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온라인 애정편력기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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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511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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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통신 초보 13 <후편 제13회>
제 7 장. 통신 초보.

나는 당장이라도 그녀를 자빠뜨리고 싶었다. 그러나 쉽게 달아오
르면 쉽게 식는 법. 성급하면 할수록 내게는 마이너스라는 생각이
었다.
우리가 나온 길은 대학로에서 가장 한적한 길이었다. 동숭아트홀
쪽으로 걸어서 혜화로터리로 나갔다. 휘황한 대학로의 밤거리는 넘
쳐나는 사람들과 잘 어울렸다. 보통 때라면 그 물결에 휩쓸려서 다
니는 것을 좋아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미선아! 너네 집에서 커피 마시고 싶어."
"그럼 들어가자."
우린 다시 미선의 집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마치 내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한 기분이 들었
다. 오래전부터 이 집에 살았던 그런 기분...
나는 겉옷을 벗고 넥타이를 풀었다. 와이셔츠의 목과 손목에 있는
단추도 풀었다. 그리고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잠깐 기다려요. 원두커피는 시간이 조금 걸리니까요."

미선은 이렇게 말하고 주방으로 갔다. 바삐 움직이는 그녀의 뒷모
습이 아름다웠다.
리모콘으로 티비를 켰다. 케이블 티비에서는 패션쇼가 나오고 있
었다.
화려한 의상에 젖꼭지가 그대로 비치는 씨스루 패션이 주종을 이루
는 패션쇼였다. 케이블 티비를 신청한 후로 가끔 보는 장면이었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같았다. 하찮은 의상 따위에 신경이 가지는
않는 것이다. 저런 백마를 나도 한 번은 타봐야 할 텐데... 하는
생각. 그러나 언제 이루어질 지는 알 수 없는 꿈 같은 것.

채널을 돌렸다.
46번. 바둑 티비였다.
이창호와 조훈현의 사제대결이 벌어지고 있었다. 난전의 명수 조
훈현과 뚫리지 않는 방패 이창호의 대결은 중반을 넘어 있었다. 백
성호 구단이 네!네!를 연발하며 해설을 하고 있었고, 옆에는 말을
잘 못하는 백구단보다 더 말을 못하는 사회자가 연신 맞습니다! 맞
습니다! 하며 장단을 맞추고 있었다.

팽팽한 계가바둑으로 누가 이길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형국이었
다. 나는 티비바둑만 보면 정신을 잃고 빠져드는 버릇이 있었다.
지금도 그랬다.
소반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잔 두 개를 받쳐 든 미선이
말했다. 스누피가 그려진 커다란 머그(mug)였다.
나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미선을 바라보았다.

미선은 조심스레 탁자에 커피잔을 내려 놓고 나를 보았다.
"바둑 좋아해요?"
"응."
"남자들은 저걸 무슨 재미로 볼까?"
"무슨 재미긴... 너도 한 번 배워봐. 글구 바둑을 남자만 두냐? 여
자도 많이 둬. 프로기사도 여자 많아."
"울 아빠는 맨날 집에서 바둑공부만 하세요. 엄마가 지겨워 죽겠다
는데도 끄떡없이..."

"미선아!"
"응?"
"바둑에는 자유와 평등이 있고, 절망과 희망이 있고, 삶과 죽음이
있고, 승부가 있고, 우정이 있고, 사랑이 있는 거란다. 무엇보다
바둑에는 무궁무진한 변화가 숨어 있어. 그러니까 사람들이 미치는
거지."
"에에!! 그게 무슨 말이에요?"

미선은 혀를 내밀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정말이야. 바둑은 인생의 축소판이란 말 못들어봤니?"
"들어는 봤어요. 그치만..."
"옛날에 내가 잡지에서 봤는데, 조훈현이라고 너도 알지? 그 사람
이 한 말 중에 이런 게 있었어. 바둑에는 두고 싶은 어느 곳이라도
둘 수 있는 자유가 있고, 서로 번갈아 가면서 한 수씩 두니까 평등
이 있다는 거야. 난 그 말에 정말 감동했었지. 지금도 그렇게 생각
하지만 참 멋진 말이야. 바둑은 그야말로 신선놀음이지. 조금 격하
하면 자유와 평등을 구현하는 두뇌스포츠, 또는 두 사람이 엮어 내
는 정신예술이라고 하겠지."

