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천왕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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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4,029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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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장
경동중원(驚動中原)


-사왕세가(邪王世家)!

설명이 불필요한 지상최강의 사인(邪人)집단이었다.

-독왕세가(毒王世家)!

천하최강의 독인들만이 뭉친 독문의 성지!
헌데 사아라와 흑진아가 그 두 곳의 첩자라면 나머지 두 여인은 또 무슨 목적이 있단 말인가.
"....!"
"....!"
실내에는 잠시 죽음과도 같은 침묵이 흘렀다.
그렇게 일다경이 지났을 때 지옥사화(地獄四花)가 천천히 화우성에게 다가섰다. 그녀들이 화우성
을 포위한 채 다가설 때마다 팽팽한 긴장은 더욱 고조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터진 차가운 진미령의 목소리는 긴장된 분위기를 더욱 날카롭게 만들었다.
"당신이 그런 사실을 알고도 정체를 드러낸 이유는 뭔가요?"
파파팟!
흑진아의 까만 동공에 녹광이 일렁거리는 것이 이미 독성지신(毒聖之身)에 이른 독공이 아니고는
그런 모습을 보일 수가 없다.
"호호! 뻔한 것이지. 우리를 협박하여 우리 가문의 힘을 얻자는 얄팍한 술책이겠지!"
그녀의 말과 함께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더욱 팽팽하게 감돌았다. 그러나 사아라와 미요랑의 눈빛
은 숱한 감정이 명멸하고 있는 듯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이때, 화우성이 지옥사화의 폭발할 듯 모습을 보며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후훗! 그래서 지금 나를 죽일 마음을 먹었단 말인가?"
진미령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니 죽이지는 않겠어요. 다만 우리 일이 끝나고 나면 풀어드리지요!"
"후후! 글쎄 그것이 마음대로 될까?"
화우성의 장난기어린 빈정거림을 들으며 진미령의 안색이 싸늘하게 굳었다.
"호호! 세인들은 우리 지옥사화의 진정한 힘을 모르고 있지요. 설사 혈각주 지옥혈천종이라도 우
리 지옥사화의 합공을 당하지 못해요!"
화우성이 사뭇 놀랍다는 듯 탄성을 터뜨렸다.
"호호! 그렇다면 왜 정조를 잃어가면서 그의 명에 복종하고 있지?"
사아라가 벽안을 반짝이며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그것은 천왕팔가가 아직 표면에 나설 때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혈각은 혈왕마가의 허수아비...!
허나 혈각이 중원을 장악함으로써 천왕팔가 중 혈왕마가는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혈각을 완전히 궤멸시키든지 아니면 제 기능을 발휘 못하도록 억제시켜야 해요."
"으음... 그런 일이 있었군. 그것은 그렇다고 치고...."
