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요정들의 오너 시즌 2 -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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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198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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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부>


#1- 페어리 탄생의 비밀.




"몸이..."

타이라는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올려내었다.희미한 잔상으로 비춰지는 주변의 모습들. 온통 하얀색으로 둘러쌓
여있는 실내와,코를 찌르는 약품냄새와 소독약 냄새.

"내 몸이.."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이 어딘가에 눕혀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온몸에 지릿하게 전해져 오는 통증을통해 자신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사실역시.

"몸이 너무 무거워."

매일 숙부에게 구박과 핍박을 받으며 온갖 궂은 일을 다 해왔던 그녀이지만, 사실 오늘만큼 몸이 무겁고 힘든 날은없었다. 게다가 손에는 아무런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타이라는 당황하지 않으려 애를 쓰며 상황을 정리했다.

"맞아..나는..."

그제서야 생각이 들었다.이곳은 절대 숙부와 함께 살던 작은 통나무 집이 아니었다. 자신은 프로센 최고의 기사라
칭송받는 인물에게 발탁되어 여기까지 온것이다. 기사가 될수 있다는 말, 왕실을 위해 힘을 쓸수 있다는 말,그리고
검을 배울수 있다는 말 때문에.

"그리고...교관과 대련이..."

그제서야 타이라의 머릿속에서 조각났던 기억들이 퍼즐처럼 짜 맞춰 지며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었다.고된 훈련들,그리고 교관인 프랑과 함께 대련을 하다가 자신은 정체 불명의 힘에 밀려 구석에 쳐박혀 버렸었다.

"그건 무엇이었을까."

타이라는 아무리 생각해도 영문을 알수 없었다. 분명 교관인 프랑은 허를 찔렸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으며,아예 가
드를 할 시간조차 없었다.자신이 생각해도 의표를 완전히 찌른 한수였다. 물론 검을 검이 아닌 창처럼 이용하긴 했지만, 최초로 익스퍼트 급의 기사에게 상해를 입힐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이다.

하지만 타이라의 몸은 측면에서부터 알수없는 공격에 적중당했었다.그녀는 아직도 그때의 감각이 생각나는듯 몸
을 부르르 떨었다.온몸이 지릿할 정도로 느껴졌던 그 전율.

"그것이...마나..란 것일까?"

칼질을 잘한다고 해서 기사가 아니었다.기사로써의 덕목을 비롯해서, 무(武)에도 이론은 존재하기 때문이었다.타이라는 이론수업때 들었던 것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해 보았다.

마나.

세상을 존재하게 하는 힘이자 원천.자연력.
드래곤 처럼 마나를 수족처럼 다루는 종족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지극히 예외의 케이스일 뿐이었다.
마나를 다룰수 있는 인간은 극히 드물었으며 그것은 후천적인 수련과 공부에 의해 개발될수 있었다.

기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정해진 검술동작의 반복,훈련을 통해 마나를 인식하고,또 그것을 갈고 닦으면 검
술로써 마나를 다룰수 있었다. 마나를 다루는 경지에 오른 기사는 단계별로 소드 익스퍼트, 소드 마스터,그랜드 마스터라는 칭호가 붙었으며,그것이 검을 든자가 궁극적으로 노리는 최후의 단계이자 목표, 그리고 명예였다.

"만약 나를 마나에 의한 충격파로 공격을 했다면..."

그렇다면 소드 익스퍼트인 프랑이 자신을 공격하지는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타이라였다.마나로 원거리 공격을할수 있는 것은 적어도 마스터 급의 칭호를 가진 자뿐이었다. 익스퍼트인 프랑은 마나를 검이나 갑주에 입혀 강하게 만드는 것만 가능할뿐, 그정도의 상위 레벨이 아니었다.

"그리고...여기는 의무대가 아니야."

살짝 실눈을 뜬 타이라는 의무대 치고는 너무나 고급스럽고 호화롭다는 사실에 그런 결론을 내렸다.약품냄새와 하얀 실내정경은 의무대와 비슷할지 몰라도, 가구나 집기들이 너무나 화려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벽의 한가운데에붙어있는 프로센 왕실의 문장인 두마리의 사자. 그것은 틀림없이 고위층을 위한 공간이었다.

게다가 타이라를 비롯한 수련생들은 하루에도 몇번이고 밥먹듯이 부상을 입었기에,나름 의무대와 꽤 친한(?)편이
었다. 관찰력 좋은 타이라가 의무대와 다른 시설을 헷갈려 할리가 만무했다.그녀가 이곳이 어디일까 꼼꼼히 분석
하려는 그 찰나,그녀의 뒷편에서 부터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22호의 상태는 어ㅤㄸㅒㅤ?"

"아..말씀하신 대로 기본적인 치료는 마쳤습니다 대 신관님."

타이라는 얼른 눈을 질끈 감았다.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대 신관?"

평민인 타이라지만,그것을 모를정도로 무지하지는 않았다.신관이란 신을 모시고 경배하는 이들을 의미했다.그들은특유의 기도력을 통해 신의 능력을 빌리는 것이 가능한 이들.그리고 대 신관이란 말그대로 신관들 중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자를 의미했다. 군사 강국인 프로센의 경우에는, 왕실에도 신관을 두는 경우가 왕왕 있었기에, 그것은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다만..

