매만졌다. 가늘면서도 무성한 수풀의 양 옆으로 두 줄기 아담한 둔덕이 만져졌다. 손가락 사이에 그 둔덕을 끼우고 부드럽게 쓰다듬자 그녀의 계곡 전체가 움찔거렸다.
"넣으면 안돼요."
연홍이 달뜬 목소리로 말했다. 목이 거의 잠겨 있었다. 성진은 일순 어리벙벙해졌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자신을 유혹해 놓고 이제 와서 무슨 소리인가. 게다가 아직 방사를 치르려는 단계도 아니지 않은가.'
하기는, 성진으로서는 그럴 만했다. 자신은 아직 옷도 벗지 않은 상태이니 말이다. 속이 훤히 보이는 옷차림으로 들어와서 종잡을 수 없는 말로 성진을 유혹한 것은 연홍 자신이었다. 옷을 홀랑 벗어 던지고 자기 가슴에 성진의 머리를 끌어당긴 것도 그녀가 아닌가. 이 무슨 변덕이라는 말인가.
"뭐…뭘요."
이런 이런…. 이 무슨 어리석은 질문인가. 성진은 자신의 아둔함을 자책했다. 이 상황에서 넣지 말라면 무슨 뜻인지는 뻔한데 이런 바보 같은 소리를 하다니. 왜 자꾸 이 당돌한 처녀애에게는 숙맥 같은 대응밖에 못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그녀가 너무 노골적으로 덤벼서 정신이 없는 탓일까.
"그것을, 몰라서 물어요? 손가락요."
엥? 이것은 또 무슨 소리야. 육봉이 아니라 손가락이라니!
"지난번에 너무 아팠다고요. 손가락은 절대 넣지 마세요. 꼭요."
이유가 있는 당부였다. 그제야 성진은 그녀의 말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연화봉에서 그녀를 업고 산길을 오르다가 그녀의 음부에 손가락이 들어가 난리를 쳤던 소동이 다시 떠올랐다.
"알았소. 걱정 말아요. 아프게는 안 할 테니…."
성진은 미안함과 민망스러움이 교차된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나저나 손가락도 안 된다면 방사는 물 건너간 거 아닌가. 성진은 난감한 마음에 그녀의 허벅지로 손을 옮겼다. 어색한 손놀림이었다.
"아이 참, 넣지만 말랬지 누가 손을 떼래요."
연홍이 여전히 잠긴 목소리로 핀잔을 주었다. 말로만은 성이 안 차는지 성진의 손을 잡더니 자신의 거웃을 쓰다듬게 이끌었다. 그 움직임 때문에 그녀의 유두가 성진의 입술에서 빠져나갔다.
연홍의 유두가 쏙 빠져나가자 성진의 입술은 순간적으로 상실감을 느꼈다. 장난감을 뺏긴 아이처럼 아쉬웠다. 그것을 달래기라도 하듯이 연홍의 거웃을 쓰다듬는 성진의 손바닥에는 부드럽고 은밀한 섬모의 감각이 전해져 왔다.
성진은 그 수풀 속에 숨은 계곡 입구를 손가락으로 헤치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넣지 말라는 연홍의 경고는 본능의 유혹 앞에 무력해졌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그녀의 변덕에 헷갈린 것인지도 몰랐다.
"아잉, 안 된다는데…."
연홍이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 성진의 손가락이 계곡 입구의 둔덕을 쓸다가 동굴로 한걸음 진입하는 순간이었다. 말과는 달리 뚜렷한 거부의 동작은 없었다.
'아마도 이것은 그냥 해보는 소리겠지.'
방사에 초보자인 성진의 짐작에도 그런 것 같았다. 그렇게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이 성진의 욕정을 더욱 부추겼다. 갑자기 그녀를 강하게 압박해 버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녀가 어쩔 줄 모르며 달뜬 목소리로 애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아까부터 그녀의 천방지축 같은 변덕에 희롱당해 온 형세를 일거에 뒤엎어 버려야겠다는 욕심도 들었다.
