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펀글]아하루전(161-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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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302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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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27화 신성전투(1)
원래는 이틀간 더 머무르기로 한 아라쉬에서 다음날 바로 젠티에로 움직였다. 용병단의 대장들은 처음에는 무리하게 움직이는 것에 의구심을 품었으나 소르엔의 부상과 아하루의 설명에 아무런 이의 없이 젠티에로 이동하는데 찬성했다.
또한 아라쉬의 영주의 허락이 떨어질까 저어했던 측면도 잇었지만 다행히 아몬 일행이나 안드레아스 로틴 백작에게 어젯밤의 일을 아직 고하진 않았던지 로틴 백작의 처신은 어제와 별다른 변함이 없었다.
다만 로틴 백작의 곁에서 아하루를 지긋이 노려보는 안드레아스의 눈빛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한기가 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아하루 일행이 젠티에에 도착한 것은 아라쉬를 떠난 이튿날이었다. 말로 달리면 반나절이면 도착하련마는 워낙 많은 인원들이 움직이고 또한 젠티에에 도착하기 전 알려야 할곳과 준비할 것들을 급하게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걸린 시간이었다.
젠티에에서도 예정에 없이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아하루 일행을 보며 난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틀 후로 마련된 숙소를 당장 구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만 어쩔 수 없습니다."
숙소의 주인이 미안하다는 얼굴로 눈 앞의 젠티에 경비대원들과 용병들에게 고개를 저었다.
"정말 안되오?"
경비대원이 마치 욱박지르듯 얼굴을 험악하게 일그러뜨렸지만 주인의 고개는 움직일 줄 몰랐다.
"아시다시피 이 일도 신용에 관계된 일입니다. 그리고 손님들 대부분이 근처 신전에서 오신 분들이나 혹은 순례자들인데 만일 이 일이 그 쪽 신전에 들어가기라도 해보십시오. 아직 비어잇는 방이 서너개 되니깐 20명쯤은 받아 들일 수 잇지만 더 이상은 안됩니다."
주인의 말에 경비대원이 한숨을 내쉬고는 뒤로 돌았다. 그리고 어깨를 으쓱거렸다.
"허 이거 어떻게 하지요?"
경비대원의 말에 아하루와 미켈등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벌써 예약된 곳은 전부 돌아보았지만 그곳은 기존의 손님들을 내쫒고 아하루 일행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거 어떻하지? 난감한데?"
미켈이 하냐냐를 보며 물었다. 하지만 하냐냐 역시 별다른 수가 없었는지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헉헉, 후아 여기 있었군요?"
누군가 여관을 들어서며 아하루 일행을 보고는 반갑게 외쳤다. 그는 아하루 일행을 쫓아 여기저기 쉴새 없이 뛰어다녔는지 숨이 차 헐떡이고 잇었다.
"어? 말콤조장 어쩐일이야?"
말콤이 잠시 숨을 고르고는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경비대원은 무시한채 극진한 어조로 아하루일행을 향해 이야기하기 시작 했다.
"어떻게 머물곳은 구하셨습니까?"
말콤의 말에 아하루 일행이 의아한 눈으로 말콤을 바라보다가 일제히 고개를 저었다. 말콤이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내셨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고치고는 조심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여기 총대장님이 어느분이신지요?"
말콤의 물음에 아하루가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제가 용병단의 총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아, 예. 잠시 뵙고자 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잠시 시간을 내주시겠습니까?"
말콤이 허리를 굽히고는 정중하게 말해왔다. 아하루와 같이 잇던 경비대원이 말콤의 그런 모습에 새삼스러운 듯 아하루를 바라보았다. 말콤의 극진한 태도에 오히려 겸연쩍어진 아하루가 머리를 끍적였다.
"저 누가 찾고 잇는지 혹시 알수 잇을까요?"
말콤이 허리를 숙인채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직접 뵈시면 아실것입니다. 그 분께서 아직 숙소를 정하지 않으셨으면 한번 뵙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요? 그런데 어떤 분이시길래 일개 용병단의 숙소를 다 걱정하시는지요?"
아하루가 다시금 물엇으나 말콤의 입에서는 더 이상 자세한 것이 나오지 않았다.
"그건 저도 모르겟습니다. 다만 우연히 경비대 본부에 오시다가 용병단의 일을 듣고서는 이곳 총대장님을 잠깐 모셔오라고 지시하셨습니다."
아하루가 그런 말콤의 말에 더 이상 알아낼것이 없는 것을 알고는 미켈과 하냐냐등을 바라보았다. 미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겟습니다. 앞장 서시지요"
아하루의 말이 떨어지자 말콤이 살았다하는 표정을 짓고는 아하루 일행의 앞장을 서며 걸음을 옮겼다.
아하루와 아하루의 일행들이 말콤의 뒤를 따라 간곳은 빌토르성의 수비대 본부 건물이었다. 그곳은 성의 중심부에서 사방을 뻗어 나가는 대로의 교차지에 위치했었다. 유사시 어느곳이나 신속한 행동을 보이기 위함이었다.
말콤은 경비대 내에서도 제법 위치가 잇었는지 본부를 지키던 수비대원들이 말콤이 지나갈때면 인사를 하고 했다. 그리고 말콤이 인사를 하는 상대들은 말콤이 인도를 하고 가는 아하루 일행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말콤이 본부 건물 2층으로 일행을 인도하더니 제법 커다란 나무 문이잇는 방 앞에 멈춰섰다.
"저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들어가시지요"
말콤이 그렇게 말하고는 문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허수아비 용병대의 아루 총대장님께서 오셨습니다."
말콤의 말이 끝나자 육중한 나무문이 천천히 양쪽으로 열리며 방안이 드러났다. 경비대의 방 답게 수수한 장식드로만 이루어져 잇었고 그 장식 대부분이 각종 무구로 이루어 져 잇었다.
아하루가 방안으로 들어가자 누군가 창문으로 바깥을 내다보다가 아하루를 향해 환영한다는 듯이 팔을 벌렸다.
"어서오게 아하루군. 아니 이제는 용병단 총대장님이신가?"
아하루가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잇는 상대에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상대를 살폈다.
자신이 무장임을 감추지 않으려는 듯 온통 검은 색 갑주를 몸에 두르고 잇었다. 그리고 그 갑주를 입은 얼굴이 자신도 잘 알고 있는 사람임을 깨닳았다.
"제이슨 단장님"
아하루의 외침에 제이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오랜만일세 그래. 타이건에서 헤어진 뒤에 더욱 훨친해졌군그래?"
제이슨이 아하루에게 다가와서는 아하루의 몸을 껴안았다. 그렇게 잠시 포옹을 나눈 후 제이슨이 아하루를 방안에 있는 소파로 인도했다.
소파 앞 탁자에는 미리 준비된 듯 약간의 다과와 차가 준비되어 잇었다. 제이슨이 먼저 자리를 잡고는 아하루 앞에 잔을 끌어다 놓고는 차를 따랐다.
"자 그리 좋은 차는 아니지만 먹을만은 할걸세"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곳은 어떻게?"
아하루가 찻잔을 잡아가며 물었다. 제이슨이 싱긋 웃었다.
"뭐 좋게보면 신의 은총이고 나쁘게 보면 찍힌거지"
"네?"
제이슨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자신의 찻잔에 차를 따르고는 한 모금 마셨다.
"자네를 만날 당시에도 사실 일종의 견책 상태였거든? 그런데 그곳에서 그런 일을 일으켰으니 위에서 난리가 낫더군. 다행히도 상대 쪽에서도 뭔가 찔리는게 잇었던지 유야무야 넘어가긴 했지만 말이야.
어쨌건 위에서 나같은 말성꾸러기를 한번 사람되게 해보겠다고 이곳으로 다시 재차 파견시킨게야.
참 물건들은 잘 받았나?"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보내주신 물건은 잘 받앗습니다. 그나저나 다크를 용케 다루셨더군요?"
