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남편 몰래 경험한 색다른 세계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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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5,555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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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낯선 풍경속의  자화상  >

             *          *          *          *

순간적으로 숨이 멎은 나는, 머리밑에 베고 있던 하트형 쿳션을,

가슴에 끌어당겨 꼬옥 안고 "할딱할딱" 가쁜 호흡을 한참 동안이나 골라야했다.


[하아..후..아무래도 오늘...누님을, 댁으로 돌려보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후우~~며...몇 시에요? 어머머...동건..씨! ]


물수건을 만들어 내 젖은 몸을 닦아내는 남자..

허리밑에 받쳐졌던 물건이 뭔가 하고 바라보았더니..맙소사..동건씨 밥공기..

싱긋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베어문 남자는 다시 슬슬 손을 뻗는다.


식탁위에서..몸을 옆으로 뉘인 채 쿳션을 끌어안고 있는 내 몸 구석구석을,

정성껏 닦아주는 남자.

그의 사정액과 내가 쏟아낸 부끄러운 물이 혼합된 칵테일,

아직도 내 음부에서 뭉클거리면서 애액이 흘러 나오는데..

이 남자 물수건으로 내 몸 어디를 닦아냈는지..모르겠다.


 "아우~~아그그!! 하아~ 으그극!! "


오르가즘을 경험하면 속살이 극도로 예민해지는 여자들이 있다는데, 내가 그런가보다.

땀과 체액을 물수건으로 닦아주면서 내 사타구니에서 흘러나오는 애액을,

손가락에 묻혀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남자.

 "으그극" 나는 온 몸이 오그라드는 희안한 쾌감을 느껴버린다.


[누님..이게...음~ 큼지막하니..가지고 놀기 좋은데요]

[으그~~그..그만, 너..너무 이상해...요..아우~~~]

[좋아요? 그럼..왼쪽 무릎을..이렇게..좀 세워주실래요? ]


웅크려 허벅지를 꼭 맞붙게 힘을 주고 있는데.. 왼쪽 무릎을 세우면..아이, 안돼!

그러나 신기하게도 스르르 벌어지면서 세워지는 무릎,


또 다시 활짝 펼쳐진 내 음부 속살을 잠시 동안 한가롭게 감상하던 남자는,

자신의 손에 묻은 그 애액을 남성의 거기에다 듬뿍 발랐다.

그리고는 한 번 사정했는데도 여전히 시뻘겋게 달아있는 열방망이를 고쳐잡는다.


[형님이랑..이런 자세로도 해보셨습니까..?]

[아이..몰라요]

[제가 한쪽 다리를 올려서...]

[하우~~망측하게...] 


식탁모서리에 서서 나의 한쪽 무릎을 천장을 향해 세워둔 남자는..

별 해괴한 자세로 심벌을 삽입해 온다.

오르가즘의 나른한 여운을 즐기고 있던 나는, 다시 온 몸에 긴장이 흐름을 느꼈다.


자신의 발 하나를 식탁위로 올린 남자, 내 엉덩이를 가로질러 다리를 걸치더니,

아랫도리를 바짝 밀착시킨다.

(측와위에 스탠딩 다이아몬드..자세가 변형된 체위입니다)

과연 그런 자세로 성기가 결합될까 의문스러웠는데..

새우등처럼 구부린 내 몸 중심부에 측면에서 삽입을 시도하는 남자..


근데..망측하긴 했지만 남자의 심벌이..숫나사가 암나사 입구에 조여지 듯 맞춰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괴상망측한 그 자세는 나로 하여금 눈조차 감을 수 없게 만든다.


비록 옆으로 보이지만(내가 누워있기 때문에),

남자의 황금색 엉덩이 사이로, 내 음부에 삽입된 그의 심벌이 고스란히 다 보이는 게 아닌가.

그것도 주름이 짜글짜글한 구슬자루가 덜렁덜렁 흔들리는 모습까지 포함해서..


턱턱!!

