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독서실 그녀는...1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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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542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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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공포영화 보면서 울어본적이 있는가?
물론 난 없었다. 공포영화를 본다는거 자체가 나에겐 엄청난 공포인데 어떻게 울 수가 있나..
기억도 정확히 안나는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초등학교도 아니다. 국민학교다...)
우연히 본 전설의 고향"내다리 내놔"를 보고 일주일..아니 일년을 가끔씩 잊을만 하면 그 꿈을 꾸었다.
아니 요새도 가끔 꾼다. 내가 잘못했던 사람들이 내다리 내놔 하면서 쫓아오는.......ㄷㄷ;
오~노 진짜 공포라면 죽기 보다 싫다. 그래서 절대 공포영화 보고 울일이 없었다.
보지를 않는데 어떻게 울겠는가 하하!

그런데 지금은 진짜 울고 싶다. 하아...
내 오른쪽엔 미정이가 나한테 푹 안겨서 계속 훌쩍이고 있고.
왼쪽엔 아줌마가 내 팔을 잡고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다.

다시 한번 내가 보고 있는 영화가 공포영화 맞는지 용기를 내어 스크린을 쳐다보았다.
허윽! 시밤 귀신같이 생긴 여자가 튀어나오고 난리도 아니다. 아우 젠장;;
거의 일주일 동안은 저놈의 해물학교실에 내가 갇히는 꿈 확정이다. 어흑...

그런데 양옆에 두사람은 이 상황에서 울고 있다. 그래서 더 미치겠다.
벗어나고 싶다. 이런 머리아픈 상황,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
연애하는 동안 즐겁고 달콤하고 행복한 상황 많다. 즐겁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많고 더 길게 겪어야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상황. 우울한 상황

"왜 우니?"
"무슨 일이 있었니?"
"내가 어떻게 해주면 되겠니?"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거니?"
연애하면서 이런 질문을 하면 나오는 답변은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다.
"오빤 왜 그래"
"그걸 말해줘야 알아"
"오빠는 나 신경쓰기는 해?"
"오빠 나 사랑해?"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어쩌라는 것인가? 이야기를 해줘야 알 것이 아닌가?
답답하다. 그래서 10년을 건너 뛰었다. 날아 다녔다.
연애라는 짐, 사랑이라는 무게를 던져 버리고 훨훨 날아다녔다.
10년동안 짐한번 지지 않고 무게한번 느껴보지 않고 정말 제대로 즐겼다.

그런데 지금 한번에 양날개가 잘려나갔다.
그리고 그 날개가 잘린 상처에 눈물이 뿌려지고 있다.
소금기 있는 눈물이 상처에 닿으면 아프다. 쓰라리다.
공포영화를 보는 내내 공포에 질리지 않고 무게에 짓눌렸다.
공포영화를 보는 내내 무게에 짖눌리고 상처에 쓰라렸다.

평소라면 아니 10년동안의 나라면 지금 이상황에서
아마 거리낌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훨훨 날아가 버렸을 것이다.
지구의 반은 여자다.
이런 복잡한 상황없이 몇일간 즐길 여자가 넘치는게 나이트, 클럽이고
이런 고민 전혀 없이 돈 몇푼 쥐어주면 즐길 수 있는 성인업소가 차고 넘친다.

그런데 어제 미정이가 보여준 스트립쇼.
그것을 보며 내가 느낀 것은 섹시, 판타지, 욕망이 아니라.
자신의 부끄러움,위험,시간,자존심,경제적 손실,등등을 감수하면서도
상대방에게 만족을 주려는 "사랑"이라는 거였다.
나는 그렇게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 1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생각해보니.
나는 털끝만큼도 그렇게 해본 적이 없었다.

10년전 자신의 순결을 나에게 주기로 결심한 여자친구.
그래 그 마음 고생이 얼마나 심했겠는가?
그런데 내가 한 행동은 마음 고생을 덜어주는게 아닌 마음의 무게를 얹어 주는 것이었다.
"니가 나랑 안하겠다면 나는 사창가를 가던, 나이트를 가던 다른 곳에서 풀겠다."
협박아닌 협박으로 그녀의 순결을 뺏었다.