화우성이 잠시 말을 그치고 생각에 잠긴 듯 창문을 향해 걸어갔다. 창 밖을 내다보는 화우성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깔린 채 들려왔다.
"나는 혈왕마가와 하늘 아래 공존할 수 없다. 그래서 천마대불종으로 변신하여 혈각에 침투한 것
이다."
츠으!
화우성의 주위에 서서히 살기(殺氣)가 어리기 시작했다.
"허나 천마대불종은 미녀라면 물불을 안 가리는 호색가 그는 십처와 사십오첩을 거느렸던 색마이
다."
화우성의 입가에 쓴웃음이 희미하게 번졌다.
"후훗! 어떻게 하겠는가? 그대들 같은 절세의 우물이 스스로 안겨오는데 진짜 천마대불종이라면
거부하겠는가?"
"아무튼 나는 천왕팔가의 천 년 간 일으킨 지옥대전(地獄大殿)을 무슨 수를 써서든 막을 것이다."
화우성의 단호한 말투에 지옥사화가 교구를 약간 움찔했다.
"그 전초가 바로 혈각의 힘을 이용하여 지옥대전을 일으키는 자를 격파하는 것이다."
"으음!"
지옥사화가 짙은 침음성을 터뜨렸다.
이때 화우성의 전신에서 금광이 뿜어져 나오면서 실내에 터질 듯한 긴장이 되살아났다.
"묻겠다! 어찌됐든 그대들은 나의 여인 밥짓고 아이를 키우는 여인의 길을 걷겠는가? 아니면..."
파츠츠!
화우성의 몸에서 뿜어나오는 기도는 더욱 거세어졌다.
"만천하를 피로 씻을 지옥대전을 일으키며 야망을 쫓는 야망의 꼭둑각시가 되겠는가?"
말이 끝났을 때는 화우성의 전신에 불이 타는 듯 거세게 금광이 출렁거렸다.
지옥사화의 눈썹이 떨렸다.
(여인의 길... 야망의 꼭둑각시...)
그녀들은 원초적인 갈등에 휩싸였다.
여인의 행복, 그것은 사랑하는 낭군의 아기를 낳고, 키우며 손수 밥짓고 빨래하며 가끔은 투정도
하는 속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닐까?
허나, 인간은 또한 지독히도 포기하지 못하는 존재들이기도 했다. 만인 위에 군림하는 절대권력,
천하인의 가슴에 각인될 명예, 귀신도 부릴 수 있는 황금의 유혹을 어느 누가 그 맛을 알면서도
자신있게 포기할 수 있는가?
지옥사화는 침묵하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며 일다경의 시간이 흘렀다. 허나, 그 시간은 지옥사화
에게 있어서는 영겁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이때, 미요랑의 고개가 가볍게 떨궈지면서 그 억겁과도 같은 시간은 끝이 났다.
"소첩의 가문은 혈각에 멸망당했어요. 그 사실은 알고는 있었으나 힘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당신
을 이용해 혈각을 궤멸시키려 흐흑!"
눈물을 흘리며 화우성 앞에 무릎을 꿇는 미요랑이었다.
"흑! 소첩의 몸을 이용해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아 혈각을 부수고 죽으려.... 허나..."
화우성을 바라보는 미요랑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거렸다.
"당신이 원하는대로 하겠어요. 당신께서 원하시는 여자가 되겠어요!"
화우성이 흐느끼고 있는 그녀를 부드럽게 보듬어 안았다.
"요랑... 잘 생각했소! 지옥혈천종은 반드시 죽을 것이오. 바로 내 손에..."
"흑!"
미요랑은 마침내 화우성의 품에 무너지듯 파묻히자 그것을 바라보는 세 여인의 눈길은 무척이나
복잡했다.
(그래! 저것이 여인의 길이야! 남자의 넓은 품에 안기고 싶다.)
세 여인들의 머리에는 동시에 똑같은 생각이 떠올랐고 그녀들도 미요랑을 따라 무릎을 꿇었다.
"소첩들은 아직 여인지로를 모르나 당신의 여인임에는 틀림없어요! 다만 가문에는 선처를...!"
진실 앞에 모든 것은 굴복하고 말았다.