"어째 울 아빠 말씀과 비슷한 거 같은데요?"
"하하! 그래? 너네 아빤 몇 급 두시는데?"
"잘 몰라요. 아마추어로는 잘 두신다고 하던데요. 음... 2급? 3
급?"
"그래? 그럼 나랑 비슷한 기력이시군. 언제 한 번 대국을 해야겠는
걸?"
"울 아빠가 오빠 만나면 바둑 친구 만났다구 좋아하시겠어요."
"나도 기대가 된다. 네 아빠 만날 날이..."
"커피 드세요. 식어요."
"그래. 바둑도 좋지만 미선이가 타준 커피에 비하겠니?"
"에이.. 맘에도 없는 거짓말."

미선은 이렇게 말하고 우아한 포즈로 머그를 들었다. 나는 그녀가
커피 마시는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
그 짧은 시간에 미선은 달라져 있었다. 그녀의 입술은 붉은 색 대
신 어느새 반짝이는 핑크빛으로 변해 있었다.
펄이 약간 들어간 연한 핑크색 입술.
도발적이었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나는 그 입술을 열렬히 사모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는데, 내 손은 그렇지 않았다. 저절로
그녀의 볼에 가 닿아 있는 것이다. 나는 그녀를 내 앞으로 끌어 당
겼다.
"앗! 흘렸다."
내가 끌어 당기는 순간에 미선은 실수로 커피를 약간 흘린 것이다.
거실 바닥이야 나중에 닦으면 그만인 것이다.
나는 사소한 것에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미선을 내 쪽으로 끌어 당
겼다. 미선은 간신히 탁자에 커피잔을 내려 놓을 수 있었다.

어색한 동작으로 그녀가 다가왔다.
나는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술 중에 제일 맛있는 술은 한없이 부드러운 그녀의 입술이었다.
나는 그 입술의 심연에 깊이, 아주 깊이 침잠하였다. 되돌아 나올
수 없을 만큼...
삼 미터 가량의 공간이 무한대로 넓어진 것일까? 티비에서 나는
소리는 아예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깊숙이 들어온 그녀의 혀는 나를 간지럽히고, 툭툭 치고, 도망쳤다
가 다시 장난을 걸었다.
"으음..."
미선이 살풋 신음을 질렀다. 내가 그녀의 혀를 깨물었기 때문이
다. 도망치려는 그녀의 혀를 깊이 빨아당겼다가 이빨로 살짝 깨물
어 버린 것이다.
그녀는 아팠지만 아프다는 말도 못했다. 언어란 혀와 구강이 자유
로워야 발출할 수 있는 것이니까...

그녀는 자꾸 도망치려고 했고, 나는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는 중에 타액이 입 밖으로 흘러 나왔다.
그녀의 타액과 나의 타액이 섞여 나의 턱밑으로 실선을 그려 내며
흘렀다. 그러나 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여전히 부드러운 설육
(舌肉)을 희롱할 뿐이었다.
미선의 등은 부드러웠다. 나는 그 등을 부드럽게 마사지했다. 잘
록한 허리에서부터 젖가슴이 느껴지는 윗부분까지 부드럽게 쓸어 주
었다. 그녀는 강아지처럼 바들바들 떨었다. 그러면서도 키스를 멈
추지는 않았다.

중간에 걸린 브래지어 후크가 만져졌다. 나는 그 후크를 풀어버릴
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참았다. 앞으로도 시간은 많으니까 성미
급하게 굴 필요은 없을 것이다.
길고 긴 입맞춤이 끝났다.
그녀의 아름다운 입술은 침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조금 전까지
존재했던 펄이 섞인 연한 핑크빛 루즈는 그저 약간의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볼에까지 번진 그녀의 루즈.... 펄이 반짝이는 볼
을 가진 그녀는 우스우면서도 아름다웠다. 사진이나 영화에서 보는
장난꾸러기 소녀가 따로 없었다.