"다크? 아 그 검은 말? 말 말게 얼마나 애먹엇던지 자네가 떠난 후 몇날 몇일을 아무것도 입에대지 않고 슬피 우는거야. 그래서 자네의 물건중 자네의 체취가 남아 잇는 옷으로 겨우 진정시키곤 했었다네. 그러고도 사람들이 직접 말을 돌보지는 못하고 곁에서 사료만 겨우 넣어줬었네.
아마 그 때문에 마부 대여섯명이 부상을 입엇다지?"
"죄..죄송합니다. 괜히 제 말 때문에.."
아하루가 미안한 듯 고개를 숙이자 제이슨이 손을 저었다.
"후후, 아닐세 오히려 나야 그런말도 잇다는 것을 알게되어 기분이 좋았다네. 나중에 부하들에게 그 말을 비유로 일장 연설까지 했다니깐?"
"연설이라니요?"
"아 별거 아냐. 그저 말도 저렇듯 자신의 주인을 알아보니 너희들도 충실하게 하라는 뭐 그런거지"
"후후 그랬군요. 참 그런데 어떻게 절 어떻게 알아보셨지요?"
아하루의 말에 제이슨이 별거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뭐 볼일이 있어서 이곳에 들렸더니 예정보다 먼저 도착한 용병단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더군. 그래서 그 정신나간 용병단이 누군가 알아봤더니 쳄벌린 상대 이름이 튀어 나오질 않겠나? 그래서 언뜻 자네를 생각한 거지. 솔직히 난 자네가 이렇듯 총대장 위치까지 오를 줄 몰랐네. 그런데 듣자하니 총대장 이름이 아루라 하더군. 그거 자네의 가명이지?"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슨이 그럴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당시 쫒기는 자네가 본명을 쓸리는 없겠다 싶었지. 그래서 자네일거라고 짐작은 했지. 하지만 이렇듯 직접 자네를 보니 나도 선뜻 믿겨지지 않는구만 도대체 어떤 마술을 썼기에 용병단의 총대장이라는 어마 어마한 직함까지 가지게 되었나?"
아하루가 살짝 웃었다.
"사실 이 자리에 오기까지는 쳄벌린 단주님이 절 잘 보아 주신 덕분이었죠. 더욱이 기존의 용병단에 잇던 사람들과는 어느정도 안면도 잇었고요. 참 제 이름 말인데요"
"응? 아, 본명을 말하지 말라는거? 그정도는 나도 이해하네"
"물론 그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 이름도 본명입니다."
"응?"
제이슨이 고개를 갸웃 거리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곤 뭔가 알겟다는 듯이 아하하고 무릎을 쳤다.
"그렇군. 자네의 이름에 '하서' 문자가 들은게로군?"
아하루가 빙긋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제 이름 중 가운데 들어 있는 '하'자가 하서 문자로는 막내를 뜻한다고 하더군요."
"그래? 내 옛 이름 중 하서 문자를 쓴 사람들은 종종 보아왔다네만 자네 이름이 그런 하서 문자일줄은 몰랐군 그래?"
"다행히도 아버님이 하서문자를 약간이나마 알고 계셨던 것이겠지요. 그래서 괜히 멋을 부리시느라 제이름 속에 하서 문자를 집어 넣으신 것입니다."
"흠 아닐세 아닐세. 두자의 가운데 하서문자를 집어 넣으신 것은 제대로 하서문자에 대해 알고 잇다는 증거 아니신가. 참 그뒤 자네 아버님에 대해서는 들은게 없나?"
아하루가 고개를 저었다. 문득 지난 날이 추억되었는지 아하루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제이슨이 아하루의 그런 얼굴을 보고는 혀를 찻다.
"쯧쯧, 내가 주책일세. 그일은 나도 시간을 내서 알아보겟네."
"아 아닙니다."
아하루가 제인슨의 말에 사양했지만 제이슨이 그런 아하루의 사양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
"아닐세 내 위치정도만 되도 그런일을 알아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지. 정 힘들면 그에관한 소문이라도 알려주도록 하겠네. 이 귀족사회란게 그런 소문에 오히려 더 진실일때가 많은 법이니 말일세"
아하루가 제이슨의 호의를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음을 알고는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나중에 은혜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하하 은혜랄게 있나. 그냥 자네의 학교 선배가 베푸는 호의로 받아들이게. 참 그나저나 머물곳은 정했나?"
아하루가 싱긋 웃었다. 하지만 아하루의 눈망울에는 살짝 눈물이 비쳤다. 하지만 이내 눈망울에 비친 물기 자국을 없애고는 능글맞은 표정을 지었다.
"흠흠, 아직 정한 것은 없지만... 흠흠 선배님이라 불러도 되겠죠? 선배님의 호의를 받아 들일 작정입니다."
"하하하, 자네 이제보니 꽤 능글 맞은 구석도 잇구만 그래? 그래 자네 이야기를 듣고 기사단이 머무는 곳 중 한곳을 비워놨다네. 부관에게 이야기 해놨으니깐 나가면 바로 찾아 갈수 있을걸세.
참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하면 내 이름을 대도록 하게나. 그럼 웬만한 놈들은 더 이상 군소리 못할게야."
"고맙습니다."
아하루가 그렇게 다시한번 인사하고는 남아 있는 찻물을 마셨다.
"그래 가보려고?"
제이슨이 아하루를 보며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네, 아무래도 장거리 여행이라 많이들 피곤할 것 같아서입니다."
제이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네. 그리고 만일 필요한게 있으면 어려워 말고 이야기 하게나. 내 힘닿는대까지 마련해 주겠네"
제이슨의 말에 아하루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문을 나섰다. 어느새 이야기가 되 있었는지 검은 색 갑주의 절도 있는 기사 한명이 문 밖을 나서는 아하루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앞길을 인도했다.

162. 27화 신성전투(2)
"후와 이거 굉장한데?"
벨베르가 자신의 짐을 챙기고는 마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넓직한 나달의 눈앞으로 널찍하게 펼쳐진 연병장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연병장 주위는 빼곡이 나무로 둘러쳐져 있어서 외부와 격리하는 담장을 가려주고 있었다. 연병장의 땅은 잘 다져져 있어서 일상적인 후련에 전혀 불편함이 없게 끔 만들어져 있었다.
더욱이 연병장의 한 쪽 끝에 위치한 숙소로 보이는 건물은 한 눈에 보기에도 꽤나 고급스러워 보였다.
"흠... 이건 기사단 전용 숙소인 듯 한데?"
"뭐 기사단?"
벨베르가 잠시 주위를 둘러보는 아르몬의 말에 놀란 듯 바라보았다. 아르몬이 손을 들어 한곳을 가르켰다.
"저기 저거 보이지? 저건 분명히 마사야. 일반적인 경비대나 하다못해 귀족들의 개인영지라고 해도 저처럼 따로 마사를 지어 놓을 필요가 있을까?"
벨베르가 아르몬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과연 한번에 백여 마리의 말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나무로 만들어진 커다란 단층 건물이 놓여져 있었다.
"우와 그러면 우리가 기사들이 쓰는 그런 곳에 와 있단 말이야?"
아르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새삼스러운 듯 저만치 앞에서 얼굴을 반쯤 가린 가면을 쓰고 용병단의 대장들과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의 총대장 아하루를 바라보았다.
"저 총대장이 이전에는 무슨일을 했는지는 몰라도 수완이 대단한 것 같아"
"글세? 혹시 쳄벌린 상대에서 마련해 준 것은 아닐까?"
벨베르의 말에 아르몬이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찻다.
"왜?"
벨베르가 그런 아르몬의 행위에 억울하다는 듯이 묻자 아르몬이 벨베르의 머리에 알밤을 매겼다.
"기사단이 어떤 놈들인데 상인들이 요구한다고 자신의 안방을 내주겠어? 오히려 그런일이 벌어지면 그 기사단은 돈에 팔려 안방까지 내놧다는 소문이 돌텐데 그놈들이 자기 자존심 때문에라도 그런일을 벌이겠어?"
"그러면?"