그렇게 얻은 순결을 대신 해서 내가 내어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더 많은것을 뺏으려 하였다. 그녀가 가질수 있는 최소한의 구속.
연애하는 남녀가 가질수있는 가장 기본적인 최소한의 구속
"연애기간동안 바람피지 않기" 그것마저 포기할 수 없었다.
"남자는 여러 여자에게 씨를 뿌리려는 동물적 본능이 있어 이건 생태학적으로 심리학적으로 인정되는 학설이야. 그래서 그런데 오빠 한달에 한번씩 나이트 갈께. 안그러면 너 몰래 가게 될거야. 난 떳떳하게 너한테 알리고 가자나"    하아..지금 쓰면서도 욕지거리가 나온다. 최소한의 양심의 가책이라는 무게조차 느끼지 않으려고 떳떳하게 간다는 핑계를 댔구나.

그랬었던 내게 어제새벽 미정이의 스트립쇼는 "사랑"이란것을 10년만에 시도해 볼 충격을 주었다. 용기를 주었다.
그런데 "사랑"이라는걸 느낀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연애"라는것을 하면서 가장 난관으로 느꼈던 "눈물"이라는 것을
쌍으로..더블로 느끼면서 양어깨를 짖누르고 있다.
사랑의 무게가 나를 압박하고 사랑의 상처가 나를 쓰라리게 한다.
그것도 내가 가장 싫어하는 "공포영화"라는 것을 보면서 말이다.
그런데도...날기가 싫다. 날아가 버리기 싫다. 상처에 눈물이 범벅이 되서 쓰라린데도 날기 싫다. 

날기는 싫은데...이두명을 -내 날개를 자르고 그 상처에 눈물을 뿌리는-이 두명을 위로를 해줘야 하는데...위로하는 방법을 모른다.

10년간 남을 위로해본다는 생각을 남의 상처를 내가 느끼면서 같이 슬퍼해주는 일을 해본적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은 그저 두사람을 꼬옥 안아주는 일 뿐이었다. 같이 울어주는 일 뿐이었다.
그렇게 미쳐버릴 것 같은 공포감을 주는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양옆에 우는 두사람을 안아주었다.

미친 눈물나는 공포영화가 끝났다.
시밤 내가 공포영화를 또 보면 인간이 아니다 아놔ㅜ.ㅜ!!!!

"훌쩍훌쩍"
"엉엉엉엉"
"흑흑흑흑"

사람들이 공포영화 보고 우는 우리를 보면서 이상하다는듯 쳐다보고 간다.

"저사람들 진짜 무서웠나봐..난 그져 그렇던데.."

하아..저는 공포영화 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울었어요...
아니 극장에서 공포영화를 보는게 마지막이라고 굳게 다짐을 했어요...

앤딩크레딧이 다 끝나고 다음 시간대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올 무렵.
세사람의 크라잉 합주가 끝났다.

"우음..훌쩍...영화 재미 있었어?"

"힝...엉엉....."

"흑흑......"

"......"

"...."

".."

하아 무게 아~ 이런 무게! 이런 무게가 싫어서 였는데...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쫙!!! 자 영화도 다 봤으니 우리 이제 간단히 한잔 하러 갈까?"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 박수를 치면서 앞장을 섰다.

"아 근데 영화 진짜 무섭지 않았어? 진짜 난 공포영화라면 아주 정말 질색이 되버릴 거 같아 어흑 그 여자 튀어나오는데 어찌나 깜짝 놀랐는지"

"..."

"..."

"햐 근데 평일인데 사람 참 많다. 번화가라 다른가봐 오오~ 저기 신장 개업했나본데 저기 갈까?"

"..."

"..."

"아 신장개업 이벤트가 뭐 이래? 구리다. 역시 구관이 명관. 가봤던 데로 가자"

"..."

