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27-28/75]이브의 노트장[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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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471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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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제목 : ◈이브의 파트너◈ Ⅱ-(12) 오르가즘 對 오르가즘

삼킬 수만 있다면...
꽃잎 속에 갇힌 은규의 그것을 삼킬 수만 있다면, 그렇게 했으리라.
삼킬 수 없는 나는 몸 속에서 꿈틀대는 은규의 그것을 몸 속 깊이 넣어 몸을
흔드는 동작으로만 대신 할 뿐이었다.

두 다리를 은규의 허리에 휘감아 바짝 조이며 그의 어깨를 두 팔로 끌어안아
지탱한 채 고조되는 흥분으로 이를 악물며 몸을 움직였다.
그것을 몸 속에 넣은 채 몸을 빠르게 움직일 때마다 은규의 입술에서 숨가쁜 신음
소리가 흘러 나왔다.

"헉~! 헉~!"

꽃잎에서 흘러나온 액체는 은규와 나의 아랫도리가 질펀하게 젖어 있었고, 몸 속에
가득 찬 은규의 그것이 깊숙이 들어갈 때마다 야릇한 쾌감을 증폭 시켜주었다.

은규의 얼굴이 지독한 쾌감으로 일그러지며 두손으로 나의 허리를 붙잡아
고정시켰다.
은규는 내가 움직일 때마다 그 리듬에 따라 내 몸에 힘을 실어 주고 있었다.
내가 은규의 그것을 깊이 넣기 위해 몸을 하강시킬 때 은규는 내 몸을 아래쪽으로
잡아 다녀 보다 강렬한 움직임이 되도록 해주었다.

나의 몸이 아래위로 움직일 때마다 은규의 입술에 나의 젖가슴이 자연스럽게
닿았다.
온 몸의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지며 꽃잎으로부터 쾌감이 퍼져 나의 몸은 팽팽한
활시위처럼 뒤로 넘어갔고, 둥그렇게 그려진 배의 곡선을 따라 은규의 따스한 혀가
머물렀다.

"아아... 이브! 하고 싶었어! 너와 이렇게 하고 싶었어!
하룻밤에도 몇 번씩 네 꿈을 꿔.
너와 이렇게 한 몸으로 뒹구는 꿈을 꾸며 얼마나 황홀했는지 몰라... 헉헉~!"
"그래... 은규! 제발! 제발, 내 가슴을 깨물어줘... 아아... 미치겠어!"

은규의 입술이 조그마한 나의 유두를 깨물었다.
작고 조그마한 그것이 탄력 있게 곤두서며 은규의 입술에 농락 당하기 시작하자,
아래위로 상하 운동을 할 수 없는 나는 은규의 그것을 거세게 조이며 엉덩이를
한껏 회전 시켰다.

탄탄한 젖가슴 위로 은규의 입술과 혀가 매끄럽게 스쳐 지나갈 때마다, 내 안에
숨어 있던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깨닫는다.
은규가 아닌 다른 그 누구라도 마찬가지였다.

남자의 입술이 매끄러운 피부 위를 간지럽히며 유두를 깨물며 가슴 사이의 계곡과
아랫배로 옮겨갈 때... 그리고 축축한 혀가 옆구리에 머무를 때는 기절하리만큼
짜릿한 감동에 눈시울이 시큰 할 때도 있다.

"허어억!@# 이브!"

은규는 임종 직전에 몰아쉬는 마지막 호흡처럼 숨을 토해내며 나의 몸을 거칠게
끌어안았다.
은규는 이제 섹스를 하며 느끼는 쾌락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선 것이다.
나는 그와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애써 참고 있던 흥분을 마음껏 즐겼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은규의 아랫도리에 스치며 자극 받는 클리토리스로부터
해일처럼 쾌감이 밀려왔다.

"아아... 아으으... 으으은...규... 아아..."

마지막 순간, 은규와 나는 서로의 몸을 세게 끌어안으며 오르가즘의 순간에
머물렀다.
나는 내 안에 뜨거운 액체가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구름 위에 떠있는 듯한
황홀경을 즐기기 위해 눈을 감았고, 은규 또한 자신의 그것을 통해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모든 욕망을 분출시키기 위해 몸을 떨었다.