"그래, 이건 순전히 저 총대장의 수완이라구. 도대체 어떤 수를 썼는지는 몰라도 이 정도 규모의 기사단 본부를 빌린다는 것은 꽤 높은 선에서 이야기가 되었다는 거야. 어쨌든 얼른 가자 이미 다 집합했다."
아르몬이 아직도 약간 멍청한 듯 허둥대는 벨베르를 이끌고 용병들이 대열을 이루고 있는 곳으로 끌고 갔다.
아르몬과 벨베르가 늦게 합류했는지 그들의 조장이 눈살을 약간 찌푸리며 둘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돌려 앞 쪽을 바라보았다.
용병들 앞에서는 이번에 파견된 대장 중 한명이 천천히 나와서 뭔가를 이야기하려고 하고 있었다. 거구의 슐만이었다.
그는 줄지어선 용병들 앞에 서서는 잠시 용병들을 둘러보고는 천천히 그러나 연병장 구석 구석까지 울릴 정도로 커다란 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제군들 수고 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4일 밖에 남지 않았다. 그 전까지 이 곳에서 일체의 출입을 통제 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전투가 끝나면 여러분들에게 최대한의 자유시간과 보상이 돌아갈 것이다.
앞으로 내일부터 3일간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예의 전술 훈련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외의 시간은 모두 자유시간이지만 그 자유시간을 쓸데없이 보내지 않기를 바란다. 한가지 조언을 하자면 이 남은 4일간 제군들은 자신에게 지급된 무구를 최대한 익숙하게 다룰수 있게 만들어라. 그것이 제군들의 목숨과 옆에 있는 동료의 목숨을 구할 것이다. 지금 제군들만 고대하며 기다리는 제군들의 가족을 잊지 말기 바란다.
이미 눈치챈 사람들도 잇겠지만 이곳은 정규 기사단의 본부다. 원래는 이곳을 감히 발을 들여놀 수도 없었겠지만 사정상 이곳을 사용하게 되었다.
또한 눈 앞의 숙소를 제군들에게 제공하게 되었다. 나중에 기사단에게 책잡힐 일이나 무시당할 일을 벌이지 말도록 하라. 제군들은 이미 용병단의 일원이다. 용병단이 모욕받는 것은 바로 제군들이 모욕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용병단의 명에에 해를 끼치는 자는 엄벌로 다스리게 될 것이다.
해산"
"해산"
슐만의 말에 대열 앞에 나와 잇던 각 소대장들이 그렇게 복창을 하고는 각 소대별로 무리를 짓고는 각기 미리 전달 받은 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이 나달"
벨베르가 묵묵히 고개만 숙이고 애꿎은 땅만 바라보는 나달을 건드렸다. 나달이 고개를 들어 날카로운 눈으로 벨베르를 바라보았다.
"어어, 그렇게 무서운 눈 하지 말라구"
"뭔가?"
나달이 나직하게 말했다. 벨베르가 식 웃음을 짓고는 나달이 품에 안고 있는 창을 가르켰다.
"자네 주 특기가 그 창인가?"
나달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잘됐군. 사실 저기 아르몬도 창을 꽤 쓰거든? 어때 같이 대련해 보지 않으려나?"
"대련?"
벨베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지금까지는 내가 상대해 왓는데 아무래도 서로 잘 알고 있는 사이다보니 제대로된 대련이 안되서 말이야"
나달이 잠시 아르몬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지긋이 뭔가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그는 창을 잘 쓰는가?"
벨베르가 나달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알고는 다시 한번 식 웃었다.
"아 나만큼은 아니지. 하지만 나 못지 않게 잘쓴다구"
벨베르의 말에 나달이 더 이상 생각해 볼 것도 없다는 듯이 몸을 돌렸다. 그러자 벨베르가 다급하게 나달의 옷을 잡았다.
"아 농담 농담. 사실 창으로만 따지면 내 몇배로 뛰어난 녀석이야. 물론 내가 검과 활을 동시에 쓰게되면 승부는 알수없겠지만 말일세"
벨베르의 말에 나달이 벨베르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이윽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면 이따가 저녁 먹은 후로 하세나. 사실 저녀석이 혼자 연습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도 꽤나 힘들었거든?"
벨베르가 그렇게 말하고는 앞으로 뛰어갔다. 어느새 용병들이 하나 둘 숙소로 들어가고 잇었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한거야?"
아르몬이 뒤늦게 따라온 벨레르를 바라보며 물었다. 벨베르가 씩하고 웃더니 살짝 아르몬을 향해 귓말을 보냈다.
"나달이 자네와 대련하겠대"
"뭐어?"
아르몬이 자신도 모르게 큰소리를 내자 주위의 다른 용병들이 아르몬을 바라보았다. 아르몬이 급히 입을 다물고는 벨베르의 머리에 다시한번 알밤을 매겼다.
"야 누구 맘대로 난 안해"
아르몬이 그렇게 말했지만 벨베르는 막무가내였다.
"아아 그러지 말고 이미 나달은 승낙했단 말이야 저쪽도 꽤나 자신있어 하던걸?"
아르몬이 잠시 뒤쪽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나달을 바라보았다. 문득 아르몬이 자신이 자신의 창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고는 피식 웃었다.
"후 좋아. 어차피 저녀석과는 한번 겨루고 싶었던 참이니깐"
"헤헤 그럴줄 알았어"
벨베르가 천진하게 웃었다. 하지만 웃는 벨베르의 모습이 웬지 미심적은 아르몬이었다.
"자 그러니깐 서로 상대편에게 부상입히지 않는 범위에서만 하라구 알겠지?"
늦은 밤 연병장 한쪽에서는 어느새 소식을 듣고 온 다른 용병들이 모인 가운데서 벨베르가 아르몬과 나달을 사이에 두고 그렇게 말했다. 아르몬과 나달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좋아 그럼 내가 물러나면 바로 시작이야?"
"잠깐"
나달이 벨베르를 보고는 나직하게 말했다. 벨베르가 나달을 바라보았다. 나달이 아르몬을 힐끔 바라보더니 나직하게 물었다.
"지금 배당이 어떻게 되지?"
나달의 말에 벨베르가 흠칫했다.
"으..응?"
나달이 다 알고 잇다는 듯이 살짝 입술을 이그러뜨렸다.
"현재 배당은?"
"음 1:1.5 아르몬이 조금 위야"
벨베르가 살짝 아르몬을 바라보며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벨베르 너 정말?"
"나한테 2실버 건다"
아르몬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화를내려는 순간 나달이 자신의 품에서 2실버를 꺼내서는 벨베르에게로 건냇다.
벨베르가 환한 얼굴로 자신의 뒤춤에 꽂아 넣었던 석판을 꺼내서는 철필로 뭔가를 적었다.
"그래? 나달 2실버 행운을 비네"
"벨베르"
아르몬이 화가난 듯한 음성으로 벨베르를 불렀다. 벨베르가 아르몬을 바라보앗다.
"2실버 나한테다"
아르몬이 약간 화난 듯 그렇게 말하고는 품안에서 1실버를 꺼내어선 벨베르에게 던졌다.
"자 그럼 둘다 행운을 빌어"
벨베르가 아르몬에게서 돈을 받아서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벨베르가 물러나자 아르몬과 나달이 서로 별 할말이 없음을 알고는 천천히 뒤로 물러낫다. 그리고는 자신의 창을 상대의 가슴 쪽으로 겨누기 시작했다.
둘은 잠시 상대편을 노려보다가 천천히 나달은 자신의 창을 엇갈려 잡앗고 아르몬은 한손을 내밀고 자신의 창을 허리 춤에 둘렀다. 그리고 둘이 서로 상대를 향해 달려나갔다.
나달이 자신의 창을 빙글 빙글 풍차처럼 돌리며 아르몬에게 쇄도해 들어가자 아르몬 역시 나달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햇다. 그리곤 나달이 자신의 창 사정거리에 들어오자 허리 쪽으로 돌렸던 창에 탄력을 주어 앞으로 내밀고는 휙 돌렸다.
