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여자는 여자일 뿐 - 선생님 0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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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2,227회 작성일 17-02-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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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여자일 뿐 - 선생님  02부
 
 
또 다시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이제 벌써 2학기다. 능숙함이 몸에 밴 현주였지만 일의 피곤함은 그것과는 무관한 듯싶었다. 가정이 평안하지 못하니 밖의 일도 온전치 않은 걸까? 새 학기가 시작된 지도 벌써 두 주가 지난 금요일…, 새내기 선생도 두 명이 새로 왔고 개학 후 처음이라며 교직원 회식이 예정되어 있었다. 현주는 피곤했지만 오늘은 빠지기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익숙한 코스…
1차 고기 집, 2차 호프 집, 3차 노래방, 스스로도 헛웃음이 나왔다. 도대체 학교 선생들에게는 다른 즐길 거리는 없는 걸까? 모두들 얼큰하게 취해 귀가를 서두르기 시작했다. 차가 있는 사람들은 대리기사를 부르기 시작했고 현주는 교장(敎長)이 불러준 대리기사의 전화를 받고 위치를 알려주었다. 회식 장소가 영등포니까 집까지는 금방 갈 수가 있는 거리였다. 그때 교장이 넌지시 다가와 하는 말이…,
 
“서 선생님! 우리끼리 한 잔 더할까요?”
“네? 어머! 교장 선생님! 많이 늦었어요, 집에 가셔야지요.”
“뭐… 내일 토요일이니까 쉬기도 하고….”
“아유…, 죄송해요, 제가 좀 힘들어서… 담에 하시죠, 교장 선생님….”
“흠흠… 그, 그럴 까요? 허…흐흠!”
 
무안한지 연신 헛기침을 해대며 비칠비칠 돌아서는 교장의 뒷모습에 짜증이 나는 걸 참았다. 대리를 호출한 차가 모두 5대였는데 대리기사가 3명만 와 있었고 두 명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다시 전화하려는데 저만치서 두 명이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대리 부르셨나요?”
“네, 어디…?”
“저는… 여의도 입니다.”
“저는 역삼동….”
 
귀에 익은 소리에 현주가 돌아보니 거기에 영후가 서 있었다.
 
“아니… 너?”
 
영후가 얼른 손가락을 입에 세로로 가져다 대었다. “쉿!” 표시였다. 그리곤 같이 온 기사에게 뭐라 뭐라 하는 것 같더니 현주에게로 다가와 “가시죠, 손님!” 하는 것이었다.
 
현주를 보고 아마도 목적지를 바꾸었는가 보다. 현주는 얼떨결에 영후에게 차키를 건네고 앞서가는 영후를 따라갔다. 직원들과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어안이 벙벙한 채…, 영후가 차에 시동을 걸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현주가 말했다. 그녀는 자연스레 조수석이 아닌 조수석의 뒷좌석에 앉았다.
 
“넌! 학생인데 이런 거 해도 돼?”
“뭘요, 알바하는 건데요.”
“그래도… 이거 미성년자가 하는 거 아니잖아!”
“하하! 선생님, 제가 한 살 많은 거 모르셨구나, 저 법적 성인이거든요.”
“그러니?”
“와… 그나저나 대박이네요, 선생님을 다 모셔보고… 하하하!”
“그러게…, 나도 뜻밖이네, 그 철부지 같던 제자에게 목숨을 맡겨보고…, 호호호! 그런데 이 일한지 오래됐어?”
“아뇨, 한 3개월 조금 안됐어요.”
“지금 한창 중요할 때 아니니? 고 3이면?”
“저… 대학 안가요, 아니 못가요.”
“왜? 문제 있어?”
“그냥… 두루두루….”
 
뭔가 사연 있는 눈치기에 현주는 말을 접었다. 영후는 제법 운전을 잘 하는 것 같았다. 그때 승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래 승호야! 엄마야!”
[….]
“그래 금방 가, 응….”
[….]
“키? 응, 있어 응… 알았어.”
[….]
“그래, 그럼… 자고 있어, 응, 응….”
 
“승호에요?”
“응…, 졸려서 먼저 잔다고….”
“네….”
 
서울교를 막 넘어가는데 올림픽대로의 가로등 불빛이 길게 이어진 게 눈에 보이는 현주였다. 저 길의 끝은 어디일까? 현주는 영후의 뒷모습을 잠시바라보다 조용히 불러본다.
 
“영후야.”
“네.”
“오두산 통일전망대… 가봤니?”
 
영후는 대답대신 룸 밀러로 보이는 현주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거기엔 조명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현주의 얼굴이 있었다. 붉게 물들었다가 하얗게 눈부시기도 하는… 그리고 슬퍼 보이면서 빛나 보이기도 하는… 선생님의 눈동자…, 둘의 눈이 마주친 순간 영후가 대답했다.
 
“가보진 않았는데… 지금 가보고 싶으세요?”
“….”
“….”
“아, 아냐…, 그냥 집으로 가자….”
 