심벌의 끄트머리가 내 음부에 얕게 들어온 대신,

덜렁거리는 그의 구슬자루가 내 몸의 핵심,

그러니까 방금전에 남자가 발딱! 표피를 벗겨 까놓은 클리토리스..거기에 충격을 가해온다.


남자 허리가 움직일 때 마다 반동력까지 더해져서 패대기질을 치는데.. 

나야 한쪽 가랑이만 벌려 세우고 구경만 하면 되지만,

남자는 엄청 힘들고 체력 소모가 많을 것 같았다.


[도..동건씨...힘들텐데.. 하아~~ 으으응!!]

[좀 그렇긴 해도...누님이 좋아 하신다면...]


남성의 끄트머리가 음부입구 아래쪽을 자극하면서 구슬자루가 핵심에 "탁탁" 부딪치는,

그 아찔한 자극과 쾌감 그리고 흥분감은...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성관계를 할 때..시각적인 자극은 남성들만 느끼는 게 아닌 모양이다.

물기에 젖어 살갗에 찰싹 달라붙은 치모..아래로,

기름칠을 한 듯이 번들거리는 남자의 성기가,

내 음부 사이를 가로질러 폭폭 들어왔다 나가는 그 광경은 정말 보기만해도 아찔하다.


여운을 즐기며 차분하게 식어가던 내 몸은 다시금 뜨겁게 달아오른다..

동건씨의 심벌이 내 음부속으로 드나드는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니,

(나는 아직 성인비됴를 본 적은 없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그 장면은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햇빛을 자주 보지 못하는 때문인지, 남자의 동체는 연한 살구색을 띄고있다.

근육질의 상체가 땀에 젖어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

무언가에 몰입해 열심히 일하는 남자..내가 무얼 해줘야하나..?


내 엉덩이를 한 손으로 감싸안으며 나머지 손으로 내 유방을 움켜오는 남자,

나 역시 손을 내밀어 남자의 땀에 젖은 가슴을 훑으며 가볍게 어루만진다.


[아~아!! 하~~아, 하으으~~~>

대담하게 교성을 흘려내며, 남자의 힘찬 움직임에 암묵적으로 호응을 한다.

이따금씩 엉덩이를 푸들푸들 떨면서 내가 반응하고 있다는 걸 몸태로 보여주기도 했다.


남자가 왼쪽으로 허리를 흔들면서 진입해 들어올 때는,

어김없이 클리토리스가 자극을 받았고,

짧게 그러나 빠르게 끊어치면서 심벌끝이 음부입구를 폭폭 찔러올 때는,

저절로 질금질금 물(?)이 나올 정도였다.


[아아~~나, 또..이상해..요...어머..!! 하으으~~]


나는 속으로 내가 미치지 않았나 걱정이 될 정도였다.

이미 세 번이나 오르가즘을 느꼈는데..

또 다시 뜨거운 열기가 음부안쪽 깊숙한 곳에서부터 점점 바깥으로 밀려나온다.


가끔 위에서 내려찧는 동작으로 리드미컬하게 내 몸을 자극할 때마다,

 "탁탁!!" "찰박찰박" 하는 끈적한 소리가 내 귓가에 파고 들었다.


청순하고 앳된 얼굴과는 상반되게 요부적인 음란함을 보여주는 몸짓,

한껏 물이오른 농염한 내 육체는 남자의 모든 것을 다 빨아들일 듯,

그렇게 늪지를 만들어갔다.


 "아~~미안하게..나만...힘들어 하는 동건씨에게..."


그 와중에도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던 나는,

남자가 눈치차리지 못하도록 내 엉덩이 어딘가에 주문을 걸었다. 

그의 심벌이 두툼한 음부속살 사이로 들어올 때는 살그머니 주문을 풀었다가,

남성이 빠져 나갈 때는 은근하게 살짝살짝 주문을 넣었다..


[헉헉! 으으.. 누..누님,  누님 보지가.. 제..자지를..물어요]

[아..!! 하아~~ 몰라요..또, 그런 말을..]


