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요정들의 오너 -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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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212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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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1은 완결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한번에 올려드릴까도 했지만 너무 도배하면 다른 분들께 폐가 되니까;;
 

 
<15부>



#1.현자의 연금술사, 리미.



새롭게 나온 페어리가 얼른 원피스를 입혀주는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하더니,이내 방안에 있는 좌중을 한명씩
들여다 보았다.

"블랙나이트,프로즌레이디....정령들의 여왕."

헛....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고 말았다.목소리가 너무나 이뻤기 때문이었다.낭랑한 목소리로 말한 녀석은 다시
한번 나를 바라본다.

"주인님...."

그런데...어떻게 이렇게 한명씩 딱 보고 어떤 페어리인지 아는 걸까?하기야,유나도 처음 사라 케인의 피어스를
봤을때 한번에 알아보고 설명해 주었지만 말이다.

"주인님,이 아이의 이름은..."

세라가 조용히 중얼거렸다.다행히 나는 나름 생각해 두었던 이름이 있었다.내가 가장 좋아하는 limit,즉 한계,
극한 이라는 단어에서 앞에 두글자만 딴 이름.

"리미...너의 이름은 리미로 할게."

"리..미?"

그녀는 몇번이고 자신의 이름을 되뇌었다.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칼.군데 군데 갈색 브릿지가 너무나 귀여우
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그리고 무엇보다 이 아이의 눈...너무나 총명해 보이는 이 눈이 자꾸만 시선을
잡아 끌었다.

"네...제 이름은 리미 입니다."

그녀...아니,리미는 눈을 똘망똘망하게 빛내며 주변에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관찰하기 시작했다.익히 봐왔던 광
경이기에 나는 딱히 놀랍거나 혼란스럽지 않았다.나처럼 계속해서 리미를 바라보고 있는 유나에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유나. 현자의 연금술사라는게...뭐야?"

유나는 성인들(?)사이에서 돌아다니는 한명의 꼬마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나에게 말을 이었다.

"어떤 의미로 보면...대장장이라고 해야 할지도요."

대..대장장이?그럼 철물점에서 파는 뭐 그런....쇠붙이를 만드는 그런 아이인 거야?에이...설마!

"구태여 비유를 하자면 그렇다는 거에요.연금술사란 본디 금을 연성하는 사람들을 말하지만,그게 다는 아니에요.
그들은 뛰어난 두뇌를 이용해서 각종 마법도구와 무기를 만드는 현자에요."

"혀..현자?"

아하...그렇구나.저 총명해 보이는 눈과,사물 하나하나를 주의깊게 보는 저 관찰력하며...그럼..저 아이는 세라
나 유나,노아와는 완전 다른 건가?

"마나는...다루지 않는거네?"

내 질문에 유나는 고개를 저었다.그 와중에도 노아는 눈빛을 빛내며 리미가 이것저것을 관찰하고 있는것을 쪼르
르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아뇨.마나를 다루긴 해요."

"으응?어떻게?"

"윌리엄스한테 받았던 스크롤같이,마법용구를 만들거나 혹은 마력검을 만들기도 해요.결국 그것은 연금술사가 마
나를 통해 연성을 해서 만들어요.물론 제가 쓰는 마법과는 다른 거지만..."

아...나는 그제서야 책장에 꽂힌 잡지들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리미를 주의깊게 바라보게 되었다.작은 꼬맹
이의 몸이었지만,왠지 모르는 총기가 느껴진다.

연금술사...나도 들은 적이 있었다.황금을 만들기 위해 과학을 연구하던 자들.책 마다 연금술사에 대해서는 각각
다르게 적혀 있었지만,프로센에서의 연금술사의 개념도 내가 생각하던 개념,또 각종 책에서 소개되는 개념과는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게다가 앞에는 "현자"라는 단어도 붙는다.잘은 모르지만,지금까지 내가 데리고 있던 아
이들과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수 있었다.

무엇보다...흠...가장 재밌는것은 나에대한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었다...크윽!