"근데 어쩌서 신관이 내 상태를 묻는거지?"

타이라는 조금더 대화를 들어보기로 하고는,누워있는 그 자세 그대로 대화에 집중했다.

"저러니 일반 의무대에서 치료를 할수 있을리가 없지.마스터급의 공격을 그대로 받아들였으니 말이야. 누구였지?
프루토 경이던가?"

"네.황룡기사단 단주를 맡고 있는 자작입니다."

"끌끌....저런 불쌍한 아이에게 그런 공격을 하다니..."

그제서야 타이라는 살짝 이를 악물었다.프루토 자작. 누군지는 그녀도 알수 없었지만 자신을 기습한 자는 프루토라는 자라는 사실을 알게된 것이다.더불어, 어째서 자신이 신관이 있는 곳에서 치료를 받았는지도 알수 있었다.마나에 의한 공격에 따른 상처니, 자연히 의술이 아닌 신력에 의지할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타이라는 살짝 실눈을 떴다.눈앞에 보이는 작은 거울.그 거울에 반사되어 대화를 나누는 인물들의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

한명은 수염이 중후한 중년의 남자였다.검은색의 신관복을 입고 있었고,그의 가슴에는 대지의 신을 상징하는 문양이 금박으로 수놓아져 있었다.그의 옆에는 역시 같은 색의 신관복이지만, 아무런 문양없이 밋밋한 옷을 입은 젊은 남자 하나가 서 있었다.누가 대신관인지 한번에 알수 있는 복장들이었다.

"불쌍한 아이라니요?저 아이는 기사를 위해 양성하는게 아니었나요?"

"허허.자네도 궁내 사정이 어둡구먼.신앙에 매진하는건 좋지만 이렇게 세상사에 어두워서야...자네, 여자들을 기사로 양성한다는 말을 들은적이나 있나?"

대신관의 말에 그의 옆에 있던 금발의 사내는 살짝 머리를 긁적였다.

"글쎄요.제가 워낙 그쪽에 관심이 없어서..."

"이해하네. 기사를 양성하는게 맞긴 하지만,프로센을 위한 기사가 아니라네."

"네?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타이라 역시 벌떡 일어날 뻔한 것을 참으며 대신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프로센은 군사 강국일세.게다가 프로센이 자랑하는 로얄 기사학교에서 해마다 인재가 양성되고 있는데,왜 굳이 저런 고운 소녀들을 기사로 만들려 하겠는가.저들은 이계로 보낼 사자들이라네."

"이..이계요?"

그의 되물음에 대신관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타이라를 응시했다.그런 그의 눈에는 측은함이 베어있었다.

"자네..이 세계의 다른 차원에 또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나?"

"그..그럴리가요."

"그렇다면 두리안 이라는 작가가 쓴 "이상 세계론"이라는 책을 읽길 권유하네. 나역시 신을 모시는 미천한 종이기
에 잘은 모르지만,이미 마법사 들은 이계의 존재를 마법적으로 증명을 해내었네."

"그..그렇군요.처음 듣는 사실입니다."

"그렇겠지.나역시 처음엔 반신반의 했으니."

"그렇다면..그 이계에 사자를 보내는 이유가..."

대신관은 대답대신 깊은 한숨을 쉬었다.한참이나 뜸을 들인 그는 힘겹게 말을 이었다.

"지금 이 대륙에서는 끊임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지.물론 국가간 전쟁도 있네.프로센이 아무리 강국이라지만,만
만치 않은 국가들이 대거 포진해 있으니까.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지.자네도 알지 않은가?우리가 섬기는 신들도
어쩌지 못하는 불경한 존재들이 있다는 것."

"크룬족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렇다네.마족들이 이제 자신만의 세계에서 만족을 하지 못하고, 마나가 풍부한 양지의 대륙을 점령할 생각을 하
기 시작한거지.그 결과가 바로 이런 전쟁이고."

"그렇다면...이계라는 존재는 크룬에게 점령당했을때를 대비한 제 2의 세계란 말씀이신가요?"

"허허허.자네는 역시 영특하구먼.하지만 그것은 완벽한 정답이 아닐세."

"그러면요?"

타이라는 믿을수 없는 대화가 이뤄지는 탓에 숨조차 함부로 크게 쉬지 못하고 귀를 쫑긋 세웠다.허황된 이야기처럼 들렸지만 무시할수는 없었다.신의 사자인 신관이 거짓말을 할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처음엔 그런 목적이었지.저 사자들을 이계에 보내어 이계의 종족들을 말살하고,그곳에 신세계를 새울 계획
이었네."

"맙소사..."

"하지만 신관들이 가만히 있었겠나?그 차원에서도 우리가 섬기는 신들이 힘을 뻗치지 못한다면 어쩔텐가?신앙없이살아가는 존재가 될테고."

"그렇겠죠."

"하지만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었다네.마법사들이 발견한 사실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지."