"넌... 정말 열정적이고 액티브한 여자야."

불꽃같은 대낮의 정사로 상기된 얼굴을 한 은규가 나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너도 그래. 오늘은 게임을 떠나서 무조건 하고 싶었어."
"그동안 하지 못해서?"

"그런 이유도 있지..."

약간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은규가 몸을 떼고는 옆에 있던 티슈로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자신의 음액(陰液)을 닦아 내었다.
아까의 흥분으로 상기된 얼굴은 서늘한 그림자로 바뀌어 있었다.

"왜?"

몸 속으로 분출되었던 은규의 음액(陰液)이 다리 사이로 흥건하게 젖어 드는 것을
닦아내며 물었다.
그러나 그는 먹던 사탕을 빼앗긴 꼬마 사내아이처럼 뾰로통해 있었다.

"왜 그래? 오늘 별루였어? 내가 너무 빨리 끝내서 그래?"

힘없이 축 늘어진 은규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냐. 그런게 아냐..."
"그럼 왜 그래? 오늘 섹스의 주도권을 내가 잡아서 그래?
그래서 기분이 나쁜 거야?"

"아냐..."
"말을 해봐! 왜 그러는지.
오늘 섹스는 예정에 없던 일이었어.
우리 사이의 게임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난 일이었고, 너도 그건 알고 있잖아?"

"..."
"근데 대체 왜 둘이서 섹스를 한 것이 아니라, 혼자서 딸딸이 치다 들어온
고등학생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거야?"

"아무 것도 아냐!"
"근데 왜 짜증스럽게 대답하지?
내가 싫었으면 싫었다고 말을 해!
나도 네가 싫어하는 줄 알았으면 애초에 유혹하지도 않았어.
너 아니어도 파트너들은 많아!
당장 길바닥에 나가기만 해도 발 끝에 채이는게 남자야!
내가 다리만 조금 벌려 보이면 그 자리에서 바로 나를 자빠뜨릴 놈들이라구!
그런 놈들 중에서 하나 골라서 해도 내 욕심은 채울 수 있어!
하지만 난 그렇게까진 하지 않아!
내 마음에 들고, 정말 섹스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과 하고 싶어!
즐길 수 있는 사람! 섹스에도 매너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을 믿는 남자 말야!"

이렇게까지 화를 내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라고 후회했지만 이미 오르가즘 후에
만족스러웠어야 할 기분은 엉망이 되어 버렸다.
망쳐진 기분을 다시 살려내기에는 너무도 짜증스러웠다.
한번은 조이스가, 한번은 은규 녀석이 나의 기분을 망치고 있는 것이다.

"너... 나와 첫 섹스 후에, 지금 두 번째라는 거 알지?"
"그래, 알고 있어.
게임의 규정으로는 첫 번만으로 끝을 내지만, 오늘은 예외였어.
물론 다른 파트너들과도 이런 적은 없었어!"

"나도 알아. 하지만... 그 날 이후 오늘까지 7 개월이야.
넌 그 동안 다른 남자들과 만났지.
수 많은 남자들 말야.
그런데, 난 아니었어.
그때 이후, 오늘 두 번째 섹스를 하기까지 다른 여자들과는 함께 하지 않았어."

눈치를 채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25살의 남자가 따로 만나는 여자나 사귀는 여자조차 없이 지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조차 알고 있다.
더구나 섹스의 그 황홀함을 뼛속 깊이 새겨두고 있는 남자에게는.

"너, 꼭 신세 한탄하는 수절 과부 같구나!"
"신세 한탄하는 것이 아냐."