대답 없이 액셀을 밟는 영후를 바라보며 차창으로 시선을 돌린 현주는 집에서 멀어져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얼른 영후를 보며 말하려다 이내 시트에 몸을 맡긴 채 다시 시선을 밖으로 돌린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니었다. 그저 마음이 복잡한데다가 대리기사가 아는 사람인 것이 조금 안심도 되고, 또 내일은 쉬는 날이기도 하고…, 그리고 승호도 자고 있으니 이럴 때 조금은 여유로워지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영후는 아까부터 차 안에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여자의 냄새가 향기로웠다. 그 여자가 누구이던가? 그동안 삶에 치이느라 잊고 지냈었지만 자신이 처음으로 좋아해본 여자였다. 이 여자는…, 그냥 같이 있어 보고픈 마음이었다. 결코 싸구려 여자는 아니니까…, 여자라면 질릴 정도로 겪어본 영후였다. 그런데 이 여자는 틀리다. 모든 게…,
 
그날 십몇 년 만에 처음 봤을 때 심장이 덜컥한 것이 과언(誇言)이 아니었다.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지만 그 고왔던 자태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아주 많이…
 
승호의 집에서 나와 이모네 집인 컴컴한 지하방으로 왔을 때 평소 적막(寂寞)하던 그곳이었지만 그날은 그런 게 느껴지지 않았었다. 실로 오랜만에 영후는 자위를 해보았다. 쉽게 절정에 다다랐으며 그 순간 영후는 현주를 불렀었다.
 
“아… 선생님! 후욱! 선생… 아… 씨발…, 현주야!”
 
슬그머니 중심에 힘이 들어감을 느끼며 더욱 힘껏 액셀을 밟아보는 영후였다.
 
깜깜한 가운데 저 멀리 희미하게 오두산 전망대가 바라다 보이는 오두산 통일전망대 공영주차장 근처의 길 가…,
영후가 나지막이 말했다.
 
“선생님…!”
 
현주는 잠이 든 건지 어떤 건지 움직임이 없었다. 한참을 뒤돌아 바라보던 영후가 운전석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밤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기지개를 켜던 영후가 현주가 타고 있는 차 뒷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왠지 모를 긴장감에 후우하고 한숨을 쉬고 난 후 손에 힘을 주었다. ‘딸각’하고 문이 열린다. 현주는…,
 
3.
 
잠을 자는 듯 그냥 눈을 감고 있는 듯 시트에 몸을 기댄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리는 듯한 것이 아마도 잠이 들어 있는 걸로 보인다. 영후는 깨울까하다가 살며시 차문을 다시 닫아두곤 밤하늘을 올려다보더니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하나 빼어 물었다. 현주가 보았다면 뭐라 한 마디 할 거라는 생각에 슬쩍 차 있는 곳을 돌아보았다. 많이 마신 것 같진 않았는데 취한건가? 영후는 연기를 날려 보내며 생각했다.
 
현주는 장항 IC를 지나면서 눈꺼풀이 무거워짐을 느끼고 살짝 잠이 들었었다. 아직은 더운 날씨였지만 밤공기는 제법 차가워져서 서늘하기까지 한 날씨였다.
 
영후가 차문을 열고 나간 후 다시 닫을 때 잠시 바깥 찬 공기를 느꼈었지만 왠지 눈을 뜨기가 어려… 아니, 애매했다. 몸을 일으켜 어두운 밖의 주위를 둘러보았다. 드문드문 주차된 차들이 보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한적한 분위기였다.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니 건장한 영후의 뒷모습이 보인다. 얼핏 보아도 몸은 웬만한 성인남자 이상으로 거대하게 보인다. 그런 영후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연기를 내뿜는 모습은 언젠가 영화에서 보았던 멋진 주인공과 오버랩 되는 건 무슨 일인지…,
 
사실 현주는 며칠 전 승호와 같이 들어오던 영후의 모습에 무척이나 놀랬었다. 뭐랄까… 여심(女心)을 설레게 하는 자기의 이상형의 외모(?)와도 비슷했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면서 급히 영후에게서 시선을 거둔다. 현주의 이상형은 남들이 들으면 약간은 비정상적이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이종격투기 선수인 최 무배 같은 체격에 삼시세끼에 나오는 주인공 차 승원 같은 얼굴을 가진 남자를 좋아했었다. 지금 영후의 체격이 그 남자들과 오버랩되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아이… 뭐야? 왜 얘길 꺼내가지고… 이 시간에 옛 제자랑 여기에 있냐고? 응?’
 
자신을 꾸중하며 후회하던 현주는 갑자기 열린 차문에 깜짝 놀랐다.
 
“어머! 아이, 깜짝이야!”
“에구 놀랬어요? 주무시는 것 같아서….”
“응…, 지금 막 깼네.”
“에이…, 쌤! 이 시간에 여긴 재미없는데요?”
“그렇지? 난 그냥 바람 좀 쐬고 싶어서….”
“네, 그런데 저도 좋아요.”
“어머! 참…, 너 일해야 되는 거 아니니?”
“선생님한테 일당 받아야죠, 뭐…, 흐흐….”
“그래…, 알았어, 일당 주지 뭐….”
“나오세요, 바람 쐬러 왔으면 쐬어야죠.”
“응…, 근데 제법 바람이 차네. 추워….”
“그쵸?”
 
