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겨울이야기76-마지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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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296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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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WINTER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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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原 秀 측 HARA HIDENORI
각 색 김 준 혁 제 76화 합격하면 연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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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래 학원은 겨울방학 특강수업으로 온 교실마다 북적거렸다.현화는 이
교실 저 교실 둘러보며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식당도 뒤져보고,자습실도
가보고... 그러나 찾던 사람의 모습이 안보이자 현화는 뺨을 긁적이다가
휙 돌아섰다.

공중전화 박스에 들어가서 수화기를 집어들고 전화를 걸려고 손을 가져갔
다.

"........"

그러다가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피식 웃으며 공중전화 박스에서 빠져 나왔
다.그리고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

현화는 순간 무슨 좋은 생각이 난듯 활기찬 표정을 지으며 역쪽으로 발길
을 돌렸다.영덕이 일하는 분식집... 영덕은 언제나처럼 접시를 닦으며 그
의 애창곡을 흥얼대고 있었다.

"쨍~하고 해뜰날 돌아온단다~ 쨍~ 하고 해뜰날 돌아온단다~"
"드르르륵~"

문여는 소리가 들리자 영덕은 즐겁게 손님을 맞이했다.

"네에~ 어서오십~~............쇼..?"

그러나 영덕은 순간적으로 들어온 사람이 현화라는 사실에 그만 놀라 끝말
을 흐리고말았다.현화가 손을 흔들어 보이며 의자에 앉았고,영덕은 의아스
러운듯 현화를 쳐다보며 물었다.

"어렵쇼...?! 혀..현화? 오랫만이네~~~~?!"
"으응.."

현화는 흘끔 옆을 돌아보았다.

"뭘하고 있었지? 그동안..?"
"으응...조금.."

현화는 다시 반대쪽을 돌아보았다.누군가를 찾고 있는듯 했다.영덕이 이상
한듯 얼굴을 내밀며 현화를 쳐다보았다.

"뭘 두리번거리고 있어? "
"아...아..아니.."

현화는 당황하는듯 얼머부렸다.
잠시후 영덕이 특별히 맛있게 만든 라면을 현화 앞에 내밀었다.

"자아~~~ 드세요!"
"아아..잘먹겠어요.."
"그래.. 스타일 리스트라구? 그것도 미국에서!? 좋겠구나.열심히 하라구!"

영덕이 담배에 불을 붙이며 씩 웃어보이자 현화는 멋적은듯 머리를 긁적
였다.

"..아니...이거...겸연쩍은데..."
"하하... 그래서 지금은 휴가 온거야?"
"아..? 아..으응....잠깐.."

현화는 영덕의 말에 또다시 얼머부렸다.현화는 곧 라면을 해치우고(?)
나서 따스한 보리차를 마시며 흘끔 흘끔 앞쪽을 바라보았다.영덕은 뒤돌
아선채 열심히 접시를 닦고 있었다.

"쨍하고 해뜰날~ 돌아온단다~"
"그...녀석..... 뭘하고 있는걸까...?"
"...엥?"

현화의 낮은 목소리에 영덕은 무슨소리냐는듯 뒤돌아 보았다.현화는 머뭇
머뭇 거리다가 어색한듯 씩 웃으며 말했다.

"아..아니..그러니까 종범.... 잘하고 있을까..?"
"^_^...;"

영덕은 황당한듯 현화를 보다가 다시 접시를 닦으며 중얼거렸다.

"그.글쎄.. 요즘 오질 않으니까.."
"그래. 학원에도 안나가고.. 어디 간 것일까?"
".....;"

영덕은 현화의 말에 더 황당한듯 흘끔 흘끔 현화를 쳐다보았다.현화는 다
른곳에 시선을 주고 있었다.영덕이 그쪽을 바라보니 공중전화 박스였다.
영덕은 무척이나 황당한듯 현화를 보다가 다시 접시닦는 쪽으로 눈길을 돌
렸다.둘사이에 잠시동안 아무말이 없었다.

"............"
"............"

잠깐 현화는 머뭇 거리다가 지갑에서 돈을 꺼냈다.

"그건....그렇고 잘 먹었어...."
"아...? 벌써 가려고..?"
"응..또 올께.."

현화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문가로 향했다.역시 종범과는 운이 없는것 같았
다.

"드르륵.."

그런데 현화가 문을 열고 나가기도 전에 누군가가 밖에서 문을 먼저 열었
다.종범이었다.언제나처럼 힘없는 얼굴에,회색코트,그 갈색 목도리....

"........?!"

현화와 종범은 딱 눈이 마주쳤다.영덕은 이 장면을 보고 당혹스러운듯
움찔하며 뒤돌아서 접시닦는데만 열중했다.현화가 재빨리 종범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얏! 종....."
"콰당!!"

종범이 당혹스러운듯 재빨리 문을 도로 닫아버렸다.현화는 급히 문을 다시
열며 종범을 불렀다.

"잠깐!!! 왜 도망가는 거지..?!"
"아...아..그..자..잠깐.."
"잠깐 뭐야?!"

밖에서 들려오는 현화와 종범의 대화를 들으며 영덕은 당혹스러운듯 중얼
거렸다.
'난..어찌되든 모른다..'

잠시후 나란히 의자에 앉은 종범과 현화... 영덕이 종범에게 라면을 끓여
주었고 종범은 어색함에 몸을 떨며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현화가 활짝 웃
으며 말했다.

"오랫만이야! 잘 지냈어? 어때? 공부는..?"
"아..으응...그냥...그래..."

종범이 자신없이 더듬으며 말하자 현화가 활기차게 웃으며 종범의 등을
세차개 손으로 '퍽퍽' 내리쳤다.

"핫핫!! 그냥 그러면 어떻게 해?! 종범 경우라면 다른사람 보다 세배는
열심히 해야지! -퍽! 퍽!-"
"푸악.."

종범은 라면을 제대로 먹지도 못한채 흘낏 흘낏 현화쪽을 쳐다보았다.

"올해는 어딜 갈거야?"
"응....그게.. 그...JHD.."
"문제 없을까~~? 금년에 안되면 사수잖아?! 사수!"
".........;"

현화는 종범이 아무말 없이 난처한 표정을 짓자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를
흘끔 쳐다보았다.

"으음..변하지 않았구나! 제대로 하지 않는군..."
"......;"

현화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종범은 거의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현화의
날아들 손을 막으려는듯 기겁하며 작게 비명을 질렀다.

