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여자와 남자의 성 이야기-속편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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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752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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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하고 싶다는 말 외엔 하지마...







남자의 손. 지금 내게 키스를 하고, 내 가슴을 만지
고, 내 바지를 벗기려는 손의 주인공은 아침에 내
가 커피를 갖다주며 좋은 사람으로 보았던 김 FD
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국에 자리잡는 데는 언니의 도움이 컸다 전산직원이었
던 탓에 출퇴근길에 마주치는 연예인들과는 말도 제대로 못했
다. 기껏해야 '안녕하세요' 등 인사를 나누는 정도였다. 방
송국은 워낙 끼 있고 재능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아이디어가 샘솟듯 활기찬 곳이었다. 그만큼 섹스에 대해서도
아무런 거리낌없는 대화가 오고 갔다. 모든 면에서 자유로워야
아이디어가 살아난다는 불문율이 통하는 곳이기도 했다.
아침이면 여의도로 들어오는 차량이 많아 나는 5호선 지하
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에서 내려 방송
국 방면으로 나오면 길게 잡아도 10분만 걸으면 되었다.
전산실로 들어가기 전에 내가 거치는 곳은 스포츠국과 드라
마 제작국이다. 2층에 자리잡은 스포츠국에는 아침이면 언제나
밤을 새운 듯한 김 PD가 비디오 편집을 마무리하고 있었고,
그 옆에는 스포츠국의 홍일점 여기자인 류 기자가 비디오에 오
디오를 입히고 있었다.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드라마 제작국으
로 가면 밤샘 촬영을 마치고 마지막 편집을 하는 강 PD와 최
PD를 만나고 그 곁에 작가실로 들어가면 담배 연기가 자욱한
실내에 희끄무레한 물체로 보이는 여자가 바로 고 작가였다.
모두 방송국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방송국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우연히 친해진 사람들이었다. 이들에 비하면, 나는
대체로 운이 좋은 직종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컴퓨터를
다룬다는 내 직업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고 나는 내 일에 관
심을 가져주는 그들이 좋았다 매일 아침이면 1층 로비에서 커
피를 빼들고 모닝커피를 배달하는 것도 내가 자청해서 하는 일
이었다.
"좋은 아침 , 김 PD님, 류 기자님· . ."
"정희씨 , 오늘도 그대로네 ! 예쁜 거...."
"변할 리가 있겠어요?"
나머지 커피 3잔을 들고 드라마 제작국으로 향하면 강 PD
촤 PD를 만나고 다시 작가실로 들어가서 고 작가와 만난다.
그리고, 나머지 커피 한 잔을 들고 주로 얘기하는 상대가 바로
고 작가였다.
"언니 , 오늘도 바쁘죠? 마감 언제 쳐요?"
"마감? 이건 10시 생방이고 이건 12시 녹화!"
고 작가 앞에는 언제나 원고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그
원고들 가운데서 얼굴이 푸석한 채 담배를 물고 일에 몰두하는
여자가 바로 고 작가였다. 그래서 고 작가는 내가 무척 좋아하
는 여자였다. 시계를 보니 아직 8시 40분이었다. 내게는 20분
의 시간이 남아 있었고, 고 작가에게는 1시간 20분의 여유밖에
없었다. 이럴 때는 좀더 여유로운 내가 자리를 피해주는 것이
좋았다.
"언니 , 그럼 저 갈게요·. 이따 방송 들을게요· . ."
"그래, 커피 고마워 이 생활 언제 청산하려나 하는데 정희
씨 볼 때면 지금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다니까·.."
"난 언니가 제일 부러운데요‥‥ 기운내세요!"
고 작가는 이미 자기 말을 마치고 다시 원고에 잠겨버렸다
사무실로 들어와 내 자리에 앉은 시각은 아침 8시 50분. 아직
도 10분이 남아 있었다. 고 작가는 매일 나가는 9시 라디오 프
로그램의 오프닝 멘트와 청취자 사연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리
고 언제부터인지 같은 청취자의 입장으로 고 작가의 원고를 듣
고 모니터링을 해주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었다.
고 작가를 다시 본 것은 점심시간이 훨씬 지나 방송국 지하
식당에서였다. 속이 거북하고 빈속에 커피를 마셨던 탓에 점심
생각이 없다가 그래도 먹어둬야겠다는 생각에 오후 늦게 내려
왔던 터였다. 고 작가는 창문 쪽 의자에 앉아 식기를 갖다놓은
채 오후 방송 원고를 교정하고 있었다. 고 작가가 들어온 지 얼
마 지나지 않은 듯 국에서는 아직도 뜨거운 김이 나고 있었다.
"언니 ?"
"정희씨.!"
"식사하실 때도 일하세요?"
"죽으나 사나 해야지 , 뭐‥‥ 내가 좋다고 뛰어든 일인데 그만
두겠다고 자빠질 수도 없고‥‥ 우린 아플 수도 없다니까· . ."
"그렇게 바쁘세요? 몸 축나겠어요· "
'그래도 할건 다 하고 살아‥‥ 우리 클럽도 있고·. ."
"클럽이요?"
"아냐‥‥ 내가 괜한 말을 했네‥‥ 못 들은 걸로 해둬· . ."
"그게 뭔게요? 꺼낸 말은 다 부는 게 도리예요· ."
"난 정희씨가 문화적 쇼크에 빠질까봐, 그래‥‥ 차라리 모르
는 게 나아· . ."
'고 작가넘, 빨리 말해줘요. 안해주면 저 내일부터 커피 서
비스 없어요!"
"참내‥‥ 아가씨 , 성질하고는‥‥ 섹스클럽이야."
"네?"
"정희씨도 알걸? 스포츠국 류 기자, 김 FD 하고 드라마 제
작국에서는 나하고 강 PD, 최 PD 하고 멤버야 참, 우리 작가
실에 박 작가라고 있었는데 지난 달에 결혼하면서 탈퇴처리했
지 . 가정파탄나면 안 되잖아?"
"· . · 그럼 , 그 클럽‥‥‥
"맞아, 프리섹스클럽 . 방송국에서는 다 아는 얘긴데‥‥ 아직
정희씨 몰라?"
사실, 나는 아무 것도 모르지는 않았다. 프로그램 제작 팀과
같이 식사라도 하다보면 친한 사람들끼리 오가는 얘기 가운데
는 둘만의 성적인 관계를 연상할 수 있는 말들이 많았다. 직접
적으로 섹스했다는 표현이 아니라 은연중에 암시하는 말들· .