"어떤..겁니까?"

"세상엔 다양한 차원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각 차원마다 그 차원과 연결되어 붙어있는 차원이 있다는 거지."

"그..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저 아이가 보내질 세계가 붙어 있다는 뜻인가요?"

"바로 그렇다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문제는..두 차원이 양면거울처럼 붙어 있다는 사실이지.즉, 이 차원의 세계가 깨어지면,그 차원과 붙어 있는 다
른차원도 깨어지는 거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이 차원이 망하면 저 아이가 보내어질 미지의 세계역시 산산히 부숴진다는 거지."

대신관의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옆에 있는 신관역시 믿을수가 없는듯 입을 쩍 벌릴 뿐이었고, 타이라 역시 지금까지 쌓여진 가치관이 붕괴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이제 알겠나?간교한 마족역시 그것을 알아낸 거라네.그러니 어떻겠는가? 그들은 기사나 마법사가 대거 포진해 있는 이 세계를 정복하는 대신, 마나라는 개념을 아예 모르는 다른 차원을 파괴하는 것을 택한거네.그렇게 되면 이
세계는 자연히 붕괴할 테니."

"그..그..그렇다면..저 아이들이 그 세계로 넘어가 마족 크룬을 막는다는 겁니까?"

"말하자면 그렇지.그리고 저 아이들은 그 세계에서 미약하게나마 마나를 느끼는 인물들을 전사로 양성할거야.물론그 인간들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역으로 그 인간들의 마나와 생명력에 기생을 하는 방식으로."

대신관은 타이라가 듣고 있는것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듯,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이미 저 아이들이 첫번째는 아니라네.이계에는 이미 프로센에서 양성한 마법사나 기사들이 사자로써 보내져 있지.하지만 그들이 완성형이 아니야.다양한 문제점에 부딪히고 있는거지.그래서 저 아이들때부터는 그 문제점이 보완되어 보내어질 것이라네."

"그럼..저 아이들 전에 갔던 사자들은 어찌 되었나요?"

"애석하게도 실패작들이 많아.알다시피, 저들에 대한 훈련은 혹독하지 않은가?게다가 마법력과 신력에 의해 저들
의 능력은 인위적으로 높여진다네. 그러니 어쩌겠어?그들은 프로센 왕실에 대한 반감과 복수심을 고스란히 간직
하고 가는 거라네.그러니...실패작이라 할 수 있겠지."




#2-세라,그녀가 강한이유.



"마..말도안돼.단지 그 이유로..."

세라의 회상을 듣던 준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저어버렸다.생각하면 할수록 황당한 이야기 였다.

"그럼..지금 우리가 있는 세계와 프로센이 연결되어 있다는 거야?"

세라는 준의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였지만,준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듯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크룬들이 프로센을 습격했을때 내가 있는곳도 무언가 징조가 있어야 하잖아?니가
온 세계가 망하면 우리도 타격이 있을테니까..."

"징조가 있었을 겁니다.그것들은 모두 자연재해나 전쟁등의 형태로 나타났지요."

"그..그런.."

준역시 처음듣는 이야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녀의 말에 따르면 이 세계에서의 재앙의 원인중 상당수가 프로센이 있는 세계가 흔들림으로써 나타났다는 이야기 였다.

"근데 말이 안되잖아.그렇게 프로센이 군사 강국이라면, 차라리 소드마스터나 현존하는 마법사들이 넘어오면 되는거아니야?"

"일단 그러면 프로센을 지킬수가 없겠지요.그들은 프로센을 지켜야 하니까요.게다가...차원을 넘게되면 그것은 불
완전한 존재로 바뀌어 버립니다.이세계에 있는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안되는 거지요.하지만 그들이 넘어온다면 이 세계의 누군가에게 의지를할까요? 때문에 페어리들의 9할 이상이 여자인 것입니다. 아름다운 여자가 자신이 맘대로 할수 있는 자신만의 페어리가 된다...이것은 남자라면 모두가 혹할 이야기니까요."

"맙소사..."

준은 그제서야 프로센에서 그 프로젝트를 꾸민 이들의 의중을 파악할수 있었다.페어리로 징벌된 이들에게는 너무나가혹하지만 뭐라 지적할수 없는 묘수이기도 했다.주인과의 마나 감응의 과정과 이 세계에서 마나를 부릴수 있는 원천 자체를 오너와의 섹스로 설정이 된 것. 그것만큼 좋은 수단이 없었다.인간,그것도 성인 남성이라면 누구나가 갖고 있는 성욕이라는 것을 교묘히 이용한 술수였다.

"세라..너.."

준은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이 느껴졌다.너무나 강한 모습의 뒷편에 잠재되어 있는 그녀의 과거.그녀는 너무나도 불쌍하고 기구한 운명을 가졌던 소녀였던 것이다.게다가, 그런 혹독한 과거의 기억을 안고도 자신을 사랑하는....준은 눈물이 나올뻔한 것을 겨우 참아내었다.

"그럼...페어리들은 모두...원래는 연약한 여자였다는 거구나."

