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절대지존 22장 (중)권 끝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259회 작성일 17-02-12 11:26

본문

第 二十二 章 死 中 奇 緣


<죽음 속에서 만난 기연은 두 사람을 부부의 연으로
맺고, 하늘은 그 인연을 축하하다.>

남궁혜는 천 만근의 무거운 바위에 눌려 허덕이고
있었다.
그 압력은 갈수록 가중되어 가는 것 같았고 아무리
힘을 써도 힘은 어디론가 스러질 뿐이었다.
힘을 쓰다 못한 남궁혜는 온갖 힘을 다해
바둥거리다가 마침내 눈을 번쩍 떴다.
깜깜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입속에서 비릿하고 기이한 내음이 감돌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따름이었다.
한참을 그대로 멍청히 있던 남궁혜는 비로소 정신이
들고 사물이 어스름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 내가 살아...... 있단 말인가?"
그녀는 힘겹게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키려다 자신의
몸위에 육중한 물체가 얹혀져 있음을 느끼고 깜짝
놀랐다. 그녀가 정신이 들기 전 그토록 무거움을
느꼈던 것은 까닭이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그것이 사람이고 남자임을 느꼈을 때 그녀는
크게 놀라 있는 힘을 다해 그를 밀어 젖혔다.
그러나 죽은 듯 그녀의 몸 위에 쓰러져 있는 남자의
몸은 너무도 무거웠고 이제 막 정신을 차린 그녀의
힘은 너무도 미약했다.
그녀 몸 위에 있던 남자의 몸은 겨우 절반쯤 그녀의
몸 위에서 미끌어 졌을 따름이었던 것이다.
"아! 주공자......"
문득 그 남자의 얼굴을 알아본 남궁혜는 경악의
외침을 토해냈다.
"주공자!"
그녀가 몸부림치듯 몸을 뒤집으며 주서붕을 불렀다.
그러나, 주서붕은 말이 없었다.
다만 그녀가 몸부림치듯 움직이자 그들의 몸이
곤두박질 할 것처럼 휘청거렸을 따름이었다.
크게 놀란 남궁혜가 비로소 사방을 살펴보았다.
사방은 아주 어둡지는 않고 다만 부유스럼할
뿐이었다. 하늘은 운무에 가리워 보이지 않고 그
높이조차 측정할 수가 없었다.
밑을 내려다 본 남궁혜는 소름이 끼쳤다.
지면까지는 아직 삼십여 장이나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있는 곳은 기묘하게 엉킨 덩쿨 위였다.
그들의 머리 위로는 끊어져 늘어진 덩쿨이 여럿
보였다.
아마도 떨어지는 충격에 덩쿨이 끊어져 나가고 그
반동으로 자신들은 간신히 지금 덩쿨 위에 얹혀진 것
같았다.
실로 천우신조(天佑神助), 구사일생(九死一生)이
아닌가?
"그런데 내가 어떻게 정신을 차릴 수 있었을까?
천기령주의 그 무서운 독공에 중독되고 마지막에는 그
엄청난 장세를 정통으로 맞았는데......"
고개를 갸웃뚱하던 남궁혜는 문득 자신의 내부에
기이한 기운이 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운기해 보니 독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
기운에 눌려 지당혈(志堂穴)쪽에 몰려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살아난 것은 이 신비한 힘 때문인 것 같은데
도대체 어디서 이러한......"
중얼거리던 남궁혜의 눈이 주서붕의 목에
고정되었다.
주서붕의 목에는 비스듬히 검상이 나 있었는데
거기서는 지금도 한 방울씩 간헐적으로 피가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주서붕이 동심오행검진을 격파할 때 쓴
고육지책(苦肉之策)의 결과로 생긴 상처였다.
제아무리 주서붕의 몸이라도 검상을 입는 것만은
모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남궁혜는 기녀라고 불리우는 총명절예의 소녀다.
그녀는 자신이 깨어날 때 입속에서 비릿한 기이한
내음이 있었던 것을 기억해냈다.