남자가 평생 먹는 루즈의 양이 평균적으로 따져서 대략 네 개 정도
된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원래 루즈라는 것이 입 안으로 들어
가기 쉬운 것이니, 재료의 성분에 독성이 있어서는 안된다. 특히
나처럼 평균 이상으로 루즈를 많이 먹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래선 안
된다.
루즈를 먹는 재미는 아는 사람만이 아는 것이지만, 나는 그야말로
수많은 종류의 루즈를 먹어본 사람일 것이다.
"하하! 너 거울 봐! 무지 웃긴다."
"흥흥! 그러는 오빠는 뭐 괜찮은 줄 아나봐요?"

미선은 오빠라는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 말이 싫지 않았다. 내게
는 원래부터 여동생이 없었으므로, 나를 오빠라고 부르는 여자는 처
음부터 호감이 가는 것이다.
나는 미선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반문했다.
"그래도 너보단 나을걸?"
"아닐 걸요? 오빤 지금 짐승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그래? 그럼 같이 거울 보자."

우리는 일어났다. 나나 그녀나 옷매무새가 흐트러져 있었다.
미선의 티셔츠가 한쪽으로 쏠려 있었다. 그녀의 브래지어가 살며
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레이스가 달린 것이었다.
미선은 나의 시선을 의식하고는 재빨리 옷을 바로 했다. 부끄러운
듯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제 목 : 통신 초보 14 <후편 제14회>
제 7 장. 통신 초보.

거울은 안방에 있었다.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을 주는 안방에는 화장대와 침대, 장롱 등
의 가구가 있었다. 그리고 미선의 키에 맞춰 진 전신거울이 있었
다.
미선은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녀의 뒤에서 턱을 그녀의 어깨에 걸치고 거울을 보았다.
"풋! 하하하하!!!"
"호호!! 정말... 웃긴다."

거울 속의 모습은 정말 가관이었다. 우리는 동시에 유쾌한 웃음
을 터뜨렸다.
거울 속에서 폭소를 터뜨리고 있는 지저분한 얼굴의 두 남녀!
그들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행복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
을 정도로...

그런데 나는 기분이 이상했다. 거울 속에 있는 남녀가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들처럼 생각되었다. 문득 저 속의 남자가 내가 아닌 별
세계의 다른 사람처럼 생각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순간적인 착각일 뿐이었다. 자세히 보니 거울 속
의 남자는 틀림없는 나였다. 아마도 극도로 상승된 분위기이다 보
니 두려운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미선의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도록 했다.
그녀의 키는 10센티미터 정도 작았기 때문에 나를 올려다 볼 수밖
에 없었다.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은 사슴을 닮아 있었다. 슬퍼
보이기까지 하는 투명함을 간직한 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눈을 조용히 응시했다. 맑고
잔잔한 호수와도 같은 눈망울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속
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아아!!"
"응?"
왜 그러느냐는 의미를 담은 물음이었다.
나는 더할 수 없을만큼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최대한 진실을 담
아서...
"너무... 너무너무 이뻐서."
"정말?"

미선은 정말이냐고 물었다. 미선이 정말로 궁금해서 이렇게 묻지
는 않았을 것이다. 만일 이때 거짓말이었다고 말하면 어떨까? 나
는 장난기가 동했다.
"으응. 거짓말이야."
"아이! 미워요!"

미선은 내 가슴을 때리고 꼬집으면서 앙증맞은 귀염을 떨었다.
"하하!! 잘못했어. 정말이야. 정말. 너무너무 이뻐 미칠 정도라니
까."
"정말이죠?"
"그럼. 장난친 거야. 이렇게 이쁜 애한테 거짓말을 한 내가 죽일
놈이야. 흑흑~!"

미선은 그제서야 꼬집기를 멈추고 내 품에 와락 안겨왔다.
나는 미선을 안고 자연스럽게 뒤로 넘어졌다. 물론 내 뒤에는 침
대가 있었다.
침대는 싱글보다는 크고 더블보다는 작았다. 머리맡에는 두 개의
베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하나는 꽃무늬가 수놓아져 있는 하늘
색이었고, 다른 하나는 스누피가 그려진 흰색이었다.