물론, 일반 행정직이나 전산직 직원들 사이에서는 있는지 없는
지 모르지만 프로그램 제작팀 가운데서는 이미 관례처럼 이어
져 내려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생활이 불규칙한 프로
들만의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섹스 해소책' 이었다. 야간및 지
방 촬영이 밥 먹듯 일어나는 방송국 근무여건상 같은 팀에서
일하는 남자와 여자의 감정이 대개 비슷하다는 것이다. 물론
섹스클럽은 미혼 남녀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했고, 활동상황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지만 간혹유부남PD들과 미혼 여성 작
가들간의 썸씽이 일어나곤 한다는 것이다 방송국에서는 이미
프리섹스란 단어조차 구세대의 것이 되어 있었다.
"왜 , 정희씨 들어올래?"
"제가요?"
'호호‥‥ 거봐, 놀란 얼굴하며 문화적 충격이 클 거라고 했
지? 혹시 정희씨 숫처녀야?"
‥‥‥‥‥ 아니예요."
"그렇다면 다행이구· 정희씨가 숫처녀면 들어온다고 해토
내가 말릴거야· ."
"왜요?"
"며긴 세상 물정 다 아는 남자 여자만 들어오는 데야·. 섣부
른 순간의 성욕에 들어왔다가는 평생 후회한다구· ."
"무시 무시하네요?"
"무시무시하지‥‥ 호호‥‥ 섹스 하나는 확실하게 해결하니
까‥‥ 어머, 벌써 이렇게 됐어‥‥ 나 이거 먹을 시간 없으니까 정
희씨가 좀 치워줄래? 부탁할게‥‥ 지금 빨리 스튜디오 들어가
야 하거든‥‥ 미안해 -"
"괜찮아요· 수고하세요."
고 작가는 식기 옆에 두었던 원고를 집어들고 식당 출구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 아직 의자에 놓아두었던 핸드
백을 들고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 고 작가의 이야기를 듣느라
고 내가 가져온 음식도 식어가고 있었다.
고 작가에게서 나중에 다시 들은 얘기로는 그랬다 남자 멤
버와 여자 멤버는 대개 3명씩으로 이뤄지며 매주마다 파트너
는 로테이션으로 돌아가고 간혹 그룹섹스를 할 때도 있다고 했
다. 멤버들끼리 같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서로 아는 체 안 하
며, 특히 방송국 안에서는 남남으로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물
론 멤버들끼리는 섹스 이외에 어떠한 요구나 강요를 할 수 없
다 특히 결혼을 하자는 것은 금지였다. 물론 서로 알 것 다 아
는 사이가 결혼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다음 날 아침 이 었다.
지난 밤에 한잠도 못 자서인지 지하철을 타고 오는 짧은 시
간에도 잠이 들고 말았다 깜짝 놀라 잠이 깬 것은 막 지하철
문이 닫치려고 하는순간이었다. 1층 로비에 있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핸드백에 받치고 2층 스포츠국으로 올라갔다.
"김 PD 님 , 류 기자님 안녕하세요!"
'정희씨‥‥ 그대의 미모는 오늘도 그대로네!"
"아, 네‥‥‥
평소와는 다른 내 말투 때문인지 김 PD의 얼굴이 이상하다
는 표정이었지만 이내 자기 일에 열중했고, 스포츠국 한 쪽에
부속으로 딸린 편집실에서는 아침 뉴스에 내보낼 오디오를 입
히고 있는 류 기자의 모습이 보였다. 류 기자의 작업이 다 끝나
고 나서야 편집실 문을 열고 커피를 건넸다.
"류 기자님 , 언제 봐도 멋있어요!"
"고맙지만, 모르는 소리야· 이 짓도 쉬운 게 아냐·.
"저는 류 기자님이 부러운데요? 헤헤· . ."
"그래? 하하‥‥ 고마워 ."
고 작가의 말을 들었을 때는 두 번 다시 이 사람들 얼굴을 못
볼 것 같았지만 오늘 아침에 보는 사람들의 얼굴은 예전에 내
가 알던 좋은 사람들 그대로였다. 나보다는 모두 연장자인 사
람들이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이들로 내게는
언니, 오빠들이었다. 2층을 지나 3층으로 올라갈 차례였다. 3
층 드라마 제작국으로 들어가 작가실로 들어갈 때까지 클럽에
가입하고자 했던 마음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도 원
고더미에 쌓여 담배연기에 파묻혀 있는 고 작가를 보는 순간
나도 그들의 생활에 참여해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 작
가에게 커피를 건네며 어깨 너머로 원고를 힐끔 건너보고 있었
다. 얼굴 표정이 심상치 않던 고 작가는 원고를 들여다보며 물
어봤다.
"정희씨 , 어때? 할래?"
"원고요? 에이‥‥ 제가 무슨 글재주가 있다고‥‥ 그냥 전 고
작가님 곁에서 보는 걸로 만족할래요· . ."
"그거 말고, 우리 클럽 말야· . "
"예‥‥ 그거요?‥‥ 저도 할래요."
"그래 ?"
"예.·."
"좋아. 남자 멤버들이 좋아 죽으려고 하겠네· "
"네 ?"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리고 아직 달라진 것 또한 전혀 없었
다. 그나마 나는 다행이라고 여겼다. 처녀성은 이미 잃었으니
개인적인 부담은 없다고 믿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주희를
만나 다른 남자와 또 경험해보지 않았던가? 클럽에 들어가 프
로들하고 친해지고 싶었다. 그들의 타고난 끼와 재능이 부러웠
는지도 모른다.
"나예요. 드라마 제작국 강 PD. 지금 고 작가하고 김 PD하
고 같이 있는데 나올래요?"
방송국에서 퇴근한 뒤 곧장 집으로 왔다. 저녁 식사를 하고
내일 출근 생각을 하며 잠자리에 든 지 얼마나 지났을까? 휴대
폰이 울리더니 강 PD였다
'웬일일까? 이 시각에? 그리고 고 작가하고 또 같이 있다는
건 뭐야?'
"강 PD님, 이 시각에 어쩐 일로?지금 일 하시나봐요?"
"일? 일은 다 끝났지 . 오늘 고 작가한테 정희씨가 우리 클럽
에 들었다고 해서 환영식하려고 불렀어‥‥ 시간 되면 나오고 아
니면 다음에 봐· . ."
"환영식 이요?"
아침에 작가실에 들러 고 작가에게 말했던 기억이 났다 오
늘부터 프리클럽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그들이 전
화를 건 것이다. 전화기에서 들리는 상태로 보면 어느 한 사람
의 차 안에 있는 듯했다. 운전하는 사람은 김 PD일테고 그 옆
조수석에는 고 작가가 탔고 강 PD는 됫자리에 앉아 파트너를
맞추려는 듯 나한테 전화한 것 같았다. 차창을 올렸는지 전화
기를 통해 주위로지나다니는 차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이내
들리지 않았다.
"어디세요?"
"방송국 앞에· . ."
"계세요. 지금 갈게요·.."
