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고독사랑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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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285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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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大陸)은 섬뜩한 전율에 몸부림쳤다. 그것은 한 인물의 등장으로 기인한 것이었다.

고독사랑(孤獨死狼)!

북풍한설을 휘몰고 출현하는 냉혈인간!
암흑의 화신체인 양 검은 흑의에 한 자루 녹슨 철검을 어깨에 비스듬히 메고 허무로운 동공을 지닌 인물이었다.
지극히 잔혹한 냉소(冷笑)를 입으로 짓씹으며 중원천하를 종횡하는 철혈의 투사(鬪士)!

――나의 앞길을 막지 말라!
나에게 검(劍)을 뽑는 자(者)는 검(劍)으로 파멸(破滅)하리라!
검은 인정이 있으나 나는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 철혈(鐵血)의 인간이기에……

불퇴전(不退戰)을 모르는 철혈의 대투사 고독사랑 백옥상!
그 앞에서 검을 논하지 말 것이며, 그의 검을 보는 자 지옥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것은 회색의 공포로써 중원무림(大陸武林)을 위진시키고 있었다.
아무것도 거칠 것 없이……


마천루(魔天樓).

이층으로 된 누각으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왔다.
한 장의 서한을 보고 있는 상관약연,
그녀의 미려한 눈빛은 가늘게 흔들렸다.

<상관소저 전(前), 그의 무예는 갈수록 가공스러울 정도이며 절강성 회운령에서 탈명비도황 진륭을 살해한 후 항주(杭州)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현재 그의 뒤를 따르는 강호인은 살인총, 취옥궁, 신비회 등의 인물들과 일단의 신비인들이 그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이틀 전, 신비회에서 수명의 일류고수를 파견 그의 몸에 지니고 있는 연판장을 노리고 있는 바 조만간 그를 중심으로 살겁(殺劫)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그에게 지지세력이 없는 이상 십중팔구 죽음을 면하지 못할 것 같으니 이에 대하여 추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연락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철사자.>

서한은 철사자가 보내온 것이었다.
상관약연은 고뇌 어린 눈빛으로 입술을 꼬옥 깨물었다.
'안돼! 이 악마의 생명을 절대 다른 자에게 넘길 수는 없어.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손으로 죽이고 말 테야.'
한 순간, 그녀의 눈빛은 증오로 이글거렸다.
밤마다 떠오르는 백옥상의 모습에 거의 두 달 동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악몽에 시달려온 상관약연,
그녀는 악몽에서 깨어날 때마다 홍건히 젖어 있는 고의에 치를 떨었다.
그녀는 밤마다 꿈 속에서 겁탈을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친 듯이 발버둥을 치고 반항을 하지만 언제나 끝에 가서는 자신도 모르게 희열의 나락에 빠져드는 상관약연이었다.
시간이 흐를 수록 증오보다는 미움이, 미움보다는 그리움이 그녀의 마음을 채우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상관약연은 날카롭게 밖을 향해 외쳤다.
"소홍! 오라버니에게 내가 보잔다고 알려라!"
이내 밖에서 나직한 대답이 들려오고 곧 조용해졌다.
'절강성까지는 오 일,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내가 직접 가야지!'
내심 결단을 내린 그녀는 급히 서둘렀다.