"헉!!!"
"영덕아.. 화장실 어디지?"
"아..저기 왼쪽 문..."

현화가 아무일 없이 화장실로 향하자 종범은 살았다는듯 웃어보였다.
'휴...난또...'

"야아~ 어찌 된 일이야?!"

현화가 나가자마자 영덕이 종범을 쳐다보며 이상한듯 말했다.

"확실히 현화는 준하고......"
"그..그렇겠지..."
"그런데 왜 현화가 우리가게에 온거지?"
"으으..그건 내가 묻고 싶은거다!"
"혹시!!"

영덕은 활기찬 표정으로 종범을 보며 말했다.

"너에게 되돌아온게 아닐까!?"
"..........?!"
"으음... 그럴지도 몰라.. 아까부터 나한테 네 얘기를 이것 저것 물었고,
무엇보다도 우리가게에 온다는것이...."
"자..잠깐..영덕... 기다려... 그렇지만.. 그런 일이 있을리가..."

종범은 알수없다는듯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그때 현화가 다시 안으로 들
어왔다.종범은 급히 돈을 꺼내 영덕에게 건내주고는 일어나 밖으로 향했
다.현화의 활기찬 음성이 뒤에서 들려왔다.

"기다려~ 종범! 같이가!"
"^^;"

영덕의 가게를 빠져나와 현화와 함께 길을 걸으며 종범은 내내 이상한듯
흘끔 흘끔 그녀를 쳐다보았다.그리고 슬쩍 슬쩍 그녀의 곁에서 조금 떨
어져 걸었다.

"........;"

종범의 이런 행동에 현화가 화난듯 옆으로 바싹 다가붙으며 소리쳤다.

"종범!!! 나좀 봐!!!"
".......;"
"왜... 아무말도 안해? 모처럼 만났는데..?"
"아..미..미안해.."

종범이 당황하며 머뭇 머뭇 고개를 숙였다.

"^_^....;"

현화는 별수없다는듯 말없이 몇발작 앞으로 걸어나갔다.

"......."
".......;"

갑자기 현화가 뚝 멈춰섰다.종범은 순간적으로 뜨끔하며 현화를 쳐다보았
다.그러나 현화는 싱긋 웃고있었다.

"저어....."
"엣?"
"내가 시험공부 도와줄께... 꼭 합격 해야잖아. 난 시간이 많구..."
"그..그렇지만..... 그렇지만..."

종범이 망설이며 대답을 못하자 현화가 눈살을 찌푸렸다.

"나는 싫다는 거지?!"
"........."

종범은 아무말 못하고 푹 고개를 숙였다.현화는 화난듯 가방에서 수험서가
들어있는 종이봉투를 꺼내 종범의 얼굴에 쳐밀어넣으며 소리쳤다.

"됐어! 그럼!! 마음대로 해!!!"

현화는 화난듯 돌아서 역으로 향했다.종범은 얼굴은 만지작 거리며 현화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그러다가 문득 현화가 버리듯 밀쳐버린 수험서를 바
라보았다.

'중암대학문과'

"...........!"

종범은 몸을 굽히며 수험서를 집어들었다.아까 영덕이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쳐지났다.

-혹시... 되돌아 온것이 아닐까?-

종범은 급히 일어났다.그러다가 망설이며 수험서를 바라보았다.

"......."

그리고 결심한듯 급히 역으로 뛰어갔다.
역의 매표자판기에서 지하철 표를 끊으며 현화는 신경질적으로 중얼거렸다

"정~~~말 그 바보! 진짜... 바보!"

현화는 화난 표정으로 뒤돌아섰다.

".........?"

뒤에선 종범이 현화가 떠밀어넘겼던 수험서를 들고 멍하니 현화를 바라보
고 있었다.현화는 눈살을 찌푸리며 종범을 스쳐지나갔다.종범이 다급히 현
화를 부르듯 말했다.

"이...이대로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어!"
"...?"

현화는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종범이 어색한듯한 표정으로 말
을 이었다.

"난...난..여태까지..남을 의지만 하고서...뭔가 스스로 하겠다는 생각이
없었어......그래서...그래서.... 난 내 스스로 혼자 하려고... 단지..
혼자 열심히 해서 합격하려고...."
"........."
"그래...난...혼자...열심히...."

현화는 잠시 아무말 없이 종범을 바라보다가 그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수험
서가 든 종이 봉투를 뺏아들더니 종이봉투에 무엇을 적고는 다시 종범에게
넘겨주었다.

"합격하거든... 연락해!"

현화는 그이상 아무말도 안하고 뒤돌아서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종범은
멍하니 현화를 바라보다가 봉투를 바라보았다.봉투에는 현화의 집 전화
번호가 적혀있었다.

빠르게 달리는 열차안에서 현화는 창밖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녀석..잘난체나 하고... 그래도 합격하지 못한다면 화낼거야...'

현화는 잠시 눈길을 돌리고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싱긋 웃었다.
'그래도..녀석... 좀 달라진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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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WINTER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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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原 秀 측 HARA HIDENORI
각 색 김 준 혁 제 77화 세번째 시험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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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건대학 본고사 시험장.. 종범은 열심히 시험문제를 풀다가 문득 현화의
말을 생각하고는 손을 턱에 괴며 곰곰히 생각을 했다.

-합격 하거든... 연락해..-

'뭐라고~~ 전화를 해야지?'

"......!!"

그러다가 종범은 자신이 한심스러운듯 입맛을 다시며 문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런..바보..지금 그런걸...그런건...합격하고 나서 생각해야지...'

중암대학 본고사 시험장... 한영대학 본고사 시험장.... 세개의 대학이 모
두 끝나자 종범은 한숨을 내쉬며 학교를 빠져 나왔다.

"아~~ 모두 끝났다.. 끝났어...."

지나치던 수험생 몇이서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야아~ 영어 어땠어?"
"좋았어! 학원선생이 나온다고한것 몽땅 나왔어!"

종범은 흘끔 다른쪽을 돌아보았다.어떤 수험생은 휘파람을 불며 즐거운듯
걸어가고 있었다.모두 시험을 잘본듯 기분좋은 표정이었다.그렇다면 상대
적으로....시험에 자신없는 종범은.....
'....나..나누... 한영대와 동건대는 어쨌든... 중암대 경제학과는 어떻게
든 합격했으면...제일 좋겠는데........그래...제일....;"

그러다가 종범은 자기 머리를 쥐어 박으며 총총 걸음으로 역으로 향했다.
'흐..배부른 소리 하지 말자... 어디라도 좋으니 합격했으면 좋겠다..'