내가 방송국에 도착해서 자동차를 찾았을 때는 운전석에 김
PD만 앉아 있었다. 고 작가와 강 PD는 이미 근처로 자리를 옳
긴 모양이었다. 방송국 앞에서 택시를 내려 김 PD의 차를 찾
았을 때는 새벽 2시경이었다. 김 PD는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
며 차창을 열어놓고 담배를 피고 있었다 내가 창문을 두드리
자 내가 앞자리로 탈 수 있도록 차문을 열어주고 시트에 몸을
기대자 창문을 다시 올렸다. 자동차 안에 있는 나와 김 PD는
잠시 말을 꺼내지 못하고 그대로 앉아 있기만 했다. 차 안에서
나오는 음악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것이었음을 알게
된 것은 음악이 멈추고 남자의 DJ 멘트가 이어졌을 때였다. 선
잠이 들었던 탓에 내게서는 연신 하품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라
디오멘트를 듣는 김 PD의 표정에서 함부로 졸립다는 표시를
낼 수는 없었다. DJ의 말소리가 다 끝나고 나서야 김 PD가 내
게 얼굴을 돌렸다.
"피곤하죠? 가요."
". ,
어딜 가자는 것인지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나름대로 멤버수
칙에 잘 따르고 있는 나였다. 김 PD가 운전하는 차가 빠른 속
도로 올림픽 대로로 진입할 때였다. 고 작가는 강 PO 하고 어
디 갔을까? 고 작가의 일이 궁금해졌다. 고 작가는 강 PD와 어
떻게 섹스를 나눌까? 오늘 같이 그룹으로 했으면‥‥‥‥ 변태적
인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김 PD의 표정을 보고는 물어볼 상
황이 아님을 깨달았다. 여자와 섹스를 하러 가는 남자의 얼굴은
의외로 담담하고 심지어는 슬퍼 보이기까지 했다. 내가 몸을 실
은 차는 영동대교를 지나 미사리 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미사리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3시가 거의 다 되어서였다. 방
송에 나오거나 아니면 방송에서 보기 힘든 연예인들이 차린 카
페들이 양길 옆에 담을세워놓은 듯늘어서 있었다. 김 PD는
연예인들이 하는 카페 대신에 주차장 입구를 인조식물로 가려
놓은 여관으로 들어갔다. 이 부근의 여관들은 하나같이 주차장
입구에다 등근 아치형 철구조물을 세우고 그 사이사이로 인조
식물을 늘어뜨려 여관을 드나드는 커플들의 신분노출을 최대
한 보호(?) 해주고 있었다.
김 PD와 내가 들어간 방은 제법 산뜻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둥근 원형 침대에 원목의자가 두 개 딸린 원목테이
블이 방안 한구석에 있었다. 예전에 보았던 허름한 여관의 낡
은 텔레비전과 비디오 대신에 큰 인치의 신형 텔레비전도 있었
다. 김 PD는 방에 들어서자 곧 욕실로 들어가더니 욕조에 더
운 물을 받는 듯했다. 나는 씻고 싶은 생각보다는 좀더 누워 자
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운전을 하는 김 PD에게 들키지 않게
미사리로 오는 내내 하품을 연신 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카페
로 들어가 술을 마시지 않고 곧바로 여관으로 들어오는 김 PD
에게 고마움을 느끼기도 했다 내게 이미 섹스의 의미는 그저
밥을 먹는 것과 같은 일상의 한 단면일 뿐이었다 단 한 번의
실연이 나를 이렇게 바꾸어놓았던 것이다.
'지금부터 아무 말하지 마. 하고 싶다는 말 외엔‥‥뻔한 거
짓말이니까· ."
욕실에서 나온 김 PD는 침대에 누워 있던 내게 얼굴부터 키
스하며 내 양 볼을 자신의 손바닥으로 감쌌다. 김 PD에게서
남자들이 잘 쓰는 스킨로션 냄새가 기분좋게 느껴졌다. 눈을
감았다. 김 PD의 입술이 눈, 코, 입을 거치며 따뜻한 애정을
보였다. 내가 김 PD의 얼굴을 보려고 눈을 떴을 때, 김 PD는
내 눈을 부드럽게 응시하고 있었다.
'하고싶다는 말 외엔 다 거짓말이라고?'
김 PD는 내게 던진 자신의 말에 대한 다음 설명은 생략한
채 다만 섹스를 위한 자리인 만큼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
었다. 집에서 나오며 내 차림은 청바지에 얇은 티셔츠, 신발은
운동화였다. 그래서였는지 택시에서 내려 김 PD와 시선이 마
주쳤을 때 그가 내게서 시선을 돌리고 라디오만 응시하고 있던
것이 내 옷차림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의 여자니 여자의 남자니 하는 게 뭐 다똑같은 말 아
니겠어?"
그는 이번에도 자기 말만 하고 다시 내 입술을 덮었다. 이 남
자는 항상 이런 식인가? 입술에 느껴지는 남자의 느낌이 부드
럽다는 것 외에 별다른 생각들, 가령, 내일 할 일이 무엇이며
지금 잠을 자두지 않으면 내일 일에 지장이 있을것 같다는 생
각들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시간을 거슬러 사는 사람들 같
았다. 남자의 손. 지금 내게 키스를 하고, 내 가슴을 만지고, 내
바지를 벗기려는 손의 주인공은 아침에 내가 커피를 갖다주며
좋은 사람으로 보았던 김 PD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의 그와지금 내 위에서 나를 흥분시키려는그는 분명 다
른 사람이었다. 남자의 손이 내 티셔츠를 벗기고 가슴 위의 초
콜릿을 튕기고 있었다 엄지와 검지쯤으로 느껴졌다. 초콜릿을
빙그르 돌리며 다른 초콜릿에 닿는 남자의 혀가 느껴졌다. 내
두 가슴은 남자의 혀와 손가락으로 희롱당하고 있었다. 아랫배
에는 남자의 기둥이 느껴진다. 남자는 이미 속옷을 다 벗어버
렸는지 바지가 벗겨진 내 다리 피부에서 그의 기등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좋은데 ·..'