"그럼 내가 주공자의 피를 마시고 깨어났다
말인가?"
중얼거리던 남궁혜는 그제야 주서붕의 몸에 생각이
미친 듯 소스라치게 놀라서 주서붕의 몸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일찌기 남궁가의 가전무공(家傳武功)을
익혔고 기우(奇遇)를 얻어 일대신니인 불영신니의
유학을 습득하여 그 무공이 무림이검 중 하나인
아버지보다 뛰어났을 정도였다.
그녀의 지금 마음은 초조하기 이를데 없는
것이엇다.
그녀의 재지는 역시 대단해 주서붕의 행로를
추측하고 따를 수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주서붕에게
일어난 일을 모두 목격할 수 있었다.
그녀가 주서붕을 미행함은 결코 월하미녀도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가 위기의 순간에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주서붕을 지키고자 했던 것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었다.
총명절예한 그녀가 무엇때문에 뻔히 당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목숨을 바쳐 주서붕을 보호하려 했을까.
어쩌면 그것은 운명일런지도 몰랐다.
숨어 있던 그녀가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고 덤벼든 것은...... 지금 생각해도 그녀
스스로도 자신이 왜 그렇게 무모한 짓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다만 그 당시에 그녀의 뇌리에 떠오른 것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그가 죽도록 버려두어서는 아니 된다는......
그 일념 하나로서 총명하다고 소문난 그녀는
무모하게 천기령주에게 달려들었던 것이다.
미묘한 여인의 심리였다. 사내들은 평생을 걸려
연구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녀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떠올랐다.
"이런 중상을 입고서도 심맥이 끊어지지
않았다니......"
주서붕의 상세는 그야말로 극심한 것이었다.
한마디로 그냥 상처를 입었다고 말하기 곤란할
정도로 엄중한 것이었으며 그가 살아있는 것은 괴이한
기운이 그의 전신에서 유동(流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외에는 주서붕이 살아있다는 징후는 아무데도
없었다.
그 괴이한 기운이 아니라면 언제 숨이 끊어질런지
모르는 상태였던 것이다.
'이 기이한 기운은 무엇일까? 어떤 영약도 아닌 것
같고......'
총명한 눈을 굴리고 있던 남궁혜는 자신에게
다짐하듯 잘근, 앵두빛 입술을 깨물었다.
"반드시 살려야만 돼. 그 어떠한 댓가를
치루더라도......"
그를 왜 반드시 살려야 하는 것일까.
지금의 그녀에게서 그러한 대답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녀 자신도 확실한 대답을 할 수는
없을테니까.
그러나 그것은 그녀가 그를 구하기 위해
천기령주에게 달려들면서부터 예정된 것이기도 했다.
죽도록 버려둘 것이라면 처음부터 모험을 했을리
없었을 것이기에......
남궁혜는 우선 지금 자기 자신이 할 일이 자신의
공력을 회복하는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녀는 품속을 뒤져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문의 단 두알 남은 약왕신단(藥王神丹)이 그대로
있었던 것이다.
한 알을 복용하고 한 알은 주서붕의 입속에 넣어준
남궁혜는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푸른 빛 기류가 그녀의 코속을 들락날락하는 가운데
그녀의 안색은 홍조(紅潮)를 되찾아갔다.
그녀의 불영관음신공(佛影觀音神功)은 불영신니가
무적을 자랑했던 불문신공이었는데다 약왕신단은 상세
치료에는 그야말로 당세 최고의 기약이었던 것이다.
남궁혜가 눈을 떴다.
아직도 안색은 피폐한 것 같았지만 눈빛은 새 힘을
얻어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로서는 천기령주가 주서붕을 상대하느라고
진력이 소비되었던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열 개의 약왕신단이 있어도
그녀는 상처회복은 커녕, 살아날수 조차 못했을
것이었다.
"정말 약왕신단의 효력은 대단하구나. 상처가
십중팔구는 완쾌된 듯 하니......"
중얼거리던 남궁혜는 주서붕의 안색을 자세히
살펴보았으나 조금의 변동도 없는 것 같았다.
