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절대지존 18-1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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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521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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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八 章 隱現神龍의 出現


<천하의 성망을 얻고 있는 이름이 있으니
은현신룡이라, 그의 출현은 그야말로 보일듯 말듯
신비롭기만 하니......>

장중한 불호(佛呼)소리가 들리며 바깥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며 그곳으로 십여 명의 승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신형은 느릿한 것 같으면서도
조용했고 그러면서도 속도는 빨라 은연중에 힘이
느껴졌다. 상승의 고수들이 틀림없었다.
주서붕이 가볍게 숨을 몰아쉬더니 말했다.
"혹시 소림과 무당에서 오신 분들십니까?"
"아미타불...... 빈승은 소림 달마원(達摩院)의
공료(空了)입니다."
"무량수불...... 빈도는 무당 태청관주(太淸觀主)
정명(靜明)이외다."
'과연 월하미녀도의 유횩은 크긴 크구나.
소림무당의 장로까지 나오게 만들다니......'
주서붕이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당금 무림의 구대문파 중에서 전과 같은 성세를
유지하는 것은 그래도 소림 무당 뿐이었다.
그것은 그들이 세속을 상관않고 자신들의 수양에만
힘쓰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그들이 장로들까지
동원하니 사대중보의 힘은 실로 막대한 것이 아닐 수
없었다.
"무량수불, 주시주의 좀전 말씀은 진정이시오?"
정명도장이 신중히 입을 열었다.
주서붕이 담담히 입을 열었다.
"내게 독점할 생각이 있다면 여기서 번거롭게
여러분을 기다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주서붕이 이렇게 말하자 상대의 누구도 더이상
월하미녀도에 대해 언급할 수가 없었다.
누가 월하미녀도를 노린다면 그는 곧 중인의 과녁이
될 판이었기 때문이다.
주서붕의 계산은 완전히 천기령주의 계산을 뛰어
넘은 것이다. 천기령주는 보물에 눈이 뒤집힌
군웅들이 무차별 주서붕을 공격할 것으로
속단(速斷)했었다.
그렇게 일단 피를 보게 되면 군중심리가 바동하여
사람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주서붕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게 손을 쓰게 되고...... 피가 강을 이루게 되면서
주서붕은 무림의 공적(公敵)이 된다!
그것이 필연적인 수순이었다.
하지만 천기령주는 주서붕을 너무 얕보았다.
주서붕은 싸우기는커녕, 오히려 신위를 보여
처음부터 그들의 기를 꺽어놓고 대화로 들어간
것이다.
여기에는 마유신의 심기도 한 몫 가세되었다고
봐야했다.
그가 고심한 혈겁의 장은 오히려 천제령의 존재를,
그 음모를 밝히는 자리로 탈바꿈해버렸으니
천기령주는 누워서 침을 뱉은 격이 되고 만 것이다.
주서붕은 자신이 알고 있는 천제령의 존재에 대한
것을 대강 설명하고 말을 이었다.
"그들의 실력으로 보건데 오늘의 음모가 실패로
돌아간 것을 알면 곧 행동을 개시할 것이니
여러분들꼐선 각자 그들의 음모......"
말을 하던 주서붕이 기이한 표정으로 밖을
쳐다보았다.
휙! 휙!
미세한 파공음이 들리며 백영이 연달아 줄에 꿴
듯이 담을 넘어왔다. 그들의 신법은 어찌나 경쾌하고
깨끗한지 마치 한 폭의 흰 비단이 담장에서부터 쫙
펼쳐지며 쏘아져 오는 것 같았다.
그 백영은 담장에서부터 두 줄로 쭉 늘어섰는데 한
줄에 열 여덞 명씩 모두 서른 여섯 명이 번개같이
나타났다.
그들은 백포를 입고 가슴에는 구름 속의 용을
수놓았고 허리에는 금대를 둘렀다. 나이는 모두
삼십전 후인 것 같고 손에는 예리한 빛이 번뜩이는
장창(長槍)이 전부 쥐어져 있었다.
허리에는 두자 가량의 검이 매어져 있었다.
전반적으로 씩씩하고 용맹한 기상(氣像)이 넘쳐흐르고
있어 절로 위압감(威壓感)이 느껴졌다.
"은현장의 은현신룡수(隱現神龍手)다!"
감탄한 듯한 외침이 들렸다.
"은현신룡 금대협께서 오신다!"
그 소리가 나자 모두가 숙연해지는 것 같으면서
은현신룡수들의 앞길을 비켜주었다.
'대단한 위세로구나......'
주서붕이 내심 생각을 굴리는 순간, 어느틈엔지 한
인영이 나타나 은현신룡수의 사이를 통과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 인영의 신법이 얼마나 놀라웠던지 그 많은
사람들이 그 누구도 그 인영이 어떻게 나타났는지
알아보지 못했다.
인영의 모습이 드러났다.
나이는 약 오륙십 가량, 훤칠한 키에 금실로 가슴에
용을 수놓은 백포를 걸쳤는데 그 기세에는
관후침착(寬厚沈着)함이 엿보이고 있었다. 허리에는
옥으로 된 요대를 둘었는데 비스듬히 한 자루의
보검이 걸려 있었다.
"금대협, 별래 무양하십니까?"
모든 사람이 거의 동시에 포권을 했다.
그들은 그 누구도 은현신룡을 본 적이 없었지만
보는 순간에 그가 은현신룡 금인현임을 짐작한
것이다.
그대로 서 있는 것은 주서붕과 흑백쌍마신 그리고
잡아놓은 닭처럼 맥없이 서 있는 삼마뿐이었다.
미소지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답례하던
은현신룡 금인현의 눈에 주서붕이 안보일 리 없었다.
그의 눈에 기이한 빛이 스쳐갔다.
"주공자이시오?"
은현신룡 금인현이 주서붕쪽으로 걸어나갔다.
두 사람의 기품이 너무도 뛰어나서 나머지 사람들은
스스로의 천박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금장주이시군요. 뵙게되어 반갑습니다."
주서붕이 낭랑한 음성으로 말했다.
은현신룡 금인현은 빙그레 웃더니 말했다.
"과연 주공자의 기품은 단연 군계일학이오. 내
뜻하지 않은 방해를 받아 여대협과의 약속을 어기게
되어 매우 당황했는데 주공자 덕분에 조금은 마음이
가볍소이다."
담담한 듯한 말 속에 기이한 여운이 숨어 있었다.
'과연 심기가 놀랍군!'
주서붕은 내심 생각을 굴리고는 모른 척 입을
열었다.
"방해라면 무슨 방해를 말씀하는지 궁금하군요?"
