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건곤일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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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207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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乾坤一擲

제3권 제29장 진정한 용기 (勇氣)



천하제일락(天下第一樂)은 연경(燕京)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주루(酒樓)였다.


고관대부들만 출입하는 곳으로써 3층으로 이루어진 주루는 연경 전체를 위압할 만큼 거대한 규모였다.


"하하하 !"


"호호호!"


어디선가 방만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바로 공자대부들과 귀공녀들의 웃음소리였다.


후원(後園)이었다.


실상 3층의 주루는 도리어 평범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다. 그러나 평범하다고는 해도 일반사람들의 일 년 먹을 양식값을 하루의 술값으로 탕진해야 하는 판국이니 그 곳만 해도 어마어마한 곳이었다.


그러나 후원에 비하면 그것은 약과였다. 그 곳은 황금을 수레로 가지고 온다 해도 아무나 받지 않는 것이다.


연경성의 규모는 또하나의 자금성을 방불케 했다.


금전옥루(金錢玉樓)의 건축물은 예술적이기까지 할 정도로 아름답고 정교했으며 인공연못과 가산(假山)의 배치 또한 절묘하기 이를 데 없었다. 연못에서는 비단잉어가 뛰놀고 있었다.


때는 3월.


아직은 이른 봄이었으나 이 곳은 춘색이 완연했다. 부드러운 훈풍이 연못에 가벼운 파문을 일으키고 이제 막 싹이 돋는 나무에서는 싱그러운 내음이 풍겨왔다.


연화가 피기 시작한 연못가에 그림처럼 정자가 서 있었다. 정자는 도저히 인간의 솜씨라고는 믿을 수 없으리만큼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었다.


연못 주위는 온통 녹색의 잔디로 깔려 있었다.


"와 !"


지금 그 곳에서 함성을 지르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금삼(錦衫)을 입은 선남 선녀들이었다.


그들은 과녁을 앞에 놓고 궁술시합(弓術試合)을 벌이고 있었다. 하나같이 귀골(貴骨)이었다. 남자 5명, 여자 5명으로 이루어진 그들의 신분은 연경성 전체를 움직일 만한 엄청난 것이었다.


한 명의 청년이 지금 시위를 당겼다.


그런데 그가 들고 있는 것은 웬만한 사람은 당기기도 힘든 강궁(强弓)이 아닌가. 그것을 당기려면 타고난 신력(神力)이 필요했다.


과녁과의 거리는 대략 10장 정도 되었다.


주위에 서 있는 나머지 사람들은 바짝 긴장한 얼굴로 청년을 바라보았다.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서 일까? 청년의 입가에 오만한 웃음이 어렸다. 자신만만한 태도였다.


핑!


화살이 빛살처럼 빠르게 쏘아져 나갔다. 그것은 정확하게 과녁의 한가운데를 뚫었다.


"와아 !"


함성과 박수가 터졌다.


청년은 약간 각진 얼굴이었으나 제법 준수했다. 그는 사람들을 돌아보며 어깨를 으슥했다.


자의를 입은 소녀가 그에게 달려왔다. 시원스럽게 뜨여진 큰 눈이 무척 사랑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나(羅) 공자님이 최고예요!"


청년의 이름은 나승후(羅昇吼) 였다. 그는 현 구문제독부의 대공자로서 대명의 병권(兵權)을 장악하고 있는 도독의 아들이었다. 그는 선천적으로 무골(武骨)이었으며 오만한 성품을 지니고 있었다.


"하핫 ! 이번 내기에는 내가 이겼소. 어떻소? 도전자 없소?"


그는 의기양양하게 좌중을 돌아보며 외치자 나머지 청년들은 입을 다물고 서로의 눈치만 볼 뿐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관옥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으나 어딘가 나약한 인상을 주는 자들이었다.


그들 4인 중에서 1인을 제외한 3인은 모두 문사들이었다. 그들은 병부(兵部)가 아닌 문상(文相)의 후손들이었기 때문에 도저히 나승후를 당해낼 수가 없었다.


이때, 뜻밖에도 홍의(紅依) 소녀가 앞으로 나섰다.