세라는 기사특유의 특성때문일지는 몰라도,꼬맹이일 때부터 나에대한 충성심과 희생의식을 가지고 있었고,유나
와 노아는 거의 내 옷자락을 놓아주지 않을 정도로 바싹 붙어 다니는 붙임성(?)을 보여주었지만,리미는 조금
달랐다.나오자마자 주인님...하고 부른게 다였다.나에겐 관심도 없다는 듯,세상에 나오자 마자 바로 주변 사물을
뚫어져라 하나하나 관찰하고 있었다.

"현자의 연금술사....의 특징입니다."

"으응?"

문득 리미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세라가 조용히 말을 걸었다.흐..흐흠!마치 나...약간은 심기가 불편해
진것처럼 보인건 아니겠지?으응?속좁아 보이잖아...하하하하!

"과학과 학문에 대한 탐구와 열정.그리고 자신이 만들어낼 도구들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자신이 연성할 물품들
에 대해 계속 되는 연구.그것 뿐일거에요.저 아이...아니, 리미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요."

하...그렇구나.이 아이들의 성격,각각 다 다르지만,리미역시 참 평범한 아이는 아닌 모양이다.

"리미!리미!그럼 이거 만들수 있어?"

오우...노아....그새 리미의 원피스 자락을 잡아 당기며 바나나껍질을 내민다.설마...저걸로 바나나를 만들어 달
라는 부탁은 아니지?

"재료는 있는거야?"

리미는 노아의 허리까지 밖에 오지 않았지만,말투는 노아보다 훨씬 어른스러워 보였다.

"으응?재료?"

"응."

"그게 뭔데?"

"이 정도 크기의 바나나를 연성하려면...으음...탄수화물 29그램, 당분 21그램에 수분이...."

"아...안먹을래에..."

노아가 풀이 죽어서 리미에게서 다시 바나나 껍질을 받아드는 모습을 보며 세라가 살짝 높은 찬장안에 보관되어
있던 바나나 하나를 꺼내서 노아에게 주었고 실망해 있던 노아는 다시 한번 팔짝팔짝 뛰었다.

"리미야.이리로 와 볼래?"

"네..주인님."

말투는 똘똘했지만,역시나 꼬맹이의 신체를 갖고 있기에 총총 거리며 뛰어오는 형상이 된 리미는 내 앞에 다가
와 섰다. 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현자의 연금술사라는거...무엇이든 만들수 있어?"

"으음...상응하는 재료가 있어야 합니다.그리고 아직까지는 제가 만들수 있는게 많지는 않습니다."

아...역시나 페어리인 만큼,성장과 숙련도의 종류에 따라 만들수 있는 게 달라지는 거구나...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후 물었다.

"그럼...검을 만들수는 있니?"

"검이요?"

내 말에 세라가 깜짝 놀라 나를 바라보았고,유나의 표정은 또 새침하게 바뀌어 버린다. 옆에서 노아가 조용히
"바나나도."라고 중얼 거리는것도 들린다.

"그 검이 어떤 수준이느냐에 따라 다르지만,보통의 검이라면 광석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하하.리미...역시 다른 세명과는 다르다.다른 아이들처럼 안기거나,어리광 부리지도 않는다.왠지 사무적이기
까지 해야 할까?윗사람에게 보고하는 회사원같은 느낌이기도 했다.똘망똘망하게 반짝이는 그녀의 눈을 보며,난
조용히 말을 이었다.

"우린 한달,혹은 그 이상으로 수행을 갈꺼야.니 연구에 있어서,혹은 여러가지 무언가를 만들때 있어서 필요한 것
들을 생각해서 나한테 적어주지 않을래?"





#2.수행을 위한 준비.



"자...첫번째로 세라."

세라는 살짝 일어나서 나에게 적은것들을 보여주었다.기사 답게 글씨는 되게 또박또박하고 씩씩하네.하하하.나는
그녀가 쓴 리스트 들을 살펴보았다.

-요리도구,취사용품,이불,비상용 옷가지들,세면도구,쌀을 비롯한 식량들...-

그녀다운 실용적인 품목들이었다.내가 생각하지 못한 생필품들도 적혀 있다.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없는 것들은 나중에 한번에 사서 보완하면 되는 거니까.

"음..좋아좋아..다음은 유나."

"네에~"

유나가 나에게 종이를 내밀었다.세라와는 달리 글씨체가 굉장히 귀엽다.연애편지를 받은거 같은 느낌도 든다.
특히나 위에 주인님♡이라는 글씨가 있어서 더더욱...