내 위에서 혀를 움직이던 그가 다시 던진 말이었다. 사랑해
서도 아니고 좋아해서도 아니었다. 그가 '좋은데' 라고 말한 것
은 다만 내가 좋은 조건이라는 것,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몸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번엔 나도 무슨 말을 해줘야 했다 남
자에게도 '좋은데'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눈을 떴다. 남자의
얼굴이 내 배를 지나 그의 혀가 내 계곡에 닿았다. 계곡에서는


샘이 흐르고 어느 새 계곡 사이에 숨었던 꽃잎조차 그의 혀 안
에 있었다. 그의 혀가 움직이는 대로 내 허리가 올려졌다. 그는
내 허리를 올리는 법을 알고 있었다. 남자의 등을 끌어안고 돌
아 눕혔다 내가 남자의 위로 올라갔다
남자의 속옷은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 다만 성난 기둥이 속
옷을 삐져 나와 비스듬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내 피부
에 닿았던 그 기둥이었다. 남자의 속옷을 내리고 가슴을 손바
닥으로 쓰다듬었다. 잘 다져진 몸매는 아니었다. 책상 앞에 앉
아 오랫동안 일하는 남자들의 대부분의 몸이 그렇듯 배가 나온
남자였다. 남자의 입술에 키스한 뒤 곧바로 기둥을 향했다. 남
자의 손이 내 머리를 잡았다. 기등이 어디론가 들어가고 남자
의 허리가 바싹 들어올려지며 내 얼굴에 더 다가섰다. 남자의
기둥도 그다지 좋은 조건이 아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 남자
가 무슨 자격으로 나를보고 '좋은데' 라고 했을까? 남자의 기
둥 끝은 어느 부드러운 물체에 닿아 어지럽혀지고 말았다. 여
자는 자신의 혀를 살짝 누르며 돌려봤다. 남자의 입술이 벌어
지며 신음이 새어나오는 듯 했다.
외눈박이 괴물. 남자들은 이 놈 하나 때문에 여자들만 보면
사랑 없이도 섹스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했다. 이 놈이 남
자들을 움직이는 신물이라도 되는가? 이 녀석에 대한 남자들
의 믿음은 상상을 초월하는 듯했다. 여자인 내가 이해하기 어
려운 부분이다. 검푸른 잔디 사이에 우뚝 솟아 하늘을 향하는
모습인 이 기둥은 남자들의 정신적 기둥이었다. 이와는 반대로
몸 속 깊숙이 자리해서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여자들이야
말로 얼마나 신비스런 존재인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 남자
는 오늘 나한테 '좋은데' 라고 말할자격이 없는, 그렇고 그런
남자였다. 자신의 밑천을 다 내보이는 사람과 끝없는 신비감을
감추는 사람 가운데 누가 누구한테 뭐라고 말할 수 있는가? 남
자의 밑천은 더 이상 내게 보여줄 것이 없었다. 지금 보는 이
기둥 하나뿐인 남자의 허세가 가련했다.
입술을 남자의 발가락으로 옳겼다. 남자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반듯한 자세로 누워 있었다. 발등에 키스를 하고 엄지발가
락을 살짝 입술로 물어보았다 혀로 만지다가 이빨로 살짝 물
어본다. 남자의 허리에 힘이 들어간 것 같다. 그가 흥분한다.
발가락 사이에 혀를 넣어 위로 들며 애무했다. 다섯 개의 발가
락에 일일이 키스한 후 정강이를 스치며 혀를 옳겼다 무릎에
입술을 대고 혀를 동글게 말아 키스했다. 눈을 가늘게 뜨고 남
자의 얼굴을 봤다. 그의 입술이 약간 벌어져 있었지만 아직까
지 흥분은 참을 만한 것처럼 보였다. 남자의 중앙으로 머리를
위로 치켜든 기둥이 보였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기등은 기등
뿌리가 거대해 보이고 몸은 작게 보였다.
무릎에 댔던 입술을 허벅지 안쪽으로 옮겼다. 가벼운 키스를
이어가며 점차 기등으로 피를 몰아갔다. 남자의 허리가 아까보
다는 더 심하게 움직였다 자신의 허벅지 사이에서 움직이는
내 얼굴에 모든 신경을 두고 있었다. 다리를 오므려 내 얼굴을
잡았지만 이내 풀어준다. 남자의 다리를 혀로 닦아가며 허벅지
안쪽까지 다 거친 후 기등뿌리를 살짝 물어봤다.
"아...... "
김 PD가 끝내 신음을 참지 못하고 내뱉는다. 남자의 기둥
근처는 까칠한 숲을 이루며 동굴까지 이어져 있었다. 혀를 길
게 내밀어 기등뿌리를 입 안에 담았다 주머니, 남자의 기둥뿌
리는 단지 주머니였다. 김 PD의 신음소리가 커지며 허리가 들
려졌다. 내 입 안에 가득 들어오는 기둥뿌리가 있었다. 숨이 막
혔다. 기등뿌리를 타고 혀를 끝까지 옮기자 외눈을 단 기둥 머
리가 있다 나를 보고 간청하는 듯했다. 눈물처럼 보이는 액체
까지 흘리며 내게 고개를 든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매사에 여
자를 이기려고 하는 남자도 결국 마지막에는 여자에게 간청을
했다. 지금 이 기둥처럼 말이다
김 PD가 팔을 뻗어 내 머리를 잡았다 기둥을 보살펴 달라
는 표시였다. 내 머리를 기둥 쪽으로 누르는 김 PD의 손을 느
끼며 서서히 기둥을 가리워갔다. 기둥이 내 얼굴에 잠겼다. 그
리고, 다시 나왔다. 세수를 한 어린 아이의 얼굴처럼 물기가 묻
은 기둥의 모습이 귀엽다. 다시 기둥을 담근다. 뜨겁다. 혀를
기등에 대고 가만히 눌러봤다. 피가 흐르는 맥박이 느껴졌다.
김 PD가 다시 내 머리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다시 내린다.
김 PD의 허벅지를 만지고 있던 내 손을 엉덩이쪽으로 가져
갔다. 살이 알맞게 오른 남자의 엉덩이가 잡혔다. 그리고, 양쪽
엉덩이를 손으로 벌리며 엄지손가락으로 남자의 동굴을 눌러
봤다 남자가 엉덩이를 들며 치웠다 하지만 다시 내 손에 잡혔
다. 한 손으로는 뒤쪽 동굴을 열어 보았다. 남자의 입이 더 벌
려지며 신음이 새어나왔다.
"아‥‥‥ 미치겠어, 아·. 정희씨 ! 으음·. 정희씨 , 아 미치
겠어.·."
내 이름은 정희였다. 최 정희. 그리고, 내가 갖고 있는 남자
는 김 PD였다. 김 PD는 5대 출신으로 방송국은 특채로 입사
한 남자였다 방송국에서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스카우트한 인
물이라고 했다. 그 남자가 내 아래에 눌려 쾌락의 신음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난 이 남자를 사랑하지 않
지만 지금 섹스를 하고 있다. 나란 여자가 다른 남자의 기둥과
동굴을 만져주며 내 혀로 몸을 닦아주다니? 그리고 내 애무를
받은 남자는 아직도 몸을 뒤틀며 신음소리를 참지 못하고 있었
다 사람들이 이런 걸 섹스라고 했다. 언젠가부터 갖게 된 생각
이지만 섹스에 대한 신비감이 없어졌다
'장난을 치고 싶다.