"..."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악!!!!!!!!!!!!!!!
심...심장이 터질것 같은 압박감. 하아 술이라도 들이켜야 이 압박감을 벋어날 수 있을것 같다.
그래 술을 먹으면 좀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 이렇게 우울한 분위기 계속 이어지게 하지는 않겠지
하아...배가 너무 고팠지만 배 고픈게 문제가 아니라 이 무게가 상처의 쓰림이 문제였다.

시내 나이트 옆 건물 2,3층 술집...3층에 자리 잡으면 미성년자 단속을 위해 2층에 온 경찰을 보고 바로 3층에 연락해 자리를 피하게 해주는 환상적인 시스템을 자랑하는 이곳, 물론 지금 미정이의 차림은 절대 걸릴 분위기가 아니긴 하지만 서도..

나와 미정이가 나란히 앉고 반대편에 효진이 앉았다.
"후우"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여전히 무거운 분위기는 그대로....
그나마 다행인건 두명이 더이상 훌쩍이지는 않는다는 것이고
더이상 마스카라 번진 2쌍의 눈이 나를 슬픈눈으로 쳐다 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아...그래 미정이는 내가 효진과 "대화"한것에 질투를 느껴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효진은 도대체 뭐지? 효진은 도대체 왜 "대화"를 대신하겠다고 한거지.
"어?"
이상하다. 뭔가 어색한 느낌. 다른 사람의 생각을, 감정을 고려하는 고민. 이런 고민을 언제 해봤던가?
생각이 길어지려고 한다. 안된다. 지금은 내 생각을 정리할 때가 아니고 분위기를 띄워야 할 때이다.

"짝!짝! 자~~ 뭐 시킬까???"

"돈까스.."

"...."

효진의 저런 조용한 분위기 처음이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녀의 진실은 무엇인지 생각해 본적이 없다. 나란 인간은 도대체가 무엇을 생각하면서 살아왔을까? 3개월 넘게 알아온..아니 게다가 살까지 섞은 그녀의 이름과 나이, 사는 곳 말고는 아는게 아무것도 없다.
아! 이럴때가 아니다 일단 분위기를 살리자.

"짝!!짝!! 자 그럼 맥주랑 돈까스 과일 안주 시킨다"

"아니 소주 시켜"

휴~ 드디어 2시간만에 효진이 처음 입을 열었다. 뭐랄까 한짐 덜어낸 기분. 소주가 아니라 보드카, 개소주, 뱀술이라도 콜하고 싶은 심정이다.

"흠...소주에 돈까스는 좀..."

"그럼 맥주랑 소주 다 시켜"

"그래...뭐 그러지 뭐"

하아~ 퀸카 두명을 앉혀놓고 이런 우울한 분위기라니..
주변의 힐끔거리는 부러운 시선이 전혀 반갑지가 않다. 아니 그냥 무게에 억눌려 죽을거 같다.
술과 안주가 나오는 동안 기다리는 시간이 마치......
칼날 위를 걷는 기분이다. 살벌하다. 무언가 크게 터질 듯한...

"자자 영화가 재미없었다고 그렇게 우울한 표정 지을거 없어요~~369하자. 이렇게 분위기가 우울할땐 게임이 최고야!"

"진실 게임하자"

효진의 무언가 차분해진 말투. 결심한 듯한 눈빛. 살짝 불안하다.

"짝!짝! 자자 그럼 진실게임 하자. 어떻게 할까 소주병뚜껑 돌리기~"

"아니 그냥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하자"

하아...뭔가 불길한 예감이 사악~~스치는 효진의 말투.

"자 그럼 돌쇠한테 먼저 질문"

"엥 나?"

"어 대답하기 싫으면 원샷 알지?"

"뭐 그거야 어렵지 않지"

"아 그리고 질문하는 사람은 질문 한개당 술 한잔씩 괜찮지?"

"에?"

"진실게임 할려면 원래 술좀 먹고 하는거자나 이렇게 맨정신에 할려면 그정도는 해야지"

"에..뭐..나야 상관없는데. 미정아 괜찮겠어요?"