"베개가 두 개네?"
"응! 하나는 베고 하나는 안고 자요. 안그러면 잠이 안와요."
"어떤 게 안고 자는 건데?"
"가끔 바뀌기도 하는데, 주로 스누피를 안고 자요."
미선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난 이 스누피가 부러워. 매일 네가 안아 주니까... 아!! 난 개만
도 못한 사람인가?"
"호호! 오빠도 참... 일루 와요. 내가 안아 줄께요."
미선은 이렇게 말하고 정말로 나를 안아 주었다. 나는 그녀의 가
슴에 얼굴을 묻었다.

부드러운 여체를 느끼며 이대로 잠들고 싶은 유혹이 일었다. 그
러나 그보다 더 큰 유혹은... 그녀를 먹어버리고 싶은 유혹이었다.
맹자가 식색성야(食色性也: 식욕과 색욕은 인간의 본성이다)라는
말을 한 이후로 먹는 것과 섹스는 동일한 동사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 어쩌면 그 이전에도 먹는다는 표현이 두 가지를 동시
에 나타내는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미선을 먹고 싶었다. 그것도 무척...
"미선아!"
"응!"
"나, 있잖아... 너랑 음...하고 싶어."
"뭘?"
"모른 척 하긴... 너도 알잖아."
"몰라요. 뭔데요?"
"아이. 그거 있잖아."
"뭔데 그래요?"

미선은 끝내 자기 입으로는 말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음... 귀좀 줘."
나는 귓속말로 그녀에게 속삭였다.
"난 말야. 음.... 너랑 섹스가 하고 싶단 말이야."
"아하!! 섹스요? 진작 말하지 그랬어요. 뭐가 어려운 얘기라구 말
도 못하고 그래요. 안 어울리게."

미선은 내가 마치 촌스러운 짓을 했다는 듯 핀잔을 주었다. 그녀
가 이 정도로 대담할 줄이야...
"그, 그럼 너도 동의한 거지?"
너무나 의외였기도 하거니와, 한편으로는 기쁜 마음이 들어서 내
목소리조차 떨렸다.

대개의 여자들은 안돼요, 생리중이에요, 위험한 날짜에요,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핑계를 대다가 나중에야 끈질긴 설득에 넘어가는 것
이 일반적인 수순이었다. 그런데 미선은 이렇게 나보다 적극적으로
섹스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뒤에 이어진 미선의 말은 나를 까무라치게 할 정도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동의하고 말고가 어딨어요? 그냥 무조건 안되는 거지."
아아악!!!
이럴 수가?
미선이 이렇게 뒤통수를 치다니...? 실로 놀라운 반전이라고 아니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오늘 밤이 피곤해지겠군, 하는 불길한 예
감이 뇌리를 스쳤다.
"정말 안돼?"
"물론이지요. 생각해봐요. 오빠랑 나랑 사귄지 얼마나 됐다구 그
런 걸 요구해요?"
하긴 그 말도 맞았다.
그렇지만... 사귄 기간이란 것이 그렇게 대수로운 문제란 말인가?
나는 미선의 의견에 결코 동의할 수 없었다.
음... 어떤 말로 그녀를 설복시킬 수 있을까?
내 머리가 급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오빠!"
"응."
"오빠, 정말로 나랑 섹스하고 싶어?"
"응!"
나는 결연한 의지가 표현될 수 있도록 힘주어 대답했다.
"난... 난 아닌데두?"
제 목 : 통신 초보 15 <후편 제15회>
제 7 장. 통신 초보.

세상에 창녀가 아닌 다음에야 어떤 미친년이 만나자마자 '날 안
아주세요, 당신과 섹스하고 싶어요'를 연발하며 남자 품에 안기겠
는가.
섹스에 미친 바람난 과부라면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선은
창녀도 아니고, 과부는 더더욱 아니다.
그러므로 지금 미선의 태도는 정당한 것이다. 만일 미선이 '오
빠! 그 말을 기다렸어요. 절 가져 주세요.'라고 말했다면, 내가 그
녀를 거부하진 않더라도, 내심으로는 뭔가 찝찝한 것이 없지 않았
을 것이다.