남자의 기둥을 입에 가둔 채 몸을 돌렸다. 김 PD의 다리에
내 얼굴을 푸고, 내 다리가 남자의 얼굴에 있도록 방향을 바꾸
었다. 김 PD는 자신의 기둥이 내 입안에서 돌아가자 흥분이
더욱 커지는 듯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더욱 신음소리를 냈
다 그리고는 양 팔을 내려 자신의 얼굴 위에 있는 내 계곡을
봤다. 나는 여전히 김 PD와 기등을 입에 물고 다른 손으로는
동굴을 파고들려는 중이었다
김 PD는 내 계곡을 보더니 양 팔로 힘주어 끌어당겼다. 김
PD의 기둥에 침을 떨어뜨려 그 침이 아래까지 흘러내리기 전
에 다시 핥으며 놀고 있었다. 김 PD는 내 혀의 움직임에 따라
허리를 움직였다. 내 계곡을 본 다음에는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내 동굴에 밀어넣고 계곡에는 혀를 밀어넣었다. 김 PD는 자신
의 발가락에 힘을 잔뜩 준 채 흥분을 참아내고 있었다. 내가 한
번 기둥을 담그면 김 PD도 계곡을 한번 탐색했다. 기둥을 입안
에 담그고 혀로 돌리며 오랫동안 만져주면 김 PD도 내 계곡과
동굴에 혀와 손가락을 넣고 오가며 입술과 혀를 떼지 않았다.
"우· 아‥‥‥‥
김 PD는 자신의 기등이 폭발하려는 듯 황급히 내 얼굴을 떼
어냈다. 자신의 기등을 손으로 강하게 쥐었다가 다시 가까스로
진정한 다음에야 손을 뗐다. 다시 침대에 누운 건 나였다.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남자가 내 다리 사이로 들어오면 그의 기둥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김 PD는 바로 들어오지 않고 뭔가를
깜빡 잊은 듯 침대에서 일어나 지갑을 둔 테이블로 갔다. 걸어
가는 남자의 모습에서 여전히 고개를 든 채 성나 있는 기둥을
봤다 그는 이제 가릴 생각도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가 다시
왔을 때는 손에 조그만 물건을 하나 들고 있었다. 콘돔이었다.
그리고 남자는 다시 들어왔다 콘돔을 씌운 기둥이 계곡 안으
로 서서히 탐색을 시작했다. 남자의 움직임이 몇 번 이어지고
내 안에서 커지는 기둥을 느꼈다. 그리고, 곧이어 폭발한 듯 남
자의 허리는 잠시 동작을 멈추었다 벌써 끝난 것인가? 남자는
잠시 그대로 내 위에 엎드려 있었다.
남자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는 어느 정도 기운을 차린
후였다. 프리클럽은 이 생활을 같이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일
뿐이었다.
"안녕하세요‥‥‥‥
"안녕‥‥ 정희씬 오늘도 너무 예쁘다· . ."
프리클럽에 가입한 지 첫 활동을 마치고 첫 출근한 아침이었
다. 여느 때처럼 1층 로비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2층부터 을
라갔다. 자기 책상 앞에 앉아 원고정리를 해야 할 김 PD가 보
이지 않았다. 혹시 어제 일 때문에 나를 보기가 민망해서 자릴
피한 것은 아닐까? 그냥 책상 위에 두려다가 일단 류 기자에게
먼저 인사를 하기로 했다. 김 PD를 본 것은 거기서였다. 류 기
자와 비디오를 편집하며 오디오를 입히는 류 기자에게 스타팅
시각을 지정해주고 있었다. 잠시 편집실 유리창으로 그들의 일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서 있었다. 어느 정도 일이 끝났을 때 김
PD가 나왔다.
"정희씨 ! 언제 왔어?"
"일 하시는 모습들이 보기 좋아요· . ."
"정희씨? 김 PD가 이번 비디오 편집자라서 오디오 삽입 좀
물어봤지 · . ."
류 기자는 나를 본 김 PD의 말에 뒤돌아 앉으며 나를 보고
웃었다. 류 기자는 어제 김 PD와 내가 섹스를 나눈 것에 대해
서는 모르는 터였다. 알면 그녀의 기분은 또 어떨까? 김 PD는
커피를 받아들더니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류 기자는 오늘 짧
은 미니스커트 차림이었다. 맞춘 듯 보이는 잘 어울리는 짙은
쥐색 정장차림의 류 기자는 아름다웠다. 편집기 앞 회전의자에
앉아 다시 모니터를 보며 비디오를 맞추고 있는 류 기자에게
커피를 건네고 3층 드라마 제작국으로 올라갔다. 오늘은 강
PD와 최 PD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책상 위에는 '출장중'
이라는 알림판이 올라와 있었다. 잘된 일이었다. 오늘 빨리 보
고싶은 사람은 고 작가였다. 프리클럽 가입 첫날, 어제는 김
PD와 섹스를 하면서 줄곧 고 작가의 일이 궁금하던 터였다.
고 작가는 강 PD와 같이 섹스를 했을텐데‥‥‥‥‥ 그러나, 물
어봐서는 안 된다는 고 작가의 사전 지시도 있었던 까닭에 그
녀의 표정만 살폈다.
"언니 !"
"정희씨? 오늘도 그대로네? 나 매일 아침이면 정희씨 커피
기다려지는 거 있지‥‥
"그래요? 히히 ."
은근히 고 작가가 먼저 물어 봐주길 바랬다. 어제 프리클럽
첫 섹스는 어펐느냐? 또는 김 PD가 잘해주더냐? 등의 말도 좋
았다. 아무 말이라도 먼저 물어 봐주면 다음은 내가 물어보고
싶었다. 강 PD와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하고 말이다. 그러
나, 고 작가는 일체의 말이 없었다. 오늘따라 책상에 쌓인 원고
가 많았다. 고 작가가 담배연기를 내뿜는 대로 연기가 원고에
부딪혀 흩어졌다. 저러다가 원고에 담배냄새 밸텐데‥‥ 고 작가
는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
고 작가는 방송국에서 인기가 있었다. 내가 일하는 전산실
남자직원들도 가끔 고 작가 얘기를 하며 관심을 표명하곤 했
다. 그런데 똑똑하고 인기까지 있는 여자가 왜 프리클럽이라는
섹스모임에 들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굳이 이런 모임에 들지
않아도 고 작가하고 어떻게든 한번 해보려는 남자들이 많을텐
데 말이다. 고 작가는 언제나 작가실 창문 바로 옆자리에 앉았
다. 그리고 아침이면 들어로는 햇빛을 즐겼다. 고 작가는 어제
도 밤을 꼬박 세우지 않았을까? 강 PD하고는 도대체 어떤 일
이 있었을까? 궁금한 여자. 고 작가는 여자인 나한테까지 호감
을 주는 여자였다.
