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외로운침실 = 완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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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776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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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었다.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켠다. 베란다에 면한 유리문의
커튼을 열었다가 닫았다. 테이블 위의 전화기에 몇번이나 시선을
던진다. 벽시계를 본다. 안정되지 않은 원인은 정웅으로 부터의
전화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전화가 불안하기도 하고 기대도
하고 있다. 이쪽에서 전화를 걸고 싶은 충동에 사로 잡힌다. (하지만
당분간 만날 수 없어)하고 을화는 한숨을 쉰다. 그저께 남편에게
안겼었다. 그때, 유방에 키스마크를 붙여 버렸던 것이다. 을화의
불륜은 눈치채지 못했던 절봉이었으나, "바람방지의 부적이야" 라고
농담을 하면서 을화의 왼쪽유방 중앙쪽에 선명한 빛깔의 키스마크를
붙여 버렸다. 을화의 살갗은 하얗고 결이 가늘다. 그 하얀 유방에
붙여진 꽃잎같은 키스 마크가 하루가 되었어도 지워지지 않는다.
이틀째인 오늘은 빨갛다기보다 핑크에 가까운 색인데 아직 남아있다.
남편에게 안기지 않는다고 정웅과 약속한 터였다. 그러니까 정웅을
배반한 것이 된다. 정웅은 실망할 것이고, 을화를 싫어하게 되겠지.
두 남자를 동시에 받아들이는 불결한 몸 따위 생각하기도 싫다.
하지만 부부가 섹스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웅에게 안기면
남편을 배반한 꺼림칙함이 있고 남편에게 안기면 정웅을 배반하게
된다. 을화는 자기가 타락한 여자가 되어 버린 기분이 든다. 그런데도
남편이 부임지로 출발해 버리면 역시 쓸쓸해서 정웅이 만나고
싶어진다. 자극적이고 침착하지 못함은 생리전의 정서불안정 탓도
있었다. 을화는 TV를 끄고 캐주얼한 작은 가방을 들고 집을 나왔다.
아직 오전이지만 혜리와 소희를 불러내어 점심을 함께 하려고 생각한
것이다. 통로로 나와 엘리베이터 가까이의 605호실앞에 선다.
초인종을 누른다. 잠시후 인터폰으로 소희의 응답이 있었다."나예요.
을화" 그렇게 말하니까"아, 잠깐 기다려요" 하고 수선스러운 느낌인
소희의 목소리가 들리고 잠깐 뒤에 문이 열렸다."미안해요, 바빠요?"
"응, 괜찮아, 자 들어와요"
"어머..." 하고 을화는 현관에 쌓인 골판지 상자를 보았다. 그리고서
머리에 스카프를 쓰고 행주치마 차림인 소희에게로 시선을
옮겼다."이사...?""그래요" 소희는 빙긋이 웃는다.
"부군께서 전근?"
"아니요"
"그럼 집을 바꿔요?"
"나만요"
"예? 하지만..." 을화는 놀라며 소희의 얼굴을 보았다.
"남편과 별거하기로 한 거예요" 소희의 얼굴에는 미소가 띄워졌다.
"별거.."
을화는 놀라는 소리를 했다.
<끝없는 정욕>
"1년쯤 별거하고, 그 뒤 이혼하게 되리라고 생각해요.
서로 합의해서 그렇게 결정한 거예요."
"그런.. 이혼이라니, 도대체 왜.."
"이야기하면 길어지지만..."
"하지만 소희씨, 그런 소리 한적 없었잖아요? 부군과 잘 되어 나가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부부의 일이란 타인에게는 잘 모르는 거예요."
"믿어지지 않아요. 이혼이라니.. 하지만 1년 별거하고 다시 생각할
수도 있겠죠""내쪽은 전혀 없어요. 남편이 1년만 생각할 수 있게
해달라고 그래서""그래..."
"확실히 사회적 체면으로는 좀 좋지 않죠. 하지만 나 사회를 위해서
사는 것도 아니고 단 한번의 인생인걸요""예 확실히 그래요. 하지만
소희씨,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무엇인가 동기 같은거 있었겠죠?""예,
있었죠. 남편이 아닌 남자를 사랑했던 일""옛?"
을화는 덜컹했다. 소희도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자기와
똑같이..."하지만 그 사람과는 이미 끝났어요.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의 생활을 계속 하고 싶지는 않아요. 위장부부,
위장결혼생활이라는 것을 깨달은 거죠""그래...어쩐지 알것 같기도
하고...""어머, 그렇게 낙담하지 말아요. 나는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걸요""쓸쓸해져요. 이사해 버리다니"
"또 만납시다. 혜리씨와 셋이서"
"그래요. 점심이나 같이 하자고 왔는데 바쁜것 같으네요"
"오후 2시에 차가 오기로 되어 있어요. 미안합니다. 금주중에
연락할께요.마지막으로 셋이서 만나고 싶고요."
