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여자는 여자일 뿐 - 선생님 0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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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1,963회 작성일 17-02-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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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여자일 뿐 - 선생님 03부
 
 
“뭐야? 엄마! 어제 몇 시에 들어왔어?”
“으응…, 빠… 빨리… 왔어.”
“배고파…, 얼른 밥 주세용.”
“응…, 얼른 씻어.”
 
유난히 아침햇살이 눈부시다. 현주는 그 햇살을 보며 중얼거린다.
 
‘그래…, 하룻밤의 꿈이었던 거야…, 꿈…’
 
“엄마, 어디 있어?”
“어…, 왜? 여기 베란다….”
“엄마! 나랑 어디 좀 가자.”
“어디를?”
“엄마, 음식 잘 하잖아, 그치?”
“뭘… 그냥 좀 하는 거지….”
“영후 형, 반찬 좀 해주면 안 될까?”
 
현주는 가슴이 ‘철렁’했다.
 
“엉? 무슨…?”
“그 형 혼자 살잖아, 그러니깐 엄마가 반찬 좀 해주고 오라고…, 엄마 제자였잖아.”
“그래도… 그건… 좀 아니지….”
“왜 싫어?”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런데 혹시? 영후가 얘기한 거니?”
“아니, 내가….”
“왜?”
“그 형한테 점수 좀 따야 되거든….”
“….”
 
현주는 마음이 복잡해진다. 그때 카카오 톡 알림이 울린다. 무심코 들여다보던 현주가 눈을 크게 뜬다.
 
[영후에요. 잘 잤어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며 현주는 침대 끝에 앉아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5.
 
현주는…, 평온해야 할 토요일 시작부터 혼란스러운 가운데 있었다. 승호 녀석은 입이 귀에 걸려서 가방을 챙겨들고 나갔다. 공부하러 간다지만 핑계이겠거니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진’이라는 그 애가 그리도 좋을까? 그래도 크게 비뚤어 지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현주는 자기가 근무하고 있는 초등학교에서 이미 여러 번 보고 느끼고 또 겪어보았다. 초등학생들도 그러할 진데 오죽하랴, 현주는 승호가 했던 말이 적잖이 신경 쓰였다.
 
‘영후에게 반찬을 해주라고?’
 
참 당황스러웠다. 어젯밤 아니 새벽에 세안(洗眼)만하고 잔 것이 못내 찝찝했던 현주는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싶었다. 물을 받으며 거울을 보았다. 머리를 틀어 올리면서 보이는 자신의 나신(裸身)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요즘은 거의 가지 않지만 전에 대중목욕탕을 다니던 때가 있었다. 갈 때마다 곁에 있던 아줌마들의 칭찬을 들어온 몸매며 피부였었다.
 
‘어떻게 관리하느냐? 몸에 바르는 게 어떤 거냐?’
 
는 등 그런 질문들이 싫진 않았지만 조금 쑥스러운 질문과 과감한 그녀들의 터치가 부담스럽기도 했던 때가 어느덧 4, 5년 정도 된 것 같았다. 몸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거울에 비추어보던 현주는 갑자기 영후의 얼굴이 떠오르는 게 스스로도 이상하게 생각되면서 두 팔로 가슴을 가려본다. 그리곤 실소를 머금고 가슴을 양손으로 받쳐 들어 올려 보았다. 젊었을 때 예쁘다는 소리를 꽤나 많이 들어본 B컵 가슴이었다. 아직도 봉긋하니 탄력 있어 보이는 게 현주 자신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중년의 나이를 속일 수는 없는지 배가 살짝 나온 것에 인상이 흐려지는 그녀는 이어지는 엉덩이 라인에 다시 만족스러운 표정이 된다. 쭉 뻗은 허벅지와 얇디 얇은 다리라인도 괜찮게 보이는지 좌우로 돌려보길 반복하던 현주는 문득 생각난 듯 어제 벗어놓은 속옷을 빨랫감 사이에서 찾아내었다. 피곤해서였을 것이다. 현주는 집에 오자마자 팬티를 벗어놓고 티슈로 자신의 그곳을 한번 스윽 닦아낸 뒤 잠이 들었었다. 희멀건 한 것이 묻어있는 게 보인다. 부정(否定)할 수 없는 애액이었다. 영후의 키스를 받아내면서 생겼던…, 한동안 들여다보던 팬티를 다시 빨래감속에 숨기듯 넣어놓고 물속에 들어가 머리를 기대며 눈을 감았다.
 