'철없는 계집애가 감히 나를 희롱하다니.'
얼떨결에 끌려 다니기는 했지만 내심으로는 사내를 데리고 놀려는 그 수작에 은근히 부아가 났던 것이다.
검지와 약지로 그녀의 동굴 입구를 벌리고 중지를 조심스레 동굴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끼가 낀 갯바위처럼 미끈하면서도 오톨도톨한 벽면이 느껴졌다. 연화봉에서도 엉겁결에 느꼈던 감각이 생생히 재현되고 있었다. 아니, 단순한 재현은 아니다. 지금은 의도적인 동작이 아니가. 어쩐지 자신이 그녀를 유린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짜릿했다.
연홍이 움찔하며 다리를 오므렸다. 성진은 여우굴을 사냥하기로 작심한 포수처럼 중단 없이 동굴 속으로 한걸음 한걸음 들어갔다. 서둘러 할 필요는 없었다.
"아아…, 응."
그녀의 몸이 바르르 떨리며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연홍은 자신의 알몸 아래 무릎을 꿇고 있는 성진의 머리를 두 손으로 꼭 잡고 어쩔 줄 몰라 했다. 허리를 잠시도 가만 두지 못하고 흐느적거렸다. 동굴 안이 무섭게 뜨거워졌다. 성진은 느긋하게 이 쾌감을 즐기자고 마음먹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동굴 속으로 진입하던 중지가 끈끈하고 강인한 그물에 걸려 버렸다. 마치 철옹성의 거미줄 같은 것에 막혀 그러잖아도 좁은 동굴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를 못했다. 조바심이 난 성진이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아얏!"
연홍이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더니 성진의 가슴을 냅다 떠밀었다. 성진이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난데없는 상황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연홍을 올려다보았다.
"안 된다고 했잖앗!"
연홍이 표독스럽게 성진을 째려보고 있었다. 천진한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독기 어린 퀭한 눈매가 성진을 압박했다. 한참을 그렇게 성진을 내려보며 서 있던 그녀는 홱 몸을 돌려 침상 위로 올라갔다. 그러고는 냉큼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쓰는 바람에 얼굴도 감추어졌다.
난데없이 돌변한 분위기에 성진은 매우 당혹스러웠다. 엉덩방아를 찧은 채 어쩔 줄 모르고 그녀의 눈치만 살폈다. 알몸의 연홍이 이불 속으로 쏙 사라지자 아쉬운 기분도 들었지만, 그런 것을 따질 계제가 아니었다.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저렇게 계속 돌변하는 그녀의 의도는 뭘까, 지금 그녀의 기분은 어떨까, 사과를 할까, 괜히 그랬다가 이 상황을 자기가 먼저 일으킨 것으로 덤터기를 쓰지는 않을까.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그저 밤길에 안개 속을 헤매는 느낌이었다.
어쨌든 이 어색한 상황을 하염없이 끌고 갈 수는 없었다. 저러다가 연홍이 잠이라도 들고, 그 와중에 용궁의 시종 무관이나 시녀라도 다시 들어오면 낭패가 아닌가. 주어진 시간은 한정돼 있었다. 일단 말을 걸어 어떻게든 수습해야만 했다.
"저기…. 아가씨."
갑자기 이불이 홱 젖혀지며 연홍의 머리가 나타났다.
"연홍 아가씨! 몇 번이나 말을 해야 알아듣는 거야. 멍청이!"
"아, 송구하오이다. 연홍 아가씨."
당황해서 사과랍시고 하면서 성진은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육관대사의 대리인으로 용궁에 온 자신이 아닌가. 도대체 용왕의 어린 딸에게 멍청이라는 상소리까지 들으면서도 오히려 사과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분노나 모멸감보다는 그저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심정이 돼 버리는 것은 왜일까. 이 천방지축 제 멋 대로인 소녀에게 이렇게 끌려가는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고, 그녀의 진정한 속마음에 대한 의문이 나기도 했다.