이제 그로서는 합격 발표만 남은것이었다.
한영대학 발표날..현화의 집..현화는 화장실에서 나오며 졸린 눈으로 시계
를 쳐다보았다.시침이 일곱시를 가리키고 있었다.현화는 흘끔 달력을 쳐다
보았다.

"그러니까...오늘은 한영대학 발표인가..? 음...그럼 좀더 자자.."

현화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잠시동안 누워있었다.그러다가 문득 무슨 생각
이 번뜩 난듯 벌떡 일어났다.그리고 달력을 쳐다보았다.

"오늘이..분명 19일... 고려대 입시..?!"

현화는 얼른 옷을 주워입고 고려대 입시장으로 향했다.안경을 코에 걸치고
목도리를 깊이 두른채 변장을 하고서는 정문앞에서 들어가는 수험생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았다.그러다가 흘끔 손목 시계를 보고는 불안스러운듯
발을 동동 굴렀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는데......아니..아냐..아직 30분이나 남아 있
다구...'

현화는 잠시 두리번 두리번 거리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얼마전 그 밤의
하얀 눈속으로 사라지던 준의 어두운 뒷모습이 떠올랐다.
'서..설마하니.... 그런 바보같은 짓을 생각하지는 않겠지..? 그런 바보
는 아닐꺼야... 걱정 없을거야...'

현화는 안경을 벗으며 다시 스스로에게 힘을 주듯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힘있게 재차 중얼거렸다.

"으응...걱정없어! 제대로 할거야.. 다른 입구로 들어갔을지도 모르지..
걱정없어..걱정없어.."

현화는 뒤돌아서서 총총 걸음으로 그곳을 빠져나갔다.
지하철 역에서 종범은 한영대 합격자 발표를 보기 위해 자신의 수험 번호
를 내내 생각하며 학교로 향했다.6817...6817.... 막 그러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종범의 목도리를 잡아 끌었다,

".......켁..?"

종범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뒤에선 진영이 울먹이며 서있었다.

"진영...? 진영이...너..?"
"..........저...단군대 발표에 같이 가 주실래요..?"
"뭐어?~?~?~?~? 단군대 발표에 같이 가 달라고?!"
"으아..목소리가 너무 커요~"

진영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종범에게 애원하듯 쳐다보고 있었다.종범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그럴수가 없어! 나 역시 한영대 발표 가는 길이야!"
"종범 오빠는....익숙하잖아요....하지만 난 처음이니까.."
"........^_^....;"

하지만 종범은 단호한 표정으로 뒤돌아서며 거절했다.

"어쨌든 ... 내 일도 바빠..."
"히잉~ 오빠.."

진영이 다시 종범의 목도리를 잡으며 울먹였다.

"좀 놔! 놔! 놔!"

종범은 냉정한 표정으로 진영에게 말했다.진영은 울기라도 할듯 종범을 쳐
다 보며 부르르 떨고있었다.종범은 이런 진영을 보며 당혹스러운듯 머리를
긁적였다.

잠시후... 단군대학 합격자 발표장.. 종범은 진영과 함께 합격자 발표 게
시판을 바라보며 한심한듯 한숨을 내쉬었다.
'아..맙소사.. 나는 어째서 -싫다!-라는 말을 한번도 못할까..?'

"몇번이야? 진영아..?"

종범이 게시판을 보며 말하자 진영이 우물쭈물하며 말을 더듬었다.

"그..그런거....말...못해요.."
"이봐....."
"역시..혼자 보고 올래요.."
"야..야....으.."

진영은 금새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수험표를 한번 보고 발표 게시
판을 한번 올려보았다.종범은 말없이 진영의 행동에 관심을 가졌다.그녀
의 행동이 어떠하느냐에 따라 합격인지..불합격인지 알수있을테니까....
진영은 어느사이에 가까이 다가온 종범을 보고는 울먹였다.그리고 기쁜듯
소리치며 종범의 가슴에 안겼다.

"아..있어요! 있습니다아~~~!"
"야~ 그거 잘됐다!"
"있어요~ 있어~~~"
"그래..."
"잘됐어요! 만일에 떨어지면... 여자애가 재수까지 하게 되면... 종범 오
빠처럼 삼수까지 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_^....;"

종범은 진영을 말에 황당한 미소로 그녀를 바라보며 등을 토닥여주었다.
지하철 역에서 종범은 진영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자...그럼..난 여기서.."
"종범 오빠.. 대단히 고마웠습니다.."
"뭘...."
"아! 종범 오빠! 저도 따라 갈께요.."
"-.-....; 돼..됐어... 난 익숙하니까.."

종범은 내빼듯 금새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한영대학 합격자 발표 게시판
앞에 종범은 총총 걸음으로 다가와 수험표와 합격자 발표 게시판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히야..벌써 네시인데...어디....."

-합격 하거든 연락해..-

자꾸 현화의 모습이 떠올랐다.
'합격하면... 전화하면.... 또 옛날처럼.... 되돌아갈수..있는걸까..?'

종범은 다시 게시판을 올려보며 자신의 수험번호를 찾아보았다.그런데 아
무리 찾아도 수험번호가 없었다.. 수험번호는 어디로 날라간것일까?
'6817.....? 6817.......? 6817.....? 6817........?'

깊은 저녁.. 현화는 전화를 기다리다가 깜빡 잠들어있었다.책상에 팔을
기대고 잠들어있던 현화에게 전화벨 소리가 들려왔다.

"띠르르르르르르...띠르르르르르르.."

현화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 전화를 받아 들었다.종범이녀석 합격 했나?

"예...! 예!예! 나 현화인데!"

그러다가 현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뭐어? 지연이야..? 아..아니야..아무일도 없어... 그런데 일? 아...그래
모레 열두시에 사무실로...? 아이쿠... 이게 어쩐일이람..? 알았어.. 좌
우지간 끊어...그럼..."

현화는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눈을 비비며 시계를 쳐다보았다.자정이 넘어
선지 오래였다.현화는 황당한듯 비틀거렸다.

"맙소사..벌써 시간이 이렇게... 그러니까... 종범이.... 떨어졌구나..."

현화는 가만히 앉아 무언가 생각하다가 피식 웃었다.

"정말... 그 바보가.. 떨어지면 떨어졌다구 전화라도 할 것이지......;"

그러다 또다시 현화의 머리속에 무슨 생각이 스쳐가자 황당한듯 이맛살을
일그러트렸다.그리고 얼른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그녀석 성격으로 전화할리가 없겠지..."