현주와 영후는 은은한 불빛 따라 천천히 걸었다. 가끔씩 주차되어 있는 차들이 흔들리는 게 느껴지는걸 보곤 현주가 물어본다.
 
“사람들이 차안에 있나봐? 추워서 안나오나보다 그치?”
“네? 아… 네, 뭐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아니면… 뭐?”
“흠…! 그냥 뭐… 둘이… 그렇겠죠, 뭐….”
“응? 뭐가 그래?”
“그러니까… 그… 남자랑 여자가….”
 
무슨 말인지 그제야 깨달은 현주가 얼굴을 붉힌다. 밤이라 영후가 쉬이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휴… 좋을 때구나….”
 
현주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자기도 분명 불타는 사랑을 해본 적이 있는 여자였다. 이제와 새삼 그런 생각이 들면서 또 한 번 대준에 대한 분노가 이는 걸 어쩔 수 없었다. 좀 전의 대화 때문인지는 몰라도 영후도 조금 뻘쭘하니 걷고 있었다. 그런 영후의 옆모습을 가만히 보던 현주가 장난처럼 슬며시 영후에게 팔짱을 끼었다.
 
“내 옛 제자가 이렇게 남자가 다 됐으니 어디 한 번 데이트 해볼까? 호호호!”
“어…?”
“뭘 그리 놀래니? 남자가 돼 가지고….”
“선생님….”
“왜 싫어? 설마 이런 미인을 거절하는 거야?”
“아니요, 그럴 리가요. 절대로….”
“호호호! 우리…, 조금만 걷자.”
“네….”
 
영후는 자신이 생각해도 이상했다. 내가 여자한테 절절매는 스타일 아닌데 이상하네… , 현주선생보다 나이 많은 여자도 많았잖아? 근데 왜 이렇게 주눅이 들지? 내가? 은은히 풍겨오는 여자의 냄새를 음미하며 걷는데 그녀의 오른쪽 젖가슴이 걸을 때마다 자꾸만 영후의 전의(戰意)를 불태우고 있었다. 영후는 현주를 돌아보았다. 제법 내려다보아야 그녀와 눈을 마주할 수가 있었다. 현주의 키가 165cm는 되려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현주도 영후를 쳐다보곤 수줍게 웃어준다.
 
“속은 괜찮아요?”
“그럼…, 뭐… 그 정도에 취하겠니?”
“난… 좀 고픈데….”
“배고파? 많이?”
“아뇨….”
“그럼?”
“술요.”
“술? 호오… 이 학생 안 되겠네?”
“나 그냥 술 마시고 선생님한테 혼나면 안 될까요?”
“너… 정말 성인 맞아? 영 의심스러운데?”
“민증 깔까요? 아니… 내기하죠, 우리….”
“싫으네요, 그렇게 말할 정도면 진짠가 보지 뭐….”
 
한참 걸은 것 같았다. 좀 외진 곳이긴 하지만 저만치 카페 같은 게 보이자 영후는 걸음을 멈추고 그곳을 바라보았다. 덩달아 멈춰 서서 영후의 시선을 쳐다보던 현주가 팔꿈치로 영후의 옆구리를 ‘쿡’ 찌른다.
 
“이그… 저런 건 잘 보이지?”
“헤헤… 네….”
“그래, 가자, 네가 사겠지 뭐….”
“예? 아닌데… 난….”
“뭐니 돈도 없으면서 그랬어?”
“아직 대리비를 안 받아서 그렇거든요.”
“뭐? 푸후훗! 호호호! 그러네…, 알았다, 알았어.”
“하하하! 가요 선생님“
 
카페에 들어선 둘은 사람들이 듬성듬성 별로 없는 것을 보고는 창가 쪽으로 자리를 잡고 500cc짜리 생맥주를 각각 한 잔씩 시킨 후 마주 앉은 두 사람은 옛날이야기부터 해서 최근의 승호와 만나게 된 것까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전주(前酒)가 있던 현주는 조금씩 오르는 취기(醉氣)가 살짝 걱정되었다. 유쾌하게 대화하는 영후의 기분을 다운시키기도 그렇고 해서 시종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고 맞장구를 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시간은 벌써 두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근데 사장님은 지금 집에 계신 건가요?”
“응? 누…구?”
“승호 아버님요.”
“으응…, 그 사람? 지금 집에 없어.”
“아… 그래요?”
“응…, 추…울…자…앙… 지방에….”
“네…, 그래서 선생님도 여유가 있으시구나….”
 
나쁘지 않은 분위기였는데 대준의 애기가 나오니 현주는 슬퍼진다. 제자 앞에서 현재 자신 가정의 위태함을 얘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약한 모습을 보이기는 더욱 싫었다. 영후는 모든 것에서, 모든 일에서 상남자였지만 오직 하나 최대의 약점이 있다면 술이 약한 것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소주 두 잔 정도나 맥주 한 병 정도가 거의 정량이었다. 현주가 화장실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우자 갑자기 말상대가 없어져서인지 영후는 몸이 노곤함을 느끼며 의자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아까 느꼈던 현주의 체취를 기억하며 팔꿈치에 전해지던 물컹한 그것이 잊혀 지지가 않는다.
 