‘그래! 아직 충분히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는 나, 서 현주잖아?’
 
왜 그런 생각을 갑자기 하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현주는 그렇게 자신이 여겨진다. 그런데 왜? 남편은 나를 배신한 걸까? 그럴 리는 없겠지만 ‘나도 바람피우라’고 영후가 나타난 걸까? 생각해놓고도 어이가 없었는지 현주는 자조(自嘲) 섞인 웃음을 흘린다.
 
‘휴… 어찌됐든 이대로 있을 수는 없겠어, 남편과 어떻게든지 결론을 내야겠어….’
 
샤워를 마치고나와 화장대 앞에 앉아서 현주는 전화기의 버튼을 누른다.
 
“어! 나야.”
 
한참 만에 전화를 받는 대준이었다. 목소리가 잠에 취한 듯한 것이 저절로 현주의 인상이 구겨진다.
 
“오늘 시간 되요? 얘기 좀 해요, 우리….”
“무슨… 얘기?”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해요? 당신과 나 그리고 승호….”
“전에 얘기했잖아, 여보! 다 정리한다니까….”
“정리하든 뭘 하든 하세요, 알아서 하시고 저랑은 얘기 좀 하자고요.”
“그… 그래, 알았어, 저녁때 가지….”
“그래요.”
 
말을 마치자마자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침대에 던져버렸다.
 
“사모님… 이에요?”
“음.”
“뭐라…셔요?”
“별 거 아냐, 얘기 좀 하자고….”
“나… 두려워요.”
“뭐가? 마누라?”
“아니…, 사장님….”
“내가 왜?”
“절… 떠날까봐….”
“후후… 이리와….”
 
연주, 작은 아빠의 친구인 대준의 회사에 들어가 한 달도 되지 않아 사장인 대준과 선을 넘어버린 대책 없는 아가씨다. 남자가 끊이지 않을 정도의 귀여운 외모의 그녀였지만 대준과의 한 번의 정사(情事)에 모든 걸 놓아버린 의외의 순정파이기도 한 방년 20세, 대준은 파릇파릇한 연주에게 너무 쉽게, 깊게 빠져버렸다. 잠자리에서의 궁합도 사실 아내인 현주보다 좋았다. 현주는 매우 수동적이고 보수적인 반면 연주는 통통 튀는 싱그러움이 넘쳐나는 여자였다. 현주와의 지극히 정상적인 섹스는 대준에겐 권태로운 부부관계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하지만 그럼에도 대준은 현주를 사랑한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정말 섹스나 스킨십 같은 것에서 연주만 같았으면 지금과 같은 일탈(逸脫)은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자신에게 끊임없이 변명을 하고 있는 대준이다. 좀 전의 모닝섹스를 끝낸 대준과 연주는 가벼운 키스와 손놀림으로 서로를 애무해준다. 대준은 평소와 조금 다른 현주의 억양을 되씹으며 왠지 불안함이 가시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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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영후의 카톡이 울린다. 귀찮아하며 폰을 들여다보던 영후는 벌떡 일어나 앉아 자세히 들여다본다. 현주의 톡이었다.
 
[어디니?]
[집…]
[어디쯤 사니?]
[신길동…]
[승호랑 무슨 얘기했니?]
[아무 말도…]
[밥은 잘 챙겨먹니?]
[대충…]
[그래, 알았다]
[그냥 끝?]
 
한참 기다렸는데 답신 없는 현주였다. 영후는 ‘뭐야?’ 하는 기분이었다. 현주는 살짝 기분이 나빠진다. 원래 그렇게 하는 건지 영후의 톡 내용이 반말 비슷한 것 같아서였다.
 