"으윽!"

나는 보자마자 얼굴을 확 구겨버렸다.

-샌들 네 개,여름용 수영복 세벌, 밤에 입을 가디건 5벌, 바지 10장,티셔츠 20장,선크림 세통......-

"이..이봐...패션쇼 하러 가는 거 아니지?"

"칫!거기는 덥다구요!선크림이 없으면 피부가 다 타버릴걸요?그리구 바다니까 수영복도 필수고..밤엔 추우니까
가디건도 가져가야 하고..."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푹 하고 쉬었고,이윽고 노아의 종이를 받아들었다.

-요리도구,취사용품,이불,세면도구....-

여기까지는 세라의 것을 컨닝한것이 거의 농후해 보이는 내용이었다.그러나 다음 줄부터 노아다운 것들이 속출
하기 시작했다.

-딸기우유,바나나우유,사과과즙,귤 한박스.....-

"에휴...."

한숨을 푹쉬는 것을 보며 노아가 킥킥 거리고 웃었다.살짝 고개를 들어 리미를 바라보자,넷중에 유일한 꼬맹이
인 그녀가 종이를 들고 쫄래쫄래 나에게 다가왔다.하하하.귀엽긴 하네.얼마전에 애들의 모습도 생각도 나고말야.

"으응?"

그녀가 내민 리스트에는 다소 충격적이기 까지 할 정도로 앞의 아이들과 준비물의 내용자체가 달랐다.

-사슴뿔 두개,각종 동물의 피,양초,양가죽,망간,요오드....-

거기다가 각종 철광석들이 엄청나게 상세하게 적혀 있었고,특이하기 까지한 재료의 목록은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무려 두장이나 되는 종이에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이..이게 다 뭐야?"

"연구에 필요한 것들입니다.나아가서는 세라에게 필요한 검이나 고립된 생활에서 필요한 것들을 만들기 위한 연
성식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재료들이구요."

뭐...뭔말인지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나는 그저 머리를 긁적거리며 고개를 끄덕일수 밖에 없었다.근데..이것들
은 어디서 구한데? 세라가 필요한 것들은 대부분 집에서 챙겨 갈수 있는 것들이다. 유나나 노아가 필요로 하는것
들역시 간단히 장을 보면 되는것이긴 하다.허나 문제는 리미가 말한 것들이다.뭐..대부분 한약방에서 사거나,화
학 물질들 역시 인터넷을 통해 사거나 하면 되겠지만,문제는 각종 철광석 들이었다.

"흠...왠만한건 그냥 철물점가서 비슷한거 사는 수밖에는.."

한참을 끙끙 고민하던 나는 피식 웃어 버렸다.나도 참....이제 이렇게 딱딱 해야 할것만 생각하게 되어버린게 참
우습다.예전에는 허둥지둥 거리며 버벅 거렸을 텐데...나도 참 변했구나.중요한 건 리미라는 아이가 우리의 새로
운 가족이 된 것인데 말야.

"자자.일단 장을 보러가자.필요한 것도 사고,리미 환영식도 할겸 맛있는것도 사고..."

"와와!다같이 가요?"

노아가 쪼르르 와서 허리를 껴안으며 말을 걸었다.나는 씩 웃으며 노아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오늘은 다같이 가자."







크아아아.간만이네.아니,리미가 꼈으니 처음이라고 해야하나?드디어 내 똥차는 좌석이 꽉 차는 영광을 누렸다.
항상 내 옆에 앉는 노아도,떨어져 앉는 유나와 세라도 그대로다.다만 그녀들 사이에 쬐그만 리미가 앉아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

유나와의 몇차례의 협상 끝에,그녀의 옷 쇼핑은 수영복으로 대강 쇼부를 치는것에 성공했다.하하하하.그리고 리
미의 요청으로 서점에서 나는 정체조차 알수 없는 물리/화학 서적들을 잔뜩 구매해야 했고,마지막에 들른것이 바
로 이 대형마트였다.

"우와아아아아..."