맑게 반짝이는 눈과 상큼 치켜 올라간 눈썹, 붉게 물들어 있는 입술에서 화끈한 열기가 느껴지는 소녀였다. 일신에 홍의로 인해 그녀는 더욱더 정열적인 성품의 소유자로 보였다.


그녀는 백의유삼을 입은 청년에게로 다가갔다.


"문(文) 공자님이라면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자 모든 이의 시선이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문 공자. 그의 이름은 문창해(文昌海)였다. 백의(白衣) 유삼(儒衫)은 여인처럼 흰 피부와 함께 눈부시게 빛났으나 얼굴의 윤곽은 대체로 가냘펐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무궁한 혜지의 빛이 일렁이는 소년이었다.


문창해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자 얼굴이 빨개졌다.


"나 나는 ."


청년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젓자 홍의 소녀가 입을 삐죽였다.


"흥! 이 자리에서 무장 출신은 문 공자님밖에 없잖아요."


그녀는 계속 떼를 썼다. 문창해는 이 느닷없는 사태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좌중들이 까르르 웃었다. 그 중 청의 소녀가 웃음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침착하게 말했다.


"맞아요. 산천초목을 말 한 마디로 떨어울리는 동창(東廠:황제의 직속 특수기관) 대영반을 부친으로 두었잖아요."


그녀는 계속해서 흥을 돋우었다. 그러나 그녀의 말에는 웬지 조소가 어려 있었다.


"호호 ! 동창 무사들의 무공이 하늘을 오른다던데 문 공자님께서 보여주세요."


소녀들은 그의 등을 떠밀다시피해서 기어이 활대에 올려놓았다. 문창해의 얼굴에는 난처한 기색이 역력히 느러나 있었다. 아니 거의 울상에 가까웠다.


나승후가 대소를 터뜨렸다.


"핫핫핫 ! 문 형이 나를 이기면 이 나승후는 문 형의 가랑이 사이로 기어가겠소."


문창해는 입술을 악물었다.


"내가 어떻게 감히 나 형을 ?"


순간 그는 움찔했다. 홍의 소녀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녀의 이름은 상여홍(桑如紅). 호부시랑(戶部侍郞)의 딸로서 평소에 문창해를 좋아해 왔다. 그러나 이들 10명 중에서 그는 놀림감에 불과했다.


문창해의 부친은 문사룡(文士陵)이라는 자로서 동창의 대영반이었다. 그의 권세는 비록 하늘을 찌를 듯 높았으나 환관(宦官) 출신이었다.


따라서 문창해는 그의 양자인 셈이었다. 때문에 항상 문창해는 알게 모르게 비웃음을 당해왔던 터였다.


그것을 알고 있는 상여홍으로서는 가슴이 끓어오를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자존심이 강하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었기에 그것은 더욱 참을 수 없는 모욕으로 느껴진 것이었다.


상여홍은 이번 기회에 특히 나승후의 기를 꺾고 싶었다.


그는 드러내놓고 문창해를 멸시했고 그때마다 상여홍은 문창해보다 더 흥분해 몇 달 동안 나승후의 얼굴을 보지 않은 적도 있었다.


본시 나승후의 성품은 오만하면서 비굴했다.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득이 되면 그 자리에서 죽는 시늉이라도 할 듯 아부를 하다가도 틀어지면 무자비하게 등을 돌리는 그런 위인이었다.


한편 문창해는 괴롭기 짝이 없었다.


"내가 어찌 ."


그러나 이미 돌아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중인들의 시선은 지금 그에게 집중되었다.


그는 상여홍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이번에도 실망시키면 다시는 안 보겠어요!'


상여홍의 눈빛이 말하고 있는 것같았다. 문창해는 가슴이 아팠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할 수 없다. 또다시 망신을 당할 수밖에 .'


그는 강궁을 당겼다.


'헉!'


강궁은 당겨지지 않았다. 강궁은 워낙 육중한 무게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적어도 오백 근의 힘으로 당겨야만 되는 것이었다.


문창해는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 쩔쩔매고 있었다.


"핫핫! 어서 쏘시오, 문 형!"


나승후가 조롱섞인 웃음을 보냈다. 문창해는 이를 악물었다.