이런 성진의 착잡한 심정은 오래 가지 못했다. 연홍의 다음 행동이 그렇게 복잡한 생각을 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흥! 그렇게 사과를 하니 받아주죠. 호홋! 그렇게 순진한 모습이 매력인 거 알아요? 좋아요. 진짜로 사과할 거면 일루 들어와서 해요."
그렇게 말하면서 연홍은 덮고 있던 이불의 한쪽 자락을 살짝 들었다.
제쳐진 이불자락 사이로 건드리면 땡 소리가 날 듯이 팽팽한 허벅지와 봉곳한 엉덩이가 드러났다. 성진은 자기도 모르게 눈길이 그곳에 붙박였다. 눈앞에 홀딱 벗은 알몸으로 서 있을 때와는 사뭇 달랐다. 적나라한 알몸보다는 보일 듯 말 듯한 속살이 사내를 더 흥분시킨다는 것을 성진은 비로소 깨달았다.
"후훗! 왜 안 들어오는 거죠? 뭘 보고 있나요."
연홍은 성진을 감질나게 하려는 듯이 이불을 제쳤다 덮었다 하면서 놀렸다. 입가에는 미소를 머금고 고혹적인 눈길을 보냈다.
그녀의 그윽하게 반짝이는 새까만 눈동자와 살살거리는 눈웃음을 마주하는 순간, 성진의 가슴은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새하얀 속살은 성진의 가슴을 더욱 뜨겁게 달구었다. 성진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아이, 징그러워. 마치 나를 잡아먹을 것 같은 눈이잖아요. 순진한 척하면서 속마음은 시커먼 거 같아."
연홍이 계속 눈웃음을 치며 노골적으로 놀리기 시작했다. 성진은 더 이상 자제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말은 비아냥거리는 게 아니라 거부할 수 없는 유혹처럼 들렸다. 바닥에서 벌떡 일어난 성진은 주저 없이 침상으로 다가갔다.
"어머, 용기있게 나오시네. 그럼, 어디 들어와 봐요."
"아가씨는 나를 너무 쉽게 보는 것 같소이다. 나도 사내요. 이것은 아가씨가 자청한 일이니 나중에 딴소리는 하지 마시오."
그녀의 변덕에 워낙 혼쭐난 터라 성진은 뒤탈이 없게 미리 오금을 박았다. 이 숨막히는 경황에도 후환을 없애려는 것을 보면 역시 육관대사의 수제자다웠다. 하지만 이불깃을 잡으려는 순간 그녀가 성진의 손을 뿌리쳤다.
"호홍. 겁이 많으시군요. 손해 보는 짓은 않겠다는 거죠?"
역시 속을 알 수 없는 처녀다. 성진의 마음을 손바닥 보듯 들여다보고 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됐어요. 변명은 안 하셔도 돼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 중심적이니까 이해해요. 그 대신 나도 손해는 보지 않을래요."
한방 먹고 우물쭈물하던 성진은 이게 또 무슨 수작인가 싶어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저만 알몸을 보여줬잖아요. 믿을지는 모르지만 이래 보여도 숫처녀라고요. 처녀의 알몸을 봤으면 그만한 대가는 치러야 하지 않겠어요?"
숫처녀라니, 이것은 또 무슨 소리인가? 손가락에 느껴지던 그녀의 동굴로 봐선 일견 수긍도 되는 말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덤벼드는 모습을 보면 사내 경험이 전혀 없다고는 믿기 어려웠다. 그보다도 대가는 또 뭐란 말인가.
"뭐,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연홍이 짧게 내뱉더니 빙글빙글 웃으며 성진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녀의 시선이 점차 아래로 내려가더니 성진의 허리춤에서 멈췄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침상에 누운 채 얼굴만 내놓은 그녀의 표정은 호기심에 가득 찬 어린아이같이 반짝였다.