주서붕의 약간 벌려진 입안에는 심신이 상쾌해지는
향기를 품은 호박색 액체가 가득 고여 있었다.
천하의 기약인 약왕신단은 주서붕의 입안에
들어가자마자 액체로 변햇으나 넘어가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나궁혜는 당황하여 주서붕의 결후(結侯)를 눌렀다.
꼬르륵! 주서붕의 입이 조금 더 벌어지며
약왕신단의 녹은 액체가 넘어갔다.
하지만, 그녀는 미처 유의하지 못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주서붕의 체내에 잠재해 있는 괴이한
기운의 흐름이 점점 거세어지고 있는 점이었다.
"이를 어쩌지?"
남궁혜의 아름다운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넘어가는 듯 보였던 약왕신단의 액체가 주서붕의
식도에서 멈춰버렸던 것이다.
이제 방법은 단 한 가지인 것이다.
잠시 망설이던 남궁혜가 중얼거렸다.
"내 이 분을 처음 본 순간부터 평생 지울 수 없는
인상을 받았지! 기왕 이분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나,
설혹 이분이 나를 천박하다 거들떠 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제 무엇을 망설이랴!"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도 무엇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움직이고 있는지
뚜렷하게 설명할 수가 없었다. 평소의 침착한 그녀의
성격으로 볼 때 있을 수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는 두 눈을 살며시 내리감으며 떨리는 입술을
주서붕의 메마른 입술로 서서히 가져갔다.
"으음......"
그녀는 주서붕의 꺼칠한 입술이 자신의 입술이 닿자
기이한 느낌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전신이 맥이 다 후들거렸다.
그러나 명문의 천금인 그녀가 첫 입술을 허락한
남성은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누워만 있었다.
마음을 다 잡은 남궁혜는 천천히 진기를
도인(導引)하여 약왕신단을 주서붕의 몸안으로
밀어넣었다.
일을 마치고 일어난 그녀는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눈에는 기이한 빛이 어려 있었다.
그러나 얼마가 있어도 주서붕에게서는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이럴 수가......?"
주서붕의 상태를 자세히 살펴본 그녀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약왕신단의 약효가 주서붕의 몸속에 있는 기이한
기운에 견제되어 전혀 작용을 못하고 있음을 알았던
것이다.
잠시 생각을 굴리던 그녀는 자신의 진력으로 약효를
퍼뜨려 보리라 생각하고 주서붕의 등뒤 명문에 손을
대고 진력을 주입했다.
그 순간, 주서붕의 체내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막강한 반탄력이 생겨나며 그녀의 진력을 퉁겨내는
것이 아닌가.
"앗!"
비명을 지르며 얼얼한 손목을 떼었던 남궁혜는
고래를 갸웃거리며 몇번 더 시도해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진력이 세면 반탄력도 더욱 세어져 남궁혜는
하마터면 내상을 입을 뻔했다.
"정녕 괴이하구나! 마치 호신강기가 감싸듯 외부의
충격이나 힘은 모조리 반탄시켜 버리니 어떻게 힘을
써야 좋을지 모르겠구나."
중얼거리던 남궁혜는 주서붕의 얼굴이 점차로
불그스레하게 변하고 있음을 보고 깜짝 놀랐다.
게다가 그녀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주서붕의 몸이
점점 딱딱하게 변해가고 있는 점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함부로 힘을 써서 주서붕을 영영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뜨렸다는 생각이 들자 죄책감에
죽고만 싶었다.
평소의 그녀같았으면 주서붕의 상태가 그녀가
생각하듯 그런 것이 아님을 알고도 남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일단 사랑에 눈이 먼 그녀는 평소의 그
판단력을 잃어버리고 허둥대며 속단(速斷)해 버리고
만 것이다.
다급함이 떠돌던 남궁혜의 얼굴에 결심의 빛이
떠오르더니 지그시 입술을 깨무는 것이었다.
"내 한 몸을 바쳐 이 분을 살려내고야 말겠어! 그도
안된다면 나 또한 이 분을 따라 죽어버리고 말리라."