강궁이 조금 당겨졌다. 그는 과녁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과녁이 가물거렸다. 아무리 눈에 힘을 주어도 중심이 보이기는커녕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리다가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가 극도로 긴장한 탓이었다.


'제발 . 우연히라도 맞아다오.'


그는 눈을 질끈 감고 시위를 놓았다.


팅!


나승후는 지극히 약한 속도로 날아가는 화살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고작해야 사오 장 날아가다가 떨어지겠군.'


나승후뿐만 아니라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그들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화살과 과녁을 번갈아 보았다. 그때였다.


기적이 일어났다. 힘없이 날아가던 화살이 문득 중간에서 빛살처럼 쏘아져 가는 것이 아닌가!


탁!


화살은 과녁의 중심부에 정확하게 명중되었다.


"와아 !"


중인들은 경악했다. 모두 아연실색한 채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정작 당사자인 문창해조차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어리둥절했다.


"이, 이건 ."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때 상여홍이 깔깔 웃으며 나승후에게 말했다.


"호호 ! 나 공자님. 설마 한 입으로 두 말 하지는 않겠죠?"


나승후는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말했다.


"무, 물론이오. 상 소저."


"호호! 그럼 어서 약속을 실천하셔야죠."


나승후는 이를 부드득 갈았다.


"하지만 아직 승부는 나지 않았소."


" ?"


나승후는 오만하게 말했다.


"기껏해야 무승부요."


맞는 말이었다. 중인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활대에 오른 나승후는 7대의 화살을 연속해서 날렸다.


핑! 핑!


바람을 꿰뚫으며 화살이 쏘아져 나가더니 그것은 과녁에 정확하게 명중되었다. 나승후는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하하하 ! 이제 문 형 차례요."


그는 활대에서 물러났다.


문창해는 심금이 떨려왔다.


'어쩌다 한 대는 적중했다. 하지만 우연이 또 일어날 수 있을까?'


그는 활대에 올라 시위를 당겼다.


그때 그의 팔꿈치에 찌릿하고 무엇인가 스치는 것이 있었다. 동시에 그의 온몸에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이 솟아나는 것이 아닌가?


문창해는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화살을 쏘았다. 화살은 빛살같은 속도로 나아갔다.


"아!"


주위에서 탄성이 터졌다.


그가 쏜 화살은 정확히 나승후의 화살 꼬리를 적중했기 때문이었다. 문창해는 신이 들린 사람처럼 계속 나머지 6대를 쏘았다. 그것들은 놀랍게도 모두 먼저 박혀 있는 화살의 꼬리에 적중되었다.


"와아 ! 신기(神技)예요!"


상여홍은 팔짝팔짝 뛰며 기쁨을 가누지 못했다. 나승후의 얼굴은 흙빛이 되었다.


'어 어떻게 된 걸까? 설마 저놈이 그 동안 무예를 숨기고 있었던 것은 아닐 테지?'


상여홍은 눈썹을 더욱 바싹 치켜올리며 말했다.


"호호 ! 나 공자님. 패배를 이제는 자인하시겠죠?"


나승후는 떫은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그것은 ."


그가 망설이자 상여홍은 더욱 싸늘한 음성으로 내뱉았다.


"흥! 한 입으로 두 말을 하긴가요?"


그녀는 계속 다그쳤다.


"대장부의 신의(信義)를 저버릴 셈인가요?"


나승후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꼭 그래야 하오?"


그는 말을 하며 문창해를 바라보았다. 분노로 인해 그의 눈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문창해는 그의 시선에 움찔했다. 나승후는 계속 변명을 했다.


"농담 한 번 한 것 가지고 그럴 것까지는 없지 않소. 누이 ?"


상여홍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흥! 대장부란 입이 무거워야 해요. 그 동안 나 공자님은 항상 큰 소리를 쳐왔잖아요. 그런데 이제 보니 형편없는 위군자(僞君子)였군요!"


순간 나승후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좋소!"


그는 문창해의 앞에 엎드렸다.


문창해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당황했다. 나승후는 입을 꼭 다문 채 그의 가랑이를 통과했다.


개처럼 기어서 가랑이를 통과하는 것은 분명 우스꽝스런 장면이었다. 그러나 중인들 중 웃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의 표정에는 웬지 어두운 빛이 감돌고 있었다.