종범의 집 전화번호를 하나 하나 눌렀다.

"......."

현화의 표정이 잠시 무표정했다.그리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만두자... 여기서 고삐를 풀어주어서는 안되니까..."

한편 종범은 전화기 앞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합격 하거든...연락해...-

종범은 현화의 말을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가장 잘 본줄 알았던 한영대가 실패... 이러면 나머지 두 학교도..'

종범은 자신의 방으로 가서 책상에 앉아 내내 한숨을 내쉬었다.지난번 현
화에게 지하철역에서 하던말을 생각했다.

-혼자서 해보려구..생각하고...-

"아이구..바보.. 그런 말따위는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현화의 밝은 미소를 떠올리며 종범은 책을 들춰보았다.
'만일에..전부 떨어진다면... 전화도 못하고........ 모든것이 그대로 끝
나버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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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WINTER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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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原 秀 측 HARA HIDENORI
각 색 김 준 혁 제 78화 기다리는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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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화는 달력에 날짜를 하나하나 표기하며 불안스러운듯 중얼거렸다.

"아..맙소사..벚꽃이 피었어..? 이제 동건대와 중암대 뿐이라...괜찮을까?
정말...? 그러기에 공부하는것 도와주겠다고 했더니... 바보.. 올해도 또
몽땅 미끌어지면 어떡할려구..."

그러다가 현화는 뭔가 못마땅한듯 눈살을 찌푸리며 수화기를 집어들어 영
덕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

"앗! 영덕이니? 나야..나..현화...응 잘있지? 아..뭐좀 부탁하려고 하는데
저어..내일 시간 있어...? 그럼.....저..."

다음날 아침....종범은 역에서 내려 동건대 합격자 발표장으로 향했다.그
런데 역앞에서 영덕이 신문을 펼쳐들고 종범을 기다리고 있었다.종범은 황
당한듯 영덕을 쳐다보았고,영덕은 신나 떠들어댔다.

"야~ 늦었네 종범! 벌써 합격자 발표가 됐어~ 빨리 가보자!"
"^_^.......;"
"그러니까..요컨대 중암대든 동건대든 어디라도 상관 없는거지..? 문제없
어.. 문제없어.. 어딘가에 합격됐을테니까..."
"뭐하러 왔어..?"

종범이 슬쩍 곁눈질을 하자 영덕은 주머니에 손을 쑤셔넣으며 불쾌한듯
떠들어댔다.

"뭣하러 왔느냐니? 그런말 따위밖에 할수없어? 걱정되어서 왔는데..."
"걱정마! 혼자서라도 실컷 볼수있으니까...!"

동건대학 합격자 발표장... 영덕은 종범의 손을 잡아끌고 발표장으로 달려
갔다.사람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있다아! 있어! 됐다! 됐어!!"
"야아~ 이쪽이야! 이쪽!"
"와아~"

"수험번호가 몇번이야?"
"괜찮다니까.."

영덕의 물음에 종범은 입을 삐죽 내보이며 혼자 게시판으로 향했다.

"야..종범..새삼스럽게 창피해할 필요는 없잖아..벌써 삼수씩이나 했으면
서..."
"귀찮게 하지마!! 내가볼거야..."

종범은 5936이라는 수험번호를 수험표에서 확인하고는 게시판을 올려보았
다.
'5936.....5936.....5936.....5936...'

종범은 멍하니 게시판을 바라보며 번호를 찾았다.
'5936....5936....5936.....'

그러나 게시판은 5936이라는 번호를 잊고있었다.5921..5928..5933...5940.

"아...........?!"

종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뒤에서 영덕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이제 한군데 남았구나.."

영덕은 종범과 함께 중암대로 가며 내내 떠들어댔다.

"괜찮아... 요컨대 한곳만 붙으면 되는거 아냐? 문제 없어..문제없어..
중암대가 있잖아! 넌 맨날 그곳에 가고 싶어했잖아? 역시 사나이는 중암
대야! 중암대!"
"........"

종범은 힘없이 고개를 들어 중암대의 건물을 바라보았다.

"........"

영덕을 흘낏 종범의 힘없는 얼굴을 바라보다가 어깨를 도닥이며 활기차게
말했다.

"새삼스럽게...왜그래?! 전부 떨어진다 해도 내년이 있잖아! 괜찮아!"
"...내년은 없어."

종범은 흐릿해지려는 눈가를 바로잡으며 단정짓듯 말하고는 게시판으로 향
했다.

"금년에...안되면.... 대학은 단념할거야..."

"이야호~ 만세~ 만세~"

옆에서 사람들의 함성소리가 들려왔다.전화를 거는 사람도 있고, 합격해서
즐거워 떠들어대는 사람도 있었다.떨어져 슬피 우는 사람도 있었다.

"바보야..울지마! 울고싶은것은 너만이 아니야! 너만 떨어진게 아니니까!"
"도대체 바로 들어간다는 것이 무리야.. 지금은 재수가 당연한 것이니까!"
"그말이 맞다."

이 광경을 보던 영덕이 종범의 어깨를 다시 토닥여주며 나즈막히 말했다.

"기운을 내라..기운을.."
"........"
"이런말..하면 화낼지도 모르지만.... 그까짓 시험이 뭐 대단하다구.. 목
숨까지 뺏길 정도는 아니잖아...?"

영덕은 씩 웃어보였다.

"그러니까...알겠지..?"
"............응.."

종범은 미소를 지으며 게시판으로 향했다.수험번호는 19903.이게 마지막
운명을 좌우할 번호였다.여기서 떨이지면 그 3년간의 고생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것이었다.너무 우습지 않은가? 그 3년이라는 기나긴 세월
의 댓가가 이 몇초도 안되는 시간속에서 결정이 된다는 것이...? 현화와
도... 그리고 가족들과도... 또한 자신과도... 모든것의 운명이 이 몇초
동안에 결정된다는것....

19903.....

종범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게시판을 둘러보았다.가슴이 쿵쾅거리고 숨
쉬기 어려울 정도로 답답했다.뭔가 속에서 끓어 오를듯 해서 마음을 진정
시키려 연거푸 거친 숨을 내쉬엇다.게시판을 쭈욱 흩어보던 종범은 문득
19000대의 숫자가 쓰여진 줄을 보고 그쪽을 쭈욱 내려보았다.멍하니 바라
보던 종범은 가만히 제자리에 서서 자신의 번호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
했다.그리고 머뭇거리던 종범은 힘없이 뒤돌아섰다.