그 이불 속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녀의 알몸이 들어 있다. 성진이 이불자락만 젖히면 그녀의 속살을 만질 수 있는 상황이다. 조금 전까지 그녀의 탱탱한 나신을 코앞에서 보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음부까지 휘저은 터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가 스스로 벗고 다가와 자청한 일이다.
이불을 들추고, 그 속에 꼭 숨은 그녀의 알몸을 가진다고 생각하니 또 느낌이 달랐다. 여자를 '먹는다'는 것과 '따먹는다'는 게 하늘과 땅 차이인 것이다.
여자와의 방사 그 자체보다 여자를 꾀어 따먹기까지의 과정이 남자에게는 더 짜릿한 쾌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대 여자보다 얼마나 우위에 서느냐 하는 것이 핵심인 것이다. 그녀처럼 두 다리를 벌리고 적극적으로 덤벼드는 여자는 입맛이 뚝 떨어진다. 둘이 서로 좋아 치르는 화간보다 상대방 여자를 일방적으로 유린하는 겁탈이 난봉꾼들에게 더 짜릿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것을 더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불한당들이 변태가 된다.
상대 여자가 도덕적 또는 현실적으로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존재일수록 쾌감은 증폭된다. 이런 경우에는 그녀의 사생활이나 알몸을 훔쳐보는 것만으로도 흥분한다.
연홍의 종잡을 수 없는 변덕과 유혹에 내내 휘둘리던 성진이다. 이제 막 자신이 주도권을 쥐고 그녀를 취하려는 순간이었다. 그 문전에서 난데없이 그녀의 알몸을 본 대가를 치러야 한다니, 성진은 속이 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의 허리춤을 응시하는 그녀의 시선이 점점 심상치 않다. 선물 보따리를 앞에 놓고 궁금해하는 어린아이의 즐거운 표정이던 것이, 차츰 색기가 감도는 여자의 요염한 눈길로 변하고 있었다.
"그쪽 알몸도 보여줘야죠."
"그게 무슨…."
"아, 그것도 몰라요. 처녀의 알몸을 보여줬으면 그쪽도 보여줘야죠."
하기는 그렇기도 하다. 아마도 부끄러운 것이리라. 남자 앞에 속살을 몽땅 드러낸 처녀에게 왜 부끄러움이 없겠는가.
'이불 속에 들어가면 어련히 벗을 텐데…. 하기는 이런 게 네 귀여운 매력이지.'
하지만 그것은 성진의 착각이었다. 옆으로 엇비스듬히 서서 바지를 벗으려는 성진의 귀에 연홍의 날카로운 외침이 들렸다.
"그게 아니얏! 바보 같으니."
성진은 바지를 벗으려다 말고 엉거주춤 서서 그녀를 쳐다봤다.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처녀애였다. 벗으라고 할 때는 언제고, 또 아니라는 것은 뭔가?
"그, 그럼…."
연홍이 이불 속에서 오른팔을 빼내더니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웠다.
"내가 이 손가락을 위로 까닥거리면 윗도리를 벗어요. 물론 아래로 까닥거리면 아랫도리를 벗는 거죠."
이 무슨 해괴한 수작인가. 무슨 강아지를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천방지축 날뛰는 계집애라고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진의 얼굴이 저절로 굳어졌다.
"호,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거죠? 좋아요. 그럼 비명을 지르죠. 시종들이 달려오면 이 상황을 어떻게 용왕님께 전할까요."
연홍이 방글거리며 말했다. 천연덕스럽게 웃는 낯으로 협박을 하는 셈이었다. 시종들이 달려오면 결과는 뻔했다.
용궁의 귀한 손님에서, 용왕의 딸을 겁탈하려 한 중죄인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아, 알았소. 그리하리다."
성진이 하릴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진은 까마득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종잡을 수 없는 여자애의 마수에 걸렸다는 절망감이 전신을 휩싸고 있었다.
"역시 말귀를 잘 알아듣는군요."