“어머! 영후야 피곤하니?”
“아뇨, 펄펄한 남자가 피곤하긴요 ㅎㅎ”
“그만 가야되겠다, 이제….”
“네, 그럴까요? 그럼 대리기사 불러야 되겠네.”
“음…, 그래야겠다. 이상하네, 대리기사가 대리운전을 부르니까….”
“그러게…, 좀 이상하긴 하네….”
 
대리를 호출했는데 그들이 있는 곳이 사람이 쉽게 접근하긴 어려운 외딴 곳이어서인지 최소 30분 이상은 걸릴 거란 얘기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두 사람은 차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있자니 기분이 여간 이상한 게 아니었다. 애써 웃어 보이며 아무렇지 않은 듯 하는 행동 자체가 이상한 두 사람이었다. 술은 술인 것, 차안의 두 사람이 공기로 적당히 따뜻해지자 술기운이 점점 오르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고 있었다. 영후는 이런 기분이 처음이었다. 아마도 옛 선생님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쑥스러운 기분은 없었었는데…’
 
지금은 모든 생각이 서 현주 선생에게 맞춰지고 있었다. 기억날 리 없는 그 시절의 서 현주 선생의 치마 속 하얀 팬티가 눈에 아른거린다. 침을 소리 없이 삼키는 찰라 현주의 머리가 영후의 어깨에 스르르 기대어온다.
 
‘자는 걸까? 아님…’
 
영후는 팔을 위로 들어 올려서 조심스레 현주의 어깨를 감쌌다. 자연히 현주의 머리가 그의 가슴으로 내려 얹힌다. 아마 무의식이 아니었다면 현주는 얼른 고개를 바로 했을 것, 그런데 현주는 몸을 바로 하지 않았다. 자연스레 그녀의 어깨를 안게된 형국(形局), 현주의 숨소리가 새근새근 들려오면서 아주 작은 실망감도 드는 영후의 마음이었다.
 
‘자는 구나…’
 
한참을 그러고 있자니 자세가 불편해졌지만 움직일 수 없는 영후였다. 그러고도 한참을 영후는 현주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어두웠지만 적응된 눈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잘 보였다.
 
마흔다섯이라고 했던가? 눈가에 가는 주름이 약간 잡혀있는 것 빼고는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지 않는 얼굴이었다. 오히려 바라보면 볼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얼굴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감싸 안아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여자로 보였다.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왜 그리 침이 고이는 건지…, 한 움큼 침을 소리 없이 삼키곤 영후의 얼굴이 멈칫멈칫 아주 조금씩 숙여지고 있었다. 더불어 몸을 비스듬히 비틀며…, 그 영후의 얼굴이 멈춰질 곳엔 바로 현주의 입술이 위치하고 있을 곳이리라,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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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어느새 자정이 넘어가는 깊은 밤, 주변에는 아무도 없건만 속삭이는 소심한 또 한 녀석이 있었다.
 
“하진아, 나 승호.”
“응, 오빠! 왜 안자고….”
“히히! 네 목소리 듣고 자려고….”
“피이… 애기 같애.”
“자려고 했어?”
“응.”
“영후 형은 오늘 안 왔어?”
“응, 오빠는 며칠 집에 안 왔어.”
“그래? 하진아, 나아….”
“응, 얘기해.”
“저기… 있잖아.”
“말해…, 뭔데?”
“나… 너랑… 사귀면….”
“응? 나랑 오빠랑?”
“으…응…, 안…돼?”
“우리 자주 보잖아, 그런데 뭘….”
“그거 말고….”
“어? 오빠, 끊어! 엄마야, 끊어!”
 
이 승호,
정말 연약한 아이였다. 영후가 아니었다면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많았을 전형적인 범생이…, 집과 학교, 공부와 엄마 아빠밖에 모르던 녀석, 당연히 여자관계는 제로베이스, 우연히 영후와 엮어지게 되면서 별세계를 경험하고 있는 운 좋은 녀석, 그렇지만 현주의 사랑하는 아들, 전화가 끊어졌다.
 
‘아이 씨~ 왜 하필 그때 아줌마가…’
 
승호는 하진이에게 미안했다. 하진이를 보고 자꾸만 나쁜 생각만 하게 되는 게 미안했다. 가슴을 만져보고 싶고, 뽀뽀도 하고 싶고, 어떨 땐 교복치마를 벗겨보고도 싶었다. 엄마보다 예쁜 여잔 없을 거라고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진 생각했었다. 그만큼 엄마 현주의 미모(美貌)는 자랑할 만했다. 그런데 간단히 그걸 깨버린 하진이었다. 그러나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처럼 여겨지는 하진이었다. 영후형의 사촌동생이니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시간을 보니 막 자정을 넘어 새벽 1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엄마가 왜 이리 안 오지? 금방 온다고 했는데…, 아빠도 안 오고…’
 
그러고 보니 요즘 아빠본지가 아주 오래된 것이 문득 생각난다. 하진이에게 빠져서 정신이 없었는가보다.
 
‘진짜 아빤 어떻게 된 거야?’
 