은현신룡의 표정이 약간 굳어졌다.
그는 천천히 사방을 둘러보더니 입을 떼었다.
"노부는 복마쾌검 여대협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不撤晝夜) 북상하다가 정체모를
복면인들에게 두 번이나 공격을 받았소이다. 그들의
무공은 기고하여 노부는 정녕 많은 힘을 소비하고서야
겨우 이곳에 도달할 수 있었소."
"그들이 누구기에 금대협을 감히......"
웅성거림이 이는 가운데 남궁혜가 주서붕에게
말했다.
"주공자께선 그들이 천제령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주서붕이 빙그레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남궁혜는 주서붕의 웃음에 가슴이 떨림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은현신룡의 말이 이어졌다.
"노부는 그들의 내력이 심상치 않아 북상하면서
조사한 끝에 그들이 천제령이라 불리며 놀랍게도
무림을 지배할 야욕을 품고 있음을 알게 되었소이다."
그때 누가 조금전 주서붕이 한 말을 은현신룡에게
전했다.
"노부가 부끄럽소. 허명만 얻고 정작 그들이 그토록
판을 치도록 몰랐다니...... 새삼 그간 주공자꼐서
월하미녀도를 그들의 마수에서 지켜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리오."
그의 말투는 주서붕에게 뭘 맡겨놓은 듯 하다.
주서붕이 담담히 미소했다.
"별 말씀을! 월하미녀도는 내가 여몽으로부터 받은
것인데 금장주께 심려를 드릴 수 있겠습니까?"
은현신룡 금인현은 내심 초조해졌다.
그가 그 먼길을 북상한 것은 무엇때문인가?
"노부는 이미 여대협으로부터 월하미녀도를
부탁받은 몸, 주공자의 숭고한 뜻을 알았으니 어찌
주공자의 고심을 저버리겠소? 노부가 잘 알아서
처리하겠소."
그의 어조는 강경한 것이었다. 표현만 달랐지 내가
받기로 되어 있었으니까 내놓으라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크흐흐...... 금가야, 네놈이 손대 안대고 코를
풀려고 하는구나?"
흑마신 묵강이 느닷없이 으르릉거리며 나섰다.
은현신룡 금인현은 흠칫 가만히 흑마신 묵강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흑마신 묵선배가 아니시오?"
"흐흐흐...... 눈은 제대로 달렸구나! 손은 제대로
달렸기에 공짜를 바라느냐?"
흑마신 묵강이 천둥같이 소리치며 일권을 갈겨갔다.
쉬익! 검은 기운이 폭풍같이 일어나 은현신룡
금인현을 덮쳤다.
"과연 사납기 그지없군!"
은현신룡이 태연히 외쳤다.
동시에 그의 몸이 비스듬히 한 걸음 쯤 물러나더니
가벼운 태도로 일 장을 흑마신 묵강의 권세에다
갈겼다.
흑마신의 권세가 은현신룡의 장세에 방향이
비뚤어지며 땅바닥을 후려팼다. 펑소리와 함께 깊숙한
웅덩이가 생겨나면서 먼지가 하늘을 가릴 듯
일어났다.
"흑노! 손을 멈추시오. 무슨 짓이오! 물러나시오!"
주서붕이 소리치며 앞으로 나오자 흑마신 묵강은
은현신룡을 한 번 쏘아보더니 뒤로 물러났다.
"과연 주공자의 내력은 심상치 않소이다.
흑백쌍마신을 종복으로 거느리다니, 혹 실례가
안된다면 사문을 알 수 있겠소이까?"
은현신룡 금인현은 흑마신의 공격이 조금도
대수롭지 않은 듯 태연히 말했다.
"소생에게는 따로이 사문이 없어 답변을 드릴 수
없군요. 헌데 방금 금장주께서 사용하신 것이
무위신공장(無爲神功掌)이 아닙니까?"
"과연 놀라운 안목이오. 이런 변변치 않은 재주까지
알아 보시다니......"
은현신룡 금인현은 내심 놀라면서 태연히 말했다.
'무위신공장? 저놈의 무공은 결코 우리 아래가
아니로구나!'
마유신이 놀란 기색을 떠올렸다.
무위신공장이란 도가의 무상장공으로 적의 힘을
미끄러뜨릴 수도 있고 절정에 이르면 적의 힘을
역이용, 공격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최고의 공력이 없으면 시전할 수가 없는
무공이었다.
은현신룡 금인현이 천천히 팔자로 느리워진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해서 노부는 여대협의 부탁으로 불원천리 이곳까지
왔습니다. 노부는 결코 그의 뜻을 저버리지 않고
월하미녀도가 오용되는 것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오."
"금장주께선 제가 그것을 악용하리하고 보십니까?"
"무림의 정세가 느닷없이 변하고 있어 노부는 실로
무엇도 속단할 수 없는 형편이오!"
금인현은 결연히 말했다.
그의 어조는 명백했다. 그의 말에 중인들의 생각도
달라졌다.
절세의 흉마를 거느리고 있는 내력도 모르는
주서붕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
군중들의 심리란 이럴때는 참으로 단순하기조차 한
것이다.
주서붕은 장중의 흐름을 대번에 파악했다.
'은현신룡의 성망(聲望)은 대단하군......'
"금대협께 그것을 드리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원주인으로부터 그것을 부탁받았으니 함부로
내드리기가 곤란하군요."
"원주인이라면 복마쾌검 여대협을 말하는 것이오?"
"바로 그 사람입니다."
"허나 여대협은 노부에게 모든 것을 부탁했었는데
그 말씀은 이해하기 매우 곤란하구료? 더구나
여대협의 소식은 알 수 없고 물건은 주공자의 손에
있으니......"
은현신룡의 말은 교묘하여 주서붕은 여지없이
약탈자의 이름을 뒤집어 쓸 판이었다.
주서붕은 태연히 미소지을 따름이었다.
마유신이 주서붕의 뜻을 깨닫고 안을 향해 외쳤다.
"여몽! 너를 찾는 사람이 있다!"
그의 말과 함꼐 안채에서 여몽을 선두로 네 명의
인영이 나타났다.
"금대협이십니까? 여모 인사가 늦었습니다."
여몽이 한 손으로 공수하자 뒤에 서 있던 사람들도
앞으로 나서며 포권지례를 올렸다.
"금대협의 위명은 우뢰와 같이 들었으나 오늘에서야
금대협을 뵙게 되었습니다."
장작신풍과 천취신개가 나서자 은현신룡 금인현은
일순 당황하는 표정을 떠올렸다.
"혹 개방의 천방주와 신투라는 엽문주가 아니신지?"