둔한 신음소리가 남자의 앙다물은 입술 사이를 뚫고 흘러나왔다.

그렇게 몇 번을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하는데...

아랫도리를 바르르 떠는가 싶더니 푸들푸들 경련을 일으키며 앞으로 상체를 기울이는 남자.

분명히 두 번째 사정을 하는 느낌이 내 음부속에 전해진다.

 

그러나 사정을 하구도 남자는 여유있게 삽입 율동을 계속해 댄다.

그러다가..잠시후, 기울였던 상체를 천천히 일으키며 속삭여왔다.


[음음!! 누님...식탁에서 내려오시면 안될까요?]

[아아~~ 그..그래요...나만 편안하게 누워서..]


이마는 물론 콧등에까지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는 남자의 얼굴,

성난 황소처럼 "씩씩" 뜨거운 콧김까지 마구 뿜어내며 중노동을 치룬 남자.

나는 단내가 날 듯한 그의 입술에 살짝 입맞춤을 해주며 몸을 일으켰다.


내가 식탁위에서 몸을 일으켜 바닥으로 내려섰을 때,

남자는 곧장 내 허리를 붙잡고 내 몸 뒤쪽에서 재 진입을 시도했다.


비록 상황은 틀리지만 마사지샵에서 처음 남자에게 몸을 허락할 때의 그 자세다.

그때는 침대위에서 엎드려 있었지만, 지금은 식탁 가장자리를 두 손으로 짚은..

 

마악 동건씨의 심벌이 삽입되어 서너 번이나 움직였을까?

그런데..바로 그때다...

딩동~~딩동~~현관의 챠임벨이 울린 것은..


나는 기절할 듯이 놀랐다.

등뒤에서 내 엉덩이를 움켜, 껴안고 있던 남자도 마찬가지..


[헉헉! 흡!! 어..어쩌죠? 선배님이 오셨나봐요]

[아그..모..몰라요, 어..어서 빼요..어떡해...?]


열불나게 허리를 움직이던 그는, 깊숙히 들어간 심벌을 꼽은 채 내 의견을 물어온다.

나, 참! 그럴 여유가 어디 있다고..

나는 스스로 그렇게 낮으막한 목소리로 속삭이면서 얼른 몸을 일으켜 돌려세웠다.


음부속에 남아있던 애액과 사정액, 그리고 내 몸 어딘가에서 배여나온 요상한 물기가,

허옇게 밥풀처럼 뒤엉킨 채 남자의 심벌 기둥에 풀칠이 되어있다.


[누,누님...여기..셔츠..치마....]

[쿡쿡..]

그 와중에 웃음이라니..그럼 나오는 웃음을 어떻게 참아..욧!

허둥지둥 당황한 남자는 내 옷가지를 집어주면서 자신의 청바지를 꿰어입었다.

근데..너무 서둔 나머지 오른쪽 바지가랑이를 왼발에 끼웠으니..

크크..덜렁거리는 성기가 지퍼에 낑길 염려는 없겠다.


벌떡 선 남자의 심벌은 어느새 초라하게 쪼그라져 있고..내 몸도 급속하게 식는다.


[야!! 동건아~~ 자냐.. 문 열어...얘가..딩동~!!딩동~~!!]

다시 들려오는 고함소리와 챠임벨..


[누..님...허벅지에....코..콧물이...]

남편과 밥먹다 말고 그짓거리를 치룬 어느 여자,

여자가 밥상을 들고 나갈때, 남편이 다리 사이로 흐르는 그걸 보고는..

콧물이 흐른다고 농을 걸었다는데..


화급을 다투는 그 찰나의 시간에 혀를 낼름 내밀며..내게 장난을 걸어오는 남자.

나는 가볍게 주먹을 쥐고 때리는 시늉을 하면서 서둘러 청치마를 입었다.


나보다 더 허둥거리는 이 남자..