나달이 자신의 허리를 베어오는 아르몬의 창을 재빨리 창을 옆으로 틀어 막고는 자신의 창으로 아르몬의 창대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르몬이 창을 한 바퀴 회전시키서 오히려 나달의 창이 바깥쪽으로 가게 만들고는 자신의 창을 비스듬하게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날의 반대쪽으로 나달을 후려쳐갓다.
나달이 살짝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면서 살짝 허리를 숙였다. 나달의 머리 위로 붕하는 소리와 함께 아르몬의 창대가 나달의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리며 스쳐지나갔다. 나달이 자신의 창을 손으로 잡고는 허리를 숙인 자세 그대로 앞으로 한발을 뻗으며 자신의 창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아르몬이 창을 아래로 회전시키며 내려 뻗었다. 아르몬의 가슴으로 뻗어지던 창이 진로가 가로막히며 아르몬의 허리 위쪽 겨드랑이 밑을 통과하며 빗나갔다. 나달이 다시금 앞으로 한걸을 내딛으며 몸을 회전시켜 창의 반대편으로 아르몬의 몸통을 노렸다.
나달의 회전력에 힘을 얻은 창이 아르몬의 몸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이번엔 아르몬이 허리를 숙이고 자신의 머리위로 나달의 창을 지나보내고는 창을 낮게 아래쪽으로 휘둘렀다.
나달이 아르몬이 창이 아래쪽으로 휘둘러져 오자 재빨리 자리에서 뛰어오르고는 창을 수습해 아르몬을 향해 위에서 아래로 내리쳤다.
아르몬이 재빨리 벌려진 빈틈으로 앞으로 달려나가다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는 재빨리 다시 창을 횡으로 틀어서 날렸다.
나달이 자신의 몸을 아예 바닥까지 붙이고는 창을 발치에서 세웠다. 나달의 창과 아르몬의 창이 서로 부딪치면서 '촹'하는 소리와 함께 서로의 창대가 요동쳤다.

"오호 제법인걸?"
"그렇군 아~"
건물 2층 연병장 쪽으로 창이 나있는 곳에서는 아하루를 위시한 미켈등이 연병장 아래쪽을 내려다 보며 손에 땀을 쥐고 탄성을 내뱉곤 했다.
한참 작전과 앞으로의 일정을 논의 하던 중 용병들의 함성 소리에 끌려 저도 모르게 창가에 붙어서 연병장 한켠에서 마치 춤을 추듯 벌어지고 잇는 나달과 아르몬의 대련을 보게 된 것이다.
전투와 그에 따른 무술에 각기 일가견이 잇다고 자부한 그들이기에 둘의 무술 실력이 예사롭지 않음을 보고는 혀를 내둘른 것이다.
"흐음 흐음"
특히 술만은 연신 손을 움찔 움찔 거리며 당장이라도 저 둘의 한복판에 서기라도 하고 싶은 듯 했다.
"후우"
하냐냐가 나달의 아르몬의 창을 교묘하게 맞기 직전에 피해내자 안도의 숨을 토해냈다.
"일개 조원이라 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솜씨군요?"
소르엔이 역시 무인임을 속이지 못하는지 눈에 빛을 내며 뚫어져라 연병장을 내려다 보며 그렇게 말했다.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보기에도 놀라운 실력이야. 어떻게 저런 정도의 실력으로 알려지지 않을 수 잇었지?"
소르엔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고 보니 둘의 창법이 어딘가 눈에 익군요"
소르엔의 말에 미켈들이 소르엔을 바라보았다. 소르엔이 살짝 웃고는 손으로 각기 짚어 주었다.
"짐보만에서 가장 유명한 창을 들라 하면 저번 전투에 죽은 추사인 경과 마몬드 경을 들수 있지요. 추사인 경은 남부 짐보만을 대표하고 마몬드 경은 북부 창을 대표한다고 들엇습니다.
저둘은 각기 한뿌리에서 나와 마몬드와 추사인의 창법을 결합한 듯 하군요?"
"한뿌리라니?"
소르엔이 팔짱을 끼고는 연병장을 응시하며 말했다.
"짐보만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그 둘이지만 사실 전통적으로 창법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찰론가입니다.
하지만 다음에 일어난 추사인 경과 마몬드 경을 당해 낼 수는 없었는데 그것은 기본기는 찰론가가 가장 뛰어나지만 그 정교함이나 기술면에서는 마몬드 경과 추사인 경을 따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찰론 경은 자신의 가문의 창법에 한계를 발견하고는 더 이상 창을 잡지 않았던 것으로 압니다. 그래도 창으로의 전통은 찰론가를 따를 수 없죠.
헌데 저 둘은 찰론가의 기본기를 바탕으로 각기 마몬드 경의 창법과 추사인 경의 창법을 완벽하게 계승, 아니 오히려 그 둘을 능가한 듯 싶군요"
소르엔의 말에 다른사람들도 언뜻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뭔가 기질이 틀린 듯한 둘의 대련을 조금이나마 알아볼 수 잇었다.
"저 둘을 조장으로 올리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하냐냐가 아하루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하루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일단 지금은 무리입니다. 이대로 저들을 조장으로 올린다면 반발이 일어날겁니다. 현재까지는 아무런 공적이 없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공적을 세운다면 비단 조장뿐 아니라 소대장까지도 가능하겟지요. 물론 그것은 전술적인 자질에 따라 틀리기는 하겠지만 말입니다. 어쨌건 이번에 기회가 되는대로 저셋을 시험하기로 하지요.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전투에서 운이 그들을 먼저 시험하겠지만요."
아하루의 말에 미켈이 의아한 듯 물었다.
"셋이라뇨?"
아하루가 살짝 미소를 짓고는 한쪽을 가르켰다.
"저기 가운데서 둘의 싸움을 지켜보며 뭔가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 보입니까? 저 정도의 통설력과 친화력이면 이미 조장급을 넘어서는 능력입니다. 아마도 저 싸움을 주도한 듯 싶군요"
미켈등이 아하루의 말에 새로운 눈으로 나달과 아르몬의 싸움을 지켜보며 연신 뭔가를 적어대며 고함치고 있는 벨베르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세사람 모두 자신의 부대원 임을 알아본 소르엔의 입에는 살짝 미소가 어려 잇었다.

163. 27화 신성전투(3)
바하무트 산은 다룬 제국에서 제일 높은 산으로 예로부터 영산이라 불리워진 산이었다. 다룬 제국을 세운 초대 황제인 카이젤 황제가 천명을 받은 곳이기도 하고 더 멀게는 전설적인 옛적 신마 전쟁때는 인간들의 공포의 대상인 붉은 오크떼를 몰살시킨 전설이 내려오는 산이었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신의 힘이 깃도는 영산으로 인식되어 왔고 대부분의 대 신전이 이곳에 그 터를 두고 있었다.
또한 바하무트 산은 초대 황제 카이젤이 직접 신께 봉헌한 땅으로 황제의 권력이 닿지 않는 유일한 곳으로도 잘알려져 있었다.
그 바하무트 산의 산자락으로는 지평선이 보일만큼 널따란 들판이 버려진채 잇었다. 가히 그 크기는 왠만한 자작령 정도의 크기였는데 지금은 그저 양쪽 후작령으로 나뉘어져 잇었다.
이곳 역시 수 많은 전설이 묻혀 잇었는데 과거 신마전쟁 당시 마룡의 군대를 맞아 인간의 군대가 7일낮 7일밤에 걸쳐 전쟁을 벌엿던 곳으로도 유명했다.
당시 마신의 명에 따라 인간을 공격했던 마룡과 수 많은 몬스터들이 이곳에서 인간들에게 몰살 당했는데 당시 마룡이 이곳에 피를 흘리며 죽음을 맞이하면서 이땅을 저주햇다고 알려진다. 그래서 꽤 오랜 시간동안 이곳엔 귀기마져 서렸다고 전해진다.