나직이 중얼거리던 남궁혜는 떨리는 손으로
주서붕의 옷을 하나하나 벗겨나가기 시작하였다.
비록 죽은 사람과 다름이 없다고는 하지만
환골탈태를 두 번씩이나 겪은 주서붕의 몸이다.
미끈하면서도 우람한 남성의 나신이 점점 남궁혜의 눈
앞에 드러났다.
이윽고, 주서붕의 몸이 완전히 전라의 몸이 되었다.
평생 처음 건장한 장부의 나신을 보는 남궁혜의
가슴은 너무도 급격히 뛰었고 지나친 흥분으로 심장이
목구멍으로 넘어올 것만 같았다.
지그시 내려감은 남궁혜의 두 눈에서는 방울방울
맑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꼭 깨문 그녀의 입술에서는 한 방울씩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
사라락! 사락!
옷자락 스치는 소리가 들리며 남궁혜의 몸에서
꽃잎이 떨어지듯 옷가지가 하나 둘 벗겨지기
시작했다.
백의가 흘러내리며 그 속에서 백옥을 깍은 듯
양지유(羊脂油)가 엉킨 듯한 싱그러운 동체(胴體)가
드러났다.
물결이 흐른 듯한 검은 머리결에 부드럽게 휘어진
어깨의 동그란 선, 거기에 이어진 그녀의 앞가슴은
백옥을 깍은 듯 대접을 덮어놓은 듯 풍만함과 탄력에
넘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뿌유스름한 빛에 빛나는 그녀의 황홀한 나신은 진정
조물조의 걸작인 것에 틀림이 없었다.
물끄럼이 자신의 그 풍만한 몸을 내려다 보던
남궁혜는 주서붕의 힘찬 남성에 눈길이 닿자 당황하며
황급히 눈을 감으며 주서붕의 몸 위에 자신의 몸을
밀착시켰다.
넓디 넓은 주서붕의 가슴에 잠시 얼굴을 파 묻었던
남궁혜는 고개를 들고 주서붕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주공자, 설혹 당신이 내가 펼친
관음제세대법(觀音濟世大法)에 살아난 후 소녀를
음탕한 계집이라고 탓해도 저는 원망치 않겠어요.
이것은 제가 원하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만약
당신이 살아나지 못한다면 저 또한 살지 않겠어요.
당신은 나 남궁혜가 마음 속으로 정한 나의
낭군이니까요......"
처음 말소리는 매우 작았고 나중 말소리는 거의
들리지도 않았다. 다만 그녀의 뺨이 눈물로 얼룩져
있을 따름이었다.
관음제세대법이란 불영신니가 남긴
요상법(療傷法)이었으나 그 내용이 남녀가
교합(交合)하면서 진기를 도우는, 어떻게 보면
사도(邪道)의 방중술(房中術)과 같은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 관음제세대법은 자신의 진기를 상대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며 시술자는 반드시 처녀여야
하고, 거기에 조금이라도 욕념(慾念)을 가지면 공력이
전폐되고 마는 불문의 활인대법(活人大法)이었다.
불영신니와 같은 불문의 고승이 어찌 이와같은
방법을 남겼는지는 남궁혜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백여 년 전 불영신니도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이 방법을 썼던 것이며 그 인물 또한 주서붕과
관련이 있으니......
이 또한 운명일런지.
체내의 진기를 운행하여 단전(丹田)과 천문(泉門),
용문(龍門)에 모은 그녀는 주서붕의 몸 위에 조금
간격을 두고 몸을 들었다.
온 몸이 학질에 걸린 듯 덜덜 떨려왔다. 그녀의 몸
가장 깊은 곳에 주서붕의 남성이 닿는 것을 의식한
것이다.
그녀가 만약 조금이라도 경험이 있었다면 이미 죽은
것이나 거의 다름이 없는 주서붕의 남성이 어떻게
그렇게 기운찬 것인지 의아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을 알리 없는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천천히 자신의 몸을 밑으로 내리 눌렀다.
"으...... 으음......"