이번에는 라운드형 티셔츠를 뒤집어 입고는, 나로 하여금 배꼽을 잡게 만든다.

그만큼 우리는 허둥지둥 당황해서 정신이 없었나보다.


[우..우선..누님..! 제 방에....]

[..어머..! 내 구두....동건씨...구두 집어줘..]

[그..그렇지..신발도..숨겨야..후우~]


현관에서는 연신 문을 열라는 재촉을 해대고..

남자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내 등을 살그머니 밀쳤다.


[쉬잇...꼼짝말고..숨어계세요. 누님..]

[어떻하죠..? 시간이 늦었는데..]

[선배님이 욕실이나 방에 들어가시면..그때, 몰래 나가시면 될겁니다]


한바탕 소동이 지나가고..동건씨 방에 숨어있던 나는 궁금증이 발동한다.

 "선배라는 남자가 어떻게 생긴 남잘까"하고는 살그머니 방문을 아주 쬐끔 열었다.


소퍼에 앉아있는지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동건씨는 어느새 식탁정리를 마치고는,

일부러 그러는지 "덜거덕" 거리면서 싱크대에서 설거지를 하고있다.


 "주방에서 설거지하는 소리가 이 방에 들릴 정도면..

 아까 선배라는 그 남자가 문밖에서..우리가 관계나누던 소리를.. 듣지 못했을까.."


갑자기 그런 의문이 들었다. 내 신경이 너무 곤두선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왠일..해장국..다 끓여...나..나갈 때....누워..있더니..]

소퍼와는 거리가 있어선지 선배라는 남자의 목소리는 띄엄띄엄 몇 마디만 들리고,

그릇들이 부닥치는 소리에 동건씨가 대답하는 말도 정확하게 들리지 않는다..

 

비가 오고 있는 날씨탓인지..방안이 금새 어둑어둑해진다.

조명등도 켜지못하고 이제나 저제나..

남자가 방으로 들어가고 동건씨가 신호 보내오기를 기다리는데,

웬걸..홈시어티에 시디를 걸었는지 음악까지 잔잔하게 실내에 울려퍼졌다.


 "아~어쩌나..남편이 돌아왔으면.."


외출한다고 사전에 말은 했지만, 정신이 수습되자 그제사 남편이 떠오른다.

내 몸속에 나도 모르는 또 다른 여자가 들어앉아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느낌이다.


남편앞에서는 순하고 정숙한 아내인 척 이성의 가면을 쓴 착한 여자,

낯선 남자의 오피스텔에서는..본능에 미쳐 날뛰는 음란한 요부.


내 몸 하나에 그렇게, 두 가지 종류의 상반된 피가 흐르는 걸까..?

세상에 비밀은 없다고 했는데..나중에..나중에...남편이 알게된다면...?

 

혼란스럽게 머릿속을 휘돌며 나를 칭칭 동여매는 이성의 끈,

근데..본능에 따른 몸은 격렬한 정사의 피로를 느끼는지 눈꺼풀을 무겁게 끌어내린다.


화난 남편의 얼굴, 차량 수리비를 핑게삼아 막무가내로 협박하는 남자,

누님..누님..다정하게 부르는 동건씨.. 그러다 설핏 잠이 들었나보다.

누군가가 내 몸을 가볍게 흔들며 깨우길래 화들짝 놀라 눈을 떠보니 동건씨다.


[도..동건씨...? 아직..두?]

고개를 가로저으며 손짓으로, 선배라는 남자가 샤워하러 욕실로 들어갔다는 시늉을 한다.
 

[미안해요..누님! 모셔다 드려야 하는데..]

[쉬잇..!! ]

나는 그의 입술에 살포시 손가락 하나를 대었다가 떼고는 얼른 밖으로 나왔다..

 


이미 어두워진 시간,

아파트단지에 들어서면서 103동 14층쪽을 올려다보자 깜깜하다..


 "아직 안오셨나보네...어머나! 이..이런..내 넋이 나갔나 봐.."