"........?"

영덕은 힘없이 뒤돌아서는 종범을 바라보았다.종범은 씩 웃었다.그리고는
손가락을 들어 가위표를 해보였다.

"..............?!"

영덕이 황당한듯 게시판쪽으로 향하며 말했다.

"야..... 종범...잘 찾아 봤어? 한번 더 찾아보지 그래?! 야! 몇번이야?
수험번호 몇번이야?"

영덕은 종범을 불렀지만 어느사이에 종범은 사라지고 없었다.영덕은 잠시
근심스러운듯 종범이 사라진쪽을 바라보다가 힘없이 게시판을 스쳐지나
갔다.

"...........??"

문득 써 붙여진 공고문 하나가 영덕의 눈가에 비춰왔다. 영덕은 황당한듯
물고있던 담배를 흘렸다.무슨 공고문이었기에..?

종범은 어두운 거리를 힘없이 걸었다.그 늦겨울의 추은 바람이 그의 몸에
한껏 부딪혀 사그라졌다.
'떨어졌다....전부 떨어진것이다....'

종범은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2년을 했는데도.... 전부 떨어졌다....전부...'

종범은 문득 공중전화 박스를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현화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합격하거든... 연락해..-

하지만...이제는.... 그 말은 멀리로 사라져 버렸다.언젠가 공항에서 그녀
를 안고 울었을때... 마지막에라도 매달리고 싶던 그녀에 대한 마음이 갑
자기 울컥 터져 버릴것 같았다.

"........"

'모두 떨어졌다... 이젠...끝난것이다...'
종범은 힘없이 발걸음을 옮겼다.그러다 종범은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공중
전화 박스로 가서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역시 집에만은 연락을 해줘야겠어...'

-띠리리리리...띠리리리리...찰칵-
"아..여보세요..!"
-임마아~~~~~~!!!!!!!!!!!!!!!!!!!! 이 바보야!!!!!!!!!!!!!!!!!!!!-

갑자기 전화속에서 난데없이 영덕의 커다란 목소리가 쩡 하니 울려왔다.

-종범이냐?!-
"뭐..뭐야? 영덕이...?"
-뭐고 자시고가 어디있어? 너 다시 한번 중암대에 갔다와!-
"왜...?"
-너 몇수를 했냐? 예비 합격이라는게 있잖아?! 그것도 보지 않는 녀석이
어디있어?!-
"하지만..예비합격이라도.."
-바보..혹시라도 모르잖아! 빨리 가봐!-
"으응..."

종범은 급히 수화기를 내려 놓고 중암대로 달려갔다.어두운 합격자 발표장
에는 아무런 사람의 모습조차 볼수없었다.멀리 대학건물에 몇개정도 켜져
있는 불빛이 별빛과 어우러져 흔들리고 있었다. 종범은 여기저기 둘러보다
가 멀리 붙여진 예비합격자 명단을 보고 그곳으로 걸어갔다.종범은 머뭇
머뭇..망설이다가 손가락으로 번호를 찾기 시작했다

19735
19885
19903
19915

"...........!!"

19903!

종범은 믿기지 않는다는듯 멍하니 게시판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키득 키득
웃기 시작했다.왠지모를 안도감이 온몸 깊숙히 젖어드는 것이었다.

"아....있구나...있어...!!"

어두운 저녁 현화는 시계와 전화기를 번갈아 쳐다보며 한숨을 짓고 있었다
초조한 마음을 달랠길 없어 차를 끓여 마시면서도 내내 전화기를 바라 보
았다.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띠르르르르르... 띠르르르르르르"
"......?"

현화는 머뭇거리며 수화기를 집어들었다.그리고 다소 어색한 표정으로 말
을 꺼냈다.

"예....현화 인데......아...? 종범.....? 에...? 아....."

그리고 현화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행복감과 안도감에 가득찬 표정을...

"종범.......반갑다...있었다구....으응...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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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WINTER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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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原 秀 측 HARA HIDENORI
각 색 김 준 혁 제 79화 겨울이 끝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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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
현화는 길거리에서 수험정보지를 흩어보다가 문득 고려대 합격자 명단에
'서준'이라는 이름이 있는것을 보고는 책을 덮으며 씩 웃었다.그리고 잘
되었다는듯 기지개를 켰다.
'그래..잘되었어... 정말..잘되었어..준...'

현화는 미소를 지으며 거리의 끝으로 향했다.
한편...

"그러니까..좀 기다려봐~ 영덕."

종범의 집..종범은 영덕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불안한듯 말을 이
었다.

"합격이라고 해도 예비합격자라구... 아직 통지도 안받았는데 축하 파티
라니....? 그런..."
-맞다! 그렇게 말하니까.. 금년에는 결원이 적다나봐... 예비 합격이라도
마음놓기는 힘들거야....-
"윽...저 말이다..."
-헤헷..그래도 됐어! 예비 합격은 합격이나 다름 없어! 10일밤에 파티
하자!-
"임마! 임마!"

종범이 다급히 외치자 영덕이 약간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할수 없어...난 10일밤 밖에는 시간이 없거든..-
"도대체 왜 매사를~ 네 형편에만 맞추려는 거냐?"
-아니..모처럼의 내 우정을 헛되게 할 작정이야?!-
"너..사실..그냥 먹고 마시고 싶을 뿐이지?!"
-헤헷...뭐 어때? 어쨌든 10일날이다! 현화와 대장에게는 내가 연락할께!"
".........-.-....;"
-다 알아 들었겠지? 그럼 꼭 합격해둬! 이만.. '찰칵'-
"-.-.....;"

종범은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못말릴 녀석이군... 합격해두라고 했겠다... 어쩔수 없지..
기다리는 수 밖에..."

'그러고 보니 금년엔 결원이 적다구..?'
종범은 영덕의 말을 떠올리며 자기방으로 향했다.그리고 다시한번 발길을
멈추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래..역시 기다려 보는 수밖에.."

한편 서울대학의 합격자 발표장.. 하영은 게시판을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힘없이 돌아섰다.멀리서 철규가 말없이 하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

하영은 잠시 철규를 쳐다보다가 그에게로 다가가 울먹였다.그리고 왈칵
울음을 터트리며 미소지었다.한손으로는 V표를 하고서는.... 철규는 활
짝 웃으며 하영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그리고 힘껏 하영을 안아 주
었다.하영은 울음을 그칠줄 몰랐고 철규는 하영을 안으며 학교 밖으로
정겹게 걸어갔다.그들이 걸어간 길로는 꽃내음이 물씬 풍기는 캠퍼스의
푸른 잔디가 바람에 춤을 추고있었다.