"정희씨는 매일 부지런도 해 "
고 작가가 원고에 몰입하는 표정을 보고 일어서려던 순간이
었다. 고 작가는 마침 생각난 듯 여전히 담배를 오른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 긴 채 나를 돌아봤다. 담배가 제 혼자 연기를 내며
타고 있었다. 혹시 내가 너무 오랫동안 앉아 있었기 때문에 예
의상 물어보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고 작가의 얼굴에서는 그
런 관례적인 예의라는 표시가 없었다. 고 작가는 내게 정말 궁
금한 것을 물어보고 있었다. 혹시 어제의 일을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새벽까지 섹스했을텐데 아침 일찍 나와 여전히 커피
를 서비스하는 것을 보고 하는 말일까?
"대단해· . ."
고 작가의 다음 말이었다 '고맙다'는 말이 아니라 나를 인
정한다는, 만약 그것도 아니라면 고 작가 자신과는 상관없지만
프로라는 의식을 가진 사람처럼 보인다는 뜻은 아닐까? 고 작
가가 나한테 해준 말은 부연 설명 없는 '대단해· . .' 라는 한마디
였다. 고 작가가 좋아서 프리클럽에 가입했고, 어제는 첫 섹스
까지 한 나한테 해주는 말이라고 보기엔 너무 인색했다.
어느덧 내가 방송국에 들어온 지도 몇 달이 훌쩍 지나고 있
었다. 그리고 그 사이 내가 봐온 것은 떠나는 사람과 들어오는
사람이었다. 방송국이라는 매체의 신비함에 이끌려 치열한 경
쟁을 뚫고 입사에 성공한 사람일지라도 수습기간인 6개월을
못 버티고 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방송국에서 일하지 않는
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서
는 언제나 기대에 가득 찬 얼굴을 방송국을 등지는 사람들에
게서는 인간에 대한 실망감이 어린 씁쓸한 얼굴을 볼 수 있었
다 그만큼 방송국은 치열한 경쟁터였다.
그래서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서로간의 칭찬에 상당
히 인색했다. 오히려 비방이 앞서는 경우가 많았다. 방송국의
불문율 중의 하나는 사람한테 정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가 아침마다 커피를 나르는 것도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
니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사람들을 사귀어 놓아야 더 오래 버
틸 수 있을 것 같은 자아 구제책일 뿐이었다. 그런 면에서 고 작
가는 방송국에서 생존하는 프로였고, 그 프로를 좋아하는 사람
이 바로 나였다.
고 작가를 작가실에 두고 전산실로 올라왔다. 전산실 가득
빽빽이 들어찬 컴퓨터를 보고 있노라면 컴퓨터란 괴물에 지독
한 염증을 느낄 때가 많다. 괴물과 괴물을 이어주는 혈관인 케
이블을 깔끔하게 정돈하거나 새로 괴물을 들여오는 것도 내가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였다. 내가 싫어하는 이런 분위기에서
동떨어진 사람이 바로 고 작가였다. 기계와 씨름하지 않고 언
제나 자기와의 싸움에서 창작열만 불태우는 사람,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이 그래서 고 작가였다. 고 작가를 다시 만난
것은 정심 무렵이 훨씬 지난 2시경 지하식당에서였다.
"언니 ! 매번 이 시간에 식사하시나봐요?"
"응‥‥ 오늘 정희씨 두 번이나 보니까 기분좋은데?"
"정말요? 어휴, 좋아라·.."
고 작가는 여전히 어제의 일에 대해서는 관심없는 사람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오늘은 시간이 조금 남는다는 고
작가와 커피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방송국 1층 로비에 있는
휴게실로 자리를 옮겼다.
"오늘은 굉장한 날인데요? 고 작가 언니하고 커피 마실 시간
도 있고· . ."
"그러게‥‥ 이런 시간 내기도 쉽지 않은데· . ."
"사실 전 언니가 제일 부러워요.
"왜 ?"
"자기 일 열심히 하고,자기가 한 일을 다른사람들에게 인
정 받잖아요.'
"하하‥‥ 정희씨 , 정말 귀엽다‥‥
"네?"
"세상 물정 하나도 모르는 사람 같아서 그래·.."
"제 말이 이상해요?"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여기 일하
는 사람들 가운데 오래 남아 있는 사람들은 죽을 각오로 사는
사람들이야. 안 그러면 도태되고 결국에는 쫓겨나거든. 그래서
선배들이 나름대로 정해둔 규칙이 있는데, 후배들을 교육시키
는 거야. 전산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우리쪽 사람들은 후배
들 오면 제일 먼저 '선배님은 하늘이다' 라고 외치게 해·. ."
사실이었다. 아침마다 동료들 책상을 둘러보게 된 것도 간혹
정리되어버린 책상을 발견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래서 방
송국 사람들은 정에 인색한지도 모르겠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남아 있는 대로 새로운 경쟁상대를 기다리며 긴장해야 했다.
능력'있는 신인들이 치고 올라오는 것을 무방비 상태로 보고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생존하려면 죽을 각오로 노력해야
했다. 고 작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얼굴도 예쁘고 재능 있
는 후배 작가들이 치고 올라오는 작가실에서 살아남으려면 월
등한 실력 외에는 말이 필요없었다. 그래서 고 작가는 작가실
에서 살다시피 하는 것이었다. PD들도 마찬가지였다. 외국 유
학에 새로운 영상기술과 이론으로 무장한 후배들이 치고 올라
오는 것을 이기기 위해서는 본능적으로 시청률 감각을 찾아낼
수 있어야 했다. 시청률에 따라 PD들의 책상 자리가 바뀌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했다. 시청률을 확보하지 못하면 방송국마저
존립의 기로에 서게 되는 까닭에 당연한 결과였다
출장에서 돌아온 강 PD가 다시 전화를 걸어온 것은 고 작가
를 통해 방송국 분위기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때였다. 강 PD
와는 이미 몇 차례 섹스를 한 상태였지만 별다른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았다. 강 PD는 스포츠국 류 기자와도, 작가실 고 작
가와도 섹스를 나누고 나와도 몇 차례 만난 적이 있지만 우리
가운데 어느 누구도 그런 일들을 입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오
히려 고 작가와 나, 그리고 류 기자도 다른 남자들과 자유로운
섹스를 나누고 있던 터였다. 오늘 강 PD의 제안은 여느 때와
는 달랐다.
"정희씨? 나야, 미스터 강. 오늘 김 PD하고 고 작가하고 같
이 있을 건데, 괜찮지?"