저녁이 되면서 비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있었는데..정신이 번쩍 들었다.

청치마를 입었기에 망정이지..천이 얇은 여름용 치마라도 입었더라면..어떻게 될 뻔 했을까..?


입술 마사지를 시작하면서 내 팬티를 슬쩍한 남자,

선배라는 남자의 출현으로 경황중에 청치마만 걸치고 방안으로 몸을 숨겼고,

그리고 잠결에 오피스텔을 그냥 나왔던 것이다.


나는 그제사  팬티를 입지않은 채 아파트까지 왔다는 사실에,

등으로 식은 땀이 주루룩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끔 장난스럽게 시도 때도 없이 내 몸을 탐하는 남편,

만약 나보다 먼저 집에 돌아와 있다가..혹여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과연 내 운명은....


 "휴우~ (하나님, 부처님, 신령님..) 얼른 들어가서 씻고 팬티부터..."

나는 마음속으로 이 세상의 신이란 신은 모조리 불러 감사의 기도를 전했다.

             *          *          *          *

 

화요일이다.

순식간에 일주일이 지나간 듯 했지만,

내게는 하루하루가 가슴 조리는 그런 시간들이었다.

괜스레 남편 눈치도 보이고, 한 번 시작된 거짓말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 같았다.


차 접촉 사고를 숨긴 것은 그렇다치고,

민주가 우리 차를 빌려갔다는..엉뚱한 핑게를 둘러댔는가 하면..

지난 수요일인가는 남편이 묻지도 않았는데..

집안 일을 많이 했다고 몸이 아프다는 핑게를 대고..잠자리까지 거절했다.


그리고 동건씨와도 그날 이후 일체 연락을 끊고 조신하게 생활했다.

다행이면 다행이랄까.

서준..그 남자, 전화는 더 이상 해오지 않았다.

나 역시 연락을 할까 말까 하다가 차일피일 미룬게 벌써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렇게 일부러 정신없이 집안 일에 매달려 시간을 보냈지만,

내 마음 한구석엔 뭔가 체한 것이 식도에 걸려있는 것처럼 답답했다.


그제는 그런 후유증으로 몸살 기운이 생긴 것인지,

종일 침대위에 누워서 하루 왼종일을 보내기도 했다.


남편은 요즘들어 갑자기 바쁘다며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일요일인데도 회사 일때문에 나갔고 나는 텅 빈집에서 혼자 끙끙 몸과 마음을 앓았다.


 "휴우~ 정신을 차리자.."


무슨 일인지 도통 말을 하지않아서 알 수 없지만,

명색이 사장이란 사람이 며칠 야근을 해야한다며.. 아침 출근때 배웅을 하는데 말했다.


[요즘 회사일이 바쁜가봐요..]

[으응, 좀 그래...이쁜이가 걱정할 일 아니니까..신경꺼셔..]

[식사는 어떻게해요? 회사에 사원식당도 없구..]

[인근 공장 식당에서 해결하면 돼..

 정우실업은 우리보다 직원도 많구.. 규모는 작지만 식당이 있으니까..]


[후~사장님이 남의 회사 식당에 가서 구걸을 해요? 이따 저녁에 야식준비해 갈께요]

[번거롭게..뭘...]

남편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은근히 좋아하는 눈치였다.

 

장마철, 비라도 올 듯한 날씨는 우중충하고 찌부둥하다.

활짝 열어젖혔던 베란다 창문을 "쿵" 소리가 나게 닫고는 욕실로 향했다.

머릿속으로 묘한 상상을 하면서 샤워를 마치고 나와 옷을 갈아입었다.


반컵 브래지어를 집어 젖가슴의 윗부분과 유방골이 은근슬쩍 보이도록 입고,

쉬폰 소재의 천으로 만들어진 하늘하늘한 플레어 스커트를 챙겼다.

그리고 상의는 속옷 색상과 맞추어 하얀 민소매 블라우스를 찾아 입었다.