운명의 10일 저녁... PARYO라고 써있는 중암대학 근처 생맥주집에서 영
덕과 대장,현화가 종범을 기다리고 있었다.영덕은 흘끔 시계를 쳐다보았
다.

"늦는구나..."
"오늘 파티..잊어버린것은 아니겠지..?"

그러다가 갑자기 대장과 영덕이 서로를 쳐다보며 말했다.

"혹시!! 설마하니..... 결원이 없어서.....빠졌다던가..."
"쾅! 쾅!"

현화가 주먹으로 대장과 영덕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올꺼야!"
"^_^....으으...그래.."

"딸랑..딸랑.."

마침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종범이 안으로 들어섰다.

"왔다! 왔어!"

모두 미소로서 종범을 바라보았지만 종범은 힘없이 그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언제나 처럼 침울한 표정으로 어쩔줄 몰라했다.현화는 입이 닫히
지 않는듯 멍하니 종범을 바라보았다.영덕과 대장은 어리둥절해 했다.

"뭐..뭐야..?"
"설마 하니....?"

종범은 잠시 눈길을 돌리다가 갑자기 이를 드러내미 씩 웃어보였다.그리고
코트안에서 합격 통지서를 꺼내들며 아주 장난스럽게 말했다.

"없어~"

"..........;"

영덕과 대장,현화는 잠시동안 아무말 없이 황당한듯 종범을 바라보다가 서
로를 쳐다보았다.그리고는 영덕과 대장이 종범에게로 달려들었다.

"이녀석이~~~~!! 놀래키지마!!!"
"해냈군요! 종범!"
"축하해~"
"헤헷..."

영덕과 대장,현화는 술잔에 술을 따른후 높이 치켜들며 외쳤다.

"그럼 삼수끝에 겨우 합격한 종범을 위해~~ 그것도 예비 합격자로 겨우
합격한 종범에게!! 건배!!!!!!!!!!!!!!"
"^_^......;"

밤새 그들은 술마시고 떠들어댔다.2년간의 회포를 풀듯이... 떠들고..
마시고..또 떠들고..또 마시고..한참후에야 생맥주집을 나와 거리를 걸
으며 즐겁게 소리쳤다.

"삼수 만세~~~!"
"예비합격 만세!!!!!!!"

영덕이 잔뜩 취해서 대장을 보며 말했다.

"헤헤..그럼 다음..2차는..?"
"미안해.. 난 주머니에 천원 밖에 없어요.."

대장이 손을 내저으며 텅빈 지갑을 들어보이자 현화가 불쑥 튀어나와 취한
듯 소리쳤다.

"그럼 우리집으로 가서 마시자~~~~~~~~~~~!! 술이라면 얼마든지 있다!!!!"
"얏호~!"

영덕과 대장은 즐겁게 환호성을 질렀다.
현화는 문득 뒤에서 느릿 느릿 걸어오는 종범족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그에게로 달려가며 외쳤다.

"종범~~~! 뭘하고 있는거야?! "
"아..."
"종범! 합격 축하해!!!!!!! 그런데 왜 그렇게 시무룩한거야?"
".........."

종범은 잠시 현화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

현화는 이상한듯 종범을 바라보았다.종범은 가만히 현화를 바라보다 고개
를 숙이며 나즈막히 입을 열었다.

"미안해....."
"...............?"
"2년동안이나... 여러가지로 미안해.... 그리고 2년동안 정말..너무 고마
웠어..... 정말로.....대단히...고마웠어..."
"............"

현화는 잠시 머뭇 거리다가 픽 돌아서며 말했다.

"뭔가... 이별의 인사 같잖아..."
"아?! 아니야! 그..그렇지 않아! 뭐라고 할까... 그냥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어..... 그러니까...앞으로....도....?"
".....훗.."

현화는 다시 뒤돌아서서 종범에게 다가와 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잘됐어....♥.. 정말.....잘됐어~~~♥"
"........"

종범은 우물쭈물 망설였다.현화는 다시 고개를 들어 종범을 바라보며 활
짝 웃었다.하지만 종범은 웃지 않았다.그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현화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슬쩍 현화에게 가까이 다가갔다.현화는 어리둥절한듯
두리번 거리다가 휙 뒤돌아서며 소리쳤다.

"자~ 이제!! 집에 가서 마시자!!!!!!!!!!!!"
".......;"
"영덕아~~~~~~~~~~~~! 마른안주! 마른안주좀 사와!!!!!!!!"
"에...? 내가..?"

종범은 이런 현화를 바라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한번 쯤......."
"야아~~~~~~~ 종범! 어물어물거리지마!!!!!!!!"
"아...알았어.."

현화의 외침에 종범은 그녀의 뒤를 쫓아 환하게 밝은 거리의 가로등
아래로 향했다.어느사이에 멀리로 물러가는 겨울의 모습이 그들 위로
비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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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WINTER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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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原 秀 측 HARA HIDENORI
각 색 김 준 혁 EPILOGUE 그리고 바로 이 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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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따스한 오후.. 신촌의 어느 거리에서 종범은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가 시계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옆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아~~~~~안!"
"늦..늦었....."

종범이 재빨리 손가락을 들어 화난듯 말하려고 했다.그런데 기다리던 현화
가 아니었다.다른 남여가 서로 만나는 모습이었다.종범은 황당한듯 팔짱을
끼며 눈길을 하늘로 향했다. 그 거리에는 만나는 연인들의 모습이 계속 스
쳐갔는데도 현화는 얼굴조차 보이지 않았다.종범은 시계를 쳐다보다가 한
숨을 내쉬었다.
'으으...적당히 해... 벌써 한시간이나 지났어!'

"저..."

옆에서 누군가가 종범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겨 불렀다.종범은 현
화라고 생각하고는 잔뜩 눈살을 찌푸리며 옆을 돌아보았다.그런데 거기 서
있는건 다름 아니라 준이었다.

"안녕!"
"아...."
"오랫만이군요! 누구 기다리죠?"
"아..응..좀.."
"아하! 현화씨군요! 그사람 시간을 지킨적이 없으니까 기다리는게 당연하
죠!"

준은 활짝 웃으며 떠들어댔다.