다룬 제국이 세워지고 3대 황제때 이곳에 도시를 세우고 경작지로 개척하려던 시도를 했지만 꿈에 신들의 전령이 나타나 이곳이 아직 정화되지 않았으므로 많은 인간들의 희생이 따르게 된다고 경고했다.
황제는 꿈에서 깬 즉시 바하무트 산에 커다란 제사를 올리고 이 땅을 영구 미 개척지로 남긴다고 선포하였다. 그 후에도 몇몇 황제들과 귀족들이 이곳을 개척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그때마다 알수 없는 괴질과 이상한 일들로 인해 개발이 중지되고 지금 그대로 거친 들판 그대로 남게 되었다.
들리는 풍문에 의하면 이곳에 죽은 많은 몬스터들과 마룡의 저주가 풀리려면 많은 수의 인간이 이곳에 피를 흘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두명의 후작이 이곳을 공동으로 관리하게 된 이후부터 매 4년마다 끊임없는 전투를 벌이게 된 것이라는 뜬소문이 전해졌다.
가을의 제법 따사운 햇볕과 그 햇볕을 더욱 강렬하게 만드는 높다란 하늘은 간혹 바람에 이리저리 흐트러지는 풀들을 다소고니 다독여주고 잇었다.
'둥 둥 둥'
제법 둔중한 북소리가 초원 가득 울리면서 이름 모를 바람이 황급히 자취를 감추려는 듯 더욱 거세게 초원에 돋은 풀들을 할퀴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저 멀리 한때의 사람들이 제각기 무장을 갖추고 초원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지닌 무기들은 가을 햇볕에 비춰지면서 반짝 반짝 빛을 내며 그 예리함을 더욱 자랑하고 잇었다.
그들이 나타남과 동시에 다른 한쪽에서는 그들에 맛서 거의 비슷한 수효의 사람들이 역시 엄중한 무장을 갖추고 초원의 반대편 쪽에 하나 둘 진을 치기 시작했다.
각자의 전의를 높이기 위한 북소리는 쉬임 없이 울려퍼지며 긴장을 더욱 고조시켰다. 그 소리는 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는지 말들도 안정하지 못하고 연신 투레질을 하면서 흥분을 좀처럼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이곳 좌측에서 공격해 들어오는 기사단을 막기만 하면 되는 것이오."
막사 안에서 반백의 기사가 벽에 걸린 지도를 지휘봉으로 짚어가며 말하고 있었다.
"여기 여러분들은 도합 5열씩 3개진을 이루게 되오. 상대 기사단은 빌토르 기사단 5개 기사단으로 여러분들을 돌파하기를 시도할 것이오. 이것을 막는 것이 여러분들의 임무요."
노기사의 말이 끝나자 누군가 손을 들었다. 제법 젊은 축에 속하는 자였다. 노기사가 그를 지목했다.
"왜 그렇게 하는 겁니까? 차라리 전 인원을 한곳에 모아서 같이 응대하는 것이 좋지 않습니까? 굳이 500명씩 나눠서 그것도 전력을 분산하여 나누다니요."
그의 말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실소가 울렸다. 그러자 젊은 용병단장이 무안한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그들이 웃는 이유를 알지 못한 듯 싶었다.
노기사가 그런 젊은 용병단장을 웃으며 바라보았다.
"자네 이름이 뭐지? "
젊은 단장이 가슴을 내밀며 말했다.
"큰바위 용병단의 단장 호르텝이라고 합니다. "
노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큰바위 용병단이라 최근 일어난 신흥 용병단이군 그래? 소문은 잘듣고 있네. 그럼 이번 신성전투는 처음이겠구먼?"
호르텝이 고개를 끄덕였다.
"후~ 누구 다른 사람이 설명해 준 자도 없었나?"
호르텝이 고개를 저었다.
"용병들의 임무는 전투에 참가하여 승리를 거두는 것 그에대해 누구의 조언을 들을 정도로 저희 용병단은 약하지 않습니다."
노기사가 한숨을 내쉬고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누구 이 젊은이처럼 전투방법에 의문을 가진자가 또 있나?"
다행이도 노기사의 물음에 손을 드는 이가 없었다. 호르텝이 얼굴을 붉혔다. 자신이 생각한 방법이 만인 앞에서 거절 당하자 스스로에게 회의마져 드는 듯한 표정이었다.
노기사가 호르텝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네가 모르는 듯 하니 내 말을 하겟네만 다른 이들에게 다시한번 물어 보는게 좋을 듯하군.
흠흠"
노기사가 헛기침을 하고는 지휘봉을 두손으로 잡았다.
"알다시피 이곳은 바하무트 산에서 바로 내려다 보이는 평원일세. 그만큼 신의 숨결이 느껴지는 땅이기도 한다네.
그런곳에서 감히 보통의 다른 전투처럼 박투를 벌일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래서 각 용병대는 물론 기사단의 숫자도 500명씩으로 제한 것일세.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용병단에 너무 불리하니 결원이 생길시 그 자리는 얼마든지 아직 전투에 참가하지 않은 인원으로 보충 할 수 있다네.
뭐 그 외에에도 궁금한 것은 다른 용병들에게 물어 보면 될걸세"
노기사가 그렇게 말하고는 호르텝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호르텝이 얼굴이 벌거진채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이번 첫 전투에 대해서인데. 전투 방식은 전멸전이 될것이오. 아마도 이미 들은 사람도 잇겠지만 맘에 단단히 준비해 주기 바라오"
노기사의 말에 용병단장들의 얼굴이 일제히 어두워졌다. 개중에는 한숨마져 내쉬는 자들도 있었다. 호르텝은 다른 용병들의 그런 반응에 무슨일인지 짐작도 못하고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호르텝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고 있었기에 호르텝의 안타까움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노기사의 눈에 다시금 빛이 어렸다. 그리곤 조용히 손을 들어 올린 얼굴에 반쯤 가면을 쓴 용병대장을 지목했다.
"뭔가?"
아하루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말은 저희가 기사단을 전멸시켜도 된다는 것이겠죠?"
아하루의 말이 끝나자 좌중은 잠시 조용해 졌다. 하지만 이내 장내를 떠내려 보낼 것 같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푸하하하"
"하하하, 좋지 좋아"
"클클클 기사단의 재앙이겠구만?"
노기사가 손을 들어 좌중을 조용히 시킨후 아하루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물론 능력이 된다면 그래도 상관 없겠지? 그렇게 말하는 자네의 이름은 뭔가?"
"허수아비 용병단의 아하루라고 합니다."
아하루가 자신을 소개하자 좌중은 다시금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후 용병단 대장들이 일어선 아하루를 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맙소사 아레온의 사신이란 말인가?"
"설마 저렇게 젊은 애송이가..."
"최근 짐보만의 지옥을 만든 사신이 저렇게 젊은 사람이라니"
용병들이 그렇게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흠흠"
노기사가 연신 헛기침을 해대며 좌중을 조용히 시켰다. 노기사는 다른 용병대장들이 웅성거리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듯 약간 눈살을 찌푸리더니 다시금 조용하고 카랔 카랑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뭐 어떻게 하든 그것은 펠리온과 아레온신의 주관하에 있으니 그 신의 가호가 있다면 누구도 뭐라하지 않겠지.
하지만 자네도 법도를 알고 있을터 그 법도를 어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움직여 주게나."
하지만 노기사의 그런 말에도 아하루가 별다른 말없이 차갑게 웃기만 할 뿐이었다. 노기사가 약간 불쾌한 듯한 기분과 동시에 약간의 한기가 들었다.
"흠흠. 어쨌든 작전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겠소. 뭐 기사단을 당해내지 못할 것 같으면 재빨리 퇴각하는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거요. 뭐 잘들 알아서 하겠지만 말이요."
노기사가 자신의 이상한 기분을 지우려는 듯 그렇게 말하고는 서둘러 막사를 빠져 나갔다. 노기사가 퇴장하자 용병단 대장들이 하나 둘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다른 대장들의 시선을 받으며 퇴장하는 아하루에게로 호르텝이 재빨리 다가왔다.