 "후후..야식을 먹는게 아니라..나를 먹으려고 하지않을까..?"


거울앞에서 한 바퀴 "빙글" 몸을 돌리보며 옷차림을 확인한 나는,

화사한 색상의 감색 립스틱으로 입술을 도톰하니 강조하고 립글로스까지 덧발랐다.


갈아입을 속옷과 양말, 셔츠 등을 챙겨 담은 쇼핑백에,

정성껏 준비한 야식도시락..그리고 치킨집에 미리 주문해두었던 튀김닭을 찾아,

아파트앞에서 택시에 올라탔을 때는 7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남편 회사는 이번이 두 번째로 가는 길이다.

시 외곽에 자리잡은 영세한 공단, 더군다나 남편의 회사는 후미진 곳에 위치해 있어,

셔틀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으면 찾아가기가 좀 그랬다.

노선버스가 다니는 큰길에서도 20여 분은 걸어 들어가야 하는 교통의 불편함..


그런 이유들로 남편은, 내가 회사에 오는 것을 막은 건지도 모른다.

내가 조금이라도 고생하는 것은 안쓰러워 못보는 다정다감한 성격이니까..

 

여늬 회사처럼 번듯하게 수위실이 있는 것도 아니고..간이초소같은 경비실.

그냥 짐을 들고 마악 정문을 들어서는데 누군가가 경비실에서 나온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무슨 일로.. 누구신지...?]

[예. 저...사장님을, 뭘 좀 전해드리려고...집에서 왔는데...]

[아, 사모님이시군요.. 어서 들어가세요.. 저기 2층 건물..]


왼쪽으로 지붕이 얕으막한 공장 건물이 있고..

정문에서 마주보이는 허름한 이층 건물이 사무실인 모양이었다.


근데..정문을 마악 들어서는 내 눈에 왠지 낯이 익은 듯한 승용차가 보인다.

은색 빛깔의 중후한 그 차는 내가 사고를 낸, 서준 그 남자의 벤추와 비슷했다.


[저..혹시...이 시간에 누가...?]

[아, 네..사모님!  오메가 전자..그러니까 본사..전무님이..]


그렇게 지체 높은 사람이 협력업체에 불과한 남편 공장에는 왜 왔을까..?

그래서 그런지 퇴근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공장에는 불이 환히 켜져있고..

책상 두어 개 놓여있는 작은 사무실에는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경리 아가씨는 퇴근했나보네..."


쇼핑백과 도시락 가방을 양 손에 나눠 든 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곧장 "사장실" 이라고 작은 팻말이 붙어있는 방앞으로 다가갔다.


한쪽 모서리가 쭉~깨어져 스카치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여진 간막이 유리,

사장실로 통하는 문은 나같은 여자가 발로 "툭"차도 금새 부셔져 나갈 것처럼 낡아보인다.


손님이 와 계신다면..나는 문앞에서 그냥 돌아서려고 했다. 

그런데 귀에 익은 남편의 목소리에 이어 들려온, 중년 남자의 컬컬한 음성..


[대접할 게 마땅챦아..전무님!! 녹차라도 한 잔.. 드시면서..]

[이봐! 유사장..내가 이깢 녹차나 마시자고 이 시간에..여기 온줄 알아?]

[압니다..본사 부품조달과장이 귀띔을 해주더군요]

[그래, 내가 왜 들렀는지 알고 있다면.. 더 이상 길게 얘기할 필요없겠군..]


문 너머에서 새어나오는 두 사람의 대화는 아주 또렷하게 내 귓가에 들려온다.


[긴 말 않겠네..2년이나 뒤를 봐줬으니..나로써도 할 일은 한 셈이구..

 3/4분기에는 거래선을 다른 곳으로 바꿔볼까 하고 검토중이야..]

[저..전무님...이제 와서 그렇게 말씀하시면..저희 성일..직원들은..]


[그건 유사장이 책임질 일이지..도대체가 뭐냔 말이야...