"네? 네‥‥‥‥
내가 프리클럽에 가입해서 처음 섹스할 때 만났던 상황이 떠
올랐다 오늘도 만나기는 같이 만나지만 내 상대는 김 PD 아
니면 강 PD 두 명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
만 약속 장소에 나갔을 때는 고 작가와 강 PD, 김 PD가 같이
있었다. 그들은 이번에 새로 선정된 여자 앵커에 대해 얘기하
고 있었다 강 PD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 왜 9시 메인 들어간 얘 있잖아?개 어떻게 들어간
거래?"
'뻔하죠. 편성국에 김 국장하고 친하대요·.."
김 PD의 말이었다 고 작가가 김 PD의 말을 받았다.
"방송국 여자들 서로 못 줘서 야단인데, 그 여자 수완 있
네?"
"주는 것도 골라서 줘야 한다니까·.."
강 PD가 고 작가의 말을 받아 내 얼굴을 쳐다봤다 김 PD는
아무 말도 없이 앞에 놓인 커피잔만 잡고 있었다.
자리를 옮겼다. 고 작가와 김 PD가 차를 타고 이동하고, 나
와 강 PD는 근처 맨하튼호텔로 들어갔다. 호텔이라 하기엔 너
무 낡아 마음에 안들었다. 여의도에서 오래 전부터 영업해온
이 호텔은 숫한 방송국 관계자들이 들락거리며 스캔들을 만들
어내던 곳이다. 방송국에 입사하던 날 동료들도 우스개 소리로
하던 말이 생각났다. 여의도 맨하튼호텔을 한번만 거치면 그제
야 방송인이 되는 것이라고. 방송국 간부하고 신입여직원들이
많이 왔다고 했다. 처음에는 방송프로그램 기획회의가 목적이
었지만 차차 남자간부직원과 신입여직원들의 프리섹스 무대가
되어갔다고 했다. 순진했던 여직원들도 한번 관문을 거치고 나
면 당당한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는데 현재
는 그런 소문이 많이 난까닭에 방송인들이 앞장서 피하고 있
다고 했다. 오늘 들어오자고 한 건 나였다.
"음 "
방에 들어서자마자 강 PD는 나를 문 뒤에 세우고 키스를 했
다. 눈을 감았다. 언제부터인지 프리클럽에 나오면 처음부터 눈
을 감고 있었다. 이유는 없었다 여자들은 키스를 할 때 눈을 감
는다고 하지만 오히려 나는 눈을 뜨는 쪽이었다. 눈을 뜬 채 내
게 키스하는 남자의 얼굴을 보며 이 사람이 얼마나 나를 사랑하
는지 혼자 생각해보곤 했다. 그러나 프리클럽에서는 그럴 이유
가 없었다. 눈을 감고 내가 상상하고 싶은 남자얼굴을 떠올리는
편이 더 좋았다 내가 상상하는 사람은 대개 외국 영화배우였지
만 가끔은 내가 관심을 두었던 남자를 기억해내곤 했다.
"아......"
강PD의 허벅지가 내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입술이 벌어
지며 허리를 뒤로 뺐지만 문에 기대어 섰던 탓에 더 이상 물러
설 곳이 없었다 강 PD는 내 어깨를 더욱 밀며 다리를 세워 내
계곡을자극했다. 계곡에서 샘이 흘렀다. 그러나 강PD는 눈
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샘이 흘러 속옷을 적시고 있었지만 바
지 겉으로까지 새어나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강 PD는 내 입
술에 키스하고 바로 귓불로 옮겼다. 귀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
넣으며 혀를 동그랗게 말아 넣었다. 머리 속 어딘가가 갑자기
간지러웠다. 강 PD는 내 귓불에 키스하면서 손으로는 티셔츠
를 바지 겉으로 빼냈다 강 FD는 자신만의 특별한 테크닉을
갖고 있었다. 이런 남자는 자기와 섹스하는 여자의 흥분 정도
에 따라 자신에 대한 성적 만족도를 갖는다고 했다. 오늘 내 역
할은 정해져 있었다. 강 PD가 프로그램을 제작하듯 그의 테크
닉에 몸을 내맡기면 되는 것이었다.
강 PD의 손이 티셔츠 안으로 들어왔다 내 몸을 쓰다듬던
남자의 손이 티셔츠를 다잡고 위로 걷어올렸다. 티셔츠를 머리
위로 벗겨내고 다시 내 입술을 키스하던 남자는 어깨를 잡고
몸을 돌렸다. 뒤로 돌아섰다. 됫목덜미에 강PD의 혀가느껴
졌다. 강PD의 기등이 엉덩이 사이에서 느껴졌다. 비록 옷위
였지만 이미 강 PD의 기둥은 잔뜩 성을 낸 채 내 몸으로 들어
오려는 듯 엉덩이 사이를 헤집고 있었다. 강 PD의 손은 앞으
로 돌아와 내 가슴을 손 안으로 감쌌다 다리에 힘이 빠져나갔
다. 강 PD의 다리가 내 다리를 파고들자 그 간격은 더욱 벌려
졌다. 바지를 벗어던지고 싶었다.
"정희씨 , 너무 좋아‥‥ 벌써 미치겠어‥‥‥‥
뒤에서 껴안은 채 내 가슴을 자극하는 강 PD의 손이 부드러
웠다. 다리 사이로 남자의 기둥이 느껴졌다. 허리를 위아래로
움직이자, 강 PD가 허리를 뒤로 뺀다. 그도 몹시 흥분해 있는
듯했다. 기둥을 만져보고 싶었다. 손을 뒤로 돌리니 그의 기둥
이 한손에 들어왔다. 김 PD보다 약간 큰 것 같았다. 실제로 보
고 싶었다. 그리고 나를 강렬하게 안았던 것처럼 그의 기둥은
빼곡한 검은 숲속에 우뚝 있으리라. 숨을 깊이 들이쉬며 강 PD
의 벨트에 손을 얹었다. 기등은 잠시도 참을 수 없는 듯 나의
손에 힘과 뜨거운 체온을 전해왔다. 손이 떨렸다. 벨트가 잘
풀려지지 않았다. 바지는 걸림돌 없이 흘러내렸다. 맨살이었
다. 붉게 물든 기둥이 한눈에 들어왔다. 입 속에 넣어 나의 체
온으로 애무해주고 싶었다. 이 남자는 지금 나의 남자였다.
"아!·. 아· 정희씨한테 질 것 같애· 음·.."
여자한테 이기려는 남자. 강 PD는 지금 나와 섹스를 하는
게 아니라 승부를 겨누고 있었다. 그는 내 등을 가로질러 엉덩
이까지 옷 위로 키스를 이었다. 그리고는 입술을 조금씩 움직
여 내려가며 바지벨트를 풀었다. 하지만 다리를 벌리고 있었기
때문에 바지가 쉽게 벗겨지지 않았다. 다리를 모았다. 강PD
는 입으로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잡아내렸다. 그의 입술이
내 꽃잎에 스친 듯 나의 몸이 떨렸다. 온몸에 애무를 받고 싶었
다. 그의 체온이 느껴지는 뜨거운 입김이 그리웠다.