"그렇긴 하지만,대부분 어느정도 소질이 있어야 했지요.게다가 이쪽 세계인간의 욕구를 자극할수 있을 정도의 외
모도 갖고 있어야 했구요."

"그..그럼...종합하면 세라 너 역시 소드마스터라는 이야기잖아?"

"결과적으로요.그리고 지금은 오너전쟁이 끝나 저밖에 남아 있지는 않지만, 이세계로 넘어온 세명의 블랙나이트는 모두 소드마스터가 된 이후에 페어리가 된거지요."

"세상에..그게 가능해?소드마스터가 그렇게 되기 쉬운것일리가 없잖아."

세라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왜일까..준은 그녀의 얼굴이 살짝 슬퍼보인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혹독한 훈련이 있었습니다.그리고 저희들의 잠재능력을 마법과 신력으로써 끌어 올렸던 거지요.사실 그것 자체가 피시술자에게 엄청난 부담이 되는 과정이고,여기서 대부분은 목숨을 잃습니다."

"미안해 세라.내가 슬픈일을 건든것만 같아."

"괜찮습니다.저에겐 지금이 중요하니까요.타이라나 22호가 아닌...세라이자 앞으로 유 준이라는 남자의 부인이 될
여자의 운명이...더욱 행복합니다."

"세라.."

준은 자신도 모르게 세라를 와락 끌어안아 버렸다.알몸 상태인지라 뽀얀 그녀의 살결과 체취,그리고 온기가 너무나 생생하게 전달되었다.세라는 준을 보며 싱긋 웃어주었다.

"그래도 주인님은...제 이야기를 꽤나 즐거워 하시네요."

"응.여태까지 너희들이 어떤 아이들이었는지는 생각한 적이 없으니까..그리고 신기하니까."

"조금 더 들려드릴까요?"

시간은 새벽 두시를 넘어가고 있었지만,준은 전혀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았다.그는 마치 아까의 노아같은 표정을
지으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세라는 그런 그를 보며 너무나 아름답게 웃어주고는,다시금 말을 이었다.






"헉..허억..."

타이라는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그녀의 발에 채워져있는 거대한 쇠구슬.흠사 어린아이가 발에 매달려 있는것만
같은 엄청난 부담이었다.하지만 그녀는 멈출수 없었다.얼마전에 대신관과의 대화를 훔쳐 들었던 그녀.그녀에게는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어떻게든 강해지겠다...그래서 이곳을 탈출하고 말꺼야."

이계로 떨어져 마족에게 대항하는 수단이 되고 싶은 마음은 그녀에게 추호도 없었다.대의라는 명분하에 자신들은
그 희생양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게다가 신관들의 대화가 마음에 걸렸다.



-그럼 어떻게 하나요?이번에 보내질 아이들도 프로센 왕실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있을 것인데..-

-휴...그러니 불쌍한 아이들 아니겠나. 그녀들이 완벽하게 제 구실을 할수 있을정도로 강해지면...그녀들은 기억이
지워지게 될거네.그리고 이계에서 만난 오너에게 충성을 다할수 있도록 세뇌역시 당하겠지.-



"절대로 용서할수 없다...절대로."

타이라는 용납할수 없었다.차라리 이 세계에서 마족과 맞서 싸우다 죽는 한이 있어도 누군가가 자신을 개조한다는
것은 딱 질색이었다.그녀의 목표는 단 하나. 지금보다 몇배로 강해지는 것이었다.그리고...

"프루토 자작이라고 했지. 그 자식에게도 복수하겠어."

콰콰콰쾅!

때마침 타이라의 뒤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들려왔다.그녀는 자신의 뒤쪽에서 끊임없이 마법공격이 이어지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뒤를 돌아볼 여력따윈 없었다. 발에 족쇄가 채워져 있는 지금, 그런 찰나의 행동이 부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뒤로는 훈련을 위해 배치된 마법사 하나가 맹렬한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공격은 하지 못하고 도망만 쳐야 한다니."

생각 할수록 맘에 들지 않는 훈련이었다.상대가 마법사라는 이유로 공격은 철저히 금지되었고,게다가 민첩성을 기
른다는 명목하에 발에는 엄청난 무게의 쇠구슬이 달려 있는 것이다.이유는 간단했다.이계에 보낼 사자에 의해 지
금 프로센 궁전에 있는 마법사가 다치면 안된다는 단순한 이유였다.

"매직 에로우!"

타이라는 뒤에서 들리는 시동어에 이를 악물고 위로 점프를 했다.그와 동시에 그녀가 달리고 있던 땅위로 무수히
많은 마법 화살들이 쏟아져 내리며 대지는 흙먼지로 자욱해졌다.

"다음엔 더욱더 범위를 넓혀 공격할 것이다.어떻게 대항해야 하는가."

타이라는 눈을 질끈 감았다.체력은 점점더 바닥이 나고 있었고, 아무리 초급 마법이지만 매직에로우에 정통으로 맞
아서 부상을 입지 않을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타이라는 절대 뒤를 보지 말아야 한다는 자신만의 타부를 깨고는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지면을 박차 이제는 나
뭇가지 사이를 내달리는 그녀를 노리고, 무수히 많은 매직 에로우들이 마치 추격자처럼 자신의 몸을 뒤따르고 있
었다.