깨문 입술을 비집고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하복부가 찢겨져 나가는 통증과 함께 기이한 힘이
그녀의 몸속 깊은 곳으로 뚫고 들어왔던 것이다.
그녀는 그 고통을 참고 심법대로 진기를 운행하면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이 주서붕의 몸 위에서 상하로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입술에는 피가 맺혔고 온몸은 고통에
겨워 떨었다.
그럴때마다 그녀의 몸 속 깊은 곳에서는 불꽃이
터지는 듯한 기이한 기운이 확산되고 있었다.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남궁혜에게 너무도 오랜
시간인 양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차츰 고통을 잊어가고 기이한
느낌을 느끼기 시작할 즈음에는 그녀의 온 몸은
땀으로 번들거렷고 전신의 기운은 하나도 없이 탈진된
상태였다.
"붕랑!"
마침내 그녀는 젖은 입술로 주서붕의 입에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는 주서붕의 가슴에 머리를 대고
심연(深淵)으로 빨려들 듯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잠시 후, 주서부의 몸에서는 천천히 검은
구름이 핏빛 광채속에서 피어오르더니 이윽고는
주서붕과 남궁혜의 나신을 완전히 덮어버렸다.
신비로운 광경이었다.
처음에는 그 검은 구름속에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어렴풋이 볼 수 있더니 나중에는 전혀 그 모습조차
찾을 수 없었고 그 검은 구름은 사오 장이나 되는
주위를 완전히 덮어버리고 만 것이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검은 구름이 천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물에 빨려들 듯 천천히 주서붕의 몸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던 것이다.
주서붕의 위에 있는 남궁혜의 나신과 주서붕의
나신이 완전히 드러났다.
그들의 모습은 조금도 변함이 없이 그대로 보였다.
그러나 하나 달라진 것이 있었다.
그토록 굳게 감겨 있던 주서붕의 눈이 떠진 것이다.
주서붕은 기이하게도 저간의 사정을 모두 알고 있는
듯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잠들어 있는 남궁혜의
모습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의 손이 미끄러운 그녀의 등뒤로 올라가고 한
손은 그녀의 머리결을 사랑스러운 듯 쓰다듬고
있었다.
"혜매, 당신의 희생이 없이도 나는 살아날 수가
있었소. 당신은 너무 나를 위해 과한 희생을 했소."
그의 말은 또 무슨 뜻인가? 그때,
"으음......"
주서붕의 손길 때문인지 남궁혜가 가벼운 비음과
함꼐 정신을 차렸다.
제일 먼저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주서붕의 눈뜬
모습이었다.
"아! 당신......!"
너무도 벅찬 기쁨에 벌떡 몸을 일으키려던 남궁혜는
몸 속 저 깊은 곳에 아찔한 아픔이 느껴져 옴에
대경실색했다. 아직도 그녀의 몸 속에는 주서붕의
남성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비로소 자신의 처경(處境)을 깨달은 남궁혜는
어찌할 바를 몰라 기절하고만 싶은 심정이었다.
주서붕을 살리기 위해서는 수치감도 잊었건만
이제는 처녀 특유의 수치감이 작용한 것이다.
그런 그녀의 내심을 짐작한 주서붕은 그녀의 몸을
끌어당겨 꼭 끌어안았다. 뭉클한 감촉이 앞가슴에
전해져 오며 남궁혜의 나신은 작은 참새마냥 주서붕의
몸위에서 할딱였다.
"혜매, 너무 부끄러워 마시오. 이제는 우리는 한
몸이 아니오?"
조용한 주서붕의 음성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주서붕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남궁혜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마치 모든 것을 알고 계신듯 하지 않는가?'
그러나 감히 얼굴을 들 용기는 나지 않았다.
전라를 다 드러내고 남자의 몸위에 한몸이 되어
있으면서도 얼굴을 들지 못하다니 이 어찌 우습지
않은가?
"나는 당신이 나를 위해 얼마나 큰 희생을 했는지
모두 다 알고 있소. 나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오."
주서붕의 말에 남궁혜는 믿어지지 않는 듯 조그맣게
말했다.