 
저녁때 온다던 대준은 감감 소식이었다. 도대체 이 남자가 나를 얼마나 우습게 아는 걸까? 이런 괄시를 받을 만큼 내가 그렇게 별 거 아닌 여자였는지… 현주는 기가 막힌다. 전화도 받지 않는 것이 아예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미치자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마음 한편으론 오히려 잘되었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그래, 미련가질 것 없어! 내가 원하던 일이잖아?’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네며 승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분전환이 필요했다. 승호와 외식이나 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간만에 아들과 영화도 한 편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얼핏 시간을 보니 8시가 되어 간다. 이 녀석은 뭘 하느라 이 시간까지 오지도 않고 연락도 없는 건지…,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리곤 한참 후에 카톡이 와서 보니 승호였다.
 
[엄마! 나 조금 늦어]
[왜?]
[친구들이랑 놀아]
[친구 누구?]
[있어]
[저녁먹자고 전화한 건데]
[아빠 왔어?]
[아니]
[어쨌든 안 돼, 지금]
[너 또 나쁜 짓 하는 거 아니지?]
[아냐]
[그럼 몇 시에 와?]
[걍 조금 있다가]
[알았어, 엄만 아들 믿는다?]
[엉]
 
현주는 갑자기 외로움을 느낀다. 혼자 하는 식사가 요즘 너무 자주 반복되다보니 밥맛도 절로 없어지는가 보다. 어두워진 밤하늘을 힐끗 보았는데 거기엔 흐린 구름 사이로 달이 하나 걸려있었다. 처음 보는 달도 아닌데 한참을 보았다. 폰을 들고 만지작거리던 현주…, 마땅히 연락할 상대도 없었다. 그런데 불쑥 영후가 떠오른다. 그와의 대화 내용을 들여다보다가 다시 내려놓고 조금 있다 다시 보고… 그러기 서너 차례… 마침내 현주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난데]
 
단 두 글자를 딸랑 보내고 다시 가만히 폰을 내려놓았다. 한참을 있어도 답장이 없었다. 괜스레 서글퍼진다. 자신의 처지가…, 거실의 장식장에서 양주병을 꺼내드는데 톡이 울린다. 현주는 얼른 폰을 집어 들어 열었다. 영후였다. 무려 30분이나 걸린 답신이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반가워지는 건 뭔지 모르겠다.
 
[네]
 
무성의한 한마디 였다. 그런데 뭐라고 해야하나? 왜 톡을 했냐고 묻겠지? 정말 내가 왜 했지? 마땅한 답이 떠오르질 않는다.
 
[저녁은?]
[아직요, 별루 생각도 없고요]
[그러니?]
[어디세요?]
[집이지]
[네]
[그럼 쉬세요]
[응]
 
끝나버린 대화…, 무언가 많이 허전했다. 괜스레 영후에게 섭섭한 생각도 들었다. 그때 또 톡이 울린다.
 
[선생님 전데요]
[나 성인인거 아시죠?]
[그래서 말인데]
[술 좀 갈쳐주면 안돼요?]
[내가 술 박사니?]
 
바로 답장을 해주었다. 그러면서도 퉁명하게 보내버린 내용에 아차한 마음도 들었다.
 
[나보단 박사 맞아요]
[어딘데?]
[집 앞]
[응, 신길동?]
[아뇨, 선생님 집 앞]
[여기? 왜?]
[그냥요]
[저녁 먹을래?]
[내가 살게요]
 
현주는 가볍게 화장을 하고 편하게 보이는 치마와 긴 팔 티셔츠로 갈아입었다. 하늘거리는 연한코발트색 치마는 하얀색 티와 잘 어울려 보였다. 자신이 입어본 경험으론 가장 젊게 보이는 조합이었다. 마지막으로 거울을 보며 웨이브 진 머리를 빗어 넘기면서 긴장되어 보이기도 한 자신에게 최면을 걸었다.
 
‘넌! 선생이야, 체면을 구기는 행동은 안 돼, 알았지? 더 이상은… 응?’
 
“어? 선생님… 맞죠?”
“응, 영후야, 많이 기다린 거 아니지?”
“많이 기다렸죠, 1분이 1시간 같은 거 느껴본 적 있어요?”
“푸훗… 얘는….”
 
입을 가리며 살짝 웃으며 영후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근데 정말… 저~엉~말 아가씨 같아요, 와아….”
 