미선은 그야말로 대담하면서도 형식적으로 갖출 것은 갖출 줄 아
는 여자인 것이다.
나는 그런 미선의 계산 속을 꿰뚫어 보았다고 확신하였다. 이렇
게 몇 번 거부의 몸짓을 하다가 결국은 내 밑에서 열락의 신음을
지르며 희열에 가득 찰 것이다.
"니가 아니래도 내가 원하면 날 위해서 할 수 있는 거잖아."

나는 미선의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난 일부러 눈에 힘을 주어
그녀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무언의 압력이었다. 대개 여
자들은 나의 강렬한 눈빛에 고개를 돌리기 마련이다. 저항하기에
는 너무나 많은 에너지, 즉 성적 갈구의 눈빛을 감당할 수 없는 것
이다.
나는 그녀의 눈을 보면서 전에는 미처 모르던 것을 발견했다.
흑백이 분명한 미선의 눈은 유난히 흰자위가 크고, 상대적으로 검
은자위가 작았다. 그것은 새로운 발견이었다.

예로부터 삼백안(三白眼)이라는 말이 있다. 흰자위가 검은자위
의 세 배가 되는 여자를 그렇게 불렀던 것이다. 삼백안은 선천적
으로 음기가 강하여 남자 없이는 하루도 견딜 수 없는 색녀의 특징
중 하나이다.
미선의 눈은 원래 큰 편인데다 쌍꺼풀 수술까지 해서 더욱 커보
였다. 그렇다해도 삼백안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굳이 말하자
면 2.5백안 정도라고 할 수 있을까.

미선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나는 그럴수록 그녀의 눈을 더욱 강렬하게 바라보았다.
미선은 나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면으로 마주 보며
내 눈빛에 대항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나는 등골이 싸하게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요기(妖氣)!
나는 미선의 눈빛에서 조로아스터교의 불꽃문양처럼 타오르는 요
기를 보았다. 저 불꽃이 나를 태워버릴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었
다.

"오빠! 오빠가 아무리 원해도 안되는 건 안되는 거예요."
그녀는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조가 평이한, 높낮이가 없는
표정없는 말투였다.
투정하는 어린아이를 혼내키려는 듯한 그녀의 말투에는 어느새
나를 압도하는 어떤 권위가 있었다. 그 권위 속에는 남자를 짓누
르려는 의도가 숨어 있었다.
또한 그러면서도 치열한 정염(情艶)이 숨어 있었다. 만일 정염
마저 없었다면 나는 냉정한 그녀의 말투에 지레 겁먹고 포기해버렸
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
한 번 하고자 하면 끝장을 보고야 마는, 특히 여자 문제에 있어
서는 끝까지 가고 나서 생각하는 그런 사내가 아닌가 말이다.
"미선아! 네가 안된다는 이유를 스물다섯 가지만 말해봐!"
"풋!"
미선은 터지려는 웃음을 참으며 살풋 웃었다. 커다랗던 눈이 실
처럼 가늘어졌다.

그 실은 내 마음을 도망치지 못하도록 묶어버렸다.
"오빠! 정말 나와 섹스하고 싶어요?"
"응! 몹시!"
"음... 오빠!"
"왜?"
"나랑 섹스하고 나면, 음... 내일 아침에 허탈해 하면서 떠나지
않을 자신 있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난 오빠랑 오래도록 사귀면서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하
고 싶은데, 오늘 같이 자면 오빠 마음이 금방 바뀔 거 같다는 말이
지 뭐..."
"날 그렇게 못믿겠다는 말이니?"
"응! 사실 뭐 오빠랑 나랑 알게 된 는 오래됐지만, 서로 잘 알지
는 못하잖아요."
"그건 그렇지. 너나 나나 같은 교무실에서 매일 보는 얼굴이지만
서로 관심이 없었으니까."
"서로 관심 없던 건 아니에요. 난 늘 관심 있었으니까."
"그래? 첨 듣는 말이네."