"그..그래.."
"아참..그런데 어떻게 됐죠?"
"에...?"
"대학 말이예요..대학!"
"아.....그러니까...중암대에.."
"햐아~~~~! 해냈군요! 으음..삼수한 보람이 있었어요!"

준이 씩 웃으며 말하자 종범은 멋적은듯 머리를 긁적였다.

"아..아냐..그런데 그쪽은...?"
"아...저도 합격이예요..고대.."
"오~ 고대? 단번에?"
"훗...그래도 안갔죠..."
"엣..?"

종범은 황당한듯 준을 쳐다보았다.준은 말없이 눈길을 돌렸다.종범이 당
혹스러운듯 다급히 물었다.

"아..안갔다니..? 그..그건 왜?"
"............"

준은 말없이 한숨을 내쉬었다.순간 종범의 눈앞에 현화의 모습이 스쳐갔
다.
'아..서..설마.... 설마..그런 바보같은.... 현화 때문에...그런..'

"서울대를 봤었어요.."

갑자기 준의 말에 종범이 놀라 준을 쳐다보았다.준은 씩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서..합격했죠...서울대..헤헤.."
"엣...?...."
"............^_^.."
"....으에에엣?!!?!?!?"
"뭘 그렇게 놀랄것 까지야..... 이번에 고려대 보기전에 안되리라고 생각
하면서 서울대 시험을 한번 봤었어요.. 그런데 그럭저럭 했기 때문에 시
험 삼아 본고사를... 왜 금년에 국공립이 후기날짜에 시험보게 한것 있
죠..? 무슨 돈이 안든다든가..? 그래서....그런 소리 들었어요? 종범?"

하지만 이미 종범은 멍한 상태로 준을 쳐다보고 있었다.얼이 빠진듯 준을
쳐다보는 종범...준이 종범의 눈앞에 손을 흔들어 보였지만 종범은 움직
일줄 몰랐다.보통 충격이 아닌듯했다.

"아..그건 그렇고... 데이트 방해하면 안되니까..전 이만..."
"아...."

준은 뒤돌아서 자기 갈길로 가려다가 다시 슬쩍 종범을 돌아보았다.

".....왜..?"
"......"

준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현화씨에게 안부전해줘요!"
"아...그래.."

준은 다시 뒤돌아서 수많은 사람들 사이로 사라져갔다.이런 준을 보며 종
범은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재수없이 서울대에 들어갈 정도인데... 늘씬하고 스타일도 멋장이...
성격도 나쁜건 아닌데...무엇때문에...무엇때문에 현화는 나 따위하고..
알수없어...'

그러다 종범은 문득 시계를 보고는 황당한듯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으악! 벌써 2시?! 정말 뭘하고 있는거야? 이 바보가!"
"콰아앙!!"

갑자기 현화가 잡지뭉치를 들고 나타나 종범의 머리를 강타했다.

"누가 바보라는 거야..?"
"으으... 늦었어! 몇시간째 기다리게 한거야?!"
"헤헷..난 기다리는건 질색이라구.."
"으으..나도 마찬가지야.."

종범은 주머니에서 영화표를 꺼내 쓰레기통에 던져넣으며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할거야? 영화는 벌써 시작했을테구.."
"그럼 됐어..다음에 보면 되지..뭐.."
"네가 나오라고 그랬잖아! 이미 예매까지 해두었는데..."
"하하...그랬던가..? 별로 기억이 안나는데...? 좌우지간 뭐 먹자!"
"^_^.....;"

종범과 현화는 근처 음식점으로 들어가 잔뜩 음식을 시켰다.

"어때? 대학 생활은 익숙해 졌어..?"
"응..그냥..그래.."
"시간 배당은 제대로 생각했겠지...? 이상한 선택 하면 나중에 비참해!"
"괜찮아..."
"그래두...이것저것..잘해야 한다구..."

현화는 그러면서 계속 떠들어댔다.종범은 음식을 먹으며 황당한 표정으로
현화를 쳐다보았다.
'참 잘도 얘기한다..'

음식점에서 음식을 다 먹고 나온후 현화는 크게 하품을 하며 중얼거렸다.

"아..졸려... 배가 부르면 식곤증이 온다니까.."
"일을 오래했어..?"
"으응... 요즘 바빠서... 야간에만 작업한다구.."

그러다가 현화가 문득 종범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것을 느끼고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문제 없어! 걱정해주지 않아도... 오늘은 너무 많이 자서 졸린 거니까.."
"흐..그래서 늦었군..."
"그건 그렇고..어디 좋은데 없어..?"
"아무데나...."
"뭐야? 모처럼의 데이트인데.. 아무런 생각도 안해봤어?"
"영화 보기로 했었잖아!"
"아...그런가...;"

종범과 현화는 별수없이 한강 고수부지로 향했다.공원에는 여러 연인들이
정겹게 거닐고 있었다.종범은 곧 음료수 자판기로 달려가 음료수를 꺼내들
고는 멀리서 기다리고 있는 현화에게 달려갔다.

"..........?"

어느사이에 현화는 의자에 앉은채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종범은 슬쩍 그녀
의 옆에 음료수를 올려놓았다.그리고 자기의 음료캔을 따서 한모금 마신후
조용히 잠에 빠져있는 현화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나즈막히 말했다

"현화...."
"ZZZZZZ"
"앞으로도..... "
"ZZZZZZ"
"잘 부탁해...."
".....아?!?!?!"

갑자기 현화가 벌떡 일어났다.그리고는 침을 닦으며 두리번 거렸다.

"어라? 나 잠들었었어?"
"아..으응..그..그래."

종범은 갑작스럽게 현화가 벌떡 일어나 깜짝 놀라 더듬 더듬 대답했다.
이런 종범을 현화가 이상한듯 쳐다보았다.

"어라? 무슨말 했었어?"
"아..아니야..아무것도..."

종범은 눈길을 돌리며 음료수를 마셨다.잠시후 공원을 걸어 거리로 나온
현화는 하늘을 보며 말했다.종범은 흘끔 그녀를 쳐다보았다.사육신묘 쪽
돌담길(?)에는 나무들의 새파란 잎새가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나뭇잎이
흔들리자 현화는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으음~ 어찌했든 좋은 날씨야.."
"그래..그런데 지금 어디가는거지..? "
"글쎄.."
"글쎄라니..?"
"좋지 뭐.. 산보 가는거야..산보!"
"현화..어디가서 차 마시자.."