"웃기지마! 예전처럼 나에게 또 쓸데없는 소리 하려거든 애당초 말을 꺼내지 마.
그것에 대한 대답은 이미 오래 전에 했어.
너와 나는 친구로 남기로 했었어.
그것조차 너에게는 예외였던 거야.
난, 다른 파트너들과는 두 번째 만남조차 갖지 않아.
한번으로써 모든 인연이 끝이었다고!
네가 자꾸 이런 식으로 나를 옭아매려 한다면 난 화를 낼 수밖에 없어!
널 다시 안 보게 될지도 몰라!
조이스랑 너랑, 정말 둘이 왜 그러지?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구나!
처음에는 네가, 그리고 네가 소개해준 조이스가 두 번째로!
왜 다른 남자들은 안 그랬는데 친구 사이인 조이스와 너는 나에게 이런 식으로
애정을 갈구하는 거지?"

커다랗고 맑은 눈망울 갖고 있어 더욱 슬퍼 보이는 사슴처럼 은규의 표정이 심장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나의 가슴에 퀭한 구멍이 뚫린 것 이상으로 분노의 불길이 치솟게
만들었다.

"조이스는 조이스야, 난 나고.
난 단지 네가 나를 조금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나는 오늘 너와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을 고마워하고 있어.
그리고 이브, 너였기 때문에 함께 한 거야.
그런데 넌 마치 다른 누가 이 자리에 없어서 나를 선택했다는 듯,
그리고 내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상관없다는 듯이 말을 하니까...
그게 너무 싫었어."
"너 아니어도 다른 사람과 섹스할 수 있다는 거 몰랐어? 정말 짜증스럽군!"

"알아. 네가 어떤 생각을 가진 여자이고, 너의 섹스에 대한 사고방식과 자유로움이
어떤 것인지 알아.
하지만... 그걸 너무 노골적으로 숨김없이 드러내니까 어떤 때에는 서글프고
당황스러워.
마치 내가 너의 욕망을 채워주기 위한 도구로만 쓰여지는 것 같아서...
대체 내가 너에게 있어 뭘까,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된단 말이야."

섹스의 자유로움을 즐기기 위해선 규칙을 엄격하게 지켜야한다.
서로에 대한 감정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어떤 애정이나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되는 경우에 지금의 은규처럼 섹스 이상의 것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은규의 이야기를 할 때가 된 것 같다.
하얗고 깨끗한 얼굴에 맑고 까만 커다란 눈동자를 가진 은규를 어떻게 만났는지...
조이스의 프로포즈 이전에 나에게 최초로 프로포즈를 한 남자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28] 제목 : ◈이브의 파트너◈ Ⅲ-(01) 은밀하고 우연한 섹스

지난주부터 밀리기 시작한 과제물을 내일까지도 제출하지 못하면 영락없이 낙제
점수를 받고야 말 것이다.
나는 산더미 같은 리포트를 쓰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했다.

친구에게 미리 부탁했으면 좋은 자리를 얻을 수도 있었겠지만, 오늘은 모두들
공부를 하지 않기로 작당을 했는지 빈자리를 얻기 위한 변칙적인 방법을 쓸 수
없었다.

다행히 도서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시체 처럼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과제물을
내준 교수님을 욕하며 책 속에 파묻혔다.
도서관은 바늘 한 개 떨어지는 소리마저도 크게 울려 퍼질 것처럼 정적이 감돌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심상치 않은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며 고개를 들었다.
바로 맞은 편에 앉아 있는 남학생이었다.
그는 내가 고개를 들자 보고 있던 책을 세워 머리를 낮게 숙이고 숨어 버렸다.
꼭 달팽이처럼.

'훗, 꽤 순진한 척 하는 녀석이군!'

시계를 보았다.
도서관에서 책 속에 묻힌 지 두 시간이 넘어서고 있었다.
창 밖의 하늘이 잔뜩 흐려진 것이 금새 소나기가 퍼부을 것 같았다.

우산을 가져오지 않았기에, 이대로 있다가는 영락없이 비에 젖은 비둘기 꼴이 될
것이다.
비가 쏟아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보고 있던 책들도 원위치 시켜야만 했다.

그러나 마음이 너무 조급했던 탓인지 가슴 가득 책을 끌어안고 몇 걸음 떼기가
무섭게 책상 모서리에 허벅지를 부딪치며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괜찮아요? 도와드릴께요."