미선이 내게 늘 관심이 있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었다. 며칠 전
부터 내게 추파를 던지며 컴퓨터가 어쩌니 하는 부탁을 할 때, 이
여자가 내게 관심이 있군, 하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그렇지만 설마 미선이처럼 이쁘고 학벌 좋은 여자가 애인이 없으
리라는 생각은 할 수도 없었거니와,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다른 여
자 만나느라고 바빴기 때문에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
다.

그리고 그녀의 주위에는 늘 호시탐탐 그녀를 노리는 총각 선생들
이 우굴대고 있었던 것도 내가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은 중요
한 이유였다. 쓸데없이 정력을 낭비하면서 도도한 여자의 환심을
사려고 애쓸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미선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난 오빠가 바람둥이라는 것도 알아요."
"뭐? 누가 그런 거짓말을 해?"
"흥! 거짓말이라구요? 난 다 알아요."
"뭘? 뭘 안다는 거니?"
나는 최대한 의문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빠가 지난 한 학기 동안 헤어진 여자가 적어도 세 명은 될 걸
요?"
헉!!

추측이긴 하지만 어쩌면 이렇게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까?
실제로 미선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어떤
종류의 소스도 제공한 적이 없었고, 그것은 다른 동료 선생들에게
도 마찬가지였다. 학교 내의 나와 학교 밖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
이다.
나는 학교에서는 근엄한 선생으로서, 성실한 직장인으로서 한 점
흠잡을 곳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반면 학교 밖에서는 전혀
선생 티를 안내는 프리랜서로서의 생활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내 행동에 어떤 헛점이 있어서 미선이 이런 말을 하
는 것일까?
미선은 어떤 경로로 내 행동을 추적하고 있었을까?
나는 그것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넌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렇게 거짓말을 하는 거니?"
난 너무나 억울하다는 투로 잡아뗐다. 누가 지금의 내 표정을
봤다면, 누명을 쓰고 법정에 선 사람으로 생각할 지도 모른다.
"오빠! 난 다 안다니까요. 부인하지 말아요. 자꾸 거짓말 하면
더 추해져요. 호호!"

아무래도 미선이 뭔가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그렇
다면 나는 조심해야 한다. 상대가 뻔히 알고 있는데 끝까지 오리
발을 내밀면 미선의 말처럼 정말 추해지는 것이다.
"미선아! 사실을 얘기해줘. 무슨 근거로 내가 바람둥이라는 거
니?"
그러나 미선은 쉽사리 얘기하려 하지 않았다. 빙글빙글 웃으면
서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그녀의 가슴을 쥐며 채근했다.
"야아!! 뭔데 그래? 말해봐!!"

스물 일곱 여교사의 탱탱한 가슴을 쥐니 마음 속의 의문과는 상
관없이 욕정이 치솟았다. 미선은 완강히 저항을 하며 내 손이 가
슴을 만지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나는 타겟을 바꾸어 그녀의 겨드랑이를 간지럽혔다. 그
녀는 몹시 간지럼을 탔다. 몸을 비비꼬며 손길을 피하려고 했다.
미선은 내 손을 치우며 몸을 피하며 앙탈을 했지만 결국 다 소용없
었다. 이런 면에서는 내가 베테랑인 것이다.

"아이!! 그만해요. 그만!!"
그렇다고 그만 둘 내가 아니었다. 집요하게 손길에 강도를 더했
다.
"알았어요. 말할게!! 그만!"
미선이 항복을 했다. 그제서야 나는 손길을 멈추었고, 미선은
한동안 가쁜 숨을 고르고서야 말문을 열었다.
제 목 : 통신 초보 16 <후편 제16회>
제 7 장. 통신 초보.

"오빠 목소리가 크다는 거 알죠? 수업할 때나 얘기할 때."
"응. 조금 큰 편이지."
"전화 통화할 때도 목소리 크다는 거 알아요?"
"그런가?"
"전에 재운인가 하는 친구랑 통화한 적 있잖아요. 그때 내가 뒤
에서 주의 깊게 들었다는 건 몰랐지요?"