아빠에게 휴대폰 전화를 해봤지만 받질 않는다. 승호는 엄마에게 또 전화해볼까 하다가 조금만 더 기다려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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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영후는 깜짝 놀라 얼른 얼굴을 들었다. 닿아버린 것이다. 자신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긴장하면서 움직임을 멈추고 현주를 응시했다. 현주는…, 그냥 몸을 조금 뒤척이더니 더욱 깊이 영후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모습에 자중하고 있던 영후의 중심이 드디어 꿈틀대기 시작했다. 자신감의 상승과 경험에서 얻은 그것, 영후는… 현주의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 귀 뒤로 넘겨주었다. 그러자 현주가 한쪽어깨를 움츠리며 바깥쪽의 팔을 자신의 품안으로 모으곤 더욱 영후에게 밀착해왔다. 영후는 이런 경우가 정말 처음이었다. 평소 쉬운 여자들만 만나 와서 그런 건지 헛갈린다. 손에 땀이 다 났다. 영후의 손이 현주의 귀 볼을 부드럽게 잡았다. 그리곤 느린 속도로 만져보았다. 그래도 현주는 움직이지 않았다. 머리를 넘겨주다 귀 볼을 살며시 비벼보다 귀 뒷부분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만져보기도…, 물론 그래도 현주는…,
 
현주는 선잠이 들었었다. 피곤하긴 했었는지 몸이 힘들었다. 이상한 기분… 그 싫지 않은 느낌에 문득 잠이 깨었다. 그런데 자신의 모습이 낯설었다. 남자에게 그것도 제자인 영후의 품에 마치 안겨버린 자세로 기대어 있었고, 건장한 영후가 자신을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이었다. 소스라치게 놀라서 몸을 일으키려 했었는데 그때 영후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넘겨주었고 그 손가락의 느낌이 자신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내가 왜 이럴까?’
 
이어지는 영후의 터치들은 이상하리만치… 미친년 같은 소리지만…, 정말 감미로웠다. 아주 많이…, 영후의 손이 현주의 턱 선을 타고 내려와 엄지손가락으로 입술을 건드렸을 때 현주는 더 지체할 수 없었다. 영후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얼굴을 들어 영후를 쳐다보았다.
 
“이러지 마, 하지 마!”
 
영후도 당황스런 눈으로 마주했지만 금방 그의 눈은 확고해 보였다.
 
‘멈출 수… 없어요.’
 
마치 현주의 눈엔…, 영후가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이유는 현주 자신도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무척 당황스러웠다. 영후의 눈은 이제 현주에게 레이저빔을 쏘듯이 강렬한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마도 지난 과거의 여자들을 만났을 때의 그 눈빛이었을까? 현주는 무슨 말을 하려다 그 눈빛을 더 이상 받을 수 없어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영후의 왼 손이 얼굴을 돌려 잡아 세웠기 때문이었다. 현주가 얼굴에 힘을 주고 버티었다. 하지만 영후의 손의 힘은 그것과는 비교할 수없이 강했다. 돌리어진 얼굴이 영후와 마주했을 때 긴 정적(靜的)이 흐른다.
 
“영…후…야!”
 
많이 갈라져 있었다. 현주의 목소리는…, 영후의 검지손가락이 현주의 입술에 세로로 세워지면서 현주는 더 이상 말하기 어려웠다. 그리곤 영후의 손은 다시 한 번 흘러내린 그녀의 머리칼을 정리해주고 있었다.
 
“으으음….”
 
현주는 ‘아차’ 싶었지만 그의 손길에 신음을 얕게 내었다. 영후가 못 들었길 바랬지만 그는 들은 것 같았다. 그의 눈빛이 더욱 빛나고 있었다.
 
그때…,
 
4.
 
현주가 ‘와락’ 영후를 껴안았다.
 
“서… 선생님?”
“영후야 제발… 그러지 마…, 응? 제발….”
“선생님….”
“나… 무서워서 그래, 정말….”
 
실제로 현주는 몸을 떨고 있었다.
 
힘으로는 절대로 지는 일이야 없겠지만 지금 현주의 간절하다 못해 애처로운 행동과 말투에 영후의 마음은 갈팡질팡 하고 있었다. 어쩌란 말인가, 여체의 향기로운 이 내음을…, 영후의 양팔을 두 손으로 ‘꽈악’ 잡은 채 좀처럼 진정하지 못하는 현주의 어깨를 가만히 쓰다듬으며 영후가 말했다.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진정하세요.”
“정말야…, 나….”
“선생님, 알겠다니까요.”
“으, 으응….”
“편히 앉으세요, 얘기 좀 해요, 우리….”
“그, 그래!”
 
현주를 진정시킨 후 영후는 일단 차 밖으로 나와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며 담배에 불을 붙여 아주 길게 한 모금 삼키곤 또 길게 연기를 허공에 뿜어내었다. 불안한 모습으로 지켜보던 현주의 눈에 담배불빛에 비쳐지는 영후의 벌건 얼굴이 보였다. 자신이 딱히 잘못한건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좀 전의 영후의 그 분위기는 쉽게 만류될 상황이 아닌 듯이 보였었다.
 