문창해는 창백한 얼굴로 내심 뇌까렸다.


'이 일을 어찌해야 좋단 말인가?'


그는 두려움까지 느꼈다.


이윽고 문창해의 가랑이 사이를 빠져나온 나승후는 하늘을 향해 양천광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핫! 문 형. 이 빚은 언제고 갚고야 말겠소!"


그는 장내에서 사라졌다. 동시에 나머지 중인들도 그의 뒤를 따라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 남은 문창해와 상여홍뿐이었다. 잠시 그들 사이에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으나 상여홍은 곧 생긋 웃었다.


"그 봐요. 할 수 있잖아요."


문창해는 더듬거렸다.


"나는 ."


그의 시선이 한 곳을 향했다. 잔디밭 주변에 심어져 있는 한 그루의 백양목이었다.


그런데 지금 나무의 가지 위에서 한 명의 사나이가 그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멀었으나 흐릿하게나마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문창해는 내심 감격했다.


'감사하오, 형씨. 하지만 앞으로는 .'


문창해는 이미 모든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바로 나무 위의 백의 인영이 자신을 도와준 것이라는 것을.


문창해와 상여홍은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몇 걸음 갔을 때 문창해는 다시 백양목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가지 위에는 이미 아무 것도 없었다. 붉은 노을 한자락이 백양나무 하늘 위를 붉게 물들이고 있을 뿐이었다.



문창해는 우울한 얼굴로 연경거리를 걸었다. 그의 어깨는 축 늘어져 있어 활기차게 걷는 서민들의 발걸음과 대조를 이루었다.


가끔 선망의 눈초리로 그를 쳐다보는 여인들이 있었으나 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금 온통 그의 뇌리를 메우고 있는 것은 이틀 전의 일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승후와의 일이 마음에 걸렸다. 문창해는 다시 한 번 그의 말을 떠올려 보았다. 그것은 분명 앙갚음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그의 오만한 미소와 불타는 듯한 눈동자가 생각날 때마다 그는 부르르 진저리를 쳤다. 누구보다도 그의 성품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승후는 어떤 수단 방법을 다해서라도 교묘하게 복수를 할 것임에 틀림없었다.


문창해는 그에 대한 생각으로 어젯밤도 한잠도 이루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고 그래서 조금이나마 기분을 바꾸어보려고 이렇게 거리에 나온 것이었다.


<문창서림(文昌書林).>


연경의 한복판에 있는 고서점이었다.


"어서옵쇼. 아이쿠! 문 공자님 아니십니까?"


양 노인이 그를 반겼다. 그는 칠순 노인이었는데 벌써 20년 동안 고서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백발이 성성한 데도 불구하고 그의 눈빛은 어린애처럼 천진하고 맑았다. 성품도 온화했다.


문창해는 그의 단골이었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그로서는 유일한 취미가 독서였던 것이다. 그는 어릴 적부터 고서점을 자주 찾아왔으며 그 사이에 양 노인과도 친해졌다.


양 노인은 그의 얼굴에 어둠이 드리워져 있는 것을 보고는 무엇인가 안 좋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했다. 그러나 여느때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띄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오늘은 어떤 책을 찾으십니까?"


문창해는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 번 골라보겠소."


서가에는 가득 먼지가 쌓여 있었다. 문창해는 서가에 있는 책을 꼼꼼히 살펴보며 자신이 읽고 싶었던 책을 찾았다.


한 시진 후, 두 권의 책을 찾아 든 그는 조금 마음이 풀리는 듯 했다.


'상 낭자와 함께 읽어야 겠다.'


상여홍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떠올리며 그는 빙긋 웃었다.




어느새 땅거미가 졌다.


문창해는 다소 홀가분한 마음으로 연경의 거리를 걸었다. 그러나 그가 막 골목길을 돌아서는 순간,


"흐흐 !"


퍽!


문창해의 눈앞에 우수수 별이 떨어졌다. 누군가가 면상을 주먹으로 후려친 것이었다. 이어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우악스러운 손이 그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으슥한 골목에 5명의 거구들이 버티고 있었다.