"응"

"좋아 그럼 시작한다 돌쇠 너부터"

"나?"

"응. 나부터 너한테 질문할께."

한잔 급하게 들이키더니 몸을 테이블쪽으로 바짝 당겨와 앉으면서 효진이 질문을 시작했다.
살짝 효진의 가슴골이 강조되어 보였지만, 그것에 신경을 쓰지는 못했다. 무게...이놈의 무게.

"지금 까지 몇명 사귀어 봤어?"

"우음? 연애? 연애라...10년전 한명 ..미정이까지 2명."

"아저씨 진짜 내가 2번째야? 10년동안 왜 안사귀었어?"

미정이가 급히 반색하며 나를 돌아보며 묻는다. 미정이 표정이 살짝 밝아진것 같다. 무게가 내려가는 기분..휴~

"우음 미정이 그거 질문이에요?"

미정이는 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맥주를 원샷하더니 그 귀여운 아저씨 트림소리 "캬~~~"를 한다.

"으응 빨리 대답해줘"

"아..으음....그냥 연애하는게, 사랑하는게 부담스러웠어요"

"그...그런데 난 왜 사랑해?"

"미정아 마시고 질문해."

효진의 핀잔에 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맥주를 다시 원샷! 캬~~~ 입가에 거품 잔뜩 묻은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미정이...무언가 기대감에 가득찬 얼굴. 

"빨리~~~ 10년만에 사랑이 왜 나야?"

"아..음...미정이 사랑스럽고 예쁘기도 하지만, 나 좋아하는거 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진짜로 사랑에 빠졌어요"

나도 모르게 미정이 입가에 거품을 닦아주었다. 미정이 얼굴이 발그레 진다.

"하...눈꼴시어서..돌쇠 내 질문 받아"

"어?! 응..뭐든 물어봐"

우리둘을 살짝 흘겨보더니 바로 소주를 원샷하는 효진...하아 뭔가 예감이 좋지 않다.

"미정이 사랑해?"

"응"

뭐야 질문이 싱거운데?
하고 생각하는데 바로 자신이 한잔 따르더니 원샷

"미정이 얼마나 사랑해?"

"글쎄..사랑을 얼마라는 정량화된 수치로 표현 하긴 좀 그렇자나?"

"흠...그럼 질문 바꿀게..미정이랑 섹스 할거야?"

컥! 예감이 적중한듯 하다. 나도 모르게 미정이의 눈치를 보는데 미정이는 얼굴이 벌게져서 바닦을 쳐다보고 있다.
대답하기가 좀 너무 민망하고 속이 답답해서 그냥 소주를 입안에 털어 넣고는 대답했다.

"미정이가 허락할때까지 기다릴거야"

"미정이가 늦게 허락하면? 미정이가 졸업한 다음에나 할 수 있다고 하면? 미정이가 결혼한 다음에나 할 수 있다고 하면? 성욕은 어떻게 풀거야?"

"그..그건"

속이 탄다.. 또 들이켰다.

"좋아..그럼 난 어때?"

"응?"

"성욕을 풀 대상으로 난 어떻냐고, 오늘 하루종일 해봤으니 알거 아냐"

나도 모르게 미정이의 눈치를 보았다. 대답하기에 민망함 보다 미안한 마음이 드는 질문.
그냥 대답하지 않고 한잔해버렸다.

"흠...내 질문 끝, 미정아 돌쇠한테 질문할거 있으면 마저 해"

쭈뼛쭈뼛하는 미정이. 확실히 효진의 공격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술이 얼마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바로 섹스할거냐는 질문을 하다니 역시 효진의 포스는 강력했다. 게다가...오늘 하루 종일 효진과 섹스한 문제를 바로 꺼낸다. 쭈뼛쭈볏하던 미정이가 마침내 무언가 결심한듯 소주 원샷을 하고는 예의 그 아저씨 트림을 한다. "캬~~~" 

"아...아저씨 언니랑 친구죠?"