노아가 신이나서 내 손을 잡고 팔짝 거린다.지하에 있는 식품매장 한 켠에 마련된 과일코너 때문이었다.흠...이
정도도 사주지 못하면 미안해서 견딜수가 없겠지!흠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노아가 신이나서 과일들을 사재기(?)하기 시작했다.유나는 내 손을 잡고 이끌었고 세라는
언제나 처럼 보디가드마냥 내 뒤를 조용히 따랐다.

그럼 리미는 어떻냐고?아직 막 나온 꼬맹이라 그런지,보폭이 느리니 불편해서 어쩔수 없이 내가 안아들고 가고
있었다.어릴적(?)노아와는 달리 그녀는 내가 안아든 상태에서도 마구 안기거나 하지 않고,똘똘한 눈으로 주변사
물을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연신 우리쪽을 바라보았다.왠 어리버리해 보이는 남자 하나에 노아와 유나같은 귀여운 미인들이 서로
손을 잡고 있는데다가,청순한 미인하나가 조용히 따르고,눈에 띄게 귀여운 여자 꼬맹이 하나가 안겨있으니 나라
도 바라볼만 하긴하다.그러나 이런 시선에 익숙해 지지 않으면 오너가 될수 없는것이지...음하하하하!

충동구매의 극치(?)를 달리는 노아와는 달리,세라는 적어온 리스트들만 딱딱 사며 무차별로 과일을 쓸어넣는 노
아에게 주의를 주었다.한 바구니에 파인애플 10개를 넣는 과감한 시도를 하던 과일의 달인 노아선생께서는 세라
의 말 한마디에 시무룩해지며 다시 과일을 원위치 하고 있었다.하하.이상하게 노아녀석,세라의 말은 참 잘 듣는
모습이었다.

"리미야."

"네 주인님."

"넌 뭐 필요한거 없어?"

"네.저는 리스트에 적힌거 밖에는..."

"그래도...모처럼 마트까지 왔잖아.여기 엄청 큰 데라서 차로 30분이나 걸려서 온거니깐."

"네...."

리미는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내 품에 안긴 채로 주변을 계속해서 관찰하기 시작했다.그냥 보는거 같지는 않았다.
뭔가 하나하나 머릿속에 넣는 것처럼,그녀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관찰하는 모습이었다.

"주인님.리스트에 필요한건 다 샀습니다만..."

"아..그래.옥상주차장에 주차했으니까...이리로 올라가자."

중간에 육식예찬자 유나양이 고기를 필요이상으로 집어넣은게 보이긴 했지만,세라도 별로 불만을 토로하지 않으
니,나 역시 별말 하지 않았다.단,노아만이 계속해서 과일이 진열되어 있는 매장쪽을 계속해서 돌아볼 뿐이었다.

"주인님.잠시만..."

"응?"

아무말도 없이 안겨있던 리미가, 5층에 다다랐을 때쯔음에 내 어깨쪽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왜?"

"잠시만..저것좀 볼 수 있을까요?"

"으응?"

그녀가 가리킨것은 5층의 가전 매장이었다.디지털 카메라를 비롯해,LCD티비들이 쫙 진열된 곳을 본 리미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이것은....?"

내내 조용했던 리미가 호기심을 보이자,나는 물론 유나와 세라,그리고 노아의 시선은 한번에 리미에게로 향했다.

"어서오세요~고객님.뭘 찾으시나요?"

"아..아뇨...전 그저 구경을.."

"이게 뭐죠?"

갑자기 점원이 다가와 묻자,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지만 리미가 점원의 옆에 있는 물건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녀가 가리킨 것은 게임기 처럼 생긴 네모난 물체였다.

"아...이거요!PMP입니다.요게 말이죠.동영상을 넣어서 휴대하고 다니면서 보실수 있는거거든요.만화영화도 여기
다 넣어서 볼수 있답니다!"

점원은 리미같은 꼬맹이가 오니 만화로 낚아보려는 지 연신 리미에게 이런저런것들을 설명했다.

"꽤나...재밌는 피조물이군요.전력이 느껴지는것도 특이하고..."

"네?"

리미의 말에 점원이 고개를 갸웃했고,나는 또 등뒤로 식은땀을 질질 흘려야 했다.

"아하하하!이 아이가 좀 조숙해서 말이죠..하하하하!신경쓰지 마세요."

"아...예...."