그들은 연경의 건달로서 연경오패(燕京五覇)라는 자들이었다. 각지에서 모여든 불한당으로 이루어진 패로서 온갖 못된 짓은 다 저지르고 다녔으며 심지어는 살인청부업까지 도맡아 하는 자들이었다.


한결같이 음침한 눈빛과 건장한 체구를 지니고 있었으며 밤이 으슥해지면 지나가는 유부녀를 겁간하거나 술집 주루에서 행패를 부리며 나날을 허비했다.


콧수염을 기른 장한이 그의 멱살을 쥔 채 징그러운 웃음을 흘렸다.


"헤헤 . 귀여운 공자님. 어디를 주물러 드릴까?"


나머지 4인은 그를 에워싼 채 능글스럽게 웃었다.


문창해의 코에선 코피가 터져 나왔고 얼굴은 창백하게 질렸다. 그는 있는 힘껏 멱살을 쥔 손을 뿌리치며 뒤로 물러났다. 그가 물러난 쪽은 벽쪽이었다.


그는 벽에 찰싹 몸을 붙이며 물었다.


"너 너희는 누구냐?"


"히히 . 계집애같이 생긴 공자님. 어디 그 안의 물건도 혹시 계집과 닮은 것은 아닐까?"


그들은 문창해의 바지춤을 바라보며 능글맞게 웃었다. 이윽고 그들은 바로 지척에까지 왔다.


"무 물러서라!"


순간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헛! 과연 숨은 실력이 다시 나오는구나!"


콧수염 옆에 있던 얼굴에 칼자국이 있는 장한이 외쳤다. 콧수염은 아무렇지도 않게 주먹을 쓰다듬었다.


문창해는 구멍과 그의 주먹을 번갈아보며 기겁을 했다. 그 순간 문득 뇌리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나 나승후가 시킨 것이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공포가 일었다.


'그럴 줄 알았다. 애당초 그의 비위를 건드리는 것이 아니었는데 .'


그는 깊은 절망감에 휩싸였다. 이어 그는 고개를 들어 어둠으로 물든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순간 그의 눈에 반짝 이채가 스쳤다.


자신이 기대 있는 담장 위에 누군가 편안한 자세로 누워 있는 것을 본 것이다. 백삼(白衫)을 입은 청년이었는데 눈같이 흰피부와 담담한 눈빛을 가진 청년이었다.


청년이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 !"


찰나지간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문창해는 용기백배해 어깨를 쭉 폈다.


"쥐새끼같은 놈들. 본 공자가 누군 줄 알고 행패냐?"


"어어 ?"


그들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윽고 그 중 두 명이 문창해를 향해 달려들었다.


한 명은 그의 머리를 산산이 부수어 버릴 듯 솥뚜껑같은 손을 쫘악 펴며 달려들었고 한 명은 철각(鐵脚)을 휘둘렀다.


휭휭!


철각이 허공에 바람을 일으키며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조장했다.


문창해는 눈앞이 아찔했다. 비록 백삼 청년을 보고 의기양양하여 큰 소리를 치긴 했지만 막상 그들이 무서운 기세로 다가오자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이다.


문득 그의 마음 속에 체념과 호기가 동시에 일었다.


'에라 모르겠다!'


"차앗!"


그는 되는 대로 팔다리를 휘둘렀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일까. 움직일 때마다 뭔가 둔탁한 것이 부딪쳐오는 것이었다.


"으악!""


"아이쿠!"


쿵!


느닷없는 비명소리에 문창해는 눈을 번쩍 떴다.


그를 공격했던 2인은 어느새 피투성이가 되어 저만큼 나동그라져 있었다. 한 명은 담장에 머리를 부딪쳤는지 머리가 으깨어져 있었다.


나머지 3인은 경악했다. 그들은 회의에 찬 눈빛으로 문창해와 피투성이가 된 자신의 동료들을 번갈아 보았다.


문창해는 눈을 빛내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안색이 흙빛이 되어 버린 그들이 뒤로 물러났다고 생각한 순간,


"쳐라!"


그들은 동시에 문창해에게 덤벼들었다. 문창해는 이번에는 느긋하게 양손을 흔들었다.


퍼퍼퍽!


"으악!"