"응"

흠...가장 적당한 단어를 찾기가 힘들지만 애인은 절대 아니다. 그건 확실하다.
어? 미정이가 바로 원샷을 한다. "캬~~~" 

"아....아저씨 나 사랑하죠?"

"응!"

"헤헤 나 한잔 따라줘~"

"캬아~~" 우음 좀 걱정되는게 미정이가 술을 좀 급하게 마시는 싶은데...

"아저씨....나랑 효진언니랑 누구 더 좋아해?"

"당연히 미정이 너지"

"헤헤 나 질문끝...그럼 언니한테 질문할 차례인가?"

본게임 시작이다. 이둘의 생각을 알고 싶다. 나는 눈치코치로 사삭~ 분위기 파악하는 빠릿빠릿한 타입이 아니다. 발랄하게 분위기를 이끄는 타입도 아니다. 그저 뒤에서 가만히 앉아있다가 마음 맞는 사람 있으면 천천히 말을 하는 타입니다. 인간관계도 언제나 느긋~~하다. 절대 쉽게 친해지지 않는다. "된장과 친구는 오래될 수록 좋다"가 신조이다. 그런데 이 둘과의 인간관계는 정말 번개불에 콩 구워 먹는 속도다.
겨우 일주일만에 미정이에게 사랑을 느끼고, 서로 사랑에 빠지고 감정을 확인하고, 다툼을 벌이고, 눈물을 보이고, 위로해주는 그런 사이가 되버렸다.
아줌마..아니 효진과의 관계도 분명 명확히 선을 긋고 거리를 두고 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말을 놓았다 싶더니 이젠 살을 섞고 지금은 애인인 미정이와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둘의 관계, 나와 이둘의 관계와 이 두명 사이의 관계는 무엇일까?
지금 본게임이 시작되고 있다. 게임 스타트!

"호호 그래 해봐"

"캬~~~~.............언니 아저씨 사랑해?"

"아니"

"캬~~~~............언니 아저씨 좋아해?"

"응"

"캬~~~~...........언니 아저씨랑 안하면 안되?"

"호호 대답 거부하면 한잔이던가?" 아우~써"

"........나 질문 끝 아저씨 언니한테 질문해"

"어....."

미정과 효진의 본게임 1라운드
무언가 탐색전만 하다가 끝난 느낌이다. 그래 1라운드는 원래 탐색전이지..
자 2라운드 내가 나간다.
혀를 풀기위해 가볍게 소주를 입에 털어넣었다. 크~~

"아줌..아니 효진이 넌...우음......사랑하는 사람 있어?

"응"

"그거 나니?"

"너 바보니 미정이가 아까 물어본거자나 당연 아니야"

"우음...그럼 왜 "대화"를 대신 하겠다고 한거야?"

핵심을 꺼냈다. 아니 더 물어보고 싶은거 많지만 가장 궁금했던 질문.

"호호 대답 거부하면 한잔이지?"

"우음...응 그래...그럼 효진이 너한테 "대화"아니 섹스는 어떤 의미니?."

"사랑의 조각, 난 사랑을 온전하게 전부다 받지를 못하니 조각이라도 얻는거에 만족하는거지."

"사랑하는 사람 있다면서..그사람한테 조각을 얻을 것이지..왜 나한테서 얻으려고 한거니?"

"그사람이 조각을 다 주지를 않는걸...나머지 부분은 다른곳에서라도 조금씩 얻어야지...."

뭔가 은유적이어서 이해가 힘들다. 골똘히 생각에 잠기게 된다.
효진의 판정승 같다. 미정과 나의 연합공격은 아무래도 실패로 보인다.

"자 나한테 하는 질문 끝난건가? 그럼 미정이한테 질문할 차례네?"

선전포고를 하는 효진. 아까 싱겁게 끝난 미정VS효진의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될듯 했다.
나도 모르게 침이 삼켜지면서 목이 말랐다. 맥주를 원샷하는데도 목이 마르다..
두둥 두둥 두둥 뿌우우우우우~~~~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울려퍼진다.
전쟁이 시작된다.


