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혼자하는 즐거움 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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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217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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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식사, 맛있게 드세요
그래요, 맞아요, 그러지 않았어야 했습니다.
모두 다 당신 잘못이에요! 그런 질문을 할 생각을 하시다니! 어떻게 내가 그 질문에서 악의와 짓궂음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어요?
아닙니다, 화내지 말고 기다리세요. 제가 자초지종을 얘기하겠습니다.

그날 밤에도 나는 새벽까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 어떤 밤보다 더 잠이 오지 않았다.
서로 알고 지낸 지가 벌써 4개월.
봄이었다. 나무의 새순들이 며칠 사이에 가지를 푸르게 물들였다. 내 속에서도 수액이 하룻밤 사이에 화산처럼 분출되었다. 산사나무 향기 그윽한 부드러운 청색의 밤이었다.
하지만 연극을 보고 난 뒤, 맥주집 카운터에서 나눈 맥주 한 잔이 평범한 행복의 전부였다. 대향연의 꿈이 시작된 것은 잠자리에 들어서였다.
당신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수백만의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하등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의 그런 공적인 면모를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겸손한 태도, 깍듯한 예의범절, 수시로 뺨을 붉히는 순진무구함, 사랑의 공상은 잠들 때까지 이어졌다. 잠이 들어서는, 나는 당신을 꿈속에서 만나 먼 길을 떠났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당신은 내 광란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밤마다 펼치는 사랑의 발레는 날이 갈수록 더 구체화되고 대담해졌다. 손을 내밀고 팔을 벌리면, 당신은 고분고분 내게로 다가와서 내가 선택한 레퍼토리를 연기했다.
나는 당신을 내 광기에 길들여, 쾌락의 착란에 빠지게 만들었다. 어쩔 수 없이 당신은 애원에 가깝게 요구를 하고, 나는 황홀해진 나머지 더 대담하고 더 빠르고 더 강한 쾌락을 선사한다. 넘지 못한 장벽이 더 이상 없었다. 환락을 극한까지 경험했다. 꿈에서 깨어나 보면 다리는 흐트러진 침대시트에 휘감겨 있고, 베개는 거꾸로 널부러져 있었다. 몽환의 감미로움에 사로잡힌 나는 전등 스위치를 내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불꺼진 방의 어둠 속에는 악몽만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식의 고문이 벌써 넉달째 계속되고 있다. 밤마다 침대 속에서 몸부림치며 당신을 찾아헤맨다. 당신을 위해서 창피함을 무릅쓰고 새로운 기법의 애무를 고안

해낸다.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그 어떤 애무보다도 더 충격적인 당신의 애무를 상상한다.
세부까지 완벽을 기하기 위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장면을 반복하는 유혹의 무대가 끝없이 펼쳐진다.
오늘 밤은 다른 어떤 밤보다도 더 처절했다. 왜냐하면 당신이 마침내 나를 저녁식사에 초대했기 때문에.

제발 이 팔 좀 놓으세요. 그렇게 꽉 잡으면 어떻게 해요. 아프단 말이에요.

뜬눈으로 지샌 무수한 밤들이 남긴 초췌함을 얼굴에서 지우기 위해 한 시간 동안이나 화장을 했다. 채워지지 않은 관능의 욕구 때문에 눈가에는 푸르스름하게 멍이 져 있었다.
옷은 열 벌이나 꺼내 입어 보았다.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아 화를 내며 벗어 던졌다.

그래, 그럴 줄 알았어, 내게 어울리는 건 이 옷이야, 고마워요.
식사초대는 절대 의미있는 일이 아니라고 아무리 되뇌어 보아도 소용이 없었다. 내게는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일 마음이 없었다. 앞으로 또 몇 달이나 비탄과 환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광기를 부리며 밤을 지샐는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었다.
살 속 깊은 곳에서 가느다란 목소리 하나가 식사초대는 내 몸 속에서 터지고 있는 불꽃의 화염을 당신의 눈에 옮겨 붙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고 속삭였다. 그 미미한 가능성에도 나는 몸을 떨었고, 머리 속이 복잡해져 정신없이 굴다가 가구에 부딪히기까지 했다.
넉 달 동안의 무기력과 번민, 그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버텨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집을 나서기 전에 불만이 가득한 눈으로 방 거울에 나 자신을 비춰 보았다. 내 모습이 너무나 혐오스러웠다. 혹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까봐, 나는 계단을 마구 달려 내려갔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그런데 당신은 나보다 더 일찍 나와 있었다.