담배를 다 피우고 다시 차 안으로 들어온 영후가 차문을 ‘쿵!’ 하고 닫더니 털썩하고 현주의 옆자리에 앉았다. 현주가 불안한 듯 영후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색함을 덜기위해 현주가 아주 어색하게 한마디 던졌다.
 
“담배피면 뼈 삭는다며?”
“흐흐흐… 누가 그래요?”
“몰라, 다 그러던데? 영후도 안 피웠으면 좋겠다.”
“네…, 그러려고요, 잘 보여야지, 이제… ㅎㅎㅎ”
“누구한테?”
“있어요.”
“응…? 누구?”
“선생님!”
 
현주가 고개를 돌렸다. 영후는 먼 산을 보는 사람처럼 앞을 응시하더니 잠시 말을 끊었다. 그런 영후를 계속 보는 것도 좀 뭐하다 싶어 시선을 돌리려는데 영후가 독백처럼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난… 어릴 적 혼자가 되었어요. 내 주위엔 오직 혈육(血肉)이라곤 이모 한 명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그 이모도 사는 게 여의치 않아서 나를 살뜰히 보살피지 못했어요. 이건 이모의 얘기지만…, 그래서인지 난 밖으로 돌기 시작했죠, 아주 거칠게 사춘기(思春期)를 보냈다고 보시면 돼요, 덕분에 세상사는 법이랄까? 그런 걸 많이 터득하게 된 거죠, 선생님은 대충 감 잡으실 것 같아서 이런 얘기 하는 거예요.”
“응….”
“나는… 남들이 나쁘다고 하는 것, 안 해본 것 없어요. 싸움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숱하게 했었죠, 거친 세계에서 나를 지켜야 했으니까, 그러다보니 자연히 날 따르는 아이들도 많이 생기게 되고…, 웃으실지 모르지만 우리들만의 세상에선 보스가 된 거죠. 모임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거고… 하지만 승호걱정은 마세요, 그 녀석은 특별하니까….”
“승호가… 왜 특별한 거야?”
 
영후는 대답대신 현주를 돌아보았다. 현주의 궁금해 하는 표정이 또 예쁘다… 씨발…,
 
“특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 아들이니까….”
“다른 아이들은?”
“글쎄요?
“좋아! 계속해봐, 이야기….”
 
영후가 말을 이어가기 전에 침을 한 번 삼킨다.
 
“선생님은 내가 여자경험 있다고 생각하세요?”
“글쎄 잘….”
“거짓말! 내가 살아온 게 그러한데 설마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 아닌 거 알아요, 그래요, 많았어요, 정말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선생님보다 나이 많은 여자도 있었고요.”
“뭐? 정말…이니?”
“네….”
“어떻게… 그런….”
“충분히 가능해요, 모든 게….”
“난 잘….”
“이해하려고 하지마세요 그 여자들도 처음엔 이해 못했으니까….”
“들? 한 명이 아니란 거야?”
“그건 선생님이 알아서 생각하세요. 아무튼 처음에 승호랑 같이 집에 갔던 날 좀 많이 놀랐어요.”
“그렇겠지…, 옛 담임이 있었으니….”
“아뇨… 그래서가 아니라….”
“….”
“그건 나중에 알게 된 거고…, 그것보다 선생님의 모습 그 자체가 ‘화~악!’ 와 닿았거든요. 지금 생각해도 조금 내 자신이 이상할 정도로…, 그때 처음으로 엄마 생각도 났어요. 정말 처음으로…, 그런데 알고 보니 옛날 담임이었던 거죠, 속으로 얼마나 좋았었는지 잘 모를 거예요, 내 기분…, 난 늘 항상 모든 일에 자신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날 선생님 만난 이후로 왠지 선생님한테만은 자신이 없는 거예요, 역시 선생님이니까 그렇구나 생각했었죠. 그랬었는데 오늘…, 아니 조금 전에는 정말 자제하기가 힘들었어요. 알죠, 당연히 그러면…, 그런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 선생님이 혼자도 아니고….”
“내가… 어땠는…데? 그때….”
“솔직하게요?”
“그래 솔직하게….”
“예뻤어요. 섹시하고….”
“푸훗!”
 
작게 실소(失笑)를 터트리는 현주였지만 영후는 나름 진지해 보였다.
 
“더… 솔직하게 얘기해도….”
“응? 조…좋아, 말해봐.”
“…안 할래요, 그냥….”
“괜찮으니까, 애기해봐….”
“싫어요, 말하면 나랑 안 보려고 할 거예요, 아마도….”
“약속할게, 뭐라고 하지 않을게….”
“정말요? 그럼 말해요?”
“응….”
“조금 전에도 느낀 건데… 하아….”
“응?”
“나 나쁜 놈 맞아요, 그래서 그런 생각했어요.”
“….”
“그냥… 그냥 여자로 보였어요. 갖고 싶고… 만지고 싶고….”
 