천취신개가 술냄새를 풍기며 게슴츠레한 눈을
뜨면서 말했다.
"바로 우리 두 사람입니다."
'괴이하구나! 어찌하여 이토록 짧은 시간에
주서붕을 따르는 고수가 이처럼 많단 말인가?'
은현신룡은 내심 크게 놀랐다.
그는 황급히 답례하고는 뚫어질 듯 여몽을
쳐다보았다.
"귀하꼐서 정녕 여대협이오?"
"여몽이 저말고 또 누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여대협의 한쪽 팔은......"
은현신룡의 물음에 여몽이 이를 부드득 갈더니
한맺힌 음성으로 말했다.
"이게 모두 그 잔악한 천제령의 짓이오. 주공자께서
적시에 나타나지 않으셨다면 나는 살아서 금대협을
뵈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복마쾌검 여몽은 갑자기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금대협꼐 참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려야
하겠습니다."
"그건 무슨 말씀이오?"
은현신룡은 내심 흠칫했으나 태연하게 물었다.
"불초는 오늘의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영웅이 오직
우리 주공자뿐임을 알고 이몸을 의탁함은 물론
월하미녀도까지 주공자꼐 드렸습니다...... 그러니
죄송하오나 금대협께선 그리 아시고 양해를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복마쾌검 여몽의 말에 은현신룡 금인현은 담담한
눈빛로 복마쾌검 여몽을 쳐다볼 뿐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무거운 분위기가 흘렀다.
은현신룡의 말 한마디면 장내는 금방 피가 튀는
생사박투(生死博鬪)가 일어날 판이었다.
그 와중에도 혹시나 하고 중인들의 태반은 오히려
그런 결과를 바라고 있었다.
"여대협은 자신이 한 행동 모두가 스스로 결정해서
한 것이오?"
은현신룡이 입을 열었다.
"물론입니다!"
은현신룡은 타는 듯 하는 눈으로 여몽의 눈을
쳐다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대협의 눈에 정기(精氣)가 갈무리 되어있는
것으로 보아 팔을 잃은 대신 오히려 일신에 기연을
얻은 것 같소. 축하하오!"
잔뜩 긴장하고 있던 여몽은 일순 어리둥절했다.
"그, 그럼 여모가 저지른 불신(不信)을 탓하지
않으신단 말씁입니까?"
"하하하......"
은현신룡이 낭랑히 웃었다.
"그럼 노부가 월하미녀도에 탐욕을 가지고 쟁탈전을
벌일 것으로 아셨소? 그런 위인이 나 금모(金某)라면
여대협이 내게 월하미녀도를 맡기려 한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일이 아니오?"
은현신룡의 말은 모두가 뜻밖인 듯했다.
절세의 기보를 탈취할 명분을 버린다는 것은 확실히
쉽지않은 태도인 것이다.
"여대협의 안목은 대단하오. 노부가 보기에도
주공자는 능히 강호의 겁난을 타개할
일대웅재(一代雄才)로 보일 뿐 아니라 훗날 반드시
무림지존(武林至尊), 아니 공전절후(空前絶後)의
절대지존(絶代至尊)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소."
주서붕의 안색이 약간 홍조(紅潮)를 띠는 것 같다가
이내 담담한 미소로 바뀌었다.
"금장주의 넓은 흉금에 주모는 감복할 따름입니다."
"하하하...... 장강추전랑(長江追前浪)이라, 신인은
구인을 몰아내는 법! 노부 미력하지만 앞으로 강호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가 있다면 주공자와 함께 적극
앞장서 징계토록 할 것이오!"
은현신룡 금인현이 크게 웃었다.
짝짝짝! 박수소리가 크게 일었다.
동시에 은현신룡의 대범함을 찬양하는 말소리가
여지저기서 들려왔다.
주서붕은 중인들의 얼굴에 은현신룡을
흠모(欽慕)하는 빛이 가득함을 보고 내심 생각을
굴렸다.
'진실로 무서운 자는 군중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는
자라고 했으니 금인현이 적이라면 실로 무서운 자다.'
은현신룡이 사방을 쓸어보더니 우렁찬 음성으로
말했다.
"앞으로 한달 후, 그러니까 구월 십육일이 되면
노부의 나이 이순(耳順=육십)이 되오이다. 비록
박주(薄酒)일 망정 대접코자 하오니 여러분들꼐선
참석해주시기 바랍니다. 초청장은 이미 여러분들의
댁으로 가고 있을 겁니다."
사방에서 연신 축하의 말이 들려왔다. 기보쟁탈전이
벌어지려던 이 정원은 어이없게도 회갑
초대장(招待場)이 되고 말았다.
주서붕이 내심 어이없어 하는데, 은현신룡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주서붕의 손을 덮석 잡으며
말했다.
"노부는 필히 주공자를 초청하고 싶은데 참석해
주시겠소?"
그의 어조는 매우 친밀하고도 진지했다.
주서붕은 은현신룡의 몸에서 향수내음과 같은
기이한 향기가 풍김을 느끼고 이상했으나 아무런
내색도 없이 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초청해주신다니 영광입니다. 꼭 참석하지요."
"고맙소. 그럼 노부는 이만......"
은현신룡 금인현은 가벼이 고개를 끄덕여 보이더니
돌연 몸을 날려 사라져 버렸다.
휙! 휘익! 은현신룡수들도 백광이 번뜩이는 가운데
썰물이 빠지듯 사라져갔다.
모두는 일순 어리둥절해졌다.
은현신룡 금인현의 퇴장이 너무 갑작스럽지 않은가?
"과연 은현신룡이란 별호답구나!"
누군가 외쳤다.
"과연 신룡과 같은 분이군. 무영생불이란 존칭이
헛것이 아니었군!"
경쟁이라도 하듯 다투어 은현신룡을 칭찬하는 말이
터져나왔다.
주서붕이 담담한 표정으로 그가 사라진 담장쪽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갔다.
그의 뒷모습을 신주백봉 남궁혜의 눈길이 기이한
빛을 떠올린 채 쫓고 있었다.


{{}}{{{{ 第 十九 章 지존마궁(至尊魔宮)의 후예
}}
}}

<모습을 드러낸 마종의 후예들, 하지만 그 속에도
효웅은 숨어 있으니......>

강호는 진동(震動)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기이하게
조용했다. 하지만 그 이면(裏面)에는
일촉즉발(一觸卽發)의 긴장이 감돌고 있었다.
강호를 떨어 울리는 가장 큰 이유는 몇가지 소문
때문이었다.
천제령의 출현!