"느껴진다..."

타이라는 순간 약간의 희열을 느낄수 있었다.그녀가 뒤를 돌아본 이유는,무언가가 자신의 근처에 잔뜩 포진해 있
다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였다.그리고 그 느낌이라는 녀석이 적중했다는 것을 안 그녀는 재빨리 몸을 측면으로
틀었다.

우지끈!

애꿎은 나뭇가지들이 마법에 맞아 부러지거나 튕겨나갔다.그녀는 그제서야 감을 잡을수 있었다.어렴풋이..아주 어
렴풋이 느껴지고 있는 것이다.

"설마..저 계집이.."

그녀를 뒤따르던 마법사는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그는 궁중 마법단에 소속된 중급 마법사였다.이계에 보낼 사자들
의 훈련을 돕기 위해 파견을 나온 그. 하지만 자신이 배정받은 22호의 몸놀림이 수상했다.

"저런 소녀가...마나를 느끼고 있다는 것인가?"

그는 비행마법에 의지하여 타이라를 추적하면서,살짝 고개를 갸웃거린다.

"말도 안되지. 내가 아무리 검술에 무지하다지만...정상적인 남자도 서른살은 되어야 마나의 존재를 느낄까 말까
한다던데...저런 계집애..그것도 열몇살 밖에 안되보이는 여자가 마나를 느낀다라?"

그는 곧 시험해 봐야 겠다는 듯 나무위에 정지했다.비행마법중에는 다른 마법을 쓸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거스트 오브 윈드!"

저 멀리 사라져 가는 타이라의 뒷모습. 그는 좌표를 멀리잡아 타이라가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곳으로 마법을 구
현 시켰다.작은 바람의 소용돌이를 일으켜 상대를 공중으로 쳐내어 버리는 마법.하급 마법이지만 시험용으로는 적
합해 보였다.

우우우우..

타이라의 귓가에 무언가가 요동치는 소리가 들렸다.그녀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마나의 파동음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온몸의 감각이 자신의 앞에서 무언가가 일어날 것이라는 위험신호를 뇌로 보내고 있었다.

"느껴진다! 틀림없다...나는 마나를 느끼고 있다."

타이라는 재빨리 쇠구슬이 달려 있지 않은 오른쪽 다리로 옆에 있는 나무를 힘껏 걷어찼다.그 반동으로 그녀의 몸
은 달려오던 방향과 거의 직각을 이루는 수준으로 횡이동하며 마법의 영역에서 벗어났고, 마법사가 발동시킨 마법
은 허무하게 허공으로 사라져 소멸해 버렸다.

"이건..."

해냈다!라는 성취감에 젖으려 했던 타이라는 눈을 크게 떴다.나무를 박차고 이동한 탓에 지면으로 구르듯 낙법을
했던 그녀.그런 그녀가 멈춘 곳은 숲속에 있는 넓은 풀밭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는 지면에 쓰러져 있는 많은
소녀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이아이들은.."

타이라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자신과 같이 훈련을 함께하며 기사의 꿈을 꾸던 그녀들.이제는 숨을 쉬지 않는듯 차
갑게 굳어 지면위에 쓰러져 있는 그녀들. 그녀들의 몸은 마법에 맞아 군데군데 피범벅이 되거나, 화염계 마법에 적
중한듯 녹아들어 있었다.그리고..그녀들의 왼쪽 발목에도 큰 쇠구슬이 하나 매달려 있었다.

"22호."

타이라는 그제서야 자신의 뒤를 마법사가 ㅤㅉㅗㅈ는 훈련중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고개를 돌렸다.눈물이 고여있는 그녀
의 눈을 보며, 그녀를 따르던 마법사는 피식 하고 웃어버렸다.

"그 아이들은 훈련중 전사한 아이들이다.너무 상심할 필요 없어. 너는 합격이다. 내 다섯번의 마법을 모두 회피했
으니까. 너희 교관에게는 내가 잘 말해 놓도록 하..."

마법사는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타이라의 전신에서 스멀스멀 살기가 새어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개를 천천히
숙이고 있는 그녀.마법사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22호...너...지..지금 무슨짓을..."

철컥

마법사는 경악에 찬 표정으로 타이라를 바라보았다.그녀의 왼쪽 발목에 있던 쇠구슬.그리고 그 쇠구슬과 그녀의
발목을 연결하는 철로 되어 있는 사슬이 이러저리 일그러지더니 이내 잘라져 버렸기 때문이었다.아무리 체술과는
상관없는 마법사라지만,그는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몸에서 방출되는 마나때문에 철근이 끊어져 버린
것이다.

"마..말도 안돼...어째서..네가 마나를..."

타이라는 천천히 마법사를 올려다 보았다.아름다운 용모속에서 차갑게 떠져 있는 그녀의 눈. 마법사는 흡사 맹수
를 앞에둔 것처럼 온몸에 털이 곤두 서는 듯한 착각을 받아야만 했다.