소희는 밝은 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을화는 5층 혜리의 방으로
찾아갔다. 혜리와 식사를 하며 두어 시간이나 지껄이다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전화가 울렸다. 정웅에게서 였다.
"아까부터 전화를 했는데 외출했던 거야?"
"예, 잠깐"
"어쩐지 기운이 없는것 같은데, 무슨 일 있었어?"
"별로...아무일 없어요"
을화는 살그머니 눈을 감았다가 떴다. 정웅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만나고 싶어 견딜 수 없게 된다. 정웅의 애무가 그리워
진다."오늘이나 내일 만날 수 없어? 모레부터 나 취재하러가.
1주일정도 비우게 될거야""그래요"
"언제가 좋아? 내일이 좋아?"
"미안해요. 안돼, 내일은 좀"
"그럼 오늘로 하지"
"오늘도 형편이 좋지 않아" 하고 을화는 빠른 어조로 말했다. 본심은
아니다. 오늘 금방이라도 만나고 싶다. 하지만... 정웅과 만나지 않는
편이 좋다. 하고 을화는 결심하고 있었다. 남편이 붙여준 키스마크
때문만은 아니었다. 소희의 이혼이야기로 쇼크를 받았다. 남편이 아닌
남자를 사랑한 소희는 이혼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것이 을화의 운명을
암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남편에 대한 사랑이 식어서 정웅과 불륜을
저지른 것은 아니었다. 남편도 아이도, 이 가정도 잃기 싫다. 이 이상
정웅과의 불륜에 빠진다면, 소희와 똑같은 운명이 될것 같아 두려운
것이다. "그렇게 형편이 안돼? 그럼 할 수 없군" 정웅은 대단히
실망한 것 같은 말투였다."아주 짧은 30분이나 1시간도 무리해?"
"그래요. 미안해요"
"그래, 그럼"
정웅은 불만스러운 어조로 말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을화는 몸에서
힘이 빠져버린것 같았다. 정웅은 을화가 변심했다고 생각 했을까?
불과 30분이나 한시간, 형편이 안될리 없다. 만나고 싶지않다는
을화의 마음을 살폈음에 틀림없다. 그 다음날도 생리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잠깐, 임신의 불안이 스쳤지만, 예정일보다 며칠 늦는 것은
때때로 있다. 그런때 을화는 두번째의 애를 낳는 기대를 가졌었다.
생리전의 증상과 임신의 징조는 공통점이 있다. 유방이 붓는다.
유두에 닿으면 아프다. 복통이 있다. 맹렬한 수마에 덮친다. 전신이
불볕처럼 뜨겁다. 생리전의 정서불안정성을 이날도 느끼고 있었다.
아무것을 해도 집중되지 않고 불안정하다. 엉뚱한 것을 생각하기도
한다. 신경이 흥분되기도 한다. 그런 아침과 낮을 보내고 저녁때가
되자 을화는 결국 견딜 수 없게 되었다. 철웅을 위해 카레를 만들어
놓고 테이블 위에 외출한다고 써놓고서 집을 나왔다. 역에서 정웅이
작업장으로 쓰고 있는 맨션에 전화를 넣었다. 벨소리가 계속된다.
정웅은 없는 것 같았다. 자택에 있는지도 모른다. 또는 예정을 하루
앞당겨서 오늘 출발했는지도 모른다. (1주일이나 못 만난다...)
을화는 초조했다. 이대로 안 만나는 편이 좋다는 어제의 생각은
사라졌다. 어떻게든지 만나고 싶다. 만나지 못한다면 죽어버리고
싶다라고 평소라면 생각하지 않는 그런 것까지 가슴에서 중얼거린다.
다방에 들어갔다. 레몬티를 앞에 놓고 가만히 있으니까, 또 유방이
부풀어 오름을 느낀다. 문득 (임신한 것이 아닐까?)하고 머리속이
뜨거워지는 것 같은 불안감이 치밀어 오른다. 남편의 아이일까?
정웅의 아이일까? 정웅과는 피임한 셈이다. 하지만 피임구도
질외사정도 100% 완벽하지는 않다고 어디선가 읽은 일이 있다. 식은
레몬티를 마시고, 30분 후에 을화는 또 정웅에게 전화를 했다. 역시
그는 없었다. 을화는 힘없이 수화기를 놓고서 테이블로 왔다.
과감하게 자택으로 전화를 해볼까?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도로를 내다보며, 행인 중에서 정웅의 모습을 찾기도 한다.