위아래를 번갈아 살피며 영후가 다소 과장되게 칭찬을 해주자 눈을 흘기며 쳐다보다가 황급히 시선을 거두었다. 혹여나 남자에게 투정부리는 여자로 보여 지는 게 아닌가 싶어서였다. 하이힐을 신었을 때도 대략 15cm이상 차이가 나는 것 같아 보였는데 오늘처럼 플랫슈즈를 신고 나왔더니 영후와의 키 차이가 정말 많이 나 보였다.
 
“얘는…, 무슨 말을 그렇게 뻥튀기 하니?”
“어! 진짠데… 사람들한테 물어볼까요?”
“됐다, 됐어, 가자….”
“딱 맞는 것 같네요.”
“뭐가?”
“선생님 키하고 내 키하고…ㅎㅎㅎ”
“얘가… 점점?”
 
영후의 키는 상당히 컸다. 185cm정도였지만 몸도 탄탄해보여서 실제론 좀 더 커 보이는 모습이다. 현주는 165cm가 채 안되었다. 물론 여자치고는 작은 키는 아니었지만 영후의 옆에 섰을 땐 정말로 많이 아담해 보인다고 해야 맞을 듯 보인다.
 
“아깐 웬일로 톡하셨어요?”
“그냥… 했지…, 뭐….”
“그러니까 왜 그냥 했냐고요.”
“너… 혼자 산다며?”
“네, 내가 전에 얘기 안했나? 한 거 같은데….”
“몰라, 난 승호한테 들었어.”
“자식 별 걸 다 얘기해….”
“암튼 먹는 건 잘 챙겨먹어야 해….”
“네, 그래서 오늘 잘 챙겨 먹으려고요 ㅎㅎㅎ”
“뭐 먹을래? 고기?”
“아무거나요.”
“고기 먹자, 오래됐네, 먹어본 지….”
“어제 회식 때 안 먹었어요?”
“그랬나? 어젠 돼지고기, 오늘은 소고기….”
 
현주는 말해놓고 배시시 웃는다. 자신보단 영후 생각해서 고른 메뉴였다. 혼자 산다니 얼마나 챙겨먹을까, 걱정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소주 한 병이 비워질 즈음 현주는 뇨의(尿意)를 느꼈다. 영후도 두 잔째 비우는 중이었다.
 
“영후야, 나 손 좀 씻고….”
“네….”
 
화장실 가려고 일어나려는 현주가 술기운인지 순간적으로 치마가 조금 벌어지고 영후의 눈에 희멀건 현주의 허벅지가 찰나의 순간에도 보이고 기억되었다.
 
“에구… 좀 취했나보네… 내가….”
“괜찮으세요?”
“응…, 괜찮아, 잠시만….”
 
많이 취해보이진 않는 현주였다. 영후는 화장실 가는 현주의 뒷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까지 보고 있었다. 볼수록 몸매며 얼굴이며 자꾸만 좋아지기만 하는 게 영후의 입장에선 어쩌면 괴로운 것일 수도 있었다. 완숙(完熟)한 여자가 되어있는 어릴 적 선생님, 어릴 때야 그저 예쁘다는 이유로 좋아했다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다. 영후는 고개를 한 번 흔들어보고 다시 소주 한 잔을 잔에 따른다. 현주도 굳이 뭐라 하지 않았다. 술에 관해서만큼은…,
 
한참 후 현주가 돌아와 앉았다.
 
“오늘도… 사장님 안계세요?”
“응? 응…, 그러니까… 출장이 아직….”
“네에…, 바쁘시구나….”
“나갈까요? 선생님?”
“더 안 먹어도 돼? 술 말고 고기 좀 더 먹지….”
“많이 먹었어요.”
“그래? 아유…,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구나….”
“뭐가요? 이제 10신데….”
“10시가 일러?”
“그렇게 늦은 것도 아니죠, 뭐….”
 
바람은 시원했다. 현주의 집 쪽으로 천천히 걸으며 영후가 넌지시 말을 꺼낸다.
 