"지..진정해라 22호! 이..이..잊은거냐?너는 이곳에서 훈련을 받는 견습기사란 말이다.."

마법사를 향해 다가오려던 타이라의 몸이 뚝 하고 굳어 버렸다.살짝 떨리는 그녀의 어깨.마법사는 조금은 안심한
듯 어색하게 웃었다.

"그..그래! 나는 기사가 아니지만 네 상관이다! 정식 기사가 되기 전까진...넌 평민이라는 것을 잊지는 않았겠지?"

타이라는 이를 악물었다.지금은 참아야만 했다.강해지고 또 강해져서, 이계로의 파병이 이뤄지기 전에 이곳을 탈
출해야만 했다.지금..이렇게 문제를 일으켜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제야 말귀를 알아듣는 모양이군."

마법사는 타이라의 몸에서 살기가 사라지자,이제야 안심을 한듯 타이라의 어깨를 툭하고 쳐보였다.하지만 타이라는
자신의 어깨에 올려진 마법사의 손을 신경질 적으로 쳐내어 버렸다.그가 멍해져 있을때,타이라는 여전히 냉랭한 눈
으로 그에게 입을 열었다.

"내 몸에 손대지마. 죽일수도 있다."

"뭐..뭐?"

"내가 당신을 죽이지 않은건 후환이 두려워서가 아니야.날 강하게 만들어줄 수단이 없어지는게 싫어서다."

말을 마친 타이라는 일그러지는 마법사의 얼굴을 무시한채로 등을 돌려 걸어가 버렸다.궁중 마법단 소속으로써
견습기사에게 모욕을 당했다는 수치심에 그의 얼굴은 심하게 일그려졌다.

"22호....감히 나에게 이런 수치를 주고도 네년이 끝까지 버티는지 두고보겠다.."





"엥?왜그래?그 다음은 왜 말 안해줘?"

준은 갑자기 말을 뚝하고 멈춘 세라의 태도에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세라는 대답대신 살짝 웃어주었
다.

"너무 늦어서요.벌써 새벽세시가 다 되어 가는 걸요."

"야..그래도 그렇게 중요하고 궁금한 시점에서 끊으면 어떡하냐!"

세라는 마치 약올리는 듯한 표정마저 지어보였다.그런 그녀가 얄미운 대신 너무나 귀엽게 느껴지는 준이었다.


"주인님 내일 일찍부터 바쁘시잖아요.주무시지 않으면 안됩니다."

"야야!그런게 어딨어어!"

준은 괜시리 앙탈도 부려봤지만,세라가 한번 마음먹은 것을 번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세라는 울상이
된 준의 목을 살며시 끌어안아 주었다.세라에게서 느낄수 있는 차가움속의 그 따뜻함. 준은 그것을 느끼며 칭얼대
는 대신 그녀를 꼭 껴안아 주었다.

산벌레들이 우는 소리가 둘의 침묵을 대신해서 고요히 들려왔다.세라는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왕에게 이야기를 들려
주었던 그 여인에서, 이제는 준의 와이프같은 표정으로 그의 품에 안겼다.조용히 밤이슬이 떨어지는 저녁. 산속의
통나무 집 준의 방에는 다시 사랑의 음성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3- 정체불명. 이 여인은 누규?



"으하아암."

준은 크게 기지개를 펴며 늘어져라 하품을 했다.이제는 이전을 해서 제법 커진 준의 사무실.예전과 다른것이 있다
면 이제는 의뢰인 따윈 없다는 사실이었다. 이제는 의뢰를 받아 하는 것이 아닌, 자발적으로 준이 문제들을 해결
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좋든 싫든 준 역시 자신이 한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어야 한다는 주의였기 때문에.

"피곤하시면 눈좀 붙이시는게 어떨런지요."

초봄의 강아지마냥 하품을 쩍쩍하는것이 보기 힘들었는지,리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오늘따라 여성스럽게 화사
한 옷을 입은 그녀.늘 총명해 보이는 그녀의 눈은 오늘따라 더욱더 귀여워 보였다.그녀는 준의 옆에 있는 책상에
앉아 보기에도 두꺼워 보이는 책들속에 둘러쌓여 있었다.

"아니...좀 졸립네."

"어제 무리를 하신 모양이군요."

"풉!"

졸음을 위해 커피를 들이키던 준은 리미의 말에 무지개를 그리며 커피를 뿜어 버렸다.여전히 태연한 표정의 리미.
준은 괜시리 그녀를 떠보기 위해 물었다.

"내..내가 뭘 어제 무리를 해."

"세라의 이야기 밤늦게까지 들으셨잖아요.게다가 같이 주무시고 난 후."

"....너 그거 어떻게 아는거냐..."

준의 질문에 리미는 뜨끔한듯 급작스럽게 책쪽으로 눈길을 돌렸다.준은 너구리마냥 눈을 가늘게 뜨고는 리미를 바
라보았다.

"야!너! 혹시 연금술로 도청기라도 설치한거야?"

"아하..음..이게 여기 있었구나..한참 찾았네."