무림제패를 노리며 은밀히 조직된 신비의 극을
달리는 단체, 그 때문에 평화를 구가하던
무림각파에서는 문을 닫아 걸고 무림의 정세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천제령의 동정은 없었다.
천제령의 존재여부가 강호인들 사이에 설왕설래
오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강호를 진동시키는 것은 바로
주서붕에 관한 소문이었다.
강호 십대고수인 삼마를 말 한 마디에 무릎을 꿇게
만든 가공할 위력을 보인 신비의 백의공자, 백년 전
최고의 음마인 환락마군을 몇 초수만에 자결케 만든
절대고수!
무서운 살성인 흑백쌍마신이 그의 수신호위로
있었으며 정도 십대고수의 하나인 복마쾌검마저
월하미녀도를 그에게 바치고 기꺼이 수하에 든 일,
더구나 정도 제일의 고수라 일컬어지는 은현신룡마저
그의 인품에 감탄하여 월하미녀도를 포기하고 그대로
돌아갔다고 하지 않던가!
소문은 소문을 낳아 주서붕의 존재는 일약 구름속의
신룡과 같이 여겨지게 되었다.
순식간에 설사 삼척동자라 할지라도 주서붕의
이름을 모르는 자가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묵검경혼(墨劍驚魂)!>
사람들은 환락마군을 처치한 주서붕의
묵검신기(墨劍神技)를 보고 묵검경혼이라 칭하며 일약
그를 검도 제일고수로 추대했다.
하지만 검법은 주서붕이 수련한 주공(主功)이
아니었다.
<복마신유(伏魔神儒)!>
삼마를 굴복시킨 주서붕의 위세에 주서붕을
복마신유로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주서붕은 그러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날
밤 이후로 태백거에서 한 걸음도 나서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마유신 등 그의 주변 인물마저도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태백거를 주시하는 수많은
눈들은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으나 그 누구도
주서붕이 묵고 있는 별채에 접근하는 간담을 가진
자는 없었다.
묵검경혼, 복마신유의 위명은 어느새 월하미녀도의
유혹을 억제할 정도로 무서운 위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 * *

그날 밤이 지난 지 만 이틀, 오늘도 월광이 교교한
달빛을 뿌리고 있었다.
주서붕이 묵고 있는 태백거의 별채도 여전히
적막했다.
불이 꺼졌다.
잠을 자려는가 생각하는데, 끼익! 가벼운 문소리가
들리며 영준수절(英俊秀絶)한 백의미공자가 안에서
나왔다.
허리에 찬 묵운신검과 가슴에 수놓인 백룡이 그가
누군지 말해주고 있었다. 바로 주서붕이었다.
월색(月色)이라도 감상하려는 듯 천천히 밖으로
나온 주서붕이 주위를 둘러보더니 담담히 미소지었다.
그런데 그의 몸이 번뜩하는 것 같더니 돌연 담을
넘어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앗!"
"저, 저런......?"
사방에서 경악에 찬 신음이 들려왔다.
옷자락 스치는 소리와 함께 수십의 인영이
야공(夜空)을 갈랐으나 그 누구도 주서붕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잠시 후,
"어, 없다! 아무도 없다!"
누군가가 부르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답답함을
이기지 못해 간이 부은 누군가가 별채 안에 뛰어든
것이다.
그런데 그 안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흑백쌍마신과 복마쾌검 그리고 삼마까지도 아무도
없었다.
귀신 곡할 노릇이 아닌가?
분명히 방금 나간 것은 주서붕 혼자였는데 아무도
없다니! 기가 막히는 일이었다.

* * *

주서붕은 담담히 미소를 띠우고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월광을 등에 받으며 백의를 펄럭이며 걸어가고 있는
주서붕의 모습은 세속을 초월해 실로 가슴 떨리도록
뛰어난 것이었다.
"하하하...... 지금쯤 별채 안에 아무도 없음을
발견했겠지?"
주서붕이 가볍게 웃었다.
구중비고 안에서 가지고 나온 기보들이 든 책상자와
흑백쌍마신 등은 이미 그에 앞서 모종의 장소로 떠난
것이다.
"후후후...... 천기령주 두고 보아라! 천제령을
대항할 세력이 곧 네 눈앞에 위용(偉容)을 드러낼
것이다!"
주서붕이 또 다시 웃었다.
그의 모습에서는 이미 책벌레의 모습대신 영웅의
기상이 늠름히 피어나고 있었다.
"아악!"
바로 그때 어디선가 아스라이 여인의 다급한 비명이
들려왔다.
"으흐흐흐...... 흐흐흐......"
음흉한 웃음이 들리는 순간, 주서붕의 모습은 한
줄기 백광으로 화해 앞으로 폭사되고 있었다. 그
속도는 놀랍기 이를데 없어 한 번에 사 오십 장을
뛰고 있었다.
"제, 제발...... 앗! 제발......!"
"으흐흐...... 고거 기름이 흐르는 것 같구나.
염려마라! 내 하늘을 날으는 기분을......
흐흐......"
다급한 숨결이 엇갈리고 연달아 옷찢는 소리가
들려왔다. 백 장이나 떨어져 있는 숲속이었으나
주서붕은 바로 옆에서 일어난 듯 모습 상황을 똑바로
알 수 있었다.
주서붕의 신형이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어둠을
갈랐다.
장내의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한 채의 교자(轎子=가마)가 반쯤 부서진 채
나뒹굴고 있고 그 주위에 십여 명의 교군과
호위무사인 듯한 장정들이 피를 뿌리고 넘어져
있었다.
그 가마 앞에는 세 명의 중년인이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바삐 손을 노리고 있는 중이었다.
'죽일 놈들!'
주서붕의 눈썹이 꿈틀 뒤틀렸다.
그 장한의 앞에 주저앉은 채 뒷걸음치는 한 여인을
보았던 것이다.
약 삼십이 된듯한 여인은 완전히 알몸이 되어
있는데 한 조각의 천으로 앞을 가리고 떨고 있었다.
여인의 모습은 실로 사내를 뇌쇄시키기에 족할
정도였다. 더우기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습은 마치 한
송이의 농염(濃艶)한 물기먹은 모란을 영상시키는
것이었다.
실로 보는 이로 하여금 품고 싶다는 욕정을 억제할
수 없도록 만드는 매력이 있는 자태였다.
"으흐흐흐......"
한 장한이 와락 그녀를 덮쳤다.
"악!"
"흐흐흐...... 형님! 속히 끝내슈......!"
서 있는 두 중년인이 눈을 게슴츠레 뜨고 외쳤다.