독종염후 흑진아...
그녀의 원래 이름은 패진진으로써 대독종 패천륵의 누이였다.
독왕세가가 혈왕세가의 공격에 패해 지리멸렬되자 패천륵은 그들 가문의 성지로 무공을 익히러
갔고, 그녀는 천년가문을 지키기 위해 천하에 몸을 던졌다.

천염벽봉 사아라...
원래는 서장이 아닌 천축의 어느 부족장의 딸이었다.
부족이 멸망하자 사왕세가의 구함을 받아 가주인 천년사종제(千年邪宗帝)의 양녀가 되었고, 그의
밀명을 받들어 지옥혈천종을 혼미케 하여 혈각에 들어온 것이다.

소수선자 진미령...
그녀는 복수회(復讐會)에서 파견한 간세였다. 또한 혈지주 혈한객의 양녀이다.

천하를 좌우할 환우팔대세가 중 세 곳의 중보(重寶)들로 지옥사화의 신분이 이토록 막강할 줄은
화우성도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
허나 더욱 중요한 것은, 지옥사화가 절정의 무공과 미태를 지니고 막강한 배후를 지닌 그녀들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화우성의 여인이 됨을 기꺼이 받아들였다는 사실이었다.
여인의 길! 허나, 무릇 천하는 남자는 지배하지만 그 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바로 여인이 아닌가?
진정한 여인의 길은 곧 하늘 위에 군림하는 길로 통하는 것이다.


대중원 경동(大中原驚動)!
피의 혈풍(血風)이 중원을 무자비하게 강타했다.

-사왕세가(邪王世家)!
-독왕세가(毒王世家)!

천 년 전 지옥대전을 일으켰던 죽음의 살륙자들로써 과거 천왕팔가 중 사(邪)와 독(毒)의 종주들
이다.
그들이 천 년의 잠에서 깨어나 혈안(血眼)을 부릅뜨자 그 피구름이 서서히 중원을 잠식하기 시작
한 것이다.

사왕세가.
천년사종제(千年邪宗帝)가 출현한 것은 불과 일 년 전이다. 허나, 그는 은밀히 서장과 서강을 통
합하여 사황제국(邪皇帝國)을 건설하고, 중원을 침습하기 시작했다.
십오 일,
신강(新疆)이 사왕세가의 급습에 완전 초토화된 기간이었고 청해(靑海)까지 육박한 것은 그 직후
였다.

시산혈하(屍山血河)!
무생지옥(無生地獄)!

사왕세가에는 산 자보다 죽은 자가 더 많았는데 생명이 없는 강시군단이 주력이기 때문이다. 그
러니, 그들의 앞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마물들 앞에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제물이 되었다.
초토화! 그 이외의 어떤 표현도 무의미한 것이었다.

독왕세가.
천 년의 절대독종가로 독(毒)은 그들에게 식량이요, 생활필수품이었다.
독만이 자신들의 삶이고, 역사인 독종독인들의 가공무비할 무적독인군(無敵毒人軍)이 중원으로 들
어섰다.
흑색천하!
그들이 지나는 곳은 백 리 이내가 모조리 시커멓게 변색하고, 그들이 스치는 것은 풀이건, 나무
건, 바위건, 땅이건, 무엇이든지 모두가 한 줌의 독수로 화했다.
가공할 독인들은 한 달 만에 귀주, 광서를 모조리 독무의 그늘 아래 싸안아 버렸다. 지금 그들은
사천을 공략하기 위해 죽음의 진군을 거듭하고 있다.

중원을 장악한 혈각이 맞이한 최초, 최대의 위기!
사왕, 독왕 양대 가문의 대반격으로 인해 혈각의 수많은 분성들은 하나씩 형체도 남기지 못하고
소멸해 간 것이다.


그그그긍!
십 장 높이의 거대한 철문이 귀를 찢는 굉음을 울리며 열렸다.

<혈각(血閣)>

철문 위의 거대한 편액에는 핏물이 줄줄 흐를 듯한 핏빛 글씨가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일순,
두두두두두!
끝도 보이지 않는 거대한 기마대가 질서정연하게 지축을 울리며 달려나왔다. 일백, 천, 만, 도대체
가 수를 셀 수도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는데 그들은 한결같이 마광이 절정인 마인들
이었다.

<무적대천마군단(無敵大天魔軍團)...>

선두에 선 기마가 든 팔 장 길이의 깃발이 펄럭거렸다. 깃발에는 핏빛 바탕에 금빛 글씨가 소름
이 끼치도록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그렇다. 대천마군단! 천마대불종이 이끄는 오마의 무적마군단이 출동한 것이다.
그들의 일차 목표는 사왕세가(邪王世家)였다.
지옥혈천종은 천마대불종이 대천마군단으로 사왕세가를 깨부술 때, 전 중원의 마인들을 끌어모아
대천마군단에 합류하기로 한 것이다.
그 후에는 여세를 몰아 독왕세가(毒王世家)마저 박살을 내기로 했다.
두두두두두!
뽀얀 황진을 일으키며 질주하는 대천마군단 한가운데 열여덟 필의 백설총이 끄는 거대한 핏빛 마
차가 신위를 자랑하며 천지를 진동하는 굉음과 함께 질주했다.