"이봐요 형씨"
아하루가 막사를 빠져 나가려는 걸음을 멈추고는 호르텝을 바라보았다.
"아 험험"
호르텝이 잠시 헛기침을 하다가 아하루의 시선을 느끼고는 빙긋이 웃었다.
"아 뭐 다른게 아니고... 형씨가 정말 아레온의 사신 맞소?"
호르텝이 잠시 주츰하다가 그렇게 물었다. 아하루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레온의 사신이라... 그나저나 그 소문은 어디서 들은 거요?"
아하루가 쏘아보는 눈으로 호르텝을 바라보았다. 호르텝이 아하루의 눈빛에 움찔 거렸다.
"제기... 당신네 쳄벌린 상인대가 그리 지분거리고 다니는데 모를리가 있겠소? 뭐 어지간히 과장이 섞이긴 했겠지만... 소문에 듣자하니 기병대랑 붙어 본적이 있다고 하던데 정말이오?"
아하루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같은 상황은 아니였소"
아하루의 말에 호르텝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래도 한번이라도 경험해 본 적이 있다니 다행이오. 그런거 보면 당신네도 꽤 강한 모양이오?"
"글세? 내가 강한지 나도 잘모르겠소. 뭐 용병이란게 다 그렇지만 운이 좋았을 따름이요"
"운? 운이라... 하긴 운이란 창녀는 강한자를 좋아하니 당신도 강하단 말이겠지"
"그런 말을 하기 위해 부른거라면 난 실례하리다"
아하루가 몸을 돌리려 하자 호르텝이 황급하게 아하루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도와주시오"
아하루가 다시금 천천히 호르텝을 바라보았다. 호르텝이 아하루의 의문의 시선을 외면하며 고개를 돌려선 발로 땅바닥을 파대었다.
"제길... 사실 이런건 줄 알았으면 아예 참여하지도 않앗을 거요. 이건 완전히 기사단 앞에 목을 내놓으라는거 아니요?"
"그렇다면 위약금을 물고 그만두면 될텐데?"
아하루의 말에 호르텝이 울살을 짓고는 팔을 벌렸다.
"후우~ 나도 그러고 싶지만 그놈의 돈이 왠수요. 이미 그돈을 다 썼단 말이오"
아하루가 호르텝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잠시 호르텝을 바라보았다.
"아니 최소 2만 골드가 나왔을텐데 그것을 다썼단 말이오?"
호르텝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길 이번에 올 때 그동안 갖추고 싶던 많은 무구들을 갖추고 또 말까지 구입했단 말이오. 그리고 혹시나 잇을지도 모를 사태에 대비해 선지급하고 또 투자하느라 그랬소"
"투자?"
호르텝이 한숨을 내셨다.
"휴우~ 사실 우리같은 용병들은 파리 목숨 아니오? 그래서 이번에 받은 금액 중 반을 상대에 투자를 했다오. 그렇게 해서 돈을 불려나가면 거기서 나온 돈으로 최소한 일이 없어도 용병들에게 돈을 지급할 수 잇지 않겠소?
그럼 그 용병들 가족들도 먹고 살수 있고 또 용병 일을 못해도 나중에 어느정도는 살수 잇는 보장이 되어 주지 않겟소? 그런데 그런데 하필이면 제길... 전투가 험한 것은 알고 잇었지만 이건 일반적인 도살에 불과하단 말이오"
호르텝의 그런 불만어린 투정에 아하루가 잠시 호르텝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호르텝의 눈에 어린 진심을 알아봤음인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잠시 아하루가 뭔가를 고민하는 듯 하더니 불안해 하는 호르텝을 향해 물었다.
"제비 번호가 어떻게 되오"
호르텝이 자신이 뽑은 번호를 아하루에게 내밀었다.
"흠 최악이군 1열 우측에서 두 번째라니"
호르텝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정말 불합리한 일이요, 아니 제비를 뽑으려면 다 뽑아야지 어떻게 유력 용병단은 죄다 미리 3열로 배치되고 우리 같은 군소 용병단만 제비를 뽑게하냐 말이오"
"한가지 방법은 있소"
호르텝의 얼굴이 조금 펴졌다. 그의 눈이 아하루의 입으로 집중되었다. 아하루가 자신의 품에서 자신이 뽑은 제비를 보여주었다.
"난 2열 좌측에서 두번째요"
호르텝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아하루가 내민 제비와 아하루를 바라보았다.
"설마 그것과 내것을 바꾸자는 것은 아닐테고?"
"물론 그럴 맘은 없소. 다만 당신이 1열 중 좌측 두 번째로 뽑힌 용병단과 바리를 바꾸시오. 그리고 기병대가 공격해오면 조금 싸우는 척하다가 일제히 우리 쪽으로 도망치도록 하시오.
그러면 그들은 살것이오"
호르텝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겨우 고작 그것이오? 그러면 애초 여기서 도망가는 것이나 당신네 쪽으로 도망가거나 무슨차이가 잇소? 또 만약 우리를 방패삼는거면 어떻하냔 말이오?"
아하루가 어깨를 으쓱 거렸다.
"그거야 당신이 알아서 생각하면 되오. 뭐 선택은 당신이 알아서 하면 되는 것이니까"
아하루가 말을 마치고는 천천히 자신의 부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호르텝이 잔뜩 찡그린 얼굴로 그런 아하루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한줄기 바람이 연신 무언가 고민하는 듯한 호르텝의 얼굴에 흐르는 땀을 부드럽게 식혀주주며 호르텝을 다독였지만 정작 호르텝은 얼굴을 찌푸린채 그 자리에 못박힌 듯 서있을 뿐이었다.

164. 27화 신성전투(4)
드넓은 초원으로 용병들이 천천히 무리지어 앞으로 줄을 지어 전진하기 시작했다. 함누리당 500명씩 다섯 개의 부대가 초원 한쪽을 꽉 채우고 잇었다. 그들은 천천히 불안감과 두려움에 질려있는 듯 초원으로 내몰리고 잇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로는 다시 다섯 개의 부대가 그 뒤를 이었고 또 그 뒤에 다시 다섯 부대가 뒤를 이었다.
용병들의 전진하는 우측으로는 보기에도 늠름한 군마와 기세가 엄중한 기사들이 제각기 자신의 부대를 상징하는 깃발을 세우고 용병들의 허술한 진용과는 달리 완벽한 진을 이루고 잇었고 또한 자심감에 차있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눈에 띄지 않는 여유마저 보였다.
그들은 각자의 부대로 쭉 줄지워 있었는데 기사단을 나타내는 부대 기만 무려 열네개에 달했다. 그리고 그들이 차지하고 있는 영역도 무척이나 넓어서 거의 그 끝에서 끝이 안보일 정도였다.
그들의 우측으로 이번에는 단일한 기사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총 5개의 기사단 무리가 그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중앙의 본진과는 달리 긴장하는 빛이 뚜렸했다.
그들도 역시 자신들의 부대기를 앞세웠지만 그 부대기는 모양이 똑같은채 그 숫자만을 달리했다. 그 모양은 젠티에의 기사단을 의미하는 문양이었다. 그들은 각기 완전한 무장을 한 채 살기어린 모습마져 보였다.
기사들이 탄 말들도 자신의 주인이 내뿜는 살기와 긴장이 느껴지는지 연신 투레질을 하며 자신을 주체하지 못했지만 엄격한 훈련을 받은 듯 대열을 흐트러 뜨리지는 않았다.
그들은 전면에 역시 초원 한쪽을 새까맣게 물들이며 나타나는 빌토르측 병사들을 바라보며 전의를 불태우고 잇었다.
"후 도대체 어찌된 셈이지?"
벨베르가 잔뜩 긴장된다는 듯이 침을 한번 삼키고는 그렇게 투덜대었다.
"또 왜그래?"
아르몬 역시 긴장되는지 앞을 노려보며 나가며 나직하게 물었다. 용병단 전체에 감도는 긴장감을 그 역시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저기 저거 보라구. 그나마 우리 앞쪽에 있는 용병단의 경우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우리 양 옆과 뒤쪽을 보라구 저건 온통 애들과 노인네들 아니냐구.