누가봐도 그저 "이쁜 꼬맹이"인 리미가 그런말을 하자 점원은 뭔가 기운이 보인건지 더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않
고 살짝 떨어져서 우리만 수상한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어?너...뭐하는 거야?"

리미가 샘플로 꺼내놓은 PMP기계를 살살 만지더니,그것을 선반위에 올려놓았다.내가 무언가 말하려 했던 그때,
PMP기계위로 리미의 손이 몇번이나 교차되었고,그녀가 나즈막히 중얼거렸다.

"연성식 해제!"

순식간에 우릴 보고 있던 점원과,세라,유나,노아,나의 얼굴이 급격하게 경악으로 물들었다.리미의 시동어와 함께
PMP는 부품별로 가지런히 분해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3.다시 만난 재수덩어리!



"아아아...."

"주인님...기운내세요..."

세라의 말이 들어오지 않는다.나는 뜨거운 눈물을 펑펑흘리며 주차장이 있는 옥상으로 올라갔다.리미의 PMP완전
분해 사건으로 인해 점원의 입막음을 하느라 계획에 없던 40만원대의 고가의 PMP를 사게되었기 때문이었다.

"죄송해요.호기심 때문에....하면 안되는줄 몰랐어요."

리미가 연신 뜨거운 눈물을 콸콸 흘리는 나를 보며 조용히 중얼 거렸다.똘망똘망한 눈으로 연신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리미가 귀엽긴 하다.흐윽!역시 다들 데리고 오는게 아니었다!!!!!!!

"주인님.잠시!"

세라가 낮고 강하게 중얼거렸고,그녀의 말에 나를 비롯한 모두의 발걸음이 뚝 하고 멎었다.

"무슨일이야?"

"누군가가 있습니다."

으응?밤이되어 어두컴컴하긴 했지만, 옥상 주차장에 누군가 있을수도 있는거 아냐?아니...잠깐....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는것이 느껴진다.이것은 그냥 인기척이 아니었다.마나의 기운...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마나의 기운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진 것이다.

"저쪽인가?"

나는 살짝 고개를 뻗어 앞을 바라보았다.상대가 달빛을 등지고 있어 자세히는 보이지 않았지만,그것은 남자 하나
와 여자하나의 모습이었다.그리고 그들과 대치한 서너명이 그들앞에 서있었다.

"누구지..?"

"상당히 낮익은 기운이었습니다만.."

세라의 말에 유나도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리미는 영문모를 상황에 그저 멍하니 한쪽만을 바라볼 뿐이었다.내가
살짝 몸을 빼고 그쪽방향으로 접근했다.도무지 무슨 상황이길래 마나가 느껴졌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허..."

나도 모르게 어이없는 표정으로 헛바람을 삼킬수 밖에 없었다.저 비열한 놈은 왜 자꾸 나랑 마주치는 거지?우연
이라고 쳐도 너무 짜증나는 우연 아니냐고!

그랬다.그 남자와 여자는 바로 J녀석이었다.붉은 머리칼로 미루어 보아 그의 옆에 있는건 마유미겠지.내가 살짝
얼굴을 찡그릴 그때에 J의 몸이 순식간에 대처한 3명에게로 나아갔고,이어진 일격에 그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
고 픽픽픽 쓰러져 버린다.

저..저자식 뭐하는 거지? 분하지만,저녀석이 꽤 강한 오너라는것은 나는 잘 알고 있었다.그러니 당연히 앞에 서
있던 세명이 누군지 궁금해 지는 거겠지만 말이다.

"그 쪽에 있는 쥐새끼...누구냐!"

이크!들킨 모양이다.이윽고 세라가 내 앞으로 빠르게 다가오더니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돌려차기를 시전했다.
그녀의 발에 돌맹이로 보이는 무언가가 튕겨져 나갔다. 저 자식..어느틈에...

나는 천천히 발길을 옮겼다.나와 아이들의 얼굴이 달빛에 비춰 보이기 시작한것일까?녀석의 표정이 이죽거리는
얼굴로 변해버림과 동시에 세라와 유나가 내 앞으로 한발자국 나와서 대치했다. 녀석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더니
쉰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쳇...재수없게 계속 마주치는군.너 이동네 사냐?"

"다행히도 그런건 아니다."