기다리세요, 부탁입니다. 너무 빨리 가지 마세요, 숨이 찹니다. 당신의 걸음을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애퍼타이저로 두 잔의 마티니를 마시는 동안, 나는 동요의 마음을 감추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귓속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사라지기까지 한참이나 걸렸다. 술기운이 조금 오르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당신이 시름없이 내 손을 잡지만 않았더라면, 나는 벌써 정상 상태로 돌아갔을 것이다. 레스토랑으로 오기까지의 거리는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충분했다.
마티니를 한 잔 더 마실 무렵에서야 나는 완전히 마음의 평온을 되찾았다. 당신의 상냥한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을 여유도 생겼다. 내가 원래 모습을 찾아가자 당신은 안심하는 기색이었다.
레스토랑 지배인이 메뉴판을 내밀자, 우스꽝스럽게 생긴 좁은 알의 안경을 콧등에 걸치고 열심히 읽어 내려갔다.
내 어린 시절의 사진첩에 그려져 있는 게페토 영감의 얼굴이 느닷없이 당신 얼굴에 겹쳐졌다. 잠시 당신의 얼굴을 훔쳐 보면서 옛 추억을 반추했다. 웃음이 나왔다.
메뉴판 읽기가 계속되고, 게페토 영감의 얼굴이 사라졌다. 이제 내 눈길은 당신의 손으로 갔다. 짧은 손톱의 손가락이 갈색 가죽 표지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 손가락이 내 마음을 흔들어 놓기까지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당신이 메뉴판을 내렸을 때, 흘러내린 안경테 위로 치켜뜬 당신의 두 눈이 반짝이고 있는 것은 단지 식욕 때문만일까 하고 자문해 보았다. 그 순간 큰 소리로 고동 치던 심장이 갑자기 멎는 듯했다. 당신의 입에서 튀어나온 이 엄청난 질문에 아연실색해서 였다.
"자, 안느, 무엇이 당신에게 환희를 느끼게 할는지 한 번 얘기해 봐요?"
나는 당신 쪽으로 몸을 숙이고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사실, 몹시 말씀드리고 싶어하던 것이었어요, 폴. 하지만 여기는 그런 류의 속내 이야기를 할만한 장소가 아닌 것 같아요."


뻣뻣한 연미복 차림으로 펭귄 모습을 한 지배인이 귀 아래까지 얼굴을 붉히며 메뉴판을 거두고 뒷걸음질 쳐 물러갔다.

들어 보세요. 그건 그저 우스갯소리로 한 것입니다.

지배인이 내 겉옷을 들고 다시 나타나, "맛있게 드세요" 라고 말하면서, 당신에게 수컷으로서 공범의 눈길을 보냈다. 저 치가? 왜 남들 일에 끼어들고 지랄이야?

먼저 어디로 그리 급히 달려가는지 말씀이나 한 번 해 보세요. 먹는게 급하다니까요,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에요!

26. 숲 속의 미스터리
루시앙 형이 바래다 주지 않았더라면, 제롬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무슨 일을 당했을까!
루시앙이 어린 제롬을 집까지 바래다 준 것은 마지 못해서였다. 탐정영화가 끝난 뒤에 틀림없이 그는 잠자리에 들고 싶었을 것이다.
"숲 속 길을 따라 가도록 해."
루이즈 아줌마가 루시앙 형에게 말했다.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이십분이 채 걸리지 않을 거야. 영화 보다가 늦었다고 어른들께 잘 말씀드리면 야단치진 않으실 거야. 어린애를 너무 닥달할 필요는 없다고 말씀드려."
루시앙은 투덜거리며 베레모를 머리에 눌러썼다.
"가야지, 꼬마야?"
짧게 내뱉고는, 잰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자갈길에 접어들자 그는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루시앙은 별로 말이 없었다. 아직 텔레비전 영화의 감동에서 벗어나지 못한 제롬도 말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얼마 전에 여름 시간으로 바뀌어, 돌연히 낮이 한 시간 길어졌다. 하지만 방송 프로그램도 개편되어 영화는 더 늦은 시간까지 계속되었다. 지금은 사위에 어둠이 짙게 깔린 밤이었다.
작은 숲이 시작되는 어귀에서 제롬은 루시앙 형이 손을 잡아 주기를 바랬다. 얼마나 무서웠겠는가! 열 살밖에 되지 않은 나이에! 그러나 루시앙은 어린애의 무섬증을 덜어줄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들은 약간 멀리 떨어진 나뭇가지 아래에 흰색 밴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걸음을 멈추었다.
웬일이야! 영화하고 꼭 같잖아!
루시앙이 팔로 제롬의 가슴을 막으며 말했다.
"꼬마야, 넌 여기서 기다려."
그러고는 차를 향해 여우처럼 조심스레 발걸음을 내디뎠다.