아!!
가끔 재운이와 통화할 때가 있었다. 미선은 내가 가끔 학교에서
재운이와 통화하는 내용을 들은 것이다.
재운이와 나는 그야말로 막역한 사이라서 할 얘기 못할 얘기가
없다. 그래서 가끔 여자와 만난 얘기도 하는데, 우연찮게 그 얘기
할 때에 옆에서 들은 모양이었다.
"그때 내가 어떤 말 했는데?"
"음.... 그때 오빠는 은흰가 하는 여자랑 헤어진 얘기했어요. 그
리구 선영이라는 여자 얘기도 했구요."

은희는 은이를 얘기한 것이었고, 선영이는 우연히 채팅으로 만나
서 하룻밤 풋사랑을 했던 여자를 말한 것이었다. 가끔 일반대화방
에서 번개 채팅을 하면 심심찮게 걸리는 여자들이 있는데, 두 달
전쯤에 그런 일이 있긴 했다.
"또 다른 얘기는 없었어?"
"음.. 희진인가 하는 여자이름도 있었는데..."

희진이는 별다른 인물은 아니었다. 그저 재운이가 아는 여자 얘
기였을 뿐인데 미선이 오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때 희진이에
대해서 해명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자면 나머지 두 여자에 대
해서는 인정을 하는 꼴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별 얘기를 다 엿들었군."
"엿들을려구 한 게 아니에요. 그냥 옆에서 다 들렸는데 뭘..."
"어쨌든 엿들은 거 아냐? 그렇잖아?"
"아니다. 뭐.. 그냥 들린 거에요."
"거짓말 하지마! 인정할 건 인정해!"

나는 할 말이 없으면 언성을 높이는 버릇이 있다. 이때도 별다
른 할 말이 없었다.
미선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한풀 꺾여서 말했다.
"어쨌든 몰래 엿들은 건 아니에요. 쬐금 미안하긴 하지만."
내 의문은 이렇게 풀렸다. 나는 미선이 의기소침해지는 것을 원
치 않았기 때문에 장난꾸러기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하지? 그렇지?"

미선의 얼굴이 다시 환해졌다. 헤살스레 웃는 얼굴이 천진한 소
녀를 연상케 했다. 그녀의 고개가 힘차게 끄덕여졌다.
나는 다시 미선의 입술에 깊은 키스를 했다. 숨을 크게 들이마
신 후에 그녀의 구강을 통해 내 입김을 폐 속으로 깊이 뿜었다.
"흐읍!"
그녀의 가슴이 불룩해졌다. 이대로 더 깊이 불어 넣으면 그녀의
가슴이 터질지도 모른다. 미처 다 들어가지 못한 숨이 그녀의 볼
까지 빵빵하게 부풀렸다. 그렇지만 나는 계속 깊게 깊게 숨을 불
어 넣었다. 마치 내 영혼을 불어넣는 느낌으로...

한참 후에 미선은 가쁜 숨을 내쉬었다.
"푸우!!! 하아! 하아! 숨막혀 죽는 줄 알았어요."
"후후! 미선아!"
"응?"
"넌 내가 정말 바람둥이라고 생각하니?"
미선은 대답하지 않았다.
"말해봐! 정말 그렇게 생각해?"

미선은 역시 말하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내가 아무리 그렇지 않다고 해도 미선은 믿지 않을지
모른다.
나는 아까 내가 말한 것처럼 인정할 건 인정해야겠다고 생각했
다. 사실 내 주위의 친구들은 내가 바람끼가 있다는 것을 모두 알
고 있다. 나 역시 인정하는 바이다. 나에 대해 잘 모르는 미선이
마저 내가 바람둥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그건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만약 내가 선경이와 민지와 함께 한 시간에 대해 안다면 나를 이
처럼 유혹할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내게 다행한 일이다.
앞으로 학교에서도 입조심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카사노바나 돈쥬앙이 후세에 이름을 날린 것은 다 까닭이
있는 것이다. 그들은 그만큼 매력이 있으니 바람둥이인 것을 알고
도 여자들이 앞다투어 몸을 바친 것이 아닌가.

나도 그렇게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미선아! 오빠가 여러 여자랑 헤어졌다는 사실이 불안하니?"
"사실 그렇잖아요. 오빠같은 바람둥이를 어떻게 믿어요?"
"니가 오해하고 있는데 말야. 헤어질만한 여자랑 헤어진 게 잘못
이니? 맘에 안들어도 한 번 만나면 평생 같이 살아야한단 말이야?"
미선은 대꾸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말인즉슨 옳은 것이었
으니까. 어찌 맘에도 없는 여자와 평생을 같이 살 수 있으랴.