“선생님 맥주 한 잔 더 하실래요?”
“또? 그만하지, 학생….”
“에이…, 선생님은 맨날 학생, 학생, 그러시네, 정말….”
“그럼 뭐라 그러니?”
“에이…, 몰라요, 맥주 싫으면 커피?”
“시간이… 좀 그렇지 않니?”
“그럼 선생님 집에서 커피 한 잔 주세요.”
“우리 집?”
“네…, 승호 있죠?”
“어? 으응… 아니… 있는 지….”
“무슨 말이 그러세요? 아니 있었으면 같이 나왔겠지…, 없나 보네요.”
“으응…, 조금 놀다온다고 해서….”
“그럼… 저 그냥 갈까요?”
“네…, 맘대로… 해….”
“뭘요?”
“가는 거….”
“어디 우리 집요? 아님 선생님 집요?”
“….”
“그럼….”
 
현주가 영후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사실 이 시간에 승호도 없는 집에 영후를 들이긴 좀 그랬다. 어제의 일도 일이거니와 어찌 보면 거침없어 보이는 영후의 말과 행동에 불안키도 하는 현주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후가 그냥 가는 것이 또한 허전하기도 하니 이게 무슨…,
 
“갈게요….”
“어, 어디…로?”
“집으로요.”
“너희 집?”
“아뇨! 커피 한 잔 기어이 먹고 말겠어요.”
“피이….”
 
현주는 너무 쉽게 웃어버렸다. 그냥 가라고 했어야 하는데…,
 
 
“진짜 승호 안 들어왔네….”
“영후야, 승호 이상한데 있는 건 아니겠지?”
“그렇진 않을 거예요, 내가 단단히 얘기했거든요.”
“그래? 고마워….”
“커피 어떻게 타면 돼?”
“커피… 말고 그냥 술 한 잔 더 주시면 안 되나요?”
“술? 흐음…, 우리 집에는 양주밖에 없는데….”
“주세요, 조금만….”
 
양주를 두 잔에 채워서 현주가 식탁에 내려놓았다. 영후는 그걸 마실 생각은 없었다. 그냥 조금이라도 현주를 더 보고 있고 싶은 마음만 컸다. 현주가 찡그리며 한 모금 마신다. 잠시 후 또 한 잔 마시고 또 다시 잔을 채우더니 금방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이 되어 영후를 쳐다보았다.
 
“나 이상하지?”
“뭐가요?”
“술 마시는 거….”
“아뇨….”
“넌 안마시니?”
“천천히요.”
 
한 잔을 또 넘기는 현주, 집이 주는 편안함, 그러나 지금 분위기의 어색함 등이 고루 작용하는 탓인지 현주가 술을 마시는 속도가 빨랐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런 어색한 분위기를 만든 건 남편이 집에 없기 때문이다. 남편이 있다면 아무리 제자라도 영후가 이런 시간에 와있을 리가 만무할 것이고…, 다시 한 번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그렇다고 현주가 인사불성(人事不省)이 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현주의 눈에 맞은편에 앉아있는 남자에게 시선이 고정된다. 술의 힘! 그건 가끔 엄청난 불행을… 또는 기쁨을 주는 것, 그 술의 힘이 현주에게 작용하는지 현주가 물었다.
 
“영후야, 어제….”
 
영후가 움직이는 현주의 입술을 바라보면서 어제를 떠올렸다. 그리곤 침을 꿀꺽 삼켰다.
 
“어제… 나…, 이상했다.”
“뭐가…요?”
“내가… 내… 내 몸이….”
“어제… 차…에서요?”
“으응….”
“어…떻…게?”
“마…많…이…, 아… 잘 모르….”
“지금은?”
 
영후가 눈을 반짝이며 조용히 물었다. 그 억양에 현주가 영후를 보았다. 서로의 눈이 마주하고 있었다.
 
“지금은… 어떤데요?”
 
영후가 양주잔을 입에 가져다 댄 채 현주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그리고 한 모금 마신 다음 잔을 내려놓았다.
 
“지…금?”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다시 한 번 물었다. 대답이 없자 영후가 천천히 엉덩이를 들었다. 현주의 시선이 떨리면서 그의 움직임을 보고 있었다. 영후도 시선을 피하지 않으며 계속 바라보자 현주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그가 보이지 않았다. 목뒤가 서늘해짐을 느꼈을 때…, 그때…, 영후의 손이 현주의 목덜미에 얹혀졌다. 현주는 두 손으로 무릎위의 치맛단을 ‘꼬옥’ 움켜쥐었다.
그리고….
 
 
(04부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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