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독한아이 2부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4,258회 작성일 17-02-12 11:26

본문







정훈을 보내고 방에 들어온 연아는 침대로 뛰어들어갔다.
눈을 감고 정훈의 달라진 모습을 떠 올린 연아의 얼굴에 붉은 꽃이 피어 올랐다.
다정한 정훈의 목소리, 감미로운 입맞춤, 부드러운 스킨쉽, 연아는 지금 황홀한 꿈을 꾸는것만 같았다. 연아의 귓가에 정훈의 달콤한 목소리가 울려오는듯 했다.

-놀러가자. 미안해. 사랑해.

몇년동안 그리던, 정훈의 다정한말 한마디 한마디는 연아를 꿈속에서 헤매는듯한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

-아 꿈만같아, 오빠가 나를 사랑한다고 했어. 이게 꿈이면 어떻게 하지 꿈이라면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

19세 소녀의 작은 가슴은 정훈을 생각하는 것 만 으로도 쉴새없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전화받아! 메세진데 속았지!!

연아는 휴대폰 메세지 소리에 흠칫 놀라며 문자를 확인했다.

-나 들어왔어

정훈이 보낸 아주 간단한 문자를 보며 연아는 한숨을 내 쉬었다.

-이런 둔탱이!! 이걸 문자라고 보낸거야? 적어도 사랑해 한마디는 더 썼어야 하는거 아니야?
안되겠어, 내일부터 교육을 시켜야지.

좋은 기분을 깬 정훈의 문자를 보며 연아는 강렬한 전의를 불태웠다.

-^^* 오빠 오늘 너무 즐거웠어 사랑해♡♡♡

연아는 조금전의 강렬한 전의는 어디에 팔아먹었는지 사랑해 뒤에 하트까지 몇개씩이나 붙여가며 답장을 보냈다. 성의라고는 약에 쓸려고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 그런 간단한 정훈의 문자마저도
연아의 마음을 흐믓하게 했다.

-에효!! 이정도면 대단한거지 얼음덩어리가 사람이 됐는데 헤헤!!
얼른 씻고 자야지...



******



정훈이 들어오자 수정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어서와. 피곤하지? 밥은 먹었어?"

"어 친구랑 먹었어."

다정하게 맞이하던 수정은 정훈에게서 술냄새가 많이 나는 것을 느끼며 가슴이 철렁했다.
어제의 다정했던 동생이 다시 거칠고 힘들어하던 예전의 동생으로 돌아갈까봐 마음조리며 물었다.

"술... 먹었어?"

"응! 친구랑 조금 먹었어."

정훈이 씩 웃으며 말하자 그제서야 마음이 놓였다.

"피곤할텐데 얼른 씻고 자!"

"엄마는?"

"엄마 주무셔. 힘드셨으니까 당분간 쉬셔야지."

"어!! 누나는 학교 갔다왔어?"

"오늘 엄마랑 하루종일 같이 있었어."

영화와 같이 있었다는 수정을 보며 정훈의 가슴이 싸 하게 아려왔다.
미안하고 측은했다. 이 예쁜 누나는 정훈이 방황할때 무조건 정훈을 편들어 주었다.
친동생이 아닌줄은 꿈에도 모르면서 정훈의 방황을 가슴 아파하며 옆에 있어 주었다.
수정을 가만히 쳐다보다 살며시 품에 안았다. 이제는 자기보다 많이 작아진 수정의 머리를 가슴에 안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수정은 자기를 바라보다 다정하게 안으며 머리를 쓰다듬는 정훈의 행동에 이제는 긴 방황을 끝내고 돌아온것을 느꼈다.

"이게 감히 누나의 머리를 쓰다듬다니?"

정훈의 품에 안겨 정훈의 등을 꼬집으며 말했다.

"아!! 아퍼!!"