마유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고개를 돌렸고,J의 표정이 내 품에 안겨있는 리미를 향했다.순식간의 녀석의
표정이 심각하게 일그러졌다.

"너...너 이자식...설마 또?"

"그딴건 관두고...이 사람들은 뭐냐?"

그에게 가까이 가면 갈수록,녀석의 앞에 뻗어버린 세명의 형상이 또렷하게 보였다.모두 거품을 물고 쓰러진것으
로 보아 목뒤를 쳐서 기절시킨 모양이었다.

"또...페어리가 나왔냐?"

저녀석의 이글거리는 눈빛이 리미를 향했고,그녀는 침착하게 J의 눈길을 묵묵히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어쩔건데?"

녀석이 이를 부드득 가는것이 나에게도 느껴진다.질투에 어린 눈빛이 활활 타올랐고,난 일부러 여유있는 표정으
로 고개를 으쓱해 보였다.

"약해빠진 좆밥새끼가..."

"열등감 폭발은 그만하고...저기 쓰러진 사람이 뭔지 설명좀 해보지 그래?"

J는 내말에 다시한번 발끈 했는지 이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별거 아냐.그냥 짭새 나부랭이일 뿐이지.이 멍청한 년이 태워 죽이라는 명령을 거부해서 직접 손으로 기절시켰
을 뿐이다."

J가 가리킨 "멍청한 년"이란 아마도 마유미를 말하는것인지 그녀는 겁먹은 표정으로 또 고개를 푸욱 하고 떨궈
버린다.개새끼...저 지랄맞은 성격은 여전한 모양이구만.

"그나저나...정말 짜증나는군.어째서 네 놈 따위가 계속 페어리를 갖는 축복을 누리는건지 말이야."

"그 축복에게 싸대기를 날리는 녀석의 대사 치곤 모순적이로군."

"크크큭...죽고 싶냐?진정으로?"

세라가 침착하게 막아선다.격투가,즉 접근전 타입인 J에게 있어서는 세라가 딱이겠지.하지만,문제는 내 옆엔
세라만 있다는 것이 아니었다.유나도,그리고 언제나 내 옆에 있던 노아마져도 앞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괜찮아.세라야.그리고 너희들도."

내말에 세라와 유나가 살짝 내 눈치를 살핀다.확실히 싸우려고 온것도 아니니까.게다가 내 뒤에는 짐을 잔뜩 실
은 카트도 있단 말이다.장소가 이런데 무슨싸움이겠는가.그것도 공공장소에서...

내가 싸울 생각이 없는것을 읽었는지 J는 살짝 이죽거린다.

"뭐...나도 페어리 셋을 상대할 생각은 없어.게다가 전보다 강해보이기도 하고 말야."

그러더니 녀석은 옆에서 조용히 나와 내 품에 안겨있는 리미를 보고 있던 마유미를 노려보았다.

"게다가...주인말을 잘 듣지도 않는 이런년을 데리고 싸울 생각은 더더욱 없고 말이지..."

그말을 듣는 순간 마유미는 또 한번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젠장....쓸대없이 살인명령을 내리고 그것을 주저했다
고 저렇게 쓰레기 취급하다니...진짜 저 자식...철이 안들어도 저렇게 안들수 있는거냐?앙?

세라와 유나,그리고 노아와 막 나타난 리미를 보는 녀석의 표정은 시기와 질투로 가득해 있었다.대회의에서 보기
론 저 녀석에게는 아마 두명의 페어리가 있지 않았나?마유미와...그 붕대를 감고 있던 한 아이.

"여튼.단단히 수행하는게 좋을거다.저번에 중국새끼가 난입해서 조금 미뤄졌지만,넌 한번 단단히 손봐주고 싶
은 녀석이니까."

저 새끼는 나 왜이렇게 싫어하지?정말 알다가도 모를 자식이다.녀석은 그대로 반대편 건물 옥상으로 뛰어내려 버
렸다.허허...체술가라고 지금 째는거야?

"응?"

바늘가는데 실이 안가니 이상하다.마유미는 여전히 쭈뼛거리며 자신의 오너를 따르지 않고 있었다.여전히...여
전히 그녀의 시선은 나와 내게 안겨 있는 리미를 향해 있다.