여인의 우유빛 나신은 무지막지한 사내의 밑에 깔려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장한은 무지막스럽게 여인의
가슴을 주물러 터뜨리면서 다급히 바지를
끌러내리려고 했다.
"흥!"
바로 그 순간에 차갑기 이를데 없는 냉소가 그들의
귀를 파고 들었다.
"으아악!"
세 명의 장한은 냉소소리에 기혈이 진동되어 피를
토해내며 외마디 비명과 함께 나뒹굴고 말았다.
기척도 없이 여인의 앞에 주서붕의 모습이
나타났다.
쓰러졌던 장한들이 엉금엉금 기어일어나면서
공포어린 빛을 드러냈다. 코웃음소리 하나로 적을
제압하는 고수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그들이었다.
"무림에 몸 담고 있는 자, 가장 경계해야 될 것이
여색이다!"
주서붕이 차갑게 외치며 손을 쳐냈다.
"아이고!"
비명과 함께 세 명의 장한이 훌훌 나가 떨어지더니
절룩거리며 달아났다. 그들은 잔혈(殘穴)과
음혈(陰穴)이 찍혀 무공이 전폐되고 남자의 기능을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북경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미모와 몸매다.'
눈길을 돌리던 주서붕은 일어나 앉아 등을 돌리고
있는 여인의 나신을 대하고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깍아만든듯 한 여인의 아름다운 나신이 뒷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양지유가 엉긴 듯 하다는 말은 바로
저러한 모습에서 생긴 것이 아닐까. 머리를 치장한
모습으로 보아 명문의 젊은 부인인 것 같은 여인은
황홀한 나신을 보이며 가녀린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울고 있는 것 같았다.
"부...... 부인, 고정하시고 옷을......!"
주서붕이 기다리다 못해 고개를 돌린 채 말했다.
그제야 여인은 자신의 처지를 생각한 듯 화들짝
놀라 몸을 가리고 했으나 그녀의 옷은 이미 갈기갈기
찢겨져 걸칠 수조차 없었다.
"오, 옷이......"
그녀가 기어들어가는 음성으로 말했다.
주서붕은 그녀의 처경을 깨닫고 쓰러진 시체의
장삼을 벗겨 등뒤로 내밀었다.
그의 음양신룡포를 줄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고개를 외면한 채로 떨리는 손으로 옷을
받아 들었다.
순간, 펑! 소리와 함께 주서붕이 신음을 토해내며
일장여나 날아갔다.
"호호호......"
여인이 느닷없이 옥이 굴러가듯 교소를 터뜨리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풍만한 유방이 월광을 부셔내며
파도쳤다.
가녀린 허리에서 불끈 퍼져나간 비밀스러운 계곡을
에워싼 방초들이 바람에 추운 듯 부끄러운 듯
하늘거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백설과 같은 몸과의
강렬한 대조였다.
그러나 그 풍만한 나신을 드러내고도 여인에게서는
부끄러운 빛이라고는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도화빛이 감도는 그녀의 미모는 실로 백화(百花)가
만발하 듯 뛰어난 것이었으나 방금의 측은한 빛은
어디에도 없고, 오로지 가슴 떨리는 웃음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오호호호...... 묵검경혼이라고? 제아무리 그래야
애송이......"
파도치듯 풍만한 몸매를 흔들며 웃어대던 그녀의
낯빛이 채 말도 끝내지 못하고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허공으로 날아 올랐던 주서붕이 백의를 펄럭이며
사뿐히 날아내린 것을 본 것이다. 주서붕의 낯빛은
태연하기 이를데 없었으며 다만 입가에 붉은 선혈이
한줄기 비치고 있었다.
"이, 이럴 수가? 너는 분명히
만화천겁장(萬花天劫掌)에 격중...... 설마 네가
금강불괴지신......?"
나신의 미부(美婦)는 너무도 놀라 더듬거렸다.
그녀의 얼굴은 경악과 불신으로 가득차 있었고 몸도
가릴 생각을 못하고 뒷걸음치고 있었다.
그녀의 놀람은 당연했다. 그녀의 만화천겁장은
무쇠라도 부실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주서붕은 무방비 상태에서 명문혈에 일격을
맞았는데 죽기는 커녕 별반 그 상처도 입지 않은
것이다.
주서붕의 표정은 이미 싸늘하게 변해 있었고
미간에는 은은히 노기가 뛰놀고 있었다.
"누가 그토록 간교한 수단을 쓰는가 했더니 당신이
바로 화곡(花谷)의 곡주인
만화부인(萬花婦人)이로군......"
주서붕이 차갑게 말했다.
"파렴치한 여인, 옷을 입으시오."
주서붕의 외침에 만화부인은 흠칫 정신을 차렸다.
'과연 무서운! 강호의 소문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구나......'
그녀의 손짓에 따라 교자에서 푸른 빛이 날아왔다.
그것은 속이 보일듯 말듯한 반투명 망사로 된
옷이었다.
만화부인의 옷 입는 방법은 기이하기 이를데 없어
몸을 빙글 돌리는 사이에 이미 옷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옷을 입은 것이 안 입은 것보다 더했다.
반투명 망사를 걸쳤으니 이건 더욱 고혹적인 것이다.
주서붕은 어이가 없었다.
"그게 옷이오?"
"호호호......"
느듯없이 만화부인이 낭랑히 웃었다.
그 웃음에는 가슴을 뒤흔드는 괴이한 마력이
있었다.
"옷을 입으니 싫다하니 그럼 또 다시 벗어야
되겠군요?"
만화부인이 빙그레 미소지으며 고태롭게 말했다.
그녀의 웃음에 사람의 심혼을 뒤흔들고 욕정을 불러
일으키는 신비로운 힘이 있었다.
요컨데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 모두에는 사내의 넋을
박살내고 남을 교태가 넘쳐 흐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가공할 마공으로 순식간에 남자를
치마밑의 노예로 만들 수가 있었다.
더우기 그녀가 시전하는 것은 단순한 웃음이 아닌
심마천겁소(心魔天劫笑)인 것이다.
주서붕은 뚫어지게 그녀의 미소를 주시했다.
'호호호...... 그러면 그렇지! 네가 심마천겁소에
걸려들지 않고 배겨? 이제야말로 월하미녀도는......'
그녀가 내심 쾌재를 부를 때, 주서붕이 미소하며
말했다.
"심마천겁소로 나를 홀릴 수 있을 것 같은가?"
만화부인은 혼비백산하고 말았다.
"악!"
그녀는 교구(嬌軀)를 비틀거리며 외마디 비명과
함께 한 모금의 피를 토해냈다.