아이쿠 저런 창을 놓쳤네? 이런 얼굴이 아예 울상이 되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창도 제대로 쥐지도 못하는 애송이들을 내보낼 수 있느냐구"
아르몬이 벨베르가 바라본 방향으로 잠시 고개를 돌렸다. 확실히 아이티를 벗지 못한 소년이라 불리워 마땅한 용병 하나가 자신이 들고 있던 창을 잃어버리고는 안절 부절 못해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아르몬이 이내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당연하잖아? 우리가 상대할 것은 기사단이라구"
'당연하다구?"
벨베르가 기가찬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리곤 분노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가 당연하다는 거야? 기사단을 상대할 거면 당연히 무장이나 능력이나 일급을 내보내야 하는거 아냐? 그래야 최소한 상대가 될거 아냐?
보아하니 칼한번 휘둘러보지 않은 일반 평민을 이런 전투에 내보내면 어쩌겠다는거야? 그냥 기사들의 말발굽 아래 도살시키겠다는 거냐구?"
"맞아"
아르몬이 말하려는 순간 곁에 있던 나달이 짧게 대답했다. 벨베르가 화난듯한 눈으로 나달을 바라보았다.
"모야?"
"저들은 그저 제물일 뿐이야. 어차피 아무리 정예 용병이라도 기사단 앞에서 제대로 싸울수 있는 용병은 없어. 너도 알거 아냐? 기병한명이 갖는 파괴력과 그런 기병이 모여 만든 기사단이 갖고 잇는 능력을"
나달의 말에 벨베르의 입이 다물어졌다.
"사실 너도 지금 겁이 나고 잇잖아? 그래서 이전보다 더욱 말을 지껄이는 것이겠지. 그래 나도 겁이나. 보병이 제아무리 힘을 써봐야 기병을 상대할 수가 잇겠어? 더욱이 기사단이라면 우리같은 용병 부대는 돌격 한번으로 끝이야. 그러니 이후의 전투를 위해서라도 소중한 동료를 내보낼수 없겠지. 아마 저들은 전투후에 자유를 약속하고 사들인 농로의 자식들이거나 노예들이 대부분일 거야.
난 지금 저들보다도 우리가 걱정이야. 이 망할 놈의 용병단이 우리를 제물로 바치려는게 아닌가 생각중이란 말이다."
나달의 말에 벨베르가 얼굴이 핼슥하게 굳었다. 그리곤 사실이냐는 듯 아르몬을 바라보았다. 아르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달의 말은 사실이야. 하지만 저 앞에 잇는 총대장이 우리를 제물로 삼으려고 이곳에 보낸 것은 아니라는 점은 확실해"
"그..그렇지? 확실하지?"
벨베르가 다짐을 받으려는 듯 그렇게 물었다. 아르몬이 그 스스로도 다짐을 받으려는 듯 고개를 끄덕녔다. 그리고 천천히 다시금 입을 열었다. 어느새 아르몬의 주위에 있던 다른 용병들도 아르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잇었다.
"먼저 우리가 이번에 이곳에 온 인원은 600여명 밖에 안되 만일 우리가 제물로 휘생된다면 앞으로의 전투는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것이지.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엄청난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잇어. 또 만일 우리를 희생제물로 바칠 심산이었다면 저렇듯 총대장들이나 대장들이 직접 나서지는 않았겠지.
그것은 이번에 진짜 한판 붙어 보려는거야.
그리고 난 저기 검은 말을 타고 있는 총대장을 믿어, 그가 짐보만에서 보여준 능력의 절반만 발휘해도 살아 남을 수 있다고 믿어"
아르몬의 말에 벨베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뿐 아니라 은연중 아르몬의 말에 귀를 기울였던 다른 용병들도 아르몬의 말을 옆 동료에게 귓속말로 옮기며 어딘지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흐흐흑"
전장에 도착하면 도착 할수록 그들 양 옆의 용병단의 불안은 더욱 고조되어 급기야 흐느끼는 자들마져 나왓다. 그들이 쥐고 있는 창과 무기들도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잇었다. 그들중 몇몇은 뭐라고 뭐라고 큰소리치며 그들의 용기를 복돋우려고 애썼지만 공포와 두려움에 전염된 용병들을 진정 시킬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들의 두려움은 그들의 눈 앞에 저멀리 흉폭한 기사단들이 그들을 노리며 하나 둘 진을 치기 시작하자 더욱 고조되기 시작했다.

"제길 역시 불안하단 말이야"
말에 오른 호르텝이 주먹을 연신 부딪치며 그렇게 말했다. 눈 앞의 기병대는 금방이라도 그들에게 달려들 듯 했다.
호르텝이 자신의 뒤를 돌아보고는 자신의 수하에게 다시금 다짐하려는 듯 말했다.
"잘들어 괜히 무모한 만용을 부릴 필요는 없어 이 자리를 그냥 산게 아니란 말이다. 무려 100골드나 주었단 말이야. 그러니 애꿎게 저 기병대를 상대한다 뭐다 하면서 개죽음 당하는 놈들은 결코 용서 못해 알겠지?"
호르텝의 말에 호르텝의 역시 호르텝처럼 말을 타고 있는 부대장들이 호르텝 못지 않게 긴장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호르텝이 그래도 안심할 수 없다는 듯 부대장들의 어깨너머 용병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모두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자신의 무기를 잡고 잇었다. 그들 중 말을 타고 잇는 자는 없었다.
용병들은 넓게 일자로 진을 펼친채 각기 자신의 창을 꼬나 쥐며 호르텝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씨발놈들아 우리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니 잘해. 멋대로 죽는 놈은 가만 안둔다 알겠지? 무조건 바람처럼 달려라. 무조건 살아남으란 말이다. 알겠냐?"
"와아"
호르텝의 그런 고함소리에 용병들이 두려움을 털어 버리려는 듯 괴성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강렬한 가을 햇볕때문인지 주르륵 식은 땀이 흐르고 잇었다.
'빠빠 빠라라라랏'
용병들의 환호소리는 곧이어 울린 나팔 소리에 순식간에 가라 앉았다. 그리고 그에 화답하듯 저 너머에서도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들판을 울리려는 듯 거대한 북소리가 용병들의 오른 쪽 중앙 본진에서부터 터져 나왔다.
'둥 둥 둥 둥 '
그 북소리는 듣는 사람들의 전의를 높이려는 듯 끊임없이 그 기세를 고조시키고 잇었다.
"니미 이제 시작이닷"
호르텝이 눈 앞의 저멀리 기병들이 돌격자세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긴장한 듯 그렇게 외쳤다.
과연 호르텝의 말대로 저멀리서 깃발을 잡은 기병 하나와 나팔을 든 기병 하나가 앞으로 나서더니 곧이어 나팔을 든 기병이 나팔을 입에 대었다.
"빠 빠빠빠 빠라라라랏 빠 빠빠빠 빠라라라랏"
기병의 나팔 소리가 울려퍼지자 마자 기병들이 자신의 들고 있는 랜서를 앞으로 세우고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초원 가득히 달리는 말 뒤로 먼지 구름이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준비"
호르텝이 그렇게 말하고는 그 자신도 말에서 뛰어 내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말에 달려 잇는 랜스를 꺼내서는 바닥에 거꾸로 앞쪽으로 향하게 비스듬히 세웠다.
호르텝의 뒤쪽에 있는 용병들도 각기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창을 그렇게 비스듬하게 앞 쪽을 바라보며 세우고 있었다.
"전위 대열 뒤로 후퇴"
앞쪽에 잇던 용병들이 재빨리 뒤로 돌아서는 그들의 대열 끝으로 뛰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중간 쯤에 있는 용병들이 전면에 나섰다. 그들의 앞에는 앞에 있던 용병들이 만들어 놓은 창의 숲이 있었지만 어쩐지 그것만으로는 매우 불안해 보였다.