현주가 입술을 굳게 다물더니 정면을 바라본다. 한동안 미동(微動)도 하지 않는다. 영후도 애기해놓고 뻘쭘하긴 마찬가지…, 그때 영후의 스마트폰이 울린다. 영후는 번호도 보지 않고 얼른 통화거절을 누르더니 집어넣었다. 현주는 그런 영후의 행동에 아무 말도 없더니 영후를 슬쩍 돌아보곤 다시 시선을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난 엄연히 너의 선생님이었고 넌 학생이야. 너는 나의 제자라고….”
“그야….”
“그걸 떠나서 얘길 해도 마찬가지 일거야, 난 너의 엄마뻘의 여자야, 네가 나한테 그런 생각을 가졌다는 걸 탓할 마음은 없어, 내가 처신을 잘못한 거겠지…, 그리고 넌 인기도 많다면서? 예쁜 여자들도 많이 널 좋아한다면서? 그런데 뭐가 아쉬워서 나 같은 아줌마야? 난 네가 반가워서 오늘도 이런 데까지 온 거고, 네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줄 알았다면 그러지 않았겠지…, 영후야, 그러니까 그러지마, 이제… 영후가 날 좋아해주는 거 나도 기분 좋아, 그렇지만….”
“그래도 못 참겠으면 어떡해요? 정말 못 참겠으면….”
“영후! 너 정말….”
 
미간을 찌푸려가며 현주가 영후를 노려보았다. 그런데 그 표정이 영후의 눈엔 또, 또 예쁘다 씨발…,
 
“그래…, 너 멋진 남자가 되었어, 만일 내가 아가씨이거나 네 나이 또래였다면 충분히 반할 수 있을 정도로… 그렇지만….”
“그럼…, 반해 봐요, 한 번!”
“하아… 정말 왜 이러니?”
“몰라서 묻는 거예요? 선생님 때문이잖아요 서 현주 선생님 때문!”
“너한테 실망하려고 그래, 지금….”
“좋아요, 그럼 하나만 부탁 들어줘요, 그러면 다시는 이러지 않을 게요.”
“뭐? 뭔데….”
“약속 먼저 해요.”
“이상한 거… 아니지?”
“어리광 같은 거예요.”
“좋아…, 말해봐.”
“뽀뽀 한 번만 해주세요.”
“그건 안 되는 거잖아!”
“승호랑 뽀뽀도 안 해 봤어요?”
“그… 그야 아들이니까….”
“그러니까 저도… 네?”
“정말 그러면 앞으로 안 그럴 거야?”
“네….”
“좋아! 그럼… 눈 감아.”
“아뇨, 선생님이 감으세요.”
 
또 한참 노려보더니 결심한 듯 현주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영후는 그런 현주의 양 볼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는 얼굴을 가져간다. 최대한 부드럽게 입술을 대어보았다. 예상대로 촉촉한 현주의 입술이 느껴지면서 영후는 모든 남자들이 가지고 있던 늑대의 본능이 스멀거림을 감지했다. 입술을 조금 비틀며 약간 힘을 주었다. 하지만 꼭 닫혀 진 현주의 입술이 열릴 리 만무했다. 이제 된 것 아니냐는 듯 현주가 영후의 가슴을 밀며 얼굴을 떼어 내려할 때 영후의 한 손이 현주의 귀 볼을 잡아 쓰다듬듯 만져나갔다. 아까의 학습효과인 게 분명해 보이는 행동이었다. 예상대로 현주의 어깨가 움츠러들며 입술이 조금 벌어진다. 그 틈을 놓칠 리 없이 번개같이 침투한 영후의 혀…, 현주의 귀 볼을 만지던 그 손으로 현주의 뒷머리를 잡아 도망치지 못하게 한 후 더욱 자신의 혀를 집어넣으려 힘을 쓰자 현주의 입술이 서서히 열리고 있었다. 도망치다 붙잡힌 현주의 입술을 집요하리만큼 공략하고 있는 영후의 강한 힘에 조금씩, 조금씩 현주는 무너져 가고 있었다. 단내가 풍기는 현주의 입속으로 진입한 영후의 혀가 현란한 드리블을 구사하며 조금의 여유도 주지 않는다. 한참을 빨은 후에 잡아챈 현주의 혀를 다신 놓아줄 수 없다는 듯 거칠고 힘차게 빨아댔다. 버둥대던 현주의 몸은 그때쯤 서서히 잦아들고 있었다. 현주의 얼굴을 돌려 완전히 위에서 눌러내리 듯 영후는 현주의 입을 덮어간다.
 
“우우…우후흡! 움우우움… 후으읍!”
“쭈어헙! 음… 쭈우웁! 음… 으으음….”
 
힘이 드는지 현주가 영후의 팔뚝과 등을 주먹을 쥔 채 닿는 대로 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후는 봐줄 리가 없었다. 더욱 세차게 그녀의 입을 유린(蹂躪)하고 있었다. 살짝 혀를 놔주었다가 다시 물어 빨아댈 때 움직이던 그녀의 두 손이 서서히 멈추더니 그저 영후의 가슴에 대고만 있었다. 그제야 영후도 입술을 떼어내고 얼굴을 조금 들었다. 마침 현주도 눈을 뜨면서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하아하아… 아….”
 
현주가 막혀있던 답답함에서 해방되자 나오는 소리였다.
 
“죽어도 좋아….”
 