"그...... 그럼 주공자께선 다 보고...... 어찌
그럴 수가......?"
주서붕이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말을 시작했다.
원래 그는 죽음을 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천기령주가 마지막 주서붕에게 갈긴 일장이
주서붕의 임독이맥의 그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던
지존혈기를 끌어낸 것이다.
주서붕의 몸속에 흐르던 괴이한 기운은 바로
지존혈기(至尊血氣)였다.
지존혈기의 무서움 앞에서는 독공따위는 문제도
되지 않는다. 그러니 지존혈기가 섞여 있는 주서붕의
피를 마신 남궁혜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체내에 단 한 모금의 진기도 없는 주서붕은
정신마저 잃어버려 도저히 그 엄청난 기운을 유도할
수가 없었다.
"정신을 잃어버렸을텐데 어떻게 모든 것을 다
보았다고......"
문득 궁금함에 입을 열었던 남궁혜는 부끄러움에
황급히 말끝을 흐렸다.
주서붕이 가볍게 웃었다.
"내게는 천하유일의 양의귀일심의공이 있소."
양의귀일심의공은 주서붕이 잠자는 시간에도 다른
한쪽의 정신이 다른 것을 생각하고 판단하고 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주서붕이 죽을 수 없다고 외치며 정신을
잃어버리자 다른 한쪽의 정신이 활동을 시작했던
것이다.
다만 주서붕의 상처가 너무 심하고 체내의 기력이
완전히 탈진되었는데다 지존혈기의 잠력이 너무 커
그것을 단시간에 어쩔 수 없었을 뿐이었다.
다시 말해 겉으로 보기에는 가사상태였으나 기실은
아주 천천히 회복해가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그런데 남궁혜가 약왕신단을 먹이고 관음제세대법을
전개해 내상을 치료하게 되자 급속히 회복하게 된
것이다.
아니 회복 뿐만 아니라 임독이백 안에 숨어들엇던
지존혈기가 모두 그의 것이 되었으니 그 위력이
어찌하겠는가?
주서붕이 자신이 지존혈기를 얻게 된 이야기까지
모두 다 해주자 남궁혜가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
"그럼 주공자께선 이제 완벽한
금강불괴지신(金剛不壞之身)이 되었군요?"
"어째 주공자요? 아까처럼 붕랑이라고 해야 맞지."
남궁혜의 얼굴이 금새 홍시와 같이 물들었다.
"으읍!"
주서붕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견디지 못하고 그녀의
입술을 덮치자 남궁혜가 비음을 토하며 바둥거렸다.
그러나, 그녀의 두 팔은 어느새 주서붕의 목을
휘어감고 있었다.
두 사람의 위치는 어느새 자연스럽게 바뀌어져
있었다.
주서붕이 입술을 떼며 말했다.
"자, 이제 다시 한번 불러보시오."
주서붕의 말에 남궁혜는 상기된 얼굴로 눈을
흘겼다.
"이제 보니 당신은 매우 짖궂은 분이었군요......
그럴줄 알았으면 조금 전에 그러지 말 것을......"
자신의 말이 이상했음을 깨달은 남궁혜는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바로 그것 때문에 내 몸은 완전한 금강불괴가 되지
못했소?"
"어머! 왜요?"
남궁혜가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주서붕과 같은 나이에 욕정이 없다면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더구나 상대가 이미 살을 섞은 남궁혜였고 매끄러운
알몸으로 그의 품 속에 안겨 있는 것이다.
남궁혜는 자신의 몸 속에 있는 주서붕의 남성이
이상해짐을 느끼고 주서붕을 막 밀어내려고 하는데,
"내 몸속의 지존혈기중 일부가 당신의 몸속으로
흘러들어 갔기 때문이오."
주서붕이 마치 쫓기듯 말하며 와락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으음!"
세찬 주서붕의 입술에 남궁혜는 여지껏과는 다른
쾌감을 느꼈으나 본능적으로 주서붕의 몸을
밀어내었다.