어이없게도 그녀는 주서붕의 미소에 극심한 충격을
받고 내상을 입고 만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주서붕의 웃음이야말로 오대마공 중의 가장 무서운,
마중지존까지도 지존마공과 어깨를 견줄 수 있다고
말한 천향불심천마소였던 것이다.
그것이 비록 입문구결에 불과했다고 하나 정식으로
주서붕이 그것을 시전하자 일반의 마공은 견뎌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녀의 눈에 비로소 공포의 빛이 떠올랐다.
"이, 이럴 수가......?"
그 순간이었다.
"핫핫핫...... 불여우가 도리어 임자를
만났구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웃음소리에 실린 공력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동시에 한 명의 황포노인이 나타났다. 황포노인의
얼굴은 너절하기조차 했는데 머리는 마치 새집처럼
얼클어 있었다.
고리눈에서는 한 가닥 광기가 번뜩였고 손에는 때에
절은 듯 시커먼 나무 몽둥이 하나를 들고 있었다.
주서붕은 그 몽둥이가 천하에 드문
묵강목(墨剛木)일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의 얼굴에
의외란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이미 나타난 사람이 누군지 알아낸 것이다.
"흥! 화곡이 일광을 두려워 할 줄 아느냐?"
만화부인이 흠칫하더니 표독하게 외쳤다.
나타난 사람은 당금 사도 제일고수라고 일광(一狂),
혼천광마 육우(混天狂魔 陸雨)인 것이다.
혼천광무 육우는 음치하게 만화부인을 노려보았다.
"그까짓 냄새나는 계집 몇 있는 골짜기가 무어 그리
대단해? 흐흥!"
혼천광마 육우는 연달아 콧방귀를 뀌더니 느닷없이
버럭 외쳤다.
"당장 내 제자 녀석을 내놓지 않는다면 네년의
가랑이 사이에 이 몽둥이를 박아버리고 말겠다!"
화곡은 무림삼곡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그의 이 원색적인 외침에 만화부인의 안색이 노화로
인해 벌겋다 못해 새파랗게 질려 버리고 말았다.
"어디서 제자 놈을 잃어버리고 내게...... 오냐!
어디......"
만화부인이 이를 갈더니 외쳤다.
"육늙은이! 본곡의 삼십육 염녀진(艶女陣)을 시험해
볼 용기가 있느냐, 그렇다면 네 제자를 돌려주겠다!"
"우핫핫핫...... 그깟 냄새나는 계집들이 내게
꼬리를 치겠단 말이지? 마음대로 해봐라!
흐흐흐...... 하지만 노부의 손속은 사정이 없다!"
혼천광마 육우가 시위하듯 수중의 몽둥이를
휘둘러보았다.
위잉! 무서운 질풍이 일어났다.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군! 그러나 별호답게
어딘가 광기가 흐르고 있구나'
주서붕이 내심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주위의
숲속에서 두 줄로 선 묘령의 여인들이 나비가 날듯
하늘거리며 날아내렸다.
그녀들의 나이는 채 이십이 안된 것 같았으나
뛰어난 미모롸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눈부신 것은 그녀들의 옷이 백색경사라는데
있었다. 그 백색경사 속에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 붉디
붉은 선홍색으로 짧은 고의와 가슴가리개를 만들어
입고 있었는데 실로 입었다는 표현이 어색했다.
그 고의와 가슴 가리개가 너무나 작아 아주 중요한
부분만 겨우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슴이 뛰고 눈이 돌 지경인 것이다.
사사삭! 사악!
경사가 스치는 소리가 들릴듯 말듯 들리며 싱그러운
육향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삼십 육 명의 염녀들은
순식간에 주서붕과 혼천광마 육우를 둘러싸 버렸다.
혼천광마 육우는 그녀들 정도는 눈에 차지도 않는
듯했다.
"하하하...... 꼬마야! 네놈이 복마신유라는
놈이냐?"
그는 태연히 주서붕에게 말했다.
주서붕이 가볍게 미소했다.
"아마도 남들이 그렇게 부르는 것 같소."
"듣건데 네놈 말 한 마디면 마중지도(魔中之徒)는
혼비백산한다는데 어떠냐? 노부도 그렇게 만들 수
있느냐?"
주서붕이 신비롭게 웃었다.
"아마 그럴 수 있을 것이오......"
'익!'
혼천광마 육우는 주서붕의 미소에 심신이 진동되며
정말로 그럴 것 같다는 느낌이 듬을 경각하고 크게
놀랐다.
"핫핫핫...... 그래? 만약 네놈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면 노부가남은 여생을 네놈의 종으로 보내마!"
그는 자신의 느낌을 털어버리려는 듯 광소를
터드렸다.
그 순간, 기이한 음률이 들려왔다. 동시에 화곡의
최정예라는 삼십육 염녀들이 원무(圓舞)를 그리고
시작했다.
'삼십육 염녀는 화곡의 최정예로 무공이 일류의
수준에다 그들의 최혼염녀무(催魂艶女舞)는 제아무리
굳센 정력가(定力家)라도 정혈이 메말라 죽고
만다던가......?'
주서붕이 무림군웅사에서 읽은 것들을 떠올리고
있을 때, 이미 사방은 염녀들의 환상으로 가득차고
있었다.
길디 긴 옷 소매는 흰 나비인양 허공을 수놓고,
나풀거리는 나비를 움켜잡으려는 듯, 꽃뱀의 혀인듯,
인어의 숨결인 듯 희끄무레한 나신이 장중을 휘감으며
물결쳤다.
"오호호호......"
"아하하하......!"
맑고 요기로운 웃음이 연달아 터져 나오며 사방의
풍경이 완전히 변했다.
어디선가 맑은 향연(香煙)이 피어로르고 천상의
음악과 같은 기이한 음률이 물결처럼 흘러갔다.
무릉도원과 같은 주위의 풍광(風光) 속에 좀전까지
염녀들이 걸치고 있던 경사들이 수천 수만의 변화를
일으키며 날고 있었다.
붉은 고의는 어느 새 그녀들의 기름진 허벅지에서
발끝으로 늘어져 있었다. 여인의 신비로운 체향이
천지를 진동시키며 비밀의 숲이 요기로운 숨결을
토해내었다.
가슴의 가리개가 선홍의 핏빛을 토해내면서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태산인 양 솟아오른 육봉이 그 속을
비집고 출렁였다.
"아아......"
기이한 신음과 함께 염녀들이 재주를 넘기
시작했다.
그 행동은 기이하기 짝이 없어서 여인의 신비지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여인의 중요한 부분이
강렬하게 뇌리를 뚫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수천 수만의 괴이한 가슴이 터질 것 같은 환영이
꼬리를 물고 환출되고 있었다.