"캑!"


3인은 어디를 어떻게 맞았는지조차 모른 채 피떡이 되어 날아갔다. 그들은 정신을 잃은 듯 그대로 엎어져 버린 것이었다.



우화대(雨花臺)는 선남선녀에게 잘 알려져 있는 밀애의 장소였다. 석조사 뒤쪽에 있는 자그마한 호수로서 우화대라 불리는 연유가 있었다.


밤이 되면 벚꽃이 바람이 불 때마다 비오듯 흩날리기 때문이었다.


마치 눈발이 날리 듯 새하얀 그것은 정녕 꽃비였다. 잔잔한 호수 위에 내리 깔린 꽃잎은 달빛과 함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달콤한 향기를 내뿜곤 했다.


지금 그 우화대에 망연히 서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문창해였다. 그는 넋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수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늘상 상여홍과 함께 이 곳에 와서 풍경을 감상하곤 했던 것이다.


문득 한 가지 추억이 떠올랐다.


부드러운 훈풍이 벚꽃 향기와 함께 수면 위에 잔물결을 일으키며 장난을 치던 날, 그날 우화대에서는 시의 대련을 주고 받는 시회(詩會)가 열렸다.


시회에서 문창해는 언제나 인기가 있었다.


문자에 일가견이 있었을 뿐만이 아니라 시를 낭송할 때의 그의 희고 맑은 얼굴과 낭랑한 음성은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고도 남는 것이었다.


그가 시를 읊조리면 모두 숨을 죽이고 듣곤 했다.


문창해의 순서가 끝나고 나승후의 차례가 되었을 때였다. 그는 시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평소에 무공에만 온 힘을 기울였으므로 문(文)에는 거의 백지상태였던 것이다.


나승후는 고심한 끝에 겨우 시를 하나 지었으나 그것은 절로 코웃음이 나올 정도로 수준 이하의 것이었다.


나승후는 스스로의 부끄러움에 못이겨 그만 화를 내며 자리를 뜨고 말았다. 문창해는 바로 그날 상여홍을 알았고 그들은 급속히 가까워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 ."


텅빈 우화대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아직 계절이 일러 벚꽃이 피지 않은 잔잔한 호수 위로 한줄기 한풍이 스쳤다. 그 순간 문창해는 일말의 두려움을 느꼈다. 누군가 뒤에서 자신의 목덜미를 쥘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까 낮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자 등에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그는 이대로 물러설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는 주먹을 힘껏 쥐었다.


'설사 맞아죽는 한이 있더라도 여홍을 꼭 구해내고 말겠다.'


오후에 받은 서신의 내용으로 대충 짐작이 갔다. 꼭 확신할 수는 없는 것이었으나 분명 그것은 내용으로 보아 나승후가 분풀이를 하기 위해 상여홍을 납치한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문득 그는 허공을 향해 외쳤다.


"나승후! 어서 모습을 보여라! 대장부가 연약한 여인을 괴롭히는 것은 옳지 않다! 감정이 있으면 나에게 풀어라!"


그때였다.


"흐흐 ."


소름끼치는 괴소와 함께 꽃나무 뒤에서 인영이 어른거렸다.


"어느 놈이 감히 도독부의 공자님을 욕하느냐?"


2인의 중년인이 어둠 속에서 음침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들은시퍼런 광채를 발하는 두 눈을 번뜩이며 나무 뒤에서 나오고 있었다.


문창해는 섬뜩했다. 그는 내심 짐작가는 것이 있었다.


'저들은 구문제독부의 무술사범들이다. 소문에 의하면 무림인이라던데 .'


서서히 그 두 중년인은 문창해에게 다가왔다.


"후후! 네놈은 누군데 공자를 욕하느냔 말이다!"


그 중 하나가 입을 쭉 찢는 둣 음산한 음성으로 말했다.


"낄낄! 얘기할 것 없소! 사람이 없는 데서 욕이나 하는 놈은 뼈다귀를 분질러 놓아야 하는 것이오."


그들은 다짜고짜 장력을 날렸다.


펑!


"악!"


풍덩!


문창해는 복부에 장력을 맞고 호수에 빠지고 말았다. 얼음처럼 차가운 호숫물이 그의 전신에 스며들었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 허우적거렸다.