"미정아...돌쇠 사랑하니?"

"네"

1공격. 약하다. 효진의 파워 겨우 이정도였던건가?

"돌쇠랑 섹스 할거니?"

"한잔 마실게요.."

2공격. 1공격은 페이크였다. 강력한 한방. 섹스라는 단어의 힘도 컸던듯 하다.
미정이 살짝 충격받은 것 처럼 보인다. 화이팅 미정아!! 아저씬 미정이 편이야!

"호호 좋아...그러면 나한테 돌쇠랑 "대화" 대신 하게 한거 후회하니?"

"네"

3공격. 역시 강하다. 그러나 미정이도 만만치가 않다. 섹스 관련 공격을 자연스럽게 받아 넘기다니..

"그러면 나 말고 다른 사람한테 돌쇠 "대화"를 맡길거니?"

"아뇨"

4공격. 역시 매섭다. 그래도 용어가 "대화"로 좀 순화되서 인지 몰라도 미정이가 잘 선방 하고 있다. 미정이 화이팅!!

"그럼 돌쇠가 나랑도 안하고 다른 사람이랑도 안하고 너하고도 안하고 돌쇠가 수도승처럼 신부처럼 지나길 바라는거니?"

"......아니에요. 나 어려도 남자가 어떤지 정도는 알아요."

5공격. 내가 아무래도 미정이의 급수를 잘못 판단한듯 하다. 미정이의 경지는 효진과 같은 급 같다. 하아..나 쥐어 잡혀 살게 되는걸까? 여고생의 입에서 나올 남자란 무엇의 대답이 원래 저 정도인가? 헐...

"그럼 돌쇠랑 왜 안하니?"

6공격. 숨이 꼴딱 넘어갔다. 나도 너무나 궁금하다. 콩닥콩닥콩닥쿵덕쿵덕쿵덕덜컹덜컹덜컹...
미정아 말해줘. 왜 효진에게 "대화"를 대신해달라고 부탁한거니?

"......한잔 마실게요"

후...쉽게 대답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후..하지만..

"미정아 난 같은 질문 계속할거야.."

"계속 마실게요"

"좋아....니가 그렇게 나온다면 어디 누가 더 잘마시나 보자. 미정아 돌쇠랑 왜 안하니?

헐...나는 지금 시내 한복판의 제일 번화가 제일 큰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게 아니라.
마치 적벽대전이 벌어지고 있는 한복판. 제갈량의 연환지계가 성공하여 불타기 시작한 조조군의 군선위
한국전쟁중에 인천 상륙 작전이 벌어지고 있는 인천 연안 부두 위에 있는듯 하다.
살벌한 기세를 휘날리며 싸우는 그녀들.....

한잔   난형난제
두잔   난백난중
세잔   용호상박
네잔   양웅상쟁
다섯잔 왈형왈제
여섯잔 난백난제
일곱잔 백중지세
(모두 서로 어느쪽이 우월하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뜻의 사자성어 입니다.)

허걱 더 하다간 난리나게 생겼다 ㄷㄷ;;;

"잠깐!!!.....그만하고 넘어가자. 나도 질문할 기회 줘야지"

"흠...그런게 어딨어? 게임은 게임인거지"

"좋아 그럼 내가 이 소주 한병 원샷 할테니 나한테 질문 넘겨"

"흠...자기 애인 챙기겠다는 거야? 풋 좋아 맘대로 해"

하아~밥도 안먹었는데 그래도 더이상 미정이가 곤란한 얼굴로 빈속에 술을 저렇게 먹는것을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꿀꺽꿀꺽꿀꺽 크~~~~~~~~~~~~~~~~" 쓰다...

"호~~ 술 잘먹네 우리 돌쇠. 자 안주~"

"에이 뭐야 난 미정이한테 받아먹을거야"

"걍 주는대로 드시죠? 미정이한테는 또 받아먹으면 되지"

"아저씨 여기 내꺼 먹어욧!"