아프다고 말하며 더 힘껏 수정을 끌어 안았다. 수정을 안고있는 정훈의 가슴이 수정의 눈물로 축축해져 왔다. 수정의 등을 토닥거려 주며 말했다.

"울지마! 이젠 누나랑 엄마옆에 있을거니까. 아무데도 안갈꺼니까."

"..."

"술 먹었더니 조금 피곤하다."

"올라가서 쉬어."

"어! 누나도 푹쉬어라."

정훈은 안고 있던 수정을 놓아주며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끝에 걸터 앉으며 수정과 영화를 생각했다. 돌아가신 아빠를 생각했다.

-난 행복한놈 이야. 날 이렇게 사랑해주는 가족들이 있는데...

가족들을 생각하다 보니 연아가 생각났다.

-아! 문자라도 해줘야지.

평소 문자를 잘 쓰지않는 정훈은 더듬거리며 몇자만 보내고 말았다.
보내자 마자 휴대폰에서 벨소리가 들렸다.

-딩동! 메세지왔어요!!

-총알이네... 읔! 하트까지 얘는 매일 문자만하나? 엄청 빠르네.

연아의 문자를 보고 침대에 쓰러지듯이 누웠다. 눈을 감고 연아를 생각하고 가족들을 생각하다
술기운에 못이겨 스르르 잠이들었다. 입가에는 작은 미소를 머금고...



******


예전의 정훈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정훈은 반 아이들에게는 어려운 사람이였다.
하지만 그런 정훈에게 늘 같은 모습으로 연아는 대해줬다. 아니 이제는 더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연아가 달려왔다.

"오빠, 밥 먹으러가자."

"그래."

대답을 하고 일어서던 정훈은 연아의 손에 들린 핑크색의 커다란 도시락을 봤다.

"오늘도 싸왔어?"

"헤헤!"

연아는 정훈의 물음에 웃음으로 대답하고는 손을잡고 옥상으로 끌고 갔다.
종 울리자마자 올라와서 아직은 얘들이 안보였다.

"애들 오기전에 얼른먹어"

자리를 펴고 도시락뚜껑을 열며 빨리 먹으라며 정훈을 채촉했다.

"너도 먹어."

"먹을테니 얼른 먹으라고 애들 온단말야!"

"큭큭큭!! 애들 오면 나눠먹으면 되지."

나눠먹는다는 정훈의 말에 연아는 눈을 흘기며 정훈을 째려봤다.
그런 연아를 보며 정훈은 급하게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물 마시면서 먹어!"

"음. 맛나네. 너도 좀먹으라니까."

"먹고 있잖아. 물 마시면서 먹으라니까."

연아가 따라주는 물을 마시는 정훈을 보며 연아가 물었다.

"오빠! 요번에 수능 안볼거야?"

"아니! 수능은 봐야지."

"그럼 성적 나오면 대학가겠네."

"음! 서울에 있는 대학아니면 안갈거야."

"그럼 재수할거야?"

"글쎄!"

"왜?"

"어쩌면 군대 갈지도 몰라."

군대를 갈지 모른다는 정훈을 보며 연아는 하늘이 무너지는것 같았다.
이제야 친해졌는데 몇년을 바라보다 이제서야 다가갈수 있었는데...
자기가 한말에 눈물을 글썽이는 연아를 보며 정훈은 말을 이었다.

"면회오면 되지. 설마 나 군대가면 고무신 꺼꾸로 신을거야?"

"몰라! 그런말이 어딨어!!"

"어? 꺼꾸로 신는다는 말 같네?"

"이...이 바보얏!!!"

정훈은 소리치는 연아의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며 천천히 입을 맞췄다.
자기의 얼굴을 감싸고 있는 정훈의 두손을 꼭 잡으며 연아는 눈을 감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아이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랑해!!"

"..."

짧은 입맞춤이 끝나고 정훈의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연아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입맞춤에 이어진 정훈의 사랑한다는 말은 연아의 몸을 마음을 하늘에 붕 띄워 놓았다.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