(이런 곳에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클럽활동을 끝내고
틀림없이 철웅이 돌아왔을 것을 가슴에 떠오른다. 그래도 역시 돌아갈
수 없어. 정웅의 얼굴을 보기 전에는 적어도 전화로라도 목소리를
듣기 전에는... 그로부터 한시간 후 을화는 다섯번째의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곧 수화기를 드는 소리가 나며 '예, 정웅입니다' 하고
지친듯한 불쾌한 듯한 정웅의 목소리가 들렸다. 을화는 울고 싶을
정도로 그 목소리가 그리웠다."저...을화예요" 허전한 목소리로
말하자 금방 어조가 달라진 정웅이 "어떻게 된거야? 지금 어디서?
집에서는 아니지?" 다그치는 듯한 기세로 묻는다."근처에 있어요.
한시간 반 전부터 다방에..""곧 갈테니 기다려"
하고는 전화가 끊어졌다. 10분도 못되어 정웅이 찾아왔다 마주앉은
그의 얼굴을 보고 을화는 또 울고 싶어졌다."어떻게 된거야, 무슨 일
있었어?" 정웅이 조용히 물었다."나, 스스로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당신을..만나러 왔어""말해봐, 뭐가 있었나" 을화는
어린애처럼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이야기 같은거 없어 만나고 싶었을
뿐이야""그럼, 어떻게 할까? 어딘가로 가?"
어딘가, 라는 것이 호텔이라고 알아차린 을화는 당황하여 말했다.
"오해하지 말아요. 나 그런 의미가 아니고, 당신을 만나고 싶었던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고, 저..."을화는 말이 막혔다. 자신으로도 잘
몰랐다. 만나면 역시 그 팔에 안기고 싶어진다. 그렇게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있는 것은, 어딘가 부족하다."알아. 그런
행위가 목적이 아니고 함께 있고 싶다. 나도 같은 기분이야.""하지만
호텔에는 가고싶지 않아" 을화는 작은 소리로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내 맨션으로 가자. 살풍경한 방이지만""당신의 작업장?"
"응"
작업장으로 쓰고 있는 방이라면 무드도 없고, 그런 행위를 안해도
된다고 을화는 생각했다. 어쨌건, 섹스를 하고 싶어 만나러 온
것이라고 여겨지기는 싫었다. 정웅은 자가용으로 왔지만 걸어도
역에서 5분도 안 걸리는 곳이었다. 탐방 기자답게 책장에 책이랑
화일이 꽉차게 진열돼 있고, 바닥에도 잡지랑 책이 쌓여있다. 큰 책상
위에 워드프로세서, 팩시밀리, 전화기, 원고용지랑 자료가 펼쳐져
있다. 신기한 듯이 실내를 둘러보던 을화를 등뒤에서 정웅이
껴안았다."싫어..."달콤한 저항의 말을 하는 을화를 정웅이 돌려
세우고 껴안으며 격렬하게 입술을 포갰다. 정웅은 그대로 을화를
바닥에 쓰러뜨렸다. 을화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쾌락의 신음을
토해내며 정웅을 요구했다. 입술과, 볼, 어깨, 가슴등에 키스를 하며
을화의 옷을 하나씩 벗겨가기 시작했다. 을화는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죄책감도, 두려움도 정웅의 애무 앞에서는 모두
사라져 버렸다."어서...어서..."
을화는 재촉하기 시작했다. 정웅의 손이 을화의 하복부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어느새 흠뻑 젖어버린 을화의 그곳을 정웅은 정성스레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을화를 쾌락의 세계로 이끌고 있었다.
"아...정웅씨..좋아...좋아.."
정웅은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을화의 몸 위로 덮쳐왔다.
정웅의 성난 그것이 을화의 몸 속을 세차게 꿰뚫었다.
"앗! 아..."
을화는 비명과 같은 소리를 질렀다. 정웅은 세차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느 때와는 다른 행동이었다. 그 동안 참았던 정욕을
보상받기라도 하겠다는 듯 거칠게 거칠게 을화의 몸을 꿰뚫고 있었다.
"죽...이대로 있고 싶어..."
을화는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정웅의 잔등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껴안았다. 정웅이 을화의 볼에 가볍게 입술을 댔다."이대로?
계속해서?""역시 무리한 것 같아. 이봐"
정웅이 조금 허리를 흔들자, 마치 을화의 질벽에서 쫓겨나듯이 빠져
버렸다. 티슈로 을화는 두 사람의 젖은 부분을 닦고, 가슴이랑 복부의
땀을 타올로 닦은 다음, 누워서 정웅의 팔안에 싸였다. 을화는 이대로
영원히 잠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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