하하..귀여운 미정이 소주한병 마신 나에게 안주로 돈까스라니...후새드.
그래도 내가 자기 안주 받아먹자 너무나 만족스러운 미소를 짖는 미정이. 사랑스러운 미정이.
미정아..나 너 한테 너무 궁금한게 많아. 묻고 싶어. 알고 싶어.
예전 여자친구가 나한테 했던 질문들 그걸 내가 너한테 하게 될 줄이야.

"미정아 나 사랑해?"

"응"

"왜? 난 왕변태에 10살이나 많은데.."

"헤헤 아저씬 착하고 배려심 많고 자상하고, 나 지켜주고 존중해주고 그래서..."

"하아..내가 너한테 해준게 하나도 없는데...너는 날 그렇게 생각해주는거니?"

"히히 아냐 아냐 아저씬 나한테 너무~~잘해줘"

"미정아....나....싫어?"

"아니 무진장 조아~~헤~~~~"

"그런데 왜 효진이한테 대신하라고 한거야?"

너무나 궁금했던 그 질문, 돌려서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럴 재간이..아니 그럴 여유가 없었다.
술이 취했다는 변명을 살짝 하고 싶다.
혹시라도 연애를 하는 분이라면 절대 이런 심각한 질문은 직접적으로 하지 말것을 권한다.
직접적으로 하는 질문의 폐해는 바로 이렇게 나타나니깐......

"......흑..흑....흑....엉엉엉엉엉엉"

"왜...왜그래;"

눈물...울음....남자의 약점. 여자의 무기.

"아저씨 난 엉엉 난 못하자나 섹시하지도 않고 똑똑하지도 않고 엉엉엉 언니처럼 "대화"도 잘 못하고, 남자는 "대화" 잘하는 여자 좋아하자나. 나랑 하면 아저씨 비교할거자나 엉엉 언니랑 비교당할 거 아냐 엉엉 내가 더 못한다고 언니 더 좋아할거자나 엉엉엉"

"하....바보야 왜 그런 생각을 해"

미안해 죽을 것만 같았다. 내가 정말 나쁜 놈 같다.
세상에 이런 착하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미정이를 이런 마음고생을 시키다니......
이건 순전히 내가 내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아서 생긴 미정이 혼자만의 마음고생의 결과이다.

"엉엉엉엉엉"

"하아~ 미정아 아저씨는 미정이 처음 봤을때는 그냥 미정이가 너무 예뻐서 사귈 생각했어.
"그런데 미정이가 어제 날 위해서 진짜 쪽팔리고 챙피하고 부끄럽고 힘들게 공부하고와서 졸립고 그런거"
"다~ 감수하고도 나 위해서 나 좋아하는거 해주는거 보고 10년만에 처음으로 진짜 사랑이라는거 해보려고 해.."
"난 부끄럽게도 10년전부터 지금까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해볼 생각을 못했는데"
"미정이 너는 나를 위해 그런 멋진 선물을 준비해 줬자나. 그래서 사랑하는 거야"
"내가 미정이 너 한테 바라는건 섹스 잘 하고 그런거 아냐"

"엉어어어엉어어어어엉엉엉엉"

하아..."난 정말 나쁜 놈이다." 하는 자책을 하고 있는데...

"호호후후후푸푸푸하하하하"

갑자기 효진이 정말 가게가 떠나가라 크게 웃었다.
하아 이 아줌마가 미쳤나 하고 효진의 얼굴을 쳐다봤을때..

또 심장이 "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 거렸다.

효진은 정말 활짝 웃는 얼굴로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눈물이 가득한 채로..

 

"호호호 미정아. 언니는 니가 생각하는 그런 섹시하고 성격좋고 똑똑한 사람이 아냐.."

"언니는..나쁜 여자야. 남의 것을 훔쳐먹기만 하는 여자. 남의 사랑을 뺏어먹기만 하는 여자.