"난 아직 나한테 맞는 여잘 못만난 거야. 언제라도 진정한 사랑
을 만나면 바람 피울 생각이나 하겠니? 아직 임자를 못만나 그렇
지. 알고 보면 나도 순정파라구."
"에에! 거짓말. 순정파가 몇 달 새에 그렇게 많이 헤어져요?"
"정말이야. 난 쓸데없이 거짓말 안해."
"그 말도 거짓말 같은 걸요? 바람둥이 말을 어떻게 믿어요?"
"어어? 나 바람둥이 아니라니까. 얘가 정말..."
"어쨌든 믿을 수 없어요. 이 손 치워요."

미선은 어느 틈엔가 자신의 가슴 위에 올려진 내 손을 밀쳤다.
나는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아마 그녀의 마음 상태는 이럴 것이다. 나와 사귀고는 싶은데
아직 완전히 자신을 맡길 정도로 신뢰가 가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미적미적 시간을 끌다가는 영영 나와 사귈 기회가 없을 것만 같다.
그래서 접근을 했는데 막상 진도가 너무나 빠른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한 번 제동을 거는 것이다. 또한 오늘 이대로 섹스를 하게
된다면 자신의 상품가치는 심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러므로 적
어도 오늘은 섹스를 하면 안된다. 뭐 이런 생각일 것이다.

내 추측이 틀렸을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의 내 경험으로 보아서
대과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대로 포기해야 하는가.
나는 잠깐 손익 계산을 해봤다. 이대로 물러난다면... 나중에
사태의 변화가 어떻게 될까?
여자와 돈은 우선 먹고 보라는 옛말이 생각나지 않는 것은 아니
었다. 평소에도 나는 먹을 수 있는 여자는 일단 먹고 보는 편이
다.

그러나 미선과 나는 남녀 이전에 직장 동료였다. 직장 동료를,
그것도 매일 같은 교무실에서 근무하는 여교사와 관계를 맺는다?
그건 정말 심각한 일이었다.
만일 잘 되어서 결혼까지 하게 된다면 그런대로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혹시라도 안 좋은 결과를 맺어서 불편한 관계가
된다면...? 만날 때 헤어짐을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었다.

"오빠! 무슨 생각해요?"
"응? 아.. 뭐 좀 생각하느라고."
"뭔데요?"
"널 어떻게 잡아 먹을까 하는 생각이지, 뭐."
"아유!! 짐승!"
"하하! 내가 너무 노골적인가?"

이상한 일이다. 어째서 여자들은 말해주지도 않은 내 별명을 이
리도 잘 아는 것일까?
"오빠! 정말로 날 가지고 싶다면 앞으로 멋진 모습을 보여줘요.
멋지게 연애하고, 멋지게 청혼하고, 또 멋지게 결혼하게 되면.. 그
땐 날 맘대로 할 수 있잖아요?"
"넌 날 결혼상대로 생각하고 있니?"
"그럼 오빤 아니예요?"

미선은 안 그래도 큰 눈을 더욱 크게 뜨고 물었다.
"아니긴.. 나도 너랑 결혼하면 행복할 거 같애. 그치만 결혼을
하려면 미리 섹스도 해봐야잖아. 궁합을 맞춰봐야지. 만약 결혼해
서 궁합이 안맞으면 어떻게 하니? 그땐 이혼해?"
"결혼이 장난도 아닌데 그럴수야 없겠지요."
"거 봐! 그러니까 미리 한 번은 해봐야 한다니까."
"오빠! 꼬시지 말아요. 어쨌든 오늘은 안돼요."
"도대체 왜 안된다는 거야?"
"말하기도 싫어요. 어쨌든 오빠가 정말 날 가질려면 강간해야 할
거에요."
"강간? 정말?"

미선을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널 강간하면 어떻게 되는데?"
"오빠 죽고 나 죽는 거지. 뭐."
미선은 입술을 앙다물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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