중년인들은 그의 모습을 보며 재미있다는 듯 낄낄댔다.


"꼴 좋군! 저런 놈은 아예 물고기밥을 만들어야 해!"


쐐액!


가죽으로 만든 채찍이 문창해의 어깨를 후려쳤다.


"아악!"


어깨가 끊어져 나가는 것같았다. 피가 흘렀다. 옷은 물론 살점까지 떨어져나가 혼절하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팔다리를 움직여 겨우 물가에 이르렀다.


그러나 중년인은 가차없이 발길질을 했다.


퍽!


"으악!"


문창해는 눈앞이 아찔했다. 뭔가 끈적끈적한 것이 얼굴을 뒤덮었다. 바로 피였다. 중년인들이 그의 면상을 후려친 것이다.


어느덧 문창해의 가슴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일었다.


"죽일 테면 죽여라. 나승후, 이 비겁한 놈!"


그는 이를 부드득 갈며 호숫가로 간신히 기어 올라왔다. 중년인들은 다소 놀란 듯 외쳤다.


"이놈이 꽤 끈질기군! 아예 죽여버리세!"


위잉!


이번에는 검광(劒光)이 번쩍였다. 문창해는 이제 마지막이다 싶었다. 그런데 검이 막 그의 머리 한가운데 떨어질 찰나,


"흑!"


칼을 쥐고 있던 중년인은 화살맞은 멧돼지처럼 부르르, 몸을 치더니 검을 바닥에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풍덩!


이어서 중년인은 눈이 허옇게 뒤집힌 채 호숫물에 빠지고 말았다. 문창해는 경악했다.


물 속에 빠진 중년인의 등에는 무엇인가가 박혀 있었다. 그것은 놀랍게도 가냘픈 나뭇가지였다.


혼자 남은 중년인은 대경했다.


"어, 어떤 놈이냐!"


그는 눈을 부라리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문창해는 재빨리 죽은 중년인이 떨어뜨렸던 검을 바닥에서 집어들었다. 동시에 필사적으로 검을 꼬나잡았다. 힘(力)은 약하되 그 기세는 매섭고 날카로웠다.


중년인은 돌아서며 음침성을 흘렸다.


"흐흐! 감히!"


휘이잉!


그는 채찍을 휘둘렀다. 그런데 채찍은 중간에서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것이 아닌가?


문창해는 이때다 싶어 그대로 검을 찔렀다.


"아악!"


피가 분수처럼 터지며 사방에 흩어졌다.


중년인의 면상에는 굵은 혈선이 그어져 있었고 혈선을 따라 머리가 쩌저적! 소리를 내며 갈라지고 있었다.


"내 내가 살인을 !"


문창해는 수중에 들린 검과 시체를 번갈아 바라보며 부들부들 떨었다. 그때였다.


"아악! 문가가(文哥哥) !"


여인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 바로 상여홍이었다.


"여홍!"


문창해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급히 달려갔다. 벚나무 사이로 누군가 신형을 날리는 것을 언뜻 보았기 때문이었다.


"서라! 나승후!"


나승후는 뒷모습을 보인 채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의 옆구리에는 여홍이 매달려 있는 것이 드러났다. 나승후는 미리 준비해 놓았던 말에 훌쩍 올라타더니 번개처럼 내달리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


말은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었다.


말을 타고 있는 나승후를 문창해로서는 도저히 쫓아갈 수가 없었다. 그는 다급한 나머지 수중에 있던 검을 던졌다.


쐐액!


놀랍게도 검은 섬광처럼 날아갔다. 그리고 그 검은 나승후의 등에 정확히 꽂히고 말았다.


"크아악!"


마상에서 나승후가 떨어졌다. 말은 놀란 듯 히히힝! 울더니 그자리에 섰다.


"여홍!"


"가가!"


그들은 서로를 얼싸안았다. 상여홍의 눈에서는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언제까지 얼싸안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정신을 차린 문창해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의 옆에는 나승후의 시체가 눈을 부릅뜬 채 허공을 노려보고 있었다. 문창해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이,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


문창해는 죄책감과 동시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때 한 그루 벚꽃나무 뒤에서 백영이 걸어나왔다.