"언니가 말한 사랑하는 사람은 언니가 다니던 회사 상사야..가정이 있고 그가정을 굳건히 지키려는 멋진 남자였지. 그런데 언니는 그남자에게 가정을 다 버리고 나한테 오라고 강요했어. 그런데 그사람은 결국 그렇게 하지 않더라...그래서 그사람 집에 찾아가서 그 부인한테 다 말했어. 당신 남편 나랑 바람났다고 이혼하라고 헤어지라고 당신은 사랑받지 못하고 있으니 그 사람 놓아주라고..그런데도 그사람은 나를 선택하지 않았어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야. 너처럼 사랑할 줄도 모르는 여자야. 호호 난 정말 나쁜 여자야. 미정이 니가 생각하는 그런 똑똑하고 어쩌고 하는 그런 여자 아니야..."

"엉엉엉엉엉"

"미정아...난 그런데 아직도 나쁜 여자야. 난 니 사랑도 훔쳐먹고 뺏어먹을거야.. 무슨 이야기인줄 알아? 이 돌쇠랑 계속 섹스할거야"

"엉엉엉엉엉"

미쳐버리겠다.
효진....3개월을 알고 지낸 효진의 상처, 아픔, 슬픔, 그리고 눈물 그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녀의 처연한 눈물과 함께..그리고 미정이의 서글픈 눈물과 함께..
나의 효진과 미정의 마음에 대한 무관심이, 이렇게 큰 아픔을 두명에게 두배로 주게 된 것이다.
미정이를 사귀겠다고 마음먹으면서도 효진을 냉정하게 거절하지 않은 우유부단함이
이 두명에게 이렇게 큰 네배의 아픔을 주게 했다.


"싫지? 돌쇠가 나랑 아니 나 말고 다른 여자랑 하는거 싫지? 될쇠가 너 사랑하니깐 니가 허락할 때까지 참고 너만 보면서 섹스할 생각도 안하고 수도승 같이 생활할 거 같지? 바람 안필거 같지? 아니야 남자는 성욕 못참아. 욕구? 못참아. 유혹? 못참아. 언니는 나쁜 여자지만 니 말대로 섹시해. 남자 유혹하는 건 자신있어. 돌쇠? 한입 거리야"

"엉엉엉엉엉엉"

"싫어? 그럼 지켜봐. 니 스스로 네 남자를 지켜봐. 기회를 줄께..오늘 아니 내일 독서실 문열기 전까지 니남자를 니가 가져가 그럼 난 조용히 물러갈거야. 그거 못하겠으면...어쩔수 없지 뭐 너 대신 네 남자와 섹스하라고 허락한건 너니까"

"엉엉엉엉엉"

효진은 활짝 웃는 얼굴로, 슬픈 눈물로, 잠긴 목소리로, 잔인한 선전포고를 하였다.
저 선전포고는 순전히 나때문이다. 내가 미정이에게 좀더 내마음을 밝혔더라면, 내가 3개월이나 알고 지낸 효진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알았더라면 이런 전쟁은 없었을 것이다.

"내일 아침에 봐 미정아..."

"그리고 즐거운 시간 보내 돌쇠..나 먼저 간다."

"아 효진아..."

효진아 나 너......를 좀 더 알고 싶은데. 너의 상처, 아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눈물이 흘러 넘치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환하게 웃으며 멀쩡한 척, 괜찮은 척, 하면서 미정이에게 선전포고하는 너의 속마음..
아니 말이 선전포고지 이건 미정이와 나를 연결해주는...도대체 너는 뭐니? 무슨 생각인거니?
그런데..왜 내 입에선 말이.....왜..왜 안 나오는거니?

"............"

".........."

"........"

"호호호 돌쇠 내일 봐.."

효진은 환한 얼굴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렇게 일어나서 가버렸고

미정이는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내 품에 안겨서 흐느끼고 있었다.

 

 


첫 눈에 반한 미정이를 만난지 일주일 째인 밤 11시 무렵?
게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게임은 나로부터 시작하였고 나로 인해 끝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 게임은 너무나 어렵다. 솔직히 클리어 할 자신이 없다.
이 게임은 너무나 복잡하고 어려워서......
이 게임을 플레이해야 하는 나는

 

정말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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