마차 안은 길이가 십 장이 넘는 거대한 마차 내부에 이십 오 인이 좌정해 있다.
십대악불과 십대천불, 화우성과 지옥사화 등으로 좌중의 시선은 모조리 화우성에게 집중되어 있
었으나 눈을 내리감고 사색에 잠겨 있었다.
(혈각은 사왕세가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
화우성의 안색은 조금씩 침중하게 굳어졌다.
(천왕팔가는 무적이다! 천왕팔가가 아닌 다른 세력으로 그것을 깬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각에 깊이 빠졌던 화우성은 어느새 본래의 면목을 회복하고 있었다.
".....!"
지옥사화(地獄四花)는 수줍음을 타면서 말도 없이 화우성의 미안을 연신 훔쳐 보았다.
(너무 잘 생기셨어!)
(아무리 보아도 아름답고 강하신 분!)
(내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내!)
(오라버니도 저 분께 안긴 것은 탓하지 않으실 거야!)
화우성의 지금 심정과는 달리 여인들은 분홍빛 사랑으로 꽉 차 있었다.
또한, 그녀들의 그런 모습을 주시하는 이십 승인들의 노안에도 흐뭇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군주의 군모님으로서 손색이 없는 분들이야!)
(클클! 진정 어울리는 용봉(龍鳳)이로다!)
승인들은 마치 자신들이 장가를 간 것처럼 기뻐하고 있었다.
번쩍!
이때 화우성의 굳게 감겼던 두 눈이 떠지자, 엄청난 광망이 번개치듯 작렬하더니 사라졌다.
(대군주께서는 점점 무적지경에 육박하시는군!)
(대군주님의 일초 반식이라도 받을 자가 있을까?)
화우성의 안광을 보며 승인들은 내심 찬탄을 금하지 못했다.
화우성의 입에서 무거운 음성이 느릿하게 울려퍼졌다.
"사왕세가를 대천마군단으로 막는 것은 무리이다!"
화우성은 시선을 돌려 좌측에 앉은 승인을 바라봤다. 그는 바로 사라대선승으로써 팔대무적천불
의 수좌이며, 십대천불의 일 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를 주시하는 화우성의 단호하게 입을 떼었다.
"선승! 본인은 따로이 할 일이 있어 떠나야겠소!"
순간, 사라대선승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어디를?"
그와 마찬가지로 좌중의 인물들 역시 모두가 의혹 어린 시선으로 화우성을 바라봤다.
헌데, 화우성은 모든 생각이 정리되어 있었던 듯 그들의 시선에는 아랑곳 없이 옆에 앉은 여인을
바라보았다. 갈색 피부의 미녀 흑진아였다.
"나는 진아와 함께 독종의 땅으로 가야겠소!"
순간, 남만 제일의 미녀이며 여인 중 최강의 독공고수인 흑진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라버니에게로요?"
화우성은 그녀의 커다란 눈을 지그시 응시하며 운을 떼었다.
"금강독종(金剛毒宗) 이후 독왕세가 최강의 독인이라는 천년대독종을 만나봐야겠소!"
순간, 사라대선승의 노안에 짙은 우려의 빛이 떠올랐다.
"아미타불... 그렇다면 소승이 모시겠습니다! 대군주를 함부로 보낼 수는 없습니다."
화우성이 그의 염려에 무한한 고마움을 느끼는 듯 맑은 미소를 띄었다. 물론 이 순간에도 그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어려 있었다.
"하핫! 설마 매제인 나를 죽이기야 하겠소?"
스윽!
화우성은 말을 마침과 동시에 신형을 일으켜 사라대선승에게 다가갔다. 언제 장난기가 어려 있었
냐는 듯이 화우성의 안색은 엄숙하게 굳어 있었다.
"당분간 선승께서 나 대신 수고를 좀 해 주시오!"
".....!"
그와 동시에 화우성이 다시 장난기를 발동시켰다.
"푸훗! 선승께서 그리 놀란 토끼같은 표정을 짓고 있으니 진정 천마대불종의 멍청한 모습과 닮았
구료?"
"푸웃!"
"킥!"
지옥사화는 그의 농담에 웃음을 겨우 참으며 사라대선승을 바라보자 진정 그는 천마대독종과 흡
사한 데가 있었다.
"쩝!"
사라대선승은 못마땅하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화우성의 음성이 천년거암처럼 좌중의 가슴을 짓누르며 다가온 것은 바로 이 때였다.
"선승께서는 청해를 사이에 두고 사왕세가와 대치하시오. 허나 대천마군단으로는 사왕세가의 전
력을 막지는 못할 것이오. 그 열세는 일천천불군으로 메우시오!"
"......!"
화우성의 태도는 점점 냉정하고 치밀한 자세로 변해갔다.
"힘의 군형을 유지하시고 항시 대천황성의 운혜와 의견을 교환하시오!"
화우성의 차갑게 계획된 말을 들으며 사라대선승의 태도로 무겁게 가라앉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가 막중해진 것이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사라대선승은 화우성을 뜨겁게 응시하며 한 마디 한 마디 분명하게 대답하자 지옥사화를 보고 말
을 이었다.
"아라와 미령, 요랑은 대천황성에 가 계시오!"
세 여인들은 그의 말에 안타까운 빛을 띠었다. 낭군과는 한시도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 천하에
둘도 없는 님을 죽음의 험지로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들이 어우러지고 있었다.
스슷!
허나 화우성의 신형은 이미 흑진아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허공에 둥실 떠올랐다.
"그럼 선승만 믿겠소!"
슈우우욱!
말의 여운과 함께 안개가 바람에 흩날리듯 화우성과 흑진아가 사라져 버렸다.