이게 무슨 삼류 캠퍼스 영화 같은 일이람?
마음속으로 투덜거리며, 도와주겠다고 나선 남학생의 얼굴을 보았다.
내 앞에서 나의 얼굴을 계속 훔쳐보던 녀석이 분명했다.

"눈물나게 고맙군요."

나의 쌀쌀맞은 대꾸에 그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머뭇거렸다.
모서리에 부딪친 허벅지가 꽤 아팠다.

"뭐 해요? 도와준다면서?"

그제서야 그 남학생은 얼굴이 밝아지며 바닥에 흩어진 책들을 줍기 시작했다.
책을 줍는 그의 손가락이 하얗고 길다고 느껴졌다.

묘하게도 나는 남자의 길고 하얀 손가락에 자극 받는다.
남자의 길다랗고 하얀 손가락이 나의 몸을 꼼꼼히 애무하는 순간을 상상하면
온 몸의 미세한 세포들까지도 곤두서는 것만 같았다.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커다랗고 맑은 눈망울이 때묻지 않은 그의 순수함을 말해 주고 있었다.

"전공이 뭐죠? 아까 보니까 미술 관련 서적들을 보는 것 같던데..."
"서양화 전공해요. 오늘은 미술사관련 서적을 좀 찾아볼게 있어서..."

"그랬군요. 이제 나가야겠어요. 커피 어때요?"

아이처럼 맑게 웃는 그의 웃음에 그가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모든 책을 원위치 시키고는 그와 도서관 현관을 향해 걸었다.

"이런, 어쩌죠? 우산이 없는데... 비가 그치길 좀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잔뜩 흐렸던 하늘에서 드디어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다.
그도 나도 우산이 없었고 별 수 없이 도서관으로 돌아가서 공부를 더 하거나,
이렇게 멍청하게 비가 내리는 풍경을 응시하며 그치기만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전 상관없어요. 커피... 제가 살께요."

남학생이 수줍게 말하며 커피 자판기 앞으로 다가섰다.
나는 그가 뽑아준 커피를 받아 쥐고는 조용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뭘 찾아요?"
"이야기할 만한 조용한 곳이요. 여긴 어수선해서..."

"그런 곳이라면 제가 잘 알아요.
이 건물 2층에 잘 쓰지 않는 방이 하나 있어요.
오래돼서 못 쓰는 책들을 쌓아두곤 하는 방인데 이번 방학 때 정리가 될 거라고
하더군요.
그런 대로 깨끗한 곳이에요.
가끔 그곳에서 책을 뒤적이곤 해요.
뭐... 허락이야 당연히 받고 하는 거니까...
여기 사서하는 녀석이 제 친구거든요."

핑계처럼 주절주절 늘어놓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커피가 더 필요할 것 같아요.
전 커피 중독자 거든요.
이번에는 제가 사죠."

우리 둘은 커피를 들고 나란히 이층으로 올라 갔다.
그의 말처럼 그곳은 조용했다.
작고 협소한 방이었지만 한쪽으로 탁자까지 놓여 있어 이야기 나누기에는 부족할
것이 없었다.

해가 지려면 아직 멀었건만, 제법 굵직한 소나기 탓에 밖은 어둑해져 있었다.
부닥친 허벅지에 통증이 느껴졌다.
입고 있던 스커트를 걷어올리자 시퍼런 멍이 물들고 있는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

"아... 멍들었네. 어쩌지..."

멍이든 허벅지를 어루만지며 고개를 드는 순간 그의 얼굴에 스치는 당혹감을 볼 수
있었다.

"왜 그렇게 쑥스러워하죠? 여자 허벅지 처음 봐요?
미대생이라면 누드도 그리지 않던가요?
그러고 보니 이름을 모르고 있네...
난 이브예요. 그쪽은?"
"나... 난, 은규에요. 지은규!"

"그렇게 놀란 눈으로 서 있지 말고 앞에 앉아요.
괜히 내가 이상해지잖아요.
아까 책상에 부딪치며 멍든 거예요.
생각보다 아프네요."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붉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대낮부터 술 한 동이 마셔댄 사람처럼 아예 익어 있었다.
나의 마음속에서 또 다시 게임을 하고픈 욕망이 스멀거리기 시작했다.
이 순진한 남자를 내 것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

"저... 사실은 부탁할 것이 있어요."
"뭐죠?"