"쫒아가지 않으면...녀석이 지랄할텐데."

"아...그게..."

내 말에 마유미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유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따라가지 않는 마유미를 바라보았다.

"저번에....감사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요...그럼...."

그녀는 말을 흐리더니 이내 결심한듯 몸을 날렸고, J가 사라진 곳으로 빠르게 날아가 버렸다.

하지만 나는 어렴풋이 읽을수 있었다.그녀의 눈빛에서 무언가가 느껴졌던 것을.

그랬다.고아로 자란 내가,어릴적에 부모님의 손을 잡고 걸어가던 아이를 볼때의 그 시선.

마유미가 리미를 보던 시선엔....딱 집어 말할순 없지만 "부러움"이 깃들어 있었다.



#4.드디어 출발!


이 동네로 이사온 이후,우리집은 아마 오늘이 가장 바쁜 나날들이었을 것이다.저마다 수행길에 오를 준비를 하느
라 분주히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살림꾼 세라는 실용적인 것을 챙기기 시작했다.취사도구를 비롯해서,온갖 식재료들도 잊지 않았다.노아는 자신의
관심분야인 과일들이 세라의 손에 의해 옮겨지고 있었기 때문에 연신 쪼르르 세라를 따라다니며 도왔다.뭐...
내가 보기엔 과일을 세라가 어디다가 꽁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 감시하는걸로 보이긴 했지만...하하하하!

"유나야.어느정도 걸려?"

"한...10분정도면 끝날거 같아요."

유나는 마룻바닥에 유성사인팬으로 기하학적 문양의 마법진을 그리고 있었고,리미역시 현자답게 유나의 마무리
좌표계산과 마법진 제작을 도왔다.그 상황에서 내가 할 일은?하하하.물론 잡일이지....

내 경우에는 클라리넷과 여벌옷 몇벌을 챙기는것 외에는 챙길게 없었으니 세라가 준비해 놓은것을 한곳에 나르는
역할을 맡았다.게다가,리미가 요구했던 물품들의 부피는 가히 살인적이었다.덕분에 마법진의 크기는 그 짐을 수
용할수 있을만큼 점점 커지고 있었다.마법진 안에 있는 부분들만 워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곤란한 것은 리미의 요청에 의해 사들인 무지막지한 철제들이었다.사실상 순수한 광물을 구하기란 매
우 힘들었기 때문에,나는 철제소를 기웃거리고, 제조 업체에 자문을 구한 끝에 겨우 적지만 순수한 광물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왜 이런 수고를 감수하느냐고?그거야 당연히 세라를 위해서다.

난 아직도 잊지못한다.잊을래야 잊을수 없는 기억이다.대회의에서 버나드의 실버나이트 크리스틴과 맞붙을때에,
검을 든 세라의 완벽한 모습.호랑이가 날개를 단 듯한 완벽한 모습이었다.리미가 있다면, 그런 세라에게 완벽한
날개를 달아줄지도 모른다는 일종의 확신이었다.

-리미...너 스크롤도 만들줄 아니?-

-아직은요...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그닥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얼마전에 리미와 했던 대화내용이었다.윌리엄스가 스크롤을 갖을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그의 페어리인 공간의
지배자 타유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전적으로 그런 스크롤 같은 것을 만드는 존재는 원래 연금술사라고 유나에게
들었다.덧붙여, 윌리엄스의 스크롤은 완벽한 제품이 아니라는 것도 말이다.

이쯤되니,슬슬 차우가 경고했던 것처럼 윌리엄스가 좀 구리게 보이기 시작한다.왠지,나에게 리미가 생길것을 예
상하고 스크롤을 한장만 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날 그렇게 경계하는 놈이라면 왜 굳
이 돈을 줘가면서 수행에 전념할 것을 부탁했는지는 아직까지 미지수일 뿐이다.

"주인님.이거.."

"아...응!"

세라가 내민것은 3~4인용텐트 셋트가 들어있는 몇개의 가방이었다.뭐...별수없이 야영생활을 해야겠지.게다가 텐
트 하나로 살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나는 인터넷으로 몇개를 더 주문했던 것이다. 세라가 내민 텐트셋트 역시 내
손에 의해 조금씩 갖춰져 가는 마법진위에 올려졌다.