제존부(帝尊府)는 취옥궁의 최고 심처였다.
팔선탁 주위로 삼 인이 좌정해 있었다.
취옥천황 백장천과 대비신니. 그리고, 백장천의 아들이자 취옥궁의 후계자인 혈전패공 백천기 등 삼 인이 앉아 있었다.
탁자 위에 놓인 식은 찻잔으로 보아 오래 전부터 이렇게 앉아 있었던 것 같았다.
삼 인의 표정은 한결같이 침중했다.
"……!"
잠시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문득, 취옥천황 백장천이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입을 열었다.
"신니의 말씀대로라면 지금 연판장을 가지고 있는 고독사랑이 전날 딸을 구해준 백타복의 아들이란 말씀이오?"
대비신니는 힐끗 백천기를 바라보며 쓸쓸히 대답했다.
"아미타불. 그렇습니다, 궁주! 자신의 입으로 직접 한 말이니 빈니로서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취옥천황 백장천은 불현듯 목이 말랐다. 그는 천천히 식은 찻잔을 단숨에 입에다 부었다.
비록 겉보기에는 태연한 신색이었으나 그의 행동은 은연중 불안감이 엿보였다.
'일이 꼬이는군. 그 아이가 연판장을 가지고 우리에게 넘겨 주지 않는 것은 일종의 보복심리. 거기다가 딸의 행방까지 물었다면?'
그는 생각할수록 골이 지끈거렸다.
취옥궁은 십 년 전부터 신비회와 살인총, 그리고 강호의 동태를 주시해 왔다. 특히, 신비회의 신비를 벗기기 위하여 수많은 첩자를 보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헌데 이번에 극적으로 그들의 비밀을 풀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를 얻을 수 있었는데 난데 없이 일이 이상하게 되어 버린 것이었다.
백장천은 결국 무력으로 연판장을 뺏기 위해 시도를 해 보았으나 돌아온 것은 몇 구의 시체 뿐이었다.
백옥상의 무예는 결코 고독검신 황자등에 못지 않은 절대검호(絶代劒豪)던 것이다.
게다가, 현재 그의 주위로 수많은 강호인이 따르고 있으니 함부로 고수들을 동원하여 그를 공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취옥천황 백장천은 나직이 탄식을 내쉬었다.
"패야, 지금 신비회의 고수들이 어디까지 와 있느냐?"
혈전패공 백천기는 급히 대답했다.
"내일쯤이면 항주에 도착할 것입니다."
"우리측의 고수는?"
"이미 항주 승운사(丞雲寺)에 도착하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취옥천황 백장천은 침중한 눈빛으로 씁쓸히 말했다.
"조만간 혈풍(血風)이 불어오겠군."
혈전패공 백천기는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님, 이 일은 어차피 벌어진 일, 이렇게 된 이상 조금도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신비회의 수뇌부에 관하여 알 수는 없지만 현재 그들의 힘은 암중으로 중원전역을 뒤엎고 있읍니다. 더 이상 늦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취옥천황 백장천은 이 말에 냉엄한 표정이 되었다.
"모르는 소리! 이 일은 함부로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설혹 우리가 그들을 친다고 하자, 아직 그들의 목적이나 내력에 대하여 아무 것도 모르면서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말이냐?"
그의 추상 같은 호통에 백천기는 얼굴이 붉어졌다.
"아미타불. 궁주의 뜻은 당연한 것이지만 소종사의 말대로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무슨 조치를 강구해야 될 것이외다."
취옥천황 백장천은 잠시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대비신니를 주시했다.
"……!"
"신니. 소림(少林)에서는 신비회에 관하여 어떤 고견을 지니고 있소?"
"글쎄올습니다. 빈니는 아직 소림사로부터 별다른 소식을 받지 못해서 알 수는 없는 일이외다."
취옥천황 백장천의 표정이 엄숙해졌다.
"신니께서도 알고 있듯이 신비회만 있다면 나도 벌써 모든 대책을 강구했을 것이외다. 허나 당금무림에는 살인총과 신검성, 그리고 최근의 소식에 의하면 전대(前代)의 마두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외다."
"……!"
"사실 취옥궁의 힘으로 이들을 다 감당하기에는 그 힘이 미약하오."
대비신니의 표정이 굳어졌다.
"궁주의 뜻은?"
취옥천황 백장천은 굳은 얼굴로 분연히 말했다.
"신니. 현재 강호의 풍운은 나로서도 감당할 길이 없소. 만약 소림을 비롯한 십정무맹이 강호에 나서지 않는다면 앞으로 강호는 난세로 변하고 말 것이오!"
그의 말은 칼로 자르는 듯 단호했다.
대비신니는 침중히 불호를 외웠다.
"아미타불……"
"대비신니께서 수고스럽지만 나의 말을 그대로 천불성존(天佛聖尊)께 전해 주시오. 나는 먼저 연판장의 일을 해결한 후 숭산을 방문하겠소."
"아미타불. 빈니가 장문인에게 이 일을 전해 드리겠지만 궁주께서는 한 가지는 생각하셔야 될 것이외다. 장문인은 자비로운 분인지라 어느 정도 확고한 증거가 없다면 결코 강호의 출입을 하지 않으실 것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아니될 것이오."
대비신니의 말은 무언가 뜻이 담겨 있었다.
백장천은 빙그레 웃었다.
"걱정마시오, 신니! 내가 소림을 방문할 때면 연판장도 함께 갈 것이오."
대비신니는 천천히 일어섰다.
"빈니는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소림의 길은 머니 멀리 나가지는 않겠소이다."
대비신니는 가볍게 합장을 하고 천천히 밖으로 사라졌다.
"……!"
혈전패공 백천기는 부친의 표정을 살폈다.
"할말이라도 있느냐?"
"환비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그들은 지금 고독사랑의 뒤를 따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취옥천황 백장천은 담담히 중얼거렸다.
"차라리 잘됐군. 이런 기회에 좋은 경험을 얻게 될 테니까"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항주로 출발할 준비를 해라. 오늘 저녁에 출발한다."
혈전패공 백천기는 재빨리 밖으로 달려나갔다.


당금의 정도무림을 떠받치고 있는 열 개의 다리가 있었다.

<십정무맹(十鼎武盟).>

천불맹(大天佛盟)!
대소림을 주축으로 중원의 모든 불문(佛門)이 응집된 천년불련(千年佛聯)이 그것이었다.
십정무맹의 실질적인 맹주(盟主)의 위에 올라 있는 곳이었다. 허나, 천불맹의 힘이 실제로 현신한 때는 오직 한번 뿐이었다.
천 년 전, 미증유의 천지대파멸지겁이 환우천하를 휩쓸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무림과 인연을 끊은 천불(天佛)의 성역(聖域)!

환영천부(幻影天府)!
환(幻)…… 사(邪)…… 기(奇)……
지상에서 그들이 못 가는 곳은 없었다. 전대환인들이 모여 이룩된 환상의 신비문피였다.

화벌(花閥)!
여인들만으로 이루어진 지분동맹으로 그녀들은 천하 모든 곳에 퍼져 있었고, 은연중에 천하정세를 움직이고 있었다.

사해천붕도(四海天鵬島)!
물(水)이 있는 곳에서는 불패(不敗)의 신화(神話)를 이룩했던 대해의 제왕이었다.

천비성(天飛城)!
지상에서 가장 방대한 문파였다. 그들은 심지어 자신들이 천비성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도 망각한 채 천하에 산재해 있었다.
그들을 통해 들어오는 막대한 정보는 양보다도 가치가 엄청난 것이었다. 천비성은 비밀의 성역이었다.

오행천강부(五行天剛府)!
유리보궁(琉璃寶宮)!
굉천권문(宏天拳門)!
천의성전(天醫聖殿)!
철패무혼련(鐵覇武魂聯)!
………

각기 한 방면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십정무맹!
만일, 그들이 하나로 뭉쳐지고, 그 힘이 응집되어 상대된다면 그 어떤 세력이 감히 맞설 수 있겠는가?
허나, 일천 년 동안 그런 일은 전무했다.
취옥궁이 정도제일문으로 자리잡은 것은 바로 십정무맹의 폐쇄성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십(十)…… 정(鼎)…… 무(武)…… 맹(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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