"대단히 죄송한 부탁인데... 모델이 되어 주셨으면..."

모델이라는 그의 말에 나는 적지 않게 놀라고 있었다.
그가 나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 남자가 여자에게 갖는 그런 흔한 상념이 아닌, 단지
그림의 모델을 부탁하기 때문이라니?

"그럼 저도 부탁이 있어요.
들어주신다면 기꺼이 모델이 되어 드리지요. 어때요?"
"그, 그 부탁이 뭐... 뭐죠?"

"누드를 그려주세요! 그럼 모델이 될께요."

그의 큰 눈이 더욱 커졌다.
금방이라도 바닥으로 굴러 떨어질 것만 같았다.
내가 말한 요구 조건에 그가 놀라고 있는 것은 당연했다.
어떤 여자가 자신의 누드를 그려달라고 하겠는가.

"좋습니다. 하, 할께요."

붉어진 얼굴로 말까지 더듬어가며 수줍어하는 그가 급기야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심장 뛰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나는 그런 그의 앞에서 스타킹을 벗기 시작했다.

두 손으로 스타킹의 밴드 부분을 또르르 말아 밑으로 내리기 시작하자, 바라보고
있던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놀라지 말아요.
어차피 누드를 그리려면 은규씨 앞에서 다 벗어야할텐데, 이 정도로 놀라면
나중에는 기절하는 것 아니죠?
집으로 돌아가려면 신발이 젖을 것 같아서 차라리 맨발로 가려고 그래요. 후후..."

은규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것은 유혹이었다.
순진함으로 똘똘 뭉친 귀여운 남자 은규의 마음을 유혹하여 내 몸을 더듬도록
만들고 싶었다.

마침, 우리가 있는 곳은 조용하고 적막한 방.
그 누구의 방해가 있을리도 없었다.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고, 우거진 나무들이 있는 탓에 맞은 편 건물에서도
이쪽을 들여다보기란 힘들었다.

나는 그의 앞으로 바짝 다가앉았다.
은규의 이마에는 식은땀까지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나는 그의 앞에서 팬티를 벗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은규는 끝내 고개를 돌렸다.
떨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패... 팬티는 왜...?
"잘 봐요, 은규씨!
당신이 나의 몸을 그릴 자격이 있는지 이제 테스트하는 거예요!
이 노트를 받아요!
여기다 내 몸을 스케치하세요!
바로 이곳을!"

나는 한쪽 다리를 책상 위에 걸치며 은규의 눈 앞에서 최대한 넓은 각도로
가랑이를 벌렸다.
그리고 그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은규는 여전히 고개를 돌린 채 감히 나의 그곳을 바라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은규씨! 뭐 하는 거죠? 이 노트에 그림을 그려보라구요! 그렇게 떨지 말고!
당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할 것 아니겠어요?"

어쩌면 그는 속으로 미친년을 만났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의자를 그의 앞으로 끌어당겨 나의
사타구니를 더욱 가까이 디밀었다.
그러자 슬그머니 은규의 고개가 그것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이러지 말아요."
"뭘요? 그만한 용기도 없어요?
자, 이제 그림을 그려봐요. 용기를 내세요. 후후후...
당신 참 귀엽군요.
얼굴이 귀까지 붉어졌어요."

그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노트를 펼쳤다.
그리고 펜을 쥐고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제 금방 열리기 시작한 음문(陰門)을 세밀하게 스케치 할 것이다.
나는 그의 앞에서 다리를 벌리고 앉아 손가락으로 그곳을 열어 보였다.
그에게 좀 더 잘 보여질 수 있도록.

그의 손에 쥐어진 펜이 음문(陰門)의 한 부분을 스케치할 때마다, 마치 그의
손가락이 나의 그곳에 닿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의 끈끈한 눈빛이 나의 다리 사이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은 짜릿한
흥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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