롬은 숨을 죽인 채 두려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끼며 떨고 있었다. 그 사이에, 루시앙은 소리없이 전진했다. 꼬마는 자기에게 맡겨진 일에 충실하기 위해 애를 썼다. 꼬마 제롬은 차의 외형을 살피며 특징을 잡아내려고 노력했지만 어둠 때문에 금속판에 새겨진 차 넘버도 식별할 수 없었다. 수사에 기본이 되는 사항들을 경찰에 알려 공훈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놓쳐 아쉬웠다.
이젠, 차체에 바짝 붙어있는 루시앙의 실루엣밖에 보이지 않았다.
무얼 발견했을까?
피를 흘리고 있는 시체들?
아니야. 아직도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잖아. 분명히 범죄가 저질러지고 있는 중이야. 최악의 경우는 피할 수 있을 거야. 그러면 우리는 영웅이 될테지. 사람들은 신문에 크게 실린 우리들 사진을 보게 될 것이고.
그런데, 루시앙 형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차에 붙어 서 있은 지 벌써 삼분이 지났잖아. 왜 저렇게 망설이고 있는 걸까?
루시앙 형은 힘이 세다. 농장에서 토끼를 잡은 것도 한두 번이 아니고, 피를 봤다고 해서 연약한 여자들처럼 기절하는 일은 없을 거야.
물론, 형은 호주머니에 권총을 넣고 다니지는 않는다.
'한참동안 저렇게 들여다보고만 있으면 어떡하나?'
어쩌면, 안이 잘 보이지 않는지도 몰라. 누가 공격을 하고 누가 당하고 있는지 분간하기 힘든지도 모르고.... 그러나 그런 경우에는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먼저 뛰어들고 봐야 하는데. 우선 덮쳐들어 싸움을 말리고, 나중에 범인과 피해자를 가려야지.
제롬은 다시 숨을 죽였다. 신음소리가 두배로 크게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루시앙 형은 서두르지 않고 왜 저렇게 미적거리고 있는건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게 틀림없어.
제롬은 산토끼

처럼 잽싸게 튀어나갔다. 몇 걸음 가지 않아서 루시앙과 합류하게 되었다. 제롬은 호주머니에서 자랑스럽게 기적의 물건을 꺼냈다. 항상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생일 선물로 받은 소형 회중전지였다. '화요일에 새 건전지로 갈아끼우길 정말 잘했어!' 제롬은 작전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기쁨에 들떠, 전지로 차 안을 비췄다. 창에 기대 붙어있는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공포에 사로잡힌 한 여자의 울부짖음이 차안에서 터져나왔다.
"이때다!"
제롬은 생각했다. 온몸에 땀이 비오듯 흘렀다.
그런데 그 순간 루시앙이 제롬의 손을 잡고 미친 사람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망할 자식들!"
이번에는 차안에서 남자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왜 남 재미보는데 방해하는 거야! 거기 서, 정사 장면은 어떻게 구경하는 건지 내가 가르켜 줄테니. 거기 서지 못해!"
루시앙의 손아귀에 잡힌 제롬의 약한 팔목이 끊어지는 것 같았다.
"이 멍청아! 만족스러워?"
루시앙이 외쳤다.
"꼼짝 말고 있으라 그랬잖아!"
꼬마는 울음을 삼켰다.
그들은 집 앞까지 단숨에 달렸다. 그제서야 루시앙이 잡은 팔목을 풀어주고, 자기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임무는 벌써 다 잊어 버렸다는 듯이.
터지는 울음 사이로, 제롬이 물었다.
"여자가 살아 있었잖아, 형! 왜 여잘 구해주지 않았어? 말해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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