"주인님.부탁하셨던 것 모두 끝났습니다."

리미의 말에 나는 살짝 유나와 리미를 바라보았고,유나는 싱긋 웃으며 윙크를 해보였다.개화한지 3일.리미는 여
태까지 세라와 유나,그리고 노아의 성장률보다 더 큰 성장을 보이고 있었다.아직까지는 소녀의 모습이지만,꼬마
의 모습은 벌써 부터 탈피했다.허리까지 오던 갈색의 브릿지 머리는 키가 훌쩍 커버린 탓에 이제는 가슴부분까지
내려오는 것 같았다.똘망똘망 해 보이는 눈. 현자다운 모범생같은 모습이기도 했지만,역시나 페어리 특유의 아름
다움은 어디가지 않는듯, 이미 성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세명의 언니(?)들에게 미모가 결코 뒤지지 않는다.

"고마워 리미."

이제는 확신할수 있었다.세라,유나와 사랑을 나누고 나서부터,내 주변에 간간히 느껴지는 마나의 양도 상승했음
을 말이다.내가 어느정도 잠재적 성장을 했으니, 그 마나에 의해 반응해서 성장하는 페어리인 리미는 당연히 그
간 세라나 유나가 했던 성장보다 빠를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싱긋 웃어주었고,언제나 처럼 리미는 무뚝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마지막으로 그녀는 내 책장에 있는
책 몇권도 마법진 위에 올려놓았다.나름 독서광이라 자부했기에,책이 좀 있는 편이지만, 왜 그것들을 리미가 챙
겨 가는지는 솔직히 의문이었다.

"다되었나?"

모두를 둘러보고 물어보니 세라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유나와 리미 역시 오케이 사인을 보내주었다.노아역시
네!하고 큰 소리로 대답했다.하하하.너는 과일만 챙기면 끝이잖아 임마....녀석 다 컸는데 왜 저렇게 어린아이
같은거지?

흠흠!그래도 역시나 노아가 귀여운것은 어쩔수 없었기에 나는 괜시리 헛기침을 하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준비는
끝났다.적어도 한번 가게되면, 리미가 스크롤을 만들수 있는 실력이 쌓일때까지 다신 돌아올수 없는 것이기에 철
저하게 준비해서 가야했다.덕분에 마법진 위에는 우리 셋이 서있을수 있는 공간을 제외하고는 꽤나 높은 높이로
물건들이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나도 자가체크를 해보았다.휴대폰 일시정지를 비롯해서 이 집이 장기부재로 들어감으로써 곤란한 일이 생길 소지
가 있는 부분도 모두 조치를 취해 놓았다.좋아!

"다들 준비됐니?"

"네에~!"

유나가 신이나서 소리쳤다.여전히 유나에게는 강해지기 위한 수행보다는 바다를 보러가는 낭만의 피크닉인 모양
이다.하하하하.

세라 역시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나는 세라의 표정뒤에 숨은 기쁨을 알수 있었다.얼마나 몸이 근질거렸
을까.아이들이 다 크기를 기다리려고 만 했고,결국 유나와도 약간은 성급한 2차개화를 해버린 못난 주인탓이다.

약속할게.절대 나 조급해 하지 않을거야.나보다 너희를 더 존중하는 오너가 될게.그리고,강해져서 너희들이 의
지할 만한 오너가 될거야.

"출발하자."

내 말에 세라와 노아,리미가 나란히 내 옆에 섰다.마법을 다루는 것은 역시나 유나의 몫이었기에,유나는 스크롤
을 재빨리 펼치며 다섯회 가량 수인을 맺었다.유성팬으로 그린 마법진이 점점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역시나 공간
의 지배자가 아닌, 스크롤에 의지한 워프라서 일까?약간은 시간이 걸렸고,유나 주변의 마나가 조금씩 파동이 일
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스크롤에서 일어난 빛무리가 마법진을 감싸기 시작하자,유나는 잽싸게 마법진 안에 있는 내 옆으로 쏙 하고 들
어왔다.

"이제...시작합니다 주인님."

유나의 말에 나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마법진에서 방출된 빛이 절정을 향하자,
그녀의 앙증맞은 입술이 열리며 낭랑한 시동어가 울려퍼졌다.

"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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