성진을 빙긋이 바라보던 연홍이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까닥거렸다. 성진이 잠시 머뭇거리자 그녀가 미간을 찌푸렸다. 성진은 돌아서서 바지를 벗어 내렸다. 사타구니에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리 돌아서요. 그렇게 몸을 사리면 안되죠. 제 알몸을 봤으면 그쪽도 제대로 보여줘야죠."
이게 처녀애가 할 소리인가.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연홍이 누워 있는 침상을 향해 돌아선 성진은 윗도리 앞자락을 두 손으로 모아 사타구니 앞을 가렸다.
"흐흥, 부끄러운가 봐. 내 것을 볼 때는 안 그랬겠죠. 손을 떼요."
연홍이 실실 웃으며 속삭였다. 성진이 마지못해 옷자락 잡은 손을 떼자 양물이 훤히 드러났다. 여자 앞에서 아랫도리만 벗고 서 있다는 게 이렇게 모욕적일 줄은 미처 몰랐다. 성진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호홋, 생각보다 쪼그맣네."
성진의 양물을 두고 하는 말이 틀림없었다. 한번도 자신의 양물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 수도승이지만, 문득 걷잡을 수 없는 모멸감이 느껴졌다. 수치심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이렇게 종잡을 수 없이 덤벼 대는 여자애에게 일방적으로 희롱을 당하는 판에 무슨 수로 양물이 힘을 받겠는가. 속된 말로 서던 육봉도 쪼그라들 판이다.
"고개를 들어요. 그럼 너무 불쌍해 보이잖아요. 내 낭군님…."
이것은 또 무슨 소리인가.
자신을 놀 먹다 못해 아주 낭군님이라고 부르기까지 하는 연홍을 바라보며 성진은 절망감을 느꼈다. 어서 이 곤경에서 벗어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호홋, 제 낭군이 되기에는 좀 둔하네요. 뭔가 육지와 다른 감각이 느껴지지 않나요?"
"그것은 무슨…?"
"눈을 감고 차분히 감각의 문을 열어봐요."
그러고 보니, 용궁에 들어온 뒤로 좀 이상한 감촉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육지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하늘하늘한 공기가 온몸을 살랑살랑 간질이는 듯했다. 마치 부력이 전혀 없는 물 속을 걷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었다.
성진은 눈을 감고 그 느낌을 좀더 분명히 알아보려고 했다. 자신이 아랫도리만 벗고 처녀 앞에 양물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렸다.
"후훗! 눈을 감으랬다고 그대로 하네. 정말 귀여워."
연홍이 놀리는 바람에 성진은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문득 부아가 치밀었다.
"에고 무서워. 그렇게 노려보지 말아요. 낭군님."
말과는 달리 능글능글 놀리는 표정이었다. 성진이 버럭 화가 나서 그녀에게 한걸음 다가서자 연홍이 엄지손가락을 위로 곧추세웠다.
"약속을 어기면 안되죠. 이게 무슨 신호인지는 알죠?"
성진은 잠시 망설였다. 이 천방지축인 여자애를 혼내서 쫓아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비명을 질러 자신을 파렴치한으로 몰겠다는 그녀의 협박이 무서웠다. 윗도리를 벗을 수밖에 없었다.
"어머, 역시 너무 멋진 몸이에요. 좋아요, 좋아."
윗도리를 벗은 성진의 알몸이 드러나자, 연홍은 연방 찬사를 보내며 즐거워했다. 성진은 어이가 없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구경꾼 앞에 선 원숭이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근데, 아직도 느껴지지 않나요?"
알몸이 된 성진의 전신을 서늘한 기운이 살랑살랑 쓸어 만지고 있었다. 마치 부드러운 깃털이 간질이는 것 같았다. 아니, 깃털이라기에는 너무 실체 감이 없고, 사방에 가득 찬 거대한 기운이었다. 전신을 물 속에 담그고 가만히 있을 때와 같은 기분이랄까.
"아이 참, 약수예요. 그것은."
성진이 가만히 있자 연홍이 답답하다는 듯이 일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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