"우우......"
혼천광마 육우가 괴이한 신음을 토해내며
허우적거렸다.
그 소리에 흠칫 주서붕은 정신을 찾았다.
잠시 정신을 빼앗긴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일 뿐, 그 어떤 사마(邪魔)도
주서붕의 뇌리에 침밤할 수는 없었다. 그의 몸속에는
항마법력인 보패신력이 잠재해 있는 것이다.
주서붕의 얼굴에 놀람의 빛이 떠올라왔다.
'일시나마 내 정신을 홀릴 수 있다니 무서운
일이다. 이러한 위력은 결코 최혼염녀무로써 나타날
수가 없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사도제일고수라는 혼천광마가 이미 완전히 넋이
빠져 욕정에 몸부림치며 헤매고 있지 아니한가?
돌연 주서붕의 안색이 싹 변하며 나지막히
부르짖었다.
"만마천겁무(萬魔天劫舞)! 이것은 마공제오위의
만마천겁무다!"
그때 혼천광마는 한 여인을 움켜잡고 미친 듯
애무하고 있었다. 여인의 가슴이 그의 거치 손길에
비명을 올리고 있었고, 그의 거친 수염으로 뒤덮인
입은 흡사 갓난애가 엄마의 젖을 빨듯 여인의 앵두를
사납게 탐하고 있었다.
부릅뜬 두눈에는 욕정이 미친 듯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그의 발 아래에도 한 여인이 희멀건 나신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뿐인가?
그는 여인에게 파묻힐 지경이었다.
그러나, 미친 듯 쓰다듬고 움켜쥐고 빨아도
물어뜯어도 분명히 여인의 몸은 있는데 감촉이 없고
감각이 없는 것이다.
미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주서붕이 보기에는 그는 혼자서 게거품을 흘리며
발광(?)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바로 만마천겁무의 위력인 것이다.
주서붕은 혼천광마 육우의 처경이 이미 위태로운
지경에 이른 것을 알아 보았다. 조금의 시간만
지난다면 혼천광마는 정기를 모조리 쏟아내고는
쓰러지게 될 것이다.
'그는 광폭(狂暴)하기는 하나 뚜렷한 악행은 없는
사람이다.'
생각을 굴린 주서붕이 돌연 두눈을 부릅뜨고
벽력같이 호통쳤다.
"할(喝)!"
우르릉!
공기가 파동치며 천둥벽력같은 위세가 일어나면서
모든 환영이 산산이 부서져 날아갔다. 한 줄기 질풍이
일어나는 가운데 삼십 육 염녀들이 비틀거리며
진퇴되었다.
주서붕의 호통 한마디에 만마천겁무가 깨어지고 만
것이다.
주서붕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는 방금의 일갈(一喝)에 전 공력을 다 기울였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불문의 사자후(獅子吼)였다.
주서붕은 달마역근경의 뒷부분 심결(心訣)에서
사자후에 관한 언급을 발견하고 그것이 마공을
극제(剋制)하는 힘이 있음을 알고 하루 꼬박 그것에
심혈을 기울인 적이 있었다.
그것이 지존마공과 어깨를 겨눌 수 있는가 하는
마음에서 였다. 그러나 사자후 신공도 지존마공을
따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주서붕이 발휘한 사자후는 만마천겁무 맥을
여지없이 끊어놓아 단번에 만마천겁무를
파괴시키기에는 족했다.
"이, 이럴수가......?"
회심의 미소를 띠고있던 만화부인이 대경실색했다.
"당신이 천마요희의 전인일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군......"
주서붕이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걸 어떻게?"
만화부인은 크게 놀란 표정이었다가 이내 얼굴
가득히 살기를 떠올렸다.
"오호호...... 네가 그것을 안다면 천마무공의
무서움도 알 것이다! 지금이라도 월하미녀도를 내
놓아라!"
만화부인이 표독하게 소리쳤다.
그때였다.
"이 빌어먹을 년! 감히 요사한 수법으로 노부를
홀리다니!"
정신을 차린 혼천광마는 천둥같이 노해 달려
들었다.
그의 혼천광곤(混天狂棍)은 악독무쌍해 그 몽둥이
아래서 살아난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미친 듯한
곤영이 땅바닥의 먼지를 말아 올리며 소용돌이 쳤다.
"흥! 일광 정도가 무어 대단해?"
만화부인이 코웃음치며 얇은 경사를 휘날리며 그
미친 듯한 곤영속으로 서슴없이 뛰어 들었다.
"크아아하하! 네년의 몸뚱이가 다진 고기가 되어도
놈팽이들이 끓나보자!"
용호상박의 결전이 벌어졌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사도 제일고수라던 일광이
연거푸 밀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만마천겁무에 기력이 탕진되었기 때문이었다.
혼천광마는 미친 듯 묵강곤을 휘둘렀으나 열세를
만회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되자 심중의 격노를 금할 수 없게 된 그의
두눈에서는 푸른 빛이 번쩍이고 새집처럼 엉클어진
머리가 빳빳이 곤두서는 것처럼 보였다. 비장의
마공을 끌어올리는 것이 분명했다.
만화부인의 음독한 장세가 사오 장을 뒤덮으며 그의
십팔 개대혈을 후려칠 듯 보이는데도 혼천광마 육우는
두눈을 부릅뜨고 있을뿐 피하려는 기색이 없었다.
"물러가라!"
바로 그 순간에 낭랑한 호통과 함께 백영이
번뜩였다.
동시에 만화부인은 사방이 붉은 빛 서기로 가득참을
느꼈다. 항거할 수 없는 놀라운 기세가 그녀의
만화천겁장을 산산이 흩어 놓았다.
꽝!
"아악!"
참혹한 비명이 터지며 만화부인은 줄 끊어진 연이
날아가듯 나뒹굴었다. 연달아 피를 토해내는 것으로
보아 무거운 내상을 입은 듯했다.
"흐흐흐...... 네놈은 노부가 저 요부에게 죽을 줄
알았더냐?"
혼천광마의 모습이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말했다.
"죽는 것이나 죽이고 죽는 것이나 무엇이 다르오?"
주서붕이 그의 광소에 담담히 대답하자 혼천광마
육우는 크게 놀라 주서붕을 쏘아보았다.
'이놈이 설마 폭혈진혼공(爆血鎭魂功)을 알아본단
말인가?'
만화부인이 쓰러지는 것을 본 삼십육 염녀들이
벌떼같이 주서붕에게 덮쳐들었다. 마치 나비가 쌍쌍이
날아드는 듯 했다.