그리고 그 창의 숲 앞으로는 하늘을 뒤덮을 듯 먼지구름이 일고 잇었으며 그 앞으로 랜스를 앞으로 길게 뻗은 채 무시 무시한 기세로 지축을 울리며 기병들이 달려 오고 잇었다.
그리고 용병들의 전명으로 달려드는 기병들의 무리 외에도 그들의 양 옆에 있는 다른 용병단을 향해 짖쳐드는 다른 기사단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호르텝의 용병단 곁에 잇던 다른 용병단에서 겁에질린 듯 화살이 한 두발 발사 되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화살들이 그들의 손에서 일제히 쏘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겁에 질린 용병들이 자신의 손에 들린 활을 마구 쏘아 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화살들은 채 기병들에게 닿기도 전에 허무하게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내 신호를 잘보란 말이다. 그리고 주위를 잘봐 그리고서 행동하란 말이다. 괜히 혼자서 움직이면 표적이 된다는걸 명심해. 씨팔 어떤 개새끼가 이런 규칙을 만들었는지 몰라도 내 눈앞에 보이면 찢어 죽이고 말겠다."
호르텝이 자신의 손이 땀에 듬뿍 젖은 것도 모르고 그렇게 외쳐댔다.

"우아아아"
전면 최 우측에 위치한 용병들의 얼굴이 공포에 젖어 들었다. 주로 노인들과 어린이들로 구성된 용병대는 전면으로부터 우악스럽게 다가드는 기병대의 모습을 공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각기 100명씩으로 이루어진 대열로 전면에 3개대 그리고 그들의 뒤로 다시 2개대 200명이 진을 치고 있었지만 그들의 손에 쥐어진 나무로 된 방패로는 그들의 불안감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창을 들어 얼른"
"궁수 궁수 뭐해 쏴 쏘라구"
대열 내에서 몇몇 경험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악을 써대었지만 이미 분위기는 그들의 말이 통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전면에 방패를 치켜들고 있는 사람들조차 벌벌 떨어대며 주츰 주츰 뒤로 물러 나고 있었다.
'두두두두'
지축을 울릴 듯한 말발굽 소리가 하늘 가득 울려오며 거대한 창이 자신을 겨누며 다가오는 모습은 금방이라도 자신의 배를 꿰뚫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우우우"
전면에 나섰던 사람들이 잔뜩 고개를 숙이고는 오로지 자신의 믿을 것은 자신의 두손에 잡은 방패 밖에 없다는 듯 방패를 꼭 부여잡고는 연신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뒤쪽의 사람들에 막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자 용병들의 얼굴은 하얗게 질리기 시작하며 개중에는 오줌을 지리는 사람마져 생겨났다.
더욱이 아직 변변한 싸움조차 해보지 않은 소년티가 역력한 용병들의 동요는 더욱 심해 그들이 들고 있는 방패는 더욱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또한 방패 사이로 삐죽히 튀어 나온 창은 어딘가 달려들어 오는 기병들의 창에 비해 허약해 보였으며 또 그마져도 자꾸만 아래쪽으로 쳐지고 있었다.
'빠빠빠 빠라라라라랏'
전면으로 새까맣게 짖쳐들던 기병들 속에서 다시금 나팔 소리가 울려퍼져 나왔다. 그러자 한데 뭉쳐서 달려들어 오던 기병들이 일제히 분산하기 시작했다.
그들 역시 다섯 개의 소규모 집단으로 찢어지기 시작하더니 최우측 용병대를 반포위하며 다가들기 시작했다.
"막아 막아"
누군가 바로 자신의 눈 앞에 말 콧김을 느낄수 있을만큼 다가온 기병들을 보며 소리쳤다.
"오 펠리온이시여"
누군가 절망에 물든 소리를 외쳤다. 그리고 그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기병들의 거대한 랜스가 최 선두에 있는 용병들의 방패를 강타했다.
"크악"
방패가 랜스의 충격에 반쯤 부셔지며 방패를 들고 잇던 소년병이 하늘을 날았다. 그리고 연이어 비명소리와 뭔가 둔중한 부딪치는 소리가 들판을 메우기 시작했다.
"쿠아악"
기병들의 랜스가 최선방에 서있는 용병들의 방패를 강타하며 그들을 꿰뚫으며 짖쳐들었다.
방패로 몸을 가린 용병들이 뒤로 날아가듯 던져지거나 아니면 기병의 랜스에 몸이 꿰어버리고 말았다.
"우아아아"
자신의 바로 앞 소년병의 몸이 랜스에 몸이 꿰어 하늘로 치져들려지며 버둥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한 용병이 자신이 쥐고 잇던 창을 던져버리고는 몸을 돌리켰다.
이미 용병의 머리 속에는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듯 그저 뒤로 뒤로 버둥거리며 도망칠 뿐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얼마 가지 못해 다른 기병의 창날에 몸이 붕 하고 떠올랐다. 믿을 수 없다는 용병의 눈이 채 감겨지기도 전에 바닥으로 내팽져쳐진 용병의 몸위로 묵중한 기사와 갑옷을 입은 말이 그의 몸을 짓이기기 시작했다.


165. 27화 신성전투(5)
일단 진영이 붕괴되기 시작하자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되었다.
"크악"
다시금 도망가던 용병 몇 명이 기사의 랜스에 등을 꿰뚫린채 허공에 떠올랐다 떨어졌다. 등이 뻥 뚫린채 꾸역 꾸역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이미 용병들은 기마진에 포위된채 이리 저리 우왕좌왕 거리며 필사의 도주를 하고 잇었다. 도망가던 용병하나가 말에 받혀 넘어졌다. 그 위를 말이 그를 짓밟기 시작했다.
"크악"
말발굽에 용병의 살점이 찢기며 떨어지고 피가 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용병이 말발굽을 피하려고 필사의 노력을 했지만 곧이어 버둥거리는 용병의 배를 향해 기사가 자신의 창으로 내려 찍었다.
"쿠욱"
용병이 자신의 배 깊숙이 박혀 들어간 창을 붙잡고는 피거품을 입에 뿜고는 이윽고 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빠빠 빠빠 빠라랏라~'
용병단을 반마장 앞둔 상태에서 다시금 나팔 소리가 급격히 울렸다. 그리고선 기병들의 진형이 변하기 시작했다. 한데 몰려서 질풍처럼 달리던 기병들이 순간 다섯 개의 무리로 나뉘어서는 방사형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일제히 눈 앞의 용병들을 향해 짖쳐들기 시작했다.
"크악"
기병들의 일격을 맨 앞에서 당한 용병들이 기사들이 내미는 랜서에 몸을 꿰고는 허공으로 붕하고 떠올랐다.
기병들의 난입에 한떼의 용병들이 말에 치이고 랜스에 몸이 꿰어진체로 땅에 뒹굴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몇몇 용병들이 이성을 상실한채 자신의 창을 말위에 탄 기사들에게 겨누고 달려들었지만 그들의 몸도 곧 허무하게 기사들의 뒤에서 새로이 나타난 기사들의 랜서에 몸을 꿰히고는 허공으로 날려 올랐다.
기병하나가 용병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랜스를 등을 보이며 뒤로 도망가는 용병하나를 겨누었다.
사람이 말이 달리는 속도를 따르지는 못하는지 금새 기사가 용병을 뛰쫓았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기사의 랜스에 용병이 도망가던 자세 그대로 가슴이 뻥 뚫린채 랜스에 꿰였다.
그 용병과 함께 도망가던 다른 용병 하나가 재빨리 그 옆으로 몸을 날렸다.
"크아악"
기사의 랜스를 피해 몸을 날렸던 다른 용병 하나가 미처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말을 피하지 못하고 말발굽에 채인체 몸이 피떡이 돼기 시작했다. 말들은 용병들이 흘리는 피에 취한 듯 더욱 광기를 보이기 시작했다.
용병들의 대열이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하고 몇사람이 뒤로 뛰기 시작하더니 일제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용병단을 반포위한 기사단은 자신의 랜스와 칼을 이용해 용병들을 하나씩 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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