종범이 당혹스러운듯 현화를 불렀지만 현화는 앞으로 걸어가더니 주위를
둘러보며 신기한듯 소리쳤다.

"히야! 여기다! 노량진!"
"^_^.....;"

멀리 글나래 학원이 보이자 현화가 소리쳤다.

"글나래 학원! 히야..고수부지에서 이런데로 빠지는구나.."
"^_^.....;"
"와~ 있다! 있어! 재수생들이 듬뿍~"

학원가에 넘쳐흐르는 재수생들을 둘러보던 현화가 한명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종범을 돌아보았다.

"앗! 저것봐! 저 침울한 녀석.. 종범이 너하고 똑같아!"
"뭐어..?"
"어때..? 뭔가 그립겠지...?"
"뭐가..?"
"어머..? 그래..?"
"그래."
"그럴까...? 나는 그리운데... 2년동안이나 다녔던...."

현화는 피식 웃었다.

"뭐..결국 아무것도 되지는 않았지만..."

따사로운 햇살이 그녀의 머리위로 한껏 내려앉았다.종범은 현화의 말에
눈길을 돌리며 불퉁거렸다.

"그런것...없다고 생각해."
".......?"
"학원에 갔었으니까...."

종범은 슬쩍 손을 옮겨 현화의 부드러운 손을 잡아쥐었다.

"그러니까...지금 이곳에 이렇게 오게된거잖아..."
".....!"

현화는 놀라 자신의 손을 잡고있는 종범을 쳐다보았다.그러다가 키득키득
웃었다.

"푸후훗.."
"뭐야?"

종범이 불쾌한듯 흘끔 현화를 쳐다보았다.현화는 웃음을 참을수 없는듯
킥킥 거리며 말했다.

"..그래서....이렇게 된거잖아..? 푸후후훗.."
"..........;"

종범은 현화를 곁눈질로 흘기다가 잡고있던 손을 떨쳐버렸다.

"앗! 아냐~ 종범!"

현화가 재빨리 종범의 손을 잡았다.그리고 다른 한손도 마저 종범의 손을
잡았다.차갑지만 따스한 손의 체온이 온몸으로 느껴졌다.현화는 두손 모두
종범의 손을 잡고 그를 따라 걸었다.현화는 활짝 웃었고,종범도 현화를 보
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2년전 처음 그녀를 만났을때는 비가 왔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와 함게 걷는 이거리는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 빛나고 있
었다.학원가에는 재수생들이..또 삼수생들이 듬뿍 넘쳐흘렀고,모두들 대학
입시에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종범도 그 2년이라는 재수생활동안 너
무나도 많은것을 느꼈고,또 얻었다.재수의 시작에 대한 고통부터 하영에
대한 끈질긴 사랑,현화와의 만남,삼수의 시작,그리고 마지막으로 진실한
사랑의 대상은 현화... 종범은 하늘을 보며 한껏 웃어보였다.이 거리를 현
화와 함께 걷는것이 더없이 즐거웠다.밝은 햇살의 빛을 한껏 받으며.....
현화의 부드러운 손을 느끼며.... 입가에 맺힌 웃음을 공기중에 띄어보냈
다.앞으로도 고통이 있을지 모른다.또 어떠한 어려움이 닥칠지도 모르지
만...지금의 종범으로서는 모든것을 헤쳐나갈 자신이 있었다.현화만 옆에
있어준다면...... 그 모든것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릴수 있었다.

기나긴 여운이 오래 머무는 그곳에서 종범과 현화는 걷고 있었다.지나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모두 안개속에 사리지고 오직 종범과 현화만 그곳
에 존재하는듯... 아직도 종범과 현화가 잡은 손에는 따스한 온기가 서려
... 둘의 마음을 따스하게 녹여주고 있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jakka: 사실 만화책에서도 다소 여운없이 끝나는것 같아서 여운을 넣어 보
려고 애를 써봤지만..역시..무리..?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겨울 이야기를 끝내며.......

올리버스톤의 말을 잠깐 빌린다면 '나는 리버윈드를 쓰다 지친 마음을 달
래기 위해 피크닉 가는 기분으로 겨울 이야기를 시작했다.'라고 말할수
있겠죠.

하지만 무엇이든지 피크닉이라는것은 몸고생,마음고생 하게 만드는 것이죠
시작할때는 대수롭지 않게... 놀러가는 기분으로..홀가분하게 쓰려고 했는
데... 놀랍게도 이 글을 쓰며 제 자신의 한계를 너무나 잘 느낄수 있었습
니다.이 만화에서 표현된 수십,수백가지의 표정묘사들을 제 솜씨로 표현
하는데는 너무나 많은 한계가 있었습니다.그때 그때 표정묘사에 충실하려
했지만... 수십 수백개의 표정묘사를 10%도 제대로 표현했다면 정말 소원
이 없겠습니다.언제나 글을 쓰는것은 쟝르에 관계없이 최고의 일이다-라
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이게 창작이든,각색이든 그렇게 신경 쓸일은 아니
겠죠.무엇보다도 누구든 느끼는거지만 어떠한 일을 끝냈을때의 기쁨이라는
것은 이루 말할수가 없죠.좌우지간 긴말 필요없이 글을 끝내게 된것은 너
무나 기쁩니다.

이 겨울이야기라는 만화는 근 1년 사이에 총몽(銃夢-GUNNM-국내 만화 출
시제목은 '싸이보그 엔젤')과 함께 가장 재미있고,가장 감동적이고,가장
가슴뛰게 본 만화였습니다.재수라는 상황에서 너무나 가슴에 와닿는 말
도 많았고.... 또 감동적인 부분도 많았고...(어느분께서는 왜 자신은
재수하면서 한번도 여자를 못만났는지 한탄하신다는 분이 계시던데..)
눈물나는 부분도 많았습니다...(감동적인것과 눈물?) 결국 끝내고..또
아쉽고... 연극 무대에서 화려한 연기를 하던 배우들이 연극이 끝나면
그 텅빈 무대를 보고 허탈해 하듯이... 글쓰는 이도 그 연재를 끝냈을
때의 허탈감과 아쉬움이란 이루 말할수 없는 거겠죠.앞으로도 또 열심히
글을 쓰며 제 나름대로의 글쓰는 욕망을 채워가고..또 더 좋은글,더 마
음 한구석에 남을 여운이 있는 그러한 글을 쓰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시고 성원해주신 모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럼....안녕히 계시고(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구정인사-)
1994/02 -김준혁(jakka)(duck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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