그녀들의 모습은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았고 나체의
싱그러움은 눈부실 정도였으며 신비한 체향은 정신을
마비시킬 듯했다.
주서붕이 미간을 찡그리며 외쳤다.
"이들을 물리도록 하시오!"
쓰러진 만화부인은 주서붕의 늠름한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기이한 느낌이 듬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나이가 몇인데? 그녀는 내심의 기묘한
감정을 떨어 버리려는 듯 도리질 하며 외쳤다.
"죽여라! 다 죽여라!"
그녀의 외침에 따라 무서운 압력이 생겨났다.
"하하하...... 내 암습한 것조차 따지지 않았거늘,
이까짓 만마천겁무의 만마천겁의 진세로 나에게
위협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주서붕의 미간에 살기가 떠올랐다.
꽈꽝! 벼락치는 굉음과 함꼐 주서붕의 손에서
번개같은 홍광이 폭사되었다.
"아악!"
"아아---앗!"
참혹한 단말마의 비명가 밤하늘을 구슬피 울리며
터져나왔다.
어이없게도 주서붕의 일거수에 염녀(艶女) 열 명이
죽어 버린 것이다. 그처럼 탐스럽던 가슴이 시커멓게
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살이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이럴 수가? 어찌 이럴 수가? 제 아무리 뛰어난
무공이라도 어찌 만마천겁의 절무(絶舞)를 단
일초에......?"
만화부인이 망연자실하여 비틀거렸다.
처음 것은 주서붕과 혼천광마를 사로잡기 위해
미혼무(迷魂舞)를 펼쳤으나 이번에는 만마천겁무
오단무(五段舞) 중에서 가장 무서운 만마천겁을
펼쳤는데 이렇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당연했다.
주서붕은 만마천겁무를 만화부인보다 더욱 자세하게
알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사마의 극성인 복마천뢰지가
발출되었음에야......
"당신과 같은 요부는 살아있어도 해만 끼칠
뿐이다!"
주서붕이 차갑게 말하며 만화부인에게 다가갔다.
염녀 십여 명이 주서붕의 앞을 막아섰다.
"물러가라!"
주서붕의 눈에서 괴이한 빛이 폭사되며 날카롭게
말했다.
그러자 염녀들은 몸을 세차게 떨더니 망연한
표정으로 물러나지 않는가?
만화부인은 믿어지지 않는 광경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복마신유......?"
그녀의 입에서 절망에 찬 신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지존이시여......!"
그런데 바로 그때, 떨리는 음성이 주서붕의 등
뒤에서 들리지 않는가? 흠칫 놀란 주서붕이 돌아보니
놀랍게도 혼천광마 육우가 두 손을 땅에 대고 무릎을
꿇고 있었다.
"지존이라니, 무슨 소리요?"
"마환현신 군마앙복! 지존마환을 지니신 분이 곧
마중지존(魔中至尊)이십니다!"
혼천광마 육우가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주서붕은 그의 눈길이 자신의 왼손 지존마환에
못박혀 떨고 있음을 보았다.
'낭패로다! 복마천뢰지를 쳐내면서 마환의 앞면이
보였나보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뜻밖의 일이 또 발생했다.
"소첩 만화가 존군(尊君)을 뵈옵니다......
죽여주소서!"
만화부인이 부들부들 떨더니 그대로
오체복지(五體伏地)하지 않는가?
주서붕은 그녀의 말 속에 심상치 않은 뜻이 있음을
느꼈다.
"소첩이라니? 무슨 소리냐?"
만화부인이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사조이신 천마요희께선 지존의 시첩(侍妾)! 후대인
소첩도 지존의 시첩이옵니다."
주서붕은 기절하고 싶었다.
"뭐라고?"
"소첩 뿐 아니라 화곡의 제자 칠백 십육명 모두가
기꺼이 지존의 시첩이 되오리다......"
만화부인이 엎드린 채 말했다.
달빛 아래 펑퍼짐한 엉덩이가 현란한 광채를 뿌리고
있었다.
'낭패로군! 이렇게 되면 죽이기도
곤란하구나......'
주서붕은 난감하여 내심 울상을 지었다.
주서붕은 고개를 흔들며 혼천광마에게 말했다.
"당신은 어떻게 그토록 쉽게 지존마환을 알아본
것이오?"
"신은 지존마궁의 후예입니다."
혼천광마 육우가 머리를 조아렸다.
"후예? 지존마궁의 후예가 존재한단 말이오?"
"그러하옵니다. 그들은 지존이 재 출도하시는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놀라운 일이었다. 그것은 한 마디로 강호를
뒤집기에 족한 가공할 세력인 것이다.
"그들이 어디에 있소?"
"지존의 칠대시위 중 분란끝에 살아남은 삼대시위가
제각기 궁 하나를 세웠습니다. 신은 마궁의
외순궁주(外巡宮主)입니다."
"마궁? 아니, 그럼 세외삼궁(世外三宮)이 모두
지존마궁의 후예란 말이오?"
"그러하옵니다. 신은 지존의 행방을 찾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주서붕은 사도 제일고수인 혼천광마가 마중지존의
전인을 찾는 심색자(尋索者)임을 알고 신음을 흘렸다.
돌연, 주서붕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모습을 드러내시오!"
"악!"
"아아악!"
그의 말이 떨어짐과 함께 참혹한 비명이 터지며
주서붕의 탈심색혼신공에 제압되었던 염녀들이 펄쩍
날아 올랐다가 떨어졌다.
주서붕은 그녀들의 심맥이 이미 끊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악독한 잔백귀혼수(殘魄歸魂手)로구나!"
"으흐흐흐...... 과연 대단한 견식이로군?"
음흉한 웃음소리가 괴이한 여운을 깔고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경미한 음향이 들리며 수십 명이
나타났다. 그 수효는 놀랍게도 약 백명에 육박하는
것이었다.
주서붕은 차갑게 그들을 쓸어보더니 냉담히 외쳤다.
"수하만 보내는 것인가?"
"흐흐흐...... 역시......!"
고막을 찢는 듯한 음성이 들려왔다.
동시에 화려한 금포를 입은 자가 나타났다.
'놀라운 경공이로군! 보기드문 무서운 고수다!'
주서붕이 내심 흠칫했다.
금포를 걸친 자는 백여 세는 됨직한데 그 나이를
짐작키 곤란했고 놀랍게도 잡초 위에 서 있는데
잡초의 끝이 구부러지지조차 않았다.
주서붕은 그의 내력을 짐작할 수가 없었다.
금포노인의 온몸에서 귀기가 도는 것으로 보아 마도의
인물은 분명한데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궁주! 아니 웬일이시오?"
혼천광마가 소리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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