 납품 기일은 그렇다치고..반제품 불량때문에 본사에서 입는 손해가 얼만지나 알어?]


[후~협력업체 보고회의시..말씀드렸다시피.. 갑자기 늘어난 물량을 맞추느라..

 직원들이 야근까지 했습니다..그 과정에서 불량율이..

 반품 손실 비용은 저희쪽에서...]


남편의 사업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나,

두 사람의 대화내용은 듣고 있어도 무슨 말인지 분간이 되지않았다.

그러나 남편에게 크나 큰 위기가 찾아온 것만은 분명한 듯 느껴진다.


[현재의 라인으로 오메가가 필요로 하는 물량을 맞추기는 어렵지..]

[...녜]

[대책은 있어..?]

[그게..오메가 본사에서 원하는 물량을 우리측에서 소화해내려면

 아무래도 라인을 증설해야...요즘 경기가 어렵다보니..자금 조달할데가..]


[한심하군..것봐..그래 놓고도 내게 큰소리야...? 응?

 그때 일은 그때 일이구..아직도 내가 노경부장이구..자네가 조합 사무장인가?]

[그건...이미 지나간...]

[그 댓가로 성일정밀 아웃소싱에.. 2년 동안이나 운영자금을 봐줬으면..

 나도 내 할일 다 한거야..길게 얘기할 거 없네..]


[시간을 좀 주십시요..라인 증설에 따른 자금을 마련할 동안.. 철야근무를 해서라도

 최대한 물량은 조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니, 그게 노력만으로 되는거야? 개뿔..그리고 3억이나 되는 시설자금이 어디서 나오냐구..]

[별을 단 제가.. 제도권에서 자금을 융통할 수는 없지만..어떻게든..

 제발, 전무님...시간.. 제게 시간을 좀 주십시요..아내 몰래 아파트까지..매매하려고..]

 

바로 그때다.

덜렁거리는 문고리가 "비이익" 이상한 소음과 함께 돌려진 것은..

커피포트와 찻잔이 받쳐진 쟁반을 들고 사장실안에서 나오는 여자.


[어머..누구...? 아~ 사모님...?!]

[..............!!]


녹차를 준비해 들어갔던 경리(비서)아가씨가 마악 문을 밀치고 나오는데..

그런데..그런데...내 눈앞에 펼쳐진 참담한 방안의 정경.


[저..정아씨. 이 가방...나중에 사장님께 좀...]


나는 손에 들고있던 쇼핑백과 도시락 가방을 "툭" 힘없이 떨어뜨리고는 몸을 돌려세웠다.


거만한 자세로 앉아있는 본사 전무라는 남자,

남편은 마치 야수의 이빨에 목덜미를 물린 한 마리 힘없는 영양처럼 그렇게,

오두마니 몸을 웅크리고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내 앞에서는 언제나 당당하게 후까시를 잡던 남편의 듬직한 어깨,

그런데..너무나 초라하게 오그라져 구부러져 보인 등판.

남편의 뒷모습에 가려 전무 그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두 사람 사이에 뭔가 과거의 은원이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남편이 회사 일은 일체 내게 얘기를 하지않은 것일까..

 

혼자 그렇게 힘들게...그 촛대바위같은 자존심도  다 버리고.. 굽신굽신..!!

아아~~근데 나는 이게 뭐야...심은애..너는 도대체 뭐냔 말이야..


남편이 피땀흘려 벌어다 준 돈으로 호의호식..

스포츠센타..에서 몸매나 다듬고..

친구랑 맛난 음식에, 분위기 좋은 까페에서 커피나 마시고..

헬스클럽 회원권에다..골프까지 즐기러 다닌다고 히히덕거렸으니...


남편은 울먹이면서..호소하는데..

책상을 "탕탕" 두드리며 움켜쥔 칼자루의 칼날에 날을 세우는 남자.


그렇게 어렵사리 세워온 우리 둘의 탑인지도 모르고...나는.. 나는.....!!


                                < 다음 편으로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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