두두두두두!
대천마군단은 주인이 바뀐 줄도 모르고 질풍같이 내닫고 있었다. 그들의 목표는 사왕세가의 세상
이 되어가고 있는 청해(靑海)였다.


<천장독곡(天獐毒谷)...>

태산의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독곡이다. 사시사철 천장마독에 휩싸여 있는 독의 천국이며, 지옥십
대혈작 중 살황마독존이 기거하는 곳이다.

"음! 오늘따라 왜 이리 심기가 불안하지?"
한명의 녹포괴인이 독화(毒花)가 만발한 화원을 거닐고 있었다. 그자는 바로 살황마독존이었다.
헌데, 어찌된 일인지 그의 안색은 원인 모를 불안감에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타악!
신경질적으로 내딛는 발길에 채인 돌맹이들이 날아가 거대한 바위에 꽂히곤 했다. 바로 그 때였
다.
스스스!
살황마독존의 면전에 한 백영이 소리없이 나타났다.
"살황마독존!"
백영의 입에서 음산하면서도 비수보다도 날카로운 음성이 비집고 나왔다.
"헛! 네놈은 누군데 함부로 침입했느냐?"
뜻밖의 불청객을 보고 대경하던 살황마독존은 다음순간 상대가 이십도 안 된 애송이임을 알자 안
심하며 호통을 쳤다.
허나, 불행하게도 그의 앞에 나타난 미청년은 간이 부어 있었다.
"후후... 내가 누구냐고? 이제부터 철저한 지옥의 학살자가 되려는 어른이시다!"
청년, 즉 화우성의 말이 자신을 조롱하는 것임을 알자 살황마독존은 분노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
다.
"미친놈! 한줌 독수로 만들어 주마!"
허나, 선한 자는 오지 않고 오는 자는 약하지 않다(善者不來 來者不弱)!
살황마독존은 미청년이 여기까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왔다는 사실이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
도 해보지 않았다. 그저 새까만 후배놈이 버릇없이 까부는 것이 우선 눈꼴이 시었던 것이다.
슈우욱!
살황마독존의 손은 기특하게도 그의 마음을 알고는 말보다 빠르게 화우성에게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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