영후가 읊조리자 현주의 눈이 흔들린다. 영후가 다시 얼굴을 가져가며 현주의 눈을 보자 현주도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다시 대어간 영후의 입술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자 서서히 열리는 현주의 입술, 그리고… 안타까운 신음…,
 
“흐으음… 아흐읍!”
“음… 으음… 쭙쭈우웁!”
 
영후는 정성을 다해 현주의 입술을 빨고 빨았다. 그때, 드디어 현주의 팔이 영후의 목에 걸쳐지고 있었다. 차안에 습기가 끼어갈 무렵 현주의 스마트폰이 울어댄다. 현주가 영후의 가슴을 밀며 일어나 앉는다. 거기선 영후도 선선히 응해주었다.
 
“응…, 엄마야.”
“엄마 왜 안 와?”
“으, 으응…, 맥주 한 잔 더 하자고해서….”
“무슨 선생님들이 그렇게 술을 많이 마셔?”
“그… 그렇지? 미안해, 아들… 근데… 아직 안 잤어?”
“조금 자다가 깼어.”
“응…, 자고 있어, 빨리 갈게.”
“응…, 알았어, 끊어.”
 
현주는 전화기를 백에 넣더니 머리를 만진다. 더불어 옷매무새도 점검해보곤 영후를 돌아본다.
 
“승호인가 보죠?”
“….”
“죄송해요.”
“….”
“선생님….”
“그… 그만 가야겠어.”
“네…, 그러죠.”
 
영후는 전화기를 꺼내본다. 아까 왔었던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자 역시나 대리기사인 듯싶었다. 통화해보니 이미 다른 콜을 잡아 이곳으로 오기가 불가능하단다. 영후 자신은 이제 자기가 어느 정도 술이 깨어서인지 운전해도 될 것 같았다.
 
“내가 해도 될 거 같아요.”
“….”
 
화난 표정으로 대꾸 없는 현주를 가만히 쳐다보다 한마디 해보는 영후였다.
 
“정말 싫었으면 내가 그렇게 하도록 놔두지 않았겠죠? 선생님이?”
“….”
 
그건… 그의 말이 맞았다. 현주가 대학 다닐 때부터 꿈꾸던 남자의 모습, 바로 그 이상형(理想型)이 솔직히 지금 영후의 모습과 흡사했다. 덩치가 크고 건장하며, 그러면서도 그렇게 못 생기지 않은…, 그리고 영후의 부드러운 손길과 강렬하고도 짜릿했던 키스가 주는 황홀감(恍惚感)도 상당했었다. 더욱이 그녀는 남편의 외도(外道)로 인해 거의 몇 개월 째 남자의 손길을 받아보질 못했었다. 영후의 나이가 문제가 아니었다. 차라리 모르는 아이였으면 좋았을 걸….
 
“그래…, 맞아, 싫지 않았어, 그렇지만 이젠 그런 일 없을 거야.”
“난 아닌데….”
“너의 생각은 중요하지 않아, 내가 그럴 거라는 거야.”
“….”
“운전해…, 가자.”
 
영후가 무언가 더 말하려다 차의 시동을 건다. 무심히 스쳐지나가는 차들과 가로등 불빛을 보며 창에 머리를 기댄 채 현주는 방금 전까지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생각하고 있었다. 거칠게 자기의 혀를 빨리던 그때 아프면서도 가슴한곳에 찌릿하고 울리는 게 있었다. 무엇이었을까?
 
‘이 아이도 알까? 살짝 젖어버렸던 나의 그곳을? 그의 뒷모습이 사뭇 두려워지는 건 왜일까? 안 되는 거야…, 다시는 이러면 안 되는 거야…,’
 
현주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어본다. 그리곤 엄지손톱을 입으로 가져가 역시 깨물어본다.
 
‘어떡해야 하지?’
 
♥♡♥♡♥♡♥♡♥♡♥♡♥♡♥♡♥♡♥♡♥♡♥♡♥♡♥♡♥♡♥♡♥♡♥♡♥♡♥
 
(03부에 계속됩니다.)
 
덧붙이는 글 : 사실 다른 작가의 글에 손을 댈 때에는 그 원작에서 내용이 크게 벗어나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다만 약간의 내용 첨가나 혹은 변형(흔히 비틀기라고도 하지요)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원작의 내용에서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흐름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제가 네이버3에 다시 복귀하여 창작 방에 최근에 올린 글 < 사랑, 그 험난(險難)한 강을 건너서… >도 한강하구님의 작품인데 원제는 < 사랑 그리고… >였습니다. 하지만 너무 제목이 추상적이어서 제가 제목을 바꾸고, 내용은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많이 첨삭을 했었던 것이죠, 한강하구님도 그 작품을 보시고는 자신의 원작보다도 더 낫다고 평가해 주시긴 하더군요,
 
어쨌든 본 글은 중반부에서 절필이 된 것이라 사실 끝맺음을 하기에는 원작자의 의도와 너무 방향이 틀려질 수는 있겠으나 작가의 의도를 어느 정도는 파악한 이상 그 전체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최근에 완결을 지은 것이니 꾸준하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를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갈수록 많아지는 것 같아서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쑥쓰럽기도 합니다. 기대에 어긋남이 없도록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게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미네르바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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