리미는 상당히 어색한 억양으로 딴청을 피웠다.준은 있는 힘껏 리미를 갈굴(?)생각에 신이나서 그녀를 몰아쳤다.

"이봐.너...도청기 설치는 불법인거 몰라?"

"지금 살고 있는 숙소가 혹여나 안전하지 않은것은 아닐까 하는 조치의 일환입니다."

"야!그거 임마..."

준은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그렇다면...세라의 과거역시 리미가 고스란히 듣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하지만 태연한 그녀의 표정에 준은 꼬치꼬치 캐묻지 않았다.

"상관없습니다...그런것은."

"뭐?"

뜬금없이 말을 잇는 리미. 준은 괜히 찔려 크게 되묻는 실수를 저질렀다.

"저 역시 과거가 있겠지요.연금술사는 어떻게 징병되었는지 알수 없습니다.세라가 그랬지요.현재가 중요하다고.
저역시 현재가 중요합니다. "

"야..리미...너무 감동이다야."

"말씀만 그렇게 하시는거 다 압니다."

"뭐?"

"어젯밤에도 세라만...뭐..그만두죠."

준은 뭔가 어색한 리미의 언행을 보고는 한참 생각에 잠겼다가 피식 하고 웃어 버렸다.그는 은근슬쩍 리미를 쿡쿡
하고 쑤시며 은근히 말을 걸었다.

"리미 너...질투하는거야?"

"설마요."

"에이..그렇게 정색할 필요 없어."

"착각은 자유지요."

그 와중에 준은 리미의 얼굴이 벌게 지는것을 보며 쿡쿡 거리며 웃었다.하지만 자존심 센 리미를 계속 건드릴 수는
없었기에 그는 재빨리 화재를 돌렸다.

"참...그나저나...다른 아이들은?"

"늘 똑같지요.세라는 여전히 도장에 있구요.수아와 노아는 마유미가 돌봐주고 있습니다.그리고 유나는..."

리미는 갑자기 말을 뚝 하고 멈춰버렸다.얼마전에 유나와 리미간에 모중의 거래가 싹텄기 때문이었다.공중에 붕
떠버린 윌리엄스의 자산을 끌어오고 있는 유나.덕분에 리미는 매번 워크와 폴리모프의 스크롤을 만들어야만 했던
것이다. 준에게 말을 하지 말라고 몇번이나 강조를 했던 탓이었다. 하지만 그 대신 리미도 뭔가 받는 것이 있었
다.윌리엄스가 살던 어딘가에 있을 그의 일기장을 찾아오는 것이었다.그가 어떤경로로 어떻게 마법을 습득했는지
알아야만 했다.리미에게는 참고자료로써 전 계열의 마법이 망라된 마법서가 반드시 필요한 까닭이었다.

"왜 말이 없어?유나는?"

"그..뭔가 조사할것이 있다고 했습니다."

"조사라니?"

"뭐.,.마법사로써의 탐구정신의 일환이 아닌가 하네요."

"....뭐라는거야 너.."

"그것보다.."

리미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그녀가 개인적인 연구를 제외하고도 준의 옆에 있는 이유는 단하나. 그가 문제를 해
결하고 처리함에 있어서 조력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었다.

"오늘만 해도 여러가지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어떤 건데?"

리미의 화제 돌리기가 성공한듯,준은 금새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동안은 상승하는 범죄율에 대한 일들만 줄곧 해왔지만,이번것은 약간 성격이 다릅니다."

"다르다니?"

"약간은...초자연적인 성격이지요."

"그게 무슨뜻이야?"

"일반인들이 보기엔...저희나 주인님은 초자연적인 힘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오너 전쟁이 끝난 지
금, 그런 초자연적인 힘을 갖고 있는 이는 얼마나 될까요? 기껏해야 저희들과 김노인 일행.그리고 차우씨 일행이
전부입니다."

"그..그럼..우리같은 힘을 갖고 있는 녀석이 또 있단 말이야?"

"추측이긴 하지만요."

"그 증거는?"

리미는 대답대신 프린트된 종이 몇장을 준에게 건냈다. 그곳에는 처참하게 붕괴된 건물 사진 몇장이 담겨져 있었
다.

"이건..."

"얼마전에 있었던 건물 붕괴 사건입니다.참고로 이 주변에 있는 두어개의 건물이 모두 같은 형태로 붕괴되었지요."

"이게..뭐하는 건물인데?"

리미는 준의 물음에 약간은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J라는 이름.기억나시나요?"

"당연하지."

"그는 오너일때에 의문의 방화범으로 이름을 날렸지요.물론 마유미의 힘을 빌린 것이지만요."

"그런데?"

"이 건물들이 바로 J가 선전포고를 했다가 크룬전쟁의 발발로 불태우지 못했던 곳입니다.물론 그 이후에는 마유미
가 없었기에 불가능했구요."

"뭐..뭐야..그럼 J가 살아있다는 거야?"

준의 물음에 리미는 "넌 왜이렇게 생각이 짧냐?"라는 듯한 뉘앙스로 그를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아뇨.그의 추종자들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는 거죠."