"놀랐소이다. 소인은 문 공자의 용기에 정말 감탄을 금치 못하는 바이오."


그는 정중히 포권을 했다.


"아, 당신은 !"


문창해는 반색을 했다. 그는 몇 번이나 자신을 도와준 백삼 청년이었던 것이다. 다름아닌 백룡이었다.


문창해는 감격한 얼굴로 백룡을 바라보았다. 백룡은 낭랑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소인은 강호의 일개 무부(武夫)인 백장천(白藏天)이란 사람이오."


문창해도 자기 소개를 했다.


"소생은 문창해 요."


백룡은 빙굿 웃었다.


"어찌 천하의 동창대영반 어른의 귀자(貴子)임을 모르겠소?"


문창해는 쓴웃음을 지었다.


"놀리지 마오. 나는 겁이 많은 형편없는 소인배에 불과하오"


백룡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소. 공자야말로 진정한 남자요."


"무슨 소리를 ."


"아니오. 힘을 쓰는 자는 도처에 얼마든지 있소. 힘이 세다고 약한 자에게 그 힘을 과시한다면 그자는 무뢰배에 지나지 않소. 그러나 공자야말로 진정한 용기를 지닌 분이오. 장차 큰 일을 하실 분이라 여겨지외다."


문창해는 또 한 번 감격했다.


"백 백 세형(白世兄)의 말씀은 소생에게 한 가닥 광명을 주는 듯합니다."


그의 눈에 눈물이 글썽했다. 환관의 양자라는 이유로 항상 놀림감이 되어왔던 그였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는가?


무릇 사람은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법이었다. 문창해는 지금 이 순간 마치 지기(知己)를 만난 듯한 기분이었다.


그때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상여홍은 대충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백룡을 바라보았다.


"이분 . 백 장사께서 문 오라버니를 도와 주셨군요?"


문창해는 쑥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그렇소. 누이."


상여홍은 생긋 웃었다.


"부끄러워 할 것 없어요. 어쩐지 일개 백면서생인 가가가 어디서 그런 힘을 얻었는지 의문스러웠으니까요."


"난 ."


문창해는 쥐구멍이라고 기어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호호 . 안심하세요. 소녀가 가가를 좋아하는 것은 무(武)와는 상관없어요. 소녀는 가가께서 지닌 학문(學問)을 진정으로 사랑했으니까요."


"여홍 !"


상여홍은 살며시 문창해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눈이 총명한 빛을 발했다.


"아무튼 이번에는 정말 놀랐어요. 대체 어쩌자고 이 곳까지 왔죠?"


문창해는 얼굴을 붉혔다.


"누이를 구하려고 ."


"그래서 이렇게 터졌군요?"


그러고 보니 문창해의 얼굴은 온통 피투성이였다. 코는 비뚤어져 있었고 퉁퉁 부은 눈에는 검붉게 피가 굳어 있었다. 옷도 너덜너덜했고 그 사이로 제법 깊숙이 패인 상처들이 보였다.


상여홍의 눈가에 연민이 스쳤다.


그때 백룡이 담담하게 말했다.


"두 분은 이제 돌아가시오. 이 곳의 일은 이 사람이 처리하겠소이다."


문창해는 고마움과 미안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런 수고를 ."


백룡은 호쾌하게 웃었다.


"하하 ! 하루를 사귀어도 지기(知己)는 지기를 알아보는 법이오. 우리는 이제 그런 인사치레는 걷어 치웁시다."


문창해의 눈이 빛을 발했다.


"그럼 ! 나를 친구로 생각하는 것이오?"


백룡은 싱긋 웃으며 포권을 했다.


"도리어 불초가 부탁하는 바이오. 천하의 대영반 어른의 자제분을 사귀는 것은 이 야인의 복인가 하오."


문창해는 기쁨에 들떠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백룡의 손을 덥석 쥐면서 소리쳤다.


"고 고맙소! 백 형!"


"하하 !"


그들은 대소를 터뜨렸다.


바람이 불었다. 꽃바람이었다. 그와 동시에 젊은 사나이들의 새롭게 탄생한 우정이 새벽의 여명을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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