우리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이 되어 있었다 지
금 이 순간만은 순수한 모습인 것이었다 '강PD님'도, '정희
씨' 도 아닌 다만 우리는 서로를 깊이 원하고 있을 뿐이었다.
강 PD는 건장했다 어깨는 양쪽으로 딱 벌어지고 두툼한 근
육이 가슴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의 가슴에 몸을 기대고 싶었
다 나를 무작정 보호해줄 것 같은 단단함. 그 가운데 오똑 솟
은 검은 쵸코릿은 돌처럼 딱딱했다. 그리고는 당당히 버티고
서 있는 다리에는 마치 그의 힘을 나타내듯 털이 무성했다. 그
것은 만지기만 해도 계곡 사이의 샘물이 흘러넘칠 것 같았다
그가 무릎을 꿇는 듯 허리를 낮추었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다리를 벌리고 서 있는 내 뒤에서 계곡을 찾았다
'이러다간 방바닥으로 그냥 흐르겠어 ·
온몸의 긴장을 늦추어주었던 계곡에서 샘이 흐러내릴 듯 했
다.
"아름다워‥‥정희씨·. 아· 나좀 만져줘."
강 PD는 내 손을 자신의 숲속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달
구어진 입술로 엉덩이에서부터 천천히 애무해 나가기 시작했
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갑자기 눈앞이 훤해지며 몸을 지탱하
고 있던 팔에 힘이 더 들어갔다. 그의 혀가 동굴에서 계곡 사이
를 오가며 자극했기 때문이다
"아‥‥ 강 PD‥‥ 니·. ㅁ·. .'
나는 나의 나신에 취해 있는 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꽃잎마
저 애무해 달라고 했다.
"정희씨 , 음· . 아· . ."
그의 혀는 마치 농익은 딸기를 먹듯 입술을 동그랗게 오무렸
다 핥으며 나를 음미했다.
머리를 앞으로 숙였다. 강 PD가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는
팔을 앞으로 돌려 나를 찾으니 엉덩이 사이로 달아오른 그의
기둥이 닿았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숨을 멈추었다. 가만히 , 아
니 조용히 완전히 내 남자로 만들고 싶었다
'기둥이 계곡을 막아 머리끝까지 타고 올라왔으면
"강 PD님 , 저 지금, 지금·.."
"으음· . 정희씨 , 그래 · . 아·. ."
강 PD가 내 가슴을 쥐고 있는 동안 나는 손을 뒤로 돌려 남
자의 기둥을 잡았다. 거대해져 있는 기둥을 잡아 내 계곡에 대
고 입구를 잘 겨누었다. 강 PD가 자신의 엉덩이를 약간 내려
주며 계곡에 들어설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 통증이 느껴졌다
서서히 들어오는 남자의 기둥이 내 몸을 관통해서 머리끝까지
치올라오는 것 같았다. 김 PD와의 섹스 하고는 다른 느낌이었
다. 강 PD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다리를 더 벌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온몸이 꽉 차고 머릿속까지 다시 까마득하게 채워졌
다 강 PD가 손을 앞으로 돌려 꽃잎을 찾았다. 피아노를 연주
하듯 꽃잎이, 온몸이 산산이 갈라지며 부서지는 느낌이었다.
남자의 기둥이 머릿속까지 파고들고 내 몸을 지탱하던 모든 세
포가 하나씩 떨어져나갔다.
"아......"
"엇‥‥흡·.."
갑자기 강 PD의 행동이 멈추더니 내 몸 안에 들어온 기등이
급속도로 커졌다. 나를 안은 강 PD의 팔에 힘이 들어가고 숨
이 막힐 듯 세게 안아왔다. 강 PD가 내 안에서 폭발하고 있었
다. 이미 나는 몇 번의 정상을 넘은 뒤였다. 강 PD가 숨을 몰
아쉬며 내 가슴을 쓰다듬었다. 문에 가까스로 기대어 섰던 다
리에 힘이 빠지며 주저앉고 말았다.
"정희씨 , 정말 대단해‥‥ 어디서 배웠어, 응? 앞으론 정희씨
하고만 하고 싶어 · .."
"뭘요·. "
"처음엔 정희씨가 우리 클럽활동을 잘할 수 있을까 했는데
이젠 뭐 우리보다 더 베테랑인데, 괜히 걱정했어· . ."
김 PD의 말이 떠올랐다. 나와 섹스가 끝난 후 김 PD는 혼잣
말처럼 중얼거리는 버룻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지만 나중에야 고 작가를 원하는 말이었다는 것을 알았
다. 김 PD는 고 작가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 작가의
말처럼 그것은 안 될 말이었다. 서로의 결혼 전 생활을 뻔히 아
는 남녀가 결혼해서 어떻게 같이 살 수 있을까?지금 당장은
좋아하는 감정 하나로 모든 어려움을 다 이겨낼 수 있을 것 같
지만 결혼하고 생활하다보면 드러나게 되는 잘못 하나 하나에
결흔 전의 일이 연관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 작가뿐만 아
니라 어떤 여자에게 물어봐도 그 결혼은 안 될 말이었다. 그러
나 김 PD는 여전히 고 작가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김 PD가
프리클럽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도 고 작가를 혼자 남겨두고 가
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방송국에 취직하는 데 도움을 준 언니는 다시 중국에
들어갔다. 난데없이 중국행을 결정한 것은 중국에서 나온 조선
족 청년과사랑에 빠진 나머지 온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남
자를 따라 사랑의 도피를 한 격이었다. 언니의 행동은 내가 보
기에도 용감했다 언니의 나이는 이미 서른을 바라보는, 여자
로서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인생에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사랑을 잡은 것이었다. 그리고 언니를 다시
본 것은 그로부터 일년 뒤 한국땅을 다시 밟았을 때였다.
"정희야, 언니야. 그 동안 잘 지냈니?"
"언니 ! 지금 어디예요?"
언니는 한국을 떠날 때와는 달리 홀몸이 아니었다. 이미 만
삭이 된 몸을 이끌고 친정의 결혼 허락을 다시 독촉하러 들어
왔던 것이다. 아니, 허락이라기보다는 인정받기 위한 단계였
다. 어떻게 변했을까? 한국에서 부족함 모르고 자랐던 언니가
우리 땅도 아닌 중국에 건너가 생활이 불편하지 않았을까? 궁
색한 모습은 아닐까? 그러나 언니는 웃음을 머금은 밝은 얼굴
이었다 뱃속의 아가를 생각하듯 말투 하나에도 신경쓰며 조심
스럽게 행동했다.
나도 여자가 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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