그러나, 이미 주서붕의 몸은 그녀의 몸 위에서
규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남궁혜는 아픔인지 쾌감인지 모를 감정에 휩싸인 채
밀어내려던 손으로 주서붕의 몸을 감싸왔다.
격렬한 느낌, 그녀는 늘씬한 다리를 떨며 주서붕의
허리를 휘감았다.
노도가 몰아치는 가운데 덩굴이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이 출렁거리고 있었다.

사방은 어두침침하고 사방은 안개마저 끼어 있어
괴기(怪奇)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하늘에서 은은한 백광을 발하는 물체가
천천히 떨어져 내리지 않는가?
바로 주서붕과 남궁혜였다.
은은한 백광을 발하는 물체는 바로 주서붕의
옷이었고 그의 팔에는 남궁혜가 주서붕의 가슴에
고개를 기대고 행복한 듯한 표정으로 안겨 있었다.
그들의 표정으로 보아 이미 모든 스스럼이 없어진
것 같았다.
"어마, 꼭 뭔가 나올 것 같군요. 이렇게 사방이
음침하다니......"
남궁혜가 말했다.
"이곳의 깊이는 아마 천여 장에 달할 것이오. 이런
곳에 이토록 깊은 단애가 있을 수 있다니 이상하구료.
아니 이 소리는......?"
주서붕이 검미를 곤두세우며 사방을 살폈다.
이 바닥의 넓이는 의외로 넓어 대략 천여 평 이상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가운데는 시퍼런 소(沼)가 보이는데 자욱한
안개는 거기서 형성되는 듯했다.
그러나 안개 정도가 주서붕의 시야를 방해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슈슈! 기이한 소리가 들리더니 저쪽에서
화등잔만한 빛 두 개가 나타나지 않는가?
기이한 비린내가 지독하게 풍겨왔다.
"으...... 엄청난
묵린철갑망(墨鱗鐵鉀 )이로구나."
주서붕이 놀라 신음했다.
진정 엄청난 크기의 뱀이 나타난 것이다.
머리는 세수대야만 하고 흉독한 빛이 흐르는 눈
옆에는 놀랍게도 두 개의 귀가 붙어있고 그 위에는
보일 듯 말듯 뿔이 보이고 있었다.
거기다 그 크기는 한 삼십 장은 되는 것 같이
보였는데 짐작뿐이지 꼬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부...... 붕랑......!"
남궁혜가 질겁을 하고 주서붕에게 매달렸다.
여인은 뱀을 보면 질겁을 하지만 더구나 저토록 큰
뱀을 보고 놀라지 않을 여인이 어디 있겠는가?
"가만 있어 보오. 저 놈은 곧 용이 될 놈인 것
같소. 저런 영물이 이곳에 있다함은 여기에 저것이
지킬만한 무엇이 있을 것이오."
주서붕이 대담하게도 천천히 다가가며 주위를
살폈다.
비록 묵린철갑망의 몸이 도검을 우습게 본다지만
지금의 주서붕이 무서워할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괴이한 것은 주서붕이 가까이 가자
묵린철갑망이 괴이한 외침과 함께 슬금슬금 물러서는
것이 아닌가?
"정녕 용이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놈이로구나.
목청까지 틔었다니."
중얼거리던 주서붕은 그토록 거대한 묵린철갑망이
왜 물러서는지 그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입고 있는 음양신룡포
때문이었다.
음양신룡포에는 각종의 동물을 제압하는 능력이
있었다.
음양신룡포가 제압할 수 없는 동물은 용과
봉황뿐이었다. 그러니 아직 용이 못된 묵린철갑망이
꼬리를 마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그것은 신기한 일임에 틀림없었다.
"어머나 저기 무슨 문이......"
주서붕의 품속에서 고개를 들던 남궁혜가 외쳤다.
과연 그러했다.
주서붕이 보니 묵린철갑망이 비켜난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하나의 거대한 석문이 보였다.
그리고 그 석문 위에 힘차기 이를데 없는 대문짝
만한 글씨가 새겨져 있지 않은가?
그 글자는 이러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