"근데 이게 무슨 초자연적인 일이라는 거야?요즘처럼 대인살상 무기들이 대량으로 풀려있는 시점에 폭약으로 폭발
시키는건 간단하잖아."

"문제는..이 건물들의 잔해를 보시면 알수 있습니다."

준은 여러가지 사진중에, 무너진 건물을 크게 확대한 사진이 있는 것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그제서야 준은 리
미의 의중을 파악할수 있었다.건물들은 폭약등에 폭파된것이 아니었다.

"잘려져 있잖아."

그것은 마치 세라의 검기가 싹둑 자른듯한 모습으로 예리하게 절단되어 있었다.벽돌은 물론 집의 구조를 이루는 철
근들 까지도...폭파가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난도질된 모습이었던 것이다.

"이거..그렇다면..."

똑똑똑.

준이 뭐라고 말을 하려던 찰나, 새롭게 이전한 준의 사무실에 노크소리가 들려왔다.리미는 얼른 자료들을 숨겼고,
준은 애써 태연한 표정을 하며 소리쳤다.

"들어오세요.열려 있습니다."

문이 천천히..그리고 빼꼼히 열린다.준도 리미도 긴장과 의문이 뒤섞인 눈으로 서서히 열리는 문을 바라보았다.

"여자? 뭐야..의뢰인인가? 그럴리가...탐정 사무소 접은지가 언젠데.."

준의 의문을 뒤로하고,문을 연 사람은 성큼 안으로 들어와 준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동그란 눈에 작은 입술...평
범하지만 귀여운 인상을 가진 여인이었다.키는 리미보다 약간 큰 정도였고, 청바지에 티셔츠 하나를 걸치고 있었
지만 꽤 맵시가 사는 듯한 여성이었다.

"혹시..유 준씨 맞나요?"

"에?그렇습니다만...누구신지?"

"우왓!찾았다아!"

그녀는 대답대신 팔짝하고 뛰더니만 그대로 준의 품에 돌진해서 안겼다.왠만하면 당황하지 않는 리미의 눈이 휘둥
그래 졌고, 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리미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이거 왜이러세요."

"우와!제가 유준씨를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아세요?"

"에?저를 왜요?"

준의 의아한 표정에도 불구하고,그녀는 장난스럽게 웃었다.그제서야 정신이 든 준은 화들짝 놀라며 그녀를 품에서
떼어내었다.

"왜긴요! 비밀리에 활동하면 모르실줄 아셨어요?"

"예?"

"전에 있던 탐정사무소를 정리하고 갔다고 해서 제가 못찾을줄 아셨다면 오산이라구요!"

"타...암정?"

준은 어이가 없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탐정이라면 그도 접은지 오래가 아니던가? 사실상 오너가 된 이후로는
탐정일을 한적이 초반부를 제외하고는 없었다.그만큼 바쁜탓도 있었던 데다가,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 되고 부터는
아예 의뢰를 받지 않고 직접 해결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었다.

"저기..절 아세요?"

"당연히 알죠! 우리나라에 탐정이 흔한가요?저 같은 매니아들은 탐정들이 활동하는 것쯤 쉽게 알수 있다구요.전
전부터 준씨를 주목하고 있었구요!"

"절..왜 주목하나요?"

이제는 리미의 표정도 기묘하게 바뀌어 있었다.짧은 커트머리를 질끈 묶어 올리며 해맑게 웃는 그녀. 그녀는 아예
리미는 보이지도 않는 듯했다.

"당연한거 아닌가요?저는 탐정을 동경하니까요."

"죄송한데...저 그거 접었는데요."

"거짓말 하지 마세요!저는 다 알아요.초자연적인 사건 어쩌구 하는거 다 들린다구요."

그제서야 리미는 연금술로 사무실의 방음을 신경쓰지 않은것을 후회하기 시작했지만 때는 늦어 있었다.준은 당혹스
런 표정으로 자신의 앞에서 눈망울을 반짝반짝 빛내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런 준이 뭐라고 변명을 하기도 전에,
그녀는 무언가 생각난듯 큰 소리로 말을 이었다.

"앗차차!제 소개를 안했네요.저는 유연희 라고 해요.올해 스물 셋이구요."

"아예...그건 잘 알겠는데 말씀드렸다시피 전 이제 탐정일을 않하..."

준은 말을 끝까지 잊지 못했다.그런 준의 말을 싹둑 잘라먹으며 연희가 한말에 그만 넋이 빠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전 이제부터....준씨의 조수 역할을 할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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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이야기들이 어떤분들에게는 다소 재미없고 지루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시 글을 쓰기 전에 약속했던 대로, 프리퀄과 앞으로의 전개를 병행하며 이어갈 생각입니다.

그래서 시즌 1,2에서 못다 이야기한 페어리의 시작이나, 다른 인물들의 외전도 함께 그릴 예정입니다.



프리퀄의 빈도는 조금씩 줄여질 예정이구요.앞으로의 전개가 많이 구상되지 않은 탓에 자주 